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5. 7. 16:13
일단 박재범이 왜 지금 시기에 뮤뱅에 나왔는지 재미있지 않은가? 타이밍 정말 기가 막히다. 2PM은 국내 활동을 잠시 쉬고 일본에 아예 넘어가있는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JYP계열 그룹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는 이 기막힌 틈새시점에 이른바 '얼리버드 복귀'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기획사들의 철저한 동업자 정신(?)으로 라디오 및 TV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가운데 순수 팬덤만으로 1위에 올려버리는 일찌기 보기 힘든 사례도 탄생시켰다.


놓치고 있는 첫번째는 이같은 특수한 환경이다. 박재범의 1위에 대해 뮤직뱅크의 순위 산정 기준을 들먹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 뮤직뱅크의 순위 방식 중 가장 의야스러운 점이 바로 '디지털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이 아닌 '시청자 선호도'와 '방송 노출도'다. 음반이나 음원은 얼마든지 수치상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 시청자 선호도는 대체 어떻게 분석하는지 데이터도 나와있지 않다. 방송 노출도? SM의 캡숑파워로 거의 모든 TV프로그램 엔딩곡이 f(x)의 피노키오로 도배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시청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인터랙티브함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까?

놓치고 있는 두 번째가 바로 이 인터랙티브함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에는 애석하게도 디지털 음원 이외에 종합적인 판매량 순위를 확인할 이렇다할 근거가 없다. 여기에 철저하게 비주류 지하돌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박재범 팬덤의 타의적 폐쇄성 탓에 도무지 어느 정도의 잠재적인 인기가 있었는지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는 박재범 팬덤이 의도적으로 지하돌 활동을 원했던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이들이 '팬 활동'이 아닌 '응원'형태의 활동 방식을 추구하면서 다른 팬덤, 특히 JYP계열 팬덤과 자주 부딪혔음은 물론 방송 노출이나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팬 개개인의 활동만으로 미디어 노출을 이루기 어려운 장애물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즉 블로거들은 기획사들의 알력관계를 너무 얕보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업계 내에서는 그 이상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게 그들인데도 말이다.

  세 번째로 놓친 부분은 바로 이들의 '구매 성향'이다. 박재범의 팬덤은 너무 오랜 기간 '지하돌'화 되어 있어 마치 찌르면 걷잡을수없이 폭발해버릴듯한 극도의 코어성이 내재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즉 지금의 박재범 팬덤은 많지 않은 인원 속에서도 구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른바 '무조건 산다'는 절대구매층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의 경제력 역시 현재의 아이돌 팬 연령대보다 현저히 높게 형성되어 있는 탓에 충분히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구매 목적 역시 지금까지의 아이돌 구매 성향과는 크게 다른 '순위'를 높이기 위한 '주식시장'의 작전 세력과 같은 치밀하고 고차원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물론 '실제 인기'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박재범 팬덤이 '실제 인기'라고 우기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도 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단 한주만이라도 그를 1위로 끌어올려 뮤직뱅크가 결과를 무시하기 어렵게 해서 박재범을 출연시키고 박재범의 1위 수성을 발표하게 만드는 '짧고 굵은' 응원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은 방송에 나오게 되어 한 번이라도 듣게 되어 아주 조금이라도 그들의 팬덤이 수가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활동이 '기획사'가 아닌 '팬덤'이 중심이 되어 움직여진 사례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희귀한 사건이라는 데에 있다. 당연히 일방통행식 음악 콘텐츠 공급에 익숙해진 대중에게는 매우 생소한 시스템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이런 사례가 꽤 많아서. 가요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즉 일반인이라면 모르는 게 당연한) 정말 매니악한 성우들의 음반이나 지하돌 (언더그라운드 아이돌) 혹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이 오리콘 주간 상위권을 확 휩쓸고 다음주에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물론 '소수'의 팬덤이 이런 일을 저지른다. 이들은 발매일에 맞춰, 혹은 오리콘이 집계를 시작하는 날에 맞춰 1주일간 집중적으로 사재기 작전을 벌여 점수를 높인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순위는? 처음에는 100% 팬덤의 힘으로 이루어지지만 다음 싱글에는 그 당시 그 순위를 보고 한 번쯤은 그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 중 그 음악을 '마음에 들어했던' 사람들이 일부 섞이게 된다. 즉 10:0이었던 팬덤과 일반 비중이 9.9:0.1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확장되는데,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아티스트들을 오리콘에 노출시킴으로서 팬 스스로 '키워내는' 응원을 하게 된다.

약빨떨어졌다고 해도 국민밴드였던 스핏츠와 나카시마 미카를 즈려밟고 애니메이션 음반이 '위클리'1위, 사실 AKB도 시작은 이런 식이었고, 지금의 신한류 일본 정복도 이 범주에서 대부분 벗어나기 힘들다


 박재범은 그 팬덤의 규모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음주에 순위가 급락하거나 아예 방송 출연을 다시 하지 못하는 등의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당연하겠지만 블로거들은 다음 주 뮤직뱅크에 그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포스팅이 양산될것이다. 박재범의 팬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같은 팬덤 성향에서 아직 어떤 추가적인 작전을 걸게 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당장의 여론에 대한 아쉬움에 아마도 무모하리만큼 다음 주에도 어떻게든 순위권에 안착시키려고 음반을 다시금 10장, 20장 공동구매하는 식으로 순위를 높여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박재범 팬덤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또 어떤 벽에 부딪히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우 신선한 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f(x)의 피노키오가 1위를 했다고 '국민가요'가 된 게 아닌 것처럼 이미 지금의 '순위'는 전국민적인 공신력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지 박재범의 사례는 순위조차 '홍보 수단'이 되는 이런 상황을 대형 기획사가 아닌 '팬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블로거들이 놓치고 있는 것,

이미 조직표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 바닥에서

'가요순위프로'의 공신력 따위는 에초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posted by RushAm 2011. 4. 24. 17:54
대한민국에서 참 태어나기 힘들고, 살아남기도 힘든 캐릭터를 지닌 노홍철, 지난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거상 노만덕' 캐릭터 당시 정말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특별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냥 재미있고 유쾌해서라고 한다면 설명이 부족하다. 그가 무한도전에서 참 재미있고 신기하며 보고만 있어도 유쾌해지는 캐릭터인것은 분명하지만 웃기는 것만으로 여성팬들에게 그런 절대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얼굴이 '매우 잘생겼'거나, 여성들에게 매우 호감이 가는 얼굴인 것도 아닌 것 같다. 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특징인 '큰 머리'를 가지고 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있지만 이런 스타일은 철저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 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여성팬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그가 내미는 상품을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텅뭉텅 사준다. 국민 MC 유재석이 같은 미션에서 여성팬들로부터 매우 계산적인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교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건 단지 그가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다. 인지도는 유재석이 더 높은데 어째서 유재석은 그런 구름같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까? 단지 품절남이라서?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다. 유재석과의 차이가 아니라 노홍철만이 가질 수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그에게 수많은 여성팬들을 안겨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가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한 4년여 전 유행시킨 유행어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소녀팬'이라는 단어인데, 사실 노홍철의 인기는 이 '소녀팬'이라는 단어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소녀팬'이라는 게 단어로서 계속 되뇌이거나, 가지고 싶다고 생각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면 노홍철은 그렇게 '반 새뇌식' 팬몰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포인트는 '소녀팬을 계속 되뇌인'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소녀팬'이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우리는 만 13살부터 18살까지의 여자 사람들을 흔히 뭐라고 부르는가? 열이면 아홉이 '여학생', 혹은 나이를 통한 현재 학력을 유추해 '여중생','여고생'등으로 부르곤 한다. 이미 우리는 그 단어 자체가 '아직 성장기를 겪고 있는 풋풋한 여자'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 있다. 그들이 일과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끔찍할만큼 긴 것도 사실이고 학생은 공부나 해야한다며 타의적으로 학교에 처박고 학원에 처박고 처박히는 일생을 살아오고 있는 것도 틀리지 않은 현실이지만, 정작 그 '학생'이라는 표현을 그들이 '달가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들은 '여자'이고 싶다. 꾸미고 싶고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더 가슴이 커졌으면 좋겠고 더 다리가 날씬해졌으면 한다. 입술이 더 섹시해졌으면 좋겠고, 머리도 좀 더 길게 길러봤으면 싶다. 다시 말해 특히 '그 나이대 여자'들은 '학생'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성인 여자'로 취급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우리는 철저하게 '여학생'이라고 불러왔다. 그 여학생이라는 단어가 다시는 못올 풋풋함의 상징이라는 새뇌까지 해대면서 말이다.

이승철의 '소녀시대'가 대히트를 친 건 단지 음악때문만안 아니었다. 그는 '어리다고 놀리지말아요!'라며 그들 대신 기성세대들에게 일갈해준 든든한 '오빠'였으니까...


그들을 노홍철은 처음으로 '소녀'라고 불렀다. '여학생팬, 여고생팬'이 아니라 '소녀팬'이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그에게 소녀팬이 그렇게 많았을리는 없다. 하지만 그가 부르짓는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응당 '여학생'이 아닌 진즉에 '소녀'라고 불리웠어야 할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래 우리는 여학생이기 이전에 '소녀'였다고 말이다

민감한 나이대, 어른들로부터 인정받고싶어하는데에 익숙한 이 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을 '소녀'라고 불러준 '어른'이 있었다. 그것도 그들이 대통령보다 위대하다며 동경하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말이다. 노홍철이 정말 여기까지 계산하고 그런 말을 만들어 부르짖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그들을 부를 때 쓴 '소녀'라는 호칭은 '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아주 제대로 지핀 셈이 됐다. 노홍철은 본의아닐수도 있게 소녀팬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 준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녀...라고 불렀다.


홍철은 솔직한 성격이 장점이다. 그는 결코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소녀'라고 부른 그 한마디는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녀'들에게서 '소녀'라는 호칭을 빼앗아간 우리 사회에서 그는 본의아닐수도 있게 잃어버린 '소녀'들의 '소녀'를 그들에게 되찾아주었다. 유행어가 되어 정착된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동경하는 오빠를 향해 부르짓는 여자들을 더 이상 '빠순이'나 '학생팬'으로 부르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학생'은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소리지르면 안되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소녀'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이건 학생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녀답다라고 표현해야 옮다. 극성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욕하기 전에 그들이 왜 '소녀'답지 않게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녀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준 사람이 되어버린 노홍철, 그는 예컨데 이를 모두 의도하고 그런 유행어를 만들어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래서 그가 좋다. 이 세상에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밝은 쪽으로 이끌어 낼 것을 너무 의식하고 행동하다 일을 그르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걸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자연스럽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이 나라엔 무척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소녀는 그냥 소녀라고 불러주면 되는 것이다
참 쉽지 않은가?
posted by RushAm 2011. 3. 20. 10:31
그토록 한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바라며 행여 공중파가 '쇼바이벌'의 실패를 들어 다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까봐 걱정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문제의 글을 보시려면 클릭, 공교롭게도 슈스케 1기가 막 시작한 직후였다. 당시의 정보 부족에 반성해야겠다) 그런데 바로 그 쇼바이벌로 실패한 MBC가 위대한 탄생을 들고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케이블이라 제작 소재에 자유롭기 때문에 지금의 오디션 방송 붐에 얼마든지 편성할 수 있는 벤처성이 있지만 공중파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워낙 편성국의 힘이 막강하기때문에 신인 PD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획을 가지고 방송을 제작하고 싶어도 그 기획안이 뜰 수 있는 시기를 잡을 수 있는 유행성을 가지기가 매우 힘들다. 대부분 그런 기획안은 유명 프로그램의 특집 기획으로 흡수되기 일쑤며 기획 자체가 장기성을 갖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는 건 거의 있을 수가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철벽의 공중파라고 할지라도 가끔 신인 PD들이 주류로 들어올 수 있는 찬스가 있는데 바로 '정권 교체', 즉 사장이 바뀔 때다. 무한도전의 탄생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4개 기획 연합 프로그램 '토요일'의 탄생 시기가 바로 최문순 사장 초기 봄 개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는데, 당시 진정 풋내기에 불과했던 제작진들과 토요일 4개 기획 중 출연진 혹사 문제와 슬랩스틱 장르로 시대에 뒤떨어진 기획이라며 폭풍까임을 당하던 무한도전만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장수할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만일 이들이 최문순 교체라는 시류를 타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역사에 남을 만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토요일 저녁에 만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토요일'을 구성했던 다른 3개 기획이 참신성에서는 앞섰지만 '명절 특집'수준의 밑천이었을 뿐 이렇다할 장기 플랜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 무한도전 제작진은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시즌 3까지의 탄창을 충분히 준비할 만큼 급조하지 않은 오래 준비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기획을 이미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을것이고, 그것이 토요일의 시청율 완패 속에 다른 PD들이 경험밑천을 드러내며 자멸한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위대한 탄생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물론 김재철 사장 취임과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재철 사장이 눈에 가시처럼 어겼던 W(공교롭게도 최문순 사장 당시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무한도전과 함께 가장 장수한 프로그램)를 온갖 반대 속에 내린 만큼 그에 걸맞는 임팩트를 가진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그것이 위대한 탄생이다. 많은 분들이 '위대한 탄생'을 마치 '슈스케'가 2기까지 대박을 낸 상황에서 W의 자리를 매울 프로그램으로 급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분들이 많으신데, 아무리 MBC가 막장 시청율로 전락해도 오랫동안 토착화된 공중파의 보수성을 깨버리면서까지 파격인사를 단행할만큼 어리석지 않다. 위대한 탄생은 결코 급조된 프로그램이 아니며 일면 제작진의 경험부족으로 인한 운영상의 미스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경험 부족'일뿐 '기획의 급조성'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대한 탄생은 슈스케와 전혀 닮아있지 않다.


