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7. 8. 15:55
아이돌의 세대교체주기는 5년 주기라는 것을 이전 글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신기하게도 실제 5년이라는 기간 이상을 넘겨서 차기 아이돌을 내세우는 기획사가 성공하는 사례를 보기 힘들다. 그만큼 어떤 기획사라 할지라도 연타석 홈런을 날리지는 못하며 그 홈런을 5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말하면 이는 5년 이상 아이돌을 키워내 제대로 가요계의 한 축으로서 정착시키지 못하는 능력적 한계와 더불어 아직도 가요계 전반이나 음악 업계에 대한 제대로 된 학술적 분석 없이 끝발 하나로 어떻게 해보거나 언제 터질지 예상하지 못하는 로또성 그리고 그로 인한 한 가지 성공 공식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집착이 가져오는 패착이다.

god (1999~2005)


이는 한국의 음악 시장이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변덕스러운 부분이 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챠트의 변화가 변화무쌍하고 후크송이 남발하는 패착이 있긴 하지만 음악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 취향을 1년에도 몇 번씩 바꾸지는 않으며, 이는 비주얼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 다른 그룹에서 어떤 캐릭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나중에 나온 그룹에서도 그와 닮은 캐릭터에 눈길이 가게 되어있으니까, 그런데 아이돌 기획사들은 이런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을 두고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한지 1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국민아이돌 하나 롱런시키지 못한 채 기존 아이돌은 나이가 좀 들면 일단 은퇴부터 시키고 신선한 10대들을 데뷰시키기 바쁘다. 갑자기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목에서 노래가 안나오는것도 아닐테고 춤이 안춰지는것도 아닐진데 그런건 관계없이 일단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10대 마케팅'을 쓸 수 없을 때가 되면 일단 은퇴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이다. 이러한 기획사들의 성향은 그룹명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HOT (highfive of teenager) , 슈퍼쥬니어, 소녀시대 등 맴버들의 생명력을 처음부터 10대 후반까지로 한정시키는 뉘양스의 단어를 의도적으로 삽입함으로서 향후 해당 그룹이 실패하거나 그들 입장에서 봤을 때 생명력이 다 했을 경우 내칠 수 있는 (사실상 말도 안되는)명분을 만들어놓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에 있어서 별로 들어맞지 않는 사건이 1년에만 두 번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기획사가 한 아이를 버렸고 두번째는 아이들이 회사를 버리고 뛰쳐나왔다.
우선 첫 번째 사건을 들여다보자, 잘나가고 있는 보이그룹 맴버 중 리더에 해당하는 맴버가 과거 연습생시절에 저질렀던 과오가 뒤늦게 터저나왔다. 문제는 이 과오가 대한민국 국민들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는 국수주의를 건드렸다는 점에 있다. 지금까지 아이돌들이 몇번 실수로 국수주의 성향을 건드린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자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이른바 '예의에 어긋난 철없는 행동'을 '즉석'에서 '발언'으로 해왔던 점에 의거해 사건이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이번 건은 해외 거주자 신분이었던 해당 맴버가 대한민국 국가 전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컸다. '발언'이야 보도제한을 걸거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입을 틀어막으면 그만이지만 이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와있는 '글'그리고 이를 퍼다 나르는 주체가 언론이 아닌 '네티즌'이었기 때문에 증거도 명확했고 기획사의 끝발로 진화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떡밥을 언론사가 그냥 둘 리가 없는 이상 언론 컨트롤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기획사의 대응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처음부터 눈에 보이게 '아직 해당 보이그룹에 투자한 금액 회수가 끝나지 않았고 회수할 포텐셜이 남아있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해당 보이그룹의 타이틀적인 명예'를 보호하는 데에 맞춘 스크립트를 짜낸다. 일단 맴버를 임의탈퇴 후 서둘러 해외로 빼돌려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남은 맴버들은 활동을 계속하는 식으로 이슈를 서둘러 정리해 뜨거워진 냄비를 식힌 후 여론의 추이가 해당 맴버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를 것을 의식하여 해당 맴버의 팬의 유출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여론을 안정화한다. 이후 어느 정도 해당 맴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남은 맴버들의 인기가 안정화된 후 해당 맴버에게 의도적인 스캔들을 터뜨려 임의 탈퇴를 완전 탈퇴로 못박으며 대응을 마무리짓고 있다. 이 사건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해당 기획사에 대한 대응이 객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던지 간에 적어도 기획사 내부에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는 분위기인듯 한데...과연 그런 것일까?

