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12. 4. 23:50
* 작성 시작일이 2011년 12월 4일인 관계로 표현 중 과거형용사에 시기적 오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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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도 SBS를 통해 전파를 탄, 2011 서울 도쿄 뮤직 페스티벌, 그리고 지난 수요일 심야에 전파를 탄 TV 50년 특집 K-POP 월드 페스티벌까지 연말 특집을 빙자한 방송들이 속속 전파를 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놀랍게도 언제나 이런 KPOP이벤트에 단골로 참가해왔던 SM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가 참가를 안하는 KPOP 이벤트라니, 뭔가 이상하죠? 진정 국위를 선양하고 KPOP의 세계화(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SM이 왜 행사를 가려가며 뛰고 있는것일까요? 그것도 가수 하나만 참가 안하는 게 아니라 소속사 가수 전체를 빼버릴 만큼 노골적으로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SBS와의 관계를 넘어 SM이 관동지역에서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SBS가 바보가 아닌 이상 SM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설득했을테니까, 메인이 KARA, 그리고 지금까지 한류 콘서트와는 사뭇 다른 맴버 구성, 이 콘서트는 그동안 SM의 독주에 대항할 기회를 노리던 YG와 DSP가 주도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두 개의 행사가 'SM'의 주도로 이루어지지 않은, 아니 이루어질 수 없는 행사였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우선 서울 도쿄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주최는 SBS가 주최했고 기획은 MTV가, 그리고 이 행사는 SBSMTV라는 새로운 방송 협력사 개국 축하 이벤트였죠. 상편에서 소개했던 대로 해외 방송 수출 공급 라인을 구축하는데에 적극적인 SBS는 이번 MTV와의 제휴 법인을 세우는 등 KPOP 공연 투자를 통해 해외 방송 루트를 뚫어내는데에 성공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연히 SM이 늘상 개최하는 목적과는 전혀 걸맞지 않았던거죠. SM이 KPOP콘서트를 꾸리고 자신들이 메인 무대를 우선적으로 가져가면서 곁다리 그룹을 꾸려 해외 합동유랑공연을 기획하는 이면에는 SM이 자신들의 해외 진출 루트에 대한 파워 게임에서 직접적인 캐스팅 보드를 잡는 데에 있었겠지만, SBSMTV의 개국은 SM이 가진 아시아 판로에 대한 야망에 전면적으로 배척되는 사건임에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개국식에서 SM이 참가를 했다고 한다면 SBSMTV는 향후 방송 운영에 있어 지금의 지상파 음악방송이 그랬던것처럼 SM에게 파워게임에서 밀려 끌려다녀야만 하는 운명을 처음부터 못박히게 되었을 테니까요.

KBS가 방송했던 TV 50년 특집 K-POP 월드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KBS와 KOCCA JAPAN만이 근근히 구색만을 맞추던 수준에서 급작스럽게 미디어에 보도가 되고 한류의 유럽정복과 국위선양이라는 성과를 어떻게든 정부의 치적으로 가져오고 싶었던 마음에서 발로된 무리수가 결국 일을 저지른셈인데요, 이 행사에는 유력 기획사라고 불리는 3사 가수들은 물론 그나마 한류에서 반응 좀 있다는 군소 기획사들의 아이돌이 전혀 참가하지 않은 반쪽짜리 이벤트가 되고 말았는데요. 그들이 참가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이벤트 장소가 '경남 창원'이었기 때문이죠.

단순 참가자만으로 봤을때는 지방 유력 행사 수준의 참가자가 올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분명히 지닐 수 밖에 없는 이번 행사의 주최는 KBS와 창원시, 협찬은 삼성과 경남은행, 후원은 문화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이다. 이 이벤트가 어디에 목적이 있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숟가락 얹기로도 모자라 아예 상을 차려보겠다고 나선 호기로운 정부와 요즘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이 많은 창원시 챙겨주기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패착이었으니까,



SM은 독점적인 해외 진출에 대한 루트를 만들어내려는 계획에 있어 최근 SBS의 SBSMTV개국 등 방송 영역을 넘은 적극적인 행보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임에 분명합니다. MBC와는 달리 우회상장없이 자사의 직속 계열사 3사를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한 가지 이슈를 세 개 상장사에 모두 반영시켜 투자를 뽑아낼 능력이 되기 때문이죠. SM은 자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 방해받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그보다 한류 KPOP이라는 주식시장 테마 수혜를 SBS와 나눠먹어야 한다는, 아니 완전히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을테니까요.