위대한 탄생은 MBC가 공중파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아무리 PD가 신인이라 할지라도 최소 2년 이상은 '머릿 속'에 담아두고 습작을 하듯이 이리 저리 살을 붙이고 덩치를 불려나갔을 기획일 것이다. (일단 신인이라고 보기도 힘든 제작진이고) 물론 이 과정에서 슈스케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인재풀로 상대가 안되는 케이블계 기획을 따라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붙은 살의 일부에서 슈스케의 흔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뼈대의 태생은 완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탄의 모델은 바로 이것 '브리티즈 갓 텔런트'라고 보고 있다. '응?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자나?'라고 의야해하실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바로 이 점이 위탄과 슈스케의 차이를 가르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양쪽의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인데, 일전 필자가 SBS 스타킹을 까면서 쓴 글의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전략)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자신들이 연출해낸 최고의 상품 '폴 포츠'를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내세울 수 있었다. (후략)

우선 슈스케부터 보자 그들이 롤 모델로 삼은 프로그램은 두말할필요도 없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지금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혹평과 그들로 인해 점차 수준이 높아지는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즉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출연자'다. 지금이라도 당장 슈스케라는 키워드로 다음뷰에 검색해보자, 우승자 허각을 비롯해, 존박, 강승윤, 김그림 등 포스팅 된 대부분의 소재가 '프로그램 자체'가 아닌 출연한 출연자들에 모아진다. 즉 슈스케는 철저하게 출연자를 띄우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마지막에 각 출연자들의 뒷 배경스토리를 짜맞추며 감동을 자아내는 등 엇나간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초기 기획에서 방송분량 연장을 위한 일시적인 살붙이기였을뿐, 본질이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슈스케는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아메리칸 아이돌의 형식을 택했을까? 필자가 쓴 부분을 다시 한번 인용해보자,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답이 나왔다. CJ 소속의 MNET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케이블 방송사에 그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무려 코스닥에까지 상장되어 있으니) MAMA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방송의 힘을 빌어 이미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연예기획사인 M.NET을 주류로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그런 그들에게 아메리칸 아이돌의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킨다는 힘' 은 그보다 더 매력적일수 없었을것이다. 자금력으로는 어디 내놔도 뒤떨어질리 없는 CJ가 슈스케의 장대한 기획에 돈을 마음껏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기업의 많은 관심과 의욕에 비해 정말 불쌍하리만큼 주류에서 몇 발짝 벗어나 있는 CJ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주류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슈스케는 프로그램 그 자체보다는 '우리도 스타를 이런 식으로 발굴해서 메이저로 진출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M.NET이 주류로 갈 수 있을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엠넷은 사실 슈스케 이전부터 오디션 이벤트에 꽤 공을 들이던 편이었다.


슈스케는 그 괴물같은 시청율 기록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크게 흑자를 보았다는 기사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 처음부터 제작비를 회수할 생각이나 방송으로서의 프로그램 본연의 가치를 띄울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스개로까지 쓰였던 코카콜라를 비롯한 몇 되지 않는 고정 스폰서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는데, 만일 공중파였다면 그 정도 시청율 기록으로는 즉시 삼성도 따올 수 있을 만큼의 행동력을 보였겠지만 슈스케는 그러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었다. 에초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 생각이 아니었을테니까...

....

위탄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위탄은 슈스케와 에초 태생부터 다르다. 공중파는 광고 수익을 중시한다. 때문에 MBC는 철저하게 시청율에 우선한 운영을 해야만 하기에 급조된 기획이란 에초에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할 지언정 아무리 편성이 급해도 신인의 급조된 플랜을 덜컥 방송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항간에 떠도는 슈스케 표절, 위탄 급조설이 적어도 나는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온미디어도 아니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다. 아무리 소인배로 전락했어도 왕년 양반께서 차라리 망하면 망했지 체면을 깎을 짓을 했을 리가 없고 할 수도 없다. 대기업 조직이 그 정도로 형편없었다면 김재철 사장이 재신임을 받았을리가 없다.

이 짓을 했는데도 안쫒겨났다는 건 아직 조직력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거다.


 우선 슈스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살펴보자, 이들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는 있지만, 방송 전반적으로 '출연자'가 주가 되지 않는다. 물론 시청자의 의견보다는 보다 카리스마있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기준한다는 식으로 다소 폐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왜 슈스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청자 참여 비중을 크게 두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간단해지는데, 그렇다. 위탄은 사실 '이 방송을 통해 가수를 키울 생각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MBC는 기업이다. 기업은 절대 자신들이 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MBC는 출연자들이 미래에 잘 된다고 특별히 득이 될 게 없다. 아무리 위탄이 오랜 기간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기획한 작품이 반드시 '장기 방송'이 될 거라는 이유는 없다. 즉 위탄은 급조는 아니더라도 단기 기획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위탄이 슈스케처럼 2기를 기획하거나 하지 않는 한 출연자들의 성공은 그 방송 타이틀의 가치를 높여주기는 하겠지만 MBC 자체의 가치에는 그닥 영향이 없고 수익적 측면에서도 미비하다. MBC에서 데뷰했다고 해서 그 스타의 권리를 사실상 얼마나 가질 수 있겠으며 설령 꽤 많이 가진다고 하더라도 공룡 MBC에게 코끼리 비스킷이나 될까?

돈이 남아도는데 굳이 이 진흙탕에 들어가 무엇하리...


그런 이유로 MBC의 위탄은 아메리칸 아이돌보다는 '브리티즈 갓 텔런트'를 지향하고 있다. 즉 그곳에서 나오는 스타가 '음악적'으로 성공하기보다 '화제성'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며 그로 인해 자신들이 '음악계'가 아닌 '대중문화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출연자가 실제 음반을 내고 얼마나 팔았는가보다는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그 자체로' 화제를 뿌리며 '그 프로그램'에 나온 그대로의 이미지가 얼마나 먹혔는지를 예의 주시한다. 즉 그들은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다는 '미인대회 출신 **' 나 '독설가 심사위원의 의외의 모습',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의 혼이 담긴 멘토'등 방송 내용이나 설정에 얽힌 출연자, 특히 오디션이 참가자보다는 고정 출연자 즉 '심사위원'의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데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슈스케는 화제를 뿌릴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건 '출연자'들이었다. 누가 노래를 못했네, 누가 인성이 거지같네, 누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등등 주로 노래로부터 시작해서 노래로 끝났다. 그런데 위탄은 누가 외모가지고 심사하네, 누가 자상한 평가를 하네, 누가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네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디션에 누가 올라왔는지에 대한 화제성은 덜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는 정말 어이없게 '멘토링 시스템'이라는 (아마 우타스타의 헌터 시스템을 참조한 듯 싶은데) 것을 도입, 심사위원의 비중을 극대화하면서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짓는다. 위탄은 출연자의 가창력에 감동하고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와 심사위원의 인간적인 하모니와 출연자의 '냉혹한 일면 속 자상함'에 빠져들게끔 만들어졌다.

이게 정말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맞나?


실제로 브리티즈 갓 텔런트에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웰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닮아있는데, 제작진이 그가 정말 심사를 철두철미하게 하기 때문에 스카웃한 것일까라고 생각해보면 좀 아닌 것 같다. BGT는 그의 '철두철미한 심사능력'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고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충분히 과시했던 '냉혈안같은 이미지'가 필요했다. 시청자들은 사이먼 코웰이 그 곳에 앉아있기만 해도 '아 저 사람 또 독설한방 날리겠구나' 싶은 진지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이먼 코웰 이외에도 브리틴즈 갓 텔런트의 심사위원들은 그렇게 제각각 캐릭터 롤 즉 역할적 개성이 분명하다. 누구는 매번 펑펑 울면서 시청자들을 동요시키고, 누구는 사람좋게 웃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리고 사이먼 코웰은? 여전히 독설을 내뿜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아 정말 어쩔 수 없구만 허허허, 내가 졌다' 식의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겉다리로 방청객들이 노래 시작부터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노래 시작부터 무대 내내 바람을 잡게 되면 시청자들은 이 압도적인 감동의 물결에 매료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코웰이 달라졌어요.jpg


 당연하지만 이런 감동 키워드는 시청율을 극대화시키는 수단으로 최적화되어 제작되며 이렇게 높아진 시청율은 시시각각 광고주에게 반영되어 능동적으로 광고 수익을 증대시켜준다.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시청율은 최근 거의 시망하다시피한 MBC예능국에 예산을 다시 배정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출연자들은....글쎄 오디션 참가자들이야 에초 MBC가 정말 가수 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이미 범국민적 시청율을 자랑했던 악동클럽을 한번 말아먹었던 전례가 있는 MBC가 그에 반도 안되는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 출신의 가수를 메이저까지 진출시킬 수 있을까? 무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에초에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의 살림은 좀 나아질까? 애석하지만 방송을 거의 살리다시피 한 심사위원들도 이 방송에서 얻는 득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일단 이은미씨를 비롯해 기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속속 늘고 있다는게 문제인데, 이 방송은 철저하게 '대본'에 의해 이루어지는 '제작능력 과시용' 방송이기에 출연자들이 정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그 이미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속속 변해가는 이른바 '츤데레' 캐릭터 이미지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좀 완고한 이미지 자체로 지지를 받았던 심사위원들은 이후 이 '페이크 다큐'같은 프로그램에서 설정된 이미지를 그대로 믿는 시청자들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방송 종료 후 권리세와 동반 시망이 예상되시는 이분...


