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5. 09:43
그냥 단편 기획으로 생각했던 게 쓰다보니 길어질 것 같아 일단 4부작으로 나누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반말체로 시작했는데 그냥 반말체로 끝내볼까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들, 그들은 그들과 같이 호흡했던 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팬들은 하나의 세대로서 함께 존재한다. 서태지 세대, HOT 세대 등 약 5년여간의 주기를 거치는데 5년은 정확하게 13세부터 18세까지 즉 1318을 거치는 주기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직후부터 팬을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아이돌 팬 역시 함께 졸업한다. 그렇게 고정팬층이 사라지는 아이돌은 자연스럽게 신인들에 치여 퇴출되고 또 다시 새로운 별이 나타나는 주기가 반복되고 있다.
사회현상까지 일으킬만큼 폭발적인 아이돌그룹의 인기만큼이나 퇴출 후 그들의 관심이 세간에서 멀어지는 것 역시 빠르다. 그들에게 팬들은 남지 않고, 팬들을 위해 그들은 남아주지 않는다. 기획사의 전폭적인 영업력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은 뭐 하나 할 수 있는 어떤 자구책조차 없이 껍데기만 남아 연예계에 버려지고 당연하게도 그들에게는 홀로 일어설 힘따윈 없다.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 ... 하물며 조용필까지 예전만 못할지언정 시대를 풍미한 가수로서 가요계에 남아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에게 청춘을 걸었던 팬들을 만날 수 있는 힘은 '음악성'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들에게 음악성을 바라기에는 한참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니까...
왜 그들은 가요계...아니 연예계에서 끊임없는 퇴출과 해체, 정든 맴버와의 결별, 소속사와의 분쟁을 수십년째 반복해오며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자기자신들의 존재를 팬들 앞에서 지워버리는 것일까?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공화국 연구소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같은 병폐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불공정 계약
아이돌 그룹의 노예계약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간의 불공정 계약 분쟁과 이에 따르는 양측의 여론전쟁은 매번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어느 한쪽도 승리자가 되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그들을 응원하던 팬들은 그들에게 걸었던 학창시절 청춘의 추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채 울부짖는다. 겉보기에는 떠나는 자와 떠나는 자를 잡는 자의 실갱이로 보이는 이 구도는 사실 3자구도로 봤을 때 돈을 더 벌고 싶은 자 (아이돌)와 돈을 더 주고 싶지 않은 자 (기획사)의 싸움일 뿐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순수하게 떠나지 않기만을 기원하는 쪽은 어느쪽도 아닌 그들을 응원하던 팬들 뿐이었다. 1318을 졸업하고 아이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더라도 누구나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 언제나 그 자리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소녀시절 추억으로 좋은 모습만 간직하고 싶었을 뿐인 그들에게 남는 건 결국 아무것도 없다.
어느 한쪽도 승리하지 못하는 이 지리멸렬한 싸움은 왜 시대가 변하고 그 문제에 대한 분석과 지적이 매번 끊임없이 반복 지적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당연하겠지만 여기에는 뿌리부터 잘못되어 있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병폐가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기획사의 역할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 대한민국의 기획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원석을 처음부터 발굴해내 자신들만의 철학에 맞는 완벽한 로봇으로 길러내는 데에 수억을 쏟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들에 맞는 장기 플랜을 준비하고 그걸 그대로 운용하면서 중간중간 발생하는 스캔들 등의 리스크까지 관리해내야만 한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에는 정말 천문학적인 인건비가 들어갈수밖에 없고 기획사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거대화될수밖에 없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젊은이들이 흔히 '취업'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 우선 원하는 목표 기업을 정하고 그 기업이 요구하는 입사 기준에 맞게 자신을 준비한다. 토익 점수를 원하면 토익학원에 다니고 면접이 까다로우면 면접대비학원, 논술이 필요하면 논술학원, 특정 자격시험이 필요하면 또 그에 맞는 학원을 다닐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앞으로 지원하게 될 회사에서 지원해줄리는 없다. 모두 자비로 자신을 그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추어 도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취업 풍경이다.
