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시는 분들에게 김여사는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입니다. 뭐 굳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너무 보편화되었을 정도니까요. 이미 유머사이트에서는 정기적으로 김여사들의 웃지 못할, 혹은 아주 끔찍한 사고들이 정기적으로 올라올만큼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왜 김여사라는 존재 즉 운전이 미숙한 여성운전자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요? 정말 여성들은 운전을 못하는 것일까요? 맞다면 왜 여자들은 운전을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화국 연구소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는 참 오랫만에 여성 운전 미숙자, 통칭 '김여사' 에 대해 연구해볼까 합니다. (병원신세 끝내고 나니 새로운 꼭지가 생각 안나서 무덤 속 꼭지를 파낸 걸로 보이신다면 착각입니다.)
김여사의 조건
결론부터 말씀드리지면 여성운전자 = 김여사 라는 발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물론 항간에 알려진 대로 여성의 공간감각 능력 등의 차이로 인해 주차나 차선 변경 등에 대한 스킬적인 차이가 분명 존재하긴 합니다만, 사실 운전 스킬이라는 것은 주차나 차선 변경이 전부는 아니고 김여사라고 불리우기 아까운 운전 실력을 가진 여성 운전자도 적지 않다는 것은 여성운전자의 선천적 운전 스킬 부족론을 일축시키기에 충분하니까요.
한마디로 김여사는 '여자'라서 운전을 못하는게 아니라 '여자'일수록 '김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입니다. 이게 무슨 모순된 말이냐고 버럭하시기 전에 한번 들어보세요.
여성은 경험에 의한 판단보다는 이론적인 판단을 중시합니다. 여자학우와 대학생활을 같이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들의 학문을 접근하는 방식은 남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여성들은 책을 달달 외우다못해 찢어 씹어먹을 기세로 일단 '이론'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방식에 무척 익숙해져 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고학력일수록, 운동 부족일 수록 좀 더 심해집니다.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이론으로 채우려는 욕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여자는 아니기에 거기까진 잘 모르겠네요). 문제는 이게 여자들이 '좋아서'하는 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외우고, 줄치고 책갈피해두고 형광펜칠, 줄치는 볼펜은 4색으로...
여성들은 '학습'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이론에 메달리는 집중력을 보일 수 있는건 다름아닌 '생존권' 이 걸린 곳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른바 '모성의 힘'이라 불리는 그 힘이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그들은 '시험', '면접' 등 단기간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어버리는 '단판 승부'에 위기감을 느끼고 느낀 만큼 고통을 이겨내며 노력을 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들이 통계학적으로 토익시험, 수능, 면접 등등에 통계학적으로 남성보다 성적이 높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문제는 이게 '면허시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면허시험은 진짜 말그대로 'FM'대로만 하면 만점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그런 시험이고, 이런 시험이라면 사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근데 이게 유리하다고 쓰긴 해도 여성들이 이걸 즐거워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은 다 똑같아서 엄청난 양의 이론을 달달달 머릿속에 구겨넣고 외우는 작업이 선천적으로 즐거운 사람은 없습니다. 남자는 그걸 못견딜 뿐이고 여자는 그걸 특수한 상황에서 견디는 것 뿐이지 고통은 똑같거든요. 여자들은 일단 이론 시험을 만점에 가깝에 받고 기능과 주행 시험을 마치 리듬 액션 게임의 족보를 외우듯 달달달 외웁니다. 몇 초 후에 브레이크, 몇 초 후에 엑셀, 몇 미터 가서가 아니라 그 코스의 소나무가 어떻게 보일 때 핸들을 튼다든지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운전을 무슨 컴퓨터가 도로 정보를 스캔하듯 꼼꼼하게 머릿속에 구겨넣고 틀에 맞추듯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왠만한 고성능 컴퓨터라도 오버히트로 뻗어버립니다. 하물며 사람이 그걸 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어느정도일지는 말이 필요없겠죠. 여성들에게 처음부터 운전은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린 채로 면허를 따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차를 타고 집 앞을 맴도는 것 이외에는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요. 왜냐하면 머릿속에 면허시험장 주행시험 도로 이외의 도로 정보가 디테일하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그 외의 도로는 그냥 난파선이 표류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세계가 되는 거죠. 만들어지지 않는 길이니까요.
