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6. 03:56
AFC의 권고안대로 2012년까지 타임리미트가 걸린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이 2009시즌이 끝난 지금 초읽기로 다가오고 있다. 2011시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인지 아니면 2011년 12월 31일까지 승강제를 만들면 된다는 건지 구체적인건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무튼 1년 남았던 2년 남았던 지금 하는 모양새로 봐서는 2년이라도 결코 많이 남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연맹은 승강제는 고사하고 당장 눈앞에 있는 KBS스포츠뉴스의 만행조차 제대로 막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축구협회 역시 축구를 이용한 정치에만 관심이 있을 뿐 KBO처럼 정치를 이용해 근근히나마 야구를 먹여살리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는 사람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듯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째서 이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준비했어야 할 승강제가 채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인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해보인다. 연맹, 축구협회 모두 돈, 스폰서의 꼭두각시가 되어있다. 중계권 협상은 언제나 방송국에 끌려다니며 지난 시즌 타이틀 스폰서조차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K리그를 생각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스포츠협회로서 돈을 만들고 운영함에 있어 미숙한지를 알 수 있다. 승강제의 1차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셔널 리그의 1위팀 승격은 우승팀들의 2년 연속 승격 거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한국 현실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치에 가까운 축구발전기금과 승격에 필요한 제반 비용으로 최소 50억원 가량을 승격과 동시에 선납부해야한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상금이 3개 대회 다 합쳐 5억이 채 안되는 리그, 그나마도 우승할 확율이 최대 1/16인 곳에 50억을 선납부할 미치광이가 어디있을까? K리그가 주는 메리트가 가입비 10억과 축구발전기금 40억을 선뜻 내놓을 만큼 크다고 생각하는가? K리그 연맹은 자신들이 이 리그를 이용해서 돈을 구단들에게 만들어줘야 하는 리그 연맹의 본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리그 운영에 대한 비용을 구단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물론 리그에 대한 흥행, 하물며 리그의 위상을 이용한 부차적 수익모델까지 모두 구단의 자발적인 해결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니까 말이다. 유럽 리그처럼 리그 자체의 위상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수원과 GS 더비나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 AFC재패처럼 구단 스스로 흥행 코드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 가입금도 받고 있고 운영에 필요한 비용중에 인건비도 분명 있으련만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계자'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일반적인 변명에 따르는 것이 아닌 일반 팬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 '대기업'의 스폰스 의사 결정에 도가 지나칠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K리그 팬들이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나 실제 FA컵에서 대기업 스폰스의 K리그 팀이 내셔널 리그 혹은 대학리그 팀에 지면 모양새가 나빠진다는 직설적인 관계자의 발언 등이 그것인데, 아마 K리그의 승강제에 있어 내셔널리그의 승격을 먼저 시험한 것도 강등에 있어 대기업 스폰스 팀이 강등이 될 경우 미디어 노출도에 의한 간접 홍보 효과만을 보장하고 있는 K리그의 스폰스 대비 수익 모델이 급감할 것을 연맹 스스로 자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축구팬을 사이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일단 1차적으로 K리그의 메리트를 고작 '간접 스폰스 효과'에 한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것도 연맹이 만든 게 아닌) 연맹의 책임이 크다. 기본적으로 간접 스폰스라 함은 그 결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없고 눈에 보이는 직접 수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치 '사회 환원'이나 '정치권 로비'와 비슷한 의미를 갖게 된다. 즉 실제 간접 스폰스 효과가 구단 운영비 지출 대비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정치권 및 국민들에게 '우리는 이 나라에서 초큼 폭리를 취하면서 서민 뜯어먹고 살지만 이렇게 국민을 위해 손해를 봐가면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범국민적 아부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만일 이들 기업이 스폰스하고 있는 K리그의 팀이 강등된다면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은 고사하더라도 언론 노출도에 있어 '범국민적인 아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대기업 스폰스의 구단들 역시 많은 투자로 인해 좋은 선수들을 대거 갖추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기에 이들 팬 역시 자신의 팀이 강등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반적인 축구팬에 비해 축구 서포터는 팀과 혼연일체가 되어 팀의 자존심이 곧 서포터 자신의 프라이드로 이어지는 조금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팀의 지지자들의 거만함이 종종 팬 커뮤니티 사이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역시 승강제에는 표면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자신의 팀이 강등권에서 해매는 모습을 결코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실제 벌어질 경우 이성적인 판단기준을 잃은 