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5. 22:30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다른 리그에 없는 재미있는 시상 항목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올해의 재기상'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씁쓸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간 박찬호 선수가 후보에 연속으로 오르면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이 상이 생긴 이유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0부터 시작해서 +100에 이르는것보다 -100부터 시작해서 0으로 되돌아오는게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 대단한 실용주의 대국 미국이 인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 되겠다. 성공의 끝에는 참기름이 묻어있고 좌절의 끝에는 꿀이 발라져 있다. 즉 정점에서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서 있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슬럼프 혹은 바닥에서 하루바삐 탈출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겠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휴전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 병력 차출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중에는 꾸고 있는 미래의 꿈의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하기 떄문에 군 입대가 곧 꿈을 접어야 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트랜드에 민감한 업계가 특히 그렇다. 만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군 제대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경우 20대 초반 나이대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남성 작가의 작품 내용 소재 가운데 군대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의 작가 임인스도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례에 어울리는 파란만장한 작품 활동의 부침을 겪게 된다. 작품 자체에서 오는 슬럼프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연재를 중단하고 모처럼의 데뷰가 묻혀버릴 뻔 한 위기도 있었지만 슬기로운(?)팬들의 성원으로 군 제대 후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단순해 보이지만 보통은 '중간에 하다 만'작품을 이어서 만들어 나간다는게 왠만한 프로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연재 재개 후 다소의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임인스 작가는 공백기를 무색케 만들 만한 저력을 보이며 1부를 흔들림 없이 순조롭게 마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최근 웹툰에서 보기 힘든 '장편 시나리오'방식을 택하고 있는 '싸우자 귀신아'는 한번 챕터 11을 기점으로 군 입대 공백기를 갖는다 이에 대한 안내 문구가 걸작이다 '보답하는 차원에서 앞으로의 모든 시나리오를 공개하겠습니다'라니, 보통은 준비했던 기간이 아까워서라도 후일을 기약하고 공개를 꺼려야 정상인데 공개를 하겠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극구 만류(?)로 공개는 무산되고 제대 후 재연재가 결정되었지만 실상이야 어쨌던 임인스 작가는 그 당시 독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 됐다. 만일 그 스토리 공개가 진짜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겨보지만 확실한 건 임인스 작가를 기다리겠다는 대부분의 계층 속 소수는 독자들의 시점은 '공개하겠다니 그런 짓은 그만둬!~'쪽이었던 것 같다.
전개가 다소 이채롭지만 바로 이 점이 임인스 작가가 지금까지 별 흔들림 없이 연재를 지속하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웹툰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저한 사전 준비와 그에 수반되는 빈틈없는 시나리오 구성 능력이 그것이다. 직접 스토리와 작화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건만 어느 쪽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무난한 타협점을 찾아낸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웹툰계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돌연변이의 탄생이랄까, 개인적으로 강풀이 처음 순정만화로 히트작 양산의 서막을 알릴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일 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다름아닌 '난이도 조절'이다. 유명한 CM카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식의 세계관은 분명 매너리즘과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말해 '매니아층'이 생긴다는 의미로 이는 어찌 되었건 이미 '대중문화'로서 발을 담그기 시작한 작가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재미 요소 혹은 복선이 과도하게 삽입될 경우 자칫 작품의 무게감이 심해져 대중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임인스 작가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코믹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벨런스를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관련이 없는 벨런스 맞추기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개그 센스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한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우려스럽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챕터 25(네이버 챕터 순)에 등장한 '복선 해설'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공들여 내놓은 복선이 독자들에게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굉장히 조급해지게 되는데 그 조급함을 참고 묵묵히 대인배처럼 연재를 계속하는 작가도 있지만 임인스 작가는 결국 해설편을 따로 싣는 조급함의 우를 범하고 만다. 물론 이러한 배려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복선 해설 편도 중간 후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모든 연재가 끝난 뒤에 하더라도 본전을 찾을까 말까 하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딴에는 긴박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복선에 대한 내용 누설로 인해 스스로 작품적 희소 가치를 깎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연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작가의 성향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독자들이나 작가가 스스로 그 문제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다소 조심스러운데다가 장점과 단점이 흔재되어 있는 요소이기에 쉽게 포기를 종용하기도 어렵다. 