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5. 18. 12:38
1. 일단 지금까지 이런 저런 비스무례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만큼은 증거 불충분으로 몰기에 충분할 것 같다. 지금 떠돌고 있는 글은 정확하게 말해서 '피해를 당한 분의 아들'이 작성한 글이고 아마 그 글이 설득력을 얻기까지 몇몇의 목격자가 이를 보충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게 미니홈피에 본인이 남긴 글도 아니고 개똥녀 사건처럼 명백한 사진자료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일방적으로 죄를 캐묻기에는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 현장은 여자 화장실이고, 글을 쓴 사람은 아들이며 아마 그 글을 쓰게 된 내용에 대한 증언은 전적으로 피해자분의 증언에 의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이 증거 부족이 가져오는 위험 요소는 너무 어마어마하다. CSI보다 더 뛰어나다는 네티즌들조차 지금 신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수사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져 다른 사건보다 훨씬 많은 불의의 피해자를 가져올 것임에 자명하다. 네티즌식 인민재판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필요하다고 하면 지극히 죄를 가진 그 당사자를 '정확히'가려내 확실하게 타격을 입히는 데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화났으니까 이 갈곳 없는 분노를 누군가에게 발산해야겠다'라는 동기부여만이 사건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으니, 이성적인 판단이 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장소는 화장실, 목격자는 많아야 10명 이내, 게다가 전원 여자이며 그 중 그 상황을 대사 토씨 하나 안틀리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네티즌 앞에 '나 목격자요'라고 나설 확율은? 아니 그보다 이런 걸 '직접 목격하지 않은'상태에서 피해자측의 의견만으로 여론몰이를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하기는 한가?

3. 글을 쓴 당사자도 정말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오고 싶었던 것인지 아리송하다. 전말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해당 여학생 VS 피해자'의 대립 구도임에 분명하지만 지금은 해당 여학생 뒤에 경희대가 피해자 뒤에는 네티즌들이 대거 포진하는 식으로 구도 자체가 상당히 거대해졌다. 이것이 정말 의도한 결과라면 매우 질이 좋지 않은 것임에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상황 자체를 보면 경희대에 소속되어 있는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구도처럼 피해자와 해당 여학생의 구도가 설정되어 있는데, 즉 개인과 개인의 대립 구도라면 전적으로 개인과 개인에서 끝났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게 굳이 경희대 총학생회가 나서서 사과할일로 번질 필요도 없고 네티즌들이 이렇게 열을 낼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정말 안타까운지 가해자가 무고한지를 말하려는게 아니다. 사건 자체가 너무 설익은 상태에서 아무도 이렇다 짚어내는 사람이 없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정도로 커질 만큼 대단한 사건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가해자를 직접 찾아내 혼쭐을 내고 싶어서 부들부들 떨렸다면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인상착의를 확보한 뒤에 직접 경희대로 찾아가 가해자에게 항의하는 것이 이 사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면 인터넷으로 여론을 형성하려 할 의도를 내포하지도 그럴 위험성도 감수를 해가며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옮다. 이 설익은 사건에 서투른 대응으로 생겨날 당사자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할 의지가 글쓴이에게는 있는가? 자신의 행동이 어떤 또 다른 피해를 낳을 것인지 그 피해가 과연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당연한 희생에 불과한지를 대답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