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5. 3. 6. 23:36

평점 : ★★★ (6.4)

- MBC 11기 (1993) -
생일 : 1968년 1월 3일생
데뷰작 : MBC라디오드라마 격동 30년 ‘군중’ 役
보이스 타입 : 복음을 거의 섞지 않은 구내음과
강한 비음을 혼합한 설교식 가성 타입
대표작 : 왕도둑 징 ‘징’ 役
바람의 검심 시리즈 '사가라 사노스케' 役
GOOD: 부드럽고 담백한 느낌의 보이스 타입
BAD : 저음 영역을 소화하기 힘든 제한적 성역

이상한 사람에 대해서 언급한 어떤 만화동인의 코믹 강좌도 있었지
만, 인간이 풍기는 어떤 이미지는 만들어간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행여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만든 기간만큼 화장 혹은 가면이 짙고 두꺼워질 뿐이며, 그래 봐야 지워지지 않을 화장이나 벗겨지지 않는 가면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 물론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지워지지 않을 화장이나, 가면이라면 이미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본래의 이득과는 상당히 먼, 오히려 당사자를 대단히 피곤하게 만드는 개체가 될 뿐이니까, 뼛속까지 ***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 법이다. 도끼나, 회칼 같은 연장보다는 내뱉는 말 한마디에 살기를 담아 상대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사람이 진짜 무서운 법이며, 투수가 타자에게 느끼는 압박은 비단 작년 시즌의 홈런 기록이라는 수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듯, 풍기는 느낌이라는 것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바꾸려 해도 성형수술처럼 잘 안 되는 점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아주 어렸을 적 TV에 나오는 개그맨들의 개그들이 전부 리얼 애드립인줄로만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적어도 개그맨이라면 사람들을 웃기는데 있어서 설마 대본을 따로 받아서 웃음을 주는 식의 편리주의는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법 거리가 있어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다소 실망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 대본만 있으면 누구나 다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텐데, 어째서 저 사람들은 편하게 밥을 벌어
먹을까? 한동안은 이것이 필자의 가장 큰 미스터리였으나 이후 같은 대본이라도 어떤 사람이 그것을 연기하고 이야기해주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철저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는 대단히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필자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줄 알았으니, 노력과 재능 이외의 요소가 편협적으로 직업관에 작용한다는 점은 상당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어쨌든 말 그대로 직업관 자체에 대단한 편견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타고난 재능과 노력 이외에 DNA(?)라는 게 분명 작용한다고 그렇게 믿게 되었다. 저 사람은 정말 연기를 열심히 하고 객관적,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완벽한데, 가슴에 차 오르는 게 없는, 흔히 말하는 2% 가 부족한 것 같은 연기자가 있는가 하면, 여타 연기자들에 비해 특별히 잘한다고 보는 부분이 없는데도, 연기, 대사 하나하나가 인상적인 사람이 분명 있다. 마치 신만이 알고 있을 듯한 이런 부분이 존재한다는 건 아무리 문명으로 밀어부처 인간복제를 한다고 떠드는 인간들이 아직 신에게 도전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조금은 복잡한 생각들이 들기도 한다.

성우 최원형
80년대 이전 신파극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그 시절에는 진지하고 목소

