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7. 7. 21:19
6.2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내건 TV CM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뉴스도 안보는 여자들...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었던 것인데, 이것이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논란'이 된 까닭은 실제로 여성들의 뉴스 시청율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으로 언론의 소비 주체가 옮겨간 지금에서도 페이지뷰 별로 가장 많이 본 뉴스의 대부분은 연예기사이며 이는 인터넷 뉴스의 경우 TV 뉴스와는 다르게 양성이 비교적 고른 비율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뉴스 시청율은 일일연속극에 밀려 언제나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 광고가 직접적으로 한나라당에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는 것이 항간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왜 TV뉴스는 여성들에게 외면을 받는 것일까? 양쪽 중 먼저 여성의 입장을 살펴보면 '관심이 없기'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났을지언정, 뉴스에서 나오는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든지, 누가 정치적 사건을 일으켰다든지에 대한 정치계 뉴스나 대기업들의 지표나 실적 위주의 경제 지표만을 반복적으로 보고하는 경제 뉴스, 여기에 보너스로 스포츠 뉴스에 이르기까지 사회 진출한 여성이 볼만한 섹션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여성들의 뉴스 외면이 먼저인지 방송사들의 편향적 편집 행태가 먼저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뉴스 구성은 지극히 현 주요 시청층인 '30대 이상 남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여기에서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이 바로 '남성'이 아닌 '30대 이상 남성'이라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30대 이하의 남성'역시 여성 못지 않게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좀 더 간단해지는데 다시 시점을 뉴스 본질적인 부분으로 옮겨보자, 여성들 그리고 30대 이하 젊은 층들이 뉴스를 외면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면 절반 이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대략 이런 대답이 나오면 주 시청자인 '30대 이상 남성'에게서 이런 일갈이 날아든다

'이런 무식한 **같으니라고'

명쾌한 해답이 나왔다. 즉 30대 이상의 '사회에 진출해서 초년생 티를 벗은' 남성들은 지금의 뉴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바꿔말해 사회에 진출해서 초년생 티를 벗을 정도의 경력이 쌓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레벨의 뉴스가 지금 현실에서 방영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이것은 순환적인 집단성을 띄면서 직장 내에서의 대화나 업무 상 반드시 익히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압박이 있기에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나 20대 젊은이라 할지라도 그 조건 자체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모르면 책까지 읽어가며 사회에 섞여야 하는 30대 남성들에 비해 그 밖의 계층은 그 정도의 절박함은 없다. 30대들의 일갈은 '자신들'이 지식을 얻기 위해 했던 고생에 대한 자발적인 고평가에 기인한다.


즉 지금의 TV뉴스는 정말 다양한 시간대의 뉴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뉴스 포맷에 있어 각 시간대별로 새로 들어온 소식을 갱신하는 것 이외에 어떤 개성도 없는 구성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낮뉴스, 저녁뉴스, 9시뉴스, 마감뉴스 제각각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가시청층이 다른 것이 엄연한 현실임에도, 각 뉴스별 기사 꼭지는 전혀 차이가 없다. 단지 각 뉴스들이 단순 소식 전달에 그친 것을 9시와 마감 뉴스가 약간의 구체화를 하는 정도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30대 이상 남성들이 보기 힘든 낮뉴스, 저녁뉴스까지 이들을 위한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왜 이지경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자면 방송계 보도국의 어처구니없는 상하관계에 근거해야하기에 이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미뤄두도록 하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뉴스의 내용 구성을 짚어보자 필자도 뉴스를 열심히 보는 편에 속하지만 몇 번이고 갸웃거리게 만드는 단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등장한다. 대부분 준 전문가급의 학술적인 용어들인데 대부분 경제 뉴스에서 주로 등장한다. 'BIS비율', '분식회계', '재무지표', '채산성악화' (비교적 좀 알려진 단어들만 나열해도 이정도다) 이 단어를 이용해서 뉴스를 하나 만들어보자

'A은행은 재무지표상의 채산성 악화로 인해 BIS비율이 급락한 나머지 결국 분식회계를 하다 금감원에 적발됐다'

