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7. 20:31
바야흐로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입니다. 가까운 곳은 속속 저가항공사들이 취항을 시작해 왕복 20만원대를 열어젖혔고 예전에 영업비밀로 여행사들의 뒷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던 덤핑항공권은 무한경쟁속에 '땡처리'항공권으로 시장에 풀려 전체적인 항공권 가격을 낮춰주고 있어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은 크게 줄지 않았는데요. 다만 여행사들의 수익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유여행이 선호되다보니 돈이 되던 패키지 여행 상품 판매가 급감한 탓이죠. 토익 평균이 전세계 수위권에 드는 나라라서 그런지 이제는 가이드도 필요없고 시중 서적이나 블로그 검색 등으로 여행정보를 직접 수집해 떠나는 '모험형 여행'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안전하게 휴양을 다녀오는 패키지 여행'보다 여행 본연의 '모험'을 느낄 수 있는 이른바 '배낭여행'을 점차 선호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 서적,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여행기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여행을 간 게 맞는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자유여행이 늘었고 스스로 '모험'과 '자유'를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자랑하는 여행기들 속에는 지극히 '보신적'인 모습들이 잠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여행의 목적을 상실한 여행에서 남긴 것은 무엇이었는지 정말 그들은 '여행'으로서 만족감을 남길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해졌습니다.
여행기를 검색해보거나 여행 책자를 보면 마치 결혼식 음식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딜 보나 다 똑같습니다. 미국에 가면 모두 똑같은 곳을 가서 사진을 찍어 왔고 내용은 '그 곳에 나도 갔다'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여행 목적지는 거의 대부분 대도시 위주로 맞춰져 있으며 여행 계획은 인터넷 혹은 여행기에서 제시해준 '평판 좋은 곳'을 철저하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늦게'갈 수록 감흥이 떨어지기 마련이건만 주구장창 그곳만을 가서 기어이 사진을 찍습니다. 식사는 여행기에서 좋다고 말한 곳 혹은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체인을 절대 벗어나지 않죠.
말이 자유여행이지 공짜로 가이드를 받은 '패키지 여행'이나 다름없는 이런 여행이 만족도가 높을 리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가능한 많은 결과물을 남기려 애를 쓰죠. 사진을 아낌없이 찍는 것은 기본이고 그 사진과 함께 쓴 여행기에는 '정말 만족스러웠다는 느낌'을 자랑스럽게 써내려갑니다. '돈 하나도 안아깝고 정말 만족해'라고... 그러고는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사면 비싼 물건들을 잔뜩 사기도 하죠. 여행이라는 건 여행 그 자체에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한한 가치가 있다고 그들 역시 말합니다만 말과 행동이 지극히 상이합니다.
여행기로 어떻게 생겼고 뭐가 어떻게 되어있고 그 음식은 무슨 맛이고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걸 다 알고 사진으로 다 본 곳을 내가 직접 가서 본 들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가서 본다고 그 사람이랑 다른 느낌이 들 가능성은 정말 극소수에 가까울텐데, 사람들은 마치 그 실망감을 애써 부정하려는 듯 다녀와서는 자신만의 여행기를 써내려갑니다. 마치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무리에 합류했음을 자랑스러워하듯 '나도 어디를 다녀온 1인'이 되었음을 세상에 공표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죠. 명품 핸드백 인증샷과 유명 관광지 인증샷이 과연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성격과 입맛이 제각각이듯이 유명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어딜 가든 만족도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패키지 여행을 만든 여행사에 커미션을 주는 거와 국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관광상품'에 돈을 쓰는 거나 기본적으로는 똑같습니다. 그건 여행이라고 부를 수 없죠. 그냥 돈을 주고 상품을 산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그렇게 산 여행이라는 상품을 즐기고 만족하는 방법 역시 비싼 물건을 사서 자랑하는 모습과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일치하고 있거든요.
해외여행 1세대들이 고추장 같은 한국음식을 여행때 바리바리 싸들고 가며 한국 식당만 찾아다니는 모습에 경악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봐왔습니다만 지금의 젊은이들의 여행 역시 1세대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는 곳만 가고 검증되어 있는 것만 먹는 여행기에 적혀있는 대로 마치 내비게이션마냥 움직이는 그들에게는 여행을 즐길 자격도 그들에 행동에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이유도 없겠죠.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돈을 썼다는 것을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인증받고 자랑할 소재거리가 전부일테니까요.