주관적인 추리를 토대로 사건 전체 흐름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우선 기획사는 스캔들이 일어났을 당시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식의 정책으로 남은 맴버들의 이미지를 보호하는 것을 택했지만 향후 여론이 예상과는 달리 스캔들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우호적으로 흐르고 기획사의 비정함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되자 대표가 직접 TV에 전격 출연하여 해당 맴버의 팀 재합류를 표명한다. 아마 이후 해당 기획사는 해당 맴버와 재합류에 대한 협상을 벌였겠지만 이미 썩은 사과 취급을 받은 그가 재합류를 할리가 만무했을 터, 결국 협상 결렬 후 더 이상 해당 맴버의 존재가 남은 맴버들로 구성된 그룹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이미 대표가 TV에서 공표했던 '재합류 약속'을 뒤집고 남은 맴버들의 상대적 도덕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기획사 내부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지으려 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짓을 하게 방치한 기획사는 유능한것일까?


이 사건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대중적인 인지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스스로 잘했다고 자뻑하고 있는 '투자금 회수'에 있어서도 상당히 미숙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우선 사건이 일어난 직후 불과 4일만에 임의 탈퇴 처리하고 서둘러 사건을 묻어버리려 했던 부분, 일면 상업적으로는 꽤나 치밀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은 '이런 새로운 종류의 스캔들'에 대한 대응법을 전혀 연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 됐다. 이 업계에서 10년 넘게 굴러먹고 있는 사람들이 소비자들의 사회적 돌발 성향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먹구구식 대응을 했다는 점은 지금까지 얼마나 이들이 문화 콘텐츠 업계 경영에 무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이들이 저지른 패착은 이 업계에서 모든 기획사를 통틀어 단 한번밖에 쓸 수 없는 비기를 고작 보이그룹 투자금 하나 회수하자는 하찮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물론 파장이 크긴 했지만 기획사는 그 그룹 하나로 끝날 게 아니라 향후 수많은 후속 그룹들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물론 아직 연예기획사들은 어떤 그룹 하나에 올인하면 호주머니까지 탈탈 털어내야 할 만큼 재정적 상태가 열악하기는 하지만, 기획사의 브랜드 가치만 살아있다면 투자는 언제고 다시 받아낼 수 있는 것일진데,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미래를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미래에 지금보다 더 큰 이슈나 스캔들이 일어난다한들 이상할 게 없는 것이 연예계이건만 당장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예 업계 전반적인 데미지를 입힌 것이다.

1. 이 바닥에 아예 다시 못들어오도록 *신을 만들려 했다. (조폭이냐?)
2. 그런데 기획사를 족치는 이미지의 그가 금새 국내 기획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3. 하필 그 기획사가 JYP와 연관이 없을수가 없는 싸이더스 IHQ다.


