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3. 1. 6. 14:34

늘 그렇습니다. 사실 원하는 대통령, 원하는 취업, 원하는 대학, 일부에서는 원하는 부모(?)까지 ... 뭔가 뜻대로 되는 게 아닌 타의적인 것에 의해 어떤 운명의 갈림길이 결정되는 상황은 언제나 좌절을 안겨다줍니다. 지난 12월 19일에 우리나라 48% 가량이 겪었던 이른바 멘붕도 아마 이런 타의적인 부분에 의한 운명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삼성중공업의 태안도 그렇고, IMF도 그렇고, 이번 투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왜 그들이 저지르는 걸 늘 우리가 치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서는 5년 후를 기약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답이 안나오니 5년 후에도 바뀌긴 할까라는 회의감이 드시는 분들도 계실거고요. 제가 무릎팍 도사까지는 안되더라도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의 이같은 다양한 생각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많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1. 난 아직 젊고, 나이든 사람들이 일을 그르치는걸 지켜보는게 더이상은 naver이신 분

 

이민을 준비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진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중 노령화사회가 가속화되고있는 일본과 우리나라 그밖에 몇몇 나라들은 이미 경제활동인구가 수혜인구에 한참 못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총성없는 전쟁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유능한 젊은 인재들의 수입 전쟁'이죠.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표면화되고 있지 않지만 일본이나 그밖에 젊은이들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는 젊은 인재들에게 외국인 자격이 아닌 자국민과 동등한 자격과 의료보험 혜택, 자국민에 비해 살짝 부족하지만 연금 혜택까지 갖춰주며 젊은이들 유치에 열성적입니다. 당장 지금의 일본처럼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사회 자체가 돌아가지 않을 지경에 이른 곳도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을 먹여살려줄 일할 젊은이들이 필요합니다.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유일하게 그 심각성을 우습게 보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며 그중에서도 곧 이들의 수입과 세금에 의존해야 하는 5~60대 이상의 중장년 노령층입니다. 이들 중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인구는 통계 그 자체로 10% 미만이며, 대부분 노후에 국가 연금에 크고 작은 의존을 해야만 하는 인구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현재 지식 수준과 인식 수준 자체가 그 연금이 정치인들이 만들어내준다는 인식에서 머물러있을 뿐 그 돈이 결국 젊은층의 경제활동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런 사실 자체를 알고 있고 자신들의 혜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의 부실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생애에서는 그것을 경제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다는 극도의 이기주의적인 사회공동체사고방식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국가 그리고 그런 국가를 지지하고 따르는 분들에게 가장 좋은 처방은 그분들이 그렇게 싫어마지않는 무지한 젊은이들이 이 나라에 거의 남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쥐뿔도 모르는 좌파적 젊은이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니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 나라가 분명 유토피아가 될 것임에 분명하겠죠. 그들과 생각을 같이 하는 일부 젊은이들만이 남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떠나거나 혹은 뜻이 다른 자들에게 가는 정책을 거부하는 측면에서의 국민권 포기와 납세 거부가 동반된다면 정말이지 이 나라는 망국의 길이 아닌 박정희 시절의 힘과 정열을 느낄 수 있는 멋진 대한민국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분들 말씀대로 말입니다. 한번 그분들 뜻대로 100%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는지, 발목 잡히지 않고 갈때까지 가보게 두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럼 그렇게 해드리면 됩니다. 여러분들 지금 토익 공부하시는데 기업들은 이미 입사해서 중역이 된 지들도 못하는 토익점수를 신입사원보러 만들어내라고 하죠? 여러분들 정말 대단한 인재들입니다. 전공 스킬에 외국어 능력까지, 사실 해외 취업이요? 토익 700~800 요구하는거, 그거 다 해외 취업이 기업 하나를 거치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일단 직접 부딪혀보시면, 여러분들 공무원시험보는것, 토익시험준비하는것만큼의 노력만 있으면 확율적으로 그 두 가지 시험보다 문이 좁지도 않습니다.  

 

노란색을 제외한 것이 세금,

 

정 안되면 차라리 파트 타임으로라도 활동할 수 있는 단기 비자를 얻어 장기체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현지에서 엿보셔도 됩니다. 워킹홀리데이를 이용하여 일본이나 호주 등지로 나아가 현지에서 직접 장기 체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기회로 활용하시는 것도 좋아요. 물론 그쪽 정치나 세금 문제 등도 딱히 좋다고는 볼 수 없는데요. 다만 적어도 그 나라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귀하게 어기'고 경제 수급자들은 그 젊은이들에게 빨갱이니 뭐니 뭐라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으니 적어도 세금이 아깝다는 느낌은 안들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그 정부를 지지해서 기어코 지금의 정부가 지금 이모양 이꼴대로 나아가게 만든 사람들은 당신들이 지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눈꼽만큼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는 거, 세금을 내는 거 싫은 게 당연해요.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민을 가셔도 좋고 아주 잠시동안 한국에 낼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으로 해외 장기 채류 및 현지 경제 활동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느껴보세요. 당신이 얼마나 지금 나이에서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보다 위에 있는 나라는 18개국 정도네요 전후 10위권 내에서 선택하시면 무방합니다.

 

...

 

2. 후일을 기약하고, 일단 5년을 좀 무사히 버텨보고 싶다는 분들

 

이분들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지만 정작 드릴 말씀이 많지 않겠군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우선 그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왜 그들이 이명박에게 그렇게 당하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또 지지를 보내는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죠.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미디어들처럼 무슨 과거에 핍박받고 잃어버린 젊음에 대한 상실감이 표로 표출되었다는 거지같은 후속논리를 내세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선택은 그런 고차원적인 습성이 스며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는 그대로 그들의 표를 던지는 매커니즘은 너무 단세포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그들의 습성을 경제논리나 사회과학 측면에서 분석하면 그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단순하고 무지합니다. 그들은 무슨 과거의 영광이나 박정희에 대한 향수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냥 단순하고 무지한 것만은 아니고요. 살아온 세월의 경험에 의한 상식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는 분명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도 안되는 상충된 지적 충돌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죠.

 

인지부조화이론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최훈 작가의 작품 '삼국전투기'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물론 이 분도 인용한 것이겠지요)

 

 

그들은 지금 정부, 그리고 앞으로의 정부, 그리고 그 정부의 모태가 되었던 과거의 정부가 얼마나 나쁜 정부였고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경제 발전 이면에 있었던 반민주적인 행태가 어느 정도로 지독했는지 오히려 지금 젊은 세대들보다 더 많이 알고 피부로 느낀 세대들입니다. 이들이 절대 그걸 '모르거'나 '잊었'다고 보기는 힘들죠. 오히려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큰소리 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공포정치가 펼쳐졌던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에는 사실 괴담처럼 일컬어지는 코렁탕, 남산 지하실 뭐 이런 얘기는 그때 흐르는 말 그대로 '시범 케이스'였던 것이죠.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과 전국 대부분이 굴복하는 가운데 끝까지 전두환을 인정하지 않았던 광주 시민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내 목숨, 내 건강, 내 돈부터 지키자'라는 보수적 보신적인 마인드로 몸을 사렸던 세대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느끼는 마인드입니다. 그들은 분명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당시 용기를 내지 못했거나 딸린 식구들 때문에라든지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그 저항에 몸을 담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지켜봐야만 했고 그들로 인해 만들어진 민주화의 성과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남들이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 역사의 흐름에서 도망쳤다는 크고 작은 생각이 분명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그들로 하여금 들게 만든 것도 결국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거두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들의 선택은 그 민주화 운동이 끝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전두환의 최측근, 5공인사 노태우가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이 된 것이 시초였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보통 야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역사적 분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노태우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노태우가 되지 않았을거에요. 그런데 적지 않은 표를 받았다는 말이죠.

 

그들은 5공 당시 도망쳤던 스스로를 책망하다가도 민주화 운동에 성공한 우리나라를 바라보며 그 당시 결국 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5공 때 소극적이었던 모습조차도 정당했다는 일종의 정당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자신들이 그렇게 소극적이었음에도 민주화 운동은 성공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한 편으로는 사실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런 자신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나머지 결국은 5공때 소극적이었던 것은 5공이 정당했기 때문이고 결국 내 행동이 옳았다는 극도의 보수적 자기변론과 자가당착에 빠지게 됩니다. 노태우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결국 역사의 변화에 동참하지 못했던 민주화 운동 불참자들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변론을 위한 인지부조화 이론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인간은 자신의 잘못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를 한다는 이 이론이 정치계에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래 맞아 저놈들은 북한에서 사주한 폭도들임에 틀림없어 내가 참가하지 않은게 절대 잘못된게 아냐!

 

그런데 이런 흐름이 어딘가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계속 쌓여만 나갑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지지했던 자들이 특별히 자신들을 우대한 적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IMF가 오고 경상도 지역 경제 발전이 악화일로를 겪는 와중에도, 4대강으로 강이 썩어들어가고 물가가 폭등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던 이명박 정부를 겪었음에도 결국 또 다시 새누리당을 찍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찍는가를 다시 한번 이런 현상을 토대로 되짚어봐야만 합니다.

 

이들에게 이명박 정부가 부패했다며 심판하자고, 자신들을 뽑아달라는 민주당 후보를 뽑아주길 기대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가 부패했다는걸 그들이 몰라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이명박'을 뽑았다는 사실 때문인거죠. 내가 이명박을 뽑아서 나라가 이렇게 되었다.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 지역이 개차반이 되었다. 이걸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아는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내가 이명박을 뽑았기 때문에 이명박이 아무리 못해도 이명박을 뽑은 내가 병신취급받지 않으려면 이명박이 잘한 것만 부각시켜야 하고 잘한게 없으면 잘한 것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그 증거로서 정권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

 

백약이 무효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시절 5년을 너무 힘들어하면서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을 너무 경멸했습니다. 그냥 나오면 후려갈기겠다는 살기등등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주변엔 이명박 찍은 사람 한명도 없는데'라는 유행어가 유행했습니다. 실제로 지지하면서도, 지지했으면서도 그 살기때문에 드러내지 못했던 사람들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이나라가 이모양 이꼴이 된 것에 대한 민주주의적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두려워 지금의 정부를 정당화하기 위해 정권교체를 거부하는 정치적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이 성공했을 때 민주화 운동에 참가하지 못한 자신들이 부끄러워 결국 민주화 운동 이전의 자신의 행동을 변호하기 위해 노태우를 찍던 바로 그 사람들의 업보가 쌓여 변화의 물결에 제방을 쌓고 있는 것이죠.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지금 박근혜를 지지해주십시요. 지금 박근혜를 거부했던 사람들은 만일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서 삽질을 즉시 시작하게 된다면 바로 등을 돌리고 그에게 내줬던 지지를 바로 철회할 행동력있는 민주주의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사람을 지지자의 입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리나라의 소중한 재산임에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속속 무혐의로 드러나고 있지만 당시 노무현이 부패했다며 그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그런 당신들의 능력이 지금 이 나라에 더 많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바라보세요. 그리고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탓하고 그녀가 혹 어떤 국정 운영상의 실패로 인해 나라꼴이 처참해지더라도 절대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비난하지 마세요.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을 타의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거두고 인지부조화를 선택하도록 만들게 하지 말자는 말입니다. 그들은 무지할지언정 절대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그들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비난과 자괴감에서 도망치기 위해 또 다시 스스로를 위한 투표를 하게끔 만드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판단이 정확하다면 박근혜의 5년은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겠지요. 그런데 어쩌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모습은 사실 지지자의 입장이 아니면 잘 보기 힘듭니다. 분명 문재인도 100%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겠지요. 지지자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과오가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그녀의 5년에 대한 보다 보편적이고 공정한 공과 비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지하지만 지혜롭기도 한 50대가 납득할만한 정권심판론이 먹힐 수 없을 것입니다. 잘한 부분은 잘했지만 안좋은 부분이 이러저러하게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걸 보완할만한 후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야지 무조건 지난 정부는 개씨발호로잡놈의 정권이라고 매도해버린다면 그 정권에 표를 던지고 그 표를 던진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지지해왔던 유권자들은 마치 자신들에게 그 욕설이 향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더욱 자신의 지지 성향을 꼭꼭 숨기고 표로서 자신을 변호하려 들것이기 때문입니다.