이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강등제의 패착을 주장하는 역설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축구에서 승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많고 인기도 높고 대한민국에서 한끗발 날리는 기업이 스폰스하고 있는 팀 중 한 두 팀이 반드시 강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2부 리그에 대한 편견'을 없에는 것과 동시에 '2부 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2부 리그'역시 K리그에 버금가는 흥행 코드를 가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명문 구단이 강등되게 되면 매스미디어의 관심도가 높아진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포진한 구단의 강등 원인부터 팬들의 반응, 해당 기업의 움직임 등 명문 구단이기에 받을 수 있는 주목도를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승강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유도해냄으로서 승강제를 알리는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비전략종목이 세계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것은 뉴스가 될 수 없지만 쇼트트랙이 예선 탈락하면 나라 전체가 경천동지하는 것과 같다. 그 자체만으로 큰 사건이 될 수 있으며 향후 2부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도 해당 명문 팀을 중심으로 보도 량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2군에 떨어져도 꾸준히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자연스럽게 2부 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 보도 그리고 조금이나마 중계도 늘어날 것이다. 명문팀이 2부리그에 떨어졌다고 해서 가장 팬이 많은 구단의 중계를 줄인다는 것은 그나마 있는 팬을 모두 떨어뜨린다는 것을 연맹은 잘 알고 있으며 해당 스폰서가 만족할만한 노출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연맹의 운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당 기업이 축구판을 떠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연맹은 모든 것을 걸고 (돈을 지불해서라도) 2부리그에 대한 매스미디어 노출 및 중계를 확보할 것이다. 방송사 역시 축구를 언제까지고 등한시했다간 향후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초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본다.
2부 리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미디어 노출도가 증가하게 되면 2부 리그가 단지 2부리그가 아닌 1부 리그의 확대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명문 구단이 2부 리그에 있다 보면 전체적인 경기 수준이 향상되며 명문 구단이 2부 리그팀에 반드시 전승을 할 수 있을 만큼 수준차가 크지 않은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의 FA컵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위팀이 K리그 정상권 팀을 무너뜨리는 (미디어에서는 '망신'이라고 표현되는 그것) 이슈가 자주 만들어질 수도 있고 해당 팀과의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인정받은 팀 혹은 선수들의 가치가 상승하여 선수는 1부리그 팀의 이적을 구단은 이적료 수입 증가를 통한 재정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모습은 지금의 K리그 수준의 스폰서들의 관심을 2부 리그에도 유도하여 적극적으로 스폰스에 참여를 가능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명문 구단을 스폰스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게 고하고 싶다. 자신이 스폰스하고 있는 구단이 강등될 것이 두려워 승강제에 반대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1류 기업이라고 반드시 프로스포츠에서도 1위를 해야 국민들이 당신들을 1위로 인정해줄 것 같은가? 착각이다. 당신들이 K리그에 참여하는 동기가 '범국민적 아부'라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왕 '아부'라면 국민들이 당신들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달라지기 위해 당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히 분석했으면 한다. 당신들 직영 경제연구소에 한사람당 연간 수억씩 줘가며 놀리고 있는 연구원들 있잖은가? 그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돈 엄청 들여서 '우리 1위 기업이라서 K리그도 1위입니다. 우리 제품 쓰는 당신들도 1등 국민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만일 팀이 강등이라도 된다면 1위 기업에 걸맞지 않는 팀이 되었으니 스폰을 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2부 리그에 떨어지더라도 꾸준힌 지원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이 경제 침체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건실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효과를 거두게 될지를 말이다. 경제 연구한답시고 GDP니 행복지수니 뭐니같은 허구언날 수학책만 파는 바보들 말고 사회 흐름을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뭐가 답인지 제대로 알려줄 것이라 믿는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강등제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성에 대한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축구팬들이 그동안 많은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주셨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K리그 우승이 아닌 K리그 잔존을 위해 기업들이 스폰스 팀으로 하여금 돈지갑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K리그 자체에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리그의 경기 수준도 높아지며 이는 보다 많은 팀들에게 리그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능케 만들 것이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리그의 존재 의미와 가치가 높아지는 게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이런 복잡한 걸 신경쓸 필요가 없이 단지 재미있는 경기를 보고 싶을 뿐이고 재미 없는 경기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일테니까, 속사정이 복잡하든 어떻든 일단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런 경기가 가능한 많아지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연맹이 해야할 일이고 구단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며 스폰스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해보인다. 