학교 교실의 노스페이스 다운점퍼처럼...
거리를 거니는 여성들의 똑같이 생긴 똑같은 문양의 핸드백들처럼...
그렇게 오늘도 똑같은 장소에 인물만 달라진 사진으로 점철된 여행기...
아니 돈 썼다는 인증샷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한,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기 위한 여행...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닐까요?
그런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 서적,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여행기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여행을 간 게 맞는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자유여행이 늘었고 스스로 '모험'과 '자유'를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자랑하는 여행기들 속에는 지극히 '보신적'인 모습들이 잠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여행의 목적을 상실한 여행에서 남긴 것은 무엇이었는지 정말 그들은 '여행'으로서 만족감을 남길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해졌습니다.
여행기를 검색해보거나 여행 책자를 보면 마치 결혼식 음식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딜 보나 다 똑같습니다. 미국에 가면 모두 똑같은 곳을 가서 사진을 찍어 왔고 내용은 '그 곳에 나도 갔다'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여행 목적지는 거의 대부분 대도시 위주로 맞춰져 있으며 여행 계획은 인터넷 혹은 여행기에서 제시해준 '평판 좋은 곳'을 철저하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늦게'갈 수록 감흥이 떨어지기 마련이건만 주구장창 그곳만을 가서 기어이 사진을 찍습니다. 식사는 여행기에서 좋다고 말한 곳 혹은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체인을 절대 벗어나지 않죠.
말이 자유여행이지 공짜로 가이드를 받은 '패키지 여행'이나 다름없는 이런 여행이 만족도가 높을 리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가능한 많은 결과물을 남기려 애를 쓰죠. 사진을 아낌없이 찍는 것은 기본이고 그 사진과 함께 쓴 여행기에는 '정말 만족스러웠다는 느낌'을 자랑스럽게 써내려갑니다. '돈 하나도 안아깝고 정말 만족해'라고... 그러고는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사면 비싼 물건들을 잔뜩 사기도 하죠. 여행이라는 건 여행 그 자체에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한한 가치가 있다고 그들 역시 말합니다만 말과 행동이 지극히 상이합니다.
여행기로 어떻게 생겼고 뭐가 어떻게 되어있고 그 음식은 무슨 맛이고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걸 다 알고 사진으로 다 본 곳을 내가 직접 가서 본 들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가서 본다고 그 사람이랑 다른 느낌이 들 가능성은 정말 극소수에 가까울텐데, 사람들은 마치 그 실망감을 애써 부정하려는 듯 다녀와서는 자신만의 여행기를 써내려갑니다. 마치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무리에 합류했음을 자랑스러워하듯 '나도 어디를 다녀온 1인'이 되었음을 세상에 공표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죠. 명품 핸드백 인증샷과 유명 관광지 인증샷이 과연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성격과 입맛이 제각각이듯이 유명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어딜 가든 만족도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패키지 여행을 만든 여행사에 커미션을 주는 거와 국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관광상품'에 돈을 쓰는 거나 기본적으로는 똑같습니다. 그건 여행이라고 부를 수 없죠. 그냥 돈을 주고 상품을 산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그렇게 산 여행이라는 상품을 즐기고 만족하는 방법 역시 비싼 물건을 사서 자랑하는 모습과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일치하고 있거든요.
해외여행 1세대들이 고추장 같은 한국음식을 여행때 바리바리 싸들고 가며 한국 식당만 찾아다니는 모습에 경악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봐왔습니다만 지금의 젊은이들의 여행 역시 1세대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는 곳만 가고 검증되어 있는 것만 먹는 여행기에 적혀있는 대로 마치 내비게이션마냥 움직이는 그들에게는 여행을 즐길 자격도 그들에 행동에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이유도 없겠죠.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돈을 썼다는 것을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인증받고 자랑할 소재거리가 전부일테니까요.
학교 교실의 노스페이스 다운점퍼처럼...
거리를 거니는 여성들의 똑같이 생긴 똑같은 문양의 핸드백들처럼...
그렇게 오늘도 똑같은 장소에 인물만 달라진 사진으로 점철된 여행기...
아니 돈 썼다는 인증샷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한,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기 위한 여행...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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