심야방송의 함정

그런데 이렇게 애써 파워게임을 통해 얻어낸 콘서트라는 콘텐츠를 방송사들이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살펴보면 이게 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거의 대부분의 한류 콘서트는 그 막대한 편성 시간 때문인지 항상 시청이 거의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편성되며 그나마도 일부지역 자체방송 쿼터에 묶는 등 이렇게 애써 따낸 방송의 시청율을 높이는 데에 그닥 적극적인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예고는 합니다만, 예고보다 더 중요한건 프라임 타임 방영이었을텐데,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난리라면서 왜 모조리 시청율 사각지대에 박아놓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은 에초 국내 시청율을 기대하고 만든게 아니기 때문이죠.

평일 심야, 그것도 모임이 많은 연말 밤에 정말 많은 시청율을 기대하는 것일까?



국내 현존하는 방송국은 모두 방송법에 의한 국가의 규제를 받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방송전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며 어떤 방송사라도 해당 주파수를 대여 운용할 수 있을 뿐 사유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케이블같은 유료방송을 제외한 전파를 대여 운용하는 모든 방송사는 공영이던 민영이던 모두 공익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거나 방송 콘텐츠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업화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방송사가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놓고 마지막회만을 미방영으로 남겨둔 채 마지막화를 DVD로 만들어 팔거나, 유료방송국에 넘기는 식의 영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중파'를 쓰는 방송국은 한번 이상 공중파에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공급을 한 뒤에 콘텐츠를 팔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죠.

이런 법의 의무조항을 위해 희생되는 시간대가 바로 심야시간대입니다.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교양방송을 일정 시간 이상 방영해야 한다던지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런 방송들은 대부분 프라임타임을 한참 벗어나있습니다. 일단 방송시간만 충족시키면 그걸 몇시에 방영하든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이는 국산 애니메이션 쿼터제를 적용받는 애니메이션 전문 상업 채널들이 주로 국산 애니를 아무 의미없는 심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틀어대는 꼼수와 일치합니다. 아무튼 이 심야시간이라는 건 시청율 대신에 뭔가 법적인 케어같은 용도로 활용되는 시간대라는 것이 방송계에 일반적인 통념이라는 거죠.

주로 이런 용도...


자 그럼 이 한류 콘서트의 심야 방송에서 방송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콘서트 영상물, 다시말해 '영상물'에 대한 판권 확보입니다. 심야 방송이든 뭐든 일단 한번 방송하기만 하면 그 뒤에 2차 저작물을 제작해서 얼마든지 수익활동을 해도 괜찮아지거든요. 방영이 한번 끝낸 콘서트 영상은 방송 3사가 그토록 공을 들이며 싸우고 있는 세계 유력 각국의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됩니다. 이 공급은 단순히 '방영'이 아닌 판매로 이루어집니다. 해외네트워크 방송국따위가 광고영업으로 현지 메이저방송국과 경쟁이 될리 없으니까요. 게다가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직접적인 수익 활동입니다. 방송국이 탐내지 않을리가 없는것이죠.

방송국들이 갑작스럽게 한류에 목을 매게 된 계기는 요 근래 몇년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카라 콘서트 DVD가 일본 오리콘 챠트 여자 아티스트 부문 신기록을 경신하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것이 첫번째이고, 두 번째는 바로 한류가 퍼저나가는 수단이 '음반 직수입'이 아닌 '유튜브'라는 점이 두번째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한류는 음반보다 '영상'이 돈이 된다는것을 '영상'으로 먹고사는 공중파 3사가 캐치했다가 볼 수 있는데요.


사실 한류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이것을 기획사의 성공적인 수익활동으로 보기에는 살짝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유튜브 조회수, DVD판매량이 영상으로 먹고사는 공중파 3사에게는 군침을 돌게 만드는 매력적인 시장지표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지표입니다. 공짜든 뭐든 한류 관련 콘텐츠에서 음반보다 영상이 해외에서 더 잘 팔린다는 게 드러났으니까요. 이에 이들은 부랴부랴 관심도 없던 음악 채널을 만든다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합니다. SBS가 발빠르게 MTV와 손을 잡고 아시아쪽 판로를 선점한 가운데 MBC가 자사 케이블 채널을 MBC뮤직으로 변경한다는 발표가 있었죠.

SBS는 MTV와 손을 잡고 해외 법인을 순조롭게 안착시킨 다음 지금 유튜브에서 공급하는 한류 가수들의 음악 활동 영상에 대한 수익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토대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MBC역시 뮤직 채널이 곧 개국되면 그들의 방송 콘텐츠의 재판매가 가능한 기반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고 케이블 채널이니만큼 자체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및 송출이 보다 용이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들이 지금의 국내에서처럼 대거 저작권 위반의 철퇴를 맞게 될 것이고, 시청자들은 한류 가수들의 활동 영상을 각 방송사 현지법인이 만든 유료채널이나 DVD를 통해 보게 되겠죠?

