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10.23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 JYP 엔터테인먼트 에필로그 8
posted by RushAm 2016. 10. 23. 01:06

JYP 개혁파들이 가장 처음으로 했어야 했던 일은 모래시계처럼 윗쪽에 어마어마한 모래가 쌓여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지극히 느린 정체현상을 해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서 PART1에서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 데뷰가 불가능한 정체상황이 심한 기획사라는 설명도 드렸었는데요. 이런 정체현상이 비록 JYP에 국한된 부분은 아니지만, JYP의 경우 박진영에게 일원화된 실무 결정체계가 이원화되지 못하는 자타의적 환경으로 인해 이와 같은 부분이 더욱 극심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연습생들도 지극히 박진영의 취향과 그룹 컨셉, 그리고 미래 계획에 맞춰서 짜여졌기 때문에 우선 정체되어서 세대별로 플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모여든 연습생들의 교통정리가 필요했습니다.


DAY6가 밴드 컨셉의 노망주로 기획된 데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PART1 당시에 비해 아이돌 시장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데뷰하지 않은 연습생들의 이직은 험난합니다. 연예계 소식에서 연습생들이 기획사를 옮겨서 데뷰하는 것이 흔하게 보이는 시기이긴 하지만 저번에 설명해드렸듯이 어디까지나 지금 있는 회사의 직위를 모두 버리고 신입으로 들어가는 수준의 대우를 각오하거나 혹은 3대 기획사가 아닌 한단계 낮은 중소 기획사로 이적하는 랭크 격하를 각오해야만 하죠, 대부분은 연습생이 3대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 성공했다고 어기게 되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삼성맨이 인정받는 풍토와 비슷하다랄까요?


분위기는 그것이 대중들에게 용인되는 상황이 조금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JYP연습생에게 있어 상황은 그 이전보다 썩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전에는 사내에서 분파가 되어 만들어지는 회사가 있었고, 각 지역별 계열사들이 이들 연습생들을 소화해주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올려주는 역할을 했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이들 기획사들이 JYP 유산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 대부분 실패하는 통에 이렇다할 계열에 가기가 힘들어진 것도 있습니다. 사실 JYP가 이 부분에서는 3대 기획사 중에서 가장 상황이 안좋은 시점이기도 하고 또한 3대 기획사 중 더 이상 '믿고 쓰는'이미지가 많이 떨어진 부분도 연습생들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어찌 보면 JYP가 조용히 망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이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트와이스는 표면적으로는 JYP의 사운을 걸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미지의 그룹입니다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JYP에서 안고 갈 수 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안고 가겠다는 측면에서 연습생 중 가장 대중적으로 팔릴 만한 연습생들을 추려서 보호 엔트리에 묶는 작업이고, 또 하나는 그 다음 트와이스를 메인스트림에 올리는 데에 성공할 경우 그들을 확실한 JYP 소속으로서 묶는 작업이 있겠죠.



다국적 그룹으로서의 행보도 매우 특이했습니다. 이미 미쓰에이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맛본 바 있는 다국적체계는 오히려 후속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트와이스에서 더 강화되었습니다. 멤버 절반 가까운 인원을 동아시아 국적으로 채웠으며 실제 선발 예정이었던 후보 중에는 더 다양한 국적의 후보들도 있었으니까요. 어찌 보면 2PM이나 GOT7이 나름 기반을 잡아놓은 일본 시장을 잡기 위한 방안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미쓰에이 때 표면적으로는 다국적 그룹을 표방하며 중국인 멤버를 투입한 작전이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되어버린 전철을 잘 알고 있는 JYP로는 단순히 스타성을 따라갔을거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트와이스는 3명이나 되는 일본인 멤버에 비해 정식으로 일본에서 제대로 된 싱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비중으로 인해 밑바닥부터 차분히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전략적인 선택이건 우연의 일치이건 간에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일본 활동은 딱 2개 그것도 모두 한국 관련 활동의 연장