 

...

 

진정한 민주주의는 최악도 최선도 없지만

두 개의 사상이 수시로 바톤터치를 하면서

나라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시소게임을 하는...

그리고 가능하면 그 시소가 진동이 크지 않는 재미없는 시소가 되도록

어느 한쪽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져서 엉덩이가 아프게 되지 않도록...

 

어쩌면 이상론적으로 더 이상 치우침 없이 벨런스를 완벽하게 맞춰 수평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가 변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것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제대로 된 시각으로 박근혜를 바라볼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우리부터 박근혜를 지지자의 시점에서 제대로 보고 평가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posted by RushAm 2013. 1. 2. 19:16

 롯데멤버스라는 포인트 카드가 있습니다.



롯데카드, 롯데월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롯데시네마 등등등 롯데 계열사에서는 모두 포인트를 적립해준다는 카드인데요. 모바일 지갑에서도 꽤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만들면 혜택도 꽤나 광범위해서 많이들 만들고 있으시죠? 저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이 카드 가지고 계신 뒤로 불필요한 광고 전화나 문자가 많아진다는 느낌 안드시나요? 제 경우는 롯데 계열사에서 오는 전화는 물론이고 롯데 계열사를 위시하여 롯데 계열사가 제공한 다른 보험 회사 등의 안내전화까지 스팸에 이골이 나 있는 분들이라면 꽤나 골치를 썩을 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드랬습니다.


그런데 이게 꽤나 고약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롯데 맴버스는 운영 자체부터 이미 개인정보 보호나 제 3자 제공에 있어 상당히 제멋대로식의 운영을 해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거든요. 지금부터 그 내용을 하나하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나름 1년동안 준비한 내용이라서 꽤 들을만 할 거에요.


1. 롯데 패밀리 회원 제도


롯데멤버스 가입을 하게 되면 롯데 맴버스에만 가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롯데 패밀리라는 롯데 계열사 통합 아이디로만 가입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다음은 회원 가입 시 보실 수 있는 화면입니다.




물론 패밀리 회원에 가입하고 싶지 않거나 개인정보를 주고 싶지 않은 곳에 골라서 안 주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는것이죠. 골라서 가입할 수 잇는 방법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이 통합 회원이라는 함정에 걸려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통합 아이디를 만들고 이 통합 아이디에 쓰게 되는 휴대전화 번호가 롯데 계열사의 모든 곳에 다 뿌려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속에서 제 3자 동의 범위가 매우 넓은 롯데홈쇼핑 같은 (자체 보험부서를 위시한 제휴보험회사 팔아주기) 곳에 휴대전화번호가 들어가게 되면 보험회사의 상품안내 전화가 오게 되는 극악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제도 자체는 자체 확인 결과 롯데멤버스 (모기업 롯데카드)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사 결과 이런 방식의 운영 자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다소 억울하겠지만 골라서 가입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한 스팸 문자나 전화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에 따른 피해는 조금 감수를 해야 한다는 게 국가의 입장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국가가 롯데멤버스의 이런 변칙적인 영업방식에 편을 들어주다보니 해서는 안될 짓을 해버렸다는 데에 있습니다.


2. 제공된 회원 정보를 다른 계열사가 멋대로 갖다 쓸 수 있다?


롯데 패밀리 회원 가입은 한 번의 회원 가입으로 개인정보가 모든 계열사로 제공된다는 부분은 앞서 설명을 드렸죠? 한마디로 롯데 맴버스 회원이라면 모든 계열사에 이미 개인정보가 들어갔다는 암묵적 '팩트'가 성립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팩트가 '암묵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여기에 IF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죠.


자 여기에서 한 가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저는 롯데 맴버스에 가입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계열사에 제 회원 정보가 동일하게 들어가있겠죠? 그곳에 가 있는 제 회원정보는 010-1111-1111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 그런데 저 계열사 중에는 제가 자주 쓰는 계열사와 가끔 쓰는 계열사 그리고 아예 쓰지 않는 계열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그 곳에 가 있는 개인정보의 정확도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홈쇼핑 관련 계열사의 경우 택배배송을 위해 주소와 전화번호가 가장 최근에 갱신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경우 상당히 오래된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중간에 저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꿉니다 010-2222-2222로 말이죠. 그렇다면 롯데 계열사 중에서는 제 새로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계열사가 있고 모르고 있는 계열사가 있게 됩니다. 자주 쓰는 계열사일수록 그럴 확율이 높다는 것이죠.


-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회원 가입 정보가 '전혀' 수정되지 않은 한마디로 예전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롯데 계열사에서 스팸 문자나 전화가 왔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


여기서 롯데 패밀리 회원 제도가 주는 이미지를 악용한 함정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처음에 가입할때 모든 계열사에 '동시'에 가입을 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특정 한 곳에서 '수정'한다면 다른 계열사의 모든 개인정보가 동시에 수정되는 유기적인 관계에 묶여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되기 쉬운데요. 실제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롯데 계열사가 그런 식으로 개인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통합 가입은 '한번'에 모든 계열사에게 '지금'의 정보를 '한번'만 제공하는데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 수정 '갱신'은 다릅니다. 개인정보를 수정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입할때와는 달리 어떤 약관도 개인정보 수정 화면에 제시되지 않습니다. 아니 제시될 수 없습니다. 내 정보를 갱신하는데 어떤 약관이 필요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가입은 몰라도 계열사 개별적인 정보 수정은 롯데 패밀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행동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시나리오처럼 개인정보가 '최신으로 갱신되지 않은' 곳에서 스팸전화가 왔다면 그건 말 그대로 '스팸'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내 지금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없으니까요. 


롯데는 롯데패밀리 가입 당시에 주는 '유기적이 될 것 같은'이미지를 악용했습니다. 가입 당시에 모든 홈페이지에 동시 가입이 되는 만큼 수정도 동시에 모든 계열사가 다 같이 공유될 것 같다는 보편적 상식을 심어두는 것이죠.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롯데는 실제로 그렇지 않고 그럴 수도 없는데도 이 보편적 상식을 이용하여 스팸문자나 전화를 보내는 데에 갱신되지 않은 계열사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죠.


3. 롯데는 어떻게 갱신되지 않은 계열사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


롯데멤버스가 최근에 가장 주력으로 밀고 있는 부분이 이른바 '전자지갑'사업입니다. 이통사 3사는 물론이고 각 카드사별로 전자지갑 (모바일 앱 상에 각종 맴버십카드를 내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재미있게도 이제 막 출범하는 회사의 전자지갑에는 어김없이 첫 가맹점으로 '롯데멤버스'가 항상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롯데멤버스는 출범 기념이라는 그럴싸한 사유로 반드시 '이벤트'를 통해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죠.



근데 이러한 형태로 전자지갑 서비스를 통한 롯데멤버스에 가입하게 되면 롯데멤버스가 가지는 이득은 실로 어마어마 합니다. 전자지갑은 통신3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고 '스마트폰'앱이며 개인정보 확인 절차상의 이유로 '실제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번호'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이 점에 착안한 롯데멤버스는 갖은 이벤트로 전자지갑 가입자를 끌어모아 롯데멤버스의 개인 정보 중 '휴대번호'정보만큼은 최신정보로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롯데멤버스는 이 정보를 '공용 전산망'에 등록시켜 놓고 모든 계열사들이 필요할 때 열람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가 최신이 아니더라도 이 공용 전산망에 등록되어있는 롯데 멤버스의 개인정보를 멋대로 취득하여 자신들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물론 롯데 패밀리 가입 당시 절차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회원들은 이게 대체 뭐가 잘못되어있는지도 모른 채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만일 내가 롯데마트에 가입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롯데멤버스로 전자지갑 서비스까지 이용하고 있는데 롯데마트에서는 010-1111-1111로 회원정보가 되어있고 롯데멤버스에는 전자지갑 서비스 이용을 위해 010-2222-2222로 갱신되어 있다면 롯데마트는 롯데멤버스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불법으로 취득하여 자사의 홍보문자를 보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에초에 공용전산망에 개인정보를 등록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요 그것을 멋대로 계열사들에게 자유롭게 열람 및 활용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도 불법입니다. 개인정보는 그런 식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되거든요. 


다행이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지난 2012년 11월 제가 제기한 민원을 통해 내림으로서 롯데멤버스는 더 이상 이같은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4. 스팸문자나 전화를 오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지난 11월 금융감독원의 시정명령으로 롯데멤버스측은 시정명령을 이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바로 지난 7월 29일자부터 시정 명령 준수 완료 및 대응책 마련이 이루어졌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에 롯데멤버스측이 밝힌 롯데계열사로부터 스팸문자나 전화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1) 1588-8100에 전화한다. (9시부터 18시까지 운영)

2) 5번을 누른다.

3) 상담원 연결을 누른다.


4) '선택적 동의 해지' 라는 말을 해준다.


5)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고 완료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전화를 끊는다.


...


원래는 응당 자기들이 직접 해야 할 일임에도 저런 식으로밖에 처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길어봐야 3분 정도의 시간 투자로 스팸문자나 전화가 많이 오는 주체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죠. 이통 3사의 스팸 전화 차단 서비스도 롯데 계열사의 스팸은 차단해주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선택적 동의 해지 라는 키워드는 제가 롯데멤버스측에게 요청하여 상담원들에게 교육시키도록 명령한 키워드입니다. 이렇다저렇다 이야기할 필요 없이 저 한마디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부담없이 하셔도 될 듯 합니다.


...



CJ나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들도 통합 멤버십 서비스나 통합 ID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저 역시 그곳에 가입되어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참 롯데멤버스는 '롯데답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구조라는 느낌입니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대기업, 아마 이번 롯데멤버스 사태 뿐만 아니라 롯데에 대한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번 포스팅이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을수도 있겠군요.



개인정보는 여러분들이 회사에 '제공'한다고 해서 그 개인정보가 '회사'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그 홈페이지에 가입되어있는 기간 동안 '임대'하게 되는 형태이며 계약이 끝난 직후에는 폐기라는 절차를 통해 그 임대 계약을 끝내는 방식인것이죠. 롯데맴버스처럼 자신들이 취득한 정보를 계열사들의 배불리기를 위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용 전산망에 올려놓고 마음껏 열람토록 하거나 그걸 이용해서 스팸문자나 전화나 하도록 강요하는 기업이 이 나라의 대기업이랍시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게 창피할 지경이네요.



스팸 오는 방법을 가르쳐드리긴 했습니다만

이런 마인드로 운영하는 기업이 과연 지금 밝혀낸 부분만이 전부일까요?