이런 거...?


MBC가 시청율 부진속에서도 꾸준히 벌였던 KPOP 커버 댄스 경연대회 (이 역시도 심야방송)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KBS가 일본 현지에서 위성방송유료채널로 공급하고 있는 KBS WORLD J (http://www.skyperfectv.co.jp/prog_navi/s791.html) 우리나라돈으로 월 5만원 정도의 패키지 상품을 가입하거나 단일채널 요금 1만원 가량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채널인데 놀랍게도 KOCCA 한국 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가 국가예산까지 써가며 열심히 간접 영업까지 뛰어주는 채널이다. 성적은...글쎄?




SM 엔터테인먼트가 노리는 것

방송사들이 전 세계에 자사의 한류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채널을 구축하는 데에 혈안이라면 SM은 지난 아이돌 기획사 열전 SM엔터테인먼트편 부록 (http://rusham.tistory.com/186) 에서 언급했던 대로 전 세계에 한류 관련 음악을 공급하는 음악 독점 공급 채널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스스로 축소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SM엔터테인먼트가 이제 국내 시장에서 돈이 안된다며 신한류를 위시한 해외진출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를 펼치다 못해 이제는 그 작아진 시장에서 물어뜯는 군소 기획사들의 해외 진출 판로에 대한 권력까지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SM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단지 음반 판매로 인한 판권 수입 자체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한 계기가 되어준 두 가지 사건, (공교롭게도 모두 동방신기가 얽혀있는) 하나는 동방신기의 일본 진출 메가톤급 히트 속에서도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했던 SM의 보아에 이은 두번째 실패,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동방신기 타이틀을 유지한 채 스스로 일본 활동을 주도하며 이끌어냈지만, 국내에서 가진 파워게임을 통해 제한했던 JYJ의 활동을 해외에서까지 막지는 못했던 권력의 한계를 절감한 사건이 두번째입니다. 이렇듯 SM은 이 두 사건을 통해 어떻게든 해외에 파는 루트를 선점 그리고 독점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보는 편이 되겠는데요. 국내에서 SM이 가지는 위상과 파워를 이용한 '권력'을 해외에 진출하는 가수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작업에 가깝습니다. 사실 독점 유통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렇게까지 짭짤할리도 없지만, SM으로서 이 '파워'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기 싫은 부분이니까요.

설마 얘네에게 질 줄은 몰랐다는걸까?


사실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 당시 그렇게 돈지랄을 벌여도 국내에서 쪽도 못쓰던 카라를 뒤쫒는 결과가 되었다는 부분도 SM의 이런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SM이 주도적으로 방송사와 협력하여 만든 콘서트에 군소 기획사 가수들 중 해외 진출에 입맛만 다시고 있는 기획사 그룹들을 구워삶아 참가시키게 되는 것이 이들의 공급 권력을 작용하는 첫 발판인 것입니다. 항상 나오는 방송사와 SM간의 알력다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결국 SM이 가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작업인것이죠. 해외 유력 작곡가를 통해서든 뭐든, 방송사의 힘을 빌려서든 뭐든 SM이 없으면 콘서트를 통해 한류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두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많은 방송들이 벌이는 SM에게 한류 공로 몰아주기 어시스트까지 더해주면 보다 완벽해진다고 할 수 있죠.

지금 SM이 가진 그룹이 끼지 않으면 다른 군소 기획사 가수들 한 트럭이 와도 타국에서 관객 1천명 동원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콘서트가 사실상 아무런 현지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군소 기획사로서는 자사 그룹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기 때문에 군침을 흘린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 방송사의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콘서트 영상 공급 정책과 SM의 공생관계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콘서트는 단지 콘서트에 온 1천명만을 위한 1회성이 아니라 향후 해당 국가에서 DVD로, 유료방송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될 훌륭한 광고 매체이기 때문이죠. 군소 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현지 법인을 만들어 현지 방송국과 협상하는것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SM과 방송국을 통해 현지 시장에 홍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은 단지 SM이 국내 기획사의 해외 진출에 대한 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한류 콘서트가 '방송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큼의 파괴력을 갖기 위해서는 'SM 식구들'만으로는 살짝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SM이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군소 기획사들의 십시일반을 무시할 수는 없고, 규모는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SM이 단독으로 콘서트를 할 때 가질 수 있는 최대치는 분명 큽니다만, 지금은 한 명이 더 아쉬운게 사실이니까요. 800명 동원과 1천명 동원은 어감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샤이니를 홍보할땐 샤이니팬으로, 소녀시대에겐 소녀시대팬으로, 동방신기에겐 동방신기 팬으로 두고두고 쓰이게 되겠지...


