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2. 13. 03:25
평점 : ★★★★ (8.2)
생일 : 1950년7월 27일생
데뷰작 : 불명
보이스 타입 : 비음과 구내음을 복합한 진성 타입
대표작 : 보거스는 내 친구 ‘보거스’ 役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고길동'役
GOOD : 진성의 한계를 극복한 극한의 범용성
BAD : 주연급과는 거리가 있는 보이스 컬러
이런 현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탤런트와 가수가 되려면 잘 생긴 얼굴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성우가 되려면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은, 정말 선천적인 재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신의 선물로서 무한경쟁의 치명타를 피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고생을 싫어하고 요행을 바라지 않던가,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노력을 덜 들이기 위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특별히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그것을 야기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태어나면서부터 흔히 표현하는 ‘타고 난’ 능력으로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쉽게 그 가치관에 대한 포기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지망생들은 당장 눈에 들어오는 그들을 동경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들이 그 확률을 0%로 만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우 이인성
76년 MBC 7기 성우로서 발을 내딛은 그는 70년대 후반까지 성우의 밥 줄과도 같았던 신파형 멜로영화, 격동 30년류의 라디오 정치드라마의 영향으로 당시 남자 성우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했을 낮고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만 들어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를 가진 그런 성우는 분명 아니었다. 장난끼 많고 아무리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아도 그 속에 코믹함이 묻어나는 목소리... 만일 그가 70년대에 활약했던 성우 중 한 사람으로 남았다면 그는 크게 알려지지 못한 채로 사장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80년대에 들어 컬러 방송의 시작으로 인한 컬러 TV의 보급의 영향으로 메스컴을 비롯한 성우들의 활동 영역 측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방송사들은 애니메이션, 쇼 오락 프로그램 등 희화적인 부분들에 어울리는 연기와 목소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이러한 수요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성우들을 중심으로 성우의 역할을 재편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6,70년대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남자 성우들의 활동이 점차 위축되는 일종의 과도기 속에서 지금까지의 성우들과는 확연히 다른 희극적 목소리 컬러를 가진 그의 가치가 새롭게 인정 받을 수 있었다. 흔히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역사가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이인성의 데뷰가 몇 년만 빨랐더라도 우리나라 성우계의 판도가 뒤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필자의 오버 섞인 예상도 결코 억측은 아닌 셈인데, 어쨌든 낮고 무거운 목소리의 주축을 담당했던 70년대 신파극형 성우로부터 시대적, 문화적 급변으로 이루어진 급격한 세대교체의 중심에 그가 있었고 타고난 재능에 반쯤은 운이 더해진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커다란 시대적 행운을 움켜잡을 수 있었다.
애드립의 대가라는 별명에서도 드러나듯, 동료 성우들이 평가하는 그의 모습은 이미 나이를 잊은 ‘영원한 소년’의 모습이다. 애니메이션에서나 영 화에서 그는 맡은 캐릭터가 아무리 소화하기 어렵고 독특한 연기를 요구할지라도, 별다른 연습 없이 직설적으로 거침없이 연기를 소화한다. 하지만 그의 그런 연기는 그가 들인 시간의 크기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항상 팬들과 담당자들을 크게 만족시키며 그의 가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곤 한다. 보통 성우들이 보통 캐릭터의 스타일 컨셉을 잡는데 길게는 몇 주까지 걸린다는 현실과, 성우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목소리와 성격이 바뀌어 가성과 변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실제 성우들의 경험담도 경력 20여년의 베테랑 이인성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는 철저한 진성형 성우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의 연기에는 가식과 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것 자체가 연기이고 하나의 작품이 되니까... 굉장히 구태의연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진정 타고 난 성우' 인데, 특별히 캐릭터마다 다른 소리를 내지 않아도 그 캐릭터에 잘 스며들 수 있는 하나의 목소리로서 수 만가지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이론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아주 절묘한 톤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를 감동시킨 배역.
- 이번 '나를 감동시킨 배역'은 특별히 JAKGA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니콜라스 D 울프우드 (Nicholas D Wolfwood) - Trigun
『이인성씨의 연기패턴은 고 장정진씨와 더불어 '진지함'과'코믹함' 으로 구분되곤 한다. 특히 장정진씨가 '홍두깨 선생' 역에서 진지함과 코믹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서 찬사를 받았다면, 이인성씨 역시 이러한 면에선 별반 다를것이 없는데, 이는 어찌보면 80~90년대를 거쳐온 남자 성우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다못해 너무나도 자주 나오는 90년대 대표성우인 강수진씨 등도 같은 부류이다.) 하지만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이인성씨의 목소리는 장정진씨나 동류의 성우들에 비해 반톤이나 한톤정도 가볍다는 느낌이 들며, 그때문에 비교적 코믹함 쪽에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많이 맡아온 것이 사실이다. 트라이건 역시 완전 성인 취향이라기보단 청소년 취향의 액션물에 가까운, 조금은 오버랩된 코메디가 가미되긴 했지만 꽤나 진지한 분위기의 세계관에, 이인성씨가 맡은 캐릭터 역시 기존에 맡았던 배역에 비해 비교적 진지한(특히 주인공캐릭터에 비하면... 하긴 이십보 삼
십보지만...) 모습이 부각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인성씨의 울프우드는 극중 전개와 템포와 비슷한 느낌으로 설렁설렁 흐르다 어느 한순간 갑작스레 터져버리는 폭탄처럼 그의 끼를, 바로 진지함과 코믹함을 별다른 갭 없이 수시로 넘나들며 진정한 베테랑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세기말을 지나면서 TV애니메이션에서 케이블등의 전문채널의 득세와 더불어 투니버스등의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의 전속 혹은 프리랜서 성우들이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덕분에 언제나 주 비교대상이 되어왔던 일본 원어판과의 비교에 있어 엇비슷해졌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적어도 향후 5~10년간은 과거 1인다역 등의 악조건들 속에서도 무언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혼이 느껴지던(캐릭터만이 아닌 성우의 존재까지도 느껴지던) 소위 80년대를 거쳐온 성우들의 매력은 당분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국내에서 비디오로 먼저 출시되었던 트라이건은, 그리고 이인성씨의 울프우드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이고, 작품이다. 