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6. 10. 23. 01:06

JYP 개혁파들이 가장 처음으로 했어야 했던 일은 모래시계처럼 윗쪽에 어마어마한 모래가 쌓여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지극히 느린 정체현상을 해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서 PART1에서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 데뷰가 불가능한 정체상황이 심한 기획사라는 설명도 드렸었는데요. 이런 정체현상이 비록 JYP에 국한된 부분은 아니지만, JYP의 경우 박진영에게 일원화된 실무 결정체계가 이원화되지 못하는 자타의적 환경으로 인해 이와 같은 부분이 더욱 극심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연습생들도 지극히 박진영의 취향과 그룹 컨셉, 그리고 미래 계획에 맞춰서 짜여졌기 때문에 우선 정체되어서 세대별로 플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모여든 연습생들의 교통정리가 필요했습니다.


DAY6가 밴드 컨셉의 노망주로 기획된 데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PART1 당시에 비해 아이돌 시장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데뷰하지 않은 연습생들의 이직은 험난합니다. 연예계 소식에서 연습생들이 기획사를 옮겨서 데뷰하는 것이 흔하게 보이는 시기이긴 하지만 저번에 설명해드렸듯이 어디까지나 지금 있는 회사의 직위를 모두 버리고 신입으로 들어가는 수준의 대우를 각오하거나 혹은 3대 기획사가 아닌 한단계 낮은 중소 기획사로 이적하는 랭크 격하를 각오해야만 하죠, 대부분은 연습생이 3대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 성공했다고 어기게 되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삼성맨이 인정받는 풍토와 비슷하다랄까요?


분위기는 그것이 대중들에게 용인되는 상황이 조금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JYP연습생에게 있어 상황은 그 이전보다 썩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전에는 사내에서 분파가 되어 만들어지는 회사가 있었고, 각 지역별 계열사들이 이들 연습생들을 소화해주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올려주는 역할을 했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이들 기획사들이 JYP 유산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 대부분 실패하는 통에 이렇다할 계열에 가기가 힘들어진 것도 있습니다. 사실 JYP가 이 부분에서는 3대 기획사 중에서 가장 상황이 안좋은 시점이기도 하고 또한 3대 기획사 중 더 이상 '믿고 쓰는'이미지가 많이 떨어진 부분도 연습생들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어찌 보면 JYP가 조용히 망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이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트와이스는 표면적으로는 JYP의 사운을 걸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미지의 그룹입니다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JYP에서 안고 갈 수 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안고 가겠다는 측면에서 연습생 중 가장 대중적으로 팔릴 만한 연습생들을 추려서 보호 엔트리에 묶는 작업이고, 또 하나는 그 다음 트와이스를 메인스트림에 올리는 데에 성공할 경우 그들을 확실한 JYP 소속으로서 묶는 작업이 있겠죠.



다국적 그룹으로서의 행보도 매우 특이했습니다. 이미 미쓰에이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맛본 바 있는 다국적체계는 오히려 후속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트와이스에서 더 강화되었습니다. 멤버 절반 가까운 인원을 동아시아 국적으로 채웠으며 실제 선발 예정이었던 후보 중에는 더 다양한 국적의 후보들도 있었으니까요. 어찌 보면 2PM이나 GOT7이 나름 기반을 잡아놓은 일본 시장을 잡기 위한 방안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미쓰에이 때 표면적으로는 다국적 그룹을 표방하며 중국인 멤버를 투입한 작전이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되어버린 전철을 잘 알고 있는 JYP로는 단순히 스타성을 따라갔을거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트와이스는 3명이나 되는 일본인 멤버에 비해 정식으로 일본에서 제대로 된 싱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비중으로 인해 밑바닥부터 차분히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전략적인 선택이건 우연의 일치이건 간에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일본 활동은 딱 2개 그것도 모두 한국 관련 활동의 연장


이건 대만 국적 맴버로 선발된 쯔위 역시 이런 이유로 딱히 양안관계를 고려할 필요 없이 선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JYP는 어차피 중국에 어떤 기반을 닦지도 않았고 (박진영이 관심을 가졌을 턱이 없다고 보입니다만) 에초 추구하는 음악이나 팬덤을 일으키는 특성 자체가 중국 시장이나 그를 중심으로 한 권역을 커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함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구성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와이스는 오디션으로 뽑혔다는 특성도 있겠지만 특별히 트와이스, 아니 조금 더 나아가서 소속사의 지분을 어느 정도 나누어 갖고 있는 주주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멤버 한명한명이 각자의 개별 인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들을 프로듀스하며 언제든지 트와이스 이후, 혹은 JYP 이후를 대비하여 각자의 인지도와 캐릭터, 존재감을 쌓아나가는 데에 적극적입니다. 여기에 JYP의 신세력은 그야말로 기획 단계에서의 개입이 아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나서고 있죠, 트와이스는 그룹 자체의 팬덤보다는 철저하게 멤버 개개인의 팬덤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모여져 트와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트와이스라는 그룹은 그 이름 자체에서 브랜드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고 그 자체로 높이려는 시도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냥 트와이스는 이 현란한 멤버를 태운 '캐리어'로서의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입니다.


지금까지의 걸그룹의 일치단결적인 (그룹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그룹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들의 뮤비에서는 늘 각자 개인이 표현하고 싶은 어떤 색깔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 이미지는 상호 보완될지언정 결코 다른 멤버와 섞이지 않는다. 트와이스의 컨셉을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그리고 이 그룹에게, 어쩌면 예견되었을 수도 있을 그 사건이 터지죠



사건 내용은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로 대단히 투명하게 모든 과정이 공개되었으며 그 결과도 매우 스트레이트하게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는 매우 급박한 전개양상을 보입니다. 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JYP가 매우 미숙하게나마 스캔들이 일어난 당사자 외에 트와이스 전체 차원에서 어떤 해명이나 구명 활동은 물론 박진영이 전면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박진영이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며, 쯔위를 유투브에 내세운 뒤에도 그에 대한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사건처럼 내세우고 있는 어떤 그룹에 문제가 크게 생길 경우 직접 발벗고 나서서 해당 맴버를 제명하는 등 매우 단호한 활동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여론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철저하게 쯔위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언급했다고 하는 것은 공식 입장, 그것도 JYP엔터의 대표로서 남긴 사과문 뿐이었고 이것도 대단히 형식적인, 사실상 쯔위가 찍은 사과 동영상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죠.


박진영을 제외한 JYP 전체와 쯔위는 상당히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공식적으로 대처한 사과문만 3개에 전례없이 쯔위 본인이 스스로 나와 동영상으로 사과를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내용은 보시다시피 프로답지 않은 헛발질스러운 사과문의 연속이었고, 미성년자인 본인을 직접 영상에 등장시켜 사과문을 읽게 만드는 대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이 건으로 인해 트와이스 자체가 어쩌면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등장하기도 했죠.


이미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방식은 지금까지 JYP가 늘 해왔던 '문제가 되는 맴버는 반드시 그룹 전체를 위해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 골라낸다'라는 방식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앞서 제가 꽤 많은 지면을 통해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대처 방법은 어찌보면 그룹 자체의 수명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쯔위가 살고 쯔위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존중하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욕을 먹는 대상은 철저하게 쯔위가 아닌 JYP로 일원화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매우 미숙했지만 이러한 대처 방법은 같은 컨셉으로 맴버 각자의 지분을 통해 운영되는 일본의 AKB계열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인데요. 여기에서 '아니 AKB는 문제 생기면 바로 퇴출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지분'이 명확한 멤버의 경우 얘기가 다릅니다. 그만큼 쯔위는 멤버 중에서도 트와이스의 초기 주목도와 화제를 상당 부분 가져간 당시 기준 거의 핵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미네기시 미나미: 남친스캔들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삭발의 사과식이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메인 뉴스에 보도되는 등 화제를 낳으며 분위기는 미네기시에 대한 비난에서 동정 여론으로 반전되고 그 비난 여론은 고스란히 그런 심한 짓을 시킨 기획사의 악랄함에 집중된 사례, 기획사는 아무리 욕을 먹는다고 해도 AKB의 인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결과론적인 비교가 가능


여기까지가 쯔위를 사과영상에 올린 표면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또 하나는 박진영이 굳이 쯔위를 지금까지 하던 대로 쳐내지 않은 이유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JYP의 현 상황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예전만 못한 JYP의 위상과 더불어 JYP 내 엑소더스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식스틴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유망주들 중 전소미를 비롯한 가능성있는 파이널리스트들이 대거 IOI와 IBI등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시 기준으로 트와이스는 개개인의 팬덤 가치에 비해 아직 트와이스 자체의 인기가 높지 않았던 상황인데다 쯔위는 그 팬덤 중에서도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JYP는 쯔위를 어떤 이유에서든 주저앉혔어야만 했고 그런 이유로 쯔위를 '함부로 사과영상에 세웠다'라는 여론에 '부모와 상의했다'라는 것은 진실에 가까울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쯔위는 신중하게 데려가야만 했었을테니까요.


쯔위 사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쯔위 사건 이후 트와이스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거나 어떤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쯔위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JYP EXIT, 그리고 JYP 개혁파의 회사 재건 실패로 인한 투자 세력들의 손절매가 이어지는 나비효과까지 이들 소녀들에게 너무 심한 짐을 지우는게 아닌가싶을만큼 트와이스는 JYP에게 있어서도 정말 성공하지 않으면 미래 자체가 없는 그야말로 강제 히든카드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결과는 사실 누가 그 출구전략을 대비했던 하지 않았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에게 조금씩은 비극이 된다는 부분 이들이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최선을 다한 자에게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보냈고

길고 긴 밤의 어둠이 떠오른 태양으로 인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데뷔싱글 우아하게와 치어업의 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아하게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섞이는 모습을 보였던 트와이스가 철저하게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 즉 트와이스의 기획이 완전히 정착되어 안정화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무대 내에서 군무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파트 포인트 댄스를 받쳐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은 치어업의 대 성공을 통해 옳은 방향임을 증명해냈다.


