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한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바라며 행여 공중파가 '쇼바이벌'의 실패를 들어 다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까봐 걱정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
문제의 글을 보시려면 클릭, 공교롭게도 슈스케 1기가 막 시작한 직후였다. 당시의 정보 부족에 반성해야겠다) 그런데 바로 그 쇼바이벌로 실패한 MBC가 위대한 탄생을 들고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케이블이라 제작 소재에 자유롭기 때문에 지금의 오디션 방송 붐에 얼마든지 편성할 수 있는 벤처성이 있지만 공중파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워낙 편성국의 힘이 막강하기때문에 신인 PD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획을 가지고 방송을 제작하고 싶어도 그 기획안이 뜰 수 있는 시기를 잡을 수 있는 유행성을 가지기가 매우 힘들다. 대부분 그런 기획안은 유명 프로그램의 특집 기획으로 흡수되기 일쑤며 기획 자체가 장기성을 갖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는 건 거의 있을 수가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철벽의 공중파라고 할지라도 가끔 신인 PD들이 주류로 들어올 수 있는 찬스가 있는데 바로 '정권 교체', 즉 사장이 바뀔 때다. 무한도전의 탄생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4개 기획 연합 프로그램 '토요일'의 탄생 시기가 바로 최문순 사장 초기 봄 개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는데, 당시 진정 풋내기에 불과했던 제작진들과 토요일 4개 기획 중 출연진 혹사 문제와 슬랩스틱 장르로 시대에 뒤떨어진 기획이라며 폭풍까임을 당하던 무한도전만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장수할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만일 이들이 최문순 교체라는 시류를 타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역사에 남을 만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토요일 저녁에 만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토요일'을 구성했던 다른 3개 기획이 참신성에서는 앞섰지만 '명절 특집'수준의 밑천이었을 뿐 이렇다할 장기 플랜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 무한도전 제작진은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시즌 3까지의 탄창을 충분히 준비할 만큼 급조하지 않은 오래 준비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기획을 이미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을것이고, 그것이 토요일의 시청율 완패 속에 다른 PD들이 경험밑천을 드러내며 자멸한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위대한 탄생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물론 김재철 사장 취임과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재철 사장이 눈에 가시처럼 어겼던 W(공교롭게도 최문순 사장 당시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무한도전과 함께 가장 장수한 프로그램)를 온갖 반대 속에 내린 만큼 그에 걸맞는 임팩트를 가진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그것이 위대한 탄생이다. 많은 분들이 '위대한 탄생'을 마치 '슈스케'가 2기까지 대박을 낸 상황에서 W의 자리를 매울 프로그램으로 급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분들이 많으신데, 아무리 MBC가 막장 시청율로 전락해도 오랫동안 토착화된 공중파의 보수성을 깨버리면서까지 파격인사를 단행할만큼 어리석지 않다. 위대한 탄생은 결코 급조된 프로그램이 아니며 일면 제작진의 경험부족으로 인한 운영상의 미스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경험 부족'일뿐 '기획의 급조성'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대한 탄생은 슈스케와 전혀 닮아있지 않다.
위대한 탄생은 MBC가 공중파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아무리 PD가 신인이라 할지라도 최소 2년 이상은 '머릿 속'에 담아두고 습작을 하듯이 이리 저리 살을 붙이고 덩치를 불려나갔을 기획일 것이다. (일단 신인이라고 보기도 힘든 제작진이고) 물론 이 과정에서 슈스케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인재풀로 상대가 안되는 케이블계 기획을 따라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붙은 살의 일부에서 슈스케의 흔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뼈대의 태생은 완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탄의 모델은 바로 이것 '브리티즈 갓 텔런트'라고 보고 있다. '응?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자나?'라고 의야해하실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바로 이 점이 위탄과 슈스케의 차이를 가르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양쪽의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인데, 일전 필자가 SBS 스타킹을 까면서 쓴 글의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전략)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자신들이 연출해낸 최고의 상품 '폴 포츠'를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내세울 수 있었다. (후략)
우선 슈스케부터 보자 그들이 롤 모델로 삼은 프로그램은 두말할필요도 없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지금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혹평과 그들로 인해 점차 수준이 높아지는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즉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출연자'다. 지금이라도 당장 슈스케라는 키워드로 다음뷰에 검색해보자, 우승자 허각을 비롯해, 존박, 강승윤, 김그림 등 포스팅 된 대부분의 소재가 '프로그램 자체'가 아닌 출연한 출연자들에 모아진다. 즉 슈스케는 철저하게 출연자를 띄우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마지막에 각 출연자들의 뒷 배경스토리를 짜맞추며 감동을 자아내는 등 엇나간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초기 기획에서 방송분량 연장을 위한 일시적인 살붙이기였을뿐, 본질이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슈스케는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아메리칸 아이돌의 형식을 택했을까? 필자가 쓴 부분을 다시 한번 인용해보자,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답이 나왔다. CJ 소속의 MNET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케이블 방송사에 그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무려 코스닥에까지 상장되어 있으니) MAMA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방송의 힘을 빌어 이미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연예기획사인 M.NET을 주류로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그런 그들에게 아메리칸 아이돌의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킨다는 힘' 은 그보다 더 매력적일수 없었을것이다. 자금력으로는 어디 내놔도 뒤떨어질리 없는 CJ가 슈스케의 장대한 기획에 돈을 마음껏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기업의 많은 관심과 의욕에 비해 정말 불쌍하리만큼 주류에서 몇 발짝 벗어나 있는 CJ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주류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슈스케는 프로그램 그 자체보다는 '우리도 스타를 이런 식으로 발굴해서 메이저로 진출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M.NET이 주류로 갈 수 있을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엠넷은 사실 슈스케 이전부터 오디션 이벤트에 꽤 공을 들이던 편이었다.