해당 기획사는 연예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기획사가 망하는 지름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방송계 인맥이 끊어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충성스럽고 능력있는 유망주들이 기획사를 외면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해당 기획사는 후자쪽 문제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TV에서 드러나는 소문보다 훨씬 더 많은 유언비어들이 돌고 있는 연예계의 이면에서 수많은 유망주들이 기획사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이미 문제를 일으킨 해당 기획사에 대한 윤리적 신뢰도가 바닥을 친 이상 그들에게 더 이상 미래를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과 그에 따른 선택의 변화는 변화무쌍이 극심한 연예계만큼이나 순식간에, 그리고 매우 뿌리깊게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5년 주기라는 무덤을 스스로 파버린 대한민국 기획사에게 '신인 유입의 감소'는 곧 패망을 의미한다. 이미 파워게임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해당 기획사가 작금의 진퇴양난을 과연 어떻게 해소할지 아니 해소는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소한 다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미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아이돌을 소비하는 소비 주체로서의 성숙도가 좌우할 문제일테니까... 진통의 끝은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고 그 생명은 곧 미래를 이어가는 힘이 되지만 단지 진통 후에 또 다른 진통만이 기다린다면 현실의 고통일뿐 미래를 위한 뭣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그 무언가가 되게 만드는 것, 지금을 살고 지금을 즐기는 문화 소비주체들이 앞으로를 위해 풀어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3부 마침,


* 본래 3부에서 다루어질 예정이었던 동방신기의 경우 4부와의 연관글이 많기에 부득이하게 4부에서 함께 다루어지게 될 예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posted by RushAm 2009. 9. 10. 09:44
일단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발언권을 얻기가 참 수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언제나 손잡이가 뜨거울때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사건의 직접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도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사건이 생각보다 일찌감치 결론이 지어지는 바람에 이 글도 꽤 빨리 쓰여지게 되어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뒤늦은 입장 바꾸기도 동정론도 아닌 그냥 그 당시 상황을 추측해보려는 차원에서 쓰는 글이므로 개인적인 사견일 뿐 진실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기에 이를 분명히 해두는 바이다. 또한 지난 성명에서와 같이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범군에 대한 '옹호'나 '비난'처럼 양쪽 차원이 아닌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우선 재범군의 전 소속팀 2PM의 소속사 JYP가 가지고 있는 본래 색깔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JYP는 일간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적'인 선진형 음악을 하는 곳이 아니라 미국에서 벤치마킹한 그룹 혹은 음악 트랜드를 과거 몇십년대에 걸쳐 분석, 샘플링한 뒤 한국의 현 시대 흐름에 걸맞는 기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기획사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세계적인 트랜디 세터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미 성공한 전례가 있는 음악 트랜드를 다시 가져와서 세련되게 리폼한 다음 한국 시장에 최적화시켜 내놓는데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JYP의 히트메이커라는 이름 뒤에는 실제로 '히트'만을 위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한 채 기획된 대본대로 움직여야 하는 가수들의 어려움이 있게 되는데 몇 년 전 비가 JYP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야하게 생각했지만 아마도 비는 JYP의 이러한 부분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반증으로 이후 'JYP'측이 '원더걸스와의 비교'발언을 통해 비를 직설적으로 깎아내린 부분이 이를 증명해준다.



 감이 잘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의 JYP의 행보를 살펴보도록 하자, 싸이더스와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JYP가 기획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GOD의 경우 도중 윤계상의 군입대와 박준형의 맴버 배제론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이후 결국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추었는데, 물론 제각각 솔로 앨범 활동이나 뮤지컬, 정극 등 맴버들이 제각각 자신의 하고 싶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손호영을 비롯해 JYP가 독립적인 기획사로 만들어진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해체 이후 회사로부터 재기를 위한 도움을 받았다는 맴버를 찾을 수가 없다. JYP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량현량하'의 경우 잘된 기획으로 많은 화제를 뿌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정작 상품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새로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방출되었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 군대에 갔다는 뉴스만이 신선함을 주었던 사건처럼 JYP는 가지고 있는 상업성을 생각만큼 능숙하게 감추지 못한 채 곳곳에서 드러내왔다.

