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5. 24. 00:26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는 편이지만 일본 드라마 업계 역시 '미드'라는 큰 장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나오는 드라마의 판도에서도 조금씩 그런 부분을 읽을 수 있는데요. 단지 기발한 소재나 특수한 직업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던 이전의 초미니시리즈 방식에서 조금씩 탈피, 편성 수는 늘리지 않으면서도 설정만큼은 보다 탄탄하게 갖추고 고증 역시 이전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사랑'이야기가 정말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에 있겠죠. 히로인이 히로인이 아니고, 여성 캐릭터가 마냥 약해서 구원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즉 주인공 1인 체계로 움직이는 드라마보다는 비중을 적절히 분매한 멀티 메인 캐스트 체제로 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최근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사례가 후지TV의'BOSS'입니다. 시청율 면에서도 단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전체적으로 이전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든지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보여주었던 1인 히어로 타입 스토리 전개가 아닌 멀티 시나리오 형태의 전개로 어느 배역 하나 눈을 뗄 만한 틈을 주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지요. 최근 '로스트'라던지 '히어로즈', '24' 등 일본에서 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들이 대체로 이러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일본 내에서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성과를 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오늘의 드라마이저는 5월 23일 지금 막 초회 방송을 끝낸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작 Mr.Brain (이하 미스터 브레인)입니다. 관계없을지도 모르는 서두가 너무 길어졌네요. 마냥 관계없지만은 않으니 너그럽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기무타쿠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그의 식지 않는 인기는 아직 건재하며 아무리 카토리 신고가 버라이어티에서 건실한 이미지로 인지도 역전에 성공했다지만 능력적으로 '절대 대체 불가'인 영역을 확실히 개척해놓은 키무타쿠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미스터 브레인이 주목받을수밖에 없었던 건 영화에서의 티켓 파워와 유사한 '적외선 파워'를 확실하게 보증하는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연기의 수준 문제를 이미 떠나서 TV안에서 TV밖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은 연습이나 경력 따위로 만들어질 리가 없을테니까요.

예전 '히어로'가 그랬던 것처럼 기무타쿠 주연의 드라마는 기무타쿠만이 군계일학이 되도록 두지 않습니다. 그에 걸맞은 화려한 배역들이 이번에도 차고 넘치고 있는데요. 최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정상급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아야세 하루카에다가 고쿠센부터 아름다운 그대에게, 최근 방영된 '드롭'까지 한결같은 미소년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즈시마 히로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며, 그밖에도 카가와 테루유키, 시타라 오사무, 다이치 마오 등 S급 연기파 조연들까지 갖추고 있어 배역진의 이름값만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사실 TBS가 기무타쿠를 영입할 정도였다면 정말 드라마 홍보도 홍보겠지만 드라마의 본질적인 부분에도 좀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초회를 보는 1시간 40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TBS가 미스터 브레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인지 초회 방영 1시간 전 버라이어티까지 제가 본 것만 무려 5개가 넘는 정규방송을 미스터 브레인특집방송으로 점철해버릴만큼의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인데요.

일단 이 드라마 기본적으로 '기무타쿠'에 대한 1인 의존도가 너무 심합니다. 원작이 어떤 형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굳이 멀티 시나리오를 채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연급 배역들이 기무타쿠의 단지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서 2시간에 육박하는 방영 시간 내내 그들의 캐릭터적 특징을 전혀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는 2001년 방영된 '히어로'에서 보여주었던 초회 조연들의 확고한 개성이 극의 재미를 한층 복돋아주었던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부분인데요.

기왕 히어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아직 초회 방영에 불과합니다만 미스터 브레인이 과연 '히어로'에서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본래 트랜디 드라마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TBS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기무타쿠가 이미 성공시켜서 굳어진 캐릭터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여 드라마 전체를 그의 이미지에 맞출 필요까지 있었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굿 럭부터 화려한 일족까지 그간 기무타쿠 주연의 드라마를 진두지휘해온 후쿠자와 카츠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실제로 극중에서 기무타쿠는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마치 놀이터에서 편하게 노는 어린아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만, 극의 내용이라든지 기무타쿠에게 요구되는 배역의 특징, 그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역할까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이 '그저 기무타쿠만 믿고 가자'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 화려한 캐스팅에게 기대할 수 있는 포텐셜을 단박에 반감시켜버리는 비중의 불균형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데요 아야세 하루카의 연기력이 베테랑 마츠 다카코에 비할 바는 아니겠습니다만 단순히 연기력의 문제를 떠나서 마츠 다카코가 히어로 초회에서 보여준 드센 츤데레 여성 역할에 비해 그저 기무타쿠를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이 불분명하게 표현되는 아야세 하루카의 역할은 그녀가 가진 연기력을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확실히 단언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즈시마 히로 역시 에피소드가 진행됨에 따라서 차차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많아지겠습니다만 초회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그가 한 일이라곤 '오오 기무타쿠씨 역시 대단해' 라고 감탄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무타쿠 역시도 이 드라마에서 예전만큼 빛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에서 그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조연들이 저만의 매력을 뿜어내며 그의 캐릭터와 함께 어우러주었기때문이었지 결코 그 혼자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주연급 캐스팅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 전까지는 기무타쿠가 아무리 먼치킨급 활약을 펼친다한들 미스터 브레인의 분위기가 살아날리 만무할 것 같습니다. 요는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서 성적표가 사망 직전의 심장 펄스신호마냥 요동칠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애석하게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력 역시 김빠진 사이다같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는데요. 이전 히어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기무타쿠 천재만들기'시나리오가 배경만 바뀐 채로 고스란히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는 별개로 치더라도 CG티가 팍팍 나는 초반 폭발신에 마치 저예산 특촬물을 연상시키는 부실한 연구소 세트 구성도 드라마에 몰입을 충실히 방해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결론이 뻔히 보이는 지극히 TBS만의 선악구조 확실한 이야기 전개는 여전히 잠이 쏟아지게 만들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트릭'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인기 작가로 떠오른 미야타 코지 작가의 추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진 매너리즘도 한 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국 그들 나름대로는 정말 혁신적인 트랜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버리고 말았군요