실제 도로에는 기준이 되는 표지판도 없고, 소나무도 없고 몇 미터를 가서 핸들을 틀어도 차가 제 위치에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길에 익숙해지기 위해 가로수 개수를 세거나, 기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인식하는 데에 집중하죠 (와이퍼의 세번째 나사 같은 거)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다른 차들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차들은 움직이고 있으니까 기준이 될 수가 없거든요. 남자들은 다른 자동차를 보고 '사람'으로 인식하지만 이런 여자들은 다른 자동차는 그냥 '없거'나 '하나의 사물'정도로만 인식합니다. 그 사물이 갑자기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일 경우 그들은 '위험'을 느끼고 돌발행동을 하게 되는거죠.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여사의 패턴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패턴의 함정은 '초보운전자'라는 점이죠. 다시말해 여자에 국한시키긴 했지만 '남자'의 경우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례인데다, 초보 딱지를 뗸다면 대부분 해결이 됩니다. 특별히 여성이 취약하긴 해도 극뽁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문제는 이 초보 딱지를 뗀 지 한참 지났을듯한 여성운전자들도 극복하지 못하는 김여사의 조건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여사의 조건 2
여성들은 '단판 승부'에 강점을 보인다는 점을 말씀드렸죠? 이 강점은 실제로 강한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능력이라는 점도 위에서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운전면허시험은 이러한 여성들에게 꽤 유리합니다만 그렇다고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건 아니죠.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것은 한 번에 붙는다고 하더라도 들어가는 '스트레스' 및 '정신적 외상'은 남성에 몇 배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런 '스트레스'가 운전면허 시험이 끝나고 초보운전 딱지를 뗀 후 운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운전', 다시말해 '운전하는 환경'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김여사들을 표현하는 이미지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짙은 선글라스와 흰 면장갑이 있죠. 면장갑을 끼는 이유는 손등이 햇볕에 그을리는 것, 즉 자외선에 손피부가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선글라스는 운전석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자외선에 눈이 자극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운전석은 여성들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에 그닥 좋은 장소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피할 방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죠. 대부분의 김여사들은 미숙한 운전일때의 습관으로 앞으로 다소 쏠린 운전 자세를 하고 있기때문에 얼굴피부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어버리니까요.
여자들에게는 이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닌겁니다. 피부미용과 노화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여성들이니만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피부가 노출된다는 것은 정말 화가 치밀어오르지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스트레스를 감내해야할 초인적인 신경을 발휘해야 한다는 거죠. 운전은 익숙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받게 되는 외모에 대한 히스테릭은 스스로의 멘탈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하며 이 손상을 커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게다가 여성들의 운전은 '목적지'에 대한 부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남자와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장보기를 위한 마트에 이동' 이 운전에 목적이라면 남자의 경우 일단 운전석에 앉으면 목적지에 대한 부분보다는'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할 것인가'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 반면 여성은 '목적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을 집중할 뿐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겨를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목적지에 대한 부분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일종의 '스트레스'가 되죠. 여성들은 암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암기에 따른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었죠? 목적지 즉 '마트'에서 살 물건들을 메모해뒀다면 메모를 잘 챙겼는지, 마트에 주차장은 좁지 않을지, 마트에서 가까운 층의 주차장은 비어있을지 같은 아주 쓸데없는 고민들을 잔뜩 머릿속에서 뱅뱅 돌립니다. 당연하지만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죠. 한마디로 여성들은 운전석에 앉는 상황은 어떤 상황이든 '그닥' 유쾌한 상황은 아닌것입니다.