그런데 똑같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의 경우는 기획사 문만 통과하면 그 뒤로는 음악 실력 향상과 댄스, 연기 등 거의 대부분의 자가발전비용을 기획사 책임 하에 전액 부담하는 것이 완전히 일반화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사회적 문제가 작용했는데 첫번째가 HOT를 필두로 아이돌 산업이 최전성기를 맞던 20세기말 무렵 사이비 연예기획사가 급증하며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액의 레슨비를 받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린 후 메이저 기획사들이 길거리 캐스팅에 있어 레슨비를 요구하지 않는 풍토가 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오디션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지망생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부실했기에 조금 가능성 있고 외모가 좀 된다 싶은 아이들을 주먹구구식으로 캐스팅하는 방식이 산업 전반에 뿌리깊게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헛점이 많은 캐스팅 방식은 뒷돈, 성상납 등 다양한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아이돌 산업 특유의 이른바 '팔리는 캐릭터'이론이 접목되면서 점차 음악성이나 기타 예능 관련 재능과는 거리가 먼데다 공정성마저 결여된 선발 기준이 고착화된다. 음악이나 연기는 가르치면 그만이지만 외모는 아무리 뜯어고친다 한들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할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시장이 점차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이냐보다는 누가 부른 음악이냐에 더 관심을 갖는 즉 '음악이 별로면 뜰 수가 없는 음악시장'에서 '음악이 별로더라도 잘나가는 아이돌이 부르면 팔린다'는 식의 가치관 대 이동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으니까, 당시 기획사들의 선택을 비난하기에는 음악 시장이 어지간히도 미쳐있었던 것 같다.
어떤 재능도 없이 그냥 소녀들에게 팔릴 만한 외모를 가진, 그리고 컨트롤하기 쉬운 뚜렷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선발해 그들을 만드는 모든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이러한 관행은 이른바 인격체에 대한 '지분 개념'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들은 에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고 기획사에 들어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획사의 돈을 들여 가르쳤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보상받아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인데 당연하게도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분쟁의 불씨로 남을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결국 대부분의 기획사와 이이돌 간 분쟁의 주요 원인이라 하겠다.
우선 기획사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축소되어야 한다. 기획사는 말 그대로 '기획'에만 충실한 기획사가 되어야 함이 옮다. 오디션은 '연습생'을 뽑는 게 아니라 '즉시전력'을 뽑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하며 이러한 선발 과정에는 어떤 불합리한 절차 없이 투명하게 진행, 있을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잠재워야만 한다. 기획사는 회사이며 그들에게 있어 지망생은 재산이라기보다는 고용된 사원이라는 인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관행'보다 법이 우선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망생 역시 단지 사회적 우월함을 위한다든지 신기루같은 꿈을 동경하여 연예계로 나서는 불확실한 미래만으로 쉽게 도전을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연예계에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잘 살려 진출을 꿈꾼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획사의 오디션이 아니라 노래와 연기 연습 그리고 개인 트레이닝을 통해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기획사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이고 지불받는 파트너 관계로서 계약에 임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태 키워줬더니 배신하더라'는 논리는 '부모'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쓸 자격이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다. 노예 제도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인간에게 있어 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수 없다. 물론 그 반대편에 있는 피계약자 역시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역할인 '자기계발'을 회사에게 떠넘겨서도 안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할것도 없이 두 가지 모두 거의 동시에 바뀌지 않는 한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아이돌 산업의 '계약'문제이니만큼 급진적이지 않더라도 보다 차분히 산업 전반의 성숙화를 도모함이 옮을 것이다.
계약은 결국 지분싸움이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관행'이라는 패착이 가져온 아이돌 산업의 불공정 계약 문제는 말로서는 한없이 단순한 '인식 변화'라는 대수술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문제다. 관행이란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기존 세력에게 한없이 유리하게 짜여진 트릭'임에는 분명하므로 끊임없이 세대교체를 이루어야 할 사회 전반에 있어 좋은 영향은 단 1g도 끼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이를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결정권자인 기득권자들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그대로 있는 것이 전혀 손해될 게 없기에 바뀌기를 거부하고 있고 그렇게 아이돌 산업은 서서히 도려내기 힘든 깊숙한 곳까지 썩어들어갈 뿐이다. 누가 순순히 쥐고 있는 권리를 기꺼히 나누는 데에 기쁘게 협조해줄 것인가?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월급을 결정하는 조례안에 만장일치를 누른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기획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어쩌다보니 반말체로 시작했는데 그냥 반말체로 끝내볼까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들, 그들은 그들과 같이 호흡했던 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팬들은 하나의 세대로서 함께 존재한다. 서태지 세대, HOT 세대 등 약 5년여간의 주기를 거치는데 5년은 정확하게 13세부터 18세까지 즉 1318을 거치는 주기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직후부터 팬을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아이돌 팬 역시 함께 졸업한다. 그렇게 고정팬층이 사라지는 아이돌은 자연스럽게 신인들에 치여 퇴출되고 또 다시 새로운 별이 나타나는 주기가 반복되고 있다.