SM 소속 가수들이 콘서트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유는 사실 메인이벤터성이 있긴 합니다만, 조금은 치졸한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결국 모인 팬들 중에 SM팬이 제일 많지만, 모인 사람 전부가 SM팬이라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많이 잡아 모인 사람들 80%가 SM팬이고 남은 20%가 군소 기획사 팬이라고 친다면 SM에 앞서 군소 기획사들 공연이 끝난다고 해도 20%의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아마 SM은 향후 발전 가능성의 지표를 통해 모인 사람 중 99.9%가 SM이 이미 확보한 시장임을 증명하기 위해 군소 기획사의 20%팬들이 필요한것이죠. 결국 최종 집계수를 가져가는 것은 SM입니다. 그리고 그 집계수는 출연한 SM가수들이 모두 공통분모로 나눠가지게 되죠 샤이니도, 소녀시대도, 동방신기도, 슈퍼주니어도 해당 국가에서 단독공연으로 1천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식의 뻥튀기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SM이 정말 인기가 있는 것일까?

방송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은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최근 있었던 SM타운 뉴욕 콘서트의 보도를 보면 SM가수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를 쫒아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평범한 뉴욕 시민들이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SM타운 버스를 보고 경악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이 한류 팬들, 절대 그냥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버스 발견한 모양새가 아닙니다.


2분즈음부터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녀시대의 이동 스케줄을 알고 현장에서 기다릴 만큼의 정보력을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대부분 공식 팬클럽을 통해서만 공급되는 비공개 정보인데, 이유는 당연히 유료 회원들이 누리는 특권을 관리해주기 위한 보상 차원이 짙습니다. 과연 이 뉴요커들이 심지어 심야에 기습(?)적으로 왔다는 소녀시대가 어디에 내리는지를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통한 구글 검색으로 알았을까요?

게다가 이 뉴욕에서 이들의 이동수단으로 쓰였던 버스 디자인은 어떤가요?

그냥 래핑광고 버스냐고? 아니야!


아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 버스에 올라탔다고 친히 페이스북에까지 홍보해줬는데...



이 안에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슈쥬 있다. 라고 알기 싫어도 알 수 밖에 없는 버스가 유유히 정체가 극심한 맨하탄 거리를 일부러 통과한다면, 장소를 어렴풋이 알던 사람도 알아보고 버스에 달려드는 그림을 따내는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SM에서 쓰는 이동 수단이라고 하면 ...

이 안에 과연 누가 들어있을까?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게 짙은 썬팅을 한 위풍당당 스타크레프트겠죠. 이유는 당연히 수많은 팬들로부터 소속 가수를 보호하기 위함일것입니다. (차량에 올라타려는 사생팬들을 막기 위한 최적의 디자인) SM이 굳이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는 뉴욕시에서 SM타운 래핑버스를 콘서트 기간 내내 탑승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SM이 (심지어 국내도 아닌 타국에서) 소속가수들을 보호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것이거나, SM이 특별히 보호하지 않아도 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저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었던지요.


기사 인용 ( SM타운, 뉴욕 공연 좌석 매진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10/h2011102206032384310.htm) 예매자 중 비아시아인 비중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과연 실제 예매자와 온 사람이 얼마나 일치했을지, 러닝타임 4시간 SM타운 소속가수가 바닥까지 탈탈 털어 모두 참가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기자는, 그리고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콘서트 실황 중계를 보면 언제나 해당 가수의 노래가 나올 때 귀신같이 해당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을 잘도 따낸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따냈다는 것은 불과 1분만에 그들을 찾아냈다는 것인데 3천명이나 되는 공연장에서 이를 바로바로 찾아냈다는 것은 카메라 감독이 천리안을 갖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 천리안은...아마 공연 기획 당시 각 가수 팬들에게 의도적으로 좌석을 배정한 좌석 배치표 따위가 아니었을까? 특정 가수 팬을 특정 좌석 구역에만 앉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볼수 있는 풍경이니까...