트와이스에 대한 결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도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혹은 그냥 시도하기만 했을 뿐 굉장히 위태로웠던 하나의 실험이 그저 운좋게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가 트와이스 이후 JYP에 남거나 혹은 추가로 모인 연예계의 인재들이 여성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어찌 보면 트와이스 모델은 지금까지 그룹 자체에 개인을 희생시켰던 한국형아이돌에서 개인을 위해 그룹과 기획사가 기꺼이 희생하는, 그래서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몰려드는 하나의 정규 루트로서 강제적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멤버를 자르지 않고 그룹을 건져낸 JYP 개혁파도 아직 숙제는 많습니다. 당장 이 끝없이 몰려들 기세인 여초위주의 인재 풀에서 기획의 다양성을 꾀해야만 합니다. 새로 런칭하려는 남자 아이돌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나 반응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 지나치게 트와이스에 대한 이미지가 커지는 데에 따른 운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지금 제가 감히 예상할 수 있을 미나, 모모, 사나 이 세사람의 출신지인 케이한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한의 분위기로 인한 제 2의 쯔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과연 같은 방법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위험 요소까지, 이들의 미래는 아직은 다소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랜 시간동안 JYP라는 이름 하에서 젊음을 날려먹고 꿈이 어긋나왔던 역사가 반전되어 풋내기스럽지만 겨우 기획사로서의 본래 일에 충분한 역할을 하는 서포트 역할이 점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큰 성과입니다. 아직까지 아이돌에 대한 절대적인 소유권과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어느 정도 손해는 있었을지언정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JYP 자신들의 미래 그리고 그 JYP를 보고 몰려드는 유망주들이 옳은 방향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


당장은 해가 지지 않는 피로감을 모른 채 달려가겠지만, 언젠가는 백야에 지치게 될 것을 대비해야만 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틈이 없겠지요, 언젠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기획사의 수명은 천년 만년이 아니며 개혁파의 목적 역시 손절매였던 만큼 이 한때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기획사의 미래는 사실 지금의 성공으로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적어도 대단한 것을 이룩하면서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길도 결코 나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결코 평가절하하기 힘들 테니까요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JYP엔터테인먼트 편을 마칩니다.



트리비아

1. 아예 장외로 나가서 IOI를 지원하는 박진영과 트와이스의 번외경기 승부는 어떨지

2. 이번 TT에서는 아마 정연 정도가 부각되지 않을까

posted by RushAm 2016. 9. 22. 14:56

최근에 한정하여 박진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많이 소비되었던 부분이라면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은 일면 우스꽝스럽지만 보아 유희열, 양현석의 그 수많은 조언들은 단 한 마디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그들은 딱히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싫은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진영은 의외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굉장히 잘 어울렸고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단지 개인의 인기만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인재를 얻어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진영, 더 엄밀히 말해 JYP의 선택을 받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이후 행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 (SM은 서열문제로 시끄러워 논외로 치더라도) 에 비해 상당히 지지부진했습니다. 3대 기획사의 푸시도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뭔가 오디션, 즉 자신이 처음부터 어떤 컨셉에 맞춰서 육성한 게 아닌 후천적인 측면에서 다 된 인재를 영입해서 이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단히 미숙한 기획적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데요. 여기에서 JYP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기획사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사실상 '유망주들의 포텐셜'을 획일화시켜서 육성해왔고 그 외의 컨셉에 맞는 다양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기획사의 역량은 스팟성 기획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는데에서 판가름난다. 3대 기획사 어느 누구도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을 제대로 뒷받침해서 폭발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현실안주와 배부른 돼지처럼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인지도 측면에서 투자와 시간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기때문에 즉시 데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팬덤의 화력을 통한 초동물량이 차트올킬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만큼 팬덤을 단기간에 강화시키는 데에도 기획사가 투자하는 데뷰 방식보다 훨씬 순기능에 가깝게 자리잡게 된다는 것도 고무적이죠. 무엇보다 해당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대세를 타서 순풍만 제대로 얹을 수 있도록 이미지 소비를 적절히 조절하면 한다면 의외의 롱런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데뷰 수단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착실히 만들어나간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단기간에 신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텐셜 및 능력을 파악하여 속성으로 플랜을 짜야 하고 그에 맞는 컨셉과 안무, 곡까지 모두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이 따르죠 .때문에 그것이 단기간, 즉 오디션빨이 빠지지 않을 시간 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잊혀지기 전에) 반드시 오버그라운드에 내보내야 합니다. 안그러면 회사 내에서는 그냥 포텐셜이 다한 노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사람들의 주목도는 급격히 식어버리니 가치가 예전만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한마디로 이 오디션을 거친 유망주를 데뷰시켜서 성공시킨다는 것은 타성에 젖은 기획사면 두말할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기획사라고 할지라도 밑천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겨우 성공시킬까 말까 할 정도로 보통 어려운게 아닌 것입니다. 이 어려운 데뷰 환경에 대해 기획사들의 경험도 부족했을 뿐더러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스팟성 집중 기획을 완성시킬 만한 역량도 갖추지 못했던거죠. 그렇다고 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이 나라에 없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다만 이 3대 기획사들이 매너리즘과 자기만족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뒤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거나 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 이들 기획사가 점점 각자의 원색으로 고착화되어 다채로운 업계 변화 속도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IOI야 말로 오디션 출신 그룹이 어떻게 하면 돈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컨셉에 대한 고민을 그다지 깊게 하지 않고 일단, 무난한 곡과 무난한 여름컨셉으로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데뷰하여 차트올킬을 해내는 모습은 일면 '부실한 완성도'로 비난받았을지언정 낮은 포텐셜과 열악한 기획 환경의 프로젝트 그룹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스타트, 팬덤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칭찬받을만 하다. 에초 대중성을 기대한 그룹이 아니었고 소유권도 애매했던 성격 파악이 절묘했던 것


이런 3대 기획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특정 그룹의 데뷰를 앞둔 해당 그룹에 합류하기 위한 자체 유망주 내 오디션을 TV프로그램에 올리는 이른바 '쟈니즈 주니어'식 마케팅입니다. YG의 한 보이그룹도 이런 식의 데뷰 과정을 거쳤고, (이는 YG편에서 후술할 예정이므로 조금 기다려주세요) 어쩌면 3대 기획사 중 가장 이런 부분에 폐쇄적일수 있을 JYP (PART1 JYP 편 참조) 마저도 이런 대세적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는지 새로 데뷰하는 신인 걸그룹의 자체 유망주 선발 오디션을 칸무리로 올리는 강수를 두게 되죠. 물론 中편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JYP의 기존 정체성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뭐든 돈 대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


식스틴




그런데 이 오디션 프로그램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알려진 평균시청률은 0.5%, 체감 인지도는 더 낮은데다 이렇다할 화제를 낳은 것도 아니고 생긴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정도의 팬덤 기반을 잡은 것 외에는 어떤 소득도 없었습니다. 더우기 오디션 프로그램 이미지를 이어서 흥행을 전담했어야 할 박진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멤버들은 박진영의 의도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여러모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분투했지만, 필자가 사실상 JYP 힘의 균형이 넘어갔음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마치 IMF시기 외부 세력에 의한 냉혹하고 자비없는 구조조정으로 큰 상흔이 남는 것처럼 오히려 JYP에서 길러지던 연습생들이 일거 퇴사하거나 다른 쪽으로 데뷰하는 등의 내홍을 겪은 것까지 포함하면 표면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셈인데요.


무엇보다 식스틴은 다른 기획사의 내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획사의 의도가 표면상으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철저하게 팬투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기획사 입장에서 말 그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 안배, 좀 나쁘게 말하면 끼워팔기를 하거나 외모적으로 비주얼 담당을 한두명 끼워서 다소 포텐이 늦게 터지는 대기만성형 맴버를 보완하거나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순위경쟁을 하게 되면 그냥 노래를 제일 잘하고 외모도 제일 예쁘고 예능도 제일 뛰어난 어찌보면 어벤저스가 탄생하게 되는것이죠. 이쯤되면 기획사는 초기 기획 단계의 거의 모든 역할을 포기할수밖에 없고 또한 마구 뒤섞여있는(것처럼 보이는) 멤버 구성을 어떻게든 그럴싸한 컨셉과 각자의 캐릭터, 그리고 파트 배분 등을 통해서 연출을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게 됩니다. 


1위부터 8위까지 결국 연습생 내에서 소위 '즉시 팔릴' 멤버들이 모두 소비되어 버렸다는 점도 JYP로서는 대단히 큰 악수인 셈 출혈 대 서비스 사장님이 미쳤어요


식스틴이 그렇게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그들도 인식했는지 굳이 식스틴 버프를 이어가기 위해 데뷰를 서두르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방종 이후 4개월 정도 착실하게 준비해서 나왔다는 것이 표면적인 팩트입니다만, 이미 데뷰가 정해져있고 결성이 이루어지는게 확정된 그룹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곡을 준비하는데 그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는 측면에서 다소 나쁘게 말하면 JYP가 그만큼 즉시 그 버프를 이어갈만큼 속도전에 경험도 자신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신구세력 통틀어 공통으로 당시 안고 있던 약점이었을테니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겠습니다만 당시 TF팀이 JYP에서 끌어올수 있는 모든 에이스들을 탈탈 털어넣은 블루칩 덩어리들을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 던져넣는 데에 간을 보고 타이밍을 쟤 가며 골머리를 앓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JYP는 신구세력 공히 성공이 급했고 또한 절박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현실은 아직 박진영일수밖에 없었던 냉혹한 현실


이런 서바이벌 미션과도 같은 트와이스의 첫 스타트가 잘 끊어졌다면 그건 JYP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당연하게도 냉혹했습니다. JYP의 신인 걸그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주목도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는데에 실패했음은 물론. 공개 직후 곡의 전개 방식에 대한 생소함과 클리셰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리고 너무 쉽사리 이런 대세적 비판에 대중이 동요되면서 초기 차트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죠. 너무 갑작스러운 JYP의 변화에 대중이 적응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너무 급격하게 단축하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었습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그닥 많지 않았던 JYP의 신 세력으로서는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을것입니다.