롯데라는 기업과는 아예 얽히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삶을 보다 윤택하고 쾌적하게 만드는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RushAm 2013. 1. 1. 03:22

안철수...

 

 

본격적으로 정계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합니다. 단지 지지선언 한 방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5%의 후보를 50%로 바꿔 당선시키더니, 대선에는 직접 본인이 나와서 무려 2개월 넘게 30%+ 지지율을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그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미련없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더니 문재인 후보를 그토록 적극 지원하며 마치 대선 이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더니만 지금은 또 훌쩍 미국에 가버렸습니다.

 

기회주의자다. 간만 본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고집불통이다. ...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의 경우 그의 정책적인 부분보다 인간적인 면이 선거기간 내내 더 많이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는 '정책적인 부분'을 더 많이 평가받은 반면, 안철수의 경우 별로 인간적인 면면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철저하게 정책 노선으로만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면만을 분석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정말이지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손이란 참 신기할 따름이네요. 언론장악의 잔재란 정말 거대한 것 같습니다.

  

 

선거를 결산하는 기념으로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 생각해본 김에 대선을 완주하면서 당을 포함한 본인의 정책 방향성이 비교적 잘 드러났던 문재인에 비해 (물론 그에 대한 언론에서의 보도는 거의 0에 가까웠지만) 상대적으로 그 정책 방향이나 기조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는 안철수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의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죽은 자식 나이 세기같은 느낌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2009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에 쓴 글 (http://rusham.tistory.com/64)처럼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후보를 정말 오랜 기간 키워내는 것보다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후보의 지지율을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정작 선거 기간 내내 단단했던 여당의 고정 지지율에 맞서 깨질 수밖에 없다는 상당한 위기감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미 팽배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세대를 아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50대 이상, PK지방의 압도적 지지율, 호남 지방의 야당 초강세같은 맞대결의 의미를 넘어 이제 그 후보에 대해서 정말 꾸준히 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말 성급한 일반화를 범하기 쉽지만 정작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오래 지켜봐야지만 비로소 신뢰를 주기 때문이지요. 많은 노출이 필요하고 많이 알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의 존재는 무려 15년간 각종 유무형 매체를 통해 알려져있었고, 문재인의 존재는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게 고작 1년입니다. 1년동안 신뢰를 얻는 것과 15년동안 얻을 수 있는 신뢰는 그 단단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안철수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그에게 어떤 행보를 요구하고 그가 그에 응할지 어떨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의 인간적 성품이 아닌 그의 정책적 성향 (변하지 않는 기초적인 부분) 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바라본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대안은 안철수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이 글만으로 그렇게 받아들이실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각종 저서를 통해 해당 후보의 면면을 알아보는 것처럼 이 글 역시 하나의 참고자료로서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알기쉽게 써 볼 생각입니다만, 정책 관련 내용이다보니 쉽지는 않겠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

 

1. 안철수, 보수냐 진보냐?

 

보수입니다.

 

그는 중도 보수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합니다.

작은 정부란 그냥 작은 정부가 아니라 정부가 특별히 소소하게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수많은 부처를 폐지, 통폐합시켰던 것도 그가 '일단은' 보수정당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단 보수의 기본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이게 좋은 지 나쁜 지 잘 알기 어려운 정책기조인데요. 작은 정부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책의 집중성에 있습니다. 어떤 정책을 추구해야겠다고 생각되었을 때 관계부처가 많다면 하나의 정책에도 여러 가지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정책결정부터 추진까지 정말 많은 쪽의 사정을 만족시키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작은 정부가 되면 당장 결재서류 숫자부터 줄어들게 되죠. 일단 정부 부처를 꾸리는 데에 돈이 많이 들지 않게 됩니다. 또한 부처 자체만을 위한 정책도 줄어들게 되죠. 발의되는 정책도 줄어들고 따라서 임기 내 추진되는 정책도 줄어 시행되는 정책 하나하나에 힘이 실리게 되니 매 정책마다 파급력이 크고 그만큼 무게감이 실리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명박의 대운하, 4대강, FTA 등은 매우 크고 우리나라의 많은 부분을 크게 바꿀 정책들이었지만 그 외에 소소한 부분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었죠. 아동성폭행 조차도 아동성폭행 그 자체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 전반, 나아가서는 음란물까지 한마디로 '성 관념' 전반을 바로잡는 파급력이 큰 정책에 주로 손을 대는 모습이 많았으니까요. 물론 그로 인한 소소한 잡음은 모조리 무시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이런것들이 모두 작은 정부와 보수성향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적 특징입니다.

 

안철수 역시 이런 작은 정부를 지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금 이명박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와는 좀 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정책의 희소성과 무게성을 이용하여 해당 정책과는 다른 쪽의 '이권'이 개입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지요. 이 부분이 사실 보수와 작은 정부에서 가장 필수불가결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보수는 작은 정부를 꾸리는 대신 많은 부분을 민간의 자율적 판단과 경쟁에 맡기게 됩니다. 여기에서 정부가 해야할 것은 중간자적 입장에서의 '철저한 사법 공정성'입니다. 정부가 직접 해당 정책과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면 아무래도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가지 않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 컨트롤하는 대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는 쪽을 강화하는 공정성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의 새누리당은 표면적인 부분에서 보수임에 틀림이 없으나 그 성격을 악용하여 이권에 휘둘리고 사법의 중심을 잡는 데에 매번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가짜 보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권이 개입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늘 청렴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던 야당조차 이권과 비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실망감을 나타냈었죠. 그 후보의 청렴함을 믿고 투표했지만 정작 그는 청렴하지 않았거나 혹은 청렴하더라도 그 주변 사람들이 청렴하지 못해서 도덕성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치학적인 문제로 치면 오히려 보수정당보다 진보적인 정책의 정당에서 도덕성을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강합니다. 진보적인 정당은 나라를 진보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일이 너무 많고 그러려면 정말 많은 법안과 부처를 신설해야 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작은 정부가 부패하지 않았느냐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쪽은 아예 작은 정부를 만드는 과정 자체부터가 비리투성이었으니까요. 정부가 하던 일을 민간에 넘기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려 드는데, 그 정책 기조가 '정부의 부담을 더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지게끔 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까요. 물론 그 부담의 실체는 친인척이나 측근이 민간의 탈을 뒤집어쓰고 그 이권을 넘겨받는 것은 물론 작은 정부였다는 이유로 해당 분야에 대한 도덕적 검증 자체를 안하는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한 게 아닌 그들의 이해타산에 맞는 '작은 정부'로 재해석된 가짜 보수였다는 것이죠. 원래 보수는 나라가 얻는 녹을 줄이고 국민을 잘살게 하되 불합리한 비리는 반드시 척결하는 데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2. 안철수는 진짜 보수가 될 수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철수가 주장하는 정치개혁과 정당정치 쇄신이 바로 진정한 '보수정당'을 만드는 일련의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안철수는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주안점을 두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 '여당'이 되어서는 한국 정치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한 정당개혁은 바로 '여당'이 없는 대통령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안철수가 만일 단일화에 성공해서 야권단일후보로 나왔다고 하면, 그리고 안철수가 만일 당선이라도 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일단 안철수는 무소속 후보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야당이 되겠죠. 그 뒤에 안철수는 어떤 당이든 선택해서 입당하고 그 당을 여당으로 만들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럴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무소속이 아니라 특정 당 소속으로 후보를 출마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당이 없는 대통령, 대통령보다 훨씬 세력이 큰 두 거대 야당...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판은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사례가 될 뻔한 일이 2012년 12월 벌어질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는 이런 미쳤다면 미친 생각을 한 걸까요? 아마 제 생각과 일치하다면 그는 바로 이 여당과 야당의 관계 그 자체가 구태이며 정당정치개혁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거대정당 두 곳 중 한곳에서 대통령이 배출됩니다. 대통령이 배출된 당은 '여당'이고 배출하지 못한 당은 '야당'이 되죠. 그런데 사실 국회의원 수는 여당이 된다고 해서 300석을 다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주로 나라를 위한 어떤 정책이나 법안을 '만드는' 일은 여당이 주도합니다. 대통령도 있겠다 여당이 생각하는 정책방향대로 미루어두었던 것들을 처리해나가는 것이죠. 그럼 야당은 이때 무엇을 하느냐, 물론 그들도 법안을 만들고 상정하는 일을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은 여당이 만든 법안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일을 역점으로 두게 됩니다.

 

구글에서 '국회' 라는 단어로 이미지 검색하면 나오는 두 번째 사진...

 

물론 정책방향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어느 한 쪽은 정책을 만들기만 하고 어느 한쪽은 다 만들어진 정책을 그냥 앉아서 비판만 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양대 거대정당에 모인 인재풀의 위대함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정말 큰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 역시 여당일 때 많은 정책을 만들어 추진한 경험이 있고 그 정책이 그들의 철학으로는 반드시 이 나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충분한 검증을 해왔을 것이며 그들 역시 그 당시 야당이었던 또 다른 거대정당에게 자신들의 정책이 가로막혀진 경험이 있을테니까요.

 

만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둘 다 야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안철수가 가진 세력은 국회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없는 상황이고 결국 법안이나 정책은 내야 하는데 둘 다 야당이니 서로 싸우거나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되죠. 사실 결국 어느 정당이든 여당의 패권이나 정해진 기간 안에 서둘러 이권을 챙기려는 의지만 없다면 충분히 이 나라에 필요한 정책들이 서로 많을텐데 그저 한쪽은 만들고 한쪽은 애써 그걸 반대하려는데에만 열심히다보니 이 나라는 어느쪽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모른 채 제대로 된 정책이 적용될 겨를도 만들지 못해왔던 것입니다.

 

 

두 거대정당에는 정치판에서 몇십년을 굴러온 베테랑도 있고 정책자문 경험이 풍부한 스페셜리스트, 이 나라에 진정 필요한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씽크탱크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여당이 되었을 때 혼자 다 해먹기 위해 갖춰놓은 것들이죠. 이들 인재들이 내가 여당 혹은 야당으로서 우리의 이득을 위해 혹은 상대를 반대하기 위해 이 인적 자원을 쓰는게 아니라 순수 정책으로, 정책 대 정책으로서 두 정당이 대결하는 구도가 된다면?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는 진짜 정책대결의 정치판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가 바라는 정치개혁은 포트 정치의 청산이다.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이권 청탁의 루트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아무리 깨끗한들 친박계, 친노계처럼 해당 후보의 계파가 존재하는 한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대통령에게 전해지는 각종 청탁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안철수가 문재인에게 그 포트 역할을 하는 친노를 도려낼 것을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대통령은 혼자 남아 대통령직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상론이 그의 단순하고도 단순한 정치 철학인 것이다.

 

 

 

물론 이미 포트 수십만개가 박혀있는 박근혜와 어느 누가 또 다시 부각되면 그 포트를 쑤셔박을 궁리만을 하는 사람만 수만에 이르는 새누리당에 갈 가능성은 더욱 적다.

 

 

 

3.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상론이기도 하고 설령 안철수가 된다고 한들 그의 머릿속대로 정치판이 움직여주지 않게 된다는 것은 지난 안철수의 출마와 사퇴 사이에 벌어졌던 일들로 인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이런 생각은 그저 이상론이겠거니, 실정을 너무 모르는 비정치인의 치기어린 객기였다고 그냥 묻어버리면 되는 걸까요?