슈스케는 그 괴물같은 시청율 기록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크게 흑자를 보았다는 기사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 처음부터 제작비를 회수할 생각이나 방송으로서의 프로그램 본연의 가치를 띄울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스개로까지 쓰였던 코카콜라를 비롯한 몇 되지 않는 고정 스폰서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는데, 만일 공중파였다면 그 정도 시청율 기록으로는 즉시 삼성도 따올 수 있을 만큼의 행동력을 보였겠지만 슈스케는 그러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었다. 에초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 생각이 아니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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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위탄은 슈스케와 에초 태생부터 다르다. 공중파는 광고 수익을 중시한다. 때문에 MBC는 철저하게 시청율에 우선한 운영을 해야만 하기에 급조된 기획이란 에초에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할 지언정 아무리 편성이 급해도 신인의 급조된 플랜을 덜컥 방송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항간에 떠도는 슈스케 표절, 위탄 급조설이 적어도 나는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온미디어도 아니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다. 아무리 소인배로 전락했어도 왕년 양반께서 차라리 망하면 망했지 체면을 깎을 짓을 했을 리가 없고 할 수도 없다. 대기업 조직이 그 정도로 형편없었다면 김재철 사장이 재신임을 받았을리가 없다.
이 짓을 했는데도 안쫒겨났다는 건 아직 조직력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거다.
우선 슈스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살펴보자, 이들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는 있지만, 방송 전반적으로 '출연자'가 주가 되지 않는다. 물론 시청자의 의견보다는 보다 카리스마있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기준한다는 식으로 다소 폐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왜 슈스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청자 참여 비중을 크게 두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간단해지는데, 그렇다. 위탄은 사실 '
이 방송을 통해 가수를 키울 생각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MBC는 기업이다. 기업은 절대 자신들이 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MBC는 출연자들이 미래에 잘 된다고 특별히 득이 될 게 없다. 아무리 위탄이 오랜 기간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기획한 작품이 반드시 '장기 방송'이 될 거라는 이유는 없다. 즉 위탄은 급조는 아니더라도 단기 기획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위탄이 슈스케처럼 2기를 기획하거나 하지 않는 한 출연자들의 성공은 그 방송 타이틀의 가치를 높여주기는 하겠지만 MBC 자체의 가치에는 그닥 영향이 없고 수익적 측면에서도 미비하다. MBC에서 데뷰했다고 해서 그 스타의 권리를 사실상 얼마나 가질 수 있겠으며 설령 꽤 많이 가진다고 하더라도 공룡 MBC에게 코끼리 비스킷이나 될까?
돈이 남아도는데 굳이 이 진흙탕에 들어가 무엇하리...
그런 이유로 MBC의 위탄은 아메리칸 아이돌보다는 '브리티즈 갓 텔런트'를 지향하고 있다. 즉 그곳에서 나오는 스타가 '음악적'으로 성공하기보다 '화제성'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며 그로 인해 자신들이 '음악계'가 아닌 '대중문화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출연자가 실제 음반을 내고 얼마나 팔았는가보다는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그 자체로' 화제를 뿌리며 '그 프로그램'에 나온 그대로의 이미지가 얼마나 먹혔는지를 예의 주시한다. 즉 그들은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다는 '미인대회 출신 **' 나 '독설가 심사위원의 의외의 모습',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의 혼이 담긴 멘토'등 방송 내용이나 설정에 얽힌 출연자, 특히 오디션이 참가자보다는 고정 출연자 즉 '심사위원'의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데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슈스케는 화제를 뿌릴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건 '출연자'들이었다. 누가 노래를 못했네, 누가 인성이 거지같네, 누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등등 주로 노래로부터 시작해서 노래로 끝났다. 그런데 위탄은 누가 외모가지고 심사하네, 누가 자상한 평가를 하네, 누가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네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디션에 누가 올라왔는지에 대한 화제성은 덜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는 정말 어이없게 '멘토링 시스템'이라는 (아마 우타스타의 헌터 시스템을 참조한 듯 싶은데) 것을 도입, 심사위원의 비중을 극대화하면서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짓는다. 위탄은 출연자의 가창력에 감동하고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와 심사위원의 인간적인 하모니와 출연자의 '냉혹한 일면 속 자상함'에 빠져들게끔 만들어졌다.