그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면 심할 수록 패닉상태가 되며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아지는데요. 김여사 에피소드들이 반드시 '돌발행동'에서 초래된것들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김여사들의 자세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김여사의 자세
운전= 스트레스 라는 공식은 이미 여성들에게 깊게 인식되어 있습니다만 글머리에 말씀드렸듯 여성들이 특별히 이걸 잘 견딘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괴로운 건 똑같이 괴롭거든요. 그래서 여성들은 이 괴로움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요. 다름아닌 '수다'입니다.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 세대들이 명절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괴로움 속에서도 스케줄 중간이 아닌 스케줄을 끝마친 다음에 후유증이 오는 이유는 바로 일 중간중간 나누는 수다로 인해 일할 당시에는 몸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굳이 이런 고통스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은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수다'로 풉니다. 이 수다는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차원을 넘어서 신체적인 '통각'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는데요. 그래서 어머니들은 명절날 그 괴로운 노동 속에서도 중간에 쓰러지거나 병이 나지 않고 명절을 끝마친 후에야 근육통이나 요통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수다'의 기능이 흔한 '진통제'의 기능이 아닌 '환각제', 좀 더 순하게 말하면 '뇌에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부분'을 차단하는 역할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즉 내가 이 고통스러운 곳에서 일을 하면서 근육이나 뼈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는 거죠. 여성분들이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능력에는 이러한 부분이 꽤 크게 작용합니다. 스트레스가 평소 많은 여성일수록 수다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요. 운전하는 여성들은 마치 '명절 스트레스'에 버금가는 이 '운전 스트레스'를 견딜 방책으로 '수다'를 택합니다.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수다 없이 운전을 아예 못하는 분들도 허다합니다. 옆에 누군가를 반드시 태워야 하거나 그 대상이 없으면 운전 시작부터 끝까지 '휴대폰'을 이용해서라도 이 '수다'를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활용하는데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여성의 경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운전을 하는 기능적 제한에 의한 부분 이외에도 또 하나 내가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어버린다는 치명적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운전은 고통이며 스트레스이고 그걸 견디기 위해 '수다'를 사용하는데, 이 수다에는 일종의 환각작용이 있어서 자신이 그 고통스러운 '운전'이라는 것에서 일순 해방되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드렸듯 여성의 운전은 'FM'즉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성향이 강한데 여기에 그 수다라는 환각제가 주입되게 되면 이 데이터를 불러들여 운전에 반영하는 기능이 상당히 약해지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동물적인 감각, 즉 운전 '숙련도'에 의해 운전을 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데요. 운전 방식을 대부분 데이터에 의존하는 여성들의 운전 방식 상 이 단계에 이른다는 것은 거의 '초보' 이하의 운전 스킬로 운전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됩니다. 그들의 운전 경력, 아니 일반적으로 면허를 딴 사람이라고는 상상할수 없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악셀과 브레이크를 잘못 밟았다거나 사고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김여사는 여성 운전자 모두를 통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전 면허를 딸 때부터 지금까지 운전 그 자체가 전쟁이고 스트레스인 사람, 피부의 자외선 노출에 따른 노화에 신경쓰는 사람, 그 모든 최악의 조건을 가진 자동차의 운전석을 앉는 것이 스트레스의 궁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스트레스를 견디기 싫어서 어떻게든 '차 안에서의 수다'라는 환경을 만들어 자신이 '그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와 이 세상 위에서 벌이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일 것입니다.
운전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 느끼고 있고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이 싫으며 목적지의 일이 신경쓰여 운전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것보다 좀 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피할 방법을 찾는다며 '수다'를 택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고통을 줄이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고통과 심한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운전은 자유를 주는 대신 다른 사람의 제한적인 자유를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룰'이 존재하는 세계라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공화국 연구소 - 김여사 그 특별함에 대하여 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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