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0. 04:02
매주 토요일에는 Dramajor라는 코너를 통해 일본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코너 타이틀에서 이미 의미를 알아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코너는 특별히 B급 문화를 지향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시청율이 높은 프라임 타임 드라마들을 다루어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니혼테레비 (닛테레,NTV)에서 토요일 저녁 9시에 방영되고 있는 THE QUIZ SHOW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른바 시즌제 드라마의 시대인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어 알려진 대표적 시즌제 드라마는 시트콤 '프랜즈'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 프리즌 브레이크를 필두로 미드의 열풍이 불면서 이제 드라마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시즌 몇' 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죠. 한참 IT버블이 휘몰아치던 시절 별 관계없는 곳에다가도 닷컴을 붙여대던 모습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기도 하고 제대로 시트콤 분야 이외에는 아직 몇 번의 시도만 있을 뿐 성공사례가 전무한 시즌제 드라마이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변형판 시즌제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있는 중입니다.
시즌제 드라마로 성공을 거둔 후루하타 닌자부로
춤추는 대수사선 이후 범죄수사 추리물로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며 장기간 롱런을 기록했던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든지 영화 포멧 중에서는 얼마 전 한국의 모 배우가 출연하기로 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도쿄 소녀'도 그런 변형된 시즌제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일본식 시즌제 드라마는 스토리의 연속성이 없이 배역을 교체하는 타입이 많은데 이는 장편 스토리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소설형 드라마를 추구하는 미국과 한국과는 달리 일본 드라마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 소재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 스토리가 감명깊은 경우도 있지만 그 스토리가 쓰여지는 배경 소재와 캐릭터, 특히 연기하는 배우에 의해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반이 약하다보니 소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에피소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사극 이외에는 에피소드 10 이상의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렇듯 일본만의 특이하다면 특이한 드라마 제작 특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니혼테레비가 방영을 시작한 THE QUIZ SHOW (ザ・クイズショウ - 이하 더 퀴즈쇼)도 일본형 시즌제 드라마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2008년 7월에 방영했던 동명의 심야 드라마를 모티프로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재 구성한 작품이죠. 원작(?) 드라마는 심야 드라마에 걸맞게(??) 캐스팅된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심야드라마로는 제법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 토요일 저녁 9시라는 프라임타임에 새롭게 재구성하여 내놓게 됩니다. 최근 절정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쿠라이 쇼'를 주연으로 내세워 방영 1개월 전부터 꾸준히 홍보를 할 만큼 NTV내부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원작 드라마, 분위기가 조금 다르죠?
우선 시청율을 살펴보면 12%정도로 프라임 타임의 NTV로서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TBS의 世界・ふしぎ発見(세계. 신기한 발견!)이 군림하게 있기 때문에 드라마로 가족들이 다 같이 보는 버라이어티를 상대하기엔 다소 버거운 감이 없지 않은데요. NTV도 그걸 모를 리가 없겠죠? 그래서 원작보다 한층 버라이어티성을 강조한 연출로 시청자들을 잠시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지금 드라마를 보고 있는건지 퀴즈 버라이어티를 보고 있는건지 착각이 들게끔 말이죠.
여기에는 사쿠라이 쇼의 한층 완숙해진 몰입성 짙은 연기도 한 몫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라시라는 그룹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이 드라마로 인해서 사쿠라이 쇼의 가능성이라든지 미래 가치를 대단히 높게 매기게 될 것 같습니다. 컨셉 자체도 그렇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키무타쿠가 가지고 있는 영역을 차츰 잠식해나갈 것으로 감히 예상될 만큼 더 퀴즈쇼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쿠라이 쇼를 위해 만들어지는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 만큼 독보적입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1인 중심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띄고 있긴 합니다만 역으로 그 1인을 맡은 배우의 역량에 따라서 드라마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그런 면에서 사쿠라이 쇼는 더 퀴즈쇼의 배역을 따낸 것이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아라시라는 그룹의 인기배경에 편승한 것이 아닌 제작진들에게 순수 실력으로 인정받은 결과로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증명해보인 셈입니다.
화면 구성만을 보면 드라마가 아닌 퀴즈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듯
스토리 구조는 연극으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만큼 배경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원작이 어떤 형태로 나와있는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소설이나 만화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구성, 특히 스토리를 무한정 짜낼 수 있는 완벽한 트릭을 갖춘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본 설정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면서도 소재 선정에 대한 범위가 넓다보니 어떤 설정을 갖다붙여도 대본을 쓰기가 쉬운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이 많으니까요. 마치 직소퍼즐을 하는 듯한 느낌일까요?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토리가 계속 천편일률적으로 나간다면 자칫 결말이 뻔히 보이는 지루함이 만들어지기도 쉬운 양면성이 바로 그것이죠. 그래서 더 퀴즈쇼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속에 메인 복선을 깔아둠으로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질나게 만드는 지극히 NTV다운 설정을 집어넣는데 이것이 카미야마의 배경 스토리, 즉 더 퀴즈쇼의 골격이 되는 메인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물론 이 스토리도 옴니버스로 채용된 소재들보다는 조금 더 심도있습니다만 아쉽게도 긴박감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기억상실이라는 다소 낡은 설정에 사이코패스식 전개는 식상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더 퀴즈쇼는 그런 식상함을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 단 1분간만 스토리를 진행함으로서 시청자들의 감질남을 자극시키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쪽도 꽤나 낡은 수법(?)입니다만 어쨌든 버라이어티중에 낡은 수법 쓰지 않는 건 없듯 드라마로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개념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너무 가볍게 빵빵 질러나가는 드라마가 신물이 나신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진지하고 어려운 단어가 남발되는 미드에 지치셨다면 가끔 색다른 드라마로서 눈에 맺혀있는 색깔을 바꿔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스토리에 신경쓰기보다는 그냥 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더 퀴즈쇼가 버라이어티처럼 가볍지는 않고 드라마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으니 조금은 미흡하지만 양립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라시 팬이라면 특히나 사쿠라이 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아라시가 누군지 몰랐던 분들이나 사쿠라이 쇼를 몰랐던 분들에게도 키무타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상품으로서의 그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듬뿍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더 퀴즈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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