연착륙따윈 없는 이들 급진개혁파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시도가 조용히 실패로 덮어질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질 무렵... 다들 그저 그런 데뷰로 미쓰에이 때보다 퇴보한 데뷰 성적에 좌절하고 있을 때 즈음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각본있는' 반전드라마가 쓰여지기 시작합니다.



업계 내에서 하늘만이 점지해준다는 바로 그것 '차트 역주행'


이 부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들어보면 크게 '트와이스가 비주얼로 빠지는 맴버가 없었기 때문에 슬로우스타트가 가능' 했던 부분이라던지 '음악이 처음에 들을때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긴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데요 물론 대중의 평가가 절대적인 이 성적에 대한 설명이므로 이 사태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보기 힘든 데뷰 싱글 걸그룹이 보여준 이 기현상을 설명하기에 이 두 가지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죠. 지금까지의 챠트 역주행이 위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변곡점이 먼저 존재했고 그 이후에 비주얼과 음악성을 인정받는 선 주목 후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다가왔던 두가지 변곡 중 하나는 지금까지 JYP와 전혀 다른,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매우 건강한 기획사의 모습이었다면 또 하나는 'JYP가 또?'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JYP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트와이스 하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말 끝내주는 모험에 다르지 않았던 이 미친짓은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고 또 실제로 예측 불가능했으며 다수의 예측을 멋지게 빗나가버렸던 정말이지 역대급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죠. 어쩌면 신구세력이 내부 세력 정리가 이루어진 것이 1라운드였다면 제 2라운드는 바로 이 시점 대중의 '평가'가 아닌 '판정'이었습니다.




마치 푸른 밤하늘에 뜬 태양처럼...




...


JYP 편 에필로그 '트와이스'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RushAm 2016. 8. 20. 12:41

JYP에게 있어서 원더걸스란, 지금은 거의 전설적인 걸그룹이 된 소녀시대를 태초부터 압살했던, 더구나 딱히 물량이나 외모적, 기획력이 아닌 순수하게 JYP의 연출력만으로 정상에 오른 그룹이라는 부분, 그리고 그 JYP의 꿈인 미국 진출 그리고 '비'로 이루려 했던 HOT 100에 입성시키는 위업을 결국 만들어낸 JYP에게 효녀같은 그룹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그 어떤 그룹보다 JYP스럽고 또 그래야만 했으며 그들의 이름이 존재하는 한 JYP엔터는 사명을 바꾸지 말아야 할 명분을 갖춘 셈이지요. 네 적어도 지금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또 보고 계시는 그 원더걸스까지는 그랬습니다.




上 편에서 언급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일종의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요. 그것은 JYP의 검증된 대형주 원더걸스를 가운데 두고 과연 앞으로의 JYP가 지금까지의 해오던 방식 그대로 가는 것이 맞는것인가 아니면 정말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경쟁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다른 그룹도 아닌 원더걸스가 그 타겟이 되었느냐면 앞서 서술한것처럼 박진영 본인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다른 의미로 봤을때 2013년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이전의 JYP 그룹 중 어떤 새로운 실험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남은 다른 그룹에 전혀 없기 떄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는 약간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인지도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그룹에 비해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그룹보다 훨씬 더 박진영의 이미지를 많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새로운 실험에 대한 파괴력을 더 순수하게 가늠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2PM이나 미쓰에이가 뭔가 지금까지와 다른 음악과 무대연출을 가지고 컴백했다고 한다면 앗!? 이녀석들 하던 짓과 다른 짓을 하는데? 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뭐야 이거 구리네 안들어!라고 생각할까요...




시장 반응은 의외로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어지간히 충격적이지 않으면 아예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차게 식어있기도 하고 또 그런 새로운 시도가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2PM과 미쓰에이의 그룹 컨셉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으니까요 다시말해서 TV에서 틀어주지 않는 한 팬덤이 아닌 계층이 '일단 들어보자'까지 이끌어낼 파괴력이 그 두 그룹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 국민그룹을 찍고 내려온 그룹의 브랜드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더걸스의 새 음반 'REBOOT'는 지난 3년간 핫펠트를 앞세운 구조조정파와 선미를 앞세웠던 박진영파가 제각각의 실험을 끝내고 처음으로 맞붙은 일종의 전쟁과도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구 세력과 신 세력이 표면적으로는 공동작업으로 앨범을 만들었지만, 양쪽 모두 나름의 새로움이라는 키워드 하에서 기획력을 총동원한 작품이죠.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타이틀곡과 그 컨셉은 박진영의 차지였습니다만, 앨범 내에서의 존재감은 타이틀곡을 까마득하게 압도합니다. JYP에서 볼 수 없는 공동작곡 그리고 마치 YG의 종가라인을 연상시키는 멤버들의 자체생산능력에 대한 결과물을 밥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죠.



마치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탈퇴한 선예와 또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그룹을 나간 소희의 경우 역시 상당 부분 상징성이 있다. 원더걸스의 전성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두 사람이고 둘 모두 그룹 기획과 운영에서 철저하게 메인스트림으로 키워졌던 존재들이었으니까, I FEEL YOU 발표 직전 이루어진 이 두 사람의 탈퇴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밑반찬보다 메인 디쉬로 나온 찌개에 일단 열광을 했고 모든 평가는 그 찌개에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REBOOT, 아니 REBOOT라는 메뉴에 나온 I FEEL YOU 라는 요리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고 그 평가는 결코 박진영 쪽에 흡족하게 돌아가지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앨범 자체로는 국내 외 평단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내면서 이 보이지 않고 잘 눈치채기 힘들었던 대결은 생각외로 너무 빨리 결판이 나버렸지요.


I FEEL YOU의 활동은 불과 3주 만에 끝나버렸다. 후속곡조차 없이...


지금까지 JYP가 박진영 개인 혹은 소속사로서 키워냈던 그룹들은 언제나 중간에 멤버가 탈퇴하고 또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보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그룹 자체의 소속사가 바뀌는 내홍을 겪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JYP가 키운 그룹 중 이 태그를 비켜나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원더걸스는 최소한 멤버들의 탈퇴는 있었을지언정 그룹의 소속사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JYP가 이제 더 이상 이전의 JYP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죠. 원더걸스는 분명히 소속사를 옮겼다. 2013년 이전의 JYP에서 2015년 8월의 JYP로 말입니다.


양 현석이 처음 킵식스를 내세웠을때처럼 박진영도 가장 자신있는 포멧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인벤토리 속 자산을 통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원더걸스를 통해 매우 경제적인 관점에서 검증이 되었어야 했던 것이죠. 결과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판가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마치 의도적으로 지은 듯한 앨범 이름 REBOOT처럼 이 앨범 이전과 이후의 JYP 분위기는 정말 극단적으로 달라지게 됩니다.


이후 전례없는 작곡가 언플까지 해가며 이미 검증된 인벤토리에 또 한번 도전하긴 합니다만 결과는 기존 팬덤을 안고 있었음에도 초동 반토막에 음원진입 18위...


제 가 앞서 제시했던 2013년 10월이 일종의 '구조조정 시작의 시기'라고 했다면 원더걸스의 REBOOT앨범이 활동을 시작하고 종료한 이 시점은 약 2년간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내부 평가를 끝내고 종결을 짓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구조조정을 끝내고 각자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지게 된 JYP에 올려진 새로운 체계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가 남았는데요.


원 래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와 번데기를 이제 막 탈피한 나비가 가장 약한 것처럼 이들의 첫 날갯짓으로 인한 비행은 자칫하면 채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추락해버릴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JYP의 어느 한 쪽은 이들의 날갯짓을 응원하고 또 어느 한쪽은 썩 낙관하지 않는 가운데, 통설적으로 전혀 맞지 않게 3개월이라는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날개를 착실히 말렸던 나비가 2015년 10월 날아오르게 됩니다. 모든 이들이 진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JYP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들이 말이죠.



下편에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6. 7. 15. 12:00

어떤 회사가 상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차분히 재무재표를 만들고 주식 상장 심사 기준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 이런 것들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상장이라 함은 그동안 투자했던, 그리고 그 동안 이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임원들에게 그 댓가가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무엇보다 그들이 이번 상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가 최우선시됩니다. 


이런 부분은 지극히 표면적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만 하면 그냥 떼돈이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상장주 공모에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사람을 키워내서 사람을 파는 전형적인 무형자산 사업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유형적 회사 자산이나 성장 전망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지 상장만 하면 잘 될거라는 기대감에 상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적지 않은데요. '비'가 JYP에서 독립해서 상장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설립 당시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회사였습니다. 비의 독립에는 정말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그들은 비라는 이슈메이킹을 극대화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JYP에서 독립시켜 체리피킹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입니다만 그 이후 키워낸 가수들의 잇따른 성적부진, 비 본인의 급격한 인지도 하락 등 이렇다할 주가상장요인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군 입대와 제대를 기점으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JYP와 인수합병 우회상장의 희생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생각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례를 남기면서 말이죠



비를 떠나보낸 JYP도 그 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진출'이라는 커다란 상징물을 최전성기에 잃어버린 타격은 그 후 주식시장 상장까지 투자자들을 무려 5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전편에서 언급했던 JYP의 이른바 '돈 쏟아붓기'식의 미국진출은 예언했던 대로 돈줄이 말라붙어버리는 즉시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원더걸스는 보여지는 화려함 속에 처첨하고 현실적인 굴욕을 겪으며 핫 100 진입까지 그야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지만 핫 100진입 떡밥은 JYP를 주식상장의 길로 이끌어내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그 수치 하나로 실적 하나로 버텨오던 JYPㅇ제국은 그 뒤로 더 이상 지속가능한 동력을 잃었고 JYP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던 JYP 미국법인이 쌓아가는 연간 수십 수백억 규모의 부채를 JYP 본사가 감당할 차원을 아득히 초월해버린 시점이 되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GG를 치게 됩니다. 


