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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7 KTX 사고원인, 정비 불량, 설계 결함만이 아닐수도 있다!? 4
posted by RushAm 2011. 7. 17. 19:25
'알림 : 현재 연재중인 아이돌 기획사 열전 시리즈는 현재 JYP편이 조사, 집필중에 있으며 다음주중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조사에 시간이 걸려 집필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최근 KTX의 고장 소식이 잦습니다. 항간에는 KTX산천의 무리한 국산화가 화를 불렀다느니 코레일의 무리한 인력 감축에 문제가 있다느니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 정비라는게 불량이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열차 시스템이라는게 생각보다 지금만큼 불량률이 많이 나오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더구나 불이 나고 멈춰서고 이정도의 불량은 정말 장난아닌거죠,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면 말입니다) 정비가 소흘했다면 사고 원인이 '추측'이 아닌 확실힌 이유가 잡혀서 정비 인력을 늘이는 발표가 코레일측에서 있어야 하는데 벌써 반년 이상 사고가 매달 몇 건씩 계속 나고 있는데도 코레일이 꿈쩍도 안하고 있거든요. 아무리 공무원 출신이다 업무태만이다 뭐다 해도 눈앞에서 기업 이미지가 깎이고 있는데 아무짓도 안하는 기업이있을리가 없습니다.

수수방관?


그래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현장 지식을 총동원해서 추리를 해봤죠. 일단 한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KTX산천, 기존 KTX 승차를 해봤고, 사고 선로 분석도 해봤지만 좀처럼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사고 일지'를 보고 머리를 탁 스치는 게 있었습니다.

KTX 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시승때문에 예매사이트에 들어가 예매를 하던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름아닌 새로운 60X대 차번호가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이 차번호는 묘하게 서울 대전 구간에서 다른 열차보다 약 30분이나 딜레이를 발생시켰습니다. 게다가 정차역은 광명이 아닌 영등포, 수원 등 경부본선을 이용하는 기존선이었죠. 왜 이런 미친 편성을 넣었나 싶어 조사를 해봤는데 이런 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의 KTX 주요 사고 일지입니다

▲2011년 5월14일 = 천안ㆍ아산역에서 KTX-산천 고장, 20분 지연

▲2011년 4월19일 = 천안ㆍ아산역에서 KTX-산천 고장, 20분 지연


▲2011년 3월20일 = 동대구발 서울행 KTX-산천 통신장애로 18분 지연


▲2011년 2월26일 = KTX-산천 김천구미역 인근서 기관고장..39분 지연


▲2011년 2월11일 = KTX-산천 광명역 일직터널서 첫 탈선사고


▲2011년 2월6일 = KTX-산천 부산역서 배터리 고장, 열차 교체


▲2010년 12월25일 = KTX-산천 논산 연산역서 동력장치 고장‥25분 지연


▲2010년 11월11일 = KTX-산천 천안아산역 인근서 난방기 고장


▲2010년 10월27일 = KTX-산천 천안아산역서 모터블록 고장


밑줄치면 또 허위사실 유포 지랄할까봐 그냥 씁니다.
뭐가 문제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이제부터 차차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등포역 경유가 왜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

참고로 영등포역 경유해 본선을 이용하는 편성은 하루 2대 편성, 601과 607편성입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잘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두 편성이 고정차량배치가 되느냐 아니냐는 것이죠. 다시말해 만일 영등포역 정차를 위해 KTX중 일부 편성을 경부본선에 달리게 한 게 문제의 원인이라면 바로 이 601과 607편성만 지금까지 사고가 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잘 아시는것처럼 호남선 논산구간에서도 사고가 접수되었고 지금까지 사고 중 거의 대부분은 본선이 아닌 고속전용선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 두개 편성이 지금까지의 사고를 일으킨 원인이 되고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보이는데요.

하지만 문제의 601,607의 객차 편성, 동력차 편성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음은 최근 5일까지의 차량 편성 정보를 볼 수 있는 코레일 제공 물류정보사이트의 객차 편성 정보 검색 화면입니다. 여기에서 최근 5일까지의 601편의 객차, 동력차 편성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검색결과 아래 차호 라고 써있는 6자리 숫자들에 주목해주세요)

7월 14일자입니다.


7월 15일자

7월 16일자

7월 17일 오늘자입니다.



