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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9 인터넷 그리고 인간 - 셀카녀 그들이 궁금하다. 2
posted by RushAm 2010. 1. 9. 17:51
우선 여기에서 말하는 '셀카','셀카녀'라 함은 여러분들이 이 단어를 보고 느끼는 그것입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그 수위가 달라질 수 있으며 받아들이는 분들에 의한 자의적인 수위 판단이 가져오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는 하등 책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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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국어사전에도 등재되려 하고 있는 단어 '셀카'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누구나 자신의 독사진을 남기고 싶어하지만 예전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독사진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찍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사진 한 장 대비 지불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비용절감상의 이유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겠죠. 여튼 적어도 필름카메라 시절처럼 사진 촬영에 자본적 책임을 져야하는 당시에는 셀카의 개념이 지금만큼 대중화되지는 않았음이 분명해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기 때문에 없던 셀카의 본능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닐것입니다. 주부들이 시장을 볼때 저렴한 것만을 선호하는 이유가 돈을 쓸 줄 몰라서가 아니라 돈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인것처럼 셀카 역시 확실히 꽤 오래전부터 인간의 본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자아실현'욕구 중 한 가지였고 그것이 사진 촬영 대비 단가가 급격이 낮아진 디지털카메라에 이르러 폭발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필연적으로 셀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 확율이 높기 때문에 필름카메라에서 대중화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요.

셀카를 찍는, 그리고 찍고 싶어하는 이유는 잘 알려진 것처럼 '자아실현'욕구에 의거합니다. 이는 최근 30년간 TV의 영향력이 거대해지고 대중가수나 텔런트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표현 방법이 비주얼적인 측면으로 대거 쏠린 탓인데요. 즉 자기자신의 자아를 다수에게 인정받는 방법론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학생들의 고된 학습고문으로 인해 급격히 단순화되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방법, 사람들에게 내 존재, 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일원화되고 단순해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이러니합니다.

지금도 어떤 다른 형태로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보통 초등학교 시절에는 보통 자신의 자아를 대신하는 수단 중 하나로 '딱지'형태의 물건이 각광을 받곤 합니다. 이 딱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암묵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게 되고 적으면 적을수록 낮은 지위를 얻게 되죠. 점심시간만 되면 서로의 딱지를 차지하기 위한 배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이른바 '올인'을 당한 사람은 슈퍼마켓에서 빵 봉지를 무단으로 뜯어 스티커를 훔쳐내는 등 막다른 행동을 보이면서까지 자신의 자아를 지켜내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이런 딱지가 배틀 카드 게임이나 인터넷 게임의 레벨, 훈장 등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과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네요.

뜬금없이 왜 딱지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의 셀카는 딱 이 수준에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외모는 누구나 어떤 특정한 사회적 기준에 모두 완벽히 부합해서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등급(?)이 생기게 되는데요. 어떤 형태의 얼굴이 대세인 사회에서 그 얼굴에 100% 부합되는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그 관계는 냉혹할 만큼 부합 정도에 정비례합니다. 그 얼굴이 사회적 대세라고 해서 대세에 부합하지 않은 얼굴이 분명 예쁘지 않은 건 아니건만 (분명 근미래 혹은 과거에 그 얼굴 형이 대세가 되는 혹은 되었었던 때가 있었음에도) 부합되지 않는 쪽은 철저하게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외감을 견디기 어려워할수밖에 없는데요.

예전에는 이러한 관심의 카스트가 네트워크에 부재로 인해 넓어봐야 약 1천명 안팎에서 이루어지던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과 소셜네트워크의 대중화 그리고 셀카 문화의 정착으로 인해 그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어졌습니다. 셀카 하나 잘 찍어서 연예인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추세에 부합하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셀카 사진을 소셜네트워크 혹은 더 넓은 공간에 공개함으로서 네트워크 상의 지위와 관심을 확보하는 활동에 적극적인데요. TV미디어의 연예인들에게 추앙받는 대중권력을 지켜보며 자라온 그들에게 있어 대중의 관심은 곧 권력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은 곧 소외되는 쪽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죠. 자신이 반드시 외모에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닌데, 아니 지금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미적 기준을 가진 게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현실과 네트워크 모두에서 소외를 받는다는 것, 현대사회에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법적인 하자가 없는 왕따 정도로 설명이 되겠군요) 카스트 사회가 아닌 자본주의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카스트로 고통받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을테니까요. 이들의 선택은 상당히 절박합니다. 포토샵 보정도 해보고 그나마도 안되면 진짜 얼굴을 뜯어고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PC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알몸을 촬영, 공개하면서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결코 희귀하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이처럼 네트워크 상의 권력이 더 이상 무형의 그것이 아니라는 관점이 사회적으로 정착된다는 것은 곧 그 수단 자체에 자아를 몰입하는 정도가 점차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셀카사진을 대량으로 양산하여 불특정다수의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기를 원하고 그 평가에 일회일비하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디지털 혹은 리얼 성형을 통해 보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짙어집니다. 이른빠 뽀샵질이 대중화된 것도, 근 10년 내 성형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도 디카 혹은 폰카의 보급과 관계가 적지 않을텐데요. 거울의 발명이 반드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것만은 아닌 것처럼 셀카 역시 불편한 진실로 인한 불행을 자초했다고 보는 것도 과장은 아니겠죠.

내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서 다수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비단 그것이 외모냐 아니냐를 떠나서 상당히 중요한 인간의 본능적 감성이니만큼 현상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의 셀카 문화에서 벌어지는 갖은 문제들은 단순히 젋은 세대, 어린 학생들의 도덕적 태만으로 보기에는 지금의 사회가 지나치게 자신들이 벌여놓은 상황에 대한 책임회피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과연 이들이 외모 이외에 자신이 타고 난 특별한 개성을 스스로 존중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단순히 시대적 흐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변화의 바람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카메라 앞에서 화장하고 성형하고, 사진을 뭉개고 빛나게 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면서까지 사람들의 눈길과 껍데기뿐인 관심이나마 얻고 싶어하는 현대인들, 누가 이들을 이토록 외롭고 단순하며 어리석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공화국 연구소 특별기획 '인터넷 그리고 인간' 제 2화
'셀카녀 그들이 궁금하다' 편을 마칩니다.


인터넷 그리고 인간 시리즈 회차

1화 : 악플러 그들이 궁금하다.
2화 : 셀카녀 그들이 궁금하다.
3화 : 디씨인 그들이 궁금하다.
4화 : 대행녀 그들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