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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7 양학선 금메달에 들러붙은 승냥이떼들에게 고함!
posted by RushAm 2012. 8. 7. 23:23

금메달을 따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떤 기업은 아파트를 지원한다고 나섰고 어떤 기업은 전화통화에서 자사의 인스턴트 라면 상표가 나왔다는 이유로 라면을 평생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이 라면 업체를 향해 '라면 홍보하려고 꼼수부린다, 지원이 너무 박하다, CF를 찍게 하지' 라는 식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선수에게 어떤 댓가 없이 지원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네티즌들은 그 속내가 괴씸하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그 비난하고 있는 네티즌들 중에 양학선에게 지금까지 10원 한장 지원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양학선을 감싸고 돌며 뒤늦은 주인의식을 갖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방법이나 접근 자체가 약간 빗나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선수를 스폰스하는 것은 홍보효과를 노리던 말던 굉장히 힘든 결정을 요한다. 문제는 그 시기다. 지금 기업들을 비난할 포인트는 라면이라는 금액적 가치가 낮은 현물 지원 여부가 아니라 바로 양학선이 금메달을 딴 직후에 대부분의 스폰이 쏟아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힘든 결정이라는거, 그런데 당신들은 그 힘든 결정에서 너무 몸을 사리다가 떡고물만 바라는 추잡한 모양새를 보여버리고 말았다.

 

양학선 선수가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것은 올림픽이 개최되기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리고 양학선이 금메달을 노릴 만한 유망주라는 사실은 이미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때부터 체조계에 차고 넘치도록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때 당시 이 어린 유망주가 가정 형편에 신경쓰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도록 아주 작은 스폰의 손길을 내민 기업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올림픽 시작하기 직전까지 훈련수당을 집에 입금해야만 했다.

 

저 배경과 저 메달들을 보고 기업들이 망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비인기종목이다. 여홍철이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었고 그가 은메달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여홍철은 국민적 영웅이 되지 못했다. 오심에 울었던 양태영 선수와 그 난리통속에서 은메달을 딴 김태은 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 관심에서 멀어져버리고 말았다. 기업이 걸 수 있는 건 금메달 뿐이었고 그마저도 홍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보장할 수 없었다. 그만큼 주판튕기기가 시원스럽지도 못했을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의 이번 지원은 그 동기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그런데 이미 역사적인 금메달을 딴 지금까지도 큰 손, 이른바 돈이 넘쳐나는 대기업들이 양학선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처음 있는 일이니 얼마나 주판을 신중하게 튀겨야겠는가? 에초에 반드시 스폰을 해야할 사회적 의무도 없고 말이다. 어떻게든 투자한 만큼 남겨먹어야하는데 답이 안나오니까...

 

...

 

양학선 이전에 '김연아'가 그랬다. 김연아는 주니어때부터 피겨 전문가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최고의 유망주였고 이미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등의 시니어 무대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주면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직전까지 김연아를 공식적으로 스폰한 큰 손기업은 K모은행이 거의 유일했고, 금메달 직전에 세계를 거의 씹어먹을 수준으로 성장한 뒤에서야 하이트진로, 매일유업 그리고 삼성전자가 달라붙어서 콩고물을 털어먹기 바빴다. 지금 김연아가 스폰을 받고 광고를 찍고 있는 기업들 중 그녀가 연습장이 별로 없어서, 스케이트 살돈이 없어서 고생했던 과거에 관심을 갖고 나서서 투자했었던 기업은 없었다. 피겨는 그 이전에도 이렇다할 스타가 없는 비인기종목이자 무관심종목이었으니까 당최 샘플이 없으면 뭐 하나 하지도 못하는 ㅄ들이 주판 튕기기를 간단히 끝냈을리가 없었을테니 말이다.

 

 

기업들에게 고한다. '스폰'이란 그 선수가 얻은 걸 나눠먹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 선수가 아주 어릴때부터 가능성만을 보고 그 선수가 정상급 기량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뛰고 움직여주는 것을 우리는 보통 스폰이라고 말한다. 지금 스폰이라는 이름 자체를 더럽히면서 모든 걸 완성한 양학선에게 콩고물 털어먹을 궁리만 하는 역겨운 행태야말로 국민들이 제대로 보고 일침을 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한다. 기업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우리도 잘한 게 별로 없다. 비인기종목에게 뭐 하나 해준 것도 없으면서 금메달을 따오면 우리편, 못따면 죄인이라는 마인드가 몇십년째 그러지 말자는 캠페인만 벌일뿐 별로 나아진게 없다. 선수촌을 세금으로 운영한다고 그들이 우리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인드라도 가질 셈인가? 당신들이 인기 비인기 종목을 막론하고 아주 작은 가능성부터 관심을 가져준다면 기업들은 주판을 튕길 필요가 없다. 우리가 직접 돈을 내서 지원해주는것보다 작은 데서부터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선수들에게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금메달을 딴 양학선을 본다. 그의 과거도 이제서야 되짚어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의 그를 칭송하고 기업들도 지금의 그에게만 돈을 준다. 그래서는 안된다. 지금 선수촌에는 양학선 이상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인재들이 외적 요인으로 인해 그 미래를 부정당하고 있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양학선의 지금에 투자하고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양학선의 과거에 스폰을 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은 과거를 살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에게도 양학선과 같은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

 

스포츠 강국은 금메달의 과거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출발한다.

금메달의 영광을 나눠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국민들과 기업 모두

과거가 없이 금메달이 만들어질거라는 모순된 욕심을 이제 버리는 것은 어떨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