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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ushAm 2011. 10. 15. 13:32

메이저 리그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 그는 무려 현역시절 포함 50여년간 깨지지 않았던 통산홈런 기록과,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던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이 196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로져 메리스라는 선수에 의해 깨질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베이브 루스의 전설을 광신하던 사람들은 그 기록이 깨지는 것을 환호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을 시기하며 베이브 루스가 활약했을 당시의 경기 수인 152경기와 똑같은 기준에서 로져 메리즈의 기록을 평가해야 한다는 억지논리를 펴며 그의 신기록 경신을 드러내놓고 반대했다. 이처럼 팬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이 응원하고 믿는' 무언가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가 나오는 걸 원치 않는다.



울랄라 세션의 프로 논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출연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출연자에 대한 팬덤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 팬덤은 필연적으로 팬덤의 대상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피해의식에 따른 공격적인 행동 패턴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팬덤들이 그러는 거 하루이틀이겠느냔 말이다. 문제는 그 팬덤들의 초딩짓에 반응하는 일반 시청자들의 동요다. 아마도 이는 일반 시청자들이 '동일하게' 느끼고 있는 어떤 부분을 팬덤의 '허튼소리'가 아주 제대로 찌르고 들어간 모양인데, 모양새로는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울랄라 세션의 프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울랄라 세션이 이전에 음반을 내고 프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마 홍대 같은 소극장 공연에도 섰을 것이란다, 이처럼 충분한 실전 트레이닝이 있었던 만큼 다른 아마추어들과 경쟁하는건 반칙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공화국 공식성명이므로 글이 길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단지 글을 좀 짧게 마무리지으려는 목적으로 지금부터 그 논리를 펴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1. 울랄라 세션이 슈퍼스타K에 출연하기 직전까지 울랄라 세션이라는 그룹 이름을 들어봤는가?

2. 울랄라 세션이 냈다는 음반 인증샷을 직접 인증한 적이 있는가?
     (올리는 본인이 직접 얼굴 드러고 올린 인증샷을 말한다)


3. 프로 가수협회, 가수분과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등록번호나
   무슨 무슨 정품인증 씰 같은 타진요틱한 인증이라도 해봤는가?

4. 이들이 슈퍼스타 K 이전에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은 고사하고
   CJ계열은 물론 변방 종교방송에라도 TV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걸 본방사수했던 사람이 있는가? 혹은 나왔는가?

  5. 울랄라 세션이 메인 이벤트 행사 무대는 고사하고 홍대 클럽 같은 곳에서 발견하고
     그들의 활동 모습을 찍은 인증샷을 들이댄 적이 있는가?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이 TV에 나와서 '우리 홍대에서 음악하고 있어요'라고 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

  프로 가수는 프로복서처럼 따로 라이센스가 있지 않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누군가에 의해 그 가치를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 논란 전에 있었던 '프로 가수'라는 인증은 어떤 것이었을까? 필자는 대중문화는 '대중'이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마니아'들이 아닌 '대중'이 인지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문화적 가치가 냉혹한 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프로다. 언더 음반 시장이 거의 붕괴 측면에 도달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필자는 말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프로의 이미지와 울랄라 세션에게 들이대는 프로의 잣대는 모순되어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 모순된 잣대를 들이밀면서까지 이런 짓을 하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설령 울랄라 세션이 음반을 냈고 반칙도 했고, 소문대로 위암 4기도 거짓말이라고 다 드러난다고 해도 우리는 '문화 소비자'로서 매우 부끄러운 줄 알아야할것이다. 심사위원 대중들 모두 '프로'라고 의심할 정도로 시기할 만큼의 메이저급 실력을 가진 그 친구들을 우리는 아마추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테니까, 실제로 그들이 음반까지 내고 프로가수처럼 활동을 하려 발버둥을 쳤다고 해도, 우리는 그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들의 몸짓과 율동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랬던 우리가 너무 부끄러워 이제는 이들을 인정하려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중이 울랄라 세션에게 '반칙'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내가 지금까지 프로라고 생각했던 가수들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들을
대중문화의 주인인 대중으로서 발견해내지 못했던 미안함과...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금까지 인정해왔던 프로의 기준을
이들이 깨버리고, 혹은 이들의 실력에도 프로라는 타이틀을 주지 않았던
대중들의 고집스러운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일로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은
울랄라 세션이 아니라

필자를 포함한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우리 모두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