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6. 12. 03:34
긴 생머리를 '로망'이라고 표현하는 남자, 대략 그 비중이 절반 이상쯤 된다고 체감상으로도 실제 보도상으로도 표현되고 있을 만큼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일반화된 여성관이 되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나오고'만 있었지 도대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뭔가 속시원하게 생각하고 답해주는 곳이 없더군요. 게다가 저는 개인적으로 긴 생머리에 대한 어떤 고집스런 로망도 없기에 더욱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화국 연구소의 주제는 다분히 '개인적인 호기심'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아무튼 이번 시간에는 어째서 남자들이 긴 생머리에 열광하는 것인지 그리고 여성들은 과연 이런 남성들의 대세적인 취향을 어떻게 바라봐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연구는 개인 연구 결과이므로 어떠한 학술적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신뢰 여부는 본인 판단에 맡김을 밝혀둡니다.

우선 시초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기본적으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느 쪽이 먼저였던 간에 이 긴 생머리 패션은 생각보다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명'이 만들어져 여성들이 '헤어 스타일'을 임의대로 조절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긴 생머리 스타일이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기르면 된다는 생각을 보통 머리를 길러보지 않은 분들이 하시곤 합니다만, 정말 긴 생머리만큼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없는데요. 그런 고로 시초로 치자면 머리 스타일을 가위 혹은 무언가로 다듬기 시작하면서 생겨날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나마 모나리자의 헤어스타일이 가장 가까운 편


그래서인지 이 긴 생머리 스타일에 대한 자료를 고대 유물에서는 의외로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클레오파트라도 이른바 '이집트 파마'를 하고 있고, 미의 신 비너스도 그림상에서는 거의 웨이브에 가까운 긴 머리, 석고상으로는 장정구 파마(...)이므로 지금의 이상적인 긴 생머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지요. 이건 동양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대부터 거의 현대에 가까운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머리는 한중일 대부분 땋거나 묶거나 땋아올리거나 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지요. 그만큼 고대의 헤어스타일링 기술로는 긴 생머리를 지금처럼 예쁘게 다듬어 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머리라는 게 길러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르기만 한다고 해서 비단결처럼 차르륵하고 내려오지를 않죠. 더구나 단백질 영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고대에는 머릿결이 더욱 안좋을수밖에 없었고 그냥 풀어놓고 있으면 금방 엉켜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발령 이전의 남성에게도 해당됩니다. 상투를 틀지 않으면 영양 상태가 부족한데다 머릿결이 여성보다 억셀 수밖에 없어 말 그대로 망나니머리가 될수밖에 없었을테니까요 (영화 왕의 남자가 거짓일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서양 문물의 유입 후 단발령도 내려지고 점차 여성들의 외모를 가꾸는 산업이 발달하면서 여성들이 그동안 꽁꽁 묶어왔던 머리를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임시정부 이후 대거 들어온 미국 문화의 영향은 상당했는데요. 특히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이라면 '바비 인형' 문화일 것입니다. 이 바비 인형이라는게 사실 이상적인 미형을 보여줬다기보다는 서양 사람들의 일반적인 체형이나 스타일을 좀 더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는데요. 이 새로운 미적 가치가 동양쪽에 끼친 영향은 실로 놀라워서 지금까지 찰랑찰랑한 긴 머리라는 것을 에초에 본 적이 없는 (동양인의 신체적 한계로 인해)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바비 인형이 인기를 끈 게 아니라 바비 인형이 제시한 스타일이 끼친 영향을 말합니다) 이른바 바비 인형 신드롬은 동시대에 대거 유입된 헐리우드 영화에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착되기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초창기 바비인형은 긴 생머리가 아니었다고 하죠.


이러한 미형은 이른바 S라인이나 큰 키, 스커트에 어울리는 늘씬한 다리와 큰 가슴 등과 더불어 긴 생머리라는 키워드로서 여성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게 되는데요. 물론 신체 라인이나 키, 다리라인 , 가슴 등의 키워드들은 타고나지 않는 한 동양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만, 이 긴 생머리라는 스타일은 후천적으로 극복이 될 것 같기도 한 조금은 희망이 보이는 키워드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분야보다 특별히 많은 도전이 이루어진 미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도 스트레이트 퍼머 기술은 꾸준히 진보하고 있으며 머리 끝 부분의 영양을 보급하는 트리트먼트, 세럼 등의 상품들은 물밀듯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인 셈이죠. 그리고 이런 상품들은 대부분 동양권에 집중적으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원론으로 돌아와서 왜 이 스타일에 남성들이 열광했고 열광하고 열광할 예정인지에 대해 더 깊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성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부분은 '지금까지의 스타일 즉 적게는 몇백년 많게는 몇천년동안 지속되어왔던 여성의 스타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뒤집혔다는 것에 있습니다, 머리는 땋거나 말아 올리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고정관념 내에서 제한적으로 핀이나 장식 등으로 틀을 깨지 않은 악세서리 장식만으로 대표되던 헤어스타일에 대한 상식적 틀이 깨져버렸다는 점 그리고 그 깨어버린 스타일이 꽤 완성도가 놈았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몇 번을 강조합니다만 긴 생머리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미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죠.