 

안철수에 열광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가 바라는 정치에 얼마만큼 동의하시는지요? 굳이 누구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라도 깜짝 등장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여당은 정말 오랜기간동안 얼굴을 알리고, 이미지를 가꾸며 장기 투자하는 식으로 대통령을 결국 만들어내는데, 지금의 야권은 너무 오랜 기간동안 방만하다가 결국 또 다른 메시아가 나타나기만을 기대하고, 그들에게 있어 메시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의 등장 이전을 잊은 채 메시아의 계시를 거부해버리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거부한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당이 되거나 안되도 제 1야당이 되는 것 이외의 시나리오를 생각한 적이 없다. 만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가 신당을 차리든 차리지 않든 관계없이 여당은 될 수 없음은 물론 제 1야당 역시 새누리당이 되기 때문에 그들은 제2의 야당 신세가 된다. 민주당이 제2야당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만큼 그들은 제 1야당 자리를 여당 자리 이상으로 집착한다. 이런 놈들이랑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들은 안철수를 단 한번도 동일선상의 경쟁자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 1야당이라는 타이틀, 생각보다 꽤나 탐스러운가보다.

 

월드컵이 끝나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고 한숨을 쉬는 사람들 많지만 축구는 월드컵만 하는 게 아니죠. 프로 축구는 연중 개최되고 있고, 그 프로 축구가 풀뿌리가 되어 월드컵팀이 강해진다는 것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만 아직도 사람들은 월드컵 대표팀 선수가 갑자기 어디에서인가 뚝 떨어지는 줄 아는 사람이 많죠. 누군가가 갑자기 등장해 맹활약을 하기라도 하면 '혜성처럼 나타난'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신문도, 그 신문에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무언가 이 모순적인 상황을 별로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 선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 축구팀의 에이스로 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정치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끊어진 필름을 이어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의 과오를 지적할수도 미래를 보지도 못한 채 그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그를 지지해야 하는 현실에 매번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어떤 정치인을 보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면에는 그의 외모, 그의 언변, 그가 내세우는 서면과 구술로 이루어진 정책, 그의 과거 청렴성, 납세 실적과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득표력 뿐이지 않은가요?

 

 

안철수는 불과 6개월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 그에게 실망하기에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를 다시 보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안철수가 어떻게 이 세상을 바꿀지, 그걸 위해서 그에게 어떤 위치를 부여해줘야 할 지 생각해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은지요?

 

우리는 그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를 지켜볼 시간을 5년이나 얻었습니다. 또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함께 대안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간 역시 5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엄청난 약이 될수도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일 것입니다. 그 약은 우리에게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와 그 나라에 살게 될 사람들에게도 매우 소중하게 쓰여질 것이라 자부합니다.

 

...

 

그의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도

우리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그리고 그와 우리가 함께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것도

 

결국 지금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posted by RushAm 2012. 12. 21. 00:51

멘붕이라는 표현이 맞나봅니다. 유명한 논객들은 만 하루째 다들 침묵중이시고, 많은 지지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예상했던, 혹은 예상못했던 갖은 갑론을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 언제나처럼 특정 계파나 계층을 들먹이며 어떤 '원인'을 찾는데에 주력하고 있지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 뿐이에요.

 

우선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모두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이 결과는 생각보다 예측이 너무 쉽게 될 수 있었음에도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조금은 기적을 바랬었습니다. 지금의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까지 부정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젊은층의 투표율과 의외로 높았던 50대 이상의 투표율 역시 예상가능했음에도 우리는 너무 절박했었던거에요.

 

 

지금 뉴스에서 50대 이상의 분노가 표심에 표출되었다. 생각보다 젊은층 투표율이 낮았다라든지 이런 저런 얘기 나오는데, 다 빗나간 얘깁니다. 그렇게 잘 맞출거면 대선 전에 맞췄어야죠. 데이터가 나와있는걸 그대로 읇조리는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데이터 분석조차도 이번 대선의 본질적인 키워드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는걸요.

 

그래서 이번 대선을 뉴스에서 말하는것과 아주 다른 시점에서 분석해보겠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제 생각도 좀 곁들여볼까 합니다. 근래 안썼었던 길고 긴 공식성명이 될 듯 합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한번 들어보시죠.

 

..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

 

네 맞습니다. 이번 대선 야당에 엄청 유리한 투표율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야당이 이기는 게 맞고 사실 박근혜 지지자들보다 '문재인/ 안철수' 지지자들이 훨씬 더 많이 투표했습니다. 투표율이 70% 넘어가는 순간부터 박근혜 지지자들 표가 아닌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 표의 순수증가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근데 왜 박근혜가 이겼냐고요?

 

우선 75.8% 라는 최종득표율에서 70%라는 야당유리분기점을 뺀 순수 초과분 5.8%에 주목해봅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약 70.8% 의 투표율 속에서 이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생각한 분석 결과였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들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 5.8%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이 던진 초과물량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5.8%가 '문재인'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50대 이상의 무심한 투표 성향도, 그들의 분노어린 엄청난 투표율도 아니고

20,30대의 투표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서도 아닙니다.

 

단지 민주당이 너무 단순한 계산을 신기루에 묻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거에요.

 

...

 

박근혜의 지지율은 1년 전부터 움직이지 않는 말 그대로 부동(不動)층으로 유명했습니다. 박근혜에게 악재가 생기든 호재가 생기든 이 움직이지 않는 지지율은 몇 번이고 진보측 논객들에 의해 화제가 되었죠. 그 유명한 이 수치입니다.

 

45%

 

 

이 지지율은 박근혜의 거의 상징과도 같은 지지율이 됩니다. 늘 여론조사 조작을 의심받을 만큼 고정적인 지지율이어서 많은 조롱을 받게 되죠. 그런데 그만큼 또 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진보논객들로부터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낳게 했던 바로 그 지지율입니다.

 

안철수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지지율이 있죠. 많은 사람들이 자꾸 안철수나 문재인 지지율을 양자구도 단일화했을때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양자구도는 어디까지나 단일화 된 후 다른 지지자들이 섞인 결과입니다. 안철수의 바람이 꺼지고 지지층이 박근혜처럼 더 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던 단일화 직전의 지지율은 바로 이 숫자로 대변됩니다.

 

30%

 

 

당연히 문재인의 지지율은 이미 3자 구도를 기준으로 해놓은 상황에서 남은 수치가 되겠지요.

 

25%

 

 

이 숫자들을 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45 vs 30 vs 25 의 대결

 

일단 산술적으로 보았을 때 이를 양자 대결로 치완해보면 야권지지율은 55%, 여권 즉 박근혜 지지율은 45%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어디까지나 산술적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양자구도 여론조사는 좀 이상합니다.

 

 

 

산술적으로 누가 되든 표가 똑같이 모여야 하는데 문재인일때와 안철수일때의 총 득표율이 다릅니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본선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했었고, 지금 문재인의 패배 뒤에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온다고 합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사실입니다만 안철수라고 해서 반드시 이겼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안철수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실 때문이죠.

 

 

선거가 임박할 때 이탈한 지지자는 부동층이 되지 않는다.

 

 

단일화가 선거에 너무 임박해서 이루어져버린탓에 단일화와 동시에 사람들은 이미 지지 후보를 정해버려야만 했습니다. 후보들만 마음이 급했던게 아니라 유권자들도 마음이 급했던거에요. 그래서 이미 단일화 되었을때는 부동층 없이 3자 모두 위의 45 vs 30 vs 25의 대결이 이미 굳어져있는 상태였습니다. 거품이 없는 순수한 지지율이 말이죠.

 

그런데 안철수가 중도 사퇴를 했어요. 그리고 그가 가진 지지율은 다음과 같이 분배가 되었습니다. 다른 여론 조사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대략 이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문재인이 안철수 지지층의 60%을 먹고 박근혜가 20%을 먹은 형국이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0%정도가 부동층이 되었죠. 문재인은 이 부동층 20%를 잡기 위해 안철수의 지원유세를 곁들여 거의 필사적으로 이 부동층을 모두 흡수하는데 성공합니다. 안철수 지지자들 중 부동층이었던 사람들은 선거 d-3에 있었던 안철수의 본격 지지선언 제스츄어에 힘입어 모두 문재인 지지로 돌아섭니다. 그렇게 문재인은 사력을 다해서 안철수의 지지율 80%를 가져가게 되는데요. 이 부분이 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마디로 야권이 단일화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80%라는 것이고 나머지 20%는 반드시 박근혜에게 간다는 공식이 성립되었기 때문이죠. 끼워맞추기 같지만 계산은 지금부터 재미있어집니다.

 

 

 

자 다시 45 vs 30 vs 25로 돌아오죠.

 

이들 절대지지층을 두고 단일화 할 때의 득실비율 8:2를 대입해보겠습니다.

 

문재인으로 단일화했을 경우

 

문재인의 실제 지지율 25%에 안철수의 지지율 30% 중 80%에 해당하는 24% (30%*0.8=) 를 얻게 되어

문재인의 최종 득표율은 25%+24%=49%가 되고

 

박근혜는 실제 지지율 45%에 안철수의 지지율 30% 중 20%에 해당하는 6% (30%*0.2=)를 얻게 되어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은 45%+6%=51%가 됩니다.

 

 

 

박근혜 51% vs 49% 문재인!

 

 

 

놀라운 건 이 결과가 불과 한 달 전의 데이터만으로 예측이 가능한 산술적 수치였음에도

출구 조사나 실제 대선 결과와 큰 틀에서 일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철수로 단일화했을 경우를 볼까요?

문재인으로 했을 경우와 동일한 8:2 배분 형태로 보겠습니다.

 

박근혜의 실제 지지율 45%에 문재인의 지지율 25% 중 20%에 해당하는 5% (25%*0.2=)를 얻게 되어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은 45%+5%=50%가 되고

 

안철수는 실제 지지율 30%에 문재인의 지지율 25% 중 80%에 해당하는 20%(25%*0.8=)을 얻게 되어

안철수의 최종 득표율은 30%+20%=50%가 됩니다.

 

 

 

 

박근혜 50% vs 50% 안철수!!

 

...

 

 

근데 민주당은 왜 그랬나?

민주당은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데이터 신봉이지요. 2002년 10월 당시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의 노풍이 무색할정도로 정몽준후보에게조차 밀리는 10%후반대 지지율을 겨우 지키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3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이 단일화 경선을 노무현이 이기니까 놀랍게도 이 두 후보의 지지율합산 뿐만 아니라 잠자고 있던 부동층까지 한꺼번에 단일화후보에 달라붙으면서 지지율이 합산치를 훨씬상회하여 상승하는 기적을 불러옵니다. 그렇게 기대 이상의 압승으로 노무현은 승리를 거두죠.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에도 두 가지의 뼈아픈 착각의 실수를 저지르는데요 첫 번째가 국민경선의 포텐셜이고 두 번째가 단일화 시너지 효과의 과대망상으로 인한 아주 기초적인 계산 미스였습니다.

 

단일화가 될 경우 시너지 표만을 기대했을 뿐 해당 지지자들의 이탈표를 생각하지 못했고

그 이탈표가 부동층이 되지 않고 박근혜에게 그대로 흡수되어 굳어진다는 생각은 더 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단순 합산으로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비록 안철수보다 조금 밀리지만 양자대결에서는 둘 다 이길 수 있다고 나올 때까지 문재인의 지지율만을 올리는데에 박차를 가할 뿐 단일화 자체에는 소극적으로 임했던것입니다.

