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5. 6. 22:45
롯폰기는 우리나라로 치면 위치상으로는 양천구 목동, 도시 기능적으로는 고양시 일산동구 발산동 인근을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 MBC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TV아사히가 롯폰기 힐즈에 위치하고 있는건 잘 알려진 사실이며 TBS,TV도쿄 NHK까지 약 여의도 면적 정도의 이동 거리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즉 롯폰기는 지금의 신주쿠 가부키쵸같은 예전 이미지를 완전히 타파하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완전한 방송, 연예의 노른자위로 자리잡고 있죠. 땅값이 비싸진 이유에도 이 쪽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초상권 문제로 이번 포스트에서는 글과 관계없는 사진들이 채워지게 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위치상으로 요미우리신문사옥과 가까워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니혼테레비를 제외하고 TV아사히, 도쿄방송, TV도쿄 그리고 도쿄타워의 삼각 구역에 자리잡은 롯폰기는 그래서인지 주변에 크고 작은 스타 매니지먼트사, 프로덕션, 엑스트라 인력 수급 회사 사무소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바는 없지만 유명 기획사들 역시 본사는 시부야나 하라주쿠 등 다른 곳에 두더라도 비공개적으로 롯폰기에 별도 활동 본부를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롯폰기의 거리는 신주쿠나, 도쿄, 우에노처럼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상당히 차분합니다. 구획 자체가 '방송관련 용도 이외의 상권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가 있죠. 간간히 편의점만이 보일 뿐 식료품을 구할 만한 마땅한 상점이 없는 것도 단지 건물 임대료 문제만은 아닌 셈입니다.

사람이 돈으로 구입한 집과 돈이 사람으로 구입한 집은 의미가 다르겠죠?


이런 이유로 롯폰기 거리에는 연예인, 방송 관계자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연예인들은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것을 최대한 감추려 드는 것이 기본 섭리이고 지망생들은 그 반대겠지요 연예인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서 거리를 걷는 일은 없을 테니 지망생쪽이 비율면에서 압도적일수밖에 없습니다. 화려한 옷차림이나 짙은 화장을 하고 있으면서 주변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불편한 구두와 옷을 입고 바쁘게 이건물 저건물을 수시로 들락날락 하거나 같은 거리에서 몇 번이고 마주칠 만큼 별다른 목적지 없이 인근을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연예인 지망생의 확율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예계라는게 아쉽게도 로또성 그리고 이른바 끗발이라는 게 예술적 재능을 능가하는 업계이다보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끗발이 높은 사람에게 신임을 얻고 그들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 더 나은 방송, 더 나은 시간대에 출연하고자 하는 직업군 연예인, 그 1차 격전지가 되고 있는 곳이 롯폰기인 셈인데요. 이곳에서는 뒷걸음질이 곧 추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정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영업용 미소와 두꺼운 화장 속에서 피어나는 비장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장소라면 역시 도쿄드림의 상징 도쿄역!



연예계에 대한 선호도가 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일본은 특히 그런 성향이 심한데다가 점차적으로 오키나와 액터스 스쿨처럼 기획 단계부터 유망주를 직접 발굴해 내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길거리 캐스팅에 의한 데뷰는 점차 과거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키타노 키이'처럼 길거리 캐스팅에 의한 성공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이쪽 인재풀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걸 증명해주는 것이 롯폰기 거리의 지망생들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에게는 이미 소속되어 있는 회사도 몇 군데 있겠습니다만, 현재의 소속사에 결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무소에서 의뢰받은 방송 활동도, 모델 활동도, 캠페인 걸 활동도 모두 결과적으로는 유명 기획사의 눈에 들기 위한 전초전인 셈이지요. 이곳에서는 단계적으로 밟아나간다는 개념보다는 서커스의 그네릴레이처럼 어느 정도 접점이 있을때 뛰어올라 다른 그네로 옮겨타지 않으면 오랜 시간을 허비하며 제자리에 머물거나 심지어 뒤쳐지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뒤로 가거나 떨어지거나, 제자리에 맴돌거나...



처음부터 유명 기획사에 소속되어 시작되는 이른바 '선택받은 자'들은 극히 일부이며 이들 역시 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액터즈 클럽같은 곳에서 피나는 트레이닝을 거친 검증된 유망주들이기에 스타트 지점이 지금 롯폰기의 지망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길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본의 연예계는 끗발 못지 않게 로또같은 부분도 크게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듯한 스타가 나오는 것도 그냥 뚝 떨어진 게 아니라 확율이 높을 시기를 알고 로또에 올인해 당첨이 된 셈입니다.

내일은 롯폰기가 가지고 있는 도시적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늘보다 더 냉정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