SM에 소속되어 있는 가수 중 어떤 가수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는 없습니다. 유럽 연방 전체를 통틀거나 단독국가에서는 그나마 중국에서 슈퍼주니어, 일본에서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정도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 이외에는 어떤 국가에서도 단독 콘서트로 1천명단위의 관객을 단순 '방문'만으로 이끌어내기 힘들어 보일만큼 국지성 편차가 심한 것도 현실입니다. 따라서 SM은 항상 뭉쳐다니며 일본 공연때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다른 그룹들의 상대적으로 적은 인기를 보완해줘야만 하고, 유럽에서는 반대로 슈퍼주니어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보완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유럽에는 슈주 인기만큼 소녀시대나 동방신기가 똑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만 하죠. 여기에 추가로 (아름답지 못한 동원 숫자 이빠진 관객)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아니 해외에서도 우리한테 기어야 하는 건 변함없다는 것을 엄포하기 위한 군소 기획사들의 가수들이 필요한 정도일까요?

SM의 인기는 아직 SM가수 단독으로, 현지 공격적 마케팅이나 현지 네트워크를 낀 방송사, 교민 사회 수뇌부가 함께 협심하지 않으면 그나마 내세울 결과를 쥐어짜내기 어려운 수준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SM이 이같은 활동으로 인해 얻게 될 유 무형적인 이득은 제법 쏠쏠하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던 SM이 자사의 음악적 역량을 통한 'KPOP' (한국형 음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세계에 과시한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보이네요. SM의 음악최우선주의의 말로가 결국 고집스러운 몽니로 종착을 맺는다는 점은 결코 저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KPOP은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음악 그 자체로, 영상 그 자체로, 안무 그 자체로 굳이 우리가 애써 나가서 봐 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흘러나가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JPOP과 애니메이션이 유럽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때도 그랬으니까요. 지금 물이 들어온다고 노를 저어야한다고 노를 삿대처럼 쓰다가 노를 부러뜨려 떠내려가게 만들 이유도 없고 그 노를 반드시 특정 기업, 특정 방송사, 그리고 굳이 정부가 쥐고 이끌어야 할 이유도 권리도 없습니다. 그 배는 언젠가 전 세계 음악팬들의 싸닥션을 후려갈길 한국이 배출한 천재 아티스트들이 지금만이 아니라 먼 미래까지 계속 타고 나아가야 할 소중한 배입니다. 지금 당장 사기업, 방송사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함부로 쓸 수 있는 배가 아니며 누구도 그럴 권리를 그들에게 준 적이 없습니다.

모쪼록 그 배에서 당장, 내려주세요.


당신들이 탈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면
세계의 음악 팬들은 당신들이 애써 그 배를 빼앗아 타려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당신들을 배에 태워 머리에 이고 뛰어줄 테니 말입니다.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을 마칩니다

- 끝 -
posted by RushAm 2011. 9. 13. 03:15

한류가 난리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리송해하던 사람들도 속속 실물 증거들이 나오자 '오오!'하며 간증을 해버리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도 꽤 실물 자체는 굳건해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언젠가는 세계 최대의 음반 시장인 미국을 석권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미국을 부르짖었던 JYP와 최근 대세를 몰아 미국 진출을 타진하는 SM이 대표적인데요. 완전히 상반된 길을 통해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들 두 회사 중 과연 어느 쪽이 얼마나 미국에 다가서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JYP의 전략은 생각보다 매우 명쾌합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인이 듣는 정서가 있고 그 정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팝문화'에 기반하며 그 시기 한국에 있는 누구보다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연구했던 박진영 자신이 미국 진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은 철저하게 미국 색깔에 맞춰나가게 되는데요. JYP의 미국 진출은 임정희, 비, 원더걸스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이 중 원더걸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결론을 유보할 수 있지만 임정희와 비의 경우는 확실한 실패 사례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데요. 미국팝 키드라고 자부하는 적임자에게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던 것일까요?

빌보드를 매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의 음악 유행이라는게 생각보다 꽤 변화무쌍한 편입니다. 첫 주에 복고바람이 불었다가 그 다음주에 갑자기 댄스팝이 핫100 1위를 먹고 전주 1위는 보이지도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거죠. 이게 이른바 '주류'라고 불리는 빌보드계의 트랜드인데, 이런 주류는 대부분 '세터'와 '리더' 즉 그 트랜드를 만들고 이끌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기획사나 레이블들이 독식하게 됩니다. 주식시장에서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종목이 오르는것처럼 그들이 어떤 장르를 띄우겠다고 선언하면 업계 판도가 그 장르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죠. 당연히 미래를 '아는'것보다 미래를 '만드는'쪽이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이 분...


