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KPOP?
이번 호주 공연의 라인업을 잘 살펴보면 SM이 SM타운을 꾸려서 나갔던 파리 공연을 제외한 파이팅 재팬 일본 오사카 공연이나 지난 뉴욕 공연 등 다른 공연에서 꾸렸던 라인업과 거의 일치합니다. 즉 어느 국가에서 어떤 가수가 인기있고, 어떤 가수가 현지 팬들에게 공연 요청을 받았는지, 사실상 그렇게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인데요. 이 공연은 이미 '신한류'혹은 'KPOP'열풍을 검증하기 위한 공연의 성격에서 이미 한참 벗어나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전 세계'의 '다른 국적'을 가진 한류 팬들이 뭉쳐 공연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못 이긴 척' 가서 공연해주고 오는 밑밥을 열심히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실상은 그들이 어느 나라에서 누구의 공연을 요청하던, 큰 관계는 없다는 것이죠.
그럼 이 콘서트를 대체 왜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물론 당연히 그 콘서트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호주에 한류 팬이 거의 없다거나 그 한류 팬들이 공연을 원하고 공연에 올 만큼의 열정은 없느냐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무슨 궤변인지 잘 모르시겠지만, 분명 호주에도 한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류의 진폭이 단독공연은 고사하고 '합동공연'을 해도 될까말까한 수준인데다가 설령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공연 비용' 등에서 적자가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공연이 매번 강행되고 있다는 것은 TV에서 나오는 소수의 한류팬 이외에 '공연'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원했던 사람들은 누구?
지금까지 SM타운 콘서트를 포함해서 TV에 방영되었던 국가는 총 4곳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입니다. 얼핏 보면 각 대륙별 대표국가와 도시라는 상징성이 있어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만큼 이번 호주까지 포함해서 '유럽,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남반구)'까지 모양새로는 '한류의 세계화'라는 구색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행보인데요. 그런데 사실 뻔질나게 뉴스에 나왔던 파리 공연 이외에 뉴욕이나, 오사카, 시드니의 경우 뉴스에서 이들 도시에서 한류 콘서트를 원한다는 현지 한류 팬들의 동정에 대해 보도된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한국의 분위기는 예전 오사카나 뉴욕 때도 그랬지만 이번 호주 공연 방송 예고편에 대한 반응이 '와~ 기다렸는데 드디어 방송되는구나!' 가 아니라 '어, 거기도 갔었어?'라는 식이거든요.
원래 2000명쯤 되는데 날씨가 궂어서 300명밖에 못왔지만 그래도 와달라는 호주 학생들의 시위 모습...
왜 이런 모순된 행보가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유는 의외로 꽤나 사정이 복잡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콘서트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현지 한류팬이 간절히 원해서 만들어진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들 이외에도, 아니 그들보다 더 많이 이 콘서트를 원했던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공연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냈다고 보는 편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이 공연을 가장 많이 원했을 쪽은 두말할것도 없이 'SM엔터테인먼트'죠.
지난 SM엔터테인먼트편 부록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SM타운 파리 콘서트는 그 준비 비용이나 운영 면에서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을 드렸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적자 실적이 만일 실존한다면 해외 진출 전략으로 주가 상승을 꾀하는 SM으로서는 향후 실적 발표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아무리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라는 설명을 한다고 한들 투자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들은 해외에 나가서 그냥 '적자'만 보고 오는 모양새를 남겨서는 곤란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밝히기는 힘든, 하지만 훌륭히 그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어떤 수익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미 공연은 1회성이고 그 공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이미 적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무슨 수익 활동이 있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이 공연을 원하는 또 다른 한 쪽 '교민사회'가 드러납니다.
사실 한인사회 수뇌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다민족국가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 강화다. 해당 국가에서 한국 교민들이 갖는 위상이 높아지면, 그들 개개인의 경제 활동이 보다 수월해지며 흔히 말하는 인종 차별로 인한 불이익도 줄일 수 있게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부패하고 무능할지언정 교민사회 자체가 무너질 경우 벌어질 더 큰 불이익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 교민 사회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묵인하며 점점 그들만의 스크럽을 짜는 쇄국형 조직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교민사회는 점점 교민의 권리 향상에 노력하기보다는 일부 수뇌부들의 이익과 권력 유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최근 젊은 이민 3세들을 중심으로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이들 세대는 특별히 한인사회에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다른 민족 속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데에 더 익숙해져 있는 세대이기때문에, 최근 베이비붐 은퇴로 기득권 확장에 있어 한계에 부딛히게 되는 한인사회로서는 젊은층의 한인사회 합류 외면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런 그들에게 최근 부각되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이라는 키워드는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였음에 분명했는데요. 이들은 작금의 KPOP열풍을 통해 젊은층이 교민사회가 자신들의 사회활동과 민족적 권리 향상을 통해 결국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양한 언론과 시각, 그리고 정말 냉정하게 피부로 와닿는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단지 KPOP콘서트를 유치하는 것만으로 젊은층의 생각을 교민사회로 끌어오기 힘들다는 것을 교민사회는 직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이 공연을 원하는 또 하나의 '이익집단'이 공생관계로 가세하게 되는데요. 바로 '방송사'입니다.