이건 대만 국적 맴버로 선발된 쯔위 역시 이런 이유로 딱히 양안관계를 고려할 필요 없이 선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JYP는 어차피 중국에 어떤 기반을 닦지도 않았고 (박진영이 관심을 가졌을 턱이 없다고 보입니다만) 에초 추구하는 음악이나 팬덤을 일으키는 특성 자체가 중국 시장이나 그를 중심으로 한 권역을 커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함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구성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와이스는 오디션으로 뽑혔다는 특성도 있겠지만 특별히 트와이스, 아니 조금 더 나아가서 소속사의 지분을 어느 정도 나누어 갖고 있는 주주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멤버 한명한명이 각자의 개별 인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들을 프로듀스하며 언제든지 트와이스 이후, 혹은 JYP 이후를 대비하여 각자의 인지도와 캐릭터, 존재감을 쌓아나가는 데에 적극적입니다. 여기에 JYP의 신세력은 그야말로 기획 단계에서의 개입이 아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나서고 있죠, 트와이스는 그룹 자체의 팬덤보다는 철저하게 멤버 개개인의 팬덤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모여져 트와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트와이스라는 그룹은 그 이름 자체에서 브랜드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고 그 자체로 높이려는 시도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냥 트와이스는 이 현란한 멤버를 태운 '캐리어'로서의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입니다.


지금까지의 걸그룹의 일치단결적인 (그룹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그룹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들의 뮤비에서는 늘 각자 개인이 표현하고 싶은 어떤 색깔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 이미지는 상호 보완될지언정 결코 다른 멤버와 섞이지 않는다. 트와이스의 컨셉을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그리고 이 그룹에게, 어쩌면 예견되었을 수도 있을 그 사건이 터지죠



사건 내용은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로 대단히 투명하게 모든 과정이 공개되었으며 그 결과도 매우 스트레이트하게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는 매우 급박한 전개양상을 보입니다. 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JYP가 매우 미숙하게나마 스캔들이 일어난 당사자 외에 트와이스 전체 차원에서 어떤 해명이나 구명 활동은 물론 박진영이 전면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박진영이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며, 쯔위를 유투브에 내세운 뒤에도 그에 대한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사건처럼 내세우고 있는 어떤 그룹에 문제가 크게 생길 경우 직접 발벗고 나서서 해당 맴버를 제명하는 등 매우 단호한 활동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여론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철저하게 쯔위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언급했다고 하는 것은 공식 입장, 그것도 JYP엔터의 대표로서 남긴 사과문 뿐이었고 이것도 대단히 형식적인, 사실상 쯔위가 찍은 사과 동영상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죠.


박진영을 제외한 JYP 전체와 쯔위는 상당히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공식적으로 대처한 사과문만 3개에 전례없이 쯔위 본인이 스스로 나와 동영상으로 사과를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내용은 보시다시피 프로답지 않은 헛발질스러운 사과문의 연속이었고, 미성년자인 본인을 직접 영상에 등장시켜 사과문을 읽게 만드는 대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이 건으로 인해 트와이스 자체가 어쩌면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등장하기도 했죠.


이미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방식은 지금까지 JYP가 늘 해왔던 '문제가 되는 맴버는 반드시 그룹 전체를 위해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 골라낸다'라는 방식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앞서 제가 꽤 많은 지면을 통해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대처 방법은 어찌보면 그룹 자체의 수명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쯔위가 살고 쯔위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존중하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욕을 먹는 대상은 철저하게 쯔위가 아닌 JYP로 일원화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매우 미숙했지만 이러한 대처 방법은 같은 컨셉으로 맴버 각자의 지분을 통해 운영되는 일본의 AKB계열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인데요. 여기에서 '아니 AKB는 문제 생기면 바로 퇴출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지분'이 명확한 멤버의 경우 얘기가 다릅니다. 그만큼 쯔위는 멤버 중에서도 트와이스의 초기 주목도와 화제를 상당 부분 가져간 당시 기준 거의 핵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미네기시 미나미: 남친스캔들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삭발의 사과식이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메인 뉴스에 보도되는 등 화제를 낳으며 분위기는 미네기시에 대한 비난에서 동정 여론으로 반전되고 그 비난 여론은 고스란히 그런 심한 짓을 시킨 기획사의 악랄함에 집중된 사례, 기획사는 아무리 욕을 먹는다고 해도 AKB의 인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결과론적인 비교가 가능