드라마의 TBS라는 왕자 자리를 내걸고 주말 8시를 기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TBS가 시청율 면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다른 시청자들의 생각이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는데요. 방영 전까지만 해도 'BOSS'는 물론 절대강자 '천지인'마저 무너뜨려줄 것으로 기대했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 자체로 본다면 그리 저평가를 받을 만큼은 아닙니다만 TBS의 풍선마케팅이 너무 지나친 것에 대한 반사역효과가 드라마의 평가절하를 부추긴 셈이 되는데요. NO TV BUT TBS라는 캠페인을 전개할 만큼 기존의 보수적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TBS입니다만 그게 단지 캠페인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미스터 브레인이 역으로 증명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아니 말하려 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말 속에서 어떤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드라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뇌에 관한 상식들과 함께 여러분도 같이 뇌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심장 소리만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에게 마음 그 이상의 생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미스터 브레인' 이었습니다.
Mr.Brain ミスタ-ブレイン (TBS)
2009년 5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 19시 56분 방영
출연 : 木村拓哉 (기무라 타쿠야)綾瀬はるか(아야세 하루카)
         水島ヒロ   (미즈시마 히로)  香川照之    (카가와 테루유키)  外
각본 : 蒔田光治 (미야타 코지)
연출 :
福澤克雄  (후쿠자와 카츠오)
posted by RushAm 2009. 5. 22. 03:04
시상 소감 같은 곳에서 흔히 나오는 말 중에 '초심'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쓴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참 멋있게 들렸으리라, 그러나 어떤 멋있는 시상 소감 꼭지라도 너도나도 쓰기 시작하면 참 멋없는 말이 되는데 그 이유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심이 사실 그렇다.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하지만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 돌아갈 수는 있는걸까? 듣기에는 그럴싸해보이지만 꽤 무책임하게 내뱉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렇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사실 보통일이 아닌거다.

그게 그렇게 쉽다면 이혼율이 높아질 이유가 없다


개그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은 언제나 끊임없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린다. 초기 기획 시간이 가장 짧고 어느 정도의 센스만 갖추면 작품 시작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신인 작가들이 향후 지속적인 연재의 지속성에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그 만화 장르를 선호한다. 어차피 신인 작가에게는 개그든 스토리타입이든 작품이 하나라도 주목을 받아서 유명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언제나 한결같이 1년을 전후로 아이디어 고갈로 인한 연재 중단이다. 비단 개그뿐만이 아닌 시사성이 없는 옴니버스 만화의 공통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롱런의 비결(?)

마음의 소리는 옴니버스형 개그 만화로서는 이래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와탕카','트라우마' 등의 개그타입 웹툰이나 '골방환상곡' '낢이 사는 이야기'등 생활접목형 옴니버스 스토리 타입 웹툰 등 같은 시기에 연재를 시작한 유사한 타입의 웹툰들이 모두 연재를 중단한 상태이기에 더욱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장수의 비결을 별달리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이래적이며 이미 소재 고갈 사이클이라는 1년 전후를 훌쩍 지난 상태에서도 독자들의 관심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보인다.

마음의 소리가 롱런을 하고 있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소재 고갈이 되지 않고 늘 신선한 챕터들이 나와주고 있는 것일까? 혹은 캐릭터들의 개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달리 소재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즌별로 무한정 스토리를 양산해 낼 수 있는 기막힌 구성력을 가진 작품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며 초반에 너무 많은 소재가 남발되지 않도록 작품의 컨디션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간간히 크리티컬 히트로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전략형 연재물일 수도 있다.

모두 갖춘 사람은 롱런을 뛰어넘어 그 시대 자체를 접수해버린다.


문제는 이 모든 사항들이 정 반대로 적용되고 있음에도 롱런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 있다. 소재는 2009년에 이르면서 이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지 오래이며 캐릭터의 개연성 역시 조석 본인을 희화한 캐릭터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인지도가 거의 없는 수준에 구성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작품 구조의 한계가 있었음에도 초반부터 너무 많은 소재를 남발한 나머지 소재 고갈 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문제는 '소재고갈'에 대한 대처

소재 문제부터 생각해보면 초창기 편의점이나 전경 등의 조석 개인의 일상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작가 본인이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있었던 갖가지 상상 속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배경이나 캐릭터를 완전히 무시하고 소재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따로 만화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소재들이 매 챕터를 채워주고 있다. 이는 굳이 '웹툰' 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결국 만화가 소재의 보조 역할이 되는 주객 전도의 상황이 되는 셈인데,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 최근 조석 작가가 소재 고갈을 이유로 제법 오래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소재 공모'다

생활의 참견 처럼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작품 세계가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그릴 수 있는, 다시말해 캐릭터성에 전혀 의지하지 않은 상태라면 독자들의 소재를 사용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마음의 소리는 처음부터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캐릭터에게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맡겨버리는 타입으로 굳어져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독자의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간혹 독자사연을 이용한 챕터가 등장하곤 한다. 이에 대한 문제점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이 챕터 317 - 사연만화 - 편이 되겠다.

매회 캐릭터와 배경이 변하는 완전한 옴니버스작품은 공모를 하던 뭘 하던 소재 사용에 제약이 없다.


소재공모뿐만 아니라 최근 사용하고 있는 소재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지만 에피소드 자체가 신선할 뿐 개그 소재는 언제나 '외모', '먹는 것' 등 다소 원초적인 몸개그 수준의 소재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마지막 한 부분의 반전에 드러나는 소재만을 '고른' 후 전후 사정에 대한 기획을 갖출 뿐이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챕터에 대한 신선함을 주기에 역부족일수밖에 없다.

작품 자체는?