 

 

자신들도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요.

 

컴퓨터 회사 창업자 안철수는 누구나 풀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산술식으로도 문재인은 이기기 힘들고, 자신으로 단일화하더라도 이길까 말까 모르는 접전이 예상되는데, 이걸 모른 채 계속 문재인도 이길 수 있다며 단일화를 압박하면서도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말이 통했다면, 이념이 같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을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민주당의 말대로 투표율 70%를 넘기면 야당이 유리했습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표 즉 문재인 안철수의 표가 더 많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실제로 많았습니다. 표 중 55%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의 표였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졌습니다.

 

 

51.6% VS 48.0

 

...

 

혹자는 보수 대결집 효과라고 하고

적지 않은 20대가 문재인에게 등을 돌렸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50대의 소외감이 표로 반영되었다고 하고

여성 대통령론이 여성 지지자들을 끌어모았을거라고 하고

애국 보수 논객들의 설파가 결국 힘을 얻었을거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네 있었겠죠. 그런 이유 충분히 영향 있었을겁니다.

근데 제가 보기엔 그건 정말 극소수, 눈에 보이는 그냥 주변 사람 얘기들에 불과합니다.

 

큰 틀에서는 이미 2개월 사이에 두 후보, 크게는 세 후보 사이의 지지율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큰 손이 사퇴를 한 후

 

그 나머지를 서로 나눠가졌고

 

그 나눠가진 몫으로 누군가가 당선이 되었을 뿐입니다.

 

...

 

투표율 75.8%

야당유리기점 70%

초과분 5.8%...

 

안철수 지지율 30% 중 박근혜에게 간 지지율 6%

박근혜의 고정 지지율 45%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 51.6%

 

고정 지지율과의 차이 6.6%...

 

 

...

 

이렇게 된 것입니다.

 

 

 

더 쉽게 설명해드릴까요?

 

2002년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지지율 변화 추이 표입니다.

이 당시 민주당에는 이인제 대세론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이라는 후보가 '대안론'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었죠.

이인제는 양자대결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는데요.

 

...

 

만일 이 경선에서 이인제가 노무현을 누르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노무현과 똑같은 조건으로 모든 단일화도 성공시켜서 양자구도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 그 결과가 바로 2012년 대선에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모두 걸고 덤비지 않았습니다.

패해도 지금의 제 1야당 자리를 지켜내려고 했지 그것마저 모두 던지고 싸우려 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들의 생각대로 그들이 이겼던 대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이 흘러가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생각외로 모든 것을 다 걸고 덤빈 새누리당과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지고 산을 내려온 안철수에게

 

 

 

 

진 것입니다.

 

 

51대 49로 ...

2개월 전 예측할 수 있었던 수치 그대로...

 

 

...

 

더 못쓰겠네요. ....

 

휴우...

posted by RushAm 2012. 10. 14. 14:03

야동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되어가고 있다. 아동포르노법의 확대 적용으로 이제는 내가 가진 야동이 진짜 아동포르노법에 적용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준은 정말 다양하다, 성인이라도 교복을 입고 나오면 아동포르노, 성인이라도 얼굴이 동안이면 아동포르노 등이 대표적이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아마 입법을 추진한 국회의원들도 뭐가 어떤건지 구분 못할것 같다.

 

 

 

우선 이들이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있는 아동포르노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들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이 법이 제법 광범위한 국제법이라는거다. 유앤 가입국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동포르노를 금지하고 있다. 소유, 촬영, 제작, 현장 가담 등 털끝만큼이라도 관련된 사람이라면 매우 엄하게 처벌한다. 그런데 이 법의 실제 본질은 지금 이 법을 확대 적용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편이다.

 

아동포르노 금지 법이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법은 '직접법'에 해당된다. 즉 아동보호법 하위에 아동포르노법이 있는게 아니라 아동포르노법이라는 단독 법안이 있는거다. 물론 광범위한 차원에서 아동보호법에 포함시킬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파이구별법일뿐 상하위를 나누는 관련법이 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아동포르노법은 아동보호법과는 형량이나 구형, 재판 처우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사회적 목적으로 아동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 법은 엄밀히 말해 아동포르노의 제작과 유통, 그리고 소비 그 자체를 줄이는 '뿌리뽑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아동포르노라는 것 자체가 없어지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법 되시겠다.

 

 

유니세프도 아동포르노 근절에 대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일본 내 아동포르노법 개정 '소유자' 처벌 문제도 있었지만 아동포르노법 국제 정서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법은 그 목적 '아동포르노 뿌리뽑기'에만 집중하는 특수한 법이다. 이 법은 순수하게 그런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그래야만 뿌리가 뽑히니까, 이거를 다른 법과 연계하다보면 본질적인 부분이 훼손되어버리니 뿌리가 뽑힐리 없다. 살인이 왜 이 세상에서 뿌리가 안 뽑히냐면 교통사고, 폭행치사, 과실치사, 강간치사, 살인교사 등 별의별 법이 다 살인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제각각 수단에 따라 형량이 다른데 이게 뿌리가 뽑힐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아동포르노법은 예외조항이 없이 한방에 크게 때리기 위해 법안이 독립되어 있는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법을 '아동보호'에 활용하기 위해 개조를 하기 시작한다. 일단 아동 강간범이 '아동포르노'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어떻게든 만들어내서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원인을 모두 아동포르노쪽으로 몰아붙이고 이 아동포르노를 규제할 수 있으면 성범죄가 없어질 수 있다는 선전과 함께 아동포르노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아동포르노가 생각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걸리는 사람이 많이 드물고, 아동강간범들이 소유하고 있는 증거를 찾는게 너무 힘들었다보다, 그래서 그들은 이 아동포르노 위법에 관한 법률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에 이른다.

 

아마 법률 만드는 놈들도 지금 지들이 무슨 법을 만드는지 잘 모르는게 확실한 것 같다.

 

즉 어떻게든 이 아동강간범이 강간을 저지른 이유를 '야동'에 한정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는거다. 왜 이들이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가? 결국 이 나라의 치안 권력을 가지고 있고 직접 운영권을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는 단체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범죄율이 늘어나면 어떤 이유가 있을텐데, 그 이유들이 대부분 정부에 불리한 내용 (취업부진, 학력경쟁심화, 출산율저하, 후속대책없는 성매매단속) 등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를 까는게 아니라 원래 사회 분석이 이런식으로 이루어진다. 갑자기 지진이나 해일이 와서 사회적 패닉이 오지 않는 한 대부분의 범죄율 증가는 결국 몇억씩 세금받으면서 밥값 못하는 놈들의 책임이 되는거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든 명망좋은 교수들과 경제연구원을 동원해서 이런 현상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치적 문제는 북한 탓으로, 경제적 문제는 일본 탓으로, 그리고 미국의 모 기업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최근 셧다운법이나, 게임업계 쥐어패기, 아동포르노법 확대 적용도 이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다. 어쨌든 성범죄자는 남자다. 남자들은 게임을 많이 하고 야동도 본다. 그중에는 아동포르노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과 성범죄자의 교집합을 얻어 합집합 모두를 소탕하는 식의 후한말 동탁식 오랑캐 잡기 정치가 바로 지금의 아동포르노법 확대 적용인것이다.

 

지금 이 법 한방에, 걸리는 관련업계만 해도 영화, 드라마, 방송,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다양하다. 특히 게임은 최근까지 지금 정부에게 처맞았다는 팩트가 존재한다. 결국 목적이 무엇이든 파급효과는 지금 보는 그대로이다.

 

아동포르노법은 단독으로 집중처리해도 뿌리가 뽑힐까말까하는 법이다. 아동성폭행, 미성년자성매매보호법 같은 아동보호법들이 대부분 단독처리를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동들은 정말 특수한 법으로 집중적으로 보호해도 이놈의 사회는 그 빈틈을 뚫고 들어올 만큼 끔찍한데, 이 법을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기 위한 회피용으로 활용하는 새끼들은 대체 뭐하는 새끼들인지 묻고 싶고, 이 법의 본질을 모른 채 마냥 잘하고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짜 우리나라 아동들을 보호할 생각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아동포르노법은 아동이 '포르노'라는 업계에서 알몸을 촬영당하는 영상물을 제작, 유통, 수집하는 모든 행위를 금하는 법이다. 이 법은 미성년자 성매매나 아동성폭행 등을 예방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로 다루어야 할 만큼 매우 중요한 법이다. 물론 미성년자 성매매나 아동성폭행도 제각각 독립적으로 처리되어 엄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법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상식은 그들이 자랑하는 국제법이라는 수식어처럼 전 세계 법조계에서 동일하게 통용되는 사법 상식임에 다르지 않다. 귀차니즘으로 하나로 뭉뚱그려서 처리할 만큼 가볍게 다루어질 법이 아니란말이다

 

 

 

아동포르노법의 확대로 인해 TV토크쇼에서 연예인들조차 웃으며 떠들고, TV시트콤 캐릭터의 별명까지 되었던 '야동'은 이제 아동포르노법에 묶임으로서 야동을 보는 모든 남자들은 준비된 '소아성애자' 이자 잠재적인 '아동성폭행용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야동을 보는 남자들은 마치 몇 년 전의 '오타쿠 포비아' 신드롬처럼 대대적인 계층갈등 심화를 만들것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분열은 파생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크게 감소시킬것임에 분명하다. 이쯤되면 국가를 전진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녀석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거라고 용인하기엔 너무 희생이 크지 않나?

 

 

 

 

...우리는 국회의원과 경찰간부들이 아닌 아이들을 지켜야만 한다.

posted by RushAm 2012. 9. 1. 22:49

법 판례에서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단어 중에 '심신미약'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에게 모두 해당되는 부분인데, 한마디로 가해를 할 때나 피해를 당할 때나 아무튼 '약자'에게 관대하겠다는 법의 의지에서 파생된 단어 되시겠다.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심신이 미약하거나 경제적인 문제, 기타 외부 요인에 의해서 무형의 교사자가 발생하면 그 교사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만일 살인범이 살인을 할때 스스로 살인을 모의하고 판단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해당 사건의 책임은 100% 피의자에게 돌아가지만 만일 그 사건이 취중에 일어났다면 사람이 술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고 판단해서 자의적인 판단이었다는 부분을 희석시키는 거다. 즉 이 범죄에 대한 가해 책임을 피의자가 100%이었다면 취했을 경우 피의자 70%에 술 30% 정도로 두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책정된 만큼 고스란히 피의자는 감형을 받게 된다,

 

 

반드시 술 핑게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친고죄에 해당되는 폭력, 성폭력범죄에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는데 단골로 볼 수 있는 것이 '게임이나 음란물'이다. 이 둘은 공통적으로 기성세대들로부터 '유해매체'이미지를 벗지 못한 '서브컬쳐'의 범주에 속해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피의자의 일원으로 동의를 얻기 쉽다. 최근 주취폭력자의 강화 방침이 법조계로부터 나오면서 더 이상 술에게 죄를 묻기 힘들게 된 반면 아직 게임이나 음란물은 개인의 범주가 아닌 사회악으로 규정되는 분위기라서 더욱 그렇다.

