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7. 28. 22:15
카메론 디아즈가 최근 80년간 한 사람만 살도록 하는 제도인 결혼은 미친 짓이고 적어도 5년마다 한 번씩은 연애 상대를 바꾸어야 한다는 등 자신의 남성 편력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그녀의 발언은 그녀의 현재 입지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데요. 너무나도 해묵은 논쟁인 결혼 제도의 정통성과 정당성부분부터 남성에 대한 기준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한 정의를 내려버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같은 발언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그녀가 굳이 자신의 남성 편력을 언론에 밝히게 된 이유와 목적이 너무 뻔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Cameron Diaz arrives at the French premiere of the film Night and Day in Bordeaux, France on July 23, 2010.   UPI/David Silpa Photo via Newscom

개인적인 권리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사람들은 오히려 현대에 오면 올 수록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주관이 점차 떨어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즉 사람이 연애 상대를 고를 때 그 상대가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보다 그 상대로 인해 자기 자신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더 많이 신경쓴다는 것이죠.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성상이 호리호리한 미소년에서 근육질의 짐승남으로 1년에도 몇 번씩 바뀌는 이면에는 자신의 주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이성을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이른바 '사회적 명품'으로 치부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언론 혹은 그 외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의 직 간접적 발언에 의해 사회적으로 '대세'를 타고 있는 남성상을 자신의 옆에 둠으로서 현 사회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DNA적으로 내제되어 있는 개성적인 이성관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죠.

이는 남성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은데요. 흔히 나이를 불문하고 남자는 '예쁘면 된다'는 남성의 이성관 속에는 정말 복잡하고 세세한 제각각의 이성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흔히 '예쁘긴 한데 내 타입은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사실 이 말 속에는 남성의 속내가 감추어져 있는데요. '예쁘긴 한데'는 이른바 '통속적 평가'이며 뒤에 붙은 '내 타입은 아니다'라는 말에 본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 역시도 보편적 이성관에 근거하는데요. 미디어 혹은 일반적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보편적인 이상형, 즉 외모로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연예인이 그 보편적인 이성관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남성들은 이 보편적인 이상형이 가장 이상적인 미인형이라는 새뇌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주입받게 되고 결국 주관적인 평가 기준을 점점 잃어가게 되는 것이죠. 언제나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예쁘냐?"다음으로 듣는 질문 '연예인 중에 누구 닮았는데?'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보편적 이성관은 현대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나 설득력 있는 인물의 발언으로 확대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의외로 둘 중에 이성관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물의 발언 쪽입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을 들자면 흔히 연예인을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꼭 연예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데요. 기본적으로 자신이 '동경'할 수 있을 만큼 롤 모델로서의 가치가 있는 인물 즉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혹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주로 영향을 끼치는 대상으로서 자리잡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상적인 존재로서 '인기 연예인'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만 4살 이상의 나이차이가 나는 손윗사람 (대체적으로는 학교 선배 정도) 역시 연예인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자 그렇다면 이들의 발언은 과연 정말 '인생 선배'혹은 '성공한 롤 모델'로서의 참고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이를 가늠하기 전에 우선 그들이 과연 내 나이때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생각해봅시다. 그들도 보다 나이가 어린 시절에는 이른바 '주관'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던 시절이 있을 텐데요. 그들이 그 시기에 지금의 보편적인 사회적 기준에 맞춰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스스로 고민하고 해답을 찾았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옵니다. 즉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 '어떤 사실'을 주입받고 자신만의 기준을 가열차게 부정당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고, 지금 그것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키고 있을 뿐인것이죠.

사회적 진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진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지는 보편적 가치관이 사실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타고나는 개성적인 이성관을 짓밟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비극인데요. 당연하겠지만 이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타고난 주관을 짓눌러서 얻은 어떤 것이라도 자신에게 꼭 맞는 만족감을 가져다 줄 가능성은 희박하며, 그에 회의감이 들더라도 이미 보편적 가치관에 길들여진 이상 또 다른 보편적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 스스로에게 어떤 처방도 내릴 수 없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결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녀는 보편적 가치관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주관적 기준을 한 톨도 남김없이 버렸고 그로 인해 자신은 어떤 행복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마치 자신의 인생이 '정당했다는 듯'이 설파하고 있다는 점은 구역질이 날 지경입니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자신의 불행한 삶을 사회적 가치로 정당화하고 그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그릇된 가치관을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여론으로 고착화하려는 자세는 단지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유를 넘어 지극히 의도적이고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말 마음 깊숙히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사회에서 그 사람의 외모, 능력, 재력, 배경, 미래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든지 신경쓰지 마시고요. 인간의 DNA는 의외로 똑똑해서 자신에게 맞는, 그래서 평생을 함께해도 될 만한 사람을 절대 그냥 지나치게 두지 않거든요. 사람을 평가할때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듣고 생각하고 그래서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연애상식, 이성을 고르는 법 같은 지극히 보잘것없는 지식은 전부 잊은 채로 보고 듣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이성을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듣고 깨닫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그 무언가를 잠재의식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니까요.

'결혼은 미친짓'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만, 모든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닌것이죠. 저 말을 굳이 수정하자면 '결혼은 때때로 미친 짓이 될 수도 있다' 정도겠네요. 5년 이상 연애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80년동안 살아도 여전히 인생의 동반자로서 행복을 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깨닫지 못한 전 근대적 사상을 가지고 있어서만은 아니겠지요 오히려 현대사회에 최적화되었다고 자부하는 5년 연애론자들이 제대로 깨닫지 못한 자신만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더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불행하지 않은 사람을 넌 사실 불행한거라고 우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답니다.

가진 자들이 누군가를 탓할 리가 없는 것처럼...
지금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비판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카메론 디아즈는 그닥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군요.

행복하지 않은 자들의 동반자살론에 귀를 기울이는 건 이제 그만두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어떻게 해서든 이 사회를 자신들의 삶에 맞게끔 바꾸어나가더라도
그래서 그 보편적 가치관에 부합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더라도

결국 인생은 내가 행복하면 장땡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