그렇다고 초반 개그 소재나 스토리, 대사 등이 완전함을 느낄 만큼 매력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분명 마음의 소리에서 나오는 개그 타입은 일전의 '와탕카'에서 보여주었던 '반전'이 핵심인데, 와탕카의 경우 그림과 상황이 적절히 어우러져 반전의 효과를 더하는 반면 마음의 소리는 다소 인위적으로 긴 공백을 삽입함으로서 기대 심리를 높이는 원초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도 결국 그림이 아닌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지극히 웹툰스럽지 못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그림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엽기적인 표정'이나 '얻어터진 조석 캐릭터' 정도일 뿐 사전에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마지막에 있을 반전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대사 자체에 어떤 매력이나 독특한 개성이 있느냐하면 그 역시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대사로 승부하는 작품이라면 이른바 '유행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마음의 소리를 통해 유행이 된 단어 혹은 대사가 없는 것을 보면 대사 자체만으로 특별히 높은 평가를 매기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화 잘되는 고기라든지 알아듣기 힘든 조합형 단어들이 단골로 나오긴 하지만 원래 뜻 자체를 상식화시키는 데에 실패한 이상 유행어로 보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 개그 코드가 대사 자체에 있기보다는 어떠한 상황 설정에 따른 인위적인 상황이 많은 마음의 소리 나름의 작품 코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골방환상곡'의 '엄친아'라든지 '트라우마'의 '다음뉴스 여야는 오늘도'처럼 뇌리에 남을만한 대표적인 유행어가 나오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수많은 문제점에도 별다른 대체작이 없다는 이유로 '냉정한 평가', '객관적 소비'를 과감하게 이루어내지 못하는 독자에게 있다고 본다. 마음의 소리가 개그만화로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롱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기존에 연재하던 옴니버스 개그물 (와탕카, 트라우마 등)들이 대거 연재를 중단했기에 얻는 반사적인 이익일 뿐 결코 마음의 소리가 먼저 완결된 다른 개그작품들에 비해 강점이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는 남아있는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들자 공급이 되고 있는 쪽에 대한 평가 인플레가 심해졌고 이것이 매너리즘으로 이어진 것이 지금의 비정상적인 롱런에 대한 이유와 동시에 문제점이 되는 것이다.

매너리즘이란? 자기자신은 전혀 웃기지 않음에도 다른 사람들 다 웃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싫어 '아 웃긴가보다'하고 따라 웃는 척하는 심리


이유야 어쨌던 마음의 소리는 롱런할 수 있는 모든 시도, 기회, 자격을 잃어버린 채로 위태롭게 표류하고 있다. 이미 기름이 바닥을 드러낸 자동차가 무리하게 시동을 걸어 심각한 부품 손상을 초래하면서까지 스물스물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건 작가가 이미 스스로 이 작품을 끝낼 수 있는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이며 이런 작품이 지속적으로 지금의 위치에서 개그 웹툰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이후 같은 소재로 웹툰 데뷰를 준비하고 있는 신예들에게 있어서도, 좀 더 신선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음의 소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작품적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박수칠때 떠나라는 말도 사실 말이 쉽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벌때 바싹 벌고싶은 마음이 대부분일테니까 ...다만 지금의 위치에서 결국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현재 위치를 생각해본다면 과연 자기 자신만을 생각해야만 하는 일인지, 속속 들려오는 건실한 비판을 단지 악플로서 무시하면 그만인지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작품이 가진 나쁜 이미지는 연재가 중단되면 어느 정도 사그러들지만 작가 자체에 대한 나쁜 감정은 펜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나올 신작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생각했으면 한다. 만화가는 공인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평생 가지고 갈지도 모를 또 다른 나의 분신 '펜네임'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주길 권하고 싶다.


다음주에는 '와라 편의점'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16. 23:37
드라마의 길을 고수하던 TBS가 최근들어 제법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역시 실력있는 신인들의 공급이 더뎌지는데다가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이루어지던 스테프쪽의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는데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인력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모양입니다. 이전만큼 기발한 소재의 참신한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원작을 망친다는 실로 컨버전으로서는 최악의 평가까지 듣고 있을 만큼 드라마계에도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내외 사정을 TBS에서도 모를 리가 없겠죠. 5월 23일 방영 예정인 Mr.Brain의 좀 과도하다 싶을만큼의 물량 공세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같은 물량 공세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끝날지 드라마 왕국 재건의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최근 무섭게 TBS의 드라마 왕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NTV나 TV 도쿄에 자리를 내줄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왕자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에 설명해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뚜껑을 열기 전의 녀석을 평가할 수는 없고, 그 전에 잠시 맛보기를 보는 느낌으로 TBS의 지금 상태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어 소개합니다.


4월 중순부터 TBS의 전파를 타기 시작한 드라마 スマイル(Smile 이하 스마일)은 TBS의 파워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 평균 이상의 캐스팅을 갖추고 있지만 의외로 방영 전부터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예고편부터 어느 정도 실패를 예감한 매스미디어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하는데요. 물론 특집 방송은 충실히 내보내긴 했습니다만 TBS내부에서도 Mr.Brain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예고편 한번 타지 못하고 일종의 땜빵 광고 (2~3초 정도로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드라마 CM) 정도로만 간간히 소개될 정도였으니까요. 아라시의 인기 맴버 마츠모토 준, 좀처럼 교복을 벗지 못하는 여동생 아라가키 유이 투톱만으로 모자라 특급 베테랑 나카이 키이치에다가 F4 '루이'의 오구리 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명 빠지는 사람 없이 훌륭한 캐스팅입니다만, 이미 캐스팅만으로 홍보가 자연스럽게 될 거라는 TBS만의 이유 있는 거만함이었는지 영문을 잘 모를 일입니다.