뭔가 감이 잡히시나요? 그렇습니다. 최근 4일간 이 601열차는 단 하루도 같은 열차가 중복된 적이 없습니다. 매번 다른 열차로 쓰이던 열차가 601번을 달고 운행했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601번이 다른 곳에서 이미 쓰인 열차가 편성되고 또 601번으로 쓰인 편성이 다른 고속전용선 편성으로 다시 빠지는 순환식이 되면 이 601번으로 달렸다는 것이 이번 사고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적될 단서가 매우 희박해집니다. 한마디로 영등포역 정차가 지금까지 사고가 난 것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난 열차의 대부분이 601번 구간 즉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기존선으로 달리고 대전부터 고속선으로 달리는 구간이 되어야 하죠.

17일자 601번에 편성된 객차 중 하나인 101012번은 서울에 도착한 즉시 132편으로 편성변경되어 고속전용선 열차로 투입되었다

마찬가지로 7월 14일에 투입된 동력차 100152번은 오늘 137번으로 편성이 변경되어 고속선에 투입되었다 이런 식으로 교체 투입되는 패턴 역시 어떤 규칙이 있는게 아닌 마구잡이 편성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서울 대전 구간이 문제가 되는지는 많은 철도 매니아 분들의 지적대로 이 구간이 정말 많은 노후화와 타 열차의 공동화로 선로 질이 매우 나쁘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실 광명역이 탄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열차는 서울역부터 신길역까지는 기존선 바로 옆, 새마을 무궁화호 등이 쓰는 본선을 달리다가 도중에 광명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속전용선구간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신길역은 영등포 바로 전역인데요. 영등포역 정차를 위해서는 영등포역에 분기점을 하나 더 만들어 지금 신길역에 있는 분기점을 영등포로 옮겨야 하고 그러려면 정말 많은 건물들을 허물어서 새로 철도를 준설해야만 합니다. (약 3~4킬로정도 될 듯합니다) 당연히 영등포 도시 심장부를 지나는 이 플랜은 가능했을리가 없죠.

그래서 영등포역에 정차하기 위해서는 영등포역에서 수원을 지나 당시 기준으로 대전까지는 그냥 기존선을 타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수원시와 영등포구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텐데요. 왜 기존선을 그대로 타고 올 수밖에 없냐면 기존 전철 맨 가장자리를 달리던 신길역과는 달리 영등포역부터는 복복선 중앙을 달리게 되기 때문에 영등포역을 이미 떠난 상태에서 역 터미널 아닌 선로 중간에서 선로변경 공사를 할 경우 기존 인천행이나, 수원행 전철들과 시간계산을 다시 복잡하게 해야하거나 심한 경우 지금도 정체현상이 벌어지는 수원 구로간의 전철들을 KTX의 중간선로변경을 위해 올스톱을 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미 수원까지 온 상황에서는 광명역도 광명역에서 출발한 KTX전용선로도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기 때문이죠. 백번 양보해서 수원에서 출발해서 고속선으로 합류하는 선로를 깔더라도 고속열차에 '도중합류' 구간이 생기는것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자살행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 심하게 양보해서 선을 '천안아산'역까지 새로 깐다고 한들 천안아산역은 '터미널'역이 아니기때문에 합류에 많은 설계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죠.. 단지 '영등포역'정차라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기존선을 150km이상 달리게 만드는 미친 짓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노후도가 상당한 서울 수원 구간에 다른 열차와의 간격 유지가 지금도 힘든 구간에 장대열차 2배 길이를 자랑하는 ktx가 선로에 갖은 부담을 주며, 기존 열차와 차간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 제어해가면서 말이죠. 고장이 안 날리가 있겠습니까?

우연의 일치일까? 코레일은 얼마 전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국철 '1호선 광명역'을 신설해 운행중이며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천안 이남의 수도권 전철을 대전쪽이 아닌 장항선 라인의 온양 신창쪽으로 틀었다. 물론 이 새로 준설된 복복선전철은 천안아산역을 바로 지나게 되는데, 이게 정말 접근성만을 생각한 조치였을까? (사진은 천안아산역 공사 당시 모습, 전형적인 선로형 역사임을 알 수 있다)



KTX 산천의 결함?

최근 KTX의 사고는 KTX산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근거로 언론들은 KTX산천의 설계 부실을 꼬집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 역시 근거로 들기는 매우 희박합니다. 왜냐하면 KTX산천은 처음부터 KTX 2단계 구간 개통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었던 KTX2프로젝트 (서울부산 2시간)의 일환이었기 때문입니다. 천성산 문제로 완공되지 못했던 대구 부산간 고속전용선이 준설되면서 KTX가 제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밀양역 정차 등 정계 지자체의 중간정차역 정차 요구가 맞물리면서 이를 지키기 힘들게 되자 KTX의 국산화 프로젝트에 한발 더 나아가 최고속도를 350km도 높이는 프로젝트를 감행했던 것이죠. KTX산천은 이미 350km 테스트 성공은 상용운전 3년 전에 해냈으며 그동안 수많은 테스트 운전을 합격한 차량입니다.

