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9. 10. 09:44
일단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발언권을 얻기가 참 수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언제나 손잡이가 뜨거울때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사건의 직접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도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사건이 생각보다 일찌감치 결론이 지어지는 바람에 이 글도 꽤 빨리 쓰여지게 되어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뒤늦은 입장 바꾸기도 동정론도 아닌 그냥 그 당시 상황을 추측해보려는 차원에서 쓰는 글이므로 개인적인 사견일 뿐 진실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기에 이를 분명히 해두는 바이다. 또한 지난 성명에서와 같이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범군에 대한 '옹호'나 '비난'처럼 양쪽 차원이 아닌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우선 재범군의 전 소속팀 2PM의 소속사 JYP가 가지고 있는 본래 색깔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JYP는 일간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적'인 선진형 음악을 하는 곳이 아니라 미국에서 벤치마킹한 그룹 혹은 음악 트랜드를 과거 몇십년대에 걸쳐 분석, 샘플링한 뒤 한국의 현 시대 흐름에 걸맞는 기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기획사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세계적인 트랜디 세터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미 성공한 전례가 있는 음악 트랜드를 다시 가져와서 세련되게 리폼한 다음 한국 시장에 최적화시켜 내놓는데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JYP의 히트메이커라는 이름 뒤에는 실제로 '히트'만을 위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한 채 기획된 대본대로 움직여야 하는 가수들의 어려움이 있게 되는데 몇 년 전 비가 JYP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야하게 생각했지만 아마도 비는 JYP의 이러한 부분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반증으로 이후 'JYP'측이 '원더걸스와의 비교'발언을 통해 비를 직설적으로 깎아내린 부분이 이를 증명해준다.



 감이 잘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의 JYP의 행보를 살펴보도록 하자, 싸이더스와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JYP가 기획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GOD의 경우 도중 윤계상의 군입대와 박준형의 맴버 배제론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이후 결국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추었는데, 물론 제각각 솔로 앨범 활동이나 뮤지컬, 정극 등 맴버들이 제각각 자신의 하고 싶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손호영을 비롯해 JYP가 독립적인 기획사로 만들어진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해체 이후 회사로부터 재기를 위한 도움을 받았다는 맴버를 찾을 수가 없다. JYP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량현량하'의 경우 잘된 기획으로 많은 화제를 뿌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정작 상품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새로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방출되었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 군대에 갔다는 뉴스만이 신선함을 주었던 사건처럼 JYP는 가지고 있는 상업성을 생각만큼 능숙하게 감추지 못한 채 곳곳에서 드러내왔다.