여기에 사각지대라고 불리웠던 금요일 저녁시간대를 단박에 황금시간대로 바꾸어놓았던 꽃보다 남자 제작진이 다시금 금요일 10시 시간대를 정복하기 위해 뭉쳤는데요. 인기 연기자에서 최근에는 각본가로도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쿠마 타카유키의 각본에 10년 남짓의 짧은 경력에 다수의 히트작을 발표하며 관록을 쌓아가고 있는 이시이 야스히루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TBS로서는 역시 꽃보다 남자의 전성기를 되찾고 싶다는 은연중의 욕심이 언제나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금요일 10시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데요. 스텝진 구성에서는 야심을 숨길 수 없었던 듯 합니다. 결국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내 분위기상 드러내놓고 설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군요.

장면 구성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면서도 편안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드라마 스마일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맛있는 드라마'입니다. TBS 드라마가 익히 그렇듯 정말 눈이 편안해지고 시원하거나 혹은 따뜻한 느낌의 편집 노하우가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드라마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한 권의 소설이나 시집의 삽화를 보는 듯한 화면 질감을 보여줍니다. 카메라 워크도 여전히 훌륭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하이비젼을 캡쳐한 동영상을 통해 접하시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반 아날로그 TV로도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구도나 내용에 대한 욕구를 대부분 보는 즉시 충족시켜줍니다. 한 마디로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배려가 딱히 싫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방송국들이 TBS의 이런 특징을 흉내내지 않는 이유는 특허가 있다거나 특별히 흉내내기 힘든 절대적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닌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결정적인 단점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졸린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너무 진행 자체가 정적이고 내용 전달이 아름다운 화면 연출과 더불어 천천히 이루어지다보니 성격 급하신 분들은 차마 템포를 역으로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요즘 대부분의 젊은층들이 이러한 내용 전개 방식의 드라마를 많이 접하지 않고 있다보니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배역을 가진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극 전개 방식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한계를 반증하듯 시청율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금요일 10시라는 시간적인 패널티를 감안하더라도 TBS드라마로서 10% 안팎의 성적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데요. 젊은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캐스팅을 갖춘 드라마로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골든위크 시즌에 잠시 12%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이 다소 이래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는 스마일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가족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있지만 요즘 세태에서 드라마 시청율의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사극 이외에는 젊은 층이 대부분일테니까요. 평일에 방송되는 가족형 드라마라는 포지셔닝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그놈의 내부 사정이라는게 뭔지...

스마일에 등장하는 배역들을 살펴보면 '필리핀 혼혈'에 '실성증 히로인' '민완 변호사' ,'광기의 불량아' 등 결코 그냥 소화하기 힘든 내공이 필요한 배역들이 대부분인데요. 일단 이미지상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원래부터 선이 굵은 이미지의 마츠모토 준은 약간의 체중 조절과 태닝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고, 그동안 말이 많은 타입의 배역이 많았였지만 동시에 풍부한 표정 연기실력도 함께 선보였었던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 다양한 표정과 입모양으로 말하는 연기가 그녀 특유의 건강하고 활달한 성격과 어우러져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마츠모토 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극 전개 자체의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중심에 서 있다보니 아무리 잘해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농익은 연기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특이한 배역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극 전개 자체가 지나치게 쉽게 풀어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편안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역일테니까요. 덕분에 결코 나쁘지 않은 연기임에도 극 전체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고 있다보니 책임 소재가 마츠모토 준에게 쏠리는 듯 합니다. 배역에 몰입하는 정도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의 스마일에서는 다소 함량 미달로 보이며.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는 경력에 걸맞는 배역 소화를 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코드 블루에서 드러난 포텐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만큼 분발이 필요해보입니다.

투톱이 다소 힘겨워하고 있는 데에 반해 조연들은 이름값을 충분히 해주면서 스마일의 완성도를 유지해주고 있는데요. 나가이 키이치씨는 여전히 명불허전, 오구리 슌 역시 만만치않은 커리어에 걸맞게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TBS 드라마의 단골 소재 '법정', '방송국', '가족애'를 책임지는 코이케 에이코를 비롯한 각 조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데요 특히 가족애는 빠지기 힘든 이야기의 주축이 되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받쳐주는 게 중요한데. 등장 비중은 많지 않지만 다소 섞여들지 못하는 마츠준, 각키 투톱을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줌으로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스토리 균형을 잡아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늘 먹는 맛있는 김치찌개라도 매일 삼시세끼를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TBS가 가진 문제도 이와 비슷한데요. 완성도도 높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정말이지 무난하기 이를데 없는 드라마로 '보수성'을 과시해왔지만 그 보수성이 완만한 하락세를 체크하기에는 너무 둔감했던 것 같습니다. 기발한 소재보다는 무난하고 따뜻한 스토리로 승부해왔던 TBS답게 스마일 역시 단지 필리핀 하프와 실성증을 가진 소녀의 매치라는 점 이외에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토리라인을 이어나갑니다. 나쁜 과거가 있고 심신이 약하지만 착한 주인공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마냥 악하게만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대립 구도라든지 과거에 있던 추억을 배경으로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형태까지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지만 지겹다기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운 이러한 구도가 아직도 일부 먹히고 있기 때문이죠. TBS가 이런 보증수표를 포기할리 만무합니다. 갑자기 터지는 로또로 20%를 먹는것을 상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5%를 챙기는 게 TBS의 악명 높은 보수성의 일부니까요.


맛있긴 합니다만 조금 지겹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맛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망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TBS는 아직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지극히 일본답지 않은가? 하고 말이죠. 에도시대부터 몇대를 걸쳐 이어오는 식당이나 과자점이 명소가 되고 그것이 결국 그 지역 나아가 일본이 가진 국제적인 경쟁력이 되는 것처럼 일면 답답하게만 보이는 우직한 보수성이라도 가장 자신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변함없는 맛으로 만들어내는 그것을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역시 리모콘을 쥐고 있는 시청자의 몫입니다.