다만 작품 활동에 있어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성향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만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지나친 영화화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웹툰'만의 작품성이 흔들릴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와 자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기준적 정체성 즉 웹툰 작품을 영화로 컨버전하느냐와 영화화를 의식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건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작가들은 쉽사리 슬럼프가 오기도 힘들고 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재충전 시간을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즉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이 그것이다. 웹툰비평에서도 다수 언급되었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른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마라톤'레이스와 비견되는 장편 연재에서 초반 1위라는 타이틀에 눈이 멀어 전력질주 후 하얗게 불태우는 우를 범하는 걸 수도 없이 봐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작가들의 등장이 내심 반갑다. 말이야 쉽게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지금까지의 웹툰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화면 연출력'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이 웹툰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우선 '웹툰 작가'라는 점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콘 사토시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기법들을 다수 사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대중성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것처럼 향후 임인스 작가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따라간 나머지 현실을 등한시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능력 역시 충분히 인정할 만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작가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단순하면서도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즌 '푸른 하늘의 빛나','벚꽃' 이 완결되면서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그에게 새로운 시즌 2는 그의 가능성에 이은 '관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연 그가 펼치는 작품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얼마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시즌 1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과 문제점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와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시즌 1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인 평가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작품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번 시즌 2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또한 싸우자 귀신아의 장편 옴니버스 작품으로서의 생명력과 관련되어서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는 기분으로 임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스토리부터, 작화, 구성, 연출까지 모든 것을 1인 시스템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으로 해결해 온 임인스 작가에게 있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많다. 시즌 1의 성공이 매너리즘이 되지 않도록, 혹은 그 자체가 장벽이 되어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절히 '욕심'이라는 것을 억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미 원작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 순수 창작'을 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야만 하는 부담감 역시 존재할 것이다. '푸른 하늘은 빛나'가 단지 원작이 훌륭했기에 부수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훗날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슬기롭게 극복하여 제 2의 강풀이 아닌 제 1의 임인스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임인스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생활의 달인'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휴전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 병력 차출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중에는 꾸고 있는 미래의 꿈의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하기 떄문에 군 입대가 곧 꿈을 접어야 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트랜드에 민감한 업계가 특히 그렇다. 만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군 제대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경우 20대 초반 나이대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남성 작가의 작품 내용 소재 가운데 군대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의 작가 임인스도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례에 어울리는 파란만장한 작품 활동의 부침을 겪게 된다. 작품 자체에서 오는 슬럼프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연재를 중단하고 모처럼의 데뷰가 묻혀버릴 뻔 한 위기도 있었지만 슬기로운(?)팬들의 성원으로 군 제대 후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단순해 보이지만 보통은 '중간에 하다 만'작품을 이어서 만들어 나간다는게 왠만한 프로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연재 재개 후 다소의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임인스 작가는 공백기를 무색케 만들 만한 저력을 보이며 1부를 흔들림 없이 순조롭게 마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최근 웹툰에서 보기 힘든 '장편 시나리오'방식을 택하고 있는 '싸우자 귀신아'는 한번 챕터 11을 기점으로 군 입대 공백기를 갖는다 이에 대한 안내 문구가 걸작이다 '보답하는 차원에서 앞으로의 모든 시나리오를 공개하겠습니다'라니, 보통은 준비했던 기간이 아까워서라도 후일을 기약하고 공개를 꺼려야 정상인데 공개를 하겠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극구 만류(?)로 공개는 무산되고 제대 후 재연재가 결정되었지만 실상이야 어쨌던 임인스 작가는 그 당시 독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 됐다. 만일 그 스토리 공개가 진짜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겨보지만 확실한 건 임인스 작가를 기다리겠다는 대부분의 계층 속 소수는 독자들의 시점은 '공개하겠다니 그런 짓은 그만둬!~'쪽이었던 것 같다.