연맹, 축구협회 모두 돈, 스폰서의 꼭두각시가 되어있다. 중계권 협상은 언제나 방송국에 끌려다니며 지난 시즌 타이틀 스폰서조차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K리그를 생각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스포츠협회로서 돈을 만들고 운영함에 있어 미숙한지를 알 수 있다. 승강제의 1차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셔널 리그의 1위팀 승격은 우승팀들의 2년 연속 승격 거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한국 현실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치에 가까운 축구발전기금과 승격에 필요한 제반 비용으로 최소 50억원 가량을 승격과 동시에 선납부해야한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상금이 3개 대회 다 합쳐 5억이 채 안되는 리그, 그나마도 우승할 확율이 최대 1/16인 곳에 50억을 선납부할 미치광이가 어디있을까? K리그가 주는 메리트가 가입비 10억과 축구발전기금 40억을 선뜻 내놓을 만큼 크다고 생각하는가? K리그 연맹은 자신들이 이 리그를 이용해서 돈을 구단들에게 만들어줘야 하는 리그 연맹의 본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리그 운영에 대한 비용을 구단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물론 리그에 대한 흥행, 하물며 리그의 위상을 이용한 부차적 수익모델까지 모두 구단의 자발적인 해결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니까 말이다. 유럽 리그처럼 리그 자체의 위상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수원과 GS 더비나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 AFC재패처럼 구단 스스로 흥행 코드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 가입금도 받고 있고 운영에 필요한 비용중에 인건비도 분명 있으련만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계자'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일반적인 변명에 따르는 것이 아닌 일반 팬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 '대기업'의 스폰스 의사 결정에 도가 지나칠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K리그 팬들이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나 실제 FA컵에서 대기업 스폰스의 K리그 팀이 내셔널 리그 혹은 대학리그 팀에 지면 모양새가 나빠진다는 직설적인 관계자의 발언 등이 그것인데, 아마 K리그의 승강제에 있어 내셔널리그의 승격을 먼저 시험한 것도 강등에 있어 대기업 스폰스 팀이 강등이 될 경우 미디어 노출도에 의한 간접 홍보 효과만을 보장하고 있는 K리그의 스폰스 대비 수익 모델이 급감할 것을 연맹 스스로 자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축구팬을 사이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일단 1차적으로 K리그의 메리트를 고작 '간접 스폰스 효과'에 한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것도 연맹이 만든 게 아닌) 연맹의 책임이 크다. 기본적으로 간접 스폰스라 함은 그 결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없고 눈에 보이는 직접 수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치 '사회 환원'이나 '정치권 로비'와 비슷한 의미를 갖게 된다. 즉 실제 간접 스폰스 효과가 구단 운영비 지출 대비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정치권 및 국민들에게 '우리는 이 나라에서 초큼 폭리를 취하면서 서민 뜯어먹고 살지만 이렇게 국민을 위해 손해를 봐가면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범국민적 아부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만일 이들 기업이 스폰스하고 있는 K리그의 팀이 강등된다면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은 고사하더라도 언론 노출도에 있어 '범국민적인 아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대기업 스폰스의 구단들 역시 많은 투자로 인해 좋은 선수들을 대거 갖추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기에 이들 팬 역시 자신의 팀이 강등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반적인 축구팬에 비해 축구 서포터는 팀과 혼연일체가 되어 팀의 자존심이 곧 서포터 자신의 프라이드로 이어지는 조금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팀의 지지자들의 거만함이 종종 팬 커뮤니티 사이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역시 승강제에는 표면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자신의 팀이 강등권에서 해매는 모습을 결코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실제 벌어질 경우 이성적인 판단기준을 잃은 이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강등제의 패착을 주장하는 역설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축구에서 승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많고 인기도 높고 대한민국에서 한끗발 날리는 기업이 스폰스하고 있는 팀 중 한 두 팀이 반드시 강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2부 리그에 대한 편견'을 없에는 것과 동시에 '2부 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2부 리그'역시 K리그에 버금가는 흥행 코드를 가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명문 구단이 강등되게 되면 매스미디어의 관심도가 높아진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포진한 구단의 강등 원인부터 팬들의 반응, 해당 기업의 움직임 등 명문 구단이기에 받을 수 있는 주목도를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승강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유도해냄으로서 승강제를 알리는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비전략종목이 세계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것은 뉴스가 될 수 없지만 쇼트트랙이 예선 탈락하면 나라 전체가 경천동지하는 것과 같다. 