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이라는 표현이 맞나봅니다. 유명한 논객들은 만 하루째 다들 침묵중이시고, 많은 지지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예상했던, 혹은 예상못했던 갖은 갑론을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 언제나처럼 특정 계파나 계층을 들먹이며 어떤 '원인'을 찾는데에 주력하고 있지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 뿐이에요.
우선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모두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이 결과는 생각보다 예측이 너무 쉽게 될 수 있었음에도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조금은 기적을 바랬었습니다. 지금의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까지 부정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젊은층의 투표율과 의외로 높았던 50대 이상의 투표율 역시 예상가능했음에도 우리는 너무 절박했었던거에요.
지금 뉴스에서 50대 이상의 분노가 표심에 표출되었다. 생각보다 젊은층 투표율이 낮았다라든지 이런 저런 얘기 나오는데, 다 빗나간 얘깁니다. 그렇게 잘 맞출거면 대선 전에 맞췄어야죠. 데이터가 나와있는걸 그대로 읇조리는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데이터 분석조차도 이번 대선의 본질적인 키워드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는걸요.
그래서 이번 대선을 뉴스에서 말하는것과 아주 다른 시점에서 분석해보겠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제 생각도 좀 곁들여볼까 합니다. 근래 안썼었던 길고 긴 공식성명이 될 듯 합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한번 들어보시죠.
..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
네 맞습니다. 이번 대선 야당에 엄청 유리한 투표율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야당이 이기는 게 맞고 사실 박근혜 지지자들보다 '문재인/ 안철수' 지지자들이 훨씬 더 많이 투표했습니다. 투표율이 70% 넘어가는 순간부터 박근혜 지지자들 표가 아닌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 표의 순수증가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근데 왜 박근혜가 이겼냐고요?
우선 75.8% 라는 최종득표율에서 70%라는 야당유리분기점을 뺀 순수 초과분 5.8%에 주목해봅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약 70.8% 의 투표율 속에서 이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생각한 분석 결과였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들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 5.8%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이 던진 초과물량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5.8%가 '문재인'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50대 이상의 무심한 투표 성향도, 그들의 분노어린 엄청난 투표율도 아니고
20,30대의 투표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서도 아닙니다.
단지 민주당이 너무 단순한 계산을 신기루에 묻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거에요.
...
박근혜의 지지율은 1년 전부터 움직이지 않는 말 그대로 부동(不動)층으로 유명했습니다. 박근혜에게 악재가 생기든 호재가 생기든 이 움직이지 않는 지지율은 몇 번이고 진보측 논객들에 의해 화제가 되었죠. 그 유명한 이 수치입니다.
45%
이 지지율은 박근혜의 거의 상징과도 같은 지지율이 됩니다. 늘 여론조사 조작을 의심받을 만큼 고정적인 지지율이어서 많은 조롱을 받게 되죠. 그런데 그만큼 또 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진보논객들로부터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낳게 했던 바로 그 지지율입니다.
안철수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지지율이 있죠. 많은 사람들이 자꾸 안철수나 문재인 지지율을 양자구도 단일화했을때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양자구도는 어디까지나 단일화 된 후 다른 지지자들이 섞인 결과입니다. 안철수의 바람이 꺼지고 지지층이 박근혜처럼 더 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던 단일화 직전의 지지율은 바로 이 숫자로 대변됩니다.
30%
당연히 문재인의 지지율은 이미 3자 구도를 기준으로 해놓은 상황에서 남은 수치가 되겠지요.
25%
이 숫자들을 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45 vs 30 vs 25 의 대결
일단 산술적으로 보았을 때 이를 양자 대결로 치완해보면 야권지지율은 55%, 여권 즉 박근혜 지지율은 45%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어디까지나 산술적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양자구도 여론조사는 좀 이상합니다.
산술적으로 누가 되든 표가 똑같이 모여야 하는데 문재인일때와 안철수일때의 총 득표율이 다릅니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본선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했었고, 지금 문재인의 패배 뒤에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온다고 합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사실입니다만 안철수라고 해서 반드시 이겼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안철수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실 때문이죠.
선거가 임박할 때 이탈한 지지자는 부동층이 되지 않는다.
단일화가 선거에 너무 임박해서 이루어져버린탓에 단일화와 동시에 사람들은 이미 지지 후보를 정해버려야만 했습니다. 후보들만 마음이 급했던게 아니라 유권자들도 마음이 급했던거에요. 그래서 이미 단일화 되었을때는 부동층 없이 3자 모두 위의 45 vs 30 vs 25의 대결이 이미 굳어져있는 상태였습니다. 거품이 없는 순수한 지지율이 말이죠.
그런데 안철수가 중도 사퇴를 했어요. 그리고 그가 가진 지지율은 다음과 같이 분배가 되었습니다. 다른 여론 조사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대략 이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문재인이 안철수 지지층의 60%을 먹고 박근혜가 20%을 먹은 형국이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0%정도가 부동층이 되었죠. 문재인은 이 부동층 20%를 잡기 위해 안철수의 지원유세를 곁들여 거의 필사적으로 이 부동층을 모두 흡수하는데 성공합니다. 안철수 지지자들 중 부동층이었던 사람들은 선거 d-3에 있었던 안철수의 본격 지지선언 제스츄어에 힘입어 모두 문재인 지지로 돌아섭니다. 그렇게 문재인은 사력을 다해서 안철수의 지지율 80%를 가져가게 되는데요. 이 부분이 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마디로 야권이 단일화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80%라는 것이고 나머지 20%는 반드시 박근혜에게 간다는 공식이 성립되었기 때문이죠. 끼워맞추기 같지만 계산은 지금부터 재미있어집니다.