그렇게 JYP가 만든 JYP에 의한 JYP는 그 구심점과 철학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로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던 기획사에서 보통의 기획사가 갖춰야 할 (그동안 JYP가 미처 갖추지 못했던) 상식적인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제가 왜 PART 1과는 달리 JYP를 제일 첫 꼭지로 뽑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JYP의 구조조정. 엔터테인먼트업계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그것도 엔터테인먼트를 알지도 못하는 외부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점이죠.


정욱 /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JYP의 IMF구제금융


2013년까지 이어지는 소속가수들의 고른 부진(?)과, 미국 사업의 악화일로를 통해 사실상 거의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을 JYP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방법이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갔지만 상장을 못한 JYP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실상의 공멸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제이튠엔터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이라송한 것이 제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JYP에는 당시 어떤 해외진출 떡밥도, 성장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야말로 '수지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기획사였기 때문에 한창 해외진출 떡밥이 충만했던 비조차 실패했던 JYP가 과연 이 상장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토록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악수 중의 악수라고 강조했던 주식상장이 JYP에게는 전혀 엉뚱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요


JYP는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기형적인 회사였습니다. 박진영 1인이 프로듀서 작사 작곡 편곡, 캐스팅, 안무, 의상, 무대컨셉까지 모두 장악하고 그를 위한 그에 의한 그 자체인 기획사였기 때문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데뷰할 수 있는 그룹과 그 소화할 수 있는 파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치 병목현상이 벌어지듯 회사의 역량 중 대부분을 유망주 양성에 쏟아붓고 정작 데뷰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기획사로 이적하는 유망주들을 미처 붙잡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쳐 자신만의 유망주 세력을 모아 독립한 회사들도 여럿 생길만큼 이 기형적 조직의 불균형과 이를 단지 단 한명의 제왕적 결정권으로 처리하는 체계는 어느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었으며 영리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JYP는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기틀을 억지로 갖춰나가면서 체질개선을 하기 시작합니다. 돈먹는 하마였던 JYP 미국 법인을 즉시 정리한 것은 물론 수많은 우호관계에 있으면서 유망주를 소비해주던 계열 회사와의 관계도 속속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뻗어있는, 어쩌면 몸통줄기보다 더 굵어서 몸통의 허리를 휘게 만들었던 불필요한 지사나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던 차명 그룹사들을 중앙집중, 일원화시키기 시작한것도 이 무렵인데요. 이같은 JYP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우등이 아주 직격탄을 맞은 중소 기획사들도 여럿 생겼는데 이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JYP의 이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은 단지 회사 내부 조직의 기형적인 부분을 다듬는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야구팀의 리빌딩처럼 단지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비롯한 코칭스테프 역시도 이같은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박진영 1인 권력집중체계부터 우선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하여, 메인 스트림쪽에 외부 작곡가 영입 및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하게 되는 아마도 창립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JYP는 단지 이미 완성된 전문가들만을 초빙하는 것이 아닌 작곡부터 시작하는 유망주를 모으거나 아예 내부 아이돌 유망주를 프리프로듀스 쪽으로 돌리는 마치 YG의 종가라인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육성 라인 자체를 분업화하는 복수의 박진영 키즈 육성 대책도 바로 이 무렵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변화가 말 그대로 IMF 구제금융 당시처럼 대단히 강제적으로 그리고 아무 대책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다보니 JYP가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고 안정화되기까지는 2013년 10월 이후에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놀라운 것이 JYP는 철저하게 구제금융시스템으로 급진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완벽한 경제학에 기초하여 연착륙을 시도했다는 것이죠.


아직 JYP의 시스템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례도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최소화된 리스크 상에서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은 고스란히 JYP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 대중들의 반응 등을 종합한 데이터로서 남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JYP가 더 이상 기획단계에서 최종목표를 '특정 국가 진출' 및 그에 따른 언론플레이를 통한 주가진작이 아닌 보다 내실을 갖추며 적어도 자생이 가능한 그럴싸한 회사로서 기틀을 다지는 데에 주력했다는 부분이죠. 


지금까지 JYP는 정말 많은 씨앗이 있었지만 그 씨앗을 뿌릴 땅이 너무나도 좁았고 그 씨앗을 좁은 땅에 억지로 심다 보니 서로 한정된 양분을 나눠먹다가 죄다 싹이 트지 않거나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JYP는 2013년 말 이후부터는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가며 미련을 갖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당분간은 다른 회사들에게 대세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착실하게 리빌딩을 해서 재반격을 노리는 쪽을 택했다는 부분이 적어도 JYP에게 있어서는 정말 잘 먹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초에 JYP가 뭔가 잃을 만한 것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면 제가 누차 강조한대로 상장 그리고 이같은 경제학적 측면의 경영간섭이 JYP에겐 악수가 되었겠지만 웃프게도 JYP는 전혀 회사같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기때문에 이러한 체질개선이 오히려 약이 되었던 부분이겠죠. 


아쉽게도 이는 JYP의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는 보약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항생제를 먹여서 어떻게든 팔아제끼려는 학교 앞 문방구의 병든 병아리 신세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왜 JYP에게 일어나는 일종의 변화를 IMF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사례가 지금 바로 여러분 눈 앞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우선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JYP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근미래의 변화를 상징하는 바로 이 그룹으로 말이죠




中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6. 6. 25. 12:31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직까지 왼쪽 어깨는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다른 곳은 거의 나아졌습니다.


요양중에 할 일이 없으니 관련 연구만 진득하게 계속 해왔던 것 같네요. 

어느 정도 잡다하게 쌓였으니 정리를 조금씩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냥 두면 아마도 귀차니즘으로 인해 업데이트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몇 가지 꼭지에 대해 예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1.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 벌써 part 1이 퇴고된지도 꽤 오래 지났습니다. 

5년동안 한류는 어떻게 되어왔고 또 어떻게 되어갈까요?, 


선두주자라던 소녀시대와 동방신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새롭게 떠오른다는 슈퍼주니어와 예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빅뱅은 대체 뭐하고 있으며 

2ne1을 비롯한 몇몇 아이돌들이 왜 자취를 감추었는지... 

트와이스의 잭팟으로 JYP는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들 3사에 도전하는 기획사들에 대한 토막글까지 구성해볼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지에 대한 주제넘은 잔소리도 들어주세요

아울러 부록으로는

- 걸그룹은 왜 타산이 맞지 않는다면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가?

-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그 속도 그대로 추락해버린 기획사들의 뒷얘기 열전

- 아이돌의 스캔들과 각종 사건사고, 과연 우연인가? JYJ와 AOA... 여론을 짜는 손


등을 준비해봤습니다.

전문성은 기대하지 마세요




2. 공화국 사회교과서 연재 월 1회 주기로 재개


- 가능하면 수능이 끝난 학생들...그리고 그 이후 취업에 고생하는 취준생들

그 시기를 지나 더 이상 유망주의 관용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분들


그분들에게 잔소리하는 꼰대가 아닌 잠깐 읽어도 한번 더 스스로 생각해보고

스스로 직접 진로, 방향성,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참고서 같은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월 1회인만큼 많은 분량과 넉넉한 스압을 보여드릴테니 믿고 거르셔도 좋습니다.






2016.7.15일 

우선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JYP엔터테인먼트

로 찾아뵙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15. 7. 27. 10:29

미디어 업계가 끊임없이 복고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복고라는 테마는 끊임없이 물이 샘솟는 그런 소재가 아니라 정말 어딜 파도 나오지 않는 가뭄에 가끔 파면 터지는 그런 소재이며 추억 이상의 롱런이 불가능하다. god의 컴백 이후 컨벤션 효과는 임팩트가 강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고, HOT의 재결합 무대는 오랫동안 시기를 조율해야만 했다. 따라서 미디어 업계에서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건 그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과거 회귀'를 원할 만큼 지치고 힘겹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슬프게도 보통 이 복고는 40대 이상 경제력을 갖춘 계층의 전유물이었는데 최근엔 복고가 거의 통하지 않는 계층인 20~30대, 다시말해 복고를 생각할 필요가 없을 만큼 현실이 즐거워서 미치겠을 그런 나이대를 타겟으로 한 복고가 파생되고 있다는거다. 이 나라가 얼마나 노답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김영만 아저씨의 등장은 그 극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 2~30대 타겟의 복고라고 한다면 지금으로부터 많아봐야 10년 ~15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준, 다시말해 가장 즐거웠던 시기를 1318 시절로 한정하여 당시 스타를 보며 열광하고 음악을 닥치는 대로 들으며 외우고 드라마를 보는 등 미디어의 홍수 속 가장 깊은 곳에 몸을 담그던 그 시절의 감수성 촉촉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던 것이 전부였다. 그에 힘입어 90s스타들의 방송복귀, 청춘나이트콘서트, 밤사, 무한도전 토토가 열풍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이미 한물가버린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기꺼이 가치에 대한 댓가를 지불했다.