솔직히 슈스케가 아메리칸 아이돌을 벤치마킹하던 위탄이 브리틴즈를 표방하던 딱히 방송사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걸 보는 시청자들이 아직 방송은 방송이고 설정은 설정이다라는 걸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는 점인데, 아직도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좀처럼 악역 이미지를 벗기가 힘들고, 한번 벗기 시작한 배우들은 그 이미지가 박혀 다른 역할을 맡기가 힘든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연예계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방송사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잘 분간이 안 가도록 제작하는 것이야말로 능력있는 프로그램 제작의 척도라고 굳게 믿고 오늘도 시청자들을 현실과 가상의 아슬아슬한 경계 속으로 초대한다. 물론 그에 따른 욕을 먹는 역할은 어디까지나 출연진들의 몫이 된다. 미수다때도 그랬고, 막말 방송이 그랬다, 그렇게 총알받이를 눈 앞에 세워두고 그들의 등 뒤에서 방송사는 조용히 돈을 세고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모든 것을 현실과 연결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방송에서 선한 말을 하던 악한 말을 하던, 어디까지나 방송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할 뿐
그게 그들의 본연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TV가 이 땅에 보급된지 반세기가 넘었고
컬러 TV가 30년, HD가 시작된지 10년이 다 되가는 나라의 시청자라면
연예인을 가족처럼 아끼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회일비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구분해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필수 덕목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RushAm 2011. 1. 19. 23:56
카라 소속사 계약 해지에 연예계 기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무리도 아닌게 지금까지 소녀시대 주구장창 파느라 공사다망하셨기에 카라에 대해서 제대로 파지를 못했으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간건지 이제서야 부랴부랴 판다한들 뭐가 나올리도 없고 당연하겠지만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인터뷰에 응할리가 없으니 기사는 무진장 쏟아지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핵심을 짚은 기사가 나올 턱이 없잖은가, 그냥 쥐어짠다고 나오는게 기사가 아닐진데 어떻게든 뷰 카운트 높여볼라고 일단 카라라는 제목부터 달아보고 나서 추리소설을 써내려가는 식이다. 그냥 동방신기와 연결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녀석들이나 심지어 우리나라 그룹인데 일본 보도를 인용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건 단순히 카라의 해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들이 파는 건 지금까지 아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는 듯이 수익 분배나 계약금 문제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고 있는데, 계약금 문제가 불거질거였다면 에초에 먼저 캐치를 하는 쪽은 기자들임에는 틀림이 없음에도 이번에는 기자들이 정말 신정환에만 신경썼는지 전혀 캐치하지 못했나보다. 원래 계약금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들 은근히 연예부 기자들이 심어놓은 프락치들이 슬슬 정보를 흘리기때문에 돈 문제든 소속사와의 불화든 간에 이렇게 하루만에 갑자기 딱 틀어지는 건 있을수가 없지 않은가?

하나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룹의 리더는 단지 예전처럼 무대 가운데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야구부의 주장처럼 팀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신 전달해주는 간부 역할을 한다. 즉 돈 문제가 있었다면 제일 먼저 리더가 조율해야 한다. 게다가 박규리는 부모쪽이긴 하지만 DSP수뇌부와도 연줄이 있다. 맴버들이 뭔가 부당한 처우를 당했거나 했다면 진즉에 박규리부터 움직였어야 한다. 그런데 박규리의 반응은 '서프라이즈'였다. 전혀 조짐도 없었다는 거다. 게다가 박규리는 한국에서 당일 라디오 생방을 진행하고 있었고 남은 맴버 네 명은 일본과 제각각 각지에 있다가 해당 발표 직후 귀국을 했다. 천천히 와서 박규리와 상담한 뒤에 대응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네 명은 법무법인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매우 서두르는 눈치가 강했다.



게다가 지금 날조되고 있는 기사들과는 달리 인터뷰 원문을 살펴보면 법무법인이 맴버 4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서 '돈'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 속 키워드는 단지 공정하지 못한 계약과 '부당한 활동'을 강요했다는 것. 기자들이 마르고 닳도록 인용한 부분이 이 부분인데, 사실 법무법인이 카라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돈 이야기를 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법무법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공석에서 말한 부분이 곧바로 법정으로 이어진다는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팩터에서 벗어난 발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이 사건에서 돈이 반드시 관계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메인 팩터는 아니라는 점이 된다. 기자들은 '불공정 계약'이라는 키워드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게 고작 돈 문제뿐이 없으니 이제서야 부랴부랴 일본 음반 판매 수익 배분 룰 등을 대거 싣고 있는 모양인데 읽는 사람은 답답할 뿐이다.

불공정 계약인데 돈 때문이 아니라면 답은 '계약'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인간답지 않은 처우를 받았다더나, 부당한 계약을 강요당했다는 것을 모두 종합해보면 이들이 사인을 한 계약서 자체보다는 이들이 일본을 진출할 당시 기획사와 기획사간에 이루어졌을 B2B계약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일본 활동 도중 정말 '갑작스럽게' 그것도 아주 우연히 '알게 될' 만한 것이란 사실 국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DSP와 관계있는 부분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재계약이 얽히든 계약 조건이 사실과 다르던 뭐던 제일 먼저 캐치가 가능한 건 박규리일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일이 터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이 터진 전날 박규리가 홀로 라디오 DJ를 하고 4명은 일본 혹은 타국에 있었다. 과연 다른 곳에 남아있던 4명이 놀았을까? 아닐거다. 불과 며칠 전에 카라가 출연한 버라이어티를 본 적이 있고, 정보 프로그램들은 언제나 카라의 스폰서 행사 풍경을 취재했다. 결국 박규리의 한국 스케줄로 5명이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카라는 한 마디로 '막굴려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격한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된다. 당연히 그들은 '불만'이 서서히 쌓였겠지만 그것을 제대로 억제할 수 있는 건 역시 '수익배분'에 있었을것이다. 즉 열심히 뛰는 만큼 (특히 스폰서 행사는) 돈은 많이 들어오고 그만큼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이 그들을 움직였을게 분명하다. 아건 단지 돈 그 자체만이 아닌 '동기부여'에 연결되는 문제다. 내가 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것처럼 건전한 동기부여는 없을테니까.

지금까지 나온 기사를 종합해보면 카라는 일본 현지 소속사와 DSP 복수 소속이 아닌 DSP에 소속된 채로 현지 소속사에 임대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활동을 한다고 한들 현지 기획사에서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우선 현지 소속사와 DSP가 수익을 나누고 DSP는 그 나눠받은 수익금을 토대로 다시 카라 맴버에게 배분하는 형식이 된다는 것이다. 즉 DSP와의 계약이 아무리 카라에게 많은 배분이 될 수 있도록 되어있다하더라도 DSP가 현지 기획사와의 협상에서 지극히 불리한 조건이나 배분율을 수용할 경우 카라에게 돌아가는 몫은 고생한 것에 비해 훨씬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라가 게키단 히토리로 인해 일본 진출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일본 진출에 DSP가 정말 철저하게 준비할 만한 시간이 있었냐면 그건 아니었다. DSP는 게키단 히토리가 한번 터뜨려준 기회를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일단 진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준비 없이 일본 진출을 서둘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DSP가 일본 시장에 대한 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한번 터저준 붐을 어떻게든 서둘러서 불을 붙이고 싶은 마음에 계약 조건에 있어 '무조건적인 수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소 굴욕적일 수도 있을 조건들을 감안하면서까지 일단 일본에 보내보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컸을 터, 당연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급할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일본 소속사쪽이 무조건 유리할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런 이사진급 계약을 카라 맴버들과 상의해가면서 했을 리가 없고 할 필요도 사실 없다. 회사로 따지면 일개 사원이 주주총회에 난입해 사장의 실적 발표에 토를 다는 격이 될 테니까, 기획사에 소속된 그룹은 자기 자신과 소속사와의 계약에서는 갑과 을의 절대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일 경우 이미 계약이 된 그룹은 회사의 자산으로서 활용이 되기 때문에 일체 발언은 물론 알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메이저 리그에서 선수 본인은 모른 채 협상이 끝나 갑자기 아침에 당연한 듯이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되어버리는 초고속 트레이드를 연상해보라)

그러나 일본에서 카라는 DSP도 일본 소속사도 예상했던 것을 훨씬 초월할 만큼 거물로 성장해갔음은 물론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렇듯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카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일본 기획사도 기획사인건 마찬가지) 정말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스케줄, 특히 수익에 직결되는 행사 스케줄에 카라를 집중시켰다. 이렇듯 카라가 도가 지나칠정도로 혹사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카라가 묵묵히 이를 수행했던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정당한 대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원 소속사로서 권리를 행사했어야 할 DSP가 이러한 카라의 과다한 스케줄에 어떤 방어막도 쳐주지 않았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DSP가 정말 잠자코 있었거나, 혹은 활동을 제한하고 싶어도 계약상 그럴 권리가 없었거나이다. 둘 중 어느쪽이든 카라가 그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사실일것이다. 일본 활동을 제한할 영향력이 없는 계약이었을 경우 DSP는 카라를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보호했어야 할 도의적 책임을 실수로 인해 포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고 만일 활동을 제한시킬 권한이 있었음에도 그냥 뒀다는 것은 기획사간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에 대한 책임을 카라에게 전가시켜 결국 한 번 뛸 것을 두번 뛰게 해 케파를 맞추는 지극히 악질적인 짓을 저지른 셈일 테니까 말이다. (수익배분 조건이 7:3이라고 하면 DSP는 일본쪽 7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카라를 두번 굴려 14:6을 만들어 6을 얻었다는 이야기)

단언컨데 카라가 만일 DSP가 주는 수익에 불만을 가졌다면 지금처럼 갑자기 터뜨릴 이유가 없다. 이는 법무법인을 끼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더욱 의문이 깊어진다. 즉 이들은 수익 배분이 지금까지 어떻게 되왔던 것에 대해서는 지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하는 활동에 있어 DSP의 이와 같은 해외 진출 전략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협상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DSP가 주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앞으로 일본에서 자신들의 주가가 더욱 높아질 것을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데 그 수준에 비해 DSP의 능력이 전혀 받쳐주지 않는다면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이같은 굴욕적인 계약은 계속될 것이며 카라는 이같은 불공정함에 대해 일본쪽 소속사에 일언반구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이어질 것이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도 돈이지만 너무 많은 혹사를 당하면서도 타지에서 어떤 권리도 갖지 못한 채로 힘들다는 말 한번 못한 채 스케줄을 이행할수밖에 없었을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닌 단지 자신들 소속사 이사진들과 해외팀의 협상력 부족에서 나온 일방적인 책임 회피에 대한 댓가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떨까? 돈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힘든걸 참고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억울함과 배신감이 먼저 들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국에 바로 돌아가서 언론에 폭로해봤자 언론 플레이는 기획사쪽이 한 수 위인데다가 소속사를 떠난 자신들을 보호해줄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 활동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흐름이 이상해지면 DSP를 포함한 국내 언론이 이를 캐치하고 자신들의 의중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게 될 위험성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신속해야 했으며 실드를 쳐줄 수 있는 법무법인과 이적할 수 있는 대체 기획사까지 마련하는 신속 치밀함을 보였던 것이다.

DSP는 기획사들 중에서 불공정 계약 문제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핑클은 해체 후 대부분의 솔로 활동을 원 소속사 DSP에서 시작했는데 이런 케이스는 해체 = 계약분쟁이라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서 정말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이효리는 DSP와의 계약에서 솔로 1집을 성공적으로 히트시킨 뒤 이적하는 과정에서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았으며 이는 다른 맴버들의 이적 당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게다가 DSP는 드물게 연습생 기간이 짧은 기획사로도 유명한데 일단 데뷰를 시킨 뒤 점진적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 첫 수혜자가 바로 카라였다.