어떤 것을 지키고 싶다는 기분은 일본인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단골 이야기거리 소재가 되는것도 그런 이유가 있죠. 굳이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단지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잠시나마 자기 자신 혹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드라마 '스마일'입니다.
SMILE スマイル (TBS)
2009년 4월 17일부터 매주 금요일 22시 방영
출연 : 松本潤 (마츠모토 준)      新垣結衣(아라가키 유이)
         中井貴一 (나카이 키이치)    小栗旬    (오구리 슌)       外
각본 : 宅間孝行 (타쿠마 타카유키)
연출 : 
石井康晴 (이시이 야스히루)



posted by RushAm 2009. 5. 15. 02:02
팜 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범위가 넓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면 클럽 시스템별로 팜 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경우 팀 내에서 유망주를 키워내는 것은 물론 유망주 단계에서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아 팜 시스템 내에서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다시 말해 기회에 주어지는 시간이 보다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선택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선수를 놓치지 않을 가능성도, 대기만성형의 선수를 꾸준히 지켜볼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팜 시스템은 메이저에서의 데이터와는 다르게 순전히 '스타성'만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어 향후 이 선수가 지금 보여지는 만큼 선수 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한 성적을 보여줄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팜 시스템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별다른 연구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해결책이 없는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이른바 12지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랄까



야심작 정열맨(이하 정열맨)은 그런 팜 시스템이 웹툰 시스템에 정착되면서 가져오는 장점과 문제점을 동시에, 그것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루리웹 만지소 (만화가지망생소모임) 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열맨은 이후 각 커뮤니티에 속속 개그 관련 게시물로 퍼지면서 이른바 '아는 사람은 아는' 작품으로까지 인지도를 확대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네이버는 이례적으로 자체 팜 시스템이 아닌 신인 작품의 연재를 결정하게 되고 2008년 6월 30일 주 1회 방식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시작은 문제가 없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작품 내에서 큰 수정 없이 그대로 연재를 시작했으나 이미 만지소에서부터 인정받은 개그 센스가 까다로운(?)네이버 독자에게 어필하는 데에 성공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 네이버측이 우려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작화 부분은 생각만큼 거부반응이 크지 않았으며,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인 중고 신작으로서 가지는 이득을 충분히 누리면서 흔히 신작의 고비라고 불리는 1쿠르를 무난히 넘기게 된다.

그런데 챕터가 늘어나고 점차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초반 플롯 준비 과정이 충실하지 못한 작품들에게서 나오는 문제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작품 내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10화부터 시작되고 있는 무협형 에피소드가 30화분이 넘어가도록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타입의 만화는 준 옴니버스 타입으로 소재 위주의 스토리를 다수 배치하여 장편을 이어나가는 것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의 유일한 장편 구성 방식이지만 정열맨은 에피소드의 길이를 조절하는 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 주인공 김정열보다 비중이 높았던 허새만은 최근들어 비중이 거의 없는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는 시작 단계부터 작품이 어떻게 시작될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알 수 있는 핀트가 전혀 없었다는 문제에 기인한다. 정열맨 김정열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스토리라인은 단지 정열맨의 엉뚱한 캐릭터성을 활용한 몇 가지 과거형 에피소드 몇 가지 이후 선보이고 있는 주작파 스토리에서는 전혀 역할을 찾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물론 작가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회 다소 억지스럽게 장면 전환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 김정열 캐릭터를 등장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찾지 못해 가지는 독자들의 혼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스토리에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신 캐릭터 '최우장'이 별달리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잇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역할이 거의 없지만 초반 훅을 확실하게 책임져주었던 허세만에 비해 등장 횟수는 3배 이상 많은데다 주작파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 최우장은 이름 조차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다. 악역이면 확실한 악역다운 카리스마 혹은 악역의 독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의 연출력이라든지 캐릭터성을 한층 살리는 대사가 다소 부족한 부분 등 작가의 능력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원인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


다소 서두르는 감이 없진 않지만 5월 13일 연재분을 기준으로 주작파 에피소드는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열맨 이외의 열혈 초등학교라든지 드라곤볼 등의 다른 작품들을 한주 혹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것을 비추어 볼때 귀귀 작가는 정열맨의 다음 에피소드 준비에 이미 착수했으며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작품을 기획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초창기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휴간을 하지 않는다. 보통은 그 아이디어를 플롯 단계에서 구체화시키는데에 훨씬 더 많은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열혈 초등학교 휴간에 대한 안내문 중 일부


이유는 조금 더 있다. 정열맨을 비롯한 귀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연재 시작 단계부터 작가 본인의 의중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상당 부분 멀티유즈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매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2차 3차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굿즈라고 불리는 상품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른 광고보다 캐릭터의 힘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관심도가 떨어진 만큼 티셔츠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거나 예전만큼 독자들의 참여, 특히 머리를 직접 미는 수준의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귀귀 작가 본인이 이미 감지하고 심각성을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떤 스토리가 어떻게 나와준들 지금 단계에서 정열맨이 가지고 있는 숙변과도 같은 문제들을 한번에 씻어낼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남고 있다. 독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지 않는다. 매너리즘은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쓰일 수 있는 한편 소리없이 떠날 수 있는 팬층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음 에피소드에 실리는 무게감이 커진 상황에서 귀귀 작가가 과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인, 사실상 차기작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스토리가 나와주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한층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정열 캐릭터 역시 그간의 도망자 스토리라인을 종료, 향후 등장할 채비를 마친다. 주작파 스토리 마무리와 더불어 작가가 심각하게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여러 근거 중 하나


만일 지금 시점에서 또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 주작파 스토리와 무관한 전혀 다른 스토리, 혹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명목 하에 다시 옴니버스 개그물의 분위기로 전환한다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제한 시간은 부족하고, 이미 초반 분위기 장악 실패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작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수밖에 없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생계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마음먹은 대로 쉬지 못하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수 있기에 당장은 어떤 결론도 답이 될수도 답이라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초반의 중요성