 

해당 피의자가 진짜 음란물을 접했든, 게임을 접했든지에 대한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피의자로 몰리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의 죄를 어떻게든 경감받거나 자신의 죄를 100% 시인하지 않는 쪽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 세태에서 100%인 자신의 피의 책임을 가장 많은 범위로 덜어줄 수 있는 사회 공적 매개체는 두말할것없이 음란물, 게임이다. 이는 판례도 정말 다양하게 나와있어서 설득도 쉽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피의자 60% 음란물 40%정도로 해서 10년 징역 받을 걸 6년으로 감형받았다면 피의자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우리는 이 자극적인 뉴스멘트에 흥분해서는 곤란하다. '아오 저 변태새끼 결국 사고칠줄 알았어'라는 반응은 사회정의 구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야동이라는 단어에, 아동포르노라는 단어에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피의자는 웃게 된다. 명심하자.

 

우리는 아무리 아동포르노를 씹고 음란물을 씹어도 소용이 없다. 10년 받을 걸 여러분들이 흥분해주신 덕분에 6년으로 감형받은 피의자는 웃을 것이고 그렇다고 4년의 징역에 대한 죄목의 책임을 나눠받은 음란물이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특별히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엇인가? 누군가는 자신의 죄를 면피하려고 하고 있고 그 누군가는 그 면피를 하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조했다는 것이 된다. 그들은 왜 방조했을까? 당연하겠지만 그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가라는 범위 내에서 법 제도 하에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아이는 성폭력을 당했다. 아이는 특별히 국가에서 더 신경써서 보호해야 한다. 부모가 방조했다면 그 방조를 사전에 예방할만한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계가 있었어야 했다. 어린이집을 짓는다고? 보육교사를 늘린다고? 항상 국공립어린이집은 몇년을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을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나불댈수 있는가?

 

술 핑게로 죄를 감해주고, 게임이나 음란물 핑게로 죄를 감해주는 배경에는 그 죄를 감면받은 피의자와 그 죄를 감면해준 수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싶어하는 국가간의 환상적인 패싱플레이가 함께한다. 언제쯤 우리는 이 사회가 가해자의 책임 중 일부를 져야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책임이 당연시될 때 비로소 이 사회의 범죄가 줄어들 수 있고 국가가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언제쯤 이 나라 사람들은 알게 될 수 있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아직은 좀 머나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RushAm 2012. 7. 29. 16:07

(내용 누설 조금도 없습니다. 안심하고 읽어주세요.)

 

...

 

공포영화는 주로 신인감독들이 메이저 등용문 격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파이더맨 같은 월메이드급 블록버스터 영화와 더불어 이른바 '극장의 어트럭션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장르 중 하나인데요. 영화계가 도의적으로 이 공포라는 장르를 신인들에게 '배정'해주듯 뿌리다보니 특별히 공포라는 장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온 거장이 나오기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그 신인들이 진자 파라노말 액티비티정도의 아이디어를 갖고 나오는것도 아닌 것 같고 말이죠.

 

무엇보다 공포영화는 '저예산'이라는 공식을 아예 고착화시켰다는 점이 한국 공포영화계가 스스로 자생할수 있는 여지를 막아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여름하면 납량특집 공포영화를 찾는 고정 객층이 발생하고 있고 그 파이를 영화계에서 영화꿈나무 육성을 위한 짬짜미성격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영화계가 사립단체 스스로의 영달을 위해 결국 문화계를 이용해먹고 있는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거든요. 신인만 가득하니 그들끼리의 경쟁이 수준이 높을수도 없고 또한 메이저에서 공포영화 장르에 정착한다한들 얼라들과의 경쟁이 작품성 향상에 그리 많은 도움을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공포영화 장르가 지금까지 신인 등용문으로서 얼마나 순기능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을 만큼 근 10년여간 이쪽 장르로 데뷰한 감독들이 지금와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지 않거니와 대부분 그대로 공포영화 파이를 먹는데에 안주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은 이 업계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웰메이드 호러무비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발표한 '무서운 이야기' (2012 수필름) 가 가지는 영화계의 지금과 앞으로의 역할은 매우 무겁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포라는 장르가 영화가 아닌 일종의 극장어트럭션화 되어버린 지금 상황에서 어트럭션에 익숙해져있는 관객들과 그 속에서 약간의 작품성이라도 건지고픈 감독들 사이에 달린 무게추 중심이 얼마나 균형감있게 잡힐 수 있을지에 대한 거의 마지막 실험이었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공포영화 웰메이드급이라 칭하기에 하등 부족함이 없는 영화 '기담'을 만들어낸 정범식 감독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가 가진 무게감과 의미는 결코 하찮을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기대를 충분히 상회합니다. 신인 감독들이 가져오는 기상천외한 소재의 파격성도 없고, 유명한 배우들이나 인기절정의 아이돌 가수도 나오지 않으며, 사람을 난도질하는 고어물에 훨씬 못미치는 잔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평범한 소재 속에서 5인의 감독들은 각자 전혀 다른 세계관의 공포를 녹여냅니다. 그리고 그 영화 4개가 따로 놀지 않도록 영화를 완성시켜주는 민규동 감독의 훌륭한 짜임새 역시 놓치기 힘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죠.

 


각 에피소드 30분이라는 제한은 언뜻 쉬워보일수 있습니다. 1시간 30분동안 지루할 쓸데없는 스토리 다 쳐내고 사람들 소리지를 것들만 꽉꽉 채우면 깔끔하거든요. 롤러코스터로 치면 출발하자마자 계속 떨어지고 올라가고 휘고 한바퀴돌고 하는걸 끝까지 쉬지않고 반복하는것과 똑같습니다. 다 쏟아붓는거죠. 확실히 그러면 좀 있어보입니다. 밀도도 높고 만족도도 크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30분으로 축약하기에 심히 어려운 소재들을 훌륭하게 30분으로 마무리지으면서도 어트럭션처럼 사람을 놀래키는 연출을 극도로 아낍니다. 마치 자신들의 영화가 롤러코스터 취급받는 것을 꺼려하는 듯이 말이죠.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는 것과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는 감정은 모두 공포로 치완되지만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롤러코스터는 타기 전에는 매우 긴장되고 공포스러우며 타는 도중에도 공포에 몸부림치다가도 결국 내린 뒤에는 공포는 간데없고 상쾌함만이 남지만 공포영화는 가슴에 뻐근한 왠지모를 찝찝함이 남게되기 마련이죠. 지금까지의 공포영화들은 너무 '납량특집'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영화를 보며 맘껏 소리를 지르게 해주거나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역할만에 충실하도록 올라갔다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각본, 그리고 뒤끝이 남지 않는 부실한 전개와 결말을 살리지 못하는 연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매년 수많은 공포영화를 보지만 기억에 남는 영화는 손에 꼽게 되는 것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공포영화입니다. 그리고 공포영화로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작품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라는 작품 자체가 아닌 무서운이야기 작품 속 어떤 에피소드 하나만으로 기억될 가치도 충분할 것입니다. 이 작품에 참여한 5인의 감독들을 기억해두신다면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단지 한 시즌만을 소화할 바캉스 상품이 아닌 언제든 두고 볼 수 있는 영화로서의 가치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증받으실 수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그 자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훌륭한 영화 장르임에 다르지 않습니다. 신인감독들의 등용문으로 활용될만큼 가치가 없지도 않고 함부로 그딴곳에 쓸 수 있도록 허락되지도 않았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만든 5인의 감독들은 그들의 작품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그렇게 말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낼 권리와 사명을 가졌음을 관객들에게 어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관객으로서 제대로 된 공포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그들과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진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그들과

앞으로 더 많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그들의 계속되는 도전에 찬사를 보냅니다.

 

posted by RushAm 2011. 9. 27. 05:23

초유의 정전사태가 왠지 울고 싶은 놈 뺨을 때린 듯한 기분이 든다. 생활이 어렵고 경제가 안나아지고 안좋은 뉴스는 그칠 줄 모르고 정부탓하는 목소리는 그치지 않는데, 때마침 정전이 되어주니 이 모든 화살이 다 '한전'으로 가버렸다. 국정감사에서 팩스 잘못보냈다거나 점심시간에 연락 안닿아서 보고 못받는 시시콜콜하고 도움안되는 질문들만 날려대세는 국회의원들도, 뉴스에 분개하며 고작 엘레베이터 한두시간 갇힌걸 가지고 '시체치우는 줄 알았다'며 호들갑떠는 국민들도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2010년 국감 당시 모습 - 이때는 아무것도 발견 못하시던 분들이 이번 정전때는 입에 모터들을 다셨다.



그런데 사실 그런 시시콜콜한 실수를 제외한다면 한전은 사실 할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여름 비상 근무를 종료하고 발전소를 점검에 들어간 게 그렇게 큰 잘못이었던 것일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핀트를 어긋냈지만 이건 전력 수요 예측 실수가 아니라 기상청의 '기온 변화 분포 예측 실수'가 맞다. 한국전력이 갑자기 9월 중순에 여름보다 낮기온이 더 올라가는것까지 예측할수 있게 기상학까지 복수전공이라도 해야한다는 말인가? 만약 기상청 예측을 무시하고 '가을에도 갑자기 더워질 수 있다'라며 발전기 안끄고 준비상 체제 유지했는데 '안 더웠다', 면 국감에서 더 까이는게 한전이다. 한전은 그래서 '기상청 발표'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만 한다. 비전공자가 나대는 것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하는게 훨씬 나으니까...

기상청이 지난 6월 11일에 예측한 올여름 전력수요


기상청이 틀렸다. 그래서 갑자기 예비전력율이 바닥을 뚫을 기세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도 까다 보니 착각하는게 한전이 신생벤처기업 아마추어들이 운영하는 떨거지기업쯤으로 착각하거나 공기업의 태만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아주 낙인을 찍어버리는데, 당장 검색해봐도 공기업 중 국민 만족도 1위를 몇년 연속 차지했는지 까마득할정도로 건실한 공기업이 한전이라는 걸 이번 정전 사태로 모두 잊어버린 듯 하다. 그들은 이번 정전 이전까지 '단 한번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데 말이다.


감이 잘 안온다면 옆나라 도쿄전력의 작태를 보라...


 한전은 아마추어 집단이 아니다. 물론 대응 시스템이야 구식일지 몰라도 그들은 이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충분히 대응책을 마련했고, 예비전력 위기를 몇십년째 넘겨오며 노하우가 쌓인 베테랑 기업이다. 그런 구식 시스템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자구책이 바로 '절감효과'가 확실한 산업용 전기를 컨트롤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가 싼 이유는 기업들 배 불려주려고 해놓은 게 아니라 이런 '비상사태'때 기업들이 그동안 저렴하게 전기를 쓰고 거기에 '협조 보조금'까지 받아가는 댓가로 '긴급 비상 전력 소비 감축'에 신속하게 협조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전사태 대응책 중 가장 쓸만했던 이 대책에 협조한 기업이나 관공서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한전은 이들 기업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협조를 약속받았음에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결정적 원인 되시겠다.. 


뼛속까지 감탄고토(甘呑苦吐)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결론은 따분해서 하품이 나올 고려짝 시츄에이션 'OECD중 제일 싸다'는 것과 '국민들이 너무 전기를 막쓴다'는 거라니 참 기가 막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전의 시스템이니 운영 방만이니 위기대처 부족이니 한전만 줄기차게 씹어대던 정부가 이제 정전이 '국민들이 방만해서 생긴 인재'란다. 국민들의 생활전기와 산업용 전기 비율이 넉넉잡더라도 4:6일텐데 어느 쪽을 줄여야 하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위기때 어떻게 협조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쿨타임이 되자마자 이걸 '요금 올릴 핑계'거리로 이용하는데에는 기가 찰 지경이다.


