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판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12.19 정당해산심판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변론 18
posted by RushAm 2014. 12. 19. 03:24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밝혀둘 것은 본인의 정치 성향은 통합진보당이랑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새누리당과도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는 꼭 어느 한 쪽의 정치성향을 택하지 않으면 반대편 적으로 모는 이상한 이분법 적대적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꼭 누군가를 지지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이러한 압박감이 국민 모두를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이끌어 1번을 찍게 만드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니 자처하고 아무튼 본인은 이 둘을 모두 지지하지 않지만 무당파도 부동층도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나서 시작하고자 한다.


1. 정당해산심판청구는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그 주체가 대한민국 법무부가 될 수 밖에 없어서 다소의 논란거리는 있지만 적어도 이들이 누군가의 아버지처럼 초법적 사태를 일으키는 건 분명히 아니다. 나 역시 새누리당과 지금의 정권을 그다지 좋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분명히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는 나라다. 그것을 단지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 만일 이게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진즉에 정당해산심판청구의 기초가 된 위헌정당 해산제도라는 것 자체가 없어졌어야 했지만 그 또한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자체를 가지고 지금의 정권이 해산 청구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인 쪽으로 비판을 몰아가서는 매우 답이 나오기 곤란하다. 문제는 그 내막이고 실체다. 통합진보당이 대표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코너에 몰리니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2. 그렇다면 정당해산심판청구의 이유가 무엇인가?


위헌정당 해산제도에 대해서 먼저 자세히 알아보자




위헌정당 해산제도란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려는 비민주적 정당의 조직적 활동으로부터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헌법 보장 제도를 말한다. 방어적 민주주의에 기반을 둠으로써,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거나,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을 막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위헌정당이란 크게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다 '비민주적 정당'과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정당'을 두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여기에 해당되는지를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시점에는 헌법재판소가 그에 상응하는 판결을 내릴 것이다.


법무부가 내세우는 통합진보당 해산의 근거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수사 사건에 따르고 있다. 여기에서 이석기 의원과 RO조직원의 내란음모와 RO조직의 실체성에 대해 항소심 무죄를 받은 상태다. 뭐 그들이 실제로 내란음모를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지 아무튼 판결이 그렇게 나왔다. 그런데 법무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통합진보당'이라는 당에서 '내란음모'라는 키워드가 나왔으니 이는 앞서 위헌정당 해산제도의 두 가지 키워드 중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 에 그 의의를 두고 이들 정당을 해산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선 지금은 법무부가 내세우는대로 RO조직과 내란음모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게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충분히 갑론을박을 하고 계시기때문에 이 단락에서 필자가 보탤 수 있는 말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다만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 에서 '행위'라 함은 실제로 이루어진 어떤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긴급조치를 발동한다던지 계엄령을 선포한다던지 등의 행위 역시 사실상 이 나라가 독재정권이 한 번도 없었다는 역사적 기록대로라면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행위'를 실제로 보여주었던 당시 여당들이 있었다.


그들 스스로 이 소송이 촉발된 이유가 '내란음모' 사건 즉 '음모', 다시말해 '범죄사전공모'에 있었다면 이것을 과연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인지가 이번 소송의 가장 큰 핵심사안이 될 것이다. 거기에 그 '범죄사전공모'라는 이른바 추상적 공모를 '행위'로 간주했을 때 통합진보당의 모든 당원들이 당론으로서 이를 정하고 행위에 옮기는데 동조하고 협조했다는 증거가 나와야만 한다. 그리고 그 행위가 실체화된 사건으로서 한 번 이상의 시도 및 성공 혹은 실패 사례로서의 사건 기록이 있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바로 지금 사례가 그나마 없어서 세계에서 탈탈 털어서 고작 세 개 나온 정당해산심판청구 사례 중 하나인 독일의 사례 때문이다. 독일에서 정당해산심판청구에 의해 해산된 독일 공산당은 내부에 스파르타쿠스라는 내란음모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통합진보당이랑 비교가 되는데 사실 무려 60여년 전의 냉전시대 국가와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 자체도 다른 사람들 말마따나 기가 찰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적어도 그들은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스파르타쿠스단 반란 재연