그런데 김영만 아저씨 콘텐츠는 타겟 연령층은 동일함에도 거슬러올라가는 시간이 훨씬 더 아득하게 멀다. 최소 20살, 더 심하게는 25살을 거슬러 올라가서 미취학아동, 초등학교 저학년의 복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찌기 복고 시장에서 이 시장은 '불량식품'열풍 같은 간헐적 소비행태로서 보여지거나 인터넷 상에서 '이거 알면 최소 80년대생' 같은 스팟성 콘텐츠로 소비된 사례는 있었지만, 당시 인물이 직접 나와서 추억팔이하는 '대담형 토크쇼'가 아닌 당시 쓰이던 콘텐츠를 그대로 재현하여 경쟁하는 그런 콘텐츠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이번 김영만 아저씨 콘텐츠는 내 입장에서 팔릴거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대박이 터졌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깊고 풍부하게 김영만 아저씨를 촉매제로한 과거로의 복고 여행에 심취하고 있으며, 그의 말 한마디에 감동하고 있다. 물론 아저씨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에게 적절한 감동을 이끌어낼만한 키워드 (3포세대)를 담아내면서도 25년 복고 콘텐츠와 훌륭하게 융합하고 있다는 부분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찌기 없었던 미취학세대 복고라는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으며 너나할거없이 종이를 접기 시작했다. 물론 이 열풍이 얼마 가지 못할 거라는 것은 아저씨도 나도 종이를 접는 그들도 누구보다 잘 안다. 문제는 바로 이 '얼마 가지 못하는 콘텐츠의 생명력'에 있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열풍과 유행의 특성에 대해 깊이 학습되어 있다. 따라서 모든 열풍에는 자기 주관보다는 열풍 그 자체에 '합류'해서 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그들과 많이 교류하고 싶다는 욕망이 학습되어 있다. 이젠 아무도 '허니버터칩 먹어봤어?'라고 묻지도 않고 '먹어봤다'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유행이란 '휘발유'처럼 화끈하게 타오르고 금방 꺼지는 특성을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초반 열풍에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열풍 초반에 탑승하기 위해 애쓴다. 그때그때 다른 공감대에 합류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 행위는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스테디셀러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게끔 만들어놓았다.



사람들이 김영만 아저씨의 '재규어' 자동차를 보며 나오는 반응은 '실망'이 아니라 '우려'다, 사람들은 김영만 아저씨 콘텐츠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김영만 아저씨 콘텐츠가 혹여 이 '재규어' 논쟁으로 인해 그나마 짧은 열풍이 더 짧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것이다. 자기 자신은 그에 실망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실망하고 아저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며 말로가 좋지 않게 될 지도 모를까봐 우려하는 마음 그 자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의 뒷면에는 더 솔직한 마음이 묻어있다. 바로 자신이 아름답게만 기억하고 있는 유년시절과 그리고 김영만 아저씨의 아름답기만 한 멘토로서의 가치를 가진 캐릭터가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파생한다. 김영만 아저씨 콘텐츠가 팔리는 것은 김영만 아저씨 콘텐츠가 지금도 먹힐 만큼 강력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열풍을 이끌고 있는 20~30대들에게 진정 어필하고 있는 것은 김영만 아저씨의 콘텐츠도 그의 캐릭터도 아닌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열풍 전반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영만 아저씨가 말한 어록들이 모아지고, 그 어록들과 걸맞는 지금까지의 행보들을 정리한 내용과 갖은 미담들, 과거 인터뷰 들이 인터넷 콘텐츠가 되어 재생산, 재소비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스토리다. 아저씨라는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요즘 세상에 누구나 목말라하고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스토리, 그런데 이런 스토리에 재규어라는 외제 차를 탄 김영만 아저씨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 스토리를 만드는 집단적 창작주체로서 스토리에 방해가 되는 이러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배척하기 시작하는것이다. 그들은 창작자면서 동시에 그들이 만든 스토리를 직접 소비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창작자적 자존심과 소비자적 관점의 몰입이 섞이면서 이와 같은 다소 어이없는 논쟁이 촉발된것으로 보인다.




이 바닥은 '이미지의 전쟁터'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적발된 국민여동생 캐릭터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영웅급 홈런타자가 약물로 적발되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일면 납득이 되지 않는 모습이긴 하다. 흡연은 20세 이상만 되면 불법이 아니며, 약물은 그 자체로 규정에 따라 처벌받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기자회견을 하고 용서를 구해야만 한다고 사람들에게 등을 떠밀린다. 그들이 지은 죄는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는 이렇지 않아'라는 순수한 대중의 마음을 깨뜨리고 훼손하여 충격에 빠뜨린 죄라고 봐야할까?


이 나라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순수하게 자랄 것을 강조해왔다. 남녀칠세부동석부터 시작하여 성행위가 아니라 여자의 몸이 그냥 그려지고 표현만 되어도 '더러운 생각'이라며 잡들이는 게 굳이 옛날얘기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게 순수하게 자라 난 결과는 지금 보시는대로 '순수함에 대한 지나친 가치숭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순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극단적 터부시'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환상이 깨졌다' 그리고 그 환상이 깨져서 내가 그 순수함을 즐기지 못하고 혹은 내가 순수하다고 자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순수하다고 느끼게 해준 당사자에게 쏟아내고 있다. 정작 순수함을 부르짖으면서, 재규어의 가격을 쳐보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그에 대한 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적 혼란이 낳은 참극이다.


이 나라의 어린이들이 지금의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키워낸 당사자들은 만족해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터부시되고 배척하는 '오덕'의 모습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거다. 변태스럽고 더럽게만 묘사되는 그들이 '나의 미쿠쨩은 이렇지 않다능' 라고 말하는 모습과 '김영만 아저씨가 재규어를 탈 리가 없어', '나의 ***가 남자랑 잤을리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한 자들이라고 터부시했던 그들과 이쪽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왠지 지금은 전 국민이 미처버리는 독이 든 우물물을 마셔야만 할 것 같다.


posted by RushAm 2015. 6. 29. 16:31

필자가 이 블로그에서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하는 부분이 바로 '조명을 무대 뒤로 옮기자'이다. 조명은 항상 무대 앞에 있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결국 그 무대가 잘 되었을 경우에 생기는 가장 많은 것들을 가져간다. 이는 언제나 자본과 노동의 불평등을 야기할뿐더러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절망적인데다, 이 절망스러운 상황을 노력으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구조적 환경조차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업계든 그들은 당당하게 우리에게 말한다 


'이 바닥 좁으니까 나한테 잘해'




이렇게 영원한 갑과 을의 관계는 공고해지게 된다.



그런 와중에 하나의 타개책이 발견되고 있다. 인터넷에 밀릴대로 밀려버린 한물간 매체인 TV가 그 주인공이다. 소재의 한계와 역량있는 인재들의 영입 실패로 작품성 공동화를 겪고 있는 업계에서 내놓은 방안이 바로 '전문가들의 TV진출'이다. 요즘 TV에는 종편을 포함해서 수많은 전문가와 평론가 그리고 마이스터급 인재들이 나와서 자신의 재량과 지식을 1차원적으로 발산하거나 혹은 역할을 부여받고 엔터테이너로서 활동하는 등 그 자체가 방송 소재이자 액터가 되어 TV 브라운관을 채워나가고 있으며 당연하겠지만 이들을 시청자들이 매우 반기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점차 세분화 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드라마 업계다. 아직 전면에 나오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작가 이름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전체 역사에서 오래 되지 않는다. 이윽고 버라이어티가 이에 가세했다. 나영석, 김태호 PD는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가치를 인정받으며 방송사들 위에 서는 슈퍼갑이 되어있다. 음악 업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음악 단독으로는 음반사나 기획사의 위상을 실명을 쓰지 않는 작곡가들이 이미 뛰어넘은지 10년째 되어간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영원한 을로서 업계의 좁음을 직시하고 '가만히 있으라'를 새겨야 했던 그들이 이제는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그것은 결국 대중들에게 집단의 브랜드화가 아닌 개인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졌기 때문과 동시에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집단적 브랜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문제도 크다.



실력이 곧 브랜드



그렇게 사회적 요구와 흐름에 따라 요식업계까지 왔다. 예전 요식업과 방송의 만남은 '업장'그 자체에 있었다. 결국 '맛집'으로 홍보되기 위해 수억의 돈을 들여서 '집단'을 홍보했다. 사람들은 초창기 믿었던 '집단'에 대한 브랜드화에 수없이 배신당하며 점점 지쳐갔고, 더 이상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그 본질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적 매개체는 인간인 이상 사라질 수가 없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받게 되므로 사람들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식당을 파해치고, 더 확률이 좋은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고픈 욕망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욕망에 방송국이 발맞추어 힌트를 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스타 셰프가 태어났다.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그외에 요리를 직접 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은 때로는 세상의 모든 요리를 통달한 듯한 달인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따로 묘사할 필요가 없이 직접 눈으로 그 실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서 보여준다. 어쨌든 그들은 지금까지 단순히 반찬을 재활용하는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것에 그치거나 혹은 매우 중요한 비법 양념만이 맛을 좌우하는 것으로 표현해왔던 요식업계의 맛의 비결을 셰프 그 자신의 스킬과 안목, 그리고 경험에서 오는 지혜라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시청자들의 시각적 검증과 방송국이라는 신뢰성 높은 메체의 특성을 타고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출연했던 셰프들의 식당 혹은 그들이 근무하는 식당은 소위 대박이 나고 있으며 이러한 열풍은 방송에 출연한 셰프에서 끝나지 않고 셰프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관심과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의 중심에 자본 그 자체가 아닌 셰프라는 기능장이 자리를 차지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든 리버럴의 순기능이 이루어지게 되자, 그동안 불합리에 억눌려왔던 것들이 일거에 폭발한것일까? 갑자기 놓여진 이 사다리에 대한 자리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송 수혜 제 1세대 셰프라고 할 수 있는 강레오가 지금의 제 2세대 셰프라고 할 수 있는 최현석을 디스했다는 풍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셰프는 아니지만 요식업계가 집단적 브랜드에서 셰프로 방송 소재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도기를 지켰던 황교익까지 이 논쟁에 참전하면서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들의 이해관계는 사뭇 다르다. 강레오는 방송의 힘을 빌은 스타셰프 1세대다. 당시 셰프에 대해 방송에서 캐릭터를 부여하고 이용해먹기 위해 만든 그들의 role은 '엄하고 무서운 셰프'다 드라마 파스타에서도, 마스터쉐프코리아에서도 그들은 그렇게 그려진다. 이는 다분히 마스터쉐프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셰프 프로그램들이 미국이나 영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다 쓰다시피 했기 때문이며 특별히 셰프가 무서워야 한다는 어떤 방송 제작 철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리얼리티였기 때문에 주방의 엄격한 분위기를 다큐 식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경우가 많았으며 강레오 역시 그 주방의 엄격함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일이었기에 특별히 가공할 필요 없이 편하게 연기하는 것이 가능했을것이다. 다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다큐를 버라이어티화 시켜야하고 초반의 신선함을 후반부까지 이어나갈만한 지속적 소재공급에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뿌리가 부실한 방송이었으며 당연하겠지만 이런 방송은 오래 가기 힘들다, 시청자들은 겉모습만 흉내낼 줄 알았던 이같은 프로그램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강레오가 잘못한것도 없고 시청자들이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시청자들은 엄격한 프로그램만 계속 보는 것을 거부할 뿐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최현석은 이와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스타셰프 2세대다 그는 그의 대표 출연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지금까지의 셰프와는 전혀 다른 role을 부여받는다. 물론 최현석 본인의 성향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다. 그가 정말 요리할 당시에 허세스러운 액션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상의 그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방송에서 표현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허세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으며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아주 제대로 먹혔다. 더구나 그런 허세만 가지고 있던 캐릭터 (김풍) 과 허세없이 묵묵히 실력으로 보여주는 캐릭터 (샘 킴) 사이에서 이른바 '병신같지만 멋있어'라는 갭모에 캐릭터를 발산하며 재미와 실력 모두를 어필하는 데에 성공한다.