옛 핑클 맴버들이 몇년만에 모여 처음 간 곳은 DSP 사장이 투병하고 있는 병실이었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나왔다. 이 뉴스는 이 사건에 있어 두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DSP는 그만큼 소속사 경영진과 연예인간의 거리가 다른 기획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깝고 가족적이었다는 것과 지금 현재 그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던 선장이 투병중으로 공석에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사장이 없는 동안 그 경영을 대행했을 이사진들이 DSP를 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을까?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두터운 신뢰감으로 뭉쳐있던 DSP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 일을 어떻게 봉합 혹은 은폐하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것은 그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DSP가 이번 일로 인해 보여주었던 작은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내 글이 모두 낭설로 밝혀져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될 지언정
이런 일이 사실이 아니길 정말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
이딴 일이 진실로 밝혀지느니 차라리 내가 악플 몇백개 처먹는게 이 업계에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posted by RushAm 2011. 1. 9. 03:18
이 글은 '상'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안읽으신 분들은 클릭

전편에서 소개드린 대로 일본 시장에서 보여준 동방신기의 2009년 당시 가치는 이전 보아가 보여줬던 그것과는 실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판매량만 가지고는 보아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두었겠지만 음반 시장의 침체 속에서 '살아남았다'라는 의미는 한층 그들의 위상을 독보적으로 만들어주었고 이는 단지 '한류'로 치부할 정도의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상태였죠. 동방신기의 팬층은 겨울연가를 본 부모 세대를 가진 포스트 한류세대를 포괄하고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들은 이미 한류 매니아로서가 아닌 동방신기의 음악, 맴버 개개인의 매력에 빠져 있었고 이는 2009년 상반기 남성 연예인 앙케이트에서 영웅재중이 1위를 하는 등 동방신기 맴버들이 아라시 맴버를 제치고 상위권을 휩쓸었다는 점이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동방신기의 해체를 둘러싼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음악계에 있어서 동방신기는 양날의 검이었죠. 일본 가요계가 침체되는 와중에 동방신기가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톱 아이돌 반열에 오른 아라시를 그대로 제껴도 이상하지 않다는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일본 가요계를 한낱 외국 가수에게 점령당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유력인사의 자이니치 컴플랙스에 오랜 홍역을 치루었던 민족적 열등감의 표본 일본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냥 동방신기를 처내자니 그나마 명맥을 맞아주고 있는 음반업계가 그야말로 폭삭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다는 고민이 있었죠. 이도 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었고 그 누구라도 쉽게 결정내리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SM의 지분 요구가 맞물리게 됩니다. SM은 사실 기대 이상으로 커진 동방신기가 지금까지의 계약 조건으로 인해 손 안대고 코풀듯 가만히 앉아서 돈을 가져다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음에 분명합니다. 한국 활동에도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지 않았고 일본 활동에서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은 앉아서 챙기는 셈이니 그걸 놔줄 리가 없었겠죠. 아이돌 주기 5년 그리고 동방신기는 그 주기를 일본 진출의 성공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극복해낸 신선한 케이스를 제시하며 SM을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SM은 5년 후 그들이 뜨던 말던 재계약에 있어 매우 인색한 조건을 내놓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던 풍토가 만연해있었으니까요. HOT가 그랬고 신화가 그랬습니다. 당시에는 기껏해야 국내 시장에서 놀던 우리나라 아이돌 업계였으니 국내에서는 방송국 쉐어까지 조절하며 제왕으로 군림했던 SM의 견제를 당해낼 수 있을 기획사가 있을리 만무했던거죠.


하지만 동방신기의 경우는 조금 달랐던게 일단 자신들이 가진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 가치를 잘 발휘해줄 쪽이 어느 쪽인지도 확실하게 의견이 정해진 상태였습니다. (여기에서 맴버간의 의견이 갈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게다가 무대가 SM이 결코 강점을 보일 수가 없는 '일본'이었기에 사실상 이들이 계약 조건을 저울질할수있는 여건이 마련이 되어 있는 상태였죠.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남은 것은 사실 SM보다 AVEX쪽이 동방신기라는 타이틀을 몹시도 필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동방신기라는 타이틀을 뺏기는 것은 물론 AVEX로서는 가장 바라지 않았던 팀의 해체와 그간 공들여 쌓아왔던 동방신기에 대한 인지도마저 반토막이 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AVEX가 흔히 실드를 쳐주거나 거액을 제시해서 JYJ가 돈 때문에 SM소속사를 버렸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만 위에 말씀드린대로 이미 AVEX는 빚더미에다가 사실상 동방신기가 먹여살리는 모습이 되어있는 셈이었으므로 거액을 배팅할만한 여력이 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AVEX는 앞서 든 의혹이 사실일 경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일본 가요계에서 더 이상 동방신기가 동방신기인 채로 성장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받았다는 느낌을 감추기가 힘듭니다. 사실상 동방신기가 활동을 중지하고 JYJ로 근근히 활동한 지난해 오리콘이 발표한 2010년 통산 연간 음원 매상 랭킹을 보면 보다 더 확고해지는데요.

1위 아라시 - 197억엔
2위 동방신기 - 98억엔
3위 AKB48 - 70억엔
4위 EXILE - 60억엔

사실상 일본 내에서 동방신기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 원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앨범, 싱글 판매 수익이 아라시의 절반에 육박하며 2위를 고수합니다. 올 한해 TV에서 수도꼭지 역할을 톡톡히 하며 한 사람당 몇천장씩 사제끼는 오덕머니 파워를 자랑한 '산 사마의'AKB48조차 이미 사라진 '죽은 제갈공명'동방신기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 동방신기 음반 매출은 JYJ나 시아준수의 개인 싱글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다가 바로 해체하기 직전인 2009년 이미 아라시와 불과 몇십억 차이로 좁혔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올해 만일 동방신기가 해체하지 않은 채로 활동을 지속했다면 아라시가 두배 가까운 스코어로 독주를 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심지어는 엎치락뒤치락하는 1,2위 싸움까지 예상해볼 수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결과로서 나타난 동방신기의 위력과 그들의 해체로 인해 아라시라는 자존심을 지켜낸 일본 가요계,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AVEX가 과연 자금적인 문제 이외에 다른 압박으로 인해 동방신기와의 제계약이나 동방신기를 원상복귀할 수가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다소 위험한 추측을 해봅니다. 일본이 가장 무서워할수밖에 없을 자이니치 컴플랙스, 그들의 경제가 완만한 하향세를 거두고 있는 지금 세계적인 시장을 과시했던 음반 가요계마저 한국에게 추월당할경우 정신적인 타격이 클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했던 것일까요?


이런 내홍을 겪는 와중에 SM과의 동방신기 쟁탈전 분쟁을 능동적으로 처리할만한 역량이 AVEX에게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정말 공교롭게도 동방신기 분쟁이 일어나는 그 시기에 일본 검찰은 AVEX의 고무로 테츠야 사장을 구속 수감하였으며 동방신기 사태가 결국 팀의 분할로 일단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무로 테츠야가 일선에 복귀하는 우연치고는 참 구리구리한 일도 일어났습니다. 선장이 없는 상황에서 SM과의 대결이 사실 그리 유리하게 진행되었을리도 없고 AVEX는 이미 5억엔 사기사건으로 인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여서 맘놓고 거액을 배팅할만한 능력도 있지 못했던 것이죠.

사실 지금 SM이 소녀시대를 들고 일본에서 마케팅을 할 때 쓰는 자금력을 보면 분쟁 당시 SM이 AVEX보다 자금력이 강하면 강했지 못해보이지는 않습니다. 감히 추측컨데 JYJ를 포함한 동방신기 맴버들은 AVEX보다 SM에서 더 많은 금액을 제시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미 SM은 상장사로서 기업공개가 되어있고 예전처럼 이면 노예계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짓기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보는 눈이 너무 많아져 쉽지 않은데다가 지금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녀시대를 붙잡을때를 대비한 회사의 도덕적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동방신기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데 돈을 아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저씨팬들은 주먹을 씁니다.


결론이 너무 스트레이트하게 나게 됩니다만 결과적으로 JYJ는 일본에서 지금과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길 원했으며 일본 기획사와 계약했지만 종속되지 않는 자유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곧 일본 시장에 있어 SM의 매니지먼트를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약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SM과 AVEX 모두 이 업계에서는 큰 손인데다가(채권단 역시 AVEX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는 한 동방신기의 제계약에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방신기에 대한 가치를 양쪽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돈 몇푼 차이로 양쪽이 갈라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그럼 정말 현재 동방신기에 남은 두 명은 적은 계약금으로 지금까지 키워준 의리를 생각해서 남은 것일까요? 왜 하필 한국에서는 인기의 중심에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창민과 윤호 두 사람만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SM은 지금 사태에 대해 변호해줄 우군이 몹시 필요합니다. 아이돌이 상당한 권력을 쥐게 되는 연예계에서 모처럼 소녀시대를 통해 예전의 주도권을 되찾은 모습의 SM이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왔던 노예계약 이미지를 어서 탈피하고 순수한 피해자로서 지지를 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동방신기가 5명인 채로 남길 원했던 건 일본 뿐만이 아니었으니까요 SM은 과정이 어찌되었던 동방신기 팬들에게는 '조용히 있던 5명을 갈라놓은 원인'으로 비추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변명을 한답시고 AVEX가 약아빠진 회사라고 주장하기엔 한국에서 AVEX에 대한 아무런 인지도가 없기에 상대로서 적합하지 못하기에 지금의 JYJ에 대한 SM내외의 수많은 사람들의 디스는 SM이 차마 일본 시장까지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지언정 지금은 소녀시대로 인해 다시 대한민국 연예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아의 이런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음악을 듣고 아이돌을 보면서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복잡한 문제를 굳이 일일히 알아가면서 들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문화 산업이 비즈니스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음은 물론 우리나라가 과시하던 '한국인의 정'조차 지켜내지 못한 야비하기 짝이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문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그때그때 좋은 음악이 나오면 되는 인스턴트 소비만이 아닌. 당장 시장성이 없더라도 내가 학창시절때 좋아했던 그룹, 가수가 20년 30년 후에도 비록 춤을 추지 못하고 그때처럼 몸이 날렵하지 않더라도 그때 그 노래를 느린 노래라도 불러주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추억하는 기쁨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일 것입니다.

마치며..

지난해 연말 미국 시카고에서 연말을 보낼 당시 TV에서는 미국의 연말 가요제 같은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가수들이 줄이어 나온 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그룹은 다름아닌 결성된지 20년도 넘은 이미 아저씨돌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뉴 키즈 온 더 블록'이었습니다. 보는 관객들은 이 '한물간'아이돌이 보여주는 몸짓과 그때 그 당시 히트했던 '전형적인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열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벌써 4개 이상의 그룹이 세대교체를 할 동안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여전히 무대에 그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과 음악에 미국의 문화소비자들은 충분히 열광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미국이 신인 그룹이 말라버려서 과거의 그룹을 억지로 부른것일까요? 세계 최대의 음반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위클리 100위 안에 드는 게 경사가 될 만큼 하루에도 수십명의 신인들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세계 제일의 음반 시장을 가진 미국이 뭐가 아쉬워서 '퇴물'을 피날레 무대에 세웠을까요?


박용하의 죽음에 '평생 잊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일본 아주머니, 겨울연가 종영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활동 없이 인지도를 이어가고 있는 배용준을 좋아하는 일본 아주머니들을 보며 '아 저 분들은 참 한가하기도 하구나'라고 생각할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한번 좋아하면' 그가 '내 눈앞에서 당분간 없어지지 않고 계속 함께 해줄 수 있을' 그런 아이돌이 나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7080가수들만이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태지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 god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 아이돌 음악이지만 그 곡들 중에서도 국민가요가 되었던 명곡들이 적어도 한두곡씩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지금의 7080세대가 되었을 때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줄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 지금 7080세대들이 누리는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일테니까요.

요즘 세상에는 '오래 되어도 여전히 좋은'음악이 없다고 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자자의 버스안에서, 미스터투의 하얀겨울이 지금까지도 리메이크 되고 있지만 그 곡들이 발표될 당시에는 그저 트랜디 가수들이 부르는 대중가요였을 뿐이었으니까요. 지금 나오는 음악들 중 어떤 게 레전드로 남아서 오랜 기간 사람들 귓속에 남아 그때를 추억하게 만들어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음악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하찮게 들리는 음악과 가사 한 소절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와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으려는 손을 멈추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음악의 가치는 그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정하는게 아니라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그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오래 볼 귄리가 있으며 문화 소비자로서 그것을 가요계에 당당하게 요구해야만 합니다.