Seotaiji 15th Anniversary by taijin Jung |
사회현상까지 일으킬만큼 폭발적인 아이돌그룹의 인기만큼이나 퇴출 후 그들의 관심이 세간에서 멀어지는 것 역시 빠르다. 그들에게 팬들은 남지 않고, 팬들을 위해 그들은 남아주지 않는다. 기획사의 전폭적인 영업력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은 뭐 하나 할 수 있는 어떤 자구책조차 없이 껍데기만 남아 연예계에 버려지고 당연하게도 그들에게는 홀로 일어설 힘따윈 없다.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 ... 하물며 조용필까지 예전만 못할지언정 시대를 풍미한 가수로서 가요계에 남아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에게 청춘을 걸었던 팬들을 만날 수 있는 힘은 '음악성'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들에게 음악성을 바라기에는 한참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니까...
왜 그들은 가요계...아니 연예계에서 끊임없는 퇴출과 해체, 정든 맴버와의 결별, 소속사와의 분쟁을 수십년째 반복해오며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자기자신들의 존재를 팬들 앞에서 지워버리는 것일까?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공화국 연구소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같은 병폐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불공정 계약
아이돌 그룹의 노예계약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간의 불공정 계약 분쟁과 이에 따르는 양측의 여론전쟁은 매번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어느 한쪽도 승리자가 되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그들을 응원하던 팬들은 그들에게 걸었던 학창시절 청춘의 추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채 울부짖는다. 겉보기에는 떠나는 자와 떠나는 자를 잡는 자의 실갱이로 보이는 이 구도는 사실 3자구도로 봤을 때 돈을 더 벌고 싶은 자 (아이돌)와 돈을 더 주고 싶지 않은 자 (기획사)의 싸움일 뿐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순수하게 떠나지 않기만을 기원하는 쪽은 어느쪽도 아닌 그들을 응원하던 팬들 뿐이었다. 1318을 졸업하고 아이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더라도 누구나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 언제나 그 자리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소녀시절 추억으로 좋은 모습만 간직하고 싶었을 뿐인 그들에게 남는 건 결국 아무것도 없다.
어느 한쪽도 승리하지 못하는 이 지리멸렬한 싸움은 왜 시대가 변하고 그 문제에 대한 분석과 지적이 매번 끊임없이 반복 지적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당연하겠지만 여기에는 뿌리부터 잘못되어 있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병폐가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기획사의 역할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 대한민국의 기획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원석을 처음부터 발굴해내 자신들만의 철학에 맞는 완벽한 로봇으로 길러내는 데에 수억을 쏟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들에 맞는 장기 플랜을 준비하고 그걸 그대로 운용하면서 중간중간 발생하는 스캔들 등의 리스크까지 관리해내야만 한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에는 정말 천문학적인 인건비가 들어갈수밖에 없고 기획사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거대화될수밖에 없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젊은이들이 흔히 '취업'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 우선 원하는 목표 기업을 정하고 그 기업이 요구하는 입사 기준에 맞게 자신을 준비한다. 토익 점수를 원하면 토익학원에 다니고 면접이 까다로우면 면접대비학원, 논술이 필요하면 논술학원, 특정 자격시험이 필요하면 또 그에 맞는 학원을 다닐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앞으로 지원하게 될 회사에서 지원해줄리는 없다. 모두 자비로 자신을 그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추어 도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취업 풍경이다.
