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21. 23:33
평점 : ★★★☆ (7.3)
생일 : 1960년 5월 5일생
데뷰작 : MBC라디오드라마 ‘여인’ 役
보이스 타입 : 가성구내음과 진성 비음을 조화시킨
진.가성 동시 복합 발성 타입
대표작 : 이누야샤 시리즈 ‘싯포’ 役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마리' 役
GOOD: 특화된 음역이 부담없이 소화하는 유연함
BAD : '목소리 깔기 되게 힘들다' 는 음역적 한계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앤드류 존스’ 라는 선수가 있 다. 성적이 꾸준하고 언제든 홈런을 날릴 수 있는 뛰어난 파워를 가지고 있어, 많은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 이 선수가 대중들에게 많이 화자되다보니, 이 선수에 얽힌 재미있는 농담이 많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같은 중심타자 역할을 맡은 ‘치퍼 존스’라는 선수와 형제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가장 유명한 편인데, 사실 치퍼는 백인이고, 앤드류는 흑인 혼혈이기 때문에 에초에 의미 없는 농담임에도, 아직 그 부분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단지 이 둘은 성이 비슷할 뿐인데, 같은 팀에서 각각 3,4번을 맡고 있는 중심타자이고, 둘 다 비슷한 스타일의 타격 스타일을 보여주다 보니, 혹자는 ‘부모님 중 한 명이 흑인이 아니냐’는 논리까지 내세우며 이 둘을 끝까지 형제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굳이 존스 형제(?)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흔히 우리는 성이 같은 공인이 뭔가 비슷한 스타일의 직업관을 보여준다면 매우 민감한 가족사라는 점을 잊은 채 그들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공인이라면 특히 자신의 직업 세계에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거의 통과의례처럼 스캔들 아닌 스캔들을 치루는 것도, 이미 국민들이 그에 익숙해진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버렸는데, 워낙 다른 충격적인 스캔들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은 심각한 가족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인기를 실감하는 정도에서 웃어넘기곤 한다.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부분을 종합해볼 때 대중들로부터 ‘공인’이라는 인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성우계지만, 무언가 특수성이 있는지 비슷한 이름과 연기 스타일로 처음 성우계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다는 점은 참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에 비해 아직 큰 규모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성우계지만, 성문 (聲紋)이 있는 인간의 특성 상 얼굴을 닮기보다 목소리, 말투가 비슷한 경우는 드문 편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좁은 성우계에 모인 사람들이 닮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우연 치고는 보기 힘든 모습이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특별히 선배로서 후배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고 영향을 받아 비슷한 연기 스타일을 가지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같은 신인 시절을 보냈던 동기라면, 한편으로는 동료애가 진해질 수도 있겠고, 혹은 라이벌로서 스타일이 같다는 부분 때문에 서로를 의식하며, 혹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만 하는 성우의 숙명(?) 탓에 다소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지도 모르지만, 팬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경쟁을 지켜보며, 일종의 어부지리를 얻는 기분이 들어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난형난제
무려 6년만에 성우 공채를 재개했던 MBC는 이후의 방송 성향과 프로 그램의 버라이어티성을 의식했는지, 공채 기준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지게 되어, 8기 이후부터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성우들이 기수를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6년이란 시간은 무시 못할 부분이긴 하지만, 컬러 방송이 시작되고 그때까지 타 방송사와의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던 MBC가 여의도 스튜디오를 준공하는 등 자사의 방송 색깔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져 있어 쉽게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좀 더 젊은 색깔을 강조하며 멀티플레이어보다는 각각의 유닛 별로 개성 있는 색깔을 가지게끔 성우진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도 당시부터 시작된 정책으로서 비교적 후발주자였던 MBC극회가 지금처럼 KBS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당시의 과감한 정책적 시도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거센 개혁의 바람 속에서 새로운 스튜디오와 함께 성우계에 발을 딛은 이선호 역시 대내외적으로 조금은 색다른 의미의 성우로서의 역할을 요구 받았겠지만, 활동 초반에는 그녀의 존재를 확실하게 느끼기엔 82~83년에 함께 데뷰했던 동기들의 개성이 너무나도 강했던 탓인지, 눈에 잘 띄지 않는 선에서 두드러지지 않게 조용히 정석대로 경력을 쌓아가는 평범한 성우로서 당시의 이선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데뷰 초기부터 자신의 색깔과 개성을 가진 채로 섹션형 성우를 표방했던 동기들과 다르게 한동안은 자신의 무기에 대한 혼란기를 겪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할 만큼 필자 역시 그녀의 데뷰 초창기 연기는 그녀의 이름 석 자를 확연히 각인시킬 만큼 두드러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그녀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기점으로 다소 뒤늦은 변신을 시도하게 되는데, 본인에게 있어서는 어떤 가능성이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10년째에 접어든 성우생활에 있어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어떤 한계를 먼저 느끼고 변화를 시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당시 ‘마리’의 연기는 현 시점에서 이후 그녀의 여자 연기를 좀처럼 듣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자처하고서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 을 다한 모습이 지금도 느껴지곤 한다. 물론 이후 그녀의 연기 변신이 대성공을 거두며 지금의 MBC 소년 스타일 성우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되지만, 아무리 성우가 평생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10년차 성우가 연기변신에 신무기 장착을 한다는 것은 평균 이상의 스텟을 찍어주던 투수가 서른 살에 느닷없이 타자로 전향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소 결과론적인 관점이지만,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큼 멋진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전 작품에서 충분한 연기성장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아 왔고, 그에 따른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만일 연기변신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도 안정적인 성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의욕이 분명 있었겠지만, 만일 그녀가 앞서 선발주자로서 입지를 굳힌 소년형 스타일 성우들에게 데뷰 이전의 초심으로서 도전장을 던진 과감함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이선호로서 가능할 수 있었던 멋진 연기들을 팬들이 즐길 기회를 갖을 수 있었을지... 새삼스럽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언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생일만큼이나 항상 신선하고, 거짓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나를 감동시킨 배역.
