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4. 1. 15. 15:09

종로에 있는 카페 하나가 전국구적인 유명세를 탔습니다. 사례를 인터넷에 공개한 그 손님은 어쨌든 성공한 셈이 되겠네요. 그런데 논란은 언제나 그렇듯 산으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 매니저가 잘했다, 손님이 잘했다. 매니저 출신이 어디냐부터 외모 비하 논란까지 아주 난장판으로 가고 있네요. 어딜가나 일베는 문제이긴 한가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건은 변호사 사서 민사로 가야 할 일이지 이렇게 여론재판이나 마녀사냥을 할 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뎀셀브즈가 손님에게 나갈 것을 주문한 배경에 '가게의 룰'을 거론했는데, 문제는 손님이 처한 상황 자체가 적어도 손님이 올린 글을 토대로 보았을 때는 '가게의 룰'을 어긴 것인지 아닌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상거래법상 룰을 어겼는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장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사실 여론조사같은걸로 결판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일본이나 유럽처럼 마이스터들이 대접받는 나라에서는 가게의 '룰'이라는 것이 일상화되어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알려져있는 것이 일본의 유명 라면가게나 몇 대를 걸쳐서 내려오는 초밥집 같은 곳이죠. 이런 곳들은 가게 안에서 떠들어서도 안되고 가게에서 추가 주문을 하거나 먹는 소리를 내서도 안됩니다. 물량이 다 팔렸을 경우에는 장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도 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이 룰들이 모두 '다른 손님들의 쾌적한 환경과 제공하는 음식이나 제품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지 직접적인 '이윤'에 위배되는 룰이 아니라는 거죠. 뎀셀브즈는 바로 이 부분에서 실드를 당할 수가 없는 자가당착에 빠진 셈입니다. 


올바른 룰의 예시


자신들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좋은 평판을 받아서 판매자로서의 갑질이 가능한 룰을 만들어도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까지는 좋지만 그것이 모든 부분에서의 갑질을 손님들이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어쨌든 상거래는 그 순간 계약서를 생략한 '약식 계약'이고 판매자는 지불받은 금액 만큼 손님에게 물품 혹은 다른 가치의 무언가로 보상을 해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소소하게 다른 제한이 붙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걸 제대로 알리는 책임은 전적으로 판매자에게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이러한 부분을 주장할 수 없지요. 이러한 부분은 민사재판에서 정황증거만으로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판매자는 그 책임을 면책받을 수가 없습니다.


뎀셀브즈는 '머그잔은 실내 착석 가능','테이크아웃잔은 착석 불가'라는 두 개의 룰 만을 준비했습니다. 때문에 여기에 위반되지 않거나 여기에 적혀 있지 않은, 다시말해 뎀셀브즈가 별도의 룰을 만들어 이를 커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뎀셀브즈는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는 것이죠. 인원 당 머그잔을 몇잔 이상 시켜야 한다던지,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머그잔을 주문한 후 테이크아웃잔을 추가주문한 경우에는 어떻게 소급적용한다는지에 대한 룰을 적시하고 충분히 인지 가능한 부분에 표기 혹은 구두 알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이에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뎀셀브즈에게 있는 것입니다. 


뎀셀브즈는 온 손님을 내쫒았고, 당신같은 손님은 오지 말라는 대응으로 비난을 초래했습니다. 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그동안 손놈소리도 들었던 어글리함의 대명사 한국 소비자들이라서 판매자의 어색한 갑질에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요? 그런 착각은 접어두셨으면 좋겟습니다. 일본이나 유럽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손님들의 다른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룰은 있어도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룰을 (상법) 테두리 밖에서 별도로 정하는 경우는 극히 보기 드물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적시하지 않은 책임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적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오롯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유권해석'만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은 현행 상거래법에 어마어마하게 비웃음을 당해 마땅할 미친 짓이거든요. 


뎀셀브즈는 

자신들이 만일 일본이나 유럽에 있었다면 이런 꼴을 당할 리 없다고 자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신들은 일본이나 유럽에 있었으면 

지금 인터넷에서 시끄러운 걸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좀 알아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글러먹은 걸로 보이지만 ...


...


내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