필자가 굳이 비속어를 써가면서 최현석의 캐릭터를 표현한 이유가 있다. 강레오가 지적한 부분은 그의 인터뷰 속에서 나온 분자요리나 기타 장르의 다양성이 아니다. 다름아닌 자신이 했던 스타셰프 1세대의 '위엄'캐릭터를 왜 지키지 않았냐는 일갈이다. 즉 자신은 충분히 셰프의 위엄을 지켜가면서 방송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 위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최현석은 그 위엄을 지키려는 노력 없이 다른 셰프들의 위엄까지 한번에 깎아버리는 악수를 두고 있느냐는 지적인것이다. 이걸 더 쉽게 말하면 이렇다



- 내가 너처럼 광대짓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걸 몰라서 안한 게 아니다 -

- 근데 너는 무슨 자격으로 요식업 선후배의 명성을 깎으아가며 너 하나 잘 살겠다는 광대짓을 하는 것이냐 -


여기에 황교익이 참전한 것도 매우 자연스럽다. 황교익은 아쉽지만 셰프가 아니며 자기 자신이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요리평론가 사이에서도 정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다시말해 황교익은 요리가 방송이나 미디어계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먹고살기 힘든 다소 절박한 위치에 있다. 황교익의 강레오 디스는 특별히 최현석을 편들기 위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강레오 논리에 대한 전면적 비판임에 다르지 않다. 다시말해 방송판이 깨지면 셰프들은 지금 쿡방에서 주목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시 깊은 어둠으로 숨어들어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황교익의 판까지 줄어들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상황에서 누가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는 판단하기 힘들다. 각자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최현석 역시 작가가 준 그 role을 매우 만족스럽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그는 전문 연기자가 아님에도 전문 연기자도 버거워할만한 어려운 캐릭터를 부여받았으며 그 캐릭터를 완전하게 소화하기에는 매우 많은 빈틈을 보이는 역량적 한계를 드러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만큼 매력적으로 기획되었던 허셰프 캐릭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시청자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지금 그것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문제를 판단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천우의 기회를 맞닥뜨린 사람에게 냉정함을 바라는 것은 사치다.


다만 강레오가 말한 '판을 깨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는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정말 셰프들이 받는 지금과 같은 관심이 현장의 분위기와 위계를 그대로 유지해야하는 정당성이 있는 것인지? 예능적인 캐릭터로 성공하는 것이 정말 요식업계 종사자 전체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고려해야 할 만큼 민감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강레오의 말처럼 요식업계의 엄격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극소수의 게임이 되어야만 하는지 그의 표현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셰프의 희화화라는 치트키를 쓴 최현석이 보여준 요식업계의 전반적 이미지 대중화가 향후 요식업계의 자존심을 말아먹는 것인지를 말이다.


이연복의 이 한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어찌 보면 사다리는 반칙이다. 그동안은 높은 곳에 있는 사람과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교류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사회는 어떤 분야이든 인적 자원의 정체를 낳는다. 주방에도 이른 바 서열이 있고 흔히 말하는 똥군기가 있었다. 그렇게 카스트화 되어 있던 그 카스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강레오다. 그는 사다리가 놓여진 지금 상황에서도 장유유서를 고집했다. 주방의 서열 그대로를 가져가야만 적어도 경험이 적은 셰프들이 셰프의 타이틀을 달고 설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은 것 같다. 마치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과 같은 논리다.


공동화되어 있는 곳에 구세주처럼 내려온 사다리를 타는 데에도 순서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촉발된 이 논쟁의 끝은 어디일까? 결국 그 논쟁을 마무리짓는 것은 대중일것이다. 물론 그 대중의 판단이 정녕 요식업계에 있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굳이 대중이 특정 업계의 흥망까지 고려해가면서 그들을 소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굳이 이 상황에서 슈퍼갑은 다름아닌 대중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들에게 말한다. 요식업계의 문제해법은 당신들 스스로 찾으라고, 당신들 싸움에 애먼 대중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그리고 이 판이 싫으면 떠나라고...




posted by RushAm 2015. 6. 23. 13:43


일전에 무한도전이 표절 논쟁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온갖 갑론을박이 벌어진 뒤에 내려진 결론이 매우 웃긴데 다름아닌


- 표절을 해서 웃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


사실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난 것도 웃기지만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났다고 해서 그냥 어물쩡 넘어갔던 김태호도 그런 대본을 쓴 방송작가도 아무런 사과나 해명 없이 지금의 신경숙의 반응과 하등 다르지 않게 너무도 당당하게 넘어갔더랬다, 그러니까 10년이 지난 지금 왜 신경숙이 지금과 같은 유체이탈 화법의 해명을 내놓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시발점은 의외로 꽤 거슬러올라가야 하며, 그 원인은 신경숙에도 지금 언급한 김태호에 있지도 않다.


결국은 표절에 대한 도덕적 잣대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사회라는거다.


부패했으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표절했으면 어때 재미만 있으면 되지


이런 태도는 당장 그 당사자에게는 매우 큰 부귀영화를 가져다주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그 시장을 이어받는 후배들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족쇄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TV가 일본 TV 포맷을 배껴온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본 미디어 역시 미국의 그것을 배낀 적이 있다고 커버치는 목소리도 곧잘 들리지만 확실한 건 지금 표절을 하던 당사자들은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으며 지금의 일본 TV는 표절하지 않던 사람들이 만들고 있고 지금 우리나라 방송 제작 능력은 굳이 표절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자생력을 갖출 만큼 성장해있다는 것을 직시해야만 했다.


...


소설계의 우려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는 만화계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와중에 그들은 일본 소설 만화계에 잠식당했다는 점을 한탄하면서도 고작 한다는 액션이 그저 애국심이나 감정에 호소하며 자신들은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그들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졌고 한국 소설만의 또다른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완고한 동네 아저씨들처럼 자존심만 지키며 꿈쩍하지 않은 결과 수많은 소설가 지망생들은 타산지석을 잃었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일본의 작법에 스며들어갔고, 그 잘난척하던 그들마저 위선자들처럼 이런 짓거리를 저지르고도 고개를 꼿꼿히 세우고 있는거다.


우리는 어떤 분야든 표절에 대해서는 이중잣대 없이, 용서없는 퇴출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 뒤에 그 자리를 이어받아 똑같이 먹고 살며 우리나라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허탈하지 않도록... 단죄하고 몰아내고 찍어내야만 한다. 창작업계에서 표절하는 짓거리는 지금 내가 잘 살겠다고 미래 우리 아이들의 재산인 공적연금에 손을 대는 새끼들이랑 하등 다를 바가 없는거다. 그렇게 우리나라 콘텐츠는 세계에서 영원한 카피캣으로 무시당하고 그들을 옹호하며 소비해주는 시장에서 결코 좋은 콘텐츠가 나올 턱이 없다.




한류를 떠드는 자들이여

이것이 당신들이 바라는 모습인가?


언제까지 부품하나 OS하나 못만들면서 조립하청국임을 자랑스러워할것인가?

posted by RushAm 2015. 6. 23. 13:16

<?>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아이들에게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누군가를 때리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들에게 되갚아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올라요. 


- 대체 내가 뭘 잘못했을까 - 하고요.


대체 왜 그들은 저를 때리는걸까요 제가 뭘 잘못한걸까요? 그리고 왜 선생님과 반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들도 제가 맞는 이유가 당연하다고 하는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만 맞을 수 있을까요?



<!>


넌 잘못한게 없어', '힘내, 괜찮아질거야' 

같은 원론적인 얘기는 집어치울게요. 이 코너는 '실용교과서'지 구역질나는 멘토서적이 아니거든요.


인간사회가 동물사회와 다른 점을 한번 말씀(http://rusham.tistory.com/235) 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해당 내용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그냥 사람들은 동물이 아닌 척 흉내만 내고 있는거지 사실 늑대소년 영화처럼 마냥 본성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살아가는 존재들일 뿐이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인류에게 있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합의'를 했을 뿐이지 그 합의가 도출된 순간 인간이 동물이 아니게 된 게 아니에요. 강력한 규율에 의해 그 본능이 드러나는 즉 마음가는 대로 행동했다가는 '큰 손해'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집단의 힘이 있기 때문에 굴복하는것 뿐이죠.