그런데 똑같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의 경우는 기획사 문만 통과하면 그 뒤로는 음악 실력 향상과 댄스, 연기 등 거의 대부분의 자가발전비용을 기획사 책임 하에 전액 부담하는 것이 완전히 일반화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사회적 문제가 작용했는데 첫번째가 HOT를 필두로 아이돌 산업이 최전성기를 맞던 20세기말 무렵 사이비 연예기획사가 급증하며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액의 레슨비를 받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린 후 메이저 기획사들이 길거리 캐스팅에 있어 레슨비를 요구하지 않는 풍토가 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오디션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지망생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부실했기에 조금 가능성 있고 외모가 좀 된다 싶은 아이들을 주먹구구식으로 캐스팅하는 방식이 산업 전반에 뿌리깊게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헛점이 많은 캐스팅 방식은 뒷돈, 성상납 등 다양한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아이돌 산업 특유의 이른바 '팔리는 캐릭터'이론이 접목되면서 점차 음악성이나 기타 예능 관련 재능과는 거리가 먼데다 공정성마저 결여된 선발 기준이 고착화된다. 음악이나 연기는 가르치면 그만이지만 외모는 아무리 뜯어고친다 한들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할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시장이 점차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이냐보다는 누가 부른 음악이냐에 더 관심을 갖는 즉 '음악이 별로면 뜰 수가 없는 음악시장'에서 '음악이 별로더라도 잘나가는 아이돌이 부르면 팔린다'는 식의 가치관 대 이동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으니까, 당시 기획사들의 선택을 비난하기에는 음악 시장이 어지간히도 미쳐있었던 것 같다.
어떤 재능도 없이 그냥 소녀들에게 팔릴 만한 외모를 가진, 그리고 컨트롤하기 쉬운 뚜렷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선발해 그들을 만드는 모든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이러한 관행은 이른바 인격체에 대한 '지분 개념'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들은 에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고 기획사에 들어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획사의 돈을 들여 가르쳤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보상받아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인데 당연하게도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분쟁의 불씨로 남을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결국 대부분의 기획사와 이이돌 간 분쟁의 주요 원인이라 하겠다.
우선 기획사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축소되어야 한다. 기획사는 말 그대로 '기획'에만 충실한 기획사가 되어야 함이 옮다. 오디션은 '연습생'을 뽑는 게 아니라 '즉시전력'을 뽑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하며 이러한 선발 과정에는 어떤 불합리한 절차 없이 투명하게 진행, 있을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잠재워야만 한다. 기획사는 회사이며 그들에게 있어 지망생은 재산이라기보다는 고용된 사원이라는 인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관행'보다 법이 우선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망생 역시 단지 사회적 우월함을 위한다든지 신기루같은 꿈을 동경하여 연예계로 나서는 불확실한 미래만으로 쉽게 도전을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연예계에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잘 살려 진출을 꿈꾼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획사의 오디션이 아니라 노래와 연기 연습 그리고 개인 트레이닝을 통해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기획사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이고 지불받는 파트너 관계로서 계약에 임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태 키워줬더니 배신하더라'는 논리는 '부모'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쓸 자격이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다. 노예 제도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인간에게 있어 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수 없다. 물론 그 반대편에 있는 피계약자 역시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역할인 '자기계발'을 회사에게 떠넘겨서도 안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할것도 없이 두 가지 모두 거의 동시에 바뀌지 않는 한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아이돌 산업의 '계약'문제이니만큼 급진적이지 않더라도 보다 차분히 산업 전반의 성숙화를 도모함이 옮을 것이다.
계약은 결국 지분싸움이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관행'이라는 패착이 가져온 아이돌 산업의 불공정 계약 문제는 말로서는 한없이 단순한 '인식 변화'라는 대수술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문제다. 관행이란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기존 세력에게 한없이 유리하게 짜여진 트릭'임에는 분명하므로 끊임없이 세대교체를 이루어야 할 사회 전반에 있어 좋은 영향은 단 1g도 끼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이를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결정권자인 기득권자들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그대로 있는 것이 전혀 손해될 게 없기에 바뀌기를 거부하고 있고 그렇게 아이돌 산업은 서서히 도려내기 힘든 깊숙한 곳까지 썩어들어갈 뿐이다. 누가 순순히 쥐고 있는 권리를 기꺼히 나누는 데에 기쁘게 협조해줄 것인가?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월급을 결정하는 조례안에 만장일치를 누른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기획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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