독일 공산당의 전신이자 독일 공산당이 창설된 이후에도 내부 조직으로 활동해왔던 스파르타쿠스단은 독일 공산당이 창설된지 1년만인 1919년에 스파르타쿠스단 반란 사건을 실제로 일으켰다가 실패한 전력이 분명히 있다. 즉 한국의 헌법으로 계산해봐도 '행위'로서 치부할 만한 피할 수 없는 증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그 행위가 정당해산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지금의 통진당 해산 청구처럼 단지 계획 단계의 증거들을 가지고 몰아부치는 식의 진행이 되었지만 적어도 모양새에 있어서는 해산의 명분을 갖춘 셈이 되므로 독일은 이 역사에 다른 나라가 뭐라고 할 지언정 나치의 흑역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흑역사로 치부하지 않을 수 있는 당당함을 갖출 수 있다.


일단 지루하기 짝이 없는 팩트는 이렇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입을 열고 있는 누구도 헌법재판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더욱 관심을 갖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헌법재판관이 아닌 자들이 떠들고 있는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통합진보당 해산의 필요성'이다. 



3. 정말 통합진보당은 해산청구를 해야 할 만큼 무쓸모한 정당인가?


새누리당은 항상 당론으로 통합진보당을 비판해왔다 그 키워드는 '빨갱이 정당', '북한을 찬양하는 정당', '태극기를 걸지 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정당' 이라는 사유다. 이런 정당이 국회에 있어서는 되느냐는 것이 그 논리다. 대부분의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이 논리에 동감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고 굳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아니더라도 이들 논리에 동감하는 사람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정당 해산의 사유가 될까? 앞서 서술한 위헌정당 키워드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비민주적 정당'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정당'


새누리당은 자유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말하는 정당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내막은 어찌될지언정 파시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글귀를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적 가치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희생 그리고 책임정신을 ...(후략)




보다시피 새누리당은 자유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정당이다. 자 그렇다면 정당은 어떤 조직인가 정당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이다(정당법 제2조)


자발적 조직이라는 정의를 썼다. 많은 국민들이 착각을 하고 있지만 자발적 조직이라 함은 국가가 법적으로 돈을 주든 말든 상관없는 자유로운 조직임을 의미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얼마든지 1인으로 정당을 만들 수도 있고 정당법에 의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정당의 정의 그리고 자유에 있어서 국회의원이 몇 명 있는지, 그리고 그 국회의원 수에 따라서 세금을 받고 있는지 못 받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당법은 부칙으로 세금을 받고 있는 정당에게는 특별한 제약이나 별도의 정의를 만들어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을 하나의 정당이라고 생각해보자 참고로 필자의 방에는 365일 태극기가 걸려 있다. 아래집 아저씨는 국경일에는 반드시 발코니에 태극기를 계양한다. 그 아래집에 사는 젊은 부부의 집에서는 태극기를 계양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필자는 애국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고 아래집 사람은 빨갱이가 되는가? 그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가정은 '개인의 사조직'이며 국민의 강제 의무를 제외하고 난 뒤에는 국가보다 우선하는 조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정당을 '국가 조직'으로 보는 시각에서 문제가 출발한다. 정당은 '그들의 집'이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당법이 정해놓았다. 국가한테 허가받고 설립하는 조직도 아니며 누구나 조직할 수 있고 해산할 수 있다. 하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당이 많다보니 정당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들로 인해 이 정당에 대한 이미지가 막대하게 왜곡되어 아마 지금의 통진당에 대한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통합진보당이 '국회'에 출석했을 때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았다거나 '국회'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우리는 저 태극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내립시다' 라고 주장했다면 적어도 새누리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사조직'은 정치적 제도장치가 발휘되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하는 공식 행사에 애국가를 불러야 할 이유도 태극기를 걸어야 할 의무도 특별히 없다. 


사기업과 사조직이 팀을 만들어 맞서는 스포츠 경기에 국민의례가 있는 나라.


