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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4 노홍철, 그는 여성팬들을 거느릴 자격이 있다.
posted by RushAm 2011. 4. 24. 17:54
대한민국에서 참 태어나기 힘들고, 살아남기도 힘든 캐릭터를 지닌 노홍철, 지난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거상 노만덕' 캐릭터 당시 정말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특별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냥 재미있고 유쾌해서라고 한다면 설명이 부족하다. 그가 무한도전에서 참 재미있고 신기하며 보고만 있어도 유쾌해지는 캐릭터인것은 분명하지만 웃기는 것만으로 여성팬들에게 그런 절대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얼굴이 '매우 잘생겼'거나, 여성들에게 매우 호감이 가는 얼굴인 것도 아닌 것 같다. 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특징인 '큰 머리'를 가지고 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있지만 이런 스타일은 철저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 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여성팬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그가 내미는 상품을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텅뭉텅 사준다. 국민 MC 유재석이 같은 미션에서 여성팬들로부터 매우 계산적인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교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건 단지 그가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다. 인지도는 유재석이 더 높은데 어째서 유재석은 그런 구름같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까? 단지 품절남이라서?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다. 유재석과의 차이가 아니라 노홍철만이 가질 수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그에게 수많은 여성팬들을 안겨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가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한 4년여 전 유행시킨 유행어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소녀팬'이라는 단어인데, 사실 노홍철의 인기는 이 '소녀팬'이라는 단어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소녀팬'이라는 게 단어로서 계속 되뇌이거나, 가지고 싶다고 생각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면 노홍철은 그렇게 '반 새뇌식' 팬몰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포인트는 '소녀팬을 계속 되뇌인'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소녀팬'이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우리는 만 13살부터 18살까지의 여자 사람들을 흔히 뭐라고 부르는가? 열이면 아홉이 '여학생', 혹은 나이를 통한 현재 학력을 유추해 '여중생','여고생'등으로 부르곤 한다. 이미 우리는 그 단어 자체가 '아직 성장기를 겪고 있는 풋풋한 여자'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 있다. 그들이 일과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끔찍할만큼 긴 것도 사실이고 학생은 공부나 해야한다며 타의적으로 학교에 처박고 학원에 처박고 처박히는 일생을 살아오고 있는 것도 틀리지 않은 현실이지만, 정작 그 '학생'이라는 표현을 그들이 '달가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들은 '여자'이고 싶다. 꾸미고 싶고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더 가슴이 커졌으면 좋겠고 더 다리가 날씬해졌으면 한다. 입술이 더 섹시해졌으면 좋겠고, 머리도 좀 더 길게 길러봤으면 싶다. 다시 말해 특히 '그 나이대 여자'들은 '학생'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성인 여자'로 취급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우리는 철저하게 '여학생'이라고 불러왔다. 그 여학생이라는 단어가 다시는 못올 풋풋함의 상징이라는 새뇌까지 해대면서 말이다.

이승철의 '소녀시대'가 대히트를 친 건 단지 음악때문만안 아니었다. 그는 '어리다고 놀리지말아요!'라며 그들 대신 기성세대들에게 일갈해준 든든한 '오빠'였으니까...


그들을 노홍철은 처음으로 '소녀'라고 불렀다. '여학생팬, 여고생팬'이 아니라 '소녀팬'이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그에게 소녀팬이 그렇게 많았을리는 없다. 하지만 그가 부르짓는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응당 '여학생'이 아닌 진즉에 '소녀'라고 불리웠어야 할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래 우리는 여학생이기 이전에 '소녀'였다고 말이다

민감한 나이대, 어른들로부터 인정받고싶어하는데에 익숙한 이 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을 '소녀'라고 불러준 '어른'이 있었다. 그것도 그들이 대통령보다 위대하다며 동경하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말이다. 노홍철이 정말 여기까지 계산하고 그런 말을 만들어 부르짖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그들을 부를 때 쓴 '소녀'라는 호칭은 '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아주 제대로 지핀 셈이 됐다. 노홍철은 본의아닐수도 있게 소녀팬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 준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녀...라고 불렀다.


홍철은 솔직한 성격이 장점이다. 그는 결코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소녀'라고 부른 그 한마디는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녀'들에게서 '소녀'라는 호칭을 빼앗아간 우리 사회에서 그는 본의아닐수도 있게 잃어버린 '소녀'들의 '소녀'를 그들에게 되찾아주었다. 유행어가 되어 정착된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동경하는 오빠를 향해 부르짓는 여자들을 더 이상 '빠순이'나 '학생팬'으로 부르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학생'은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소리지르면 안되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소녀'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이건 학생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녀답다라고 표현해야 옮다. 극성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욕하기 전에 그들이 왜 '소녀'답지 않게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녀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준 사람이 되어버린 노홍철, 그는 예컨데 이를 모두 의도하고 그런 유행어를 만들어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래서 그가 좋다. 이 세상에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밝은 쪽으로 이끌어 낼 것을 너무 의식하고 행동하다 일을 그르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걸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자연스럽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이 나라엔 무척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소녀는 그냥 소녀라고 불러주면 되는 것이다
참 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