낮은음 연기의 대명사 박일

리를 분위기 있게 내지 못하면 성우로서 명함도 제대로 못 냈었고, 이후 이인성을 시발점으로 대대적 변혁기를 이루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남자 성우를 평가하는 기준에 있어서 풍부하고 부드러운 저음 발성은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기본이었다. 남자 성우 지망생들은 목소리가 가늘고 펄스 파형이 제대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고, 덕분에 남자 성우들 중 기교형 성우가 지금도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기수별로 몇몇 성우들이 타고난 가벼운 목소리 톤을 극복하고 성우극회의 이름을 올린 적은 있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활약해온 성우로서는 최원형이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인데, 그가 어느 정도 노력파인지, 아니면 타고난 천재형인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목소리가 진하게 나오지 않는 일종의 패널티를 감안하면서도, 나름대로 창안한 독특한 캐릭터 연기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는 점이 필자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위 히딩크의 파워축구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 몸이 약한 태크니션들이 찬밥을 받고 있는 와중에 파워가 약하다는 단점을 조금도 고치거나 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만을 강조하며 뛰어든 셈이니, 성우계 자체로서는 나름대로 신선한 부분을 부각시키려 했는지도…) 아무튼 가시적인 활약 측면에서는 꾸준한 출연과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연기폭으로 확 눈에 들어올 만큼 눈에 띄는 대작을 맡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조연 경력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진정 놀란 것은 그가 타고난 천재라거나, 특별히 노력한 흔적 없이 다른 성우와는 다르게 평범한 연기 속에서 사람을 흡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목소리가 얇다는 것은 그만큼 강렬하지 못해 뇌리에 남기기 어려운 패널티를 갖지만 최원형의 연기는 분명 얇고 가벼운 목소리임에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는 무언가를 주곤 한다. 굳이 연기로서가 아닌 그 이외의 무언가로서 캐릭터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처럼, 필자가 생각해도 정말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필자의 느낌은 확실히 연기력 이외에 그가 승부하는 무언가가 따로 있는 양 착각하게 될 정도인데, 왠지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가볍게 툭 내뱉듯 나오는 대사들이라도 그 속에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즉 풍겨지는 이미지만으로 캐릭터를 제압하는 타입의 인간이 성우계에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구자형의 이미지로 굳어져버린 슬레이어즈의 제로스 연기를 대단히 훌륭하게 소화해 낸 점을 생각해본다면, 필자의 이런 생각도 전혀 기우가 아님을 인식하게 되곤 하는데, 무한경쟁사회의 극을 달리는 성우계에서 이미 평범함은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대단히 필사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최원형의 무기는 지금의 그 무엇보다 색다르긴 해도 결코 무디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를 감동시킨 배역.
카스칼 선생님 - 赤ずきん チャチャ
『 소년 기사 라무와 함께 주중 애니메이션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빨간망
토 차차, 앞서 컬럼에도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무언가 연속되는 스토리로서 지구를 구한다는 식의 로봇메카물 라무보다는 가볍고 편한 소재를 다룬 집단개그물이었던 차차쪽이 필자에게는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은 MBC에서 최대한 자사 극회 성우들로서 배역을 꾸린 애니메이션들 중 가장 화려한 성우진을 기용한 작품으로 팬들 사이에서 최근에까지 손꼽히곤 하는데, 당시 외화에 주력하던 중견 성우들과, 이제 막 신인 티를 벗기 시작한 신인들의 절묘한 조화는, 특별히 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4쿠르 이상의 장편 시리즈를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필자가 최원형에 대한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작품도 바로 이 작품부터인데, 카스칼 선생님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일반적으로 그 캐릭터에 자신을 맞추거나, 혹은 이미 레코딩 된 1차 레코딩에서 연기하는 감정 스타일을 흉내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어느새 그의 카스칼은 추후 듣게 된 1차 레코딩 버전과 SBS방영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최원형만의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한 작품 내에서 성우의 연기력, 아니 그 이외의 부분이 캐릭터를 기억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인지하게 만들어준 것도 그의 카스칼 연기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상적인 연기란, 목소리를 심하게 내려깔면서 분위기를 잡는 무겁고 허스키한 목소리도 아니고, 외계에서나 들을 수 있을법한 서커스 같은 발성도 아니라는 것을 그는 그렇게 카스칼이라는 캐릭터 뒤에 숨어 우리에게 주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나를 좌절시킨 배역.
Pseudo - Bastof Lemon
『 사실 우리나라 성우들에게 있어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아킬레스건이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그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성우들은 대부분의 레코딩 작업을 자신이 받아 든 대본에 의존하기보다는 1차 레코딩된 애니메이션 성우 혹은 영화배우들의 목소리, 말투 타입에 의존하여 연기를 펼치는데 오랫동안 너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흔히 드는 예로 NG라는 방어막이 있는 TV 드라마 탤런트들의 연기가 연극 극단 출신 배우들의 연기 내공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처럼, 라디오 드라마보다는 애니메이션, 외화 더빙이 성우 스케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성우들의 스케줄 수첩을 생각해본다면, 성우계 스스로 더 높은 곳을 향해 간다는 노력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며, 보다 오랫동안 성우계에 남아 안정적으로 직업을 유지하겠다는 다분히 보수적인 부분이 내포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90년대 이후에 데뷰한 성우들의 창작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실질적 연기력은 한숨이 나올 정도였으며, 당시까지만 해도 최원형에 대해서 위와 같은 이유로 다분히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배역진에 포함된 다른 베테랑 성우들 (송도영, 구자형, 이현선, 한인숙, 김희선) 속에 주연으로 포진하고 있는 최원형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방영 전부터 심하게 든 것 같다. 특별히 요점 없는 총평을 내린다면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성우들 속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잘 해낸 셈이지만, 평소 그의 색
깔을 조금도 발휘하지 못한 채로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캐릭터의 색깔을 잊은 채 자신의 페이스로 캐릭터를 묻어버리는 식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연기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그에게는 필자가 기대한 그 무언가를 해내기에는 좀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작사들이 캐릭터 컨셉에 맞지 않는 부분을 감수하고, 3배 이상의 페이를 지불하면서까지 A급 성우들을 창작 애니메이션에 투입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닌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신인들의 패기 있는 연기를 작품 속에 녹이려는 바람은 제작자, 팬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만, 아직 제대로 된 양성 체제가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 성우계에서 창작 애니메이션 배역의 베테랑 선호 현상을 개선할 여지는 아직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도 지금과 같은 일부 Big Unit 들의 커리어 집중 현상이 계속된다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창작 애니메이션의 소재 자체에도 국내 성우계의 현실적 제약이 적용될지도 모른다. 특히 최원형은 데뷰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일본식 청년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가볍고 청량한 타입의 성우로 평가하면서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성급한 판단이지만, 실전에 약한 그의 현 모습에 아쉬운 기분은 지우기 어려울 듯 』

