이전 글 모음/제멋대로 쓰는 성우 이야기
제멋대로 쓰는 성우 이야기 0.2 - 서장
RushAm
2004. 11. 27. 03:13
아직까지 성우의 그것은 ‘탤런트’의 그것과는 다르게 별도로 소속사가 관리해주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사 소속으로서 다른 방송직 사
따라서 성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선배 성우들, 공중파에서 듣기 힘든 비인기 성우들까지 거의 모든 선배 성우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귀가, 좋은 목소리를
성우가 되려는 사람들은 많고, 많으며, 이미 성우가 된 사람도 그 수만큼 많다. 문화 컨텐츠에서 필요한 배역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들이 매년 수많은 지망생들이 공채되는 탤런트 중 극히 1%만 기억하듯이 성우를 쓰는 문화컨텐츠 제작자들,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 소비자들 중 성우에 대한 존재를 인식하고 즐기는 사람은 0.1%에도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타고난 목소리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 100% 성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탤런트들은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춤을 추거나 화려한 입담을 펼쳐서 대중의 인기와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성우가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성우가 되려는 사람들이라
필자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성우 지망생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자아도취증이다. 자신이 그들보다 실제로 잘하는지를 자신과 영향력이 없는 제 3자의 판단에 맡기고 보다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자기 자신이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 보다 만족도도 높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보다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목소리가 좋다는 주변의 칭찬만으로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한해에도 정말 수백 수천씩 쏟아지는 게 성우계이다. 목소리가 좋다는 개념을 ‘듣기 좋은 목소리’라는 기준으로 잡는다면 그것이 가장 위험한 발상이며, 문화컨텐츠에는 듣기 거북한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가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 못지 않게 많다는 것을 항시 기억해야만 한다. 지금부터라도 목소리에 대한 개념적 가치관을 성우 지망생이라면 본인 스스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수 선배들이 ‘아 생각해보면 가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후배들에게 가수 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것은 믿을 필요가 없는 거짓말이지만, 성우 선배들이 ‘목소리 좋다고 성우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은 몇 백번을 곱씹고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성우는 연기자이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주인공을 꿈꾸듯, 성우도 주연급, 비중있는 역할, 보다 많은 대사를 맡아 연기하기를 원한다. 성우 지망생들도 항상 머릿속에서는 공중파에서 대 활약을 펼치며,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메이저급 성우가 되는 것을 꿈꿀 것이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성우의 모습을 뒤따르려는 성향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성우는 프로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역할,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 자신이 좋아하는 목소리만을 추구해서는 흔히 하는 말로 ‘밥그릇’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수많은 선배들보다
모든 일, 특히 방송 관련해서는 ‘자신이 유리하다’라는 판단은 통하지 않는다. 방송만큼 완벽주의가 팽배한 곳은 없다. 그야말로 완벽함, 그것을 꾸준히 생활처럼, 언제나 하던 것처럼 유지시킬 수 있는 사람만이 방송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는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 때문에 주변에서 방송 일, 성우를 하겠다고 하면, 그건 제대로 성공해도 수명을 깎고, 성공을 못해도 수명을 깎는 진퇴유곡의 길이라고 늘상 강조하곤 하지만 그것을 알고서도 한 발자국 내딛으며 그런 지옥 같은 무한경쟁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는 만족감에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또 인간이라는 동물이 아닐까? 인간의 본능적 고소공포를 극복한 자만이 그 짜릿한 번지점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