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6. 8. 20. 12:41

JYP에게 있어서 원더걸스란, 지금은 거의 전설적인 걸그룹이 된 소녀시대를 태초부터 압살했던, 더구나 딱히 물량이나 외모적, 기획력이 아닌 순수하게 JYP의 연출력만으로 정상에 오른 그룹이라는 부분, 그리고 그 JYP의 꿈인 미국 진출 그리고 '비'로 이루려 했던 HOT 100에 입성시키는 위업을 결국 만들어낸 JYP에게 효녀같은 그룹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그 어떤 그룹보다 JYP스럽고 또 그래야만 했으며 그들의 이름이 존재하는 한 JYP엔터는 사명을 바꾸지 말아야 할 명분을 갖춘 셈이지요. 네 적어도 지금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또 보고 계시는 그 원더걸스까지는 그랬습니다.




上 편에서 언급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일종의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요. 그것은 JYP의 검증된 대형주 원더걸스를 가운데 두고 과연 앞으로의 JYP가 지금까지의 해오던 방식 그대로 가는 것이 맞는것인가 아니면 정말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경쟁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다른 그룹도 아닌 원더걸스가 그 타겟이 되었느냐면 앞서 서술한것처럼 박진영 본인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다른 의미로 봤을때 2013년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이전의 JYP 그룹 중 어떤 새로운 실험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남은 다른 그룹에 전혀 없기 떄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는 약간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인지도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그룹에 비해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그룹보다 훨씬 더 박진영의 이미지를 많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새로운 실험에 대한 파괴력을 더 순수하게 가늠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2PM이나 미쓰에이가 뭔가 지금까지와 다른 음악과 무대연출을 가지고 컴백했다고 한다면 앗!? 이녀석들 하던 짓과 다른 짓을 하는데? 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뭐야 이거 구리네 안들어!라고 생각할까요...




시장 반응은 의외로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어지간히 충격적이지 않으면 아예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차게 식어있기도 하고 또 그런 새로운 시도가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2PM과 미쓰에이의 그룹 컨셉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으니까요 다시말해서 TV에서 틀어주지 않는 한 팬덤이 아닌 계층이 '일단 들어보자'까지 이끌어낼 파괴력이 그 두 그룹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 국민그룹을 찍고 내려온 그룹의 브랜드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더걸스의 새 음반 'REBOOT'는 지난 3년간 핫펠트를 앞세운 구조조정파와 선미를 앞세웠던 박진영파가 제각각의 실험을 끝내고 처음으로 맞붙은 일종의 전쟁과도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구 세력과 신 세력이 표면적으로는 공동작업으로 앨범을 만들었지만, 양쪽 모두 나름의 새로움이라는 키워드 하에서 기획력을 총동원한 작품이죠.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타이틀곡과 그 컨셉은 박진영의 차지였습니다만, 앨범 내에서의 존재감은 타이틀곡을 까마득하게 압도합니다. JYP에서 볼 수 없는 공동작곡 그리고 마치 YG의 종가라인을 연상시키는 멤버들의 자체생산능력에 대한 결과물을 밥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죠.



마치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탈퇴한 선예와 또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그룹을 나간 소희의 경우 역시 상당 부분 상징성이 있다. 원더걸스의 전성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두 사람이고 둘 모두 그룹 기획과 운영에서 철저하게 메인스트림으로 키워졌던 존재들이었으니까, I FEEL YOU 발표 직전 이루어진 이 두 사람의 탈퇴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밑반찬보다 메인 디쉬로 나온 찌개에 일단 열광을 했고 모든 평가는 그 찌개에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REBOOT, 아니 REBOOT라는 메뉴에 나온 I FEEL YOU 라는 요리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고 그 평가는 결코 박진영 쪽에 흡족하게 돌아가지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앨범 자체로는 국내 외 평단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내면서 이 보이지 않고 잘 눈치채기 힘들었던 대결은 생각외로 너무 빨리 결판이 나버렸지요.


I FEEL YOU의 활동은 불과 3주 만에 끝나버렸다. 후속곡조차 없이...


지금까지 JYP가 박진영 개인 혹은 소속사로서 키워냈던 그룹들은 언제나 중간에 멤버가 탈퇴하고 또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보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그룹 자체의 소속사가 바뀌는 내홍을 겪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JYP가 키운 그룹 중 이 태그를 비켜나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원더걸스는 최소한 멤버들의 탈퇴는 있었을지언정 그룹의 소속사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JYP가 이제 더 이상 이전의 JYP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죠. 원더걸스는 분명히 소속사를 옮겼다. 2013년 이전의 JYP에서 2015년 8월의 JYP로 말입니다.


양 현석이 처음 킵식스를 내세웠을때처럼 박진영도 가장 자신있는 포멧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인벤토리 속 자산을 통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원더걸스를 통해 매우 경제적인 관점에서 검증이 되었어야 했던 것이죠. 결과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판가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마치 의도적으로 지은 듯한 앨범 이름 REBOOT처럼 이 앨범 이전과 이후의 JYP 분위기는 정말 극단적으로 달라지게 됩니다.


이후 전례없는 작곡가 언플까지 해가며 이미 검증된 인벤토리에 또 한번 도전하긴 합니다만 결과는 기존 팬덤을 안고 있었음에도 초동 반토막에 음원진입 18위...


제 가 앞서 제시했던 2013년 10월이 일종의 '구조조정 시작의 시기'라고 했다면 원더걸스의 REBOOT앨범이 활동을 시작하고 종료한 이 시점은 약 2년간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내부 평가를 끝내고 종결을 짓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구조조정을 끝내고 각자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지게 된 JYP에 올려진 새로운 체계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가 남았는데요.


원 래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와 번데기를 이제 막 탈피한 나비가 가장 약한 것처럼 이들의 첫 날갯짓으로 인한 비행은 자칫하면 채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추락해버릴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JYP의 어느 한 쪽은 이들의 날갯짓을 응원하고 또 어느 한쪽은 썩 낙관하지 않는 가운데, 통설적으로 전혀 맞지 않게 3개월이라는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날개를 착실히 말렸던 나비가 2015년 10월 날아오르게 됩니다. 모든 이들이 진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JYP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들이 말이죠.



下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