그런데 그 본능이 가장 활발하게 에너지화하는 시기인 1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를 인류는 어처구니없게도 오랜 기간 '치외법권'으로 다스려왔어요. 청소년보호법, 청소년 면책 특권 등으로 말이죠. 물론 그 법은 청소년이 어떤 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데에 따른 보상 차원임과 동시에 미성년자라는 타이틀을 통해 법적 지위를 가진 성년들이 그들의 갖은 권리를 응당 침해할 수 있다는 편리성때문에 이어져오고 있는거죠. 참정권을 포함해서 많은 권리를 제약당하고 있는 청소년을 통치하고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이끌어내고 싶어했던 국가가 그런 일방적인 권리행사가 헌법의 자유평등권에 침해되는 모순을 정당화하기 위해 청소년의 범죄를 '치외법'으로 빼놓은 거에요.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딜'을 한거죠.



청소년들이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 보상으로 치외법을 얻었다면 어른들은 청소년을 통치하고 싶은 욕망과 더불어 그 통치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그들의 범죄를 컨트롤하며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어른들은 어떤가요? 과연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얼마나 책임을 지려 하고 있나요? 선생님, 사법부 그리고 그들이 반 강제적으로 할당한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는 '가정'의 '부모'들은 과연 얼마나 이에 대해 이해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요? 아마 안하고 있을거에요 그러니까 이지경이지...


그런데 요즘 뭐가 공론화되고 있는 줄 아세요? '청소년을 처벌하자'에요. 청소년의 범죄 처벌 연령대를 대폭 낮추자는 움직임이 공론화되고 있어요.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죠. 아니 법적으로 누리는 게 거의 없는데 처벌은 하겠다? 이게 무슨 개 풀뜯어먹는 소리입니까? 에초 쇼당이 안맞는 이야기잖아요. 청소년들에게 권리와 자유를 빼앗는 대신에 법적으로 처벌도 면제해줬던 걸 다시 빼앗겠다면 청소년들에게 참정권도 주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지위도 부여해줘야 하는게 응당 맞지 않나요? 전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와 열손가락 지문을 채취해가면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만드는 몇 안되는 희귀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말입니다.






당면한 현실을 되짚어볼게요.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사는 것은 향후에 수치스러운 낙인이 찍히고 뭐 이딴건 다 집어치우고 진짜 손해가 막심한 거에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 수 있어요. 그건 미성년자로서 제약을 받는 관련법에도 나와있지 않은 그냥 대한민국 국민이 태어나면서 탯줄 끊음과 동시에 부여받는 국민 기본권이거든요. 그러니까 당신은 굳이 친구들을 많이 만들 필요도 없고, 소심하게 찌질하게 살아도 되요. 혼자 교실에서 책만 읽어도 되고 친구들 화제가 굳이 흥미가 없어도 무리해서 의무적으로 끼어들지 않아도 되요. 즉 내가 하고 싶지 않은것, 내가 잘하지 않는 것을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할 필요가 없어요.


개인적으로 '왕따'라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해요. 왕따라는 단어는 그냥 '따돌린다'라는 거거든요.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각종 범죄들이 그냥 뭉뚱그려서 너무나도 소프트한 '왕따'라는 표현으로 치완되요. 그 속에 묻힌 '폭력', '성폭력', '쓰레기무단투기', '오물투척' ...심지어 '고문'까지 정말 구역질나는 액션들이 그냥 '왕따' 딱 한마디로 묻혀버리는거죠. 그리고 이 왕따라는 단어가 지극히 가해자 중심에서 만들어진 단어라는 점도 큰 문제에요. 왕따...즉 따돌린다는 건데, 피해자는 정말 아무런 액션이 없이. 가해자의 액션을 표현한 단어인데 정작 그 단어적 낙인은 피해자에게 붙여진다는거 참 웃긴 세상이죠.


'낙오 공포' 에 미쳐있는 사회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요. 어떤 사람은 매우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호탕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사귀게 되죠. 그런 반면 어떤 사람은 별로 그런 걸 좋아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딱히 정답은 없어요. 어떻게 살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그걸로 사회적 합의는 끝난거니까, 그런데 이노무 사회는 답을 정해놓은 모양이에요. 이미 기득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서 그들을 맹목적으로 팔로우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내면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하급화시키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있어요.


당연히 그 답은 사람들과 아무런 교류가 되고 있지 않은 소수보다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소수쪽으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 교류가 비폭력적이던 폭력적이던 일단 장악하면 그쪽이 갑이고 선이며 진리라는 사고방식이 다수결의 원칙처럼 굳어지게 되는거죠. 비폭력적이라면 그냥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 편, 폭력이 수반되었다면 그 사람 편이 되는 쪽이 내게 있어 더 안전하고 안심이 되니까 그 사람 편이 되는 것, 그렇게 소수는 지지받지 못하고 다수에 의해 다수에 합류하라는 강요를 받게 되는 게 이 사회에요. 제발 여기에서 끝나면 참 좋겠지만...





문제는 그 합류하지 않은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거에요. '다수가 진리다', '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라는 오지랖과 간섭을 끊임없이 부리죠. 그게 왜 그러냐면 그들 역시 자신들의 선택에 확신이 없는 한심한 사람들이라서 어떻게든 하나로 일원화시키고 싶어하는거에요. 소수 의견이 남아있으면 내가 정말 이게 맞기 때문에 선택한건지, 아니면 권력이나 대세에 휩쓸린 한심한 사람인지 헛갈리거든요. 그것조차 싫으니까, 소수를 어떻게든 내가 있는 다수에 합류시켜서 합리화시키고 싶어하는거에요.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거 잘 알죠?

만약 이런 대세적 움직임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슬슬 폭력을 가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 작은 폭력은 곧 그들의 동의를 받고 있는 하나의 소수가 또다른 소수인 당신을 탄압하는 것을 방치하고 정당화하는 것으로 방점을 찍게 되죠. 그 소수가 당신을 강력하게 교화시키던, 혹은 그들이 늘 하던 대로 강력한 권력 혹은 폭력으로 당신을 탄압하던 그들을 따르는 대다수는 침묵해요. 그들도 알아요 그게 잘못되었다는걸, 하지만 그들은 이기적이게도 그것이 잘못된 것보다 자기 자신의 선택, 즉 인지부조화가 깨지지 않는 걸 더 많이 바라기 때문에 침묵하는거에요.





정말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성장한 사람 절반 이상이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러분들같은 청소년을 낳고 살고 있는 어른들이에요. 경찰도, 학부모도, 선생님도 말이에요.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뭘 잘못생각했는지조차 모른 채 똑같이 방관자로 살아가고 있어요. 난 노동자가 아니니까, 난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니까, 난 성 소수자가 아니니까, 난 극빈곤층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높게 성공한 사람 (대부분 돈이겠지만)을 비추어 추앙할 뿐 자기 삶이 없죠. 교실 안의 방관자들이 그냥 머리만 커지고 얼굴만 좀 늙었을뿐이지 텅텅 빈 가치관은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여러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거에요.


그들은 피해자를 '찌질하다, 실패한 인생이다'라고 정의해버리고 있어요. 가해자에 이미 빙의하고 있으니까 가해자의 시점으로 보면 '나같아도 그랬을거야'라는 어처구니없는 공감대를 펼치고 있는거죠. 내가 너라도 진짜 패고싶었을거야, 내가 그 사람이었더라도 진짜 강간하고 싶었을거야 같은...그런 것들, 그런 결론을 도출하고 싶어하니까 그렇게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관심이 많은거에요. 가해자에 공감하기 위해서, 피해자 여성은 얼마나 이뻤는지, 피해자 학생은 얼마나 사회부적응 찌질남이었는지를....



가해자에 대한 검증 노력은 조금도 없는거죠.




...해법을 이야기할 시간인데 마음이 좀 갑갑해집니다. 그래도 뭔가 이야기는 해드려야겠죠


현행법상 청소년이 절대보호를 받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선생님이 대신 뭘 하던 그런거 없고요. 부모도 대신 해주지 않습니다. 알잖아요. 위에 적은 인생을 살아온 그 방관자들이 당신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는 건 조금도 없어요. 여러분은 누군가를 때리고 싶지 않은 인생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너도 한대 때려!'같은 무식한 소리에는 일단 귀를 닫으시고요. 때리면 즉시 '신고'하세요. 혹시 신고할 여력이 없으신 분들이나 신고하면 더 큰 보복이 될까봐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고 그 기분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인생관을 가장 덜 깎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주먹보다 법이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아요. 


자기가 손해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교사들이 당신에게 이런 저런 회유책이나 자기만 믿으라는 식의 헛된 개소리를 지껄이거나, 학교에 먹칠하거나 풍파를 일으키지 말라는 협박을 하더라도 결코 굴하지 마세요. 방관자들은 사실 무섭지 않아요. 당신보다 더한 겁쟁이거든요.


만약 경찰조차 방관자로 자라온 꼰대라면 다른 경찰에게 사건을 재배정해달라고 하시면 되요. 꼰대검찰이 '이깟 애들 장난'이라고 던져버리거나 혹은 가해자 부모님이 금수저라서 대충 봐주고 사건을 덮어버리거나 하면 다른 검사에게 사건 재배정을 요청하고 해당 경찰과 검찰을 업무 태만으로 공무원윤리강령 위반 신고를 해두세요. 방관자들은 진짜 어리석은게 자신에게 피해가 되는게 뭐든 날아와야 그제서야 이쪽을 바라보는 속물들이라서 일단은 당신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빼고서라도 조금 덜 하기 싫어하는 수단을 총동원해서 그 방관자들이 당신을 괴롭히는 소수에게 칼을 겨누도록 해야 하는거죠.