재범군 사건처럼 너무 과거사만 들먹이는 게 아닌가 싶어 좀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면 JYP소속으로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JOO'의 경우 데뷰 직후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팬들로부터 적발되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적이 있는데 이 당시 JYP는 여론의 추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하여 JOO의 활동을 강행했지만 결국 잠재되어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 패안이 되어 실패했고, 결국 그녀는 1년 넘게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 단적으로 비교되는 인물이 SM의 '보아'인데 그녀 역시 데뷰 초 이른바 '보아의 일기'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이쪽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완벽한 루머였음에도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파장이 JOO와는 비교조차 되지 못했다) 1집 활동에 상당힌 위기를 맞게 되지만 SM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1집 후속곡 '사라'로 음악적 존재감을 어필하여 스스로 루머를 이겨내게끔 만들었다. 물론 그 후 그녀의 일본행과 귀국 후의 큰 성공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라는 유행어의 본고장으로 만들기까지 어떻게 보면 보아 본인의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 노력이 꽃피기 전에 단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녀를 영원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절대권한을 가진 'SM'의 선택이 없었다면 그녀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기획사의 권한과 그에 따른 역할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JYP는 이처럼 철저한 기획과 그 기획을 소화해줄만한 맞춤형 '유닛'들을 생산해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유망주를 길러내는 과정에서도 다른 기획사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JYP가 기획한 아이돌 그룹들을 잘 살펴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맴버별로 제각각의 개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룹 전체가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스크립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과 2PM의 10점만점에 10점이 대표적) 이런 이유로 인해 JYP에서는 유망주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나 '하고 싶은 안무'같은 개인의 욕망은 철저하게 무시된 채 진두지휘하는 기획사에 의해 계산된 유닛들로 구성되어 기계적인 반복이 가능할 만큼 트레이닝을 이룬 후 상품으로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불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음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가장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JYP로 들어왔는데 이건 무슨 SM보다 더 꼭두각시를 만들어대고 있으니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실망을 하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어렵게 합격한 기획사인데, 도중에 포기하면 인생 망가질것 같고, 이 연습생 생활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건지 알 길이 없고... 아마 다른 기획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JYP의 연습생 시절은 암울함 그 자체일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YG의 경우 그 목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연습생들 중 가능성이 보이는 맴버들을 기존에 데뷰한 아이돌 그룹에 옵저버로 잠시 활용하는 (피쳐링이나 백댄서 등으로) 형태로 이들의 막연함을 달래기도 하는데, JYP의 경우 워낙 데뷰 전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강하게 고수하는 부분도 있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젝트에 '옵저버'가 들어갈 틈바구니란 에초부터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어떤 재능을 보였기에 재범군이 JYP로 발탁되엇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연습생 시절 비교적 자유분방한 의견개진이 가능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그가 JYP로부터 받는 충격은 아마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일기인지 메일인지 모르는 글을 잘 보면 '한국인들은 랩 같지도 않은 랩을 듣고 좋아라 한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당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아마 미국의 50센트나 에미넴 같은 래퍼를 꿈꾸었던 것 같지만 한국 시장에서 그 둘의 음반 판매량이 지금의 2PM음반 판매량과 비교가 될 리 없는 게 현실이었을테니까, 에초 레벨 문제를 떠나서 음악을 소비하는 취향적 문제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JYP는 이런 그의 희망을 가볍게 묵살하고 지극히 한국인이 듣기에 무리가 없고 '한국에서 팔릴 수 있는' 음악을 반복적으로 연습을 강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가 다른 연습생이 아닌 미국인 친구와 마이스페이스라는 미국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JYP의 분위기 상 그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이미 JYP는 그런 식으로 원더걸스를 범국민적인 아이돌로 만들어낸 '성공전례'가 있기에 그들의 육성 과정은 JYP 내부에서는 법 그 이상으로 치부되지 않았을지 싶은데, 이런 환경에서 JYP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신격모독과 다름없을만큼의 프렛셔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과연 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다시말해 '짐승남'으로 2PM이 원더걸스에 이어 범국민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에 시동을 걸 만큼 위상이 달라진 시점에서까지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생각과 크게 다름없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아니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여기에는 재범군 본인의 사례보다 지금 상황을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론'이 이미 나와있다. 다름아닌 원더걸스인데, 그녀들이 국민적 걸그룹으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곡 '텔미'가 전국을 한바탕 강타한 뒤 맴버들에 의해 텔미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속속 알려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알려진 것들 중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맴버들이 텔미 곡을 받고 의상을 받아들고 하기가 싫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원더걸스 역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JYP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원더걸스가 그때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을까? 대답은 NO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 '성공'했으니까 아무리 기가 센 사람이라도 저절로 입이 닥쳐질만큼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결국 JYP의 말대로 됐으니까, 국민들은 JYP가 가르쳐준 대로 하니까 자신들을 국민적인 걸그룹으로 칭송해주고 있으니까, 종교로 보자면 이미 기적을 본 그들에게는  JYP에 대한 불신이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JYP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연습생 시절 제각각 개성적인 음악적 꿈을 가지고 있던 젊은이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음악을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결국 자신들의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고 JYP가 가르쳐준 음악이 '대한민국'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맴버들이 거부감을 갖는 걸로 따지면 '텔미'보다 '노바디'가 훨씬 더 했겠지만 (모두 같은 옷에 나오지도 않는 마이크에 정해진 루트에 의한 안무, 빤짝이 의상에 전혀 트랜디하지 않은 음악까지) 맴버들은 이미 텔미의 성공으로 인해 JYP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텔미때보다 훨씬 높은 싱크로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에 힘입어 '노바디'는 기획 당시의 포텐셜을 모두 폭발시키며 텔미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즉 재범군도 2PM이 이미 본 궤도에 올라온 상황에서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반드시 거짓이라고는 보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그는 TV에서 '지금의 성공'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의 표정 어디에서도 예전 음악에 대한 미련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그의 마이스페이스에 나온 사상대로라면 그들에게 붙여진 '짐승남'이라는 타이틀에 경기를 일으키고도 남았겠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별로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 역시도 JYP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을 버린 채 지금의 인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 게 아니었을지 싶다.