5년 뒤에는 사라질테니까 진심으로 좋아해봐야 나만 상처받는 그런 가요계가 아니라..
언제까지고 내 청춘을 들려줄 그런 가수들로 남아줄 것을 약속할 수 있는 가요계와...
그 약속에 부응하여 언제까지고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오랜 팬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저 이제 흠 잡을데가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 음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별기획 4부작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를 마칩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posted by RushAm 2011. 1. 8. 22:58
동방신기는 데뷰부터 아주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그룹입니다. 한자 문화권을 의식해 그룹명부터 맴버들 이름까지 4글자로 맞추어져 있었고 사실 전략상에 있어서 그들의 활동은 다분히 일본보다는 중국쪽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이 왜 첫 방문지로 일본을 택했느냐하면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SM의 중국쪽 기반 닦기가 완성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이른바 일본 가요시장의 중화권 영향력 (사카이 노리코 약물시망에 중국이 들썩거렸던 그 내공)을 빌리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중화권에 퍼져있는 JPOP의 영향력은 상당한편이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중국의 '혐한'기류는 동방신기에 있어 이로울게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초창기 SM이 기획했던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이미지가 국내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자 급격히 음악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HOT나 신화 때와는 다른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 그치고 있었던 점도 이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그들이 가지는 이미지는 보아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보아는 단 싱글 없이 정규 1집 달랑 한장만을 내고 일본에 진출한 이른바 '순혈 유망주'였지만 동방신기는 싱글 1집 HUG 부터 정규 2집 '라이징 썬'까지 싱글을 포함 6장 이상의 음반을 내며 2년간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가요계를 '지배한다'싶을만큼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예정된 수순처럼 일본행을 결정합니다. '유망주'가 가지는 기대감보다는 지금의 '카라'가 가진 이미지와 상당히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하시면 쉬우실텐데요. 보아때는 이런 저런 스캔들로 인해 생각보다 해외 진출을 도망치듯 서두른 감도 있었습니다만, 동방신기는 SM이 가장 자신있어하던 보이그룹의 계보를 잇는 매우 중요한 위치였기 때문에 이들이 어느정도 브레이크를 해주지 못하면 뒤를 잇는 SM표 아이돌들이 고스란히 하향세에 편승하게 되는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어떻게든 국내를 평정하고 떠나야만 했던거죠.

그러나 당시 SM이 몇 가지 오판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이들의 '포텐셜'로서.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너무 조기에 포기해버린 감이 없지 않은데요. 당시에는 SG워너비를 필두로 실력있는 R&B뮤지션들의 대거 히트로 사실상 이들과 실력으로의 맞대결에서 진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시장층인 10대 아이돌로 대상을 급히 선회하여 본전이라도 찾자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이 선택이 SM으로 하여금 '본전'을 찾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른바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기대를 걸었던 동방신기의 일부 맴버들에게는 상당한 좌절감을 가져다줍니다. 이들이 목표로 했던 것과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전편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는 생각보다 제법 큰 파장을 불러옵니다.


두 번째로 오판했던 부분은 이들이 '일본'에서 지금만큼 히트를 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SM은 보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전략으로 동방신기 일본 진출을 준비합니다. 다름아닌 '돈으로 밀어부치기' 로서 일본 진출이 본격화될 당시에 시부야 109의 벽면에 동방신기 전면광고가 걸리는(옥외광고로는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투입되는 일본의 타임스퀘어급 장소입니다) 등 마케팅을 대단히 공격적으로 진행하는데요. 이는 일본에서 그들이 초반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그 파도가 계속 이어나간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에서 나왔던 전략이었습니다. 일본 시장은 그야말로 '꾸준함'이 핵심인데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아무리 돈줄이 넘치는 SM이라도 오래 지속하지 못하게 되죠. 당연하겠지만 아무리 초반에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한들 일본 시장의 우직함은 즉결적인 반응을 내지 못했습니다. 지금이야 제 2의 한류라고 해서 한국 그룹들이 데뷰 직후부터 주목받습니다만 당시에는 한류 열풍 사그러드나 뭐 이런 기사가 쏟아져나올 때이니 즉각적인 반응이 있을 리가 없었겠죠. 당연하겠지만 지금의 소녀시대에 거는 기대와 당시 동방신기가 받았던 기대 수준은 많이 다릅니다. 소녀시대는 국내를 완벽하게 평정한 뒤 일본에 진출했지만 동방신기는 그 정도까지는 못 해냈거든요. 그렇기에 국내에서의 기대감이나 관심 역시 지금의 소녀시대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동방신기 해체 후 다시 등장한 전면광고


이런 현실을 SM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만 여기에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오판한 부분은 그만큼 돈을 투자했는데 동방신기가 투자한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자 너무 쉽게 동방신기의 해외 시장 가능성을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물론 국내 소속은 SM으로 남아있었습니다만, '보아'의 리즈시절 당시 거의 지분을 얻지 못했던 실패를 거울삼아 동방신기만큼은 AVEX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든 스스로 일본 마케팅을 전개해 일본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SM은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에 대한 성공 가능성과 그에 따른 지분을 사실상 투자 실패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쯤을 기준으로 AVEX에게 다시 무게추가 넘어가게 되는데 그들은 '보아' 마케팅의 경험과 이른바 '고무로테츠야'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국내에 거의 그 소식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치밀하게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을 '일본식 정석'대로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슈퍼주니어가 데뷰하게 되는데 동방신기의 정식 데뷰 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은데다가 동방신기가 국내 시장에서 정통 아이돌 음악으로 회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이른바 '5년 주기'에도 전혀 걸맞지 않은 매우 시급한 조치였는데요. 슈퍼주니어는 우려했던 대로 동방신기로 인해 다소 하락세를 맞은 아이돌 시장의 부담을 그대로 안고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들의 역할은 특별히 국내 시장 평정이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지금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이는데 (예전 SM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SM의 돈줄이 말랐을수도 있고 그밖에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슈퍼주니어의 역할은 처음부터 SM의 이른바 '중국공정'이 완료될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공정이 완료된 직후 미련없이 '중국'으로 건너가 그야말로 SM의 중국 간판으로 활약합니다. 동방신기를 위해 닦은 길을 슈퍼주니어가 어부지리로 혜택을 본 셈이 되겠네요.

이렇게 SM이 점점 국내 시장에서도 딱히 대박을 낳지 못하던 와중에도 동방신기는 소리소문없이 일본에서 기반을 닦고 있었습니다. SM도 물론 그쪽을 신경쓰고 있었습니다만, 그들은 뭔지 알 수 없는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했죠. 동방신기를 공동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안대고 코푸는 입장이었던 SM이 특별히 불만이 있었을 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AVEX와 동방신기 본인들 입장은 상당히 달랐던 것 같은데요.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전개하는 음악 성향이 한국에서 활동하던 때와 정말 너무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AVEX는 원래 아이돌을 육성하는 기획사가 아닙니다. 그들이 동방신기를 택하고 동방신기에 공들이는 과정에서 실력이나 가진 내공을 철저히 깔아뭉개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음악을 배정하는 일은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죠. 마케팅은 맞춤으로 하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있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자부심이 과해 미국 진출 후 빚더미에 앉게 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서인지 동방신기는 하마사키 아유미나 오오츠카 아이, 코다 쿠미 등 주로 거물급 여성 가수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AVEX본사가 아닌 당시로서는 신인에 가까웠던 EXILE이 소속되어 있는 '리듬존'소속으로 활동하며 지금의 EXILE과 거의 유사한 음악 색깔과 육성, 마케팅 전략을 적용받게 되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조금씩 먹혀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음반 판매에 있어서도 팡 터지다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닌 차분히 50위권 내를 오래 지켜나가는 일이 많아지던 것도 이 시기죠.


'하라는 음악'이 아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성공을 하게 되면 앞서 예를 들었던 '원더걸스'의 사례와 정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데요. 이른바 '원 소속사에 대한 불신'이 그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시아준수가 당했던 '아이돌답지 않은 외모'로 인한 무시는 거의 전설적인 수준이었는데요.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맴버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다운 '유노윤호'를 제치고 톱에 나서는 둥 전세가 역전된 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의 유노윤호는 맴버 전체의 인기에 비해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이런 활동의 극단적 변화 속에서도 특별히 한국에서의 위상을 잃지 않으면서 한국에서 발매된 미로틱으로 50만을 돌파하는 등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높아진 위상을 얻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점도 큰 영향을 끼쳤을것이라 사료됩니다. 미로틱 이전, 동방신기는 국내에서 거의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았기에 인지도가 많이 낮아진 상태였음에도 결과가 좋았다는 것은 그들의 멘탈 깊숙한 곳에 어떤 완고한 무언가를 만드는데에 부족함이 없었겠지요

아이돌 형태의 그룹도 노래 못하면 쳐주질 않는 AVEX, 사진은 최근 고무로가 밀고 있는 AAA


이런 와중에 일본에서는 동방신기의 영향력이 점차 내실을 갖추고 가속엔진을 달기 시작하는데요. 다년간 다져온 내실에서 커가는 나무는 거침이 없었고 그들은 2008년과 2009년 그룹 결성 이후 최전성기를 맞으며 쾌진격을 계속합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일본은 이 시기부터 음반 시장, 특히 음반 판매율 평균치에 있어 거의 전년도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하게 되는데요. 대형 신인들의 잇따른 실패와, 장기불황으로 인한 음반 시장의 침체, 그리고 자스락이라는 일본 저작권단체의 너무나도 완고한 폐쇄적 정책으로 인해 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하는 변화의 흐름을 더디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음악을 접할 기회를 상당 부분 제한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아이팟의 보급이 거의 안정권으로 접어들어 아이팟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순수 음반 시장을 잠식해가는 이른바 '검은 배'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어서 젊은 층들은 이제 더 이상 음반을 사지 않게 되었죠. 싱글 시장은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게 됩니다만 앨범 시장에서는 정말 가창력이 있는 깊은 인지도의 가수들조차 100만장을 팔기 힘겨워하는 실로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화되고 있었습니다.

동방신기는 바로 이 때와 맞물려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즉 '가창력'과 '아이돌'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며 20대 이상의 소비 연령층에게 대거 어필하게 되죠. 이같은 음악계의 상대적 고연령층시장은 '아이팟'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세대가 대부분으로 이들은 아라시 이후에 등장한 쟈니즈표 아이돌들을 동방신기가 가볍게 짓밟는 것을 가능케 한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되어줍니다. 아무리 오리콘에서 음원 판매 비중을 반영한다 한들 일본 레코드 대상은 여전히 실 음반 판매 비중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사실 그게 실제 인기와 수익성에 결부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다시 말해 동방신기는 실제 얻는 인기 수준을 가지고 비교해봤을때 거의 동급수준의 아이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줄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음반시장뿐만이 아니라 콘서트 등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늠하는 부분에 직결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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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음반 시장의 침체는 전통적으로 음악성에 승부를 걸어왔던 AVEX에는 거의 치명타였습니다. 하마사키 아유미나 오오츠카 아이 등 간판 레코드이터들이 국내외적으로 예전만 못한 부진에 휩싸인데다 자금 사정마저 좋지 못해 한때 납세자 3위에 올랐던 고무로테츠야가 사기죄로 구속되는 등 이런저런 내홍으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죠. 이런 와중에 동방신기의 독주는 AVEX를 거의 먹여살리다시피 하던 셈이었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동방신기의 음반 판매량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났으며 마치 가뭄이 들어 물이 줄어드는 가운데 드러나기 시작하는 바위산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죠. 그 페이스는 정말 대단해서 보이그룹의 철옹성이라 불리던 쟈니즈 라인을 그들 아래로 속속 떨구며 정상권을 향해 진입합니다. 이들의 인기는 그들의 이름을 건 방송 하나 없이 순수하게 음악 활동으로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더 대단했고 가치가 있었으며 급기야는 쟈니즈 라인들이 동방신기의 발매 시기를 피해 음반을 발표하는 그야말로 '대놓고 견제'까지 이끌어낼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들이 데뷰한지 딱 5년째 되는 2009년,
이미 예고되었던 것과 다름없는 사상 초유의 계약 분쟁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본의아니게 단지 SM만의 문제가 아닌 AVEX와 일본 가요계 전반이 직 간접적으로 관여된
생각보다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이 되고 마는데요.
국내에 보도된 단지 소속사와의 계약금 분쟁 이상의 더 큰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posted by RushAm 2011. 1. 8. 13:27
-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목적이 너무 분명해보입니다. 일단 미쓰에이, 2PM, 티아라, 아이유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아마 이미 해외에 진출해있거나 '해외에 진출 시 성공을 조금 기대해볼 수 있는 아이돌 맴버라는 것이죠. 첫 화에서부터 등장한 배용준의 비중이 그걸 예감케 했습니다. 해외의 한류팬들로 하여금 배용준으로 이슈메이킹 및 성공적인 훅을 한 다음 해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맴버들을 주연급으로 내세우면서 이른바 '드라마 CM'을 만들려는 공산이 다분한 듯 한데요.