최원형 vs 세키 토모카즈(성우 비교분석 코너에 대한 설명)
열혈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세키 토모카즈, 젊은 나이에 목을 너
무 혹사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가 깨지는지 어떤지는 조금도 개의치 않은 채 캐릭터가 처하는 이벤트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연기 스타일을 보여주곤 한다. 그의 데뷰 시점과 일본 애니메이션 트랜드 흐름이 비교적 잘 맞은 탓인지, 데뷰 시기에 비해 주연급 경력을 대단히 많이 쌓을 수 있었던 운 좋은 성우이기도 하다. 일본쪽 성우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라서, 쏟아지는 수요에 비해 10대 중 후반 소년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성우들의 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여성들의 소년연기로서 커버가 불가능한 캐릭터들을 몇몇이 독식하고 있으며, 세키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그 때문인지,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연기력 저하는 없지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중 약 80% 정도가 열혈 소년 캐릭터이다보니, 실제로 내면 연기(?)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곤 한다. 특히 대본이 다소 부실하거나,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특이한 설정의 캐릭터, 조연급 중에서 베테랑급 성우진이 포진되어 있지 않은 채 자신이 이야기 자체를 이끌어가야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경우 마치 애니메이션 작화가 갑자기 떨어지듯, 연기력이 급하락하기도 한다.
세키는 전체적으로 성량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최원형은 그 부분이 다소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역시 공정한 조건에서의 비교 자체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연 연기에 약하거나, 애매한 캐릭터 설정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한다는 점, 목을 아끼지 않고 (최근에는 다소
목을 사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그 캐릭터를 지배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다. 10대 중 후반의 쾌활한 타입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보이스 타입을 가졌다는 부분이라든지, 주,조연 배역 중에서 극을 이끌어나갈 베테랑 성우 연기자가 없을 때 연기 페이스가 흔들리는 점도 닮아 있는 부분 중 일부분, 1차 레코딩에 있어서 배역이 겹치는 부분은 아직 거의 없지만, 우선적으로 세키가 맡은 캐릭터는 최원형에게 있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 배역이 많다. 무엇보다, 일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최원형의 성우 예찬론은 다른 그 어떤 부분보다 세키와 닮았다고 필자가 확신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작곡의 제일 첫 작업으로 드럼 파트 제작을 한
다. 그 뒤 베이스를 넣고, 피아노 등으로 그 음악의 색깔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음악 공정은 어린 시절 이름이 잘 기억 나지 않는 클래식 음악 작곡가가 강의한 음악 작곡 강의와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음악을 만드는데 철칙으로 굳어진 바이블로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음악 요소에서 베이스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실제 실생활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실험으로 듣고 있는 MP3플레이어의 이퀼라이저 제일 왼쪽에 있는 저역 주파수를 최저치로 내려보면 음악이 얼마나 어색해지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일지라도 그렇게 저역을 없엔 상태로 듣게 된다면, 그 음악이 과연 인상에 깊이 남을까? 최근 현대음악들이 네티즌들로부터 음악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특별히 그들이 음악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한다기보다는, 베이스를 단순화시키거나 혹은 무시하고, 듣기 좋은 대역폭에서 보컬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의 제한적 음악만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게 남지 못하고, 예쁘게만 부르려는 여자 보컬들과, 깊고 힘차게 부르지 않고 마디마디가 굉장히 짧게 끊어지는 신화 같은 남성보컬들이 특별히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한 몫 하고 있으며, 그만큼 대중들에게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조건 하에 자신을 각인시킨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이야기들이 정설이라면, 가요 프로그램 1등을 하는 가수들은 인기도면에서 도토리 키재기가 될 만큼 하향평준화가 되어야 옮지만 알다시피 현실은 좀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임팩트 없는 보컬 스타일의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는 가수 ‘비’, 최근까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비의 보컬은 앞서 필자가 언급한 것처럼 그렇게 인상에 깊게 남을 만한 보컬은 아니지만, 그는 그가 가수로서 무대에 오를 때 그 무대를 지배하고 그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게 아닌, 노래를 자기 자신의 일부로서 지배해버린다. 그래서 비의 보컬은 특별히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음의 높낮이도 다양한 편도 아니고, 언뜻 들으면 곡의 두서가 없게 들리기도 한다. 때문에 그의 보컬 스타일은 꽤 간단
해 보이지만, 많은 개그맨들이나, 가수들이 마치 유행어처럼 그의 보컬 스타일을 따라하면서 간혹 아주 비슷하게 흉내내는 사람이 있더라도, 비의 오리지널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노래인데, 그냥 노래 중간에 숨소리를 들려줄 뿐인데, 그가 들려주는 숨소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듯이, 노래 자체는 아량곳 하지 않고 비가 풍기는 무대 위의 카리스마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당하곤 한다. 이런 부분들은 일반적인 통념 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아니더라도, 베이스 없는 유로비트 음악이 정통 록을 주창하는 일부 뮤지션들에게 한때 날림 음악이라 혹평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하나의 주류 음악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그 사람만이 가진 DNA의 힘이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이라는 성공의 교과서를 가볍게 부정할 수 있다는 부분 역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개성’이라는 것과 더불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자신을 지배하고 자신의 일을 지배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진정 매료시킬 수 있는 법이니까...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