최근 필자가 배우는 영화 관련 수업에서 나오는 단어 중 '훅' (Hook)이라는 영화 기법이 있다. 말 그대로 영화 초반 5분 내에 관객들을 영화에 집중하고 눈을 떼지 못하도록 끌어당기는 기법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기법이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제법 높다고 보고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만화든 스토리 텔링과 관련된 작품들은 초반에 제대로 훅을 만들어낸 경우 실패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정도니까, (대표적으로는 최근 종영한 아내의 유혹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훅이 가지는 역할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결국 어떤 스토리로 진행되서 어떤 식으로 결말지어질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데에 있기 때문에 영화 깨나 만들었다는 사람들도 일면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한 실로 기묘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 훅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초반 내용 중간중간 향후 스토리나 등장 인물을 시사하는 장면들이 소수 있었으나 다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분량 자체가 적을뿐더러 당시 작품 분위기상 한 컷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이유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열맨의 부진에 대한 원인은 다름아닌 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정열맨이 가진 문제점은 훅에서 본편까지의 갭이 지나치기 길었거나 혹은 훅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미 옴니버스 스토리가 아닌 제대로 된 에피소드 스토리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훅 단계에서 이미 옴니버스 카툰과 같이 인식되며 매회 다른 스토리로 웃겨주는 만화로 인식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초반에 개그에 대해 너무 무리하지 않는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향후 스토리라인에 대한 힌트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주작파 스토리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결코 아님에도 독자들이 어색해하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가 역시 제대로 된 스토리 진행에 있어 매회 어느 정도 빵 터뜨려줘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재대로 스토리를 다듬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 혹은 새로운 에피소드의 활약 여부에 따라서 정열맨의 향후 거취와 작품 수명이 결정되겠지만 개인적으로 팜 시스템에서 가장 이색적이면서 독특한 데뷰 라인으로 성공한 사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다.

그다지 보편적인 상황이 아닌데다가 작품의 흐름 상 작가가 자초한 부분이 크기에 쉽지 않은 연재가 예상되지만 개인적으로 귀귀 작가의 분발을 기대하고 있다. 행여 연재하는 여러가지 작품들 중 한두가지가 사라지게 되더라도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벗고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연구할 수 있는 온고지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고 센스 측면에서는 정말이지 아깝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만큼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특히나 한국 웹툰계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작품 타입 아니던가 작가라면 부던히 겪고 또 겪는 것이 작품 슬럼프다. 하루바삐 몸에 꼭 맞으면서도 마음에 쏙 들기까지 하는 옷을 찾듯이 귀귀 작가의 '이상' 이 아닌 '목표'로서의 작품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그림 사용 허가해주신 귀귀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에는 마음의 소리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10. 04:02
매주 토요일에는 Dramajor라는 코너를 통해 일본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코너 타이틀에서 이미 의미를 알아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코너는 특별히 B급 문화를 지향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시청율이 높은 프라임 타임 드라마들을 다루어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니혼테레비 (닛테레,NTV)에서 토요일 저녁 9시에 방영되고 있는 THE QUIZ SHOW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른바 시즌제 드라마의 시대인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어 알려진 대표적 시즌제 드라마는 시트콤 '프랜즈'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 프리즌 브레이크를 필두로 미드의 열풍이 불면서 이제 드라마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시즌 몇' 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죠. 한참 IT버블이 휘몰아치던 시절 별 관계없는 곳에다가도 닷컴을 붙여대던 모습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기도 하고 제대로 시트콤 분야 이외에는 아직 몇 번의 시도만 있을 뿐 성공사례가 전무한 시즌제 드라마이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변형판 시즌제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있는 중입니다.

시즌제 드라마로 성공을 거둔 후루하타 닌자부로


춤추는 대수사선 이후 범죄수사 추리물로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며 장기간 롱런을 기록했던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든지 영화 포멧 중에서는 얼마 전 한국의 모 배우가 출연하기로 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도쿄 소녀'도 그런 변형된 시즌제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일본식 시즌제 드라마는 스토리의 연속성이 없이 배역을 교체하는 타입이 많은데 이는 장편 스토리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소설형 드라마를 추구하는 미국과 한국과는 달리 일본 드라마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 소재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 스토리가 감명깊은 경우도 있지만 그 스토리가 쓰여지는 배경 소재와 캐릭터, 특히 연기하는 배우에 의해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반이 약하다보니 소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에피소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사극 이외에는 에피소드 10 이상의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렇듯 일본만의 특이하다면 특이한 드라마 제작 특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니혼테레비가 방영을 시작한 THE QUIZ SHOW (ザ・クイズショウ - 이하 더 퀴즈쇼)도 일본형 시즌제 드라마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2008년 7월에 방영했던 동명의 심야 드라마를 모티프로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재 구성한 작품이죠. 원작(?) 드라마는 심야 드라마에 걸맞게(??) 캐스팅된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심야드라마로는 제법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 토요일 저녁 9시라는 프라임타임에 새롭게 재구성하여 내놓게 됩니다. 최근 절정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쿠라이 쇼'를 주연으로 내세워 방영 1개월 전부터 꾸준히 홍보를 할 만큼 NTV내부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원작 드라마, 분위기가 조금 다르죠?


우선 시청율을 살펴보면 12%정도로 프라임 타임의 NTV로서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TBS의 世界・ふしぎ発見(세계. 신기한 발견!)이 군림하게 있기 때문에 드라마로 가족들이 다 같이 보는 버라이어티를 상대하기엔 다소 버거운 감이 없지 않은데요. NTV도 그걸 모를 리가 없겠죠? 그래서 원작보다 한층 버라이어티성을 강조한 연출로 시청자들을 잠시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지금 드라마를 보고 있는건지 퀴즈 버라이어티를 보고 있는건지 착각이 들게끔 말이죠.