재범군 사건처럼 너무 과거사만 들먹이는 게 아닌가 싶어 좀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면 JYP소속으로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JOO'의 경우 데뷰 직후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팬들로부터 적발되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적이 있는데 이 당시 JYP는 여론의 추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하여 JOO의 활동을 강행했지만 결국 잠재되어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 패안이 되어 실패했고, 결국 그녀는 1년 넘게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 단적으로 비교되는 인물이 SM의 '보아'인데 그녀 역시 데뷰 초 이른바 '보아의 일기'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이쪽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완벽한 루머였음에도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파장이 JOO와는 비교조차 되지 못했다) 1집 활동에 상당힌 위기를 맞게 되지만 SM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1집 후속곡 '사라'로 음악적 존재감을 어필하여 스스로 루머를 이겨내게끔 만들었다. 물론 그 후 그녀의 일본행과 귀국 후의 큰 성공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라는 유행어의 본고장으로 만들기까지 어떻게 보면 보아 본인의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 노력이 꽃피기 전에 단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녀를 영원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절대권한을 가진 'SM'의 선택이 없었다면 그녀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기획사의 권한과 그에 따른 역할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JYP는 이처럼 철저한 기획과 그 기획을 소화해줄만한 맞춤형 '유닛'들을 생산해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유망주를 길러내는 과정에서도 다른 기획사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JYP가 기획한 아이돌 그룹들을 잘 살펴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맴버별로 제각각의 개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룹 전체가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스크립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과 2PM의 10점만점에 10점이 대표적) 이런 이유로 인해 JYP에서는 유망주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나 '하고 싶은 안무'같은 개인의 욕망은 철저하게 무시된 채 진두지휘하는 기획사에 의해 계산된 유닛들로 구성되어 기계적인 반복이 가능할 만큼 트레이닝을 이룬 후 상품으로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불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음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가장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JYP로 들어왔는데 이건 무슨 SM보다 더 꼭두각시를 만들어대고 있으니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실망을 하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어렵게 합격한 기획사인데, 도중에 포기하면 인생 망가질것 같고, 이 연습생 생활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건지 알 길이 없고... 아마 다른 기획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JYP의 연습생 시절은 암울함 그 자체일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YG의 경우 그 목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연습생들 중 가능성이 보이는 맴버들을 기존에 데뷰한 아이돌 그룹에 옵저버로 잠시 활용하는 (피쳐링이나 백댄서 등으로) 형태로 이들의 막연함을 달래기도 하는데, JYP의 경우 워낙 데뷰 전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강하게 고수하는 부분도 있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젝트에 '옵저버'가 들어갈 틈바구니란 에초부터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어떤 재능을 보였기에 재범군이 JYP로 발탁되엇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연습생 시절 비교적 자유분방한 의견개진이 가능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그가 JYP로부터 받는 충격은 아마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일기인지 메일인지 모르는 글을 잘 보면 '한국인들은 랩 같지도 않은 랩을 듣고 좋아라 한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당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아마 미국의 50센트나 에미넴 같은 래퍼를 꿈꾸었던 것 같지만 한국 시장에서 그 둘의 음반 판매량이 지금의 2PM음반 판매량과 비교가 될 리 없는 게 현실이었을테니까, 에초 레벨 문제를 떠나서 음악을 소비하는 취향적 문제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JYP는 이런 그의 희망을 가볍게 묵살하고 지극히 한국인이 듣기에 무리가 없고 '한국에서 팔릴 수 있는' 음악을 반복적으로 연습을 강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가 다른 연습생이 아닌 미국인 친구와 마이스페이스라는 미국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JYP의 분위기 상 그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이미 JYP는 그런 식으로 원더걸스를 범국민적인 아이돌로 만들어낸 '성공전례'가 있기에 그들의 육성 과정은 JYP 내부에서는 법 그 이상으로 치부되지 않았을지 싶은데, 이런 환경에서 JYP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신격모독과 다름없을만큼의 프렛셔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과연 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다시말해 '짐승남'으로 2PM이 원더걸스에 이어 범국민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에 시동을 걸 만큼 위상이 달라진 시점에서까지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생각과 크게 다름없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아니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여기에는 재범군 본인의 사례보다 지금 상황을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론'이 이미 나와있다. 다름아닌 원더걸스인데, 그녀들이 국민적 걸그룹으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곡 '텔미'가 전국을 한바탕 강타한 뒤 맴버들에 의해 텔미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속속 알려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알려진 것들 중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맴버들이 텔미 곡을 받고 의상을 받아들고 하기가 싫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원더걸스 역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JYP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원더걸스가 그때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을까? 대답은 NO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 '성공'했으니까 아무리 기가 센 사람이라도 저절로 입이 닥쳐질만큼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결국 JYP의 말대로 됐으니까, 국민들은 JYP가 가르쳐준 대로 하니까 자신들을 국민적인 걸그룹으로 칭송해주고 있으니까, 종교로 보자면 이미 기적을 본 그들에게는  JYP에 대한 불신이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JYP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연습생 시절 제각각 개성적인 음악적 꿈을 가지고 있던 젊은이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음악을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결국 자신들의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고 JYP가 가르쳐준 음악이 '대한민국'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맴버들이 거부감을 갖는 걸로 따지면 '텔미'보다 '노바디'가 훨씬 더 했겠지만 (모두 같은 옷에 나오지도 않는 마이크에 정해진 루트에 의한 안무, 빤짝이 의상에 전혀 트랜디하지 않은 음악까지) 맴버들은 이미 텔미의 성공으로 인해 JYP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텔미때보다 훨씬 높은 싱크로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에 힘입어 '노바디'는 기획 당시의 포텐셜을 모두 폭발시키며 텔미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즉 재범군도 2PM이 이미 본 궤도에 올라온 상황에서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반드시 거짓이라고는 보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그는 TV에서 '지금의 성공'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의 표정 어디에서도 예전 음악에 대한 미련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그의 마이스페이스에 나온 사상대로라면 그들에게 붙여진 '짐승남'이라는 타이틀에 경기를 일으키고도 남았겠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별로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 역시도 JYP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을 버린 채 지금의 인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 게 아니었을지 싶다.


다시 본 사건으로 돌아와보자 JYP의 재범군에 대한 조치, 대단히 신속 정확하다. 다른 맴버들의 상품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2PM의 해체 대신 무려 '리더'인 재범군의 탈퇴를 선언한다. 그것도 사건이 터진지 하루만에 나온 공식 사과문에 이은 3일만에 결정된 조치였다. 정말이지 상업성에 있어서는 미숙함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일 그들이 언론을 통해 '어떤 입장 표명'을 했거나 그를 위한 변명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재범군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맴버들 나아가 2PM이 가진 상품적 가치가 훼손이 아닌 송두리째 날아갈수도 있는 형국이었으니까, 그들은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게 아무 미련이나 애착, 정 없이 재범군을 퇴장시켰다. 여론은 의도한 대로 재범군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르고 있지만 이는 재범군 본인에게 아닌 '2PM'에게 득이 되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며 이를 JYP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재범군은 적어도 JYP소속으로는 두 번 다시 한국에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를 대강 알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상업성'의 극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준 JYP가 받은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2PM은 건져냈고 여론도 반전됐으니까, 모든 이야기의 핀트를 조금도 남김없이 재범군 한명에게 집중시키는데에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서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타격은 최소화하면서 내치는 그의 등에 '과녁'을 그려넣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마저 그에게 모두 향하도록 만드는 극악함을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 재범군의 잘못은 적어도 '한국 연예계'에서는 절대 통용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지만 문제는 과연 그 하나에게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었을지, 과연 이같은 사태를 '회사'의 입장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작은 움직임조차 없이 끝나버리는 논란이 자연스러운것인지 생각보다 서둘러 내려진 결론을 보며 한층 씁쓸함이 느껴진다. 결국 언론의 한 방이 이 사건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앗아간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더하다. 결국 뭐 하나 변한게 없이 사건이 끝나버린 재범군 사건, 이 사건에서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다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상업적 본성을 드러낼수밖에 없었던 기획사 JYP와 한국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아버린 재범군, 또 한번 감정의 뇌관에 상처를 입은 한국 연예계의 소비자만이 남았을 뿐이다.

아 참, 언론은 좀 득을 봤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