이게 정말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맞나?
실제로 브리티즈 갓 텔런트에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웰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닮아있는데, 제작진이 그가 정말 심사를 철두철미하게 하기 때문에 스카웃한 것일까라고 생각해보면 좀 아닌 것 같다. BGT는 그의 '철두철미한 심사능력'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고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충분히 과시했던 '냉혈안같은 이미지'가 필요했다. 시청자들은 사이먼 코웰이 그 곳에 앉아있기만 해도 '아 저 사람 또 독설한방 날리겠구나' 싶은 진지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이먼 코웰 이외에도 브리틴즈 갓 텔런트의 심사위원들은 그렇게 제각각 캐릭터 롤 즉 역할적 개성이 분명하다. 누구는 매번 펑펑 울면서 시청자들을 동요시키고, 누구는 사람좋게 웃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리고 사이먼 코웰은? 여전히 독설을 내뿜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아 정말 어쩔 수 없구만 허허허, 내가 졌다' 식의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겉다리로 방청객들이 노래 시작부터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노래 시작부터 무대 내내 바람을 잡게 되면 시청자들은 이 압도적인 감동의 물결에 매료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코웰이 달라졌어요.jpg
당연하지만 이런 감동 키워드는 시청율을 극대화시키는 수단으로 최적화되어 제작되며 이렇게 높아진 시청율은 시시각각 광고주에게 반영되어 능동적으로 광고 수익을 증대시켜준다.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시청율은 최근 거의 시망하다시피한 MBC예능국에 예산을 다시 배정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출연자들은....글쎄 오디션 참가자들이야 에초 MBC가 정말 가수 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이미 범국민적 시청율을 자랑했던 악동클럽을 한번 말아먹었던 전례가 있는 MBC가 그에 반도 안되는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 출신의 가수를 메이저까지 진출시킬 수 있을까? 무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에초에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의 살림은 좀 나아질까? 애석하지만 방송을 거의 살리다시피 한 심사위원들도 이 방송에서 얻는 득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일단 이은미씨를 비롯해 기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속속 늘고 있다는게 문제인데, 이 방송은 철저하게 '대본'에 의해 이루어지는 '제작능력 과시용' 방송이기에 출연자들이 정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그 이미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속속 변해가는 이른바 '츤데레' 캐릭터 이미지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좀 완고한 이미지 자체로 지지를 받았던 심사위원들은 이후 이 '페이크 다큐'같은 프로그램에서 설정된 이미지를 그대로 믿는 시청자들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방송 종료 후 권리세와 동반 시망이 예상되시는 이분...
솔직히 슈스케가 아메리칸 아이돌을 벤치마킹하던 위탄이 브리틴즈를 표방하던 딱히 방송사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걸 보는 시청자들이 아직 방송은 방송이고 설정은 설정이다라는 걸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는 점인데, 아직도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좀처럼 악역 이미지를 벗기가 힘들고, 한번 벗기 시작한 배우들은 그 이미지가 박혀 다른 역할을 맡기가 힘든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연예계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방송사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잘 분간이 안 가도록 제작하는 것이야말로 능력있는 프로그램 제작의 척도라고 굳게 믿고 오늘도 시청자들을 현실과 가상의 아슬아슬한 경계 속으로 초대한다. 물론 그에 따른 욕을 먹는 역할은 어디까지나 출연진들의 몫이 된다. 미수다때도 그랬고, 막말 방송이 그랬다, 그렇게 총알받이를 눈 앞에 세워두고 그들의 등 뒤에서 방송사는 조용히 돈을 세고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모든 것을 현실과 연결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방송에서 선한 말을 하던 악한 말을 하던, 어디까지나 방송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할 뿐
그게 그들의 본연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TV가 이 땅에 보급된지 반세기가 넘었고
컬러 TV가 30년, HD가 시작된지 10년이 다 되가는 나라의 시청자라면
연예인을 가족처럼 아끼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회일비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구분해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필수 덕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