그리고 이 트랜드를 만들고 이끄는 리더들 뒤에는 언제나 그 트랜드를 '완벽히' 소화하여 시장의 파이를 키우면서 그 키워진 파이를 먹는 세력 이른바 '대세'들이 있게 됩니다. 이 대세들은 트랜드 정보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캐치하여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제작에 착수, 가장 완벽한 시기에 가장 완벽한 작품을 내놓는 역할을 하게 되는거죠. 이들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고, 돈을 많이 벌게 됩니다. 이들은 주로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을 유력 아티스트들에게 공급하는 공급책 역할도 겸하게 되는데요. A급 팝스타들이 받는 곡들의 장르가 대체적으로 천편일률성을 띄는 것도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이 분 정도...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쫒아 한발 늦은 타이밍에서 떨어지는 고물을 받아먹는 중간세력층이 존재하고, 그들이 먹다 떨어뜨린 먼지를 쓸어담는 하층세력이 존재하는데요. 중간세력이 시작된 시점을 1단계로 봤을 때 하층세력까지 각 단계별로 최소 10단계 이상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복잡한 먹이사슬이 왜 가능한지는 두말할필요도 없이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음반 시장이 아무리 커도 미국 하류 5단계 정도의 떡고물이 최대치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2위 일본 역시 잘나가던 때에나 겨우 주류 끝자락 정도를 노려볼만 한 수준이었지, 지금은 중간층 2단계 정도에도 못미치는 수준인거죠.

이렇듯 미국 음반 시장에서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주류 라인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이고,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정보전에도 강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운까지 따라줘야만 합니다. JYP는 바로 이 주류 라인에 합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인데요. 이 라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정해져있는 만큼 진입 장벽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 있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과도 같이 메이저 라인이 먹고 남은 떡고물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시장을 나눠먹는 트리구조가 되어있다면 이미 수익지출 구조가 바늘하나 들어가기 힘들 만큼 꽉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세터, 리더, 대세, 중간세력, 하층 할것없이 어느 하나 '새로운' 도전자를 받아들일 상황이 못됩니다. 떡고물이 10이 떨어진다면 그 아래에 있는 세력은 2만으로 케파가 딱 맞춰져 있는 회사 5개가 있는 생태계인데, 만일 여기에 새로운 회사가 끼어들게 된다면 그 회사가 2 이상을 먹던 1도 못먹던간에 원래 있던 회사들은 2에 맞춰져 있는 케파를 수정할 틈도 없이 궤멸하게 되니 저항이 심해질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미국에서는 제 3세계 음악이라고 하는 (이 부분은 아래에 따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한국계 프로듀서가 이 라인에 끼어든다는 것은 인종, 민족적 보수성에 따른 시장 저항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히고...


이런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하겠지만, 지극히 불필요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새로 끼어들기 위해서는 그 계층에 있는 다른 회사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니까요. 수익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라인 전체가 등을 돌리지 않도록 많은 로비를 벌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유력 작곡가와 친분을 쌓아야 하고, 적어도 트랜드 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중간세력 2단계 정도의 든든한 백은 필수로 있어야만 하죠.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아니면 '하류세력' 중 곧 도태될 세력이 어느쪽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도태되는 타이밍에 맞춰 진입하려는 수많은 진입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타이밍에 침투해야 하는 시간싸움에 이길 수 없기 떄문입니다.

원더걸스가 HOT 100위 최초 진입에 눈물짓는 이유, HOT100진입이 쾌거라며 JYP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아동복 매장에서 1달러에 팔렸다는 사건은 선뜻 와 닿지 않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1달러에 팔리는 하류라인이지만 '메이저'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이들은 이 라인에 진입한 이상 적어도 그 라인의 그 계층에서만큼은 지속적으로 JYP의 아이돌이나 아티스트를 메이저 본류에 올려놓을 전용 포트를 만들어놓은 셈이 된 것입니다. 물론 그 이상의 라인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투자 혹은 운이 따라주어야만 하겠지만 적어도 '단계적인 발전 가능성', 그리고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안정적인 대세 라인'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기업 사원보다 9급 공무원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죠.



문제는 이들이 반드시 착실하게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말씀드렸지만, 어디까지나 이 트리구조에서 하위층은 케파를 맞출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만을 나눠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적인 자금 유입 없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외부 자금의 유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외환관리법과, 미국의 연방법을 동시에 준수해야하기때문에 세금 부담도 그만큼 많아지며, 현지 노하우가 없는 만큼 다른 기업들에 비해 배 이상의 지출을 야기하게 됩니다. 과연 이런 자금력을 지속적으로 받쳐줄 수 있을 만한 자금동원력이 유지될지가 미지수라는 점을 우선 들 수 있겠고요.