시험운전 당시의 모습, 이게 벌써 3년도 넘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KTX산천이 처음 개발 당시와 테스트 당시의 계획과는 달리 '본선 구간'을 달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에 제시한 의혹대로 영등포역에 정차하는 '601','607'의 차량이 고정편성이 아니게 되면서 KTX산천의 차량이 투입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었는데요. 이 KTX산천의 고장에더 큰 문제는 사실 영등포역이 아니라 12월 15일 완공된 경전선 복선전철화 공사 완료로 인한 KTX 마산 편성의 대폭 증가에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마산 편성은 대구에서 이미 기존선을 이탈하여 삼량진까지 경부선을 운행한 후 경전선으로 가야만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듯 싶고요. (동일 편성에서 새마을호와 불과 3분밖에 소요시간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총합 140km를 다시 기존선으로 달려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KTX산천은 처음부터 2단계 개통에 맞춰 100% 전용선에서 서울부산 2시간 주파를 위해 만들어진 녀석이기 때문에 초기 기존선을 다수 공유해야만 했던 KTX1이 기존선에서의 주행 테스트에 오랜 시간을 들였던 것에 비해 KTX 산천은 기존선 테스트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야 할 필요성도 없었던것이죠.

이건 물론 결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KTX산천이 기존선 테스트를 소흘히 했다고 몰아붙일 수도 있는것이죠. 사실상 편성 공유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 급격한 감원으로 인한 정비 소흘을 야기한 코레일측의 정책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3년 전까지만해도 계획조차 없었던 KTX의 영등포역 정차와 마산역까지의 기존선구간 연장투입, 그리고 그 열차들이 KTX1만이 아닌 KTX 산천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은 왜 지금의 언론 그리고 정부가 '코레일'의 정책적 문제만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저같은 아마추어조차 단 한번쯤은 '해당 차량'의 주행 이력 (일반인은 5일밖에 추척을 못하지만 그들은 몇십년전까지 추적이 가능함에도)을 의심해보고 이렇게 조사를 해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코레일에 근무하는 베테랑분들이라면 더욱 확실한 원인을 밝히고도 남았을텐데, 왜 매번 사고만 나고 원인 파악과 그에 대한 발표는 속시원히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무궁화호의 객차 화재 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열차는 2003년 디자인리미트사 (구 해태정공)가 공급한 무궁화호 마지막 신조 차량으로, 당시 디자인리미트사가 이를 공급하면서 철도청에 당부한 운행상의 주의점이 있었는데 (기존 열차와 호환성이 약하므로 가급적 신조만을 단일 편성할 것) 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철도청이 철도공사, 코레일로 속속 민영화 수순을 밟아나가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편성이 신조와 구형이 흔재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이런 편성이 시작된 이후부터 신조 무궁화호는 잦은 흔들림과 더불어 차량환기부시설에서 고무 탄내가 올라온다는 제보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해당 사고차량 역시 2003년 신조 무궁화호로 당시에는 흔재편성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코레일이 얼마나 차량에 대한 기술적 정보에 무지하며 현장 관리에 무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KTX산천의 기존선 운행 결정 역시 엔지니어측의 경고를 묵살 혹은 무시했을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수 있는 훌륭한 근거가 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왜 마산역에 KTX가 그렇게 다수 편성될수밖에 없었는지, 왜 갑자기 영등포역에 KTX가 들어올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한 정치적 내막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편성정책으로 인해 KTX산천의 설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존선을 140km이상 달리게 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서 차량이 문제가 생기고 결함이 발생해도 위험을 각오하고 탈 수밖에 없을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그리고 이런 사고들이 왜 '의혹'만이라도 당시 영등포역 정차와 마산역 정차가 원인이 아닐까하는 의견개진을 하는 언론이나 정부부처가 왜 단 한곳도 없을수밖에 없는지 모든 책임을 열심히 KTX의 국산화에 힘쓰고 주어진 조건에 맞게 개발해놓은 KTX국산화 개발진들에게 쏟아내는것일까요? 

간접적인 원인이라 할지라도 영등포역 정차 탓 아니냐?, 마산 운행 탓 아니냐는 의견이 화제가 되어버리는 순간 이를 공약하고 추진했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입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겠지요. 이미 현장에서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런 사고들이 단지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음에도 조사결과를 묵살 혹은 쉬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이 나라는 미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권력, 정당의 권력이 국민의 목숨보다 우선시되는 나라에 뭘 바래야 할까요?


제발 오늘도 무사히입니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