- 문제는 이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작진들에게 정말 큰 부담이 아닐수가 없다는겁니다. 일단 '국내에서' 시청율이 어느정도 나와야합니다. 박진영이 저작에 관여한 이상 수지와 택연, 우영의 출연료는 퉁친다고 해도, 티아라나 아이유의 출연료는 아무리 해외진출 떡밥을 던져도 퉁치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제작비도 많이 들었고요.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수출'할 수가 없는 상품이므로 들인 제작비는 반드시 국내에서 회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작사는 '스타의 연인'처럼 아예 대놓고 해외시청자만 노리고 국내를 포기하는 듯한 제작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추자니 정극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기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런 기획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잦다보니 이런 드라마에 대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대본이 그런데요.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한 '궁'이나 '꽃보다 남자'의 경우 대사의 흐름이나 스토리의 완성도에 큰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곤 했습니다만, 드림하이처럼 아무 기반 없이 '순수 창작'을 해야 할 경우 이런 형태의 드라마를 써 본 경험이 전무한 기성 작가들은 제대로 된 대본을 내놓지 못하거나, 혹은 그런 현실을 애써 부정하듯 이쪽 장르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이런 드라마는 대부분 '신인급 작가'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당연하겠지만 '소재의 참신성'에 비해 극의 내실은 많이 부실해질수밖에 없습니다.



- 꽃보다 남자나 궁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드라마계에서도 조금씩 '젊은 트랜디 드라마'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이를 만들어내는 작가나 연출자, 특히 연기를 하는 연기자나 연기 지도를 하는 부분에 대한 육성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즉흥적이며 돌발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드라마의 완성도 특히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는 거의 형편없을 정도로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트랜디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은 두말할필요가 없습니다만, 제작진 어느 누구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거나 중요성을 인지할만큼의 관록을 전혀 보주지 못하고 있씁니다.

- 수지의 발연기 논란에 대한 변호도 바로 이 부분에서 가능한데요. 그 해답은 의외로 정극 경험이 있는 '택연'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드림하이에서 '캐릭터를 가장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쪽'은 다름아닌 택연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는 중편 정극 연기 경력이 있기 때문에 대사의 자연스러움이나 표정 등에서 '관록'은 느껴집니다만 단지 그것에 가려져 있을 뿐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주 새로운'드라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감독까지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해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쪽이 마치 '제대로 그린 그림'을 '새로 그리는' 것보다 '백지에 새로 그리는 편'이 더 나은 것과 같은 결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정극 경험이 없어 기초가 부실할 뿐이지 수지를 비롯하여 몇몇 발연기가 지적되는 아이돌들은 의외로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해에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의 난해함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틴에이저는 극중에서 웃고 떠들고 즐거운 학교 생활이 아니라 누군가는 항상 굳은 얼굴로 무게를 잡으며 '고민'만 끝없이 하고 누군가는 '성장 과정에 의한 편견'에 사로잡혀야만 합니다. 이른바 '에반게리온 컴플랙스'라고 해야할까요? (에바 등장인물이 연기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는 있는지...) 왜 그렇게들 '사회 비판'이나 '현실의 고민'에 집중해서 애써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이돌들이 연기하기 쉽게 만든답시고 '연습생 시절'을 연상시키는 환경과 대본 그리고 캐릭터 설정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좋습니다만, 문제는 작가들이 '아이돌 연습생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안보인다는 거죠. 진짜 연습생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무리 연기에 재능이 없더라 한들 일반 시청자들이 눈에 띌 정도의 어색한 발연기가 나올 턱이 없다는 겁니다.


- 드라마계는 돈이 넘치기보다 '재능있는 사람'이 넘쳐야합니다. 우리나라 영화계가 그랬고 드라마계가 그랬습니다. 무르익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가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 풍토에서 성장해온 것은 돈줄이 아닌 재능있는 사람들이 떠받쳤기 때문이죠. 트랜디 드라마가 먹히는 시대가 오고 그 트랜디 드라마를 국내 스몰마켓이 아닌 빅마켓에서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처럼 '돈'으로 어떻게 된다는 알량한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안될것입니다. 드림하이가 어떤 성적을 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트랜디 원작'에 대한 이해와 연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할것입니다. 아예 이런 드라마를 대놓고 가능성이 없다며 무시하고 한 편도 내놓지 않을 거라면 모르겠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어떻게 내놓긴 해야겠는데 해놓은 게 없어서 매번 쩔쩔매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 시청자들이 그런 드라마를 '봐'줘야 하는 너그러움이 그리 오래갈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RushAm 2010. 8. 8. 18:22
처음부터 뜬금없지만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해보자, 축약하면 아담과 이브가 무슨 열매가 열리는 나무 밑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이거 따먹으면 절대 안되느니라'라고 말했고 , 아담은 그걸 충분히 지켰지만 이브는 아담에게 꼬득여 따먹자고 유혹해서 결국 따먹고 이걸 위반한 죄로 하나님은 에덴에서 이 둘을 쫒아냈다는 것인데...이 이야기 생각해보면 꽤 많은 여지를 남긴다. 물론 아담이 그 금단의 열매를 지키는 역할로서 따먹은 사실 자체는 문제가 맞다. 하지만 하나님이 왜 그 금단의 열매를 '애써'만들어서 그 금단의 열매에 유혹당하기 쉬운 (다른 생명체도 많을텐데도, 아니면 그 금단의 열매에 에초 유혹당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있었으면서) 인간을 그 옆에 붙였는지, 그리고 여자를 만들어서 옆에 붙이고 유혹을 해서 쫒아냈다는 것까지 잘못은 그 둘이 다 뒤집어 쓰고 금단의 열매를 대체 왜 만들었는지 모를 하나님은 일체의 해명 없이도 전혀 잘못이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왜 갑자기 종교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예제로 시작할수밖에 없었냐면 지금의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 딱 그 판이기 때문이다. 지피베이직이 초등학생 맴버를 내세워서 화제를 모으고 미성년자 맴버들이 대거 소속된 걸그룹이 섹시컨셉으로 요염한 안무를 TV에서 소화하는게 과연 애들 정서에 좋으냐에 대한 논쟁은 차라리 양반에 속한다.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모를 '일본 연예게의 로리 문화'라는 것을 갖다대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퇴폐적이고 쓰래기같은(응?)연예계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걸그룹에 열광하는 30대 이상의 남성 팬들을 소아성애자, 변태, 심하게는 예비 미성년성범죄자의 원흉정도로 모는 행태까지 아주 가지각색이다.

이같은 반응들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른바 '책임회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초등학생 맴버들이 짧은 스커트를 입고 나와서 TV를 보는 아이들이 악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이면에는 '그런 걸 보고 사리판단조차 제대로 못할 만큼 아이 인성교육에 무관심했던 현재의 일부 부모세대'들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TV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책임회피가, 일본의 로리문화가 침투했다며 한탄하는 이면에는 지금의 연예계가 이렇게 될 때까지 건전한 해결책을 모색할 시간을 흘러보낸 업계 내외적인 뒷북 행정이, 걸그룹에 열광하는 30대를 강호순의 원흉으로 지적하는 이면에는 지금의 미처돌아가는 아동성범죄 뉴스에 대한 책임을 어딘가로 전가해야만 했던 이 사회의 절박함이 있다.

애들은 굳이 걸그룹이 아니라도 뭐든 따라한다. 흉내내기는 본능적인 학습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흉내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가르쳐주는 건 TV가 아닌 부모의 역할임에는 두말할여지가 없다. TV가 애들에게 직접 매를 들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우선 걸 그룹이 등장한 이유를 좀 역순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말 많은 (자칭) 연예계평론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걸그룹'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공급이 늘어났다고 보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연예계는 예전처럼 연습생의 실력이 무르익을 때 데뷰시키는 시스템이 아닌 시장이 무르익을 때 데뷰시키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미 어떤 연습생의 실력이 당장 데뷰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성장해도 시장이 정체되어 있으면 데뷰를 시키지 않으며 반대로 아직 실력이 설익은 연습생을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이유로 비주얼만을 내세워 시급하게 데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시장'의 무르익음을 지켜본다는 측면에서 연예계가 수요를 예측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걸그룹 러시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그 맥을 달리하는데 시장이 무르익은 것 이상으로 '구매력'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장이 무르익었을지언정 정말 구매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위험 부담은 어느 시장에서나 마찬가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가요계는 전체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위축되는 과정에서 그 구매력이 지극히 일부 계층으로 압축되어가는 틈새시장화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 틈새 시장은 시장의 규모가 작은 대신 시장의 구매력, 즉 충성도가 높아서 상품 출시에 대한 실패 리스크, 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이 한층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절대구매층'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 가요계에서 원래부터 있었던 시장도 아니었다. 항간에서 말하는 '오래 전 부터 잠재되어 있던 시장'이었다는 설명은 일부 일리가 있지만 지금만큼 가요계 전체를 주름잡을 정도로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기본적으로 이같은 걸그룹 아이돌 시장의 이면에는 연예계 특히 음악 업계가 경제 침체로 인한 음악, 음원 수익의 저하로 인해 대박부터 쪽박까지 가능한 변수가 큰 도박을 감행하는 사업 구조부터 확실히 먹을 수 있는 소박을 쫒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했으며 이를 위해 지금의 '걸그룹 틈새 시장'을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현명할 듯 싶다. 즉 가요계는 좋게 말하면 '살아남기'위해 나쁘게 말하면 '가요계의 정체성을 버려서가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제시했으며 그 결과가 지금의 다소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그룹 시장이 만들어진 계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매니악하다는 것은 극과 극이다. 확실한 구매층이 있다는 것은 모와 도, 즉 어리고 귀엽거나, 성숙하고 섹시하거나, 아니면 딸자식처럼 살살거리거나... 지금의 걸 그룹은 1인 3역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왜냐면 한 가지 역할을 하기 위해 육성에 투자하면 적자가 나니까...매니악한 시장은 말 그대로 파이가 작지만 그것이 3개 4개가 되면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는 벌어먹을 수 있으니까...