전개가 다소 이채롭지만 바로 이 점이 임인스 작가가 지금까지 별 흔들림 없이 연재를 지속하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웹툰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저한 사전 준비와 그에 수반되는 빈틈없는 시나리오 구성 능력이 그것이다. 직접 스토리와 작화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건만 어느 쪽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무난한 타협점을 찾아낸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웹툰계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돌연변이의 탄생이랄까, 개인적으로 강풀이 처음 순정만화로 히트작 양산의 서막을 알릴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일 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다름아닌 '난이도 조절'이다. 유명한 CM카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식의 세계관은 분명 매너리즘과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말해 '매니아층'이 생긴다는 의미로 이는 어찌 되었건 이미 '대중문화'로서 발을 담그기 시작한 작가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재미 요소 혹은 복선이 과도하게 삽입될 경우 자칫 작품의 무게감이 심해져 대중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임인스 작가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코믹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벨런스를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관련이 없는 벨런스 맞추기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개그 센스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한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우려스럽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챕터 25(네이버 챕터 순)에 등장한 '복선 해설'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공들여 내놓은 복선이 독자들에게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굉장히 조급해지게 되는데 그 조급함을 참고 묵묵히 대인배처럼 연재를 계속하는 작가도 있지만 임인스 작가는 결국 해설편을 따로 싣는 조급함의 우를 범하고 만다. 물론 이러한 배려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복선 해설 편도 중간 후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모든 연재가 끝난 뒤에 하더라도 본전을 찾을까 말까 하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딴에는 긴박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복선에 대한 내용 누설로 인해 스스로 작품적 희소 가치를 깎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연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작가의 성향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독자들이나 작가가 스스로 그 문제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다소 조심스러운데다가 장점과 단점이 흔재되어 있는 요소이기에 쉽게 포기를 종용하기도 어렵다. 다만 작품 활동에 있어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성향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만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지나친 영화화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웹툰'만의 작품성이 흔들릴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와 자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기준적 정체성 즉 웹툰 작품을 영화로 컨버전하느냐와 영화화를 의식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건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작가들은 쉽사리 슬럼프가 오기도 힘들고 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재충전 시간을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즉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이 그것이다. 웹툰비평에서도 다수 언급되었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른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마라톤'레이스와 비견되는 장편 연재에서 초반 1위라는 타이틀에 눈이 멀어 전력질주 후 하얗게 불태우는 우를 범하는 걸 수도 없이 봐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작가들의 등장이 내심 반갑다. 말이야 쉽게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지금까지의 웹툰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화면 연출력'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이 웹툰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우선 '웹툰 작가'라는 점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콘 사토시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기법들을 다수 사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대중성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것처럼 향후 임인스 작가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따라간 나머지 현실을 등한시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능력 역시 충분히 인정할 만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작가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단순하면서도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즌 '푸른 하늘의 빛나','벚꽃' 이 완결되면서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그에게 새로운 시즌 2는 그의 가능성에 이은 '관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연 그가 펼치는 작품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얼마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시즌 1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과 문제점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와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시즌 1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인 평가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작품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번 시즌 2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또한 싸우자 귀신아의 장편 옴니버스 작품으로서의 생명력과 관련되어서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는 기분으로 임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스토리부터, 작화, 구성, 연출까지 모든 것을 1인 시스템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으로 해결해 온 임인스 작가에게 있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많다. 시즌 1의 성공이 매너리즘이 되지 않도록, 혹은 그 자체가 장벽이 되어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절히 '욕심'이라는 것을 억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미 원작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 순수 창작'을 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야만 하는 부담감 역시 존재할 것이다. '푸른 하늘은 빛나'가 단지 원작이 훌륭했기에 부수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훗날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슬기롭게 극복하여 제 2의 강풀이 아닌 제 1의 임인스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임인스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생활의 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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