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6. 23:37
드라마의 길을 고수하던 TBS가 최근들어 제법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역시 실력있는 신인들의 공급이 더뎌지는데다가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이루어지던 스테프쪽의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는데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인력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모양입니다. 이전만큼 기발한 소재의 참신한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원작을 망친다는 실로 컨버전으로서는 최악의 평가까지 듣고 있을 만큼 드라마계에도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내외 사정을 TBS에서도 모를 리가 없겠죠. 5월 23일 방영 예정인 Mr.Brain의 좀 과도하다 싶을만큼의 물량 공세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같은 물량 공세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끝날지 드라마 왕국 재건의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최근 무섭게 TBS의 드라마 왕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NTV나 TV 도쿄에 자리를 내줄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왕자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에 설명해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뚜껑을 열기 전의 녀석을 평가할 수는 없고, 그 전에 잠시 맛보기를 보는 느낌으로 TBS의 지금 상태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어 소개합니다.
4월 중순부터 TBS의 전파를 타기 시작한 드라마 スマイル(Smile 이하 스마일)은 TBS의 파워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 평균 이상의 캐스팅을 갖추고 있지만 의외로 방영 전부터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예고편부터 어느 정도 실패를 예감한 매스미디어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하는데요. 물론 특집 방송은 충실히 내보내긴 했습니다만 TBS내부에서도 Mr.Brain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예고편 한번 타지 못하고 일종의 땜빵 광고 (2~3초 정도로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드라마 CM) 정도로만 간간히 소개될 정도였으니까요. 아라시의 인기 맴버 마츠모토 준, 좀처럼 교복을 벗지 못하는 여동생 아라가키 유이 투톱만으로 모자라 특급 베테랑 나카이 키이치에다가 F4 '루이'의 오구리 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명 빠지는 사람 없이 훌륭한 캐스팅입니다만, 이미 캐스팅만으로 홍보가 자연스럽게 될 거라는 TBS만의 이유 있는 거만함이었는지 영문을 잘 모를 일입니다.
여기에 사각지대라고 불리웠던 금요일 저녁시간대를 단박에 황금시간대로 바꾸어놓았던 꽃보다 남자 제작진이 다시금 금요일 10시 시간대를 정복하기 위해 뭉쳤는데요. 인기 연기자에서 최근에는 각본가로도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쿠마 타카유키의 각본에 10년 남짓의 짧은 경력에 다수의 히트작을 발표하며 관록을 쌓아가고 있는 이시이 야스히루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TBS로서는 역시 꽃보다 남자의 전성기를 되찾고 싶다는 은연중의 욕심이 언제나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금요일 10시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데요. 스텝진 구성에서는 야심을 숨길 수 없었던 듯 합니다. 결국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내 분위기상 드러내놓고 설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군요.
드라마 스마일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맛있는 드라마'입니다. TBS 드라마가 익히 그렇듯 정말 눈이 편안해지고 시원하거나 혹은 따뜻한 느낌의 편집 노하우가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드라마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한 권의 소설이나 시집의 삽화를 보는 듯한 화면 질감을 보여줍니다. 카메라 워크도 여전히 훌륭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하이비젼을 캡쳐한 동영상을 통해 접하시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반 아날로그 TV로도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구도나 내용에 대한 욕구를 대부분 보는 즉시 충족시켜줍니다. 한 마디로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배려가 딱히 싫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방송국들이 TBS의 이런 특징을 흉내내지 않는 이유는 특허가 있다거나 특별히 흉내내기 힘든 절대적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닌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결정적인 단점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졸린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너무 진행 자체가 정적이고 내용 전달이 아름다운 화면 연출과 더불어 천천히 이루어지다보니 성격 급하신 분들은 차마 템포를 역으로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요즘 대부분의 젊은층들이 이러한 내용 전개 방식의 드라마를 많이 접하지 않고 있다보니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배역을 가진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극 전개 방식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한계를 반증하듯 시청율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금요일 10시라는 시간적인 패널티를 감안하더라도 TBS드라마로서 10% 안팎의 성적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데요. 젊은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캐스팅을 갖춘 드라마로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골든위크 시즌에 잠시 12%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이 다소 이래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는 스마일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가족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있지만 요즘 세태에서 드라마 시청율의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사극 이외에는 젊은 층이 대부분일테니까요. 평일에 방송되는 가족형 드라마라는 포지셔닝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그놈의 내부 사정이라는게 뭔지...