어쩌면 야구 경기 시작하기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하는 미친 짓 때문에 벌어지는 집단적 착각이 불러온 최면 효과가 아닐까 하는데 새누리당이 당 내부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건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이 나라에 필요한 정당'임을 그것만으로 증명할 수 없듯이 통합진보당이 '당내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를 걸지 않는다고 해서 '이 나라에 필요하지 않은 정당' 이라는 결론에 봉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 방에 365일 태극기가 걸려 있다고 해서 국경일에만 골라서 태극기를 거는 아래집 아저씨보다 내가 더 애국자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될 수 없다. 그것은 한낱 국가적 상징물로서 대변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정치 성향이란 애국가나 국기 정도로 알아챌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인의 자유에 맡길 부분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고 있는 정당이 과연 누구를 말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한 장면 독일군 기총수가 벙커에 숨어 있다가 연합군에 포위되자 웃으며 미국 만세를 외치다 다급하게 미국의 국가를 부르며 자신이 독일 사상이 아님을 강렬하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합군은 그의 모습에 연민을 느껴 그를 풀어주지만 그는 곧바로 독일군에 합류하여 그를 살려준 연합군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


자 여기까지는 어떻게 이해해주실 분들이 조금은 생길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마 여기까지 이해를 하시던 분들도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의 정책에 동조하는 정당'이라는 키워드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실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빨갱이 정당이라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오랜 기간 터부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당이 진짜 빨갱이 정당인지를 떠나서 우리나라에 빨갱이 정당이 있어서는 안될 이유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대한민국에 빨갱이 정당이 있어서는 안될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회라는 조직은 국가정책 및 법을 입법하는 중요한 조직이므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책이 발의될 수도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빨갱이, 즉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자들은 있어서는 안된다'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그런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서 내부를 혼란시켜서 내란을 일으킬 기반을 마련하고 그 틈을 타서 북쪽 애들이 우리를 꿀꺽 해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첫번째 주장에 대해 필자는 단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다.




'그럴거면 이북 5도청은 왜 만들어놨나?'


...


우리나라는 이북5도를 우리 땅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북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헌법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며 그들을 김씨 일가가 불법으로 정치적 조직을 만들어서 점령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헌법 상으로 극우 사이트에서 누차 인용되듯 북쪽은 '우리 땅'이며 우리가 신경쓰고 관리해야 하며 어떻게든 우리의 영향력을 더 넓혀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것도 엄연히 국민 그리고 국가가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중요한 임무일 것이다.


어떤 지식이든 한쪽의 사상에 얽매여 편중되어서 채득한 지식과 양쪽 귀를 열고 양쪽의 사상을 모두 받아들인 스테레오 타입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헌법대로 이북 5도를 도청까지 만들어가며 확실한 우리나라로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면 이들 이북 5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하는 제안이 한쪽으로 편중된 이념이 아닌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성이 있지 않은가? 왜냐하면 우리 땅이니까 헌법이 정한 우리 땅이지 않은가?


일베가 그리는 대한민국 지도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 중에 이북 5도를 우리나라 영토라고 심정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북한을 진심으로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심지어 극우들은 대한민국 지도에서 이북 5도는 아예 그리지도 않는데...일베에서는 심지어 전라도까지 대한민국 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며 이북 5도를 우리나라 땅으로 헌법에 규정한 나라라면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시궁창이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북 5도를 지역구 차원에서 현재 상황과 의견,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에 큰 손해를 안겨다줄 일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적어도 아예 이북 5도를 (지역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 심정적으로 우리나라 영토라고 고려조차 안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회의원들보다 이북 5도의 현제 상황과 앞으로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 국회에서 누구보다 더 확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그 정당 구성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당 자체의 존립 차원에서 그런 이유로 한국 정치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당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그들의 정책이 이북에 있는 김씨 세습 불법 통치 세력의 의견과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빨갱이로 입을 틀어막고 처단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1차적으로 지금의 국회의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단 6석의 국회의원이 294명의 국회의원들을 모두 회유해서 북한에 유리한 정책에 동조토록 만드는 밀알이 될 만큼 지금의 대한민국 이념이 허투르지 않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6명 소수당의 국회 내의 분란을 막지 못한다는 것도 우습거니와 행여 6명에게 294명이 당했다는 것은 그닥 동정을 받을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창피한 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그들이 이런 일을 막기 위해 6명을 국회에서 몰아내려고 한다면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정체성이 마치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에 속아넘어가는 거마대학생만 못한 모레알 수준이라는 것이 인증될까봐 겁을 먹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정책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면 그대로 두는 게 맞다. 이북 5도 대표로서 이만한 당이 없다. 만일 그들의 정책이 북한의 정책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쪽수로 일축시켜라, 그들이 국회 내에서 물을 흐리려 한다면 얼마든지 국회선진화법으로 저지해야 할 것이다. 혹 그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정녕 해서는 안될 범국가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 법으로 엄히 다스리면 될 일이다. 김일성을 찬양한다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입을 다물게 만들어라 그게 민주주의이며 이북 5도를 우리 영토로 인정한 헌법에 기반한 국회의 참모습일것이다. 