두 번째로는 이들의 트랜드 체이스 능력이 과연 미국 본토에서 활동중인 기획사들에 견줄 수 있거나 비교우위를 보일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대세의 정보 속도전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본류에서 JYP가 가질 수 있는 위치, 즉 대세와 독창성의 벨런스를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불투명하다는 약점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언어의 장벽은 물론이고 타지인이 가지게 될 어쩔 수 없는 불리함에 대응하는 JYP의 대응은 애석하게도 '유행을 타지 않는 복고'라는 키워드였던 모양입니다. 이걸로 어떻게든 핫100을 맞춘 것은 칭찬받을만한 부분입니다만, 이후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원더걸스의 활동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만큼 현지화된 전략을 취하게 되죠.



사실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치게 미국 라인을 지키려고 노력한 나머지 '국내 시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다소 안좋은 모습 중 하나가 내수에서 돈을 벌어 해외마케팅에 쓰는 라인인데, 사실 이게 제대로 국내에 회수만 된다면야 딱히 욕할 부분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JYP는 미국 진출에 올인, 그것도 미국 내수 중에서도 하류쪽 컨셉을 맞추려 들다보니 미국 빌보드 1위권 가수들도 국내에서 히트하기 어려운 판국에 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신선하게 받아들여줄 준비가 될 리 만무했습니다. 결국 JYP는 내수에서의 활동을 포기한 댓가로 매 활동마다 거의 밑빠진독에 물붓는 식의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끝이 안보이는 미국 시장 공략의 이같은 출혈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SM은 JYP와 완전히 정 반대의 노선을 취합니다. 필자의 지난 글 '대한민국 걸그룹 - 일본의 로리문화가 침투했다고?' 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SM의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JYP처럼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반드시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는 한 엉덩이를 떼지 않는 묵직한 대기업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겠죠.

메이저 기획사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정도를 걸을 것으로 보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SM은 국내 활동에 있어서도 실질적 구매층과 객단가가 높은 계층만을 집중적으로 빨아먹는 소수정예 정책을 취하기 때문이죠. 이런 행보는 해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매니아층의 실구매력이 높기도 하고, SM이 표면적으로 유럽 내 인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유투브 조회수, 광장에서의 플래시몹, K팝 동호회 등을 우리나라에서 서브컬쳐 인터넷 문화가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를 비교해본다면 이해가 쉽게 되실 텐데요.


언제부터인가 걸그룹팬들이 오덕스러워졌다, 아니 그들이 오덕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SM이 매니아 계층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그들의 공략에 주력하느냐면, 그들의 활동은 굉장히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고 수치적으로도 굉장히 낙관적인 수치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제연구소에서도 어떤 제품을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여론을 분석하지는 않겠죠. 당연히 전국민,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선호도를 조사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은, 소들에게 파리채가 필요하니까 모든 동물은 파리채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판단한 일화와 다르지 않게 되갰죠.

이런 매니아층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SM에게 있어 커다란 두 가지 메리트를 제공해주는데요. 하나는 이들의 활동이 가시적이기때문에 그로 인한 전시 치적을 과시할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앞서 걸그룹 컬럼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소수정예'식 확실한 고정 수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음반 판매량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 적지만 그 음반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음반에 어떤 특전을 넣어서 1장 뿐만이 아니라 많게는 4~5장 정도를 살 수 밖에 없는 전략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겠죠.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사실 SM이 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을 정복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면에는 한국보다 더한 아시아권의 '돈 안되는 치적성 성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의 2011년 1/4분기 매출 분포를 보면 총 매출 200여억원 중 150억원 가량을 국내에서, 나머지 5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고 나와있는데요. 그 50억원 중 40억원 가량을 일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중 일본과 국내를 제외한 12억 인구의 중국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고작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나라에 일본 문화가 본격적으로 개방되었던 2000년대 초반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DVD, 일본 음반의 정식 수입 판매량과 비견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인데요. 이는 SM이 얼마나 '소수정예'의 구매에 지독하게 의지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도의적인 '무상 문화 활동'에 지나치게 묵인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나쁘게만 말할 것도 아닐 것이 사실 SM이 노리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틈새 시장은 의외로 굉장히 가능성이 풍부한 편입니다. JYP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그것도 메이저 라인만을 노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독립리그에서 '확실히 돈을 챙기는' 스타일인것이죠.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권, 남미, 유럽 미국 모두 사실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매니아층은 예전부터 매우 꾸준히 '고정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시장을 지금까지는 거의 90%이상을 '일본 JPOP'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몇 년간 일본 시장에 불어닥친 어떤 '심각한 변화'로 인해 음반 시장에 새로운 투자와 신인 발굴에 정체가 벌어지고, 밀리언 스타들이 예전만 못한 기량을 보여주는 부진 속에 해외 시장에서 팬층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대안으로 KPOP이 선택받게 된 것이죠.