스마일에 등장하는 배역들을 살펴보면 '필리핀 혼혈'에 '실성증 히로인' '민완 변호사' ,'광기의 불량아' 등 결코 그냥 소화하기 힘든 내공이 필요한 배역들이 대부분인데요. 일단 이미지상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원래부터 선이 굵은 이미지의 마츠모토 준은 약간의 체중 조절과 태닝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고, 그동안 말이 많은 타입의 배역이 많았였지만 동시에 풍부한 표정 연기실력도 함께 선보였었던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 다양한 표정과 입모양으로 말하는 연기가 그녀 특유의 건강하고 활달한 성격과 어우러져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마츠모토 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극 전개 자체의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중심에 서 있다보니 아무리 잘해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농익은 연기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특이한 배역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극 전개 자체가 지나치게 쉽게 풀어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편안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역일테니까요. 덕분에 결코 나쁘지 않은 연기임에도 극 전체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고 있다보니 책임 소재가 마츠모토 준에게 쏠리는 듯 합니다. 배역에 몰입하는 정도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의 스마일에서는 다소 함량 미달로 보이며.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는 경력에 걸맞는 배역 소화를 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코드 블루에서 드러난 포텐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만큼 분발이 필요해보입니다.
투톱이 다소 힘겨워하고 있는 데에 반해 조연들은 이름값을 충분히 해주면서 스마일의 완성도를 유지해주고 있는데요. 나가이 키이치씨는 여전히 명불허전, 오구리 슌 역시 만만치않은 커리어에 걸맞게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TBS 드라마의 단골 소재 '법정', '방송국', '가족애'를 책임지는 코이케 에이코를 비롯한 각 조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데요 특히 가족애는 빠지기 힘든 이야기의 주축이 되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받쳐주는 게 중요한데. 등장 비중은 많지 않지만 다소 섞여들지 못하는 마츠준, 각키 투톱을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줌으로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스토리 균형을 잡아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늘 먹는 맛있는 김치찌개라도 매일 삼시세끼를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TBS가 가진 문제도 이와 비슷한데요. 완성도도 높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정말이지 무난하기 이를데 없는 드라마로 '보수성'을 과시해왔지만 그 보수성이 완만한 하락세를 체크하기에는 너무 둔감했던 것 같습니다. 기발한 소재보다는 무난하고 따뜻한 스토리로 승부해왔던 TBS답게 스마일 역시 단지 필리핀 하프와 실성증을 가진 소녀의 매치라는 점 이외에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토리라인을 이어나갑니다. 나쁜 과거가 있고 심신이 약하지만 착한 주인공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마냥 악하게만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대립 구도라든지 과거에 있던 추억을 배경으로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형태까지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지만 지겹다기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운 이러한 구도가 아직도 일부 먹히고 있기 때문이죠. TBS가 이런 보증수표를 포기할리 만무합니다. 갑자기 터지는 로또로 20%를 먹는것을 상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5%를 챙기는 게 TBS의 악명 높은 보수성의 일부니까요.
맛있긴 합니다만 조금 지겹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맛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망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TBS는 아직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지극히 일본답지 않은가? 하고 말이죠. 에도시대부터 몇대를 걸쳐 이어오는 식당이나 과자점이 명소가 되고 그것이 결국 그 지역 나아가 일본이 가진 국제적인 경쟁력이 되는 것처럼 일면 답답하게만 보이는 우직한 보수성이라도 가장 자신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변함없는 맛으로 만들어내는 그것을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역시 리모콘을 쥐고 있는 시청자의 몫입니다.
어떤 것을 지키고 싶다는 기분은 일본인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단골 이야기거리 소재가 되는것도 그런 이유가 있죠. 굳이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단지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잠시나마 자기 자신 혹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드라마 '스마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내외 사정을 TBS에서도 모를 리가 없겠죠. 5월 23일 방영 예정인 Mr.Brain의 좀 과도하다 싶을만큼의 물량 공세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같은 물량 공세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끝날지 드라마 왕국 재건의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최근 무섭게 TBS의 드라마 왕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NTV나 TV 도쿄에 자리를 내줄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왕자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에 설명해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뚜껑을 열기 전의 녀석을 평가할 수는 없고, 그 전에 잠시 맛보기를 보는 느낌으로 TBS의 지금 상태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어 소개합니다.