왜 대한민국 거대여당이 고작 6석 얻은 통진당 나부랭이에게 쫄아서 쫒아내지 못해 안달을 내는 것인가? 당신들이 할 일은 그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그들이 국회에서 주장하는 것을 당신들이 더 좋은 주장으로 반박하여 그들의 입을 닥치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들이 하는 짓은 '아 귀찮아, 우리 일하기 싫으니까 그냥 쟤들 꺼지라고 해'라는 태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누군가가 RO조직을 결성했거나 내란음모죄를 저질렀거든 그 국회의원을 제명시키고 법에 따라 그 '국회의원'을 처벌하면 될 일이다. 마치 누구 한 명이 국가에 죄를 저지르면 삼족을 멸하는 중국 삼국시대처럼 그 당의 국회의원 몇 명이 중대한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그 당을 뿌리째 뽑아 없에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매우 전 근대적이고 위험하며 그 논리에 동조하는 자들을 지극히 겁쟁이로 보이게 만들기 충분하다.


...


작금의 이런 모든 발상은 '귀차니즘'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학창 시절에 주입된 것 이상의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을 점점 귀찮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통합진보당이 빨갱이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냥 빨갱이라는 몇 가지 키워드만 있으면 그냥 빨갱이구나 하고 당연히 사라져줘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놀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가세한다. 그들은 정책과 확고한 이념을 더욱 더 열심히 연구하고 이끌어나가서 북한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굳건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힘을 써야 하는데, 북한보다 10배 많은 국방비를 쓰는 나라가 북한군의 노크 두 번에 전군이 패닉에 빠지고, 북한 소행이라면 뭐든지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앵무새처럼 북한에게 당했다며 국민들에게 동정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 여기에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정당과 맞서서 우리의 이념이 훨씬 우수하다는 정책대결로서 이기려 드는 것조차 귀찮아 그냥 빨갱이 낙인 찍고 내쳐버리는 방바닥 긁는 폐인보다 게을러빠진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나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러니 부탁 좀 하자 지금의 대한민국이 북쪽을 강제점거하고 있는 저 허튼 새끼들의 정치, 군사, 이념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여, 대한민국 정부여, 그들을 당신의 능력으로 이겨내라! 비겁자처럼, 우리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처럼 정신승리하듯 그들을 내치는 것으로 당신들의 능력을 발휘했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의 북한이 틀렸고 지금의 북한보다 우리가 더 강하고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증명받고 싶지 않다. 그런 식으로 증명하는 걸 지금 우리 세대에서는 '찌질하다'라는 표현으로 가장 저급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취급을 받기가 싫다.


필자도 사실 통합진보당 그들의 정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다. 그러니 부디 여야 국회의원들이여 찌질하게 빨갱이 딱지 붙이고 소문내서 쫒아내는 찌질이짓좀 그만하고 정책 대 정책으로 그들의 정책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국회에서 즈려밟아줘라, 같은 의미로 우리나라 군대가 북한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이고 전작권 연장이나 대북전단 풍선 따위가 아니라 우리 힘으로 능히 북한의 도발을 언제든 막아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그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찌질하지 않은 방법이지 않겠는가? 북한에게 해킹을 당했다면 '북한이라 어쩔 수 없었쩌염 뿌잉뿌잉' 해대는 액티브 엑스 같은 싸이코짓 말고 북한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막강한 보안 체계를 갖춰서 두번 다시는 북한이 해킹은 커녕 들어올수조차 없도록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 이 나라를 위한 길이 아니겠냐는거다.