자 다시 45 vs 30 vs 25로 돌아오죠.
이들 절대지지층을 두고 단일화 할 때의 득실비율 8:2를 대입해보겠습니다.
문재인으로 단일화했을 경우
문재인의 실제 지지율 25%에 안철수의 지지율 30% 중 80%에 해당하는 24% (30%*0.8=) 를 얻게 되어
문재인의 최종 득표율은 25%+24%=49%가 되고
박근혜는 실제 지지율 45%에 안철수의 지지율 30% 중 20%에 해당하는 6% (30%*0.2=)를 얻게 되어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은 45%+6%=51%가 됩니다.
박근혜 51% vs 49% 문재인!
놀라운 건 이 결과가 불과 한 달 전의 데이터만으로 예측이 가능한 산술적 수치였음에도
출구 조사나 실제 대선 결과와 큰 틀에서 일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철수로 단일화했을 경우를 볼까요?
문재인으로 했을 경우와 동일한 8:2 배분 형태로 보겠습니다.
박근혜의 실제 지지율 45%에 문재인의 지지율 25% 중 20%에 해당하는 5% (25%*0.2=)를 얻게 되어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은 45%+5%=50%가 되고
안철수는 실제 지지율 30%에 문재인의 지지율 25% 중 80%에 해당하는 20%(25%*0.8=)을 얻게 되어
안철수의 최종 득표율은 30%+20%=50%가 됩니다.
박근혜 50% vs 50% 안철수!!
...
근데 민주당은 왜 그랬나?
민주당은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데이터 신봉이지요. 2002년 10월 당시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의 노풍이 무색할정도로 정몽준후보에게조차 밀리는 10%후반대 지지율을 겨우 지키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3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이 단일화 경선을 노무현이 이기니까 놀랍게도 이 두 후보의 지지율합산 뿐만 아니라 잠자고 있던 부동층까지 한꺼번에 단일화후보에 달라붙으면서 지지율이 합산치를 훨씬상회하여 상승하는 기적을 불러옵니다. 그렇게 기대 이상의 압승으로 노무현은 승리를 거두죠.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에도 두 가지의 뼈아픈 착각의 실수를 저지르는데요 첫 번째가 국민경선의 포텐셜이고 두 번째가 단일화 시너지 효과의 과대망상으로 인한 아주 기초적인 계산 미스였습니다.
단일화가 될 경우 시너지 표만을 기대했을 뿐 해당 지지자들의 이탈표를 생각하지 못했고
그 이탈표가 부동층이 되지 않고 박근혜에게 그대로 흡수되어 굳어진다는 생각은 더 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단순 합산으로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비록 안철수보다 조금 밀리지만 양자대결에서는 둘 다 이길 수 있다고 나올 때까지 문재인의 지지율만을 올리는데에 박차를 가할 뿐 단일화 자체에는 소극적으로 임했던것입니다.
자신들도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요.
컴퓨터 회사 창업자 안철수는 누구나 풀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산술식으로도 문재인은 이기기 힘들고, 자신으로 단일화하더라도 이길까 말까 모르는 접전이 예상되는데, 이걸 모른 채 계속 문재인도 이길 수 있다며 단일화를 압박하면서도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말이 통했다면, 이념이 같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을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민주당의 말대로 투표율 70%를 넘기면 야당이 유리했습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표 즉 문재인 안철수의 표가 더 많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실제로 많았습니다. 표 중 55%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의 표였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졌습니다.
51.6% VS 48.0
...
혹자는 보수 대결집 효과라고 하고
적지 않은 20대가 문재인에게 등을 돌렸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50대의 소외감이 표로 반영되었다고 하고
여성 대통령론이 여성 지지자들을 끌어모았을거라고 하고
애국 보수 논객들의 설파가 결국 힘을 얻었을거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네 있었겠죠. 그런 이유 충분히 영향 있었을겁니다.
근데 제가 보기엔 그건 정말 극소수, 눈에 보이는 그냥 주변 사람 얘기들에 불과합니다.
큰 틀에서는 이미 2개월 사이에 두 후보, 크게는 세 후보 사이의 지지율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큰 손이 사퇴를 한 후
그 나머지를 서로 나눠가졌고
그 나눠가진 몫으로 누군가가 당선이 되었을 뿐입니다.
...
투표율 75.8%
야당유리기점 70%
초과분 5.8%...
안철수 지지율 30% 중 박근혜에게 간 지지율 6%
박근혜의 고정 지지율 45%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 51.6%
고정 지지율과의 차이 6.6%...
...
이렇게 된 것입니다.
더 쉽게 설명해드릴까요?
2002년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지지율 변화 추이 표입니다.
이 당시 민주당에는 이인제 대세론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이라는 후보가 '대안론'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었죠.
이인제는 양자대결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는데요.
...
만일 이 경선에서 이인제가 노무현을 누르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노무현과 똑같은 조건으로 모든 단일화도 성공시켜서 양자구도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 그 결과가 바로 2012년 대선에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모두 걸고 덤비지 않았습니다.
패해도 지금의 제 1야당 자리를 지켜내려고 했지 그것마저 모두 던지고 싸우려 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들의 생각대로 그들이 이겼던 대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이 흘러가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생각외로 모든 것을 다 걸고 덤빈 새누리당과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지고 산을 내려온 안철수에게
진 것입니다.
51대 49로 ...
2개월 전 예측할 수 있었던 수치 그대로...
...
더 못쓰겠네요. ....
휴우...
'공화국 공식성명 > 시사/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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