여기에는 사쿠라이 쇼의 한층 완숙해진 몰입성 짙은 연기도 한 몫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라시라는 그룹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이 드라마로 인해서 사쿠라이 쇼의 가능성이라든지 미래 가치를 대단히 높게 매기게 될 것 같습니다. 컨셉 자체도 그렇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키무타쿠가 가지고 있는 영역을 차츰 잠식해나갈 것으로 감히 예상될 만큼 더 퀴즈쇼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쿠라이 쇼를 위해 만들어지는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 만큼 독보적입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1인 중심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띄고 있긴 합니다만 역으로 그 1인을 맡은 배우의 역량에 따라서 드라마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그런 면에서 사쿠라이 쇼는 더 퀴즈쇼의 배역을 따낸 것이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아라시라는 그룹의 인기배경에 편승한 것이 아닌 제작진들에게 순수 실력으로 인정받은 결과로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증명해보인 셈입니다.

화면 구성만을 보면 드라마가 아닌 퀴즈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듯


스토리 구조는 연극으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만큼 배경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원작이 어떤 형태로 나와있는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소설이나 만화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구성, 특히 스토리를 무한정 짜낼 수 있는 완벽한 트릭을 갖춘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본 설정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면서도 소재 선정에 대한 범위가 넓다보니 어떤 설정을 갖다붙여도 대본을 쓰기가 쉬운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이 많으니까요. 마치 직소퍼즐을 하는 듯한 느낌일까요?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토리가 계속 천편일률적으로 나간다면 자칫 결말이 뻔히 보이는 지루함이 만들어지기도 쉬운 양면성이 바로 그것이죠. 그래서 더 퀴즈쇼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속에 메인 복선을 깔아둠으로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질나게 만드는 지극히 NTV다운 설정을 집어넣는데 이것이 카미야마의 배경 스토리, 즉 더 퀴즈쇼의 골격이 되는 메인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물론 이 스토리도 옴니버스로 채용된 소재들보다는 조금 더 심도있습니다만 아쉽게도 긴박감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기억상실이라는 다소 낡은 설정에 사이코패스식 전개는 식상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더 퀴즈쇼는 그런 식상함을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 단 1분간만 스토리를 진행함으로서 시청자들의 감질남을 자극시키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쪽도 꽤나 낡은 수법(?)입니다만 어쨌든 버라이어티중에 낡은 수법 쓰지 않는 건 없듯 드라마로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개념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너무 가볍게 빵빵 질러나가는 드라마가 신물이 나신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진지하고 어려운 단어가 남발되는 미드에 지치셨다면 가끔 색다른 드라마로서 눈에 맺혀있는 색깔을 바꿔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스토리에 신경쓰기보다는 그냥 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더 퀴즈쇼가 버라이어티처럼 가볍지는 않고 드라마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으니 조금은 미흡하지만 양립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라시 팬이라면 특히나 사쿠라이 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아라시가 누군지 몰랐던 분들이나 사쿠라이 쇼를 몰랐던 분들에게도 키무타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상품으로서의 그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듬뿍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더 퀴즈쇼'였습니다.
THE QUIZ SHOW ザ・クイズショウ (NTV)
2009년 4월 18일부터 매주 토요일 21시 방영
출연 : 櫻井翔(사쿠라이 쇼) 松浦亜弥(마츠우라 아야)
         真矢みき (마야 미키)    横山裕    (요코야마 유우) 外
각본 : 及川拓郎 (오이카와 타쿠로)
연출 :
南雲聖一 (나구모 세이이치)  佐久間紀佳 (사쿠마 노리요시)

posted by RushAm 2009. 5. 8. 01:13
매주 목요일에는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입니다.
비평의 특성상 경어가 생략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작에 즈음하여

언제나 문화 콘텐츠 산업은 '힘들다'라는 말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건 게임이고 애니메이션이고 영화고 음악이고 만화고 다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힘들단다. 이유도 없다 그냥 돈을 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돈을 벌지 못한 사람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힘듦을 설파하곤 한다. 그러기에 '성공하지 못한자의 변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현 문화 콘텐츠 수익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 콘텐츠 이외의 분야가 수익구조적 특히 배분에 있어 문제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기때문에 이 논쟁은 언제나 알맹이가 없는 소모성으로 낙인찍혀 있어 커뮤니티내에서는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만화는 나쁘게 말하면 가장 많은 궁상을 떨었던 분야다. 옛말에 화가와 시인은 가난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만화가도 화가에 속하기때문에 가난한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앞지르는 게 다반사이기떄문에 이런 푸념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만화에 대한 수요는 별로 줄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인력 역시 부족하지 않게 수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여점, 스캔본 등의 수급 방식의 한계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만화계는 젊은 만화인들을 중심으로 웹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했고 몇 번의 성패를 거듭한 끝에 현재 어느 정도 과도기를 끝내고 안정기에 들어선 상태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공급 방식이다 보니 지금까지 수직 성장만을 거듭해왔고 점차 초기의 '원활한 신인 공급'의 기능이 점차 줄어들고 '인기 만화'위주로 편중되는 보수성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어 점차 젊은 만화가들의 '패기와 관록의 과도기'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한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인기 작품들이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건전한 비평이 나오기가 힘든 덧글 평가 시스템은 도리어 '악플'로 취급되어 매너리즘을 부추길 뿐이다.

악플과 선플 개념이 아닌 진지하게 현재를 가늠하고 그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결론으로 제시할 신 기획 '웹.툰.비.평'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입시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이하 정글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정글고는 지금부터 약 3년전인 2006년 1월 16일에 연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다음, 파란, 스투닷컴 등 웹툰을 연재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포탈은 있었지만 압도적인 1인자가 없는 애매한 상황에 자본력의 NHN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것도 기존 작가들을 수집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자체 팜 시스템을 갖추고 신인 작가들을 등용한다는 형태로 출범한 네이버가 모험에 가까운 시도에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정글고가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네이버의 간판 웹툰으로 자리잡고 있다.