보수단체들이 정말 좋아하는 이론 중의 하나가 '메기 이론'이다. 국민들을 어떻게 하면 더 부지런하게 일시켜먹고 쥐어짤 수 있을까에 악용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필자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존재가 지금의 정치판에서 어장 속 메기같은 존재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국회에 있는 그대들이여, 자신들을 미꾸라지라고 생각하고 고작 한마리의 메기한테 먹힐까봐 벌벌 떠는 인간들인가? 당신들이 몽땅 잡아먹히든 말든 우리에겐 지금 그 메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당신들은 어장 속에서 긴장 없이 죽어가며 대한민국이라는 어항의 물을 썩게 만들 존재들일테니까 말이다. 우린 그때 되면 메기 따위에 겁먹지 않는 참치급을 어장에 넣을 생각이다. 당신들이 미꾸라지가 아닌 참치라는 것을 증명해보라, 우리나라가 북한 따위에게 지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증명해보라, 한낱 북한 정책에 동조하는 정당에게 정책으로 국회에서 맞서서 이기는 것 자체가 의미없을 정도로 처참히 즈려밟아줘라, 우리는 당신들이 도망치듯 정신승리하듯 통합진보당을 링아웃시키는 것보다 그런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보고싶다, 그 편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북한 이념으로부터 보다 확실히 대한민국 이념의 우수함을 알릴 수 있는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끝으로


사실 이북 5도는 우리나라 영토이기에 친북성향의 통합진보당같은 당은 비록 이념이 다를지라도 일단 우리나라 영토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우리나라 국회에 들어와도 그 정당성이 성립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다문화 민족들을 위해 이자즈민과 같은 국회의원도 필요할 것이다. 비록 그 이념적인 측면에서 사실 통합진보당보다 개인적으로 더 의심스러운 새터민 출신 국회의원들도 어쨌든 이 땅에서 그들이 사는 권리를 대변하기 위한 대표 자격으로 국회 입성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우리나라 땅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나라 땅을 침탈했으며 우리나라에 끔찍하게 피해를 입혔고 행정적으로도 헌법적으로도 도무지 우리나라 땅이라고 할 수 없는 완전 남중의 남인 일제를 찬양했던 자들과 그 후손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일제 역사를 찬양하는 자들이 국회와 행정 요직에 왜 필요한지 왜 앉아있어야 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대표하며 

누구를 위해 그 곳에 있는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2014년 12월 19일 11시 32분 추가한 내용


네덜란드에 '자선・자유・다양성당' (Partij voor Naastenliefde, Vrijheid & Diversiteit) 이라는 정당이 있었다. 이들이 공약한건 12세와의 섹스, 아동 포르노 수간, 공연음란을 합법화, 포르노출연16세부터, 12세 이상부터 가벼운 마약 복용, 16세 이상부터 마약 복용의 자유화였다. 이 정당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대로 정당해산심판청구 소송이 올라왔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정부여당 법무부가 아니라 '시민들'이 소송을 걸었다.


네덜란드 법원은 이 소송에서 '자선・자유・다양성당'을 합법적인 정당으로 인정하고 소송을 기각했다. 이 당은 2006년에 선거에 나가기 위해 네덜란드 선거법에 따라 출마를 위한 시민 성명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시민들은 이들 당을 외면했고 이 당은 단 한번도 선거에서 당선은 커녕 출마조차 해보지도 못한 채 2010년 국민의 외면에 의해 해산되었다.


보는 바와 같이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정당 해산 심판도, 그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는 주권도 국민에게 있다. 지금 이 판결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그것을 특정 계층이 빼앗아 독점하려고 했고 결국 성공했다는 것에 있다. 이번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빼앗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또 무엇을 빼앗으려 들지 벌써부터 두렵다. 


우리는 어쩌면 이제 그것들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보장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




작작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