저 중에 우리나라보다 서민 실소득 낮은 국가가 있나?


국민들이 전기를 평소에 아낀다고 전력위기상황이 방지될리 없다는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서민들 중 어느 누가 여름에 덥다고 전기를 막쓸 수 있겠는가. 지금도 서민들은 현 요금 체계에서 충분히 부담을 느끼고 전기를 가능한 절약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더 절약하고 싶어도 더 쥐어짤 게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에게 전기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냥 마른 걸레 쥐어짜기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사실 전기를 낭비하고 있는 계층은 '전기 요금 몇천원 오르는걸 가렵지도 않게 생각하는' 고소득층일진데, 과연 그들이 전기료 20%올린다고 무서워 벌벌떨며 에어컨 온도를 올릴 리가 없다는 것에 500원을 건다. 물론 산업용 전기는 행여 기업님들이 삐져서 우리나라에 고용 투자 안하고 중국으로 튈까봐 무서워서 올릴 리가 없다는 것에도 천원쯤 걸 수 있다.


이번 한전 사태는 이번 정부의 친기업주의가 얼마만큼 도를 넘었는지를 잘 시사해주고 있다. 한전이 왜 그들에게 '혜택'이란 혜택은 다 주면서도 비상사태때 전력 감축 요구를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만일 정전 10분여를 남기고 나온 한전의 요청이 씨알이 먹혔다면 과연 이번 정전 사태가 일어났을까? 기업들은 왜 한전에게 혜택을 받으면서 위기상황에 대한 요청을 시원하게 쌩까고 입을 싹 닦아버리는 '지들이 늘 하던 짓거리'를 하면서도 가책없이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일까? 기업들에 의해 정부 직속 공기업이 국가비상사태 때 기업이 참가를 안하는 초유의 '군사재판급' 사태를 두고 정부는 기업들에게 왜 안지켰냐고 다그치기는 커녕 기업들이 행여 이번 정전으로 피해나 보지 않았을까 굽어살피기 여념이 없는 이유가 뭘까? 언론은 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기업들이 비상사태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 것일까? 그보다 왜 정부가 삽질하고 기상청이 병신짓한데다 한전 정책까지 시원하게 생까주신 기업들이 벌인 일을 왜 아무 짓도 안하고 피해만 주구장창 본 아무 죄없는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것으로 끝을 맺으려 드는 것인가? 이 정부가 정말 '정부'라고 불릴 자격이나 있는건가? 


이런 나라에는 정부랑 기업만 남기고 국민들이 다 떠나는 게 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posted by RushAm 2011. 7. 17. 19:25
'알림 : 현재 연재중인 아이돌 기획사 열전 시리즈는 현재 JYP편이 조사, 집필중에 있으며 다음주중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조사에 시간이 걸려 집필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최근 KTX의 고장 소식이 잦습니다. 항간에는 KTX산천의 무리한 국산화가 화를 불렀다느니 코레일의 무리한 인력 감축에 문제가 있다느니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 정비라는게 불량이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열차 시스템이라는게 생각보다 지금만큼 불량률이 많이 나오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더구나 불이 나고 멈춰서고 이정도의 불량은 정말 장난아닌거죠,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면 말입니다) 정비가 소흘했다면 사고 원인이 '추측'이 아닌 확실힌 이유가 잡혀서 정비 인력을 늘이는 발표가 코레일측에서 있어야 하는데 벌써 반년 이상 사고가 매달 몇 건씩 계속 나고 있는데도 코레일이 꿈쩍도 안하고 있거든요. 아무리 공무원 출신이다 업무태만이다 뭐다 해도 눈앞에서 기업 이미지가 깎이고 있는데 아무짓도 안하는 기업이있을리가 없습니다.

수수방관?


그래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현장 지식을 총동원해서 추리를 해봤죠. 일단 한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KTX산천, 기존 KTX 승차를 해봤고, 사고 선로 분석도 해봤지만 좀처럼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사고 일지'를 보고 머리를 탁 스치는 게 있었습니다.

KTX 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시승때문에 예매사이트에 들어가 예매를 하던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름아닌 새로운 60X대 차번호가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이 차번호는 묘하게 서울 대전 구간에서 다른 열차보다 약 30분이나 딜레이를 발생시켰습니다. 게다가 정차역은 광명이 아닌 영등포, 수원 등 경부본선을 이용하는 기존선이었죠. 왜 이런 미친 편성을 넣었나 싶어 조사를 해봤는데 이런 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의 KTX 주요 사고 일지입니다

▲2011년 5월14일 = 천안ㆍ아산역에서 KTX-산천 고장, 20분 지연

▲2011년 4월19일 = 천안ㆍ아산역에서 KTX-산천 고장, 20분 지연


▲2011년 3월20일 = 동대구발 서울행 KTX-산천 통신장애로 18분 지연


▲2011년 2월26일 = KTX-산천 김천구미역 인근서 기관고장..39분 지연


▲2011년 2월11일 = KTX-산천 광명역 일직터널서 첫 탈선사고


▲2011년 2월6일 = KTX-산천 부산역서 배터리 고장, 열차 교체


▲2010년 12월25일 = KTX-산천 논산 연산역서 동력장치 고장‥25분 지연


▲2010년 11월11일 = KTX-산천 천안아산역 인근서 난방기 고장


▲2010년 10월27일 = KTX-산천 천안아산역서 모터블록 고장


밑줄치면 또 허위사실 유포 지랄할까봐 그냥 씁니다.
뭐가 문제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이제부터 차차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등포역 경유가 왜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

참고로 영등포역 경유해 본선을 이용하는 편성은 하루 2대 편성, 601과 607편성입니다. 여기에서 생각을 잘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두 편성이 고정차량배치가 되느냐 아니냐는 것이죠. 다시말해 만일 영등포역 정차를 위해 KTX중 일부 편성을 경부본선에 달리게 한 게 문제의 원인이라면 바로 이 601과 607편성만 지금까지 사고가 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잘 아시는것처럼 호남선 논산구간에서도 사고가 접수되었고 지금까지 사고 중 거의 대부분은 본선이 아닌 고속전용선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 두개 편성이 지금까지의 사고를 일으킨 원인이 되고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보이는데요.

하지만 문제의 601,607의 객차 편성, 동력차 편성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음은 최근 5일까지의 차량 편성 정보를 볼 수 있는 코레일 제공 물류정보사이트의 객차 편성 정보 검색 화면입니다. 여기에서 최근 5일까지의 601편의 객차, 동력차 편성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검색결과 아래 차호 라고 써있는 6자리 숫자들에 주목해주세요)

7월 14일자입니다.


7월 15일자

7월 16일자

7월 17일 오늘자입니다.



뭔가 감이 잡히시나요? 그렇습니다. 최근 4일간 이 601열차는 단 하루도 같은 열차가 중복된 적이 없습니다. 매번 다른 열차로 쓰이던 열차가 601번을 달고 운행했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601번이 다른 곳에서 이미 쓰인 열차가 편성되고 또 601번으로 쓰인 편성이 다른 고속전용선 편성으로 다시 빠지는 순환식이 되면 이 601번으로 달렸다는 것이 이번 사고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적될 단서가 매우 희박해집니다. 한마디로 영등포역 정차가 지금까지 사고가 난 것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난 열차의 대부분이 601번 구간 즉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기존선으로 달리고 대전부터 고속선으로 달리는 구간이 되어야 하죠.

17일자 601번에 편성된 객차 중 하나인 101012번은 서울에 도착한 즉시 132편으로 편성변경되어 고속전용선 열차로 투입되었다

마찬가지로 7월 14일에 투입된 동력차 100152번은 오늘 137번으로 편성이 변경되어 고속선에 투입되었다 이런 식으로 교체 투입되는 패턴 역시 어떤 규칙이 있는게 아닌 마구잡이 편성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서울 대전 구간이 문제가 되는지는 많은 철도 매니아 분들의 지적대로 이 구간이 정말 많은 노후화와 타 열차의 공동화로 선로 질이 매우 나쁘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실 광명역이 탄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열차는 서울역부터 신길역까지는 기존선 바로 옆, 새마을 무궁화호 등이 쓰는 본선을 달리다가 도중에 광명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속전용선구간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신길역은 영등포 바로 전역인데요. 영등포역 정차를 위해서는 영등포역에 분기점을 하나 더 만들어 지금 신길역에 있는 분기점을 영등포로 옮겨야 하고 그러려면 정말 많은 건물들을 허물어서 새로 철도를 준설해야만 합니다. (약 3~4킬로정도 될 듯합니다) 당연히 영등포 도시 심장부를 지나는 이 플랜은 가능했을리가 없죠.

그래서 영등포역에 정차하기 위해서는 영등포역에서 수원을 지나 당시 기준으로 대전까지는 그냥 기존선을 타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수원시와 영등포구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텐데요. 왜 기존선을 그대로 타고 올 수밖에 없냐면 기존 전철 맨 가장자리를 달리던 신길역과는 달리 영등포역부터는 복복선 중앙을 달리게 되기 때문에 영등포역을 이미 떠난 상태에서 역 터미널 아닌 선로 중간에서 선로변경 공사를 할 경우 기존 인천행이나, 수원행 전철들과 시간계산을 다시 복잡하게 해야하거나 심한 경우 지금도 정체현상이 벌어지는 수원 구로간의 전철들을 KTX의 중간선로변경을 위해 올스톱을 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미 수원까지 온 상황에서는 광명역도 광명역에서 출발한 KTX전용선로도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기 때문이죠. 백번 양보해서 수원에서 출발해서 고속선으로 합류하는 선로를 깔더라도 고속열차에 '도중합류' 구간이 생기는것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자살행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 심하게 양보해서 선을 '천안아산'역까지 새로 깐다고 한들 천안아산역은 '터미널'역이 아니기때문에 합류에 많은 설계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죠.. 단지 '영등포역'정차라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기존선을 150km이상 달리게 만드는 미친 짓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노후도가 상당한 서울 수원 구간에 다른 열차와의 간격 유지가 지금도 힘든 구간에 장대열차 2배 길이를 자랑하는 ktx가 선로에 갖은 부담을 주며, 기존 열차와 차간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 제어해가면서 말이죠. 고장이 안 날리가 있겠습니까?

우연의 일치일까? 코레일은 얼마 전 접근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국철 '1호선 광명역'을 신설해 운행중이며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천안 이남의 수도권 전철을 대전쪽이 아닌 장항선 라인의 온양 신창쪽으로 틀었다. 물론 이 새로 준설된 복복선전철은 천안아산역을 바로 지나게 되는데, 이게 정말 접근성만을 생각한 조치였을까? (사진은 천안아산역 공사 당시 모습, 전형적인 선로형 역사임을 알 수 있다)



KTX 산천의 결함?

최근 KTX의 사고는 KTX산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근거로 언론들은 KTX산천의 설계 부실을 꼬집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 역시 근거로 들기는 매우 희박합니다. 왜냐하면 KTX산천은 처음부터 KTX 2단계 구간 개통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었던 KTX2프로젝트 (서울부산 2시간)의 일환이었기 때문입니다. 천성산 문제로 완공되지 못했던 대구 부산간 고속전용선이 준설되면서 KTX가 제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밀양역 정차 등 정계 지자체의 중간정차역 정차 요구가 맞물리면서 이를 지키기 힘들게 되자 KTX의 국산화 프로젝트에 한발 더 나아가 최고속도를 350km도 높이는 프로젝트를 감행했던 것이죠. KTX산천은 이미 350km 테스트 성공은 상용운전 3년 전에 해냈으며 그동안 수많은 테스트 운전을 합격한 차량입니다.