이들은 이처럼 시장의 파이를 극도로 좁히는 대신 확실한 수익처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이것이 특정 기획사 하나에 의해 이루어진 전략이 아니라 대중음악계 전체가 아예 판을 뒤엎을 생각으로 움직였다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지금 대중가요의 공급 비율은 철저하게 스스로 좁혀놓은 시장에서 가능한 현실적인 수익을 뽑아내는 것으로 아예 그 틀 자체가 바뀌어버린 셈이 되었는데 이 판이 가져오는 문제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게 아니라 가요계 자체가 자발적으로 가요게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파이 자체를 좁혀놓았기에 다른 음악 장르가 가요계에 파고들 틈새를 전혀 만들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이른바 '절대구매층'을 노려 얻은 짭짤한 수익을 다시 절대구매층을 위한 걸그룹 혹은 보이그룹 등 판매 가능한 '상품'을 만드는 데에 투자한다는 점이 두번쨰이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될수록 시장은 점점 그들 스스로에 의해 좁아지고 세밀해지며 매니악화될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상품 '걸그룹'을 소비하는 주체들은 왜 이들이 만든 상품에 열광하는가? 정말 그들이 딸 뻘 되는 아이들에게 성적 욕망을 느껴서일까?, 어린 아이들이 핫팬츠를 입고 나오는 코드가 정말 일본의 나이어린 아이돌 그룹 문화를 닮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이것은 일본을 포함한 어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일본을 탓하든 뭘 하든지 해서 어떻게든 우리나라에 면책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이 부분은 절대 그들이 말하는 (도대체 출처조차 알기 힘들) 로리문화라는 것과는 전혀 닮지도 않았을뿐더러 우리나라처럼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가요계를 포함한 연예계 전체를 주름잡는 건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녀 아이돌'연령대는 적게는 10대 극초반부터 많게는 2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그들 중에는 정말 10대 중반 정도의 어린 아이들만 모아서 소녀틱한 컨셉으로 유닛을 구성하기도 하고 좀 나이가 있는 맴버들을 모아서 보다 성숙한 컨셉의 곡을 소화하는 유닛을 결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 나와 있는 그 어떤 10대 중반 맴버 중심의 아이돌 그룹을 살펴보더라도 이들에게 핫 팬츠나 나시티, 가슴을 강조한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 찢어진 스타킹 등을 신겨서 무대에 내보내는 기획사는 단 한곳도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나올 경우 '팔리지 않기'때문이다.


일본은 시기적으로 발산해주는 매력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소비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20살 넘은 여자가 교복을 입는다고 해도 10대 중반의 소녀들이 입은 것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처럼 10대 중반의 소녀들이 아무리 섹시가 어쩌고 옷을 찢고 맨살을 보여도 20대의 갖춰진 스타일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기획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소비하는 소비주체들도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10대 중반으로 구성된 소녀그룹이 '널 오늘밤 갖겠어, 유혹하겠어'라는 식의 가사를 담은 음악을 부르는 경우를 보는 건 정말 힘들며 당연하겠지만 부른다고 해서 팔릴 턱이 없다. 교복은 정말 소녀들이 입어야 이쁜거고 섹시한 옷은 숙녀들이 입어야 예쁜거라는 이 아주 당연한 생각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일본 연예계 로리문화'의 실체이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그렇다면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10대 중반의 소녀 걸그룹들이 하이힐신고 짧은 옷 입고 맨살 드러내며 섹시춤 추는 걸 보고 열광하는 아저씨들은 진짜 로리콘들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리자면 다소 조심스럽지만 NO에 가깝다. 앞서 말했지만 이들은 굳이 10대 중반이 아니더라도 노출이 심하고 섹시한 컨셉의 여가수가 나오면 충분히 소비할 의향이 있는 고정 소비층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에게 음반 업계는 더 잘 팔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들 소비층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연령대를 확 낮추고 그 이상의 연령대의 걸그룹 공급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나이 어린 걸그룹들의 컨셉을 20대 초반 걸그룹에서나 볼 수 있던 섹시한 컨셉으로 일원화시킨 것이다.

별로 그렇게까지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보니 고정 소비층 즉 '섹시한 여자 가수'를 소비하는 소비층의 주체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소녀 걸그룹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여기에 기획사들은 단지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얻는 적은 수익으로는 지금의 덩치만 거대해진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 틈새를 더욱 벌리는 데에 집중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것이 이른바 '중장년층 공략'이다. 소녀시대를 비롯한 다양한 걸그룹들이 주말 프라임타임에 방영되는 버라이어티에 대거 출연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리더급 맴버가 일일연속극에 투입되어 매일 안방극장을 찾아오는 식으로 맴버들을 마치 '매일 보는 딸자식'같은 감정을 갖게 만드는 식인데 이게 제대로 먹힐 경우 발휘되는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의 구매는 음악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와는 전혀 별개로 '마치 내 딸이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처럼 그들을 위해 '돈을 써주는' (송금하는) 식의 지불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구 우리 딸 복스럽게도 먹네


딸같은 아이들을 보고 성적인 감정을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 딸같이 어겨서 그 딸같은 애들이 잘 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 (그만큼 진짜 딸들이 딸같이 굴지 않았던 때문인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그리고 원래 나이가 적건 많건 그냥 섹시한 컨셉이 나오면 좋아하는 팬들로 구성된 지금의 걸그룹 팬들을 두고 로리콘에 변태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수요'가 원래부터 있었다고 보기에는 지금의 현상이 너무 급진적이고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걸그룹 팬 중에 '로리'컨셉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말히기 힘들지만, 그들 역시 일본의 그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소녀다운 걸그룹'을 보고 싶을 뿐인 팬층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이며 그 수 역시 그렇게 많다고 하긴 어렵다. 다시 말해 이는 '가요계'에서 수익성을 최대치로 추구하기 위해 투자 대비 수익을 가장 극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쪽으로 단순 일원화시켜 집적시킨 데에 따른 오해에서 비롯된 참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녀시대의 팬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나이어리고 귀여운 걸그룹을 좋아하는 팬, 2. 성숙하고 섹시한 여가수를 좋아하는 팬, 3. 딸자식같은 마음씀씀이가 드는 팬...문제는 이 세 부류의 팬이 하나의 그룹에서 100%만족은 못할지언정 적당히 타협한 만큼 원하는 부분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그들은 '어린데 맨살 내놓는 딸자식같은 애들을 좋아하는 변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3가지 수요를 3개의 그룹으로 소화해야 할 시장을 하나의 그룹으로 일원화하다보니 생긴 괴물이 바로 소녀시대인것이다


그러면 왜 기획사들은 10대 걸그룹, 그것도 더 어린 애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번 지피베이직의 예 처럼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이유는 '계약상에서 기획사에 더 유리한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조글) 섹시 컨셉이 먹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캐치한 기획사가 새로 그룹을 기획한다고 한다면 섹시컨셉에 적합한 성숙한 컨셉의 캐릭터들은 이미 20살이 넘어가 머리가 굵어지고 내 몫을 챙기는 신중함을 보이는 데에 반해 나이어린 걸그룹들은 일단 한번 장기노예로 묶어두면 그 안에서 가능한 다용도(?)로 활용해서 가능한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는 것이 가능한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섹시'컨셉을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탱크톱을 걸치고 봉춤을 추며 '오늘밤 한가해'라는 식의 노래를 읇조리고, 일일연속극에서 구박받는 며느리로 출연하기도 하며, 버라이어티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생활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누구나 잘 팔리는 물건만 가져다 놓고 싶은 것이 장사꾼의 마음이다. 만일 음악 업계가 장사꾼이라면 그리고 스스로 장사꾼임을 자처한다면 지금의 연예계 흐름에 돌을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장사꾼이 아닌 '문화 업계의 발전을 돕는 첨병'으로 소개하고 있고 예술가로서 국민들의 정서 소양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다. 대중문화예술가라는 칭호도 빼놓지 않는다. 꿈을 파는 직업이라는 닭살돋는 표현도 가끔 더해가면서 말이다. 듣기 싫고 인정하기 싫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군소리 없이 돌을 맞아도 할말이 없지 않을까? 정말 국민들의 정서 소양에 이바지하고 우리나라의 음악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같은 판세를 만든 것에 대한 책임과 음악의 판까지 뒤엎어가면서까지 수익에 집착하면서 얻은 수익으로 대체 음악업계의 발전에 무엇을 해왔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날아오는 돌에 대해 억울하다며 동정을 구하는 구역질나는 행태를 보이는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보일 여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posted by RushAm 2010. 7. 8. 15:55
아이돌의 세대교체주기는 5년 주기라는 것을 이전 글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신기하게도 실제 5년이라는 기간 이상을 넘겨서 차기 아이돌을 내세우는 기획사가 성공하는 사례를 보기 힘들다. 그만큼 어떤 기획사라 할지라도 연타석 홈런을 날리지는 못하며 그 홈런을 5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말하면 이는 5년 이상 아이돌을 키워내 제대로 가요계의 한 축으로서 정착시키지 못하는 능력적 한계와 더불어 아직도 가요계 전반이나 음악 업계에 대한 제대로 된 학술적 분석 없이 끝발 하나로 어떻게 해보거나 언제 터질지 예상하지 못하는 로또성 그리고 그로 인한 한 가지 성공 공식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집착이 가져오는 패착이다.

god (1999~2005)


이는 한국의 음악 시장이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변덕스러운 부분이 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챠트의 변화가 변화무쌍하고 후크송이 남발하는 패착이 있긴 하지만 음악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 취향을 1년에도 몇 번씩 바꾸지는 않으며, 이는 비주얼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 다른 그룹에서 어떤 캐릭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나중에 나온 그룹에서도 그와 닮은 캐릭터에 눈길이 가게 되어있으니까, 그런데 아이돌 기획사들은 이런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을 두고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한지 1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국민아이돌 하나 롱런시키지 못한 채 기존 아이돌은 나이가 좀 들면 일단 은퇴부터 시키고 신선한 10대들을 데뷰시키기 바쁘다. 갑자기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목에서 노래가 안나오는것도 아닐테고 춤이 안춰지는것도 아닐진데 그런건 관계없이 일단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10대 마케팅'을 쓸 수 없을 때가 되면 일단 은퇴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이다. 이러한 기획사들의 성향은 그룹명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HOT (highfive of teenager) , 슈퍼쥬니어, 소녀시대 등 맴버들의 생명력을 처음부터 10대 후반까지로 한정시키는 뉘양스의 단어를 의도적으로 삽입함으로서 향후 해당 그룹이 실패하거나 그들 입장에서 봤을 때 생명력이 다 했을 경우 내칠 수 있는 (사실상 말도 안되는)명분을 만들어놓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에 있어서 별로 들어맞지 않는 사건이 1년에만 두 번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기획사가 한 아이를 버렸고 두번째는 아이들이 회사를 버리고 뛰쳐나왔다.
우선 첫 번째 사건을 들여다보자, 잘나가고 있는 보이그룹 맴버 중 리더에 해당하는 맴버가 과거 연습생시절에 저질렀던 과오가 뒤늦게 터저나왔다. 문제는 이 과오가 대한민국 국민들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는 국수주의를 건드렸다는 점에 있다. 지금까지 아이돌들이 몇번 실수로 국수주의 성향을 건드린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자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이른바 '예의에 어긋난 철없는 행동'을 '즉석'에서 '발언'으로 해왔던 점에 의거해 사건이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이번 건은 해외 거주자 신분이었던 해당 맴버가 대한민국 국가 전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컸다. '발언'이야 보도제한을 걸거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만 입을 틀어막으면 그만이지만 이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와있는 '글'그리고 이를 퍼다 나르는 주체가 언론이 아닌 '네티즌'이었기 때문에 증거도 명확했고 기획사의 끝발로 진화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떡밥을 언론사가 그냥 둘 리가 없는 이상 언론 컨트롤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서 기획사의 대응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처음부터 눈에 보이게 '아직 해당 보이그룹에 투자한 금액 회수가 끝나지 않았고 회수할 포텐셜이 남아있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해당 보이그룹의 타이틀적인 명예'를 보호하는 데에 맞춘 스크립트를 짜낸다. 일단 맴버를 임의탈퇴 후 서둘러 해외로 빼돌려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남은 맴버들은 활동을 계속하는 식으로 이슈를 서둘러 정리해 뜨거워진 냄비를 식힌 후 여론의 추이가 해당 맴버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를 것을 의식하여 해당 맴버의 팬의 유출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여론을 안정화한다. 이후 어느 정도 해당 맴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남은 맴버들의 인기가 안정화된 후 해당 맴버에게 의도적인 스캔들을 터뜨려 임의 탈퇴를 완전 탈퇴로 못박으며 대응을 마무리짓고 있다. 이 사건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해당 기획사에 대한 대응이 객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던지 간에 적어도 기획사 내부에서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는 분위기인듯 한데...과연 그런 것일까?