꼴랑 저 말 한마디 하고 끝내는 뉴스, 재무지표가 무슨 뜻인지, 채산성 악화가 무슨 뜻인지, BIS비율이 뭐고 이게 떨어지면 뭐가 안좋은건지, 분식회계가 대체 무슨 잘못인건지 한 마디 설명도 없다. 답답하면 인터넷 검색해보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경제 뉴스의 대부분은 저런 전문용어의 나열로 시작해서 그런 단어를 쓰는 기자들의 잘난척으로 끝을 맺곤 한다. 이런 뉴스 내용을 과연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새내기 사회 초년생 젊은이들과 직접적인 경제 활동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여성들이 바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문제는 더 있다. 저 기사에 나온 전문용어들을 모두 이해해서 경제 뉴스를 전부 알아듣게 되었다고 치더라도 그 뉴스 내용이 젊은이들과 여성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 신문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 뉴스는 30대 이상의 남성들이 가지는 일종의 레저활동 즉 '직접투자'에 몰려있다. 은행들의 행보, 대기업들의 실적발표, 환율, 부동산 등 30대 이상의 사회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실제로 이런 정보들이 주식 투자나 펀드,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이와 큰 관계가 없는 젊은층과 여성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정보라는 것이다. 이쯤해서 30대 이상 남성들의 일갈이 한번 더 터진다.

'세상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좀 가지란 말얏! 남의 일이 아니라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여성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소비주체의 생활경제에도 '물가'라는 관점에서 수출입 지표등이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기업들의 실적에 따른 투자 확대 여부가 취업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끼쳐 젊은이들의 최대 화두인 '취업'에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그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있어 지극히 한쪽에 편향된 전문정보를 단지 그 편향되지 않은 계층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일히 자신에 맞게 계산하고 해석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방송은 공공재이며 민방은 서비스업이다. 30대 이상의 남성들이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듬뿍 제공하는 수고를 하는 것만큼 그 이외의 계층을 위한 분석, 체계적인 정보 제공을 해줘야 할 필요성도 분명 있는 것이다.

물론 낮 시간에 방영되는 생활경제를 접목한 뉴스 프로그램이 이에 대한 수요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지극히 단편적인 '물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말해 '물가 정보'라고 해서 지금 가락동에서 배추랑 무가 얼마에 팔리고 있다든지 보여준다던지 새롭게 유행하는 계절 상품같은 걸 소개하거나 물 절약 노하우같은 매거진성 기사들이 오히려 뉴스를 와이드쇼화 시켜 기존 뉴스에 대한 거리감만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과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이미 '다 된 밥'을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밥은 어떻게 짓는지', '숟가락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매번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길라잡이'일 것이다. 단지 '난 잘 하는데 넌 왜 못해'라든지 '다들 잘 하는데 그거 못하면 무식한 것'이라는 식의 우월적 전달이 아닌 치아가 부실하던 튼튼하던 누구나 꼭꼭 씹어 넘기고 피와 살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메스미디어는 학교에서 5년마다 갱신되는 뒤쳐지는 교과서보다 훨씬 빠르고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정보는 학생 이후로 끝난다는 교육의 개념을 바꾸어 '평생교육'으로서의 기초가 되어주고 있음은 두말할여지가 없다. 뉴스의 장점은 대학과는 달리 남녀노소 신분에 관게없이 누구나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조건에 제공받는 가장 현실에 가까운 지식이라는 점에 있는 만큼 제작 주체에 있는 방송국으로서는 누구나 소화가능한 포맷으로 제작되어야 할 암묵적인 사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방송사당 하루에 편성되는 뉴스 프로그램은 약 6~8개 총 시간으로는 5~6시간 정도, 2시간동안 같은 뉴스를 3~4번 반복하는 아침뉴스를 제외한다면 3~4시간, 한편당 30분이 채 되지 않는 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런 적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너무 억지로 쑤셔넣으려 하다보니 알기 쉽게 차분히 설명하기보다는 단순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전문용어'의 남발로 이어지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방송국들은 결국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우지만 그것을 정작 국민들에게 전달할때는 '귀차니즘'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나 젊은층이 뉴스 보기를 포기한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서민 경제가 나빠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결국 이런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현대적 정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보 취약 계층을 노려서 속이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자들에게 있음은 두말할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여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국민이 현실정보에 눈을 떠야 한다. 언론의 일방적인 정부편향 대기업편향 보도나 정부의 경제발전과 관련된 언론장악을 통한 억지주장을 바로보기 위해서는 물을 마시듯, 공기를 마시듯 자연스럽게 내 몸에 실시간 정보들이 동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언제나 세상은 국민들의 옮은 판단과 바로보는 눈 속에서부터 바뀌는 법이니까..

2부에서는 왜 방송국들이 그렇게 시간에 쫒기면서 뉴스를 계속 축약하고 있는지와, 어려운 단어를 남발하고 심지어는 재생산까지 해내고 있는 또 다른 이면, 지방 방송 뉴스의 특징 없는 안정적 시간 배분에 따른 파행, 서울집중적인 불균등화된 알권리 문제 등을 다루어볼까 한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