긴 생머리 붐에 한 몫을 단단히 하신 분


이를 보는 남성들에게는 이른바 묶은 머리에 대한 미적 평가 가치가 하락함과 동시에 풀었음에도 단정하게 내려오는 머리에 대한 경이로움이 함께 자리잡게 됩니다.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그 긴 생머리를 묶어버리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은것도 이런 바탕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것은 이미 긴 생머리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이 사람이 여성으로 인식하게 되는 필수요소'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나 태생적으로 스타일 변화에 둔감할수밖에 없는 남성들에게 있어서 긴 생머리 이외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아무리 예쁜 들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남성에게는 '스타일'이 아닌 '여성으로 인식하는 수단'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한가지 더 하자면 한중일 공통적으로 여성의 헤어스타일은 이른바 '순결'을 잃게 되면 머리를 말아 올리는 스타일이 꽤 오래도록 정착되어 왔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이마와 뒷목 위로 올라가지 않고 모두 아래로 향하고 있는 긴 생머리 스타일은 '순결'이라는 키워드를 담고 있다는 잠재의식도 긴 생머리 대세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서류적인 '증빙'이 가능한 사회가 되고 있지만 남성들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관습적 상식은 쉽게 바뀌기 힘든 것이죠. 즉 긴 생머리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여성의 헤어스타일이 대한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한 것과 더불어 아직 '배우자'를 찾지 못한 순결한 처녀라는 키워드까지 함께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머리 올려 준다. 라는 말도 있었죠.


여성들의 스타일은 여성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법이죠. 남자는 사실 좀 그런 소소한 변화에 무뚝뚝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줘도 '진심으로'예쁘다는 감정을 느낀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렇기에 여성들은 긴 생머리라는 키워드에 구애받지 말고 보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헤어스타일을 몇 번 많게는 몇십번의 실패를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긴 생머리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마치 명주실처럼 생겨서 잘 엉키지 않고 그냥 기르기만 해도 직모로 잘 내려오는 서양인들에게 적합한 헤어스타일이며 그들은 기본적으로 신체 비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른바 '긴 생머리'가 어우러지는 체형을 만들기도 어렵지 않죠. 필연적으로 허리 라인과 다리 라인이 함께 갖춰져야만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머릿결 성질이나 인종적 체형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동양권에서는 아무리 음식으로 인해 체형이 서구화된다 한들 이른바 바비인형의 황금비율을 자신의 몸에 재현하기도 그 체형을 타고나기도 힘겨운 것이 현실이니만큼 보다 자신의 체형이나 머리 형태 등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개성에 걸맞게 어우러지는 헤어스타일을 찾아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남자들은 긴 생머리를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네요.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만, 만일 남자들이 긴 생머리를 좋아해서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들은 당신이 가진 개성있는 아름다움이 아닌 단지 보편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춰진 점을 좋아하게 된 것으로 해석하셔도 무방합니다. 그 남자분에게 있어 당신이 가진 미적 경쟁력은 긴 생머리이며 이런 경우 더 잘 어우러진 긴 생머리 여성에게 빠져들 가능성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죠. 만일 네 긴머리 때문에 널 좋아했다고 말하는 남성분때문에 포기를 하기 힘들다면 그 남성분의 입장을 과감히 포기하시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데에 주력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만일 그렇게 주변 남성을 포함하여 자타공인 자신에게 딱 맞는 베스트를 찾아내었는데 남자의 반응이 단지 '긴 생머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큰둥하다면 그 남자분은 '여자를 제대로 된 눈으로 보려 하지 않는'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판단은 물론 당사자들의 몫이겠습니다만,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여성이 자신만이 가진 가능성을 찾아내는 데에 베타적인 연인이 있다면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생머리 스타일은 얼굴은 물론 그 스타일적 완성도로 인해 정말 많은 부분을 커버해주고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든 분들도 많으실 줄로 압니다만 그만큼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죽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 혹은 자신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임에도 보편적인 미형 기준으로 인해 희생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한번 더 상기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키가 작은 사람도 키가 큰 사람도, 통통한 체형도, 깡마른 체형도 제각각 빛을 낼 수 있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으니까요. 알은 깨어나기 전까지는 전부 똑같이 생긴 알이지만 그걸 깨고 나오면 아주 조금씩 서로 다른 녀석들이 태어나듯이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깨어나간다면 자신조차 몰랐던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해내고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보세요. 긴 머리를 자르고 더 어울리는,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아보세요. 당신의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당신의 진짜 예쁜 모습을 찾아내주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공화국 연구소 '남자는 왜 여자의 긴 생머리에 열광하나' 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