다시 본 사건으로 돌아와보자 JYP의 재범군에 대한 조치, 대단히 신속 정확하다. 다른 맴버들의 상품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2PM의 해체 대신 무려 '리더'인 재범군의 탈퇴를 선언한다. 그것도 사건이 터진지 하루만에 나온 공식 사과문에 이은 3일만에 결정된 조치였다. 정말이지 상업성에 있어서는 미숙함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일 그들이 언론을 통해 '어떤 입장 표명'을 했거나 그를 위한 변명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재범군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맴버들 나아가 2PM이 가진 상품적 가치가 훼손이 아닌 송두리째 날아갈수도 있는 형국이었으니까, 그들은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게 아무 미련이나 애착, 정 없이 재범군을 퇴장시켰다. 여론은 의도한 대로 재범군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르고 있지만 이는 재범군 본인에게 아닌 '2PM'에게 득이 되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며 이를 JYP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재범군은 적어도 JYP소속으로는 두 번 다시 한국에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를 대강 알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상업성'의 극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준 JYP가 받은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2PM은 건져냈고 여론도 반전됐으니까, 모든 이야기의 핀트를 조금도 남김없이 재범군 한명에게 집중시키는데에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서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타격은 최소화하면서 내치는 그의 등에 '과녁'을 그려넣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마저 그에게 모두 향하도록 만드는 극악함을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 재범군의 잘못은 적어도 '한국 연예계'에서는 절대 통용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지만 문제는 과연 그 하나에게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었을지, 과연 이같은 사태를 '회사'의 입장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작은 움직임조차 없이 끝나버리는 논란이 자연스러운것인지 생각보다 서둘러 내려진 결론을 보며 한층 씁쓸함이 느껴진다. 결국 언론의 한 방이 이 사건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앗아간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더하다. 결국 뭐 하나 변한게 없이 사건이 끝나버린 재범군 사건, 이 사건에서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다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상업적 본성을 드러낼수밖에 없었던 기획사 JYP와 한국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아버린 재범군, 또 한번 감정의 뇌관에 상처를 입은 한국 연예계의 소비자만이 남았을 뿐이다.

아 참, 언론은 좀 득을 봤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