배경 무대가 고등학교이고 연재 시작이 고등학교 입시부터 시작했던 탓에 작가 본인도 불사조 세대 캐릭터들이 졸업할 즈음에 이르러 연재를 마감할 것으로 계획했던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3년째 되는 날 연재를 마감한다는 인사 대신 연재를 계속한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워낙 인기 작품인데다가 작가 본인도 차기작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거나 현 작품을 능가할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고 네이버 역시 간판 만화의 영향력을 충분히 알고 잇었기 때문에 삼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작품의 무게감과 색깔

연재 연장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연속성이 없는 옴니버스 스토리이기 때문에 3년이 아니라 몇 년을 게속해도 그건 작가 마음이다. 굳이 3년이라는 설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작품 속 시간과 현실이 반드시 리얼타임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옴니버스라고 해서 작품 내 긴장관계나 초기 색깔이 변색되는 것은 연재 연장 선언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팬들에게 오히려 의식하고 비판을 벌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대표적인 설정이 '선생님들의 폭력성'이다.

초반 인기를 끌던 정글고 4대천왕 선생님들의 폭력성이 주는 학교 내 긴장감은 지금 시점에서는 흔히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체벌로 바뀌었다. 직접적인 구타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타 장면이 가장 극심했던 수학 선생님 캐릭터의 등장이 줄어든 것은 물론 다른 선생님들 역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독특하면서도 확실한 악역을 부여할 수 잇는 이사장의 출연 비중을 늘림으로서 작품 내의 캐릭터성을 강조한 재미보다는 다분히 교육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시사형 소재가 많아진 것도 두드러지고 있는 특징이다.

이런 현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미 매주 연재가 되는 날에는 페이지뷰 1위가 당연할만큼 브랜드 가치를 쌓은 상황에서 다음 편에 무슨 소재가 나올지에 대한 것보다는 어떻게 빵 터뜨려줄까 하는 기대로 바뀌는 것이다. 즉 이미 정글고는 학원 코믹물이라는 기존의 작품성격을 적어도 독자들 사이에서는 차츰 잃고 있는 게 분명해보인다. 이미 정글고에 학창시절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스토리에 몰입하는 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폭력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다소 엄숙하고 비리투성이인 현 사학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성격을 가졌던 정글고의 작품 컬러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추측컨데 네이버가 각 웹툰별로 등급을 매기면서 19금 이하 작품들에 대해 중간 등급을 매기기가 여러가지 이유로 곤란한 상황이어서 자체 검열 및 작가의 창작 간섭 그리고 작가들이 그걸 의식하는 정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같은 네이버에서 매주 화요일에 연재하는 '마음의 소리'를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한층 증폭된다. 마음의 소리 초기 작품들을 보면 주인공이 얻어터지는 장면이 나올때쯤이면 피에 대한 묘사가 과장될정도로 많이 등장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항상 상처와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조석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냥 반창고를 붙이는 선에서 마무리되곤 하는데 이렇게 바뀌게 된 시점이 정글고에서 폭력 장면이 사라진 시점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글고는 학교 내 선생님들과 학생과의 관계 문제 이사장의 비리 등의 꼭지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 표현의 제한으로 인해 정글고의 본래 작품성이 훼손되고 있는 거라면 즉시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연재 종료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 옮다.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었으면 새로운 규칙에 맞는 만화를 생산해내야하지않겠는가? 반드시 때리고 패고 하는 개그만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님을 '생활의 참견'이나 '일상날개짓'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작가로서의 자존심 문제 이런 걸 모두 떠나서 작가 본인에게도 연재를 맡은 네이버에게도 결과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터질 것이 뻔한 시한폭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말 연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나?

정글고는 에초 연장을 기획했을 때 기존 맴버들의 졸업과 불사영을 중심으로 한 현 2학년 캐릭터들과 신입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끌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연장 선언 이후 첫 회에 나온 뜬금없는 정통 테니스 만화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특집과는 다르게 기존 인기 캐릭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불사영과 그의 친구 이외에 이렇다할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단순한 말장난식의 스토리로 마무리지었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기존 캐릭터들이 없어질 경우 작품의 생명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와 더불어 불사영 캐릭터의 작품 내 상품성을 테스트해본 것 같다. 그 결과가 기존 캐릭터들로 다시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에도 말했듯 옴니버스 스토리를 가진 웹툰이 연장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 대신 소재와의 끝없는 싸움, 창작의 고통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연장 결정이 아무리 갑자기 났더라고 하더라도 '탐구생활' 시리즈처럼 아주 잠시간이라도 새로운 플롯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창작의 공백기를 가져보는게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수많은 신캐릭터들이 나왔지만 캐릭터에 대한 사전 설정 준비가 부족해서 실패한 캐릭터 사례가 많은 정글고라면 이러한 선택은 비단 생계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데에 앞서 향후 창작 활동을 지속해나가야만 하는 만화가의 숙명 상 반드시 딛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연장은 시작되었고 네이버 입장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독자들도 한순간에 매주 재미있게 보던 만화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러나 정글고는 스스로 롱런할 수 있는 핀트를 놓쳤다. 스토리의 중심이 '학교'가 아닌 '캐릭터'로 옮겨간 이상 그 캐릭터들을 대체할 수 없는 한 작품 내의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가장 위험한 함정에 빠진 것이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정글고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것 같다. 지금에서도 이미 툰으로서의 말풍선 위주보다는 내래이션 타입의 스토리 전개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작품 내 설정에서 쥐어짜낼 수 있는 스토리는 대부분 쥐어짜냈다는 나름의 증거로 보이는 바, 작가는 작가 본인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그 결단이 연재 중단이 될 필요는 없다. 그걸 강요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으니까,

정글고에 애착이 있고 아직 생명력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 작품의 궤도와 향후 노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 기존 캐릭터들의 개성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신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는 건 단언컨데 쉽지 않다. 불사조 캐릭터가 아깝다면 불사조만을 졸업시키지 않는것도 좋다. 이미 인기 캐릭터로 독자가 인지할 수 있는 인원수가 포화 상태인 정글고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정글고를 지금까지 그려왔던 작가라면 결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는 작품이기에 애정이 과하면 애증이 되듯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은 것 같아서 작가분에게 미안합니다. 결론은 역시 작가분의 몫이겠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