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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7 쇼트트랙 이호석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posted by RushAm 2010. 2. 27. 16:00
무릇 회사에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연봉이 높아지는 이유는 그가 업무 숙련도가 높아서 조직에 높은 효율을 가져다 주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더 많은 돈을 주는 이유는 '책임'이다. 나이만큼, 경력 만큼 그 프로젝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떠안는 충격에 대한 보험금 격으로 많은 연봉과 강력한 권한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권한과 자금을 받은 만큼 실패했을 때에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에도 그게 잘 안될 것 같아 걱정이다.

쇼트트랙이 끝났다. 솔직히 일본에서 맨날 8강에서 탈락하고 한숨쉬는 중계진들 보면 우리나라 성적이 정말 나쁜건가 아리송하긴 한데, 아무튼 국가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에 비해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건 사실인가보다. 자 이제 이 성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데, 이 사람들 이상하리만큼 좀체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장담컨데 이들 중 직접적으로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친 핵심 수뇌부들은 밴쿠버가 아닌 대한민국에 남아있을텐데 뭐 한마디 말이 없이 조용하다.

그래도 여론이 아주 눈꼽만큼 이 수뇌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데, 이 희망을 '이호석'이라는 키워드가 무참이 부수어 놓은 것 같다. 미리 말하지만 이호석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대부분 어리게는 초등학생 늦게는 중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 아주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되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일이 흔하다.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시기일수도 있고 그만큼 가치관 형성이 안되어 있어 주변의 흐름이나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학원폭력, 왕따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이것은 고스란히 이 수뇌부의 밥그릇싸움에 좋은 먹이이자 총알받이, 방패막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호석은 그 중 가장 심하게 새뇌를 받은 케이스인 것 같다. 마치 북조선에서 사상교육을 받은 마냥 새뇌를 심하게 받아 완벽하게 수뇌부의 파벌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전사가 된 듯하다. 반대편 수뇌부를 적대시하고 그 적대시하는 감정이 자아를 좀먹어버린 상황, 이호석은 더 이상 개인의 명예 이상으로 자신이 있는 수장의 명예를 소중히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아마 선수단이 귀국하면 이호석은 아마 사과 기자회견 압박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지금 네티즌들의 비난 집중도는 보기에도 도가 지나칠 정도이니까,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흐지부지하기위해서라도 아직 전도유망한 선수 하나쯤 밟아 없에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날아올 화살을 피하는데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고, 이호석은 또 한번 그들을 위해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총알을 받아내야만 할지도 모른다.

안현수, 진선유가 나오지 않은 이 대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주류 수뇌부에 눌려 있던 비주류 수뇌부들이 '우리쪽 선수들이 가진 실력으로나 뭐로 보나 우리가 비주류가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대회에 지나지 않았다. 결과는 나왔고, 당신들 수뇌부가 결코 실력 외적인 문제만으로 비주류의 불이익을 당한 것만이 아닌 것임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났다. 자 이제 책임을 질 차례다. 지금까지 수뇌부로서 재주는 선수가 넘고 명예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누려온, 그래서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당신들의 논리가 맞는지 아닌지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증명을 해 냈다면 이제 책임을 져라, 수뇌부라는 이름은 애들 굴려서 돈 벌어먹는 인형사가 앉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한다. 인형에게, 로봇에게 돌을 던져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우린 이 형편없는 인형극을 조종하고 있는 인형사에게 돌을 던져야 한다. 그들은 돌을 맞아야 한다. 아니 맞을 각오를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는 돌 맞을 각오조차 없이 돈은 돈대로 명예는 명예대로 받고 일이 잘못되면 제일 먼저 튀는 조직문화가 대통령부터 정착되어 있는데 이대로는 답도 미래도 없다.


애들 싸움은 끝났다...이제 어른들이 나이값을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