서울-오사카 뮤직 오브 하트 2011 파이팅 재팬 - SBS
사실 방송사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빵빵 터진다고 한들 그 반사효과로 낼 수 있는 이익 자체가 미미합니다. 그 한류 스타들이 방송사 소속도 아닐 뿐더러 에초 지적한대로 실질적인 수익 자체가 나지 않고 있는 지금의 KPOP열풍에서 젓가락조차 올리지 못한 방송사가 얻는 이익이 미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죠. 그러나 방송사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한류를 메인 뉴스에 올리고, 또 적극적으로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합니다. 그것도 KBS1 같은 공영방송에서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형식처럼 공신력을 가질 만한 포멧을 통해 제작하는 열성을 보이면서까지 말이죠. 대체 왜들 이렇게 열심히인걸까요?
최근 KBS는 그 덩치를 꾸준히 불려 이제는 전 세계 보도 및 방송 공급 네트워크를 휘어잡는 한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독점 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존재가 생겼는데요. 다름아닌 SBS와 MBC 같은 민영방송의 약진입니다. 특히 SBS의 경우 자체 보도 및 콘텐츠 공급을 위한 국제적인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제법 오랫동안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요. 당연하겠지만, 어떤 기업이든 세계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교두보로 삼아야 할 곳이 바로 '교민사회'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전세계 각지의 교민 사회가 소화해준 '초동 물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것처럼 말이죠.
뉴욕 코리아 페스티벌 - KBS
이미 KBS가 그 뿌리를 박고 있을 교민사회에서 후발주자인 SBS나 MBC는 정말 적극적으로 교민 사회와 밀착할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KBS가 마냥 앉아서 기득권을 뺏기지는 않겠죠. 실제 흐름은 KBS가 한발 앞서 교민사회가 원하는 신한류 열풍에 대해 바람을 잡아놓는 방송을 여러차례 띄워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SBS나 MBC가 자체 보도 방송, 즉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장난스럽지 않고 진지한 공신력을 갖춘 포멧) 이를 각인시키는 구조입니다. 당연하겠지만, 방송사들의 이런 진지한 방송 태도는 현지 교민 사회는 물론 합류를 거부하고 있는 젊은층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교민 사회가 말하는 백마디보다 한국 메이저 방송사들의 방송 하나가 훨씬 큰 간증이 됨은 두말할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한류의 파워로 국가브랜드가 상승하고 그로 인해 교민사회의 입지가 넓어지고 결국 낙수효과로 교민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의 혜택이 많아진다는 이 논리는 그 실체가 진짜던 허구던 간에 이 방송사의 참여라는 의미 자체만으로 인증샷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는 것이죠.
2011K-POP 뮤직페스티벌 IN SYDNEY - MBC
여기에 마지막으로 숟가락을 얹는 쪽은 바로 KOCCA 한국 콘텐츠진흥원이라는 국가소속 기관입니다. 이들은 사실 어떤 이익관계 없이 뒤늦게 숟가락만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다보니, 교민사회, KPOP기획사, 방송사가 짜고 있는 탄탄한 상호 공생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곁다리만 잡고 있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주로 KBS와 함께 별도의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형태인데요. 주로 하는 일은 현지 콘텐츠 바이더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KBS의 현지 방송 네트워크 채널을 알리고, 이를 홍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이런 활동은 고스란히 국회의 KPOP 특위예산 등에 반영됩니다. 정계는 KPOP열풍에 한몫했다는 명분을 얻어서 좋고, KBS는 국가권력을 통해 자사 채널 방어, KOCCA는 양쪽의 이득을 위한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예산을 공급받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공생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KOCCA JAPAN의 대표적인 업적(?)인 뮤직뱅크 도쿄공개방송
下 편에서는 SM이야기로 돌아와서 왜 SM이 한류 콘서트에서 항상 마지막 메인 무대를 차지하는 것인지, 왜 항상 다른 그룹과 합동 공연을 하는 것인지, 실제 인기는 어느정도인지, 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지 못하는지, 화면에 비추어지는 관객 분포의 비밀 등에 대해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얘기 아직 안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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