다만 이 문화가 미국이나 유럽이라고 해서 메이저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 문화에 심취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오덕' 취급 이상을 받기 어려울 만큼 뭔가 '당당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취향'인 것만은 분명하고, 이들 문화가 메이저 챠트에 털끝만큼의 영향을 끼칠 만큼의 파괴력을 미국이나 유럽 전역에 어필할 만큼 시장 권력이 강할 리도 없습니다. 아직도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은 '아시아 문화' 상품을 구매할 때 아주 부끄러운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SM이 유럽정복의 근거라며 내세우는 공연 순식간에 매진, 추가 공연 요구, 커버 댄스 대회 성황, 유투브 조회수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라르크라는 록그룹이 내한공연을 했을 때 불과 1시간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는 일화도 있었고, 엄연히 일본 캐릭터와 음악 가수들을 흉내내는 동호회가 국내 곳곳에 성황중이며, 음악을 카피하거나 안무를 커버하는 이벤트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역시 이를 두고 '일본 문화가 한국을 정복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으며, 라르크의 매진 소식에는 경악을 금치 못해할만큼 이런 소식에 일본 언론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일부 한국인의 활동일 뿐 한국을 정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일본 문화 전체가 한국에 스며든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특정 회사', '특정 소속사'의 쾌거를 국가 전체의 경사로 보기 힘들다는 일본 언론의 이유있는 무관심이 있었던 것이죠.

라르크 내한공연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 SM의 미국 진출에 대한 해석을 내리자면 '일본 JPOP'이 가지고 있었던 이른바 '아시아 오덕들' 시장을 먹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즉 '상륙' 자체는 JYP가 겪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유럽에서 했던 '이벤트 쇼'를 미국에서 동일하게 연출해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것이죠. 미국의 '아시아 오덕'을 정복한 것이 미국을 정복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미 아시아 오덕은 아시아에서 나오는 문화 콘텐츠를 구매할 의사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당당히 경쟁에서 이겨서 팔아서 국위선양했다는 식의 자뻑은 상당히 무리수가 될 것입니다.

다만 SM은 JYP가 그랬던 것처럼 굳이 미국 메이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양산하려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으례 듣던 음악을 가사 번역 없이 한글판 그대로 수출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임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SM이 딱히 음악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편이 일단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시장은 '아시아 오덕'인데 굳이 영어가사로 불러서 어색한 작품이 나오는 것을 그들이 원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일단 한국 가사 그대로 수출해야 국내에 국위선양 드립을 하기도 훨씬 수월할뿐더러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에도 더할나위없는 효과를 주니, 그들로서는 돈은 들고 곡 형태를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영어가사를 넣을 이유가 없게 됩니다.

그들의 음반은, CD장이 아닌 침대 밑, XBOX 혹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숨겨져 있다.


정석대로 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어보이는 JYP, 우회로를 택했지만 미국 정복이라는 실질적 대의보다는 눈가림식 치적에 치중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SM 중 누가 더 미국 진출에서 큰 성과를 거둘지는 속단하기 이릅니다. JYP역시 정석을 유지하기에는 자금력에 슬슬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SM은 아예 시장의 실질적 수익에는 관심도 없으니까요. 만일 두 회사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가 된다면 먼저 두각을 나타낼 쪽은 SM이 될 것입니다. 팬 응집력은 오덕파워만한게 없으니까요. 우리는 유럽때 그랬던 것처럼 또 미국이 '한류에 열광한다' 고 보도되는 기사와 특집 다큐를 한동안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급성장 뉴스 이후에는 이렇다할 소식이 들려오기 힘들 것 같네요. 물론 JYP도 돈만 꾸준하고 충분히 가져다박는다면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지금도 자금력이 바닥을 향해 돌진하는 마당에 개미 투자자들에게 기대는 시한부 돈줄이 언제 마르게 될지 몰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결론은 SM,JYP 어느쪽도 'KPOP'을 가지고 '미국을 정복'할 가능성은 참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을 정복했다는 기쁨의 자위만큼은 충분히 누리게 해줄 능력이 충만해 보이니,
우리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공화국 연구소 - 대한민국 아이돌 기획사 열전 JYP엔터테인먼트편 (부록) 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