』- 이번 '나를 감동시킨 배역'은 특별히 JAKGA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흔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성우를 보는 제작진들의 시각은 방송 구성 요소, 즉 유닛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다소 인간적이지 못한 표현이지만, 성우로서 저 성우를 대체할 수 있는 성우가 있느냐를 따져 지금 이 컨텐츠에서 필요한 능력치를 판단, 제작비를 절약할 수 있는, 즉 페이가 비교적 싼 성우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통이며, 성우들에 대한 이런 식의 가치관 탓에, 이쪽 업계에서는 ‘넘을 수 없는’ 보다는 ‘대체할 수 없는’ 이라는 말이 좀 더 많이 쓰이곤 한다. 즉 저 성우가 필요한 능력치 대 비용 비율에서 가장 최적의 인물인지를 계산하고, 그를 대체할 좀 더 페이가 싼 성우가 없는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후, 하위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비로소 컨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굉장히 보수적인 캐스팅 방식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성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장 큰 활동 무대인 방송국의 이러한 정책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성우계는 데뷰 후 3년 길게는 5년 후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에도 활동 범위가 대부분 방송국에 종속되다 보니, 자신이 소속되어 있었던 방송국의 캐스팅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남게 되는데, 바로 방송국에서의 활동이 자신의 페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가 올라갈수록 군대에서의 호봉별 등급이 나누어지는 것처럼 성우들도 극회 내에서 부여하는 비공식적인 등급이 정해지고, 등급별로 페이기준이 나누어지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 같은 등급 내에 있는 비슷한 성향의 성우들끼리는 언제는 서로를 대체하고 대체 당할 수 있는 암묵적 경쟁관계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인성은 아마도 이러한 경쟁 체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들을 다른 성우들에게 맡긴다는 건 팬으로서도 기획, 제작을 맡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최소한 그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그 영역에서만큼은 그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가치를 그는 충분히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맡았던 역할과 비슷한 캐릭터의 수요가 있다면, 제작진은 주저없이 그를 택한다. 이는 그가 오랜 기간 제작진과 함께 호흡해오면서 느끼게 해 준 안정적인 신뢰감도 작용했겠지만, 돈 몇푼을 아끼기 위해 대체인력을 찾는 성우계에서는 그보다 그를 대체할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못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그를 지켜본 필자의 결론이다.
천재라는 단어에 심히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 뜻이 상 당 부분 왜곡되고 잘못된 자아도취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어의 무게감에 비해 대단히 남발되고 있는 천재라는 단어,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되면서 천재라는 단어는 ‘엘리트’와 같이 쓰이는 실수를 범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사람과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우리네 정서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특별히 칭할 명분적 근거가 없는 극단적인 표현에 쓰일 정도로 천재라는 단어가 무게가 가볍지도, 그렇다고 대단한 뜻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필자는 지금의 ‘천재’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직업 세계관 속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서 특별한 노력이 필요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직업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눈에 확 띄게 두각을 보이거나 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속에 조용히 숨어 있고, 아주 평범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그 능력을 가지기 위해 들인 노력을 거의 들이지 않은 과거를 가진 사람을 필자는 천재라고 부른다. 천재라고 해서 아무런 노력 없이 정상에 오를 수는 없다. 다만 그 노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조금 덜 들이고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것이다. 뒤집어 보면 누구나 태어나면서 정상인이라면 어떤 특정 분야 하나씩은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인생을 살면서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은 1%밖에 안될 뿐이며, 그 1%를 택할 수 있는 건 다른 능력이 아닌 운이다. 따라서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특별히 책망하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1/100의 확률싸움에서 진 것이 흉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어떤 분야가 안 그런 분야가 있을까마는, 성우계만큼 자기관리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없는 것 같다. 당장 필자가 떠오르는 명퇴 없는 직업이라고 하면 공무원과 성우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순차적인 승진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 자신의 관리보다는 주변 관리와 시기적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공무원과는 다르게 성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의 간접적인 영향력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입사 후부터 은퇴까지 홀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몇 안되는 직업이기에, 데뷰부터 은퇴까지 꾸준한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 관리는 물론 목소리 관리 등 자기 직업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무기를 아끼고 기름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실제 그의 삶 속에서 많은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천재 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타고난 능력의 수혜자라고 해서, 성우로서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똑같아 보이는 땅콩들이 아주 조금씩 제각각의 모양과 개성을 가지고 있고, 꼬부라진 독특한 모양의 신품종 땅콩이 그 모양으로서 가치를 인정 받기도 하는 것처럼, 성우들도 누구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개성으로서 승부할 수 있지 않을까? 페이를 많이 받고 높은 등급의 성우로서 인정 받기를 원하는 성우와 그들을 동경하는 성우지망생들이라면 눈먼 장님이 방안의 좁쌀을 찾는 듯한 무모한 도전보다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더욱 날카롭게 갈아서 제작진의 목에 들이대고 협박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사각의 단단한 쇠를 날카롭게 가는 것보다 이미 날카로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것을 골라서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다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이 될 것이며 어디에서나 가장 먼저 쓰일 수 있고 가장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전쟁터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단단한 방패보다는 날카로운 창일 테니까…
- Rush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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