4월 중순부터 TBS의 전파를 타기 시작한 드라마 スマイル(Smile 이하 스마일)은 TBS의 파워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 평균 이상의 캐스팅을 갖추고 있지만 의외로 방영 전부터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예고편부터 어느 정도 실패를 예감한 매스미디어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하는데요. 물론 특집 방송은 충실히 내보내긴 했습니다만 TBS내부에서도 Mr.Brain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예고편 한번 타지 못하고 일종의 땜빵 광고 (2~3초 정도로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드라마 CM) 정도로만 간간히 소개될 정도였으니까요. 아라시의 인기 맴버 마츠모토 준, 좀처럼 교복을 벗지 못하는 여동생 아라가키 유이 투톱만으로 모자라 특급 베테랑 나카이 키이치에다가 F4 '루이'의 오구리 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명 빠지는 사람 없이 훌륭한 캐스팅입니다만, 이미 캐스팅만으로 홍보가 자연스럽게 될 거라는 TBS만의 이유 있는 거만함이었는지 영문을 잘 모를 일입니다.
여기에 사각지대라고 불리웠던 금요일 저녁시간대를 단박에 황금시간대로 바꾸어놓았던 꽃보다 남자 제작진이 다시금 금요일 10시 시간대를 정복하기 위해 뭉쳤는데요. 인기 연기자에서 최근에는 각본가로도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쿠마 타카유키의 각본에 10년 남짓의 짧은 경력에 다수의 히트작을 발표하며 관록을 쌓아가고 있는 이시이 야스히루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TBS로서는 역시 꽃보다 남자의 전성기를 되찾고 싶다는 은연중의 욕심이 언제나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금요일 10시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데요. 스텝진 구성에서는 야심을 숨길 수 없었던 듯 합니다. 결국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내 분위기상 드러내놓고 설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군요.
장면 구성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면서도 편안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드라마 스마일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맛있는 드라마'입니다. TBS 드라마가 익히 그렇듯 정말 눈이 편안해지고 시원하거나 혹은 따뜻한 느낌의 편집 노하우가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드라마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한 권의 소설이나 시집의 삽화를 보는 듯한 화면 질감을 보여줍니다. 카메라 워크도 여전히 훌륭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하이비젼을 캡쳐한 동영상을 통해 접하시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반 아날로그 TV로도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구도나 내용에 대한 욕구를 대부분 보는 즉시 충족시켜줍니다. 한 마디로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배려가 딱히 싫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방송국들이 TBS의 이런 특징을 흉내내지 않는 이유는 특허가 있다거나 특별히 흉내내기 힘든 절대적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닌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결정적인 단점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졸린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너무 진행 자체가 정적이고 내용 전달이 아름다운 화면 연출과 더불어 천천히 이루어지다보니 성격 급하신 분들은 차마 템포를 역으로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요즘 대부분의 젊은층들이 이러한 내용 전개 방식의 드라마를 많이 접하지 않고 있다보니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배역을 가진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극 전개 방식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한계를 반증하듯 시청율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금요일 10시라는 시간적인 패널티를 감안하더라도 TBS드라마로서 10% 안팎의 성적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데요. 젊은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캐스팅을 갖춘 드라마로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골든위크 시즌에 잠시 12%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이 다소 이래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는 스마일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가족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있지만 요즘 세태에서 드라마 시청율의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사극 이외에는 젊은 층이 대부분일테니까요. 평일에 방송되는 가족형 드라마라는 포지셔닝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그놈의 내부 사정이라는게 뭔지...
스마일에 등장하는 배역들을 살펴보면 '필리핀 혼혈'에 '실성증 히로인' '민완 변호사' ,'광기의 불량아' 등 결코 그냥 소화하기 힘든 내공이 필요한 배역들이 대부분인데요. 일단 이미지상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원래부터 선이 굵은 이미지의 마츠모토 준은 약간의 체중 조절과 태닝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고, 그동안 말이 많은 타입의 배역이 많았였지만 동시에 풍부한 표정 연기실력도 함께 선보였었던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 다양한 표정과 입모양으로 말하는 연기가 그녀 특유의 건강하고 활달한 성격과 어우러져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마츠모토 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극 전개 자체의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중심에 서 있다보니 아무리 잘해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농익은 연기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특이한 배역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극 전개 자체가 지나치게 쉽게 풀어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편안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역일테니까요. 덕분에 결코 나쁘지 않은 연기임에도 극 전체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고 있다보니 책임 소재가 마츠모토 준에게 쏠리는 듯 합니다. 배역에 몰입하는 정도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의 스마일에서는 다소 함량 미달로 보이며.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는 경력에 걸맞는 배역 소화를 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코드 블루에서 드러난 포텐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만큼 분발이 필요해보입니다.