주관적인 추리를 토대로 사건 전체 흐름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우선 기획사는 스캔들이 일어났을 당시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식의 정책으로 남은 맴버들의 이미지를 보호하는 것을 택했지만 향후 여론이 예상과는 달리 스캔들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우호적으로 흐르고 기획사의 비정함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되자 대표가 직접 TV에 전격 출연하여 해당 맴버의 팀 재합류를 표명한다. 아마 이후 해당 기획사는 해당 맴버와 재합류에 대한 협상을 벌였겠지만 이미 썩은 사과 취급을 받은 그가 재합류를 할리가 만무했을 터, 결국 협상 결렬 후 더 이상 해당 맴버의 존재가 남은 맴버들로 구성된 그룹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이미 대표가 TV에서 공표했던 '재합류 약속'을 뒤집고 남은 맴버들의 상대적 도덕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기획사 내부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지으려 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짓을 하게 방치한 기획사는 유능한것일까?


이 사건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대중적인 인지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스스로 잘했다고 자뻑하고 있는 '투자금 회수'에 있어서도 상당히 미숙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우선 사건이 일어난 직후 불과 4일만에 임의 탈퇴 처리하고 서둘러 사건을 묻어버리려 했던 부분, 일면 상업적으로는 꽤나 치밀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은 '이런 새로운 종류의 스캔들'에 대한 대응법을 전혀 연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 됐다. 이 업계에서 10년 넘게 굴러먹고 있는 사람들이 소비자들의 사회적 돌발 성향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먹구구식 대응을 했다는 점은 지금까지 얼마나 이들이 문화 콘텐츠 업계 경영에 무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이들이 저지른 패착은 이 업계에서 모든 기획사를 통틀어 단 한번밖에 쓸 수 없는 비기를 고작 보이그룹 투자금 하나 회수하자는 하찮은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물론 파장이 크긴 했지만 기획사는 그 그룹 하나로 끝날 게 아니라 향후 수많은 후속 그룹들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물론 아직 연예기획사들은 어떤 그룹 하나에 올인하면 호주머니까지 탈탈 털어내야 할 만큼 재정적 상태가 열악하기는 하지만, 기획사의 브랜드 가치만 살아있다면 투자는 언제고 다시 받아낼 수 있는 것일진데,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미래를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미래에 지금보다 더 큰 이슈나 스캔들이 일어난다한들 이상할 게 없는 것이 연예계이건만 당장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연예 업계 전반적인 데미지를 입힌 것이다.

1. 이 바닥에 아예 다시 못들어오도록 *신을 만들려 했다. (조폭이냐?)
2. 그런데 기획사를 족치는 이미지의 그가 금새 국내 기획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3. 하필 그 기획사가 JYP와 연관이 없을수가 없는 싸이더스 IHQ다.


해당 기획사는 연예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기획사가 망하는 지름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방송계 인맥이 끊어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충성스럽고 능력있는 유망주들이 기획사를 외면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해당 기획사는 후자쪽 문제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TV에서 드러나는 소문보다 훨씬 더 많은 유언비어들이 돌고 있는 연예계의 이면에서 수많은 유망주들이 기획사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이미 문제를 일으킨 해당 기획사에 대한 윤리적 신뢰도가 바닥을 친 이상 그들에게 더 이상 미래를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과 그에 따른 선택의 변화는 변화무쌍이 극심한 연예계만큼이나 순식간에, 그리고 매우 뿌리깊게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5년 주기라는 무덤을 스스로 파버린 대한민국 기획사에게 '신인 유입의 감소'는 곧 패망을 의미한다. 이미 파워게임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해당 기획사가 작금의 진퇴양난을 과연 어떻게 해소할지 아니 해소는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소한 다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미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아이돌을 소비하는 소비 주체로서의 성숙도가 좌우할 문제일테니까... 진통의 끝은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고 그 생명은 곧 미래를 이어가는 힘이 되지만 단지 진통 후에 또 다른 진통만이 기다린다면 현실의 고통일뿐 미래를 위한 뭣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그 무언가가 되게 만드는 것, 지금을 살고 지금을 즐기는 문화 소비주체들이 앞으로를 위해 풀어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3부 마침,


* 본래 3부에서 다루어질 예정이었던 동방신기의 경우 4부와의 연관글이 많기에 부득이하게 4부에서 함께 다루어지게 될 예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posted by RushAm 2010. 4. 25. 12:33
시작부터 뜬금없이 프로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구단이 있고 선수가 있다. 둘은 계약을 하고자 한다. 선수는 그 구단의 팜 시스템에서 유소년시절을 보낸 프랜차이즈 유망주일수도 있고 타 구단에서 데려오게 될 이적생일수도 있다. 물론 선수는 그 구단과 계약을 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적생이라면 해당 구단에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면 데려올 수 있고 구단에서 보유한 유망주라 할지라도 반드시 소속 구단에 입단할 의무는 없다. 구단은 키워낸 보상금을 지급받는 대신 선수를 넘겨줄 수 있다. 유소년은 유소년일 뿐 1군 시스템에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라고 해서 반드시 자유롭게 이적할수는 없다. 계약에 묶여 있다면 철저하게 계약 기간을 이행해야 하며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정해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금 언급한 시스템은 프로스포츠 업계의 '이적료', '유소년 육성 보상금' , 'FA보상금' 등에 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처럼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정사원체계가 아닌 전원 계약식 인력수급체계의 경우 이와 같은 업계 내 인력 이동에 대비한 각종 업계 내 시스템을 정해두고 서로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계약자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막고 돈을 풀어 영세한 단체로부터 인재를 무자비로 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계약 보호 장치와 피계약자가 실력에 맞는 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이후 자유롭게 자신의 가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든 자구책인 셈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기획사를 포함한 현 아이돌 업계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시스템 자체를 갖추기는 커녕 그런 노력 자체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기획사들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살펴보면 일단 기본적으로 아이돌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사례는 없다. 아니 그보다 빼앗기지 않도록 이미 유소년 육성 때부터 성인이 될 무렵까지 두 자릿수 이상의 다년 계약으로 묶어두기 때문에 에초 이적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데다가 당초 그 파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거대 기획사 몇몇이 나눠먹는 좁은 시장이다보니 이적을 결심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자체가 겉으로는 적대적이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뒤를 봐주는 더럽기 그지없는 업계라서 기획사를 뛰쳐나온 유망주를 다른 기획사가 받아주는 일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각 기획사들은 컨셉이라는 이름으로 점철한 각자만의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획 방식은 별 차이가 없을 지 모르지만 육성 단계에서는 거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만큼의 온도차를 느끼게 된다. 즉 A기획사에서 이미 2년여간 연습한 연습생이 B기획사로 이적해서 2년간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거의 불투명하다. 계다가 대부분 사춘기가 막 시작된 민감한 감성의 나이대인 연습생들의 미묘한 신경전은 이적생이 적응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작은 일에 상처받고 깊게 고민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는 본인의 잠재력 발휘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함은 두말할것도 없다.

고작 열 몇살짜리가 자기미래를 설계할 제대로 된 능력이 갖추어질리 만무하며, 이는 부모 대리 계약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음악을 제대로 가르쳐줄 기획사를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판단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기획사들은 오디션에 통과한 직후부터 다년 계약을 맺고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연습생을 묶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에 앞서 충실한 소속 연예인으로 만드는데 전력을 쏟는다. 다소 고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휘어잡아 마치 군대의 상하관계를 만들듯이 선후배 관계, 사장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 등의 내부 계급체계를 갖추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연습생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은 고사하고 이 곳에서 나가면 인생 끝장난다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에 여념이 없으며 이는 연습생들의 평균 나이대와 연예계 지망생 특유의 연약한 감성을 생각해볼때 상당히 효과적인 모양이다.

다년 계약에 대한 기획사의 변명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죽쒀서 개 주기 싫은 마음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에 붙는 1차적인 문제는 '계약'편에서 언급한 대로 연습생 스쿨과 기획사가 분리되지 않은 일원화된 승강구조 탓이지만 그 전에 업계 자체가 상당히 폐쇄적이고 비상식적인 운영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익만을 보는 데에 급급해 장기적인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계약 사원 체계가 일반화된 업계임에도 상호 인력 교환에 대한 어떤 규약도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이적료, 보상금, FA 등) 유소년 육성 단계부터 장기계약으로 인재를 묶어놓고 자유로원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연습생이 잘못된 판단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과 동떨어진 음악을 하는 기획사에 얼떨결에 들어올 수 있다. 대부분 작정하고 오디션만 줄기차게 쫒아다니지 않는 한 연예계 데뷰 비화는 '얼떨결에 됐다'는 식이니까,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선진화된 음악을 하는 것처럼 보여 들어왔더니 막상 내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연습생은 자신의 미래가 걸린 일이므로 실망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는 소속사를 탈퇴하고 다른 곳을 갈 방법이 거의 없다. 업계 자체에서 찍혀버리면 향후 어디를 가더라도 파벌에 밀려 제대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여기에 군대로 치면 이등병부터 시작해 겨우 상병 달았는데 다시 다른 부대로 전출되어 훈련병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적을 생각하는 연습생들의 처지가 딱 그렇다.

그러면 왜 기획사들은 이런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습생 시스템과 불공정한 다년 계약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이미 코스피에 상장된 SM을 비롯한 수많은 기획사들이 스스로의 자금력이 아닌 외부 투자에 의해 자금 조달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자금은 대부분 연예계와 전혀 관계없는 업계에서 조달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투자를 받은 기업은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여기에 정기적인 수익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큰 연예기획사일 경우 투자금 상환에 대한 부담 역시 한층 가중될수밖에 없다.

여기에 투자자들에 의해 선출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이사진들이 대부분 연예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전문가들이다보니 일방적인 투자금 회수만을 강요하는 것 이외에 어떤 경영적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과 이들 투자자 대부분이 20세기 말 HOT와 서태지 그리고 김건모가 만들어놓은 밀리언 셀러 시대에 대한 환상만을 가진 채 당시의 수익성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부분도 기획사로 하여금 자금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예계는 큰 돈이 된다는 점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가지고 무조건적으로 목표 수익만을 회수할 것만을 생각하다보니 업계 내부의 특수성이나 여타 민감한 상황들을 고려할 여유를 줄 리 만무하며 실제 업계를 이해하는 중간 실무자들의 고충은 늘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의 문제점은 벌써 10년 전의 수익구조를 추구하고 있는 점도 그렇지만 그 당시 일방적으로 기획사들이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데뷰 당시부터 불합리한 수익배분을 강요한 장기계약'덕분이라는 사실과 업계 자체가 가진 거품이 완전히 빠진 현실을 전혀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음원을 포함한 음원 수익은 거품기 이전의 1/3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급 연예인들은 그만큼의 대우를 충분히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사실상 많은 수익을 제대로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검증된 스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 대비 고소득이 가능한 유망주가 그 계약 조건 그대로 남은 기간 내에 포텐셜이 폭발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악업계는 절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업계가 아니라는 점을 실무자는 물론 투자자들 역시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불필요하게 덩치만 거대한 기획사 시스템을 코어화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모되는 예산 규모를 축소해 결과적으로 연예계 수입 이상의 외부 투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기획사들의 독창적인 육성 시스템을 버릴 필요는 없겠지만, 과도한 장보기로 인해 야채가 썩어버리듯 모순된 시스템 탓에 재능있는 연습생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맞지 않은 옷에 괴로워하다 사라지는 참사를 막아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이는 것이야말로 연예계에서 밥벌이하고 있는 업계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기획사들이여, 환상을 깨고 현실을 보라. 연예계, 아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결코 안정적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우량사업이 아니다. 어쩌면 업계에 대한 애정으로, 한편으로는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업계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분명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도, 이제 막 기획사를 설립하려는 신생 기획사도, 화려한 생활에 눈을 반짝이며 겁없이 덤벼드는 연습생 지망생들도 이를 분명히 명심하도록 하자, 정말 즐겁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견디기 어려운 업계가 다름아닌 연예계라는 진부하면서도 마취제처럼 잊으려 애쓰는 불편한 진실을...

3부에서 계속됩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