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1. 27. 15:45
그 1분도 채 안되는 찰나를 아주 잘도 봤던 모양이다. 잘 보니 정말 박지성이 허리를 잡고 말리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근데 실제로 말린 건지 아니면 정말 매국노처럼 일본에게 욕보이는 짓 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의도는 사실 박지성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 한 모르는 일이고 입을 연다 해도 그게 진심인지 알기 힘든 일 아닌가?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박지성은 '주장'이다. 팀의 분위기를 추스르고 팀을 대표하며 팀에 어떤 '위해'가 가해지거나 '위해'가 가해질 것 같은'상황이 되면 대표로 나설 수 있는 그라운드 내의 '상관'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이 '주장'의 의미를 한쪽으로만 편중되어서 생각한 것 같다. 즉 박지성이 선배니까 철없는 후배를 가르치기 위해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주장의 역할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더 멀리 나가든 뭐든 상관없이 주장의 의무는 '팀의 보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1. 주장이기 때문에.

우선 그는 의사 표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주장은 팀을 대표하는 위치다. 만일 박지성이 그런 세레머니를 했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팀 전체의 의사가 반영되는 셈이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축구의 간접적 의사표시가 될 수 있으니까. 세계 어떤 클럽 혹은 국가대표팀에서도 각 개인의 의사표시로서 세리머니는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는 세리에A의 일부 무솔리니 추종자들 이외에는 보기 힘들다.

다시 말해 그 당시 박지성은 말리고 싶든 싶지 않든 말렸어야 한다. 그게 주장으로서 표현하는 좌 우가 아닌 '중립적 의사표현'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박지성은 일본에서는 이미 슈퍼스타다. 박지성이 거기에서 말리는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기성용이 일본에서 벌집이 될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리는 것은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의무'였던 것이지 박지성의 의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2. 주장이기 때문에 (2)

앞서 주장은 팀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최우선된다고 이야기했다. 박지성은 팀의 주장으로서 기성용이 이런 세레머니를 할 경우 우리나라 일부 네티즌들이 과민반응 할 것을 센츄리클럽의 관록으로 잘 알고 있었다. 폭풍까임을 당하기에는 아직 기성용은 젋다. 성장도 빠르고 앞으로 팀의 중심이 될 선수를 마음의 상처를 입어 유니폼을 벗게 되는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주장으로서 해야 할 '팀의 보호' 즉 팀을 주심이나 상대팀 선수뿐만이 아닌 '자국 네티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주장의 의무였다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만일 어떤 의사 표시 즉 나는 기성용과 생각이 다른데 기성용이 철없는 짓을 해서 우리 팀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야 한다. 기성용을 즉석에서 못하게 더 강하게 뜯어말렸을것이다. 카메라에 안잡히도록 무슨 수단이든 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위치, 그리고 기본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의사를 표시하는 게 중요했던 게 아니라 '기성용'을 아끼고 보호하는 게 의무였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가 걱정하던 대로 됐다. 걱정한 만큼만은 아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기성용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기성용은 트위터에서 맹폭을 당하고 있다. 박지성은 매국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정한 대인배라고 할 수도 없다. 그가 대인배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장면 하나로 대인배냐 매국노냐를 판단하는것 자체가 에러라는 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그는 진정 팀 선수의 안위를 걱정하고 보호해주려 했던 '캡틴 박'으로서 책임을 다했다.
우리나라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기 이전에 자신이 이끄는 선수를 걱정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장면


뭔가 느껴지는거 없는가?
박지성은 카메라 앞쪽 시선에서 봤을 때 그의 등번호가 세계에 중계되지 않도록 했다.
그의 시선은 기성용이 아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옆모습을 보자


말리는 사람이라면 가슴을 잡고 기성용을 끌어내는 스타일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옆에서 보면 그냥 손으로 그의 앞번호를 가리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그가 자꾸 움직여 등번호가 카메라에 잡히려고 하니까
그를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 정도는 보였던 것 같다.


주장은 그런 존재다.