시험운전 당시의 모습, 이게 벌써 3년도 넘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KTX산천이 처음 개발 당시와 테스트 당시의 계획과는 달리 '본선 구간'을 달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에 제시한 의혹대로 영등포역에 정차하는 '601','607'의 차량이 고정편성이 아니게 되면서 KTX산천의 차량이 투입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었는데요. 이 KTX산천의 고장에더 큰 문제는 사실 영등포역이 아니라 12월 15일 완공된 경전선 복선전철화 공사 완료로 인한 KTX 마산 편성의 대폭 증가에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마산 편성은 대구에서 이미 기존선을 이탈하여 삼량진까지 경부선을 운행한 후 경전선으로 가야만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듯 싶고요. (동일 편성에서 새마을호와 불과 3분밖에 소요시간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총합 140km를 다시 기존선으로 달려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KTX산천은 처음부터 2단계 개통에 맞춰 100% 전용선에서 서울부산 2시간 주파를 위해 만들어진 녀석이기 때문에 초기 기존선을 다수 공유해야만 했던 KTX1이 기존선에서의 주행 테스트에 오랜 시간을 들였던 것에 비해 KTX 산천은 기존선 테스트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야 할 필요성도 없었던것이죠.

이건 물론 결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KTX산천이 기존선 테스트를 소흘히 했다고 몰아붙일 수도 있는것이죠. 사실상 편성 공유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 급격한 감원으로 인한 정비 소흘을 야기한 코레일측의 정책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3년 전까지만해도 계획조차 없었던 KTX의 영등포역 정차와 마산역까지의 기존선구간 연장투입, 그리고 그 열차들이 KTX1만이 아닌 KTX 산천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은 왜 지금의 언론 그리고 정부가 '코레일'의 정책적 문제만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저같은 아마추어조차 단 한번쯤은 '해당 차량'의 주행 이력 (일반인은 5일밖에 추척을 못하지만 그들은 몇십년전까지 추적이 가능함에도)을 의심해보고 이렇게 조사를 해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코레일에 근무하는 베테랑분들이라면 더욱 확실한 원인을 밝히고도 남았을텐데, 왜 매번 사고만 나고 원인 파악과 그에 대한 발표는 속시원히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무궁화호의 객차 화재 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열차는 2003년 디자인리미트사 (구 해태정공)가 공급한 무궁화호 마지막 신조 차량으로, 당시 디자인리미트사가 이를 공급하면서 철도청에 당부한 운행상의 주의점이 있었는데 (기존 열차와 호환성이 약하므로 가급적 신조만을 단일 편성할 것) 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철도청이 철도공사, 코레일로 속속 민영화 수순을 밟아나가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편성이 신조와 구형이 흔재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이런 편성이 시작된 이후부터 신조 무궁화호는 잦은 흔들림과 더불어 차량환기부시설에서 고무 탄내가 올라온다는 제보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해당 사고차량 역시 2003년 신조 무궁화호로 당시에는 흔재편성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코레일이 얼마나 차량에 대한 기술적 정보에 무지하며 현장 관리에 무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KTX산천의 기존선 운행 결정 역시 엔지니어측의 경고를 묵살 혹은 무시했을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수 있는 훌륭한 근거가 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왜 마산역에 KTX가 그렇게 다수 편성될수밖에 없었는지, 왜 갑자기 영등포역에 KTX가 들어올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한 정치적 내막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편성정책으로 인해 KTX산천의 설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존선을 140km이상 달리게 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서 차량이 문제가 생기고 결함이 발생해도 위험을 각오하고 탈 수밖에 없을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그리고 이런 사고들이 왜 '의혹'만이라도 당시 영등포역 정차와 마산역 정차가 원인이 아닐까하는 의견개진을 하는 언론이나 정부부처가 왜 단 한곳도 없을수밖에 없는지 모든 책임을 열심히 KTX의 국산화에 힘쓰고 주어진 조건에 맞게 개발해놓은 KTX국산화 개발진들에게 쏟아내는것일까요? 

간접적인 원인이라 할지라도 영등포역 정차 탓 아니냐?, 마산 운행 탓 아니냐는 의견이 화제가 되어버리는 순간 이를 공약하고 추진했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입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겠지요. 이미 현장에서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런 사고들이 단지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음에도 조사결과를 묵살 혹은 쉬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이 나라는 미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권력, 정당의 권력이 국민의 목숨보다 우선시되는 나라에 뭘 바래야 할까요?


제발 오늘도 무사히입니다. ...아휴

posted by RushAm 2011. 4. 13. 11:50
우선 이 글은 '카이스트'를 옹호하고자 하는 글도 아니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카이스트생이 아니며 본 글에 나오는 사례들은 필자가 만난 카이스트생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지극히 주관성이 가미되어있을수 있음을 밝혀둔다.


카이스트는 원래 자살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빡센 학사일정이 있기도 하고 군 면제 혜택이나 100% 장학금 혜택 등 기존 대학들과 차별화되어있는 장점의 이면에는 그러한 장점을 소위 '개나소나'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정말 부던히도 많은 노력을 해왔던 역사가 있다. 불과 십수년전만해도 학점 내에 B가 한 번 끼어있으면 경고를 받고 그 이후 B를 한번 더 받으면 짤없이 퇴학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평균 3.0 기준이 아니었고 징벌적 등록금 납부가 아니라 아예 퇴학이었다는 것, 당연하겠지만 이 공부밖에 모르는 학생들은 자신이 카이스트의 엘리트 라인에서 낙오되었다는 좌절감과 더불어 남학생의 경우 퇴학 즉시 군대로 끌려간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그 전설적인 '거푸집 침대'를 뒤로 하고 기숙사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게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오게 되어 바뀌게 된 게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퇴학 조치는 징벌적 등록금으로 한 과목이라도 B가 나오면 안되던 걸 전체 평점 3.0으로 완화시켰다. 물론 이 완화기준을 만든 계기가 반드시 '인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2000년 이후 이른바 카이스트 1세대들의 아들들이 과학고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에 돌입하는 연령대에 접어들면서 무작위로 뽑기보다 과학고에서의 에스컬레이션을 선호했던 부분으로 인해, 과학고의 '내신'과는 또 다른 객관적 평가를 해야만 했던 카이스트가 이들의 학력 저하를 문제 삼아 퇴학을 결정하게 될 경우 실세를 쥐고 있는 카이스트 1세대들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는 판단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파벌에 따른 눈치보기에서 나온 정책이라는게 안타깝지만 아무튼 기준은 이전에 비해 대폭 완화되었다. 이제 학생들은 '등록금'만 내면 학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남학생의 경우는 까딱 잘못하면 군대로 끌려가 인생 막장 태크탈수도있다는 똥줄타기 긴장감을 한층 덜 수 있게 되었다.

이공계 엘리트의 군입대는 곧 '시망'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와서 자살자가 4명이나 나왔고 학생들이 이를 근거로 카이스트의 정책을 좀 더 완화해야 한다며 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완화'되었기에 추가 완화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요구는 뭔가 투명성과 연관성에서 심하게 결여되어 있다. 우선 자살한 4명의 자살 동기가 4명 모두 '학업 부담' 이라고 아예 확정적으로 못을 박고 그를 빌미로 징벌적 등록금제도에 대한 부당함과 더불어 팩트에 가미되지 않았던 '영어 강의'문제까지 싸잡는가 하면 검찰은 여태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카이스트 비리를 밝혀냈다며 연속콤보를 후려치고 있다.

영어 강의는 분명 문제다. 미친 짓임에 분명하다. 이건 개선해야 하는 게 옮지만 '지금처럼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터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끄집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말 팩트가 코어에 근접했을때 밝혀내더라도 제대로 된 근거가 나오기 힘든 약자들이 지금처럼 '분위기를 타듯' 싸잡아 문제제기를 할 경우 향후 신뢰성 문제에 있어 후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살자 중 한 두명정도는 정말 확실한 관련 팩트를 제시할 만한 근거를 낼 수 있다지만 인천에서 살던 휴학생의 자살까지 끌어들여오는 건 너무 심하지 않았는가?, 관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채 사건에 휘말려버린 카이스트 교수의 자살은 어떤가? 제각각 이유가 다를 수 있는 자살을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이용하기 위해 팩트를 싸잡아 일원화시킨 행위가 과연 그 주장에 대한 무결성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사실 부정적인 의견만 있던 것도 아니었다.


카이스트가 내내 자살이 없다가 갑자기 올해 들어 4명이나 자살했다는 식의 보도 분위기도 그렇지만 그 자살자 4명이 정말 징벌적 등록금의 문제점에 의한 것이며 4명 모두 영어 강의에 반대하거나 수강 자체를 어려워했다는 점이 자살 동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가 지금으로서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의 주장이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팩트 하나로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카이스트의 주장이 이후 힘을 잃게 될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지금 기회를 잃고 싶지 않은 기분은 알겠지만 평소에 그러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더 치밀하게 준비를 했어야 했고 향후 뒤통수를 맞지 않을 무결한 기회를 엿보았어야 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카이스트의 현행 제도는 '영어 강의'를 제외하고 현역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든 주장들이 대부분이다. 카이스트는 '전교생 장학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카이스트는 원래 학비가 무료'가 아니라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학교라는 것이다. 그런 학교가 성적에 대한 잣대를 엄격하게 제공하고 그 성적에 도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내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지금 카이스트생들은 성적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은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줘라'라고 주장하는 것밖에 안되는 것이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것이며 그런 주장이 동세대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장학생의 자격


세상에는 '선택에 대한 책임'이 존재한다. 뮤추얼펀드가 원금손실이 벌어졌다고 증권사 찾아가 내돈 내놓으라며 멱살잡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나라에서 이 '선택적 책임'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인감도 있지만 한마디로 '니가 이것에 대한 허와 실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타인에 의한 강요 없이 100% 자발적으로 선택한 부분은 전적으로 자기자신의 책임이다'라는 것이다. 100% 영어강의가 문제가 있다는 것, 징벌적 장학금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 과연 그들이 '카이스트를 지원할 당시'에 몰랐을까? 그들은 그걸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카이스트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지금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간을 책임질 엘리트들이라는 이들이 보이는 행동 치고는 너무 치졸하지 않은가?

카이스트는 원래 그런 학교다. 그리고 그런 학교여야만 한다. 학생들은 전원 장학금을 받고 있으며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파격적인 제도에 걸맞은 우수한 학생들을 육성해내야 할 책임이 있고, 그에 걸맞은 우수한 학생이 되어주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학교에서 나오는 장학금은 국가 세금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주장을 거둔 채 닥치고 따라가라고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고인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그저 '남은 자들'의 편익을 위해 그들의 죽음을 싸잡아 이용하는 행위는 이후 행여 정말 카이스트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의 발언권과 그에 대한 신뢰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카이스트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학교를 변화시키겠다고 하지만
결국은 지금의 자신들 안위를 최우선시하고 있음에 다름아니며,
이후 들어올 카이스트의 후배들을 위해 노력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현재 안위만을 생각한 나머지
오히려 카이스트에 들어올 후배들의 발언권과 신뢰도까지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그럴 자격은 없어보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