그 자체만으로 큰 사건이 될 수 있으며 향후 2부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도 해당 명문 팀을 중심으로 보도 량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2군에 떨어져도 꾸준히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자연스럽게 2부 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 보도 그리고 조금이나마 중계도 늘어날 것이다. 명문팀이 2부리그에 떨어졌다고 해서 가장 팬이 많은 구단의 중계를 줄인다는 것은 그나마 있는 팬을 모두 떨어뜨린다는 것을 연맹은 잘 알고 있으며 해당 스폰서가 만족할만한 노출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연맹의 운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당 기업이 축구판을 떠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연맹은 모든 것을 걸고 (돈을 지불해서라도) 2부리그에 대한 매스미디어 노출 및 중계를 확보할 것이다. 방송사 역시 축구를 언제까지고 등한시했다간 향후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초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본다.
2부 리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미디어 노출도가 증가하게 되면 2부 리그가 단지 2부리그가 아닌 1부 리그의 확대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명문 구단이 2부 리그에 있다 보면 전체적인 경기 수준이 향상되며 명문 구단이 2부 리그팀에 반드시 전승을 할 수 있을 만큼 수준차가 크지 않은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의 FA컵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위팀이 K리그 정상권 팀을 무너뜨리는 (미디어에서는 '망신'이라고 표현되는 그것) 이슈가 자주 만들어질 수도 있고 해당 팀과의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인정받은 팀 혹은 선수들의 가치가 상승하여 선수는 1부리그 팀의 이적을 구단은 이적료 수입 증가를 통한 재정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모습은 지금의 K리그 수준의 스폰서들의 관심을 2부 리그에도 유도하여 적극적으로 스폰스에 참여를 가능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명문 구단을 스폰스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게 고하고 싶다. 자신이 스폰스하고 있는 구단이 강등될 것이 두려워 승강제에 반대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1류 기업이라고 반드시 프로스포츠에서도 1위를 해야 국민들이 당신들을 1위로 인정해줄 것 같은가? 착각이다. 당신들이 K리그에 참여하는 동기가 '범국민적 아부'라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왕 '아부'라면 국민들이 당신들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달라지기 위해 당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히 분석했으면 한다. 당신들 직영 경제연구소에 한사람당 연간 수억씩 줘가며 놀리고 있는 연구원들 있잖은가? 그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돈 엄청 들여서 '우리 1위 기업이라서 K리그도 1위입니다. 우리 제품 쓰는 당신들도 1등 국민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만일 팀이 강등이라도 된다면 1위 기업에 걸맞지 않는 팀이 되었으니 스폰을 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2부 리그에 떨어지더라도 꾸준힌 지원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이 경제 침체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건실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효과를 거두게 될지를 말이다. 경제 연구한답시고 GDP니 행복지수니 뭐니같은 허구언날 수학책만 파는 바보들 말고 사회 흐름을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뭐가 답인지 제대로 알려줄 것이라 믿는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강등제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성에 대한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축구팬들이 그동안 많은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주셨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K리그 우승이 아닌 K리그 잔존을 위해 기업들이 스폰스 팀으로 하여금 돈지갑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K리그 자체에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리그의 경기 수준도 높아지며 이는 보다 많은 팀들에게 리그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능케 만들 것이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리그의 존재 의미와 가치가 높아지는 게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이런 복잡한 걸 신경쓸 필요가 없이 단지 재미있는 경기를 보고 싶을 뿐이고 재미 없는 경기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일테니까, 속사정이 복잡하든 어떻든 일단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런 경기가 가능한 많아지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연맹이 해야할 일이고 구단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며 스폰스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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