위 사진은 그 순간 절묘하게 찍힌 사진이고 사실 박지성은 가슴쪽 두번 두드리고 금방 갔다.
즉 지금 박지성이 말린다고 매국노니 마니 하는 녀석들은 경기 안봤거나
그 장면을 유심히 보지 못해 기억을 못한 거다.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이 정말 우리나라 대표팀 응원하고 박지성 팬이라면
저 사진을 보고 매국노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수가 있는건가?
난 저 두 사진을 보고 아무리 봐도 그런 건 생각이 안나더라
오히려 기성용을 보호해준다고 느꼈지 매국노같은 그런 생각까진 안들더라
그 장면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내가 이상한건가?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을 무조건 믿고 있던게 잘못인가?

누가 매국노인지 똑똑히 생각해보자
posted by RushAm 2011. 1. 26. 14:34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죽거나 다쳤다. 무려 자국 국민이 죽거나 다친 어마어마한 일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시금털털하게도 '다음에 또 그러면 진짜 죽어!' 였다. 이건 뭐 초등학생 싸움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리가 없다. 이런 시금털털한 대응으로 우리나라는 연평도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북한에게 물어볼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한 채 북한 정책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수모를 당한다. 뭐 하나 속시원히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해서 연평도 주민들에게 '우린 앞으로 국가가 이 정도로 철저하게 해주니까 안심하고 여기 계속 살아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주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건 비단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때도,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언제나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라는 저자세를 취하며 국민들의 울화통을 터뜨리곤 했다. 아주 글로벌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다. 당해도 뭐 하나 속시원하게 한마디 못하는 글로벌 호구, 그걸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지금은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타이틀로 자위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기성용은 젊다. 사실 일제강점기를 거쳤던 세대에 비해 최소 3세대 이상 떨어져있다. 당연하겠지만 일본인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관해서는 그다지 와닿을만한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성용이 그런 세레머니를 했다. 그는 이미 셀틱에서 뛴다. 셀틱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클럽이다. 그가 그런 설움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그가 그걸 했다. 그런 그에게 '넌 셀틱에서 인종차별 당해도 싸'라고 말한다고? 그럴 리가...



기성용은 '라이벌'로서 일본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아무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인종 차별'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 기본적으로 같은 황인종끼리 인종차별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비하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일 그것이 일본을 비하하는 세레머니였다면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훨씬 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어야 한다. 이건 '이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그런게 아니라, 보도 자체를 할 때 '한국은 이런 식으로 졸렬한 짓을 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걸 참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국 이겼습니다'라고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왜냐하면 이들이 그것에 대해 반응을 한다면 스스로 이미 '원숭이'라 불리우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 되니까 누워서 침뱉기가 아니던가? 기성용이 정말 여기까지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은 이 세레머니에 한방 먹었어도 이렇다할 말 한마디 못하는 지경이 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지난 한일전에 대한 일본 TV들의 보도 행태이다. 정말 마르고 닳도록 보여주고 있는 하이라이트에서 '기성용'의 패널티킥 골은 단 한번도 재방송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일본 골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동점골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들은 그걸 보여주면 국민들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그 세레모니가 결국 외교문제로 비하될 것이 '두려웠던'것이다. 일본은 지금 그 세레머니 하나로 '우리나라'에게 쫄고 있다. 여태까지 기성용만큼 노골적으로 일본에게 한방 먹인 선수가 있었던가?

기성용의 한 방이 아니라, 몇 수천방을 먹여도 성에 안차는 게 우리나라 역사다. 축구는 국수주의가 아니라지만 한편으로는 자국주의에 기반하기도 한다. 폴란드 선수가 독일에서 뛰면서 자국 폴란드에 골을 넣은 뒤 침울해하는 것,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에게 진 뒤 락커룸에서 통곡을 하는 것 모두 자국주의에 기반한다. 즉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가 더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축구다. 이런 축구에서 일본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사치다. 어느 누구도 전쟁의 직접적인 가해국에게 피해국이 예의를 차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면 더 비웃어줄 필요가 있다. 그게 아주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원래 축구였고 한일전이었으니까... 이승만 대통령이 한일정기전을 위해 대표팀을 꾸린 이유도 '축구만큼은 일본애들을 확실히 이길 수 있습니다' 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게 아니던가?


기성용 잘했다.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누가 뭐래든 기죽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