Manta Oyamada - Shaman King
『 비슷한 연기 컨셉을 가지고 있는 성우 이선주 역시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성우들에게 있어 어린아이 컨셉의 연기 스타일은 언제나 성별을 불문하고 성우들의 목을 혹사시키는 주범이 되곤 한다. 최근 치명적인 부상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박영희 역시 같은 문제가 원인으로, 비교적 남자아이 연기는 펄스 변화가 적어 부담이 덜 하지만, 활달한 스타일의 여자아이나, 악동 컨셉의 남자아이 캐릭터는 연기 스타일을 갖추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성역이 가장 극한으로 쥐어짜는 기교형태의 발성을 하면서도 톤을 일정하게 안정화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여자 성우들에게 있어 남자
아이 캐릭터는 성우 생명을 늘려주기도 하지만, 캐릭터에 따라 성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향 컨셉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굳힌다는 건 그만큼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연기 경력을 편중되지 않고 여성향 캐릭터를 섞어 고른 활동을 해 왔던 이선주와는 다르게 이선호의 경우 92년도에 연기 변신을 시도한 후 대부분의 배역을 남자아이 캐릭터에 편중되는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연기 생명에 있어 이제 조금씩 한계를 드러낼 때가 왔으리라, 인식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선호는 그러한 필자의 우려 섞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야마다 만타로서 잠시간의 공백을 깨고 멋지게 복귀, 그녀의 남자아이 연기 10년 후 또다시 한계를 느껴 연기변신을 시도했을거라던 필자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순도 높은 연기를 팬들에게 선사해주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필자가 강력추천하는 그녀의 샤먼킹 예고편 시리즈는 팬이 아니라도 필청 가치 120%!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가 에반게리온이 한창 히트를 친 이후에 가졌던 수많은 인터뷰들 중에서 항상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저는 언제까지나 소년으로서... 물론 외모를 어떻게 소년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만 (웃음) 적어도 외모에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로 억지 어른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어른이 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고 저는 죽을 때까지 소년으로서 작품 활동에 임할 것입니다. 그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죠.’ 〕
흔히 사람들이 성공을 한 뒤에 그 성공한 사람에게 성공 비결을 묻거나 혹은 묻지 않더라도 제 3자가 그의 성공비결을 조사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다름아닌,‘철저한 프로정신’… 대부분 규칙적인 삶을 추구하고, 철저하게 자기 노선을 걸으며, 다른 곳은 처다도 보지 않는 소신 있게,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성공담이 우리에게 다큐멘터리로 보여지며 마음속에 서사된다. 이 때문에 당시 안노 히데아키의 인터뷰는 지금까지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그의 끝없는 창작적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 것인지, 아니면 애니메이션을 어린아이의 전유물로서 본 것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그 중 유일하게 한 목소리가 나오던 부분은 다름아닌 ‘프로가 할 말은 아니다’라는 반응이었는데, 이는 사람들이 평소 얼마만큼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프로의식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흔히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의 보수로서 지급 받는 능력 보상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추어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가치를 페이로서 보상 받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며, 프로는 그와 다르게 자신의 능력 보상 페이로서 생계를 연관지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아마추어에 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데에 있어 지독히 보수적이다. 아마추어는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롭기에, 무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든지, 혹은 어떠한 부분을 동경해서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다든지 하는 인생의 변신에 거리낌이 없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곤 하는 ‘젊어서 좋구만’ 이라는 말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적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매 시간마다 생존을 위 해,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의 책임감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를 가로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셀러리맨들이 마음 속으로 하루에 사표를 스무 번 이상 썼다가 찢어버리는 것도, 정리해고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젊은 우리의 생각으로 볼 때 그냥 새로 시작하면 될 일이지만, 그 나이대의 사람들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에서 투자한 시간 만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된 이후에 백의종군으로 새로 시작하는 도전을 한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며,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레고 블록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자신이 좀 더 멋지게 조립할 생각이 들면, 만들 때의 힘들었던 기억을 뒤로 하고 과감히 부수지 않는다면, 추후 당신의 손에서 언젠가 완성될지도 모를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조립 완성품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를 테니까...
- Rush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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