여기까지가 쯔위를 사과영상에 올린 표면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또 하나는 박진영이 굳이 쯔위를 지금까지 하던 대로 쳐내지 않은 이유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JYP의 현 상황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예전만 못한 JYP의 위상과 더불어 JYP 내 엑소더스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식스틴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유망주들 중 전소미를 비롯한 가능성있는 파이널리스트들이 대거 IOI와 IBI등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시 기준으로 트와이스는 개개인의 팬덤 가치에 비해 아직 트와이스 자체의 인기가 높지 않았던 상황인데다 쯔위는 그 팬덤 중에서도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JYP는 쯔위를 어떤 이유에서든 주저앉혔어야만 했고 그런 이유로 쯔위를 '함부로 사과영상에 세웠다'라는 여론에 '부모와 상의했다'라는 것은 진실에 가까울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쯔위는 신중하게 데려가야만 했었을테니까요.


쯔위 사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쯔위 사건 이후 트와이스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거나 어떤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쯔위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JYP EXIT, 그리고 JYP 개혁파의 회사 재건 실패로 인한 투자 세력들의 손절매가 이어지는 나비효과까지 이들 소녀들에게 너무 심한 짐을 지우는게 아닌가싶을만큼 트와이스는 JYP에게 있어서도 정말 성공하지 않으면 미래 자체가 없는 그야말로 강제 히든카드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결과는 사실 누가 그 출구전략을 대비했던 하지 않았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에게 조금씩은 비극이 된다는 부분 이들이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최선을 다한 자에게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보냈고

길고 긴 밤의 어둠이 떠오른 태양으로 인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데뷔싱글 우아하게와 치어업의 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아하게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섞이는 모습을 보였던 트와이스가 철저하게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 즉 트와이스의 기획이 완전히 정착되어 안정화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무대 내에서 군무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파트 포인트 댄스를 받쳐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은 치어업의 대 성공을 통해 옳은 방향임을 증명해냈다.


트와이스에 대한 결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도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혹은 그냥 시도하기만 했을 뿐 굉장히 위태로웠던 하나의 실험이 그저 운좋게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가 트와이스 이후 JYP에 남거나 혹은 추가로 모인 연예계의 인재들이 여성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어찌 보면 트와이스 모델은 지금까지 그룹 자체에 개인을 희생시켰던 한국형아이돌에서 개인을 위해 그룹과 기획사가 기꺼이 희생하는, 그래서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몰려드는 하나의 정규 루트로서 강제적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멤버를 자르지 않고 그룹을 건져낸 JYP 개혁파도 아직 숙제는 많습니다. 당장 이 끝없이 몰려들 기세인 여초위주의 인재 풀에서 기획의 다양성을 꾀해야만 합니다. 새로 런칭하려는 남자 아이돌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나 반응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 지나치게 트와이스에 대한 이미지가 커지는 데에 따른 운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지금 제가 감히 예상할 수 있을 미나, 모모, 사나 이 세사람의 출신지인 케이한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한의 분위기로 인한 제 2의 쯔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과연 같은 방법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위험 요소까지, 이들의 미래는 아직은 다소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랜 시간동안 JYP라는 이름 하에서 젊음을 날려먹고 꿈이 어긋나왔던 역사가 반전되어 풋내기스럽지만 겨우 기획사로서의 본래 일에 충분한 역할을 하는 서포트 역할이 점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큰 성과입니다. 아직까지 아이돌에 대한 절대적인 소유권과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어느 정도 손해는 있었을지언정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JYP 자신들의 미래 그리고 그 JYP를 보고 몰려드는 유망주들이 옳은 방향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


당장은 해가 지지 않는 피로감을 모른 채 달려가겠지만, 언젠가는 백야에 지치게 될 것을 대비해야만 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틈이 없겠지요, 언젠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기획사의 수명은 천년 만년이 아니며 개혁파의 목적 역시 손절매였던 만큼 이 한때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기획사의 미래는 사실 지금의 성공으로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적어도 대단한 것을 이룩하면서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길도 결코 나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결코 평가절하하기 힘들 테니까요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JYP엔터테인먼트 편을 마칩니다.



트리비아

1. 아예 장외로 나가서 IOI를 지원하는 박진영과 트와이스의 번외경기 승부는 어떨지

2. 이번 TT에서는 아마 정연 정도가 부각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