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7. 17. 05:50
운이 참 없었다.
태어날때도 집이 잘 안될때 태어났고,
내가 뭔가 진로를 정할때면 언제나 집에 우환이 생겼다.
운이 그냥 없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내 경우는 불운이 아닌 악운이었다.
언제나 인생에서 세상은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기보다는 찍어누르기 바빴고
나는 그 세상에 포기하지 않고 싸워왔다.

언젠가는 운이라는 게 나에게 오겠지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악운에 오히려 익숙해져갔다.
그냥 내 운명이 이러려니 하고 생각했고..
이긴 적은 별로 없었지만
어지간해서는 세상과 싸워서 지더라도 다시 회복했다.
그리고 다시 세상에 나가서 싸웠다.

그게 내 인생이었다.
나름 내가 스스로 이 세상에서 딛고 일어설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고 믿었다.
실제로도 꽤 강했다. 가끔 한번씩은 세상이 나한테 져줄때도 있었으니까.


나 자신도 놀랐다.
단 한번의 운...그리고 단 한번의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나한테 찾아왔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올 턱이 없다고 생각해서 믿지 못했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인생에 있어 다시 못올 기회라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인생을 후회하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의 불행을 모두 바쳐 지금 단 하나의 행복을 얻었다면
난 엄청난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그 행복은 누가 알아주는 법도 없었지만 난 열심히 자랑했다.
많은 돈? 어마어마한 성공?
상대도 안된다.
난 지금까지의 인생의 불행을 모두 보상받고도 남을 만한 행복을 얻었다.


행복을 시기하는 사람이 있을줄은 몰랐다.
인생의 모든 불행을 걸고 단 하나의 행복을 얻었는데...
그것을 빼앗아가려는 세상이 있을줄은 몰랐다.
왜 행복의 실체도 모르는 것들이
행복의 진짜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
같이 불행해지자며 우리를 더럽히려 드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행복이 빠져나간 난 지금
진작에 거덜났어야 할 마음의 체력이 바닥나버렸다.
세상에 그토록 싸우면서도 거덜나지 않았던 내 마음이
부서지고 박살나고 녹아버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난 강해진 게 아니었다.
강하지 않았는데 마취제를 맞아가며 싸워왔던것이고
이미 몸은 만신창이, 마음은 약해질대로 약해져있었던 것 같다.
그걸 일깨워주고 치료해줬던 단 하나의 행복이...
그 행복이 사라진 지금...

마취제따위는 준비되지 않았던 난
죽음의 고통을 맛보고 있다.

이 고통의 크기가
그 행복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처럼...
내 인생에 있어 그 행복은 절대적이었으며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그 무엇이었지만...

그걸 나 이외의 사람이 알아주기에는 너무 어려웠나보다
행복따윌 모르는 사람에게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라기엔
내가 손이 닿지 않는 너무 먼 곳에 있었나보다.


하지만 믿고 있다.
그 행복이 정말 나의 것이었다면
그동안의 시련에 대한 분에 넘치는 보상으로 내려준
세상이 내게 준 단 하나의 선물이 분명하다면...

그 행복은 반드시 내게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 것이 분명했다면 ...주인을 찾아올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그 행복의 가치를 알아줄 거라고.
그리고 그 가치만큼 행복을 되돌려줄 거라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적어내려가는 이 글이...

모쪼록 내 마지막 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하루를 일년처럼 살아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