투톱이 다소 힘겨워하고 있는 데에 반해 조연들은 이름값을 충분히 해주면서 스마일의 완성도를 유지해주고 있는데요. 나가이 키이치씨는 여전히 명불허전, 오구리 슌 역시 만만치않은 커리어에 걸맞게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TBS 드라마의 단골 소재 '법정', '방송국', '가족애'를 책임지는 코이케 에이코를 비롯한 각 조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데요 특히 가족애는 빠지기 힘든 이야기의 주축이 되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받쳐주는 게 중요한데. 등장 비중은 많지 않지만 다소 섞여들지 못하는 마츠준, 각키 투톱을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줌으로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스토리 균형을 잡아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늘 먹는 맛있는 김치찌개라도 매일 삼시세끼를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TBS가 가진 문제도 이와 비슷한데요. 완성도도 높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정말이지 무난하기 이를데 없는 드라마로 '보수성'을 과시해왔지만 그 보수성이 완만한 하락세를 체크하기에는 너무 둔감했던 것 같습니다. 기발한 소재보다는 무난하고 따뜻한 스토리로 승부해왔던 TBS답게 스마일 역시 단지 필리핀 하프와 실성증을 가진 소녀의 매치라는 점 이외에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토리라인을 이어나갑니다. 나쁜 과거가 있고 심신이 약하지만 착한 주인공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마냥 악하게만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대립 구도라든지 과거에 있던 추억을 배경으로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형태까지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지만 지겹다기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운 이러한 구도가 아직도 일부 먹히고 있기 때문이죠. TBS가 이런 보증수표를 포기할리 만무합니다. 갑자기 터지는 로또로 20%를 먹는것을 상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5%를 챙기는 게 TBS의 악명 높은 보수성의 일부니까요.
맛있긴 합니다만 조금 지겹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맛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망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TBS는 아직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지극히 일본답지 않은가? 하고 말이죠. 에도시대부터 몇대를 걸쳐 이어오는 식당이나 과자점이 명소가 되고 그것이 결국 그 지역 나아가 일본이 가진 국제적인 경쟁력이 되는 것처럼 일면 답답하게만 보이는 우직한 보수성이라도 가장 자신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변함없는 맛으로 만들어내는 그것을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역시 리모콘을 쥐고 있는 시청자의 몫입니다.
어떤 것을 지키고 싶다는 기분은 일본인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단골 이야기거리 소재가 되는것도 그런 이유가 있죠. 굳이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단지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잠시나마 자기 자신 혹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드라마 '스마일'입니다.
SMILE スマイル (TBS)
2009년 4월 17일부터 매주 금요일 22시 방영
출연 : 松本潤 (마츠모토 준) 新垣結衣(아라가키 유이)
2009년 4월 17일부터 매주 금요일 22시 방영
출연 : 松本潤 (마츠모토 준) 新垣結衣(아라가키 유이)
中井貴一 (나카이 키이치) 小栗旬 (오구리 슌) 外
각본 : 宅間孝行 (타쿠마 타카유키)
연출 : 石井康晴 (이시이 야스히루)
각본 : 宅間孝行 (타쿠마 타카유키)
연출 : 石井康晴 (이시이 야스히루)
'2009년 5월 개편 > Dramaj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Dramajor - 오토멘 ~여름 (オトメン 乙男 ~夏) (0) | 2009.08.12 |
---|---|
Dramajor - 트윈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 (0) | 2009.07.10 |
Dramajor - Rookies (ルーキーズ 루키즈) (0) | 2009.06.02 |
Dramajor - Mr.Brain (ミスタ-ブレイン 미스터 브레인) (0) | 2009.05.24 |
Dramajor - The QuizShow (0) | 2009.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