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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15 특별기획 '취업' - 누가 워커홀릭을 만드는가 : 휴가 편 8
posted by RushAm 2012. 7. 15. 14:03

 

 

많이 보셨을겁니다. 그리고 많이 불편하셨을 자료였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이 자료를 보며 제게 이렇게 묻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헤이 Rusham~  내가 KOREA PR 이랑 REP KOREA는 배웠다고 그런데 KOREA IT는 어딜 말하는거지?'

 

...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어느 누구 하나 이 자연스럽지 못한 삶의 질 양극화를 묵묵히 인정하며 이에 순응하고 적응하려고만 할 뿐 누구 하나 이 상황이 이상하다거나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강제 노역에 동원된 사람들처럼 생계를 꾸려야 한다는 절박함만이 가득한 채 매일 아침 사람들은 풀린 눈으로 삼각김밥이나 토스트 따위로 아침을 때우며 부지런히 지하철이나 버스에 올라 별로 다르지 않은 행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요.

 

대체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높은 근무시간을 자랑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고도 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총생산량이 OECD근무시간 하위권을 맴도는 국가에 한참 못미치는 것일까요? 왜 사람들은 이걸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불만스럽더라도 이 나라에 태어난 게 잘못이라며 애써 관대해지고 있는 것일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누구의 책임인 것일까요? 설령 사회를 몽땅 뽑아 갈아버리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는 알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휴가 - VACATION

 

예전에는 여름휴가 겨울휴가로 나뉘던것이 이제는 연차, 월차라는 이름으로 굳이 여름이나 겨울에 몰아쓰지 않고 1년 12달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바뀐 게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 이 휴가 그렇게 잘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대부분 다 쓰지 못하고 1년을 허비하여 버리거나 이연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연이 되긴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일단 일이 바빠서입니다. 대기업들이 프로젝트별로 부서가 나뉘다보니 어느 한 쪽이 결원이 발생하면 프로젝트가 올스톱되는 직렬형 조직구조가 되어 자신이 빠지면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거나 이후 인사고과나 실적 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경쟁 심리가 근로자를 옥죄는 점도 한몫하고 있죠.

 

이에 파생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로인해 '휴가'를 윤택하게 자신만의 것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고 살게 된다는 점입니다. 휴가는 그냥 쉰다고 쉬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영위하는 취미생활이나 목표 등과 연계해서 활용해야 하는데 1년이래봐야 12일, 이걸 몽땅 한번에 붙여서 쓴다고 해도 12일동안 제대로 된 여행 하나 짜는 것도 힘들거든요. 우리나라 여행사들이 내놓는 상품들이 대부분 주마간산식의 풀어내는 숙제같은 여행 코스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짧은 휴가 기간에 여행이라는 것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주.마.간.산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단지 어떤 관광지를 가서 그 관광 명소를 보고 오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현지에 머물면서 현지인들의 삶을 지켜보고 현지인들의 먹고 입고 자는 모습을 익히는 것이 여행의 본질적인 의미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고 공통적으로 통하는 여행의 본질이죠. 우리나라의 여행 사진은 각 관광 명소와 자기 자신이 같이 찍힌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의 여행 사진은 대부분 '현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를 흉내내려고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으려 시도하다가 험한 꼴을 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는데요. 당연하지만 그들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지려면 최소 한 달 정도는 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휴가는 총 12일, 여권을 만들거나 비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독을 푸는 마지막날을 빼면 이틀이 날아가서 열흘 남짓입니다. 게다가 모처럼 큰 마음먹고 떠나는 여행이니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자랑거리를 가져오고 싶은 마음에 '한 국가' 혹은 '한 문화권 (종교)'이 아닌 주어진 시간동안 정말 많은 나라들을 가보는 것을 목표로 삼곤 하죠. 그렇게 10일간의 유럽일주 계획이 짜여지고 우리는 그 여행동안 여행지에서 단돈 1달러에 살 수 있는 엽서에 나온 명소들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몇 장 쥐게 되는 것으로 만족을 강요당합니다. 당연히 이런 여행이 만족스러울리가 없죠.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어떤 여가 활동도 단 12일만에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휴가는 마치 12일동안 전쟁을 치르듯 스파르타식으로 벌이는 또 하나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죠. 여행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동'에 투자해야만 하고, 적어도 석달은 배워야 진정한 참맛을 알수 있는 수많은 레포츠들은 12일이라는 시간적 제한에 걸려 속성, 또 속성이 되어가고 우리는 석 달동안 편하게 즐기며 배워야만 하는 것들을 단 12일만에 배워내는 지옥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모처럼의 휴가가 아까우니까 뭔가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더욱 이를 악물고 말이죠.

 

 

휴가 다녀왔어요.jpg

 

누가 이 악물고 벌이는 12일간의 유럽일주, 레포츠를 위한 지옥훈련을 하고 싶을까요? 더구나 위 그래프에서 보듯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누적 피로량을 고려해봤을때 12일간의 강행군같은 휴가를 견딜 만한 체력적 여유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없어질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휴가를 휴가답게 즐기는 것보다, 일과 속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데에 더 익숙해지고 일과의 피로를 푸는 데에 휴가를 사용하는 비중을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휴가를 쓰는 법에 점차 미숙해져만 가고, 휴가 그 자체가 일 이상으로 피곤하게 된다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어디일까요? 삶의 질은 마치 최면에 걸린것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흘러가기만 하는 세월이 될 것이고 우리는 인생을 또 다른 누군가의 뒤치닥거리를 위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것에 모두 쏟아부어야만 합니다.

 

회사에게 묻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회사, 다시말해 회사에서 돈을 제일 많이 가져가는 사람들을 위해 살라며 강요하고 회사에 쓰기로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가져가는 걸 당연시할 생각입니까? 언제까지 생존을 볼모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세상을 바꿔가면서까지 사람들을 쥐어짜서 자신들의 일방적인 잇속 분배를 당연시하는 파시즘적 사고방식을 고착화시킬 생각인가요?

 

휴가는 당신이 회사로부터 따내는 게 아닙니다. 휴가는 당신이 회사에게 지불하지 않은 가치입니다. 회사가 그걸 거저 달라고 한다고 함부로 줄 만한 게 아닙니다. 당신은 그걸 지불함으로 인해서 정말 소중한 순간을 같이 보내는 등의 인생의 추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도 있고 한계까지 도달한 심신이 결국 망가져 병을 불러올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그런 당신에게 어떤 형태로도 잃어버린 추억과 건강을 보상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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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같은 현악기는 조율이 끝난 뒤에는 항상 기타줄을 모두 풀어놓고 연주할때마다 매번 번거롭게 다시 조율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팽팽하게 조율해놓은 채로 두게 되면 현이 늘어나게 되고 다음 연주할때는 그보다 더 팽팽하게 조일수밖에 없게 되어 결국 약해져 끊어지기 때문이라는데요.

 

휴식은 단지 잉여나 백수라는 이름으로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기계처럼 제 몫을 다 하지 못했다고 해서 폐기될만한 무인격체도 아닙니다.

당신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일개미가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며 당신답게 살다 당신답게 갈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의미의 휴식과 인생의 밀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보다 자기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인정받을 인생을 위해서 말입니다.

 

 

 

휴가 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