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입헌군주제가 아니기때문에 사실 이 입헌군주제 시스템에 대해서 잘 이해하기 힘들고 설명을 들어도 와닿지 않게 된다. 대통령제와 수상, 총리제를 채택하는 국가의 시스템은 그 위에 누군가가 있느냐 없느냐일뿐 딱히 큰 차이가 없는 편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정상회담에는 총리나 수상이 나선다. 그리고 그 총리나 수상은 사실상 입헌군주제의 국왕의 대리인이 아닌 대통령과 실질적 동등 관계에서 회담을 진행한다.
대통령은 당연히 자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보수적인 발언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물론 국제 정세를 고려하지 않고 막말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자신의 정치적 소신(보수냐 진보냐)를 가지고 외교상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물론 입헌 군주제의 수상이나 총리도 같은 입장을 지닌다. 입헌군주하에 있긴 하지만 엄연히 민주주의에 기반해서 뽑힌 나라의 정치수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입헌군주제의 국왕은 어떨까? 그들은 공식석상에서 어떤 발언 성향을 보일까? 일단 발언을 잘 하지 않는다. 국왕은 나라에서 제일 짱먹는 사람이고 모든 국민들을 대표하는 NO.1의 위치다. 한마디로 진보냐 보수냐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위치라는거다. 지금의 총리가 어떤 정치를 하던 관여해서는 안되는 위치다. 한마디로 입헌군주제의 국왕은 한 나라의 수장이라기보다 UN사무총장이나 카톨릭 교황과 같은 입장에 가깝다. 권위나 위치가 그들과 맞먹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부로 특정 성향에 대해 언급할 수도 없고 자신의 생각이나 색채를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위치가 그렇다. 그렇다고 이게 그들이 왕으로서 권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한 마디가 민주주의에서 선출된 총리나 수상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말을 삼가는 것 뿐이다. 권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거다.
따라서 대통령은 가급적이면 입헌군주제 국가와의 외교분쟁에 있어서는 총리나 수상이랑 노는 게 현명하다. 국왕을 무서워하라는 말이 아니라 별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어느 쪽을 편들고 싶지 않기도 하고 어느 쪽을 편들던 자국에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국왕들은 이 세상과 한참 단절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 지금 총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금 수상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 유력 언론사 말단 기자보다 훨씬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입헌군주제 국왕은 자국의 정치상황과 심각하게 단절되어 있는것이 일반적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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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통령 후보가 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며 가급적 어떤 성향에도 치우치지 않는 보편적 사고방식을 말에 담아내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어떤 특정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기보다는 굉장히 평화적이고 원론적으로 해결한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내곤 한다. 이러한 태도는 대통령이라기보다는 마치 입헌군주제의 국왕이 보여줄법한 모습이다. 어떤 정치성향도 드러내지 않은 채 매사 발언에 신경을 쓰고 행동에 큰 의미가 부여될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그렇다. 아마도 그는 입헌군주제에 진배없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역시 발언이 조심스러운데에는 세상과 상당히 단절되어 있어서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모르고 있어서 생기는 무식에서 발로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나라는 입헌군주제가 아니다. 입헌군주제를 꿈꾸고 입헌군주제같은 대통령의 역할만을 할 것을 꿈꾸는 후보는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이미 경험상 헌법을 위배하는데에 익숙해져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그는 지금의 대한민국 대통령제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임에는 확실한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보다는 어디 섬이라도 하나 사서 왕권국가라도 세우는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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