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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ushAm 2012. 8. 10. 15:00

앞서 양학선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그 글 속에서 김연아를 인용했던 적이 있다. 내용은 말 그대로 스폰서가 정작 필요할 때 붙는 게 아니라 이미 선수가 모든 걸 이룬 다음에 뜯어먹기 식으로 들러붙는다는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다. 어떤 식이든 이미 우량주가 되어 손실이란 걸 볼 일이 없는 주식에만 투자하는데 익숙해있는 이 나라의 기업들이 기부나 스폰서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기에 벌어진 참상이긴 했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 아쉬운대로 이런 후진적 투자 개념을 좀 뒤바꿀만한 실험작이 지금 막 결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손연재다.

 

 

 

손연재에 대해서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어제 약간의 예선을 통해 잠시나마 논란이 줄긴 했어도 아직 그 지원 여부와 그녀의 성적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녀는 한국 스포츠 역사, 특히 이 스폰스 역사에 있어서 굉장히 상징적인 실험을 하는 중이며 그 실험이 일찍이 있었던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실험이었기에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울수밖에 없다.

 

손연재는 아무런 실적이 없었던 이른바 '유망주'때부터 대단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 유망주로서 가지는 포텐셜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상품 가치'에 있었다. 귀여운 외모, 뛰어난 텔런트 안티가 생기기 어려운 국민여동생 이미지, 남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리듬체조라는 종목의 특수성 등, 그녀는 굳이 체조라는 종목의 선수가 아니더라도 경제가치를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오바로크된 기업들 이름에 주목하자

 

그녀에게 돈이 몰리기 시작한다. 물론 그 자금이 모두 그녀의 육성에 쓰인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체조 실력 향상에 필요한 모든 지원 환경이 다른 종목 선수와 비교해 극단적으로 향상될수밖에 없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손연재는 대한민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이전에 아무런 실적이 없는 종목에 아무런 실적이 없는 선수를 단지 '육성'에 목적을 두고 대기업이 투자를 감행한 첫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돈지랄 육성방식과 흡사하다, 이런 게 가능한 건 우리나라나 일본의 국력과는 사실 관계가 없고, 대부분 스폰서의 힘이다. 우리가 흔히 아사다마오가 이런 환경에서도 김연아를 못이긴 것을 비웃지만 우리는 김연아가 나왔어도 김연아 빙상장 하나 건립에 아직도 망설이고 있으니...

 

 

하지만 대기업이 처음으로 육성에 관여해서 돈을 썼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그들의 보수적인 마인드가 손연재에게만 아무 대가없는 기부성이 될 리가 없다. 손연재는 스폰서를 받은 만큼 미미하게나마 꾸준히 성적을 높여야 함은 물론 가지고 있는 기존의 좋은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갈 만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광고도 제한적으로 촬영해야만 하고 훈련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 식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도 최소화해야 했다.

 

이렇게 아낀 이미지는 런던올림픽이 임박한 때부터 폭발적으로 소모하기 시작한다. 대기업 스폰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손연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에 참가하는 것이다. 즉 지금 미디어들이 보여주고 있는 손연재에 대한 도가 지나친 노출과 기대감 조성은 실제로 손연재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데에 대한 후속보도가 아니라 대기업 스폰서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방송사와 미디어들의 의도적인 손연재 붐업 동참이라고 할 수 있다.

 

갈라쇼 타이틀 : 휘센 리드믹 올스타 2011 갈라쇼

 

이처럼 참 대단하신 스폰서의 힘은 전혀 엉뚱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다름아닌 신수지다. 그녀가 주장하고 있는 전국체전에서의 편파판정, 발목 부상이 악화되어 재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보여준 스포츠 댄스 실력의 아이러니함, 이런 것들이 과연 그녀의 올림픽 출전 여부와 그에 따른 체조계의 관심 분산을 우려한 자들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 체조계 자체가 이미 스폰서에 끌려다닐만큼의 천문학적인 자금 이동이 있었던것일까?

 

 

...

 

 

손연재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미디어도 속시원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스폰서들 역시 이번 런던 대회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섣부르게 정해두는 것을 꺼린다. 만일 성적을 정해두었다가 손연재가 그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게 되면 국민들의 관심은 손연재로부터 급격하게 멀어지며 식어갈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어리고, 이미지 역시 건재한 만큼 투자금 손실에 대한 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우려를 불식시킨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손연재의 스폰서 손익 분기점 대비 성적 기준이 실제 성적에서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일어날 일들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할 수도 있다. 스폰서는 이탈할 것이고 이탈한 만큼 투자에 익숙한 손연재의 성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은 훨씬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줄기차게 찍은 CF의 수만큼 그녀가 성적을 제대로 거두지 못할 경우 벌어질 여론악화에 대해 이미 이탈한 스폰서들이 지금처럼 그녀의 이미지에 실드를 쳐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언론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관심을 끊고 등을 돌릴것이다.

 

박태환은 최근 삼성과의 스폰서 계약이 끊겼다. 금메달이 계약 조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예전 김연아가 현 손연재 소속사에서 이탈했을 당시 벌어졌던 것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되는 여론의 악화가 걱정스럽다. 김연아의 경우는 유망주때 충분한 관심과 스폰서를 받지 못한 사례인데다 한국인으로서는 나오기 힘든 넘사벽의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스폰서 이탈에 따른 엄청난 여론 보복에 시달렸다. 손연재는 이에 더해 그녀의 성장 과정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이 걸려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여론 보복이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그녀에 대한 일찌기 유래없는 풍부한 지원을 시기하는 여론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마냥 잠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손연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 산업에서 정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성장 과정에 대한 투자라는 엄청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시는 이런 바람직한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만나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손연재의 실패는 그만큼 스폰서들의 투자 눈높이를 한층 높여줄 것이고 이는 채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 유망주가 더욱 많아짐을 시사한다.

 

 

모굴스키 유망주로 IB스포츠와 계약한 최재우

 

비록 가진 포텐셜만으로 이런 실험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손연재의 이번 실험은 손연재 본인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 산업에 들어오는 자금의 선진화 여부를 가늠할 운명을 짊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무겁다. 이번 실험이 비록 손연재의 외모나 상품가치 등 다소 빗나간 관점에서의 접근도 있었지만 한국 스포츠 산업이 결과 중심이 아닌 그 과정에 투자하는 풍토를 큰 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손연재라는 어린 소녀 한 명에게 한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맡길 생각은 없다. 그녀는 그저 스스로의 성공을 위해 성적을 내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다만, 그녀가 박태환이나 지금의 김연아처럼 스폰서가 빠져나갈때 나올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을 견뎌내야만 할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고작 소녀 한 명에게 한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한심한 스포츠 산업 풍토도 역겹긴 마찬가지다.

 

 

지금 손연재를 보고 손연재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쪼록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녀가 어떤 성적을 거두고 앞으로 스폰서가 빠져나간 뒤에 어떤 스캔들과 여론이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장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가 어떤 성적을 거두건, 그 성적을 거두기까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떤 특별대우가 있었던 지 간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떤 특별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좋은 성적을 담보로 빚을 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받은 특별대우라는 것는 비교대상이 된 다른 선수들의 처우가 경제 규모에 비해 훨씬 열악한 것이지 에초 우리나라가 이 정도 경제력을 갖춘 상황에서 응당 받을 수 있는 대우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복잡한 심정이지만, 손연재, 그녀의 선전을 바란다.

그리고 조금 더 순수하게 그녀의 선전을 기원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하다못해 스포츠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