...



미안합니다.

사실 정말 답이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

여러분은 잘못되지 않았어요.



절대!


posted by RushAm 2015. 4. 16. 12:06

왜 지겨운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요 몇 년 사이에 제법 큰 규모로만 따져도 몇 번이나 일어났다. 그것도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났고 일부 사람들은 그로 인해서 실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도화된 보이스 피싱으로 이어지고 있고 피해는 짧은 시간 내에 크게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한 사람씩 일어나고 있으며 일부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들마저 보이스 피싱에 휘말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워낙 많은 선례가 있어서인지 혹은 너무 큰 규모라서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범사회적인 위기를 야기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듯 반응이 무심하다. 이런 사건이 해외에서 일어났으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을지에 대한 부분은 크게 와닿지 않으실 테니 제쳐두고서라도 이들이 무관심한 이유는 첫째로 나한테 당장 피해가 오지 않았으며 너무나도 큰 피해규모로 인해서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가지, 그 가치를 오롯이 의 가치로만 평가하려는 공통된 감정적 한계선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상 결정이 나서 승소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로 수많은 개인정보 누출이 이루어지고있다.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듣보잡 로펌에 휘둘려 공동 소송을 준비한다는 뉴스가 단골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그 공동 소송의 대상은 늘 해당 회사이며 소송 내용은 금전적 보상이다. 잘 아는 것처럼 이 소송은 한번도 속시원히 이긴 사례 없이 대다수가 패소만 거듭하고 있는데, 사실 그들은 실제 금전적으로 손해를 봤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실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 (유출로 인한 보이스 피싱 등) 사람들이 섞여 있지 않거나 섞여 있어도 그들과 피해 정도를 옆으로 나누어서 도드라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사법부조차도 그들의 금전적 피해에 대한 심정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때 그 사람들은 오늘도 그대로 그곳에 있다. 죽은 아이들과 사람들도, 아직 생사가 파악되지 못한 사람들도, 그리고 그 유족들도 아직 그 곳에 그대로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세월호에 대해 심정적인 아픔을 나누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 소소한 공집합속 교환이 있을 지언정 큰 변화는 없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사람들과 세월호는 이제 그만 지겹다는 사람들 말이다.

 

이건 영화의 한 장면이다.


너무 큰 사고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일가족 4명이 사망한 교통사고보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받아들이기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마치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포세이돈어드벤처'처럼 영화 스크린이나 TV스크린 속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그들이 말하는 지겹다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다.

 

이건 영화가 아니다.


그들은 이 사건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단 한번도 현장에 가서 진짜 유가족들을 단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으며 적어도 그들을 가감없이 취재한 언론들의 보도를 한번도 접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주류 언론들이 단 한번도 이 세월호 사건을 현실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세월호 보도는 JTBC처럼 늘 팽목항에서 사람들과 만나거나 고발뉴스처럼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 함께 호흡하는 취재를 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었고 오늘은 시체가 몇 구나 끌어올려졌으며 세월호는 얼마나 큰 배였고 이게 얼마나 참혹한비극인지에 대해서 내래이션했다. 마치 비극영화를 더 슬프게 만드는 연출처럼 그것에만 너무 열중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정론으로 전했다

 

연합뉴스는 사상 최대의 구조작전 이라는 키워드로 보도했다. 이것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며 이루어질수도 없는 판타지적인 키워드였다. 그러나 이 키워드는 세월호 정국 초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각인된 기사 카피 중 하나였으며 이들 언론이 세월호를 얼마나 영화 속 한 장면화시키는데 열중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현실감 없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두번 이상 보기 힘든데, 다들 영화로 인식하지 않는다면야 사람이 죽은 대형 참사에 인간으로서 그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에는 애석하게도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자기 재산을 잃은 사람보다 금융정보가 털렸는데도 평소 늘 오던 스팸 문자 조금 늘어난 수준에서 그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세월호 뿐만 아니라 국가의 과오 혹은 이익단체의 과오로 인해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보다 그렇지 않고 자식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에게 있어 세월호의 아픔을 진정 공유할 수 있느냐면 그거야말로 판타지가 된다. 사람은 아무리 감정을 이입해도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그 가치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식을 낳아보지 않은 사람이, 자식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그 아픔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이 부분에서 두 번째 가치판단의 오류가 발생한다.

 

...

 

보상금


마치 영화 같은 극적인 연출을 최우선시해왔던 주류 언론들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감상의 결과는 마치 영화 흥행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에 맞춰지는 것 같다. 감독이 얼마를 벌었느냐 배우가 얼마를 벌었느냐가 늘 천만관객 영화 후에 보도되고 그 보도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게 되듯이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애석하게도 이었다.




 

사람들의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우리나라는 정의 민족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옛 말이 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급격하게 핵가족화가 이루어지고 전통적인 가족관이 파괴되면서 사람들은 부모의 사망에 감정적으로 슬퍼하기보다 그들이 가진 유산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 유서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정말 짜증나게도 이 역시 보편적 미디어인 TV미디어 (드라마)의 혁혁한 성과임에 다르지 않다.

 

수많은 드라마들이 재벌 2세를 그리며 나이든 아버지가 유산을 어떻게 나누어주는지 그리고 유서에 누구의 이름이 오르는지를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다룬다. 아침드라마라 명명되는 막장드라마는 재산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큰어른은 사후에 얼마나 더 많은 재산을 분배해주는지에 대해 가치가 매겨지고 행여 죽기 전에 재산분배가 끝나버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려장과 다를 바 없는 유배지 (정신병원, 노인요양원)으로 쫒겨나는 모습을 질리지도 않고 그리고 있다.

 

배우조차 예외없었다


그걸 보고 우리는 아 저런 나쁜 사람들이라고 되뇌이며 자신의 도덕성이 아직 훼손되지 않았음을 검증하는 반면 무의식중에 그런 세상이 되고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하는 세상임을 인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리얼스토리 논픽션다큐에서 드물지 않게 보이고 있으며 그렇게 잘못된 선택을 한 노인 인구의 자살률은 이제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사람은 죽어서 유산을 남기며 그 유산을 남기지 못하거나 혹은 적게 남기는 사람은 아무리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어도 삶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식들에게 배척당하는 그런 사회, 이런 사회는 사회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폭, 즉 희로애락의 파장이 매우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두려울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사람들은 아직도 영화로 인식하고 있다. 이제 그 다음은 그 영화가 얼마나 흥행했는지에 대한 돈에 관심을 갖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리고 언론은 마치 영화의 흥행 성적과 감독이 이번 영화로 얼마나 떼부지가 되었는지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를 하듯 매번 세월호 유족들이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금전적 물질적 혜택을 보게 되는지만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좁아진 감정의 폭으로 죽음보다 앞선 금전적 욕망 즉 자기 자신을 세월호에 그릇된 잣대로 투영함으로서 세월호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자식을 잃어보지 않은 그들에게 있어 세월호 유족들과 실종자들의 자식을 잃은 슬픔이 그들에게 있어 와닿을리가 없다. 그들에게 있어서도 사실 결코 있을 수 없고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건임에 틀림이 없으니까 그들은 애써 그 공감대를 자기 자식에게 대입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이제 그만 좀 해라 라고 한다. 니 자식을 잃었다고 내 자식을 잃는다는 가상 체험까지 시키는 그들에게 분노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끔찍한 공포영화를 기피하는 사람들처럼 이 끔찍한 상상을 하고 싶지 않으니 어서 이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애써 그들의 자식 잃은 슬픔을 내가 부모 잃은 슬픔의 정도와 동일시한다. 같은 가족을 잃은 거니까 똑같을거야,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과 그 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유산에 대한 욕망적 가치가 그들이라고 다르지 않을거야라고 말이다.

 

그들은 에초에 세월호 사건에 자기 자식을 대입한 적이 없다. 그런 끔찍한 일은 내 금지옥엽에게 일어난다는 상상 자체만으로 고통이니까 그런 건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정서를 위해 상상하지도 공감하지도 말야아 하는 유해메체인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식잃은 부모에게 부모 잃은 본인들의 모습과 심정을 오버랩한다. 아니 물론 부모가 돌아가시면 슬프지, 그런데 그 슬픈 것도 잠깐이야, 결국은 남겨주신 유산이 엄청 크면 부모가 떠나가신 슬픔에 대해 감사하게 돼, 그 유산이 적으면 원망하게 되고- 라는 상식,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덤덤하게 하는 국회의원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말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마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내 수중에 떨어질 유산을 계산하듯이 세월호 유족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이 대체 얼마를 받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보며 그들 나름대로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 정도 금액 이 정도 혜택이면 뭐 그럭저럭 그런데 그것 이상으로 그들로 따지면 유산 잭팟이 터지는 수준의 큰 금액과 엄청난 혜택이 줄줄이 언론을 통해 마치 확정된것마냥 보도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 아니 그 정도 유산을 받았으면 나라면 만족스러워서 춤이라도 출텐데 뭘 더 달라고 저러는거야? 그들에게 있어 세월호 유족들의 지금 모습은 자신들이 유산을 가지고 개싸움을 벌이는 스스로의 모습과 오버랩될 뿐이다.

 

상복을 벗을 틈이 어딨어? 출처(http://park5s56.tistory.com/63) 

 

사람들의 감정기관이 퇴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게임을 좀 더 편하게 즐기기 위해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는 몇 안되는 나라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게이머, 그들은 게임을 처음부터 고생고생해서 즐겁게 하는 감정을 퇴화시키고 돈으로 단시간에 마음껏 게임 속 권력을 휘두르는 재미만을 과도하게 진화시켰다. 인생도 다를 바 없다. 조금의 고생도 그로 인한 경제적 고통도 그들에게 있어 인생에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돈을 써서 그 고통 없이 편하게 살며 그에 맞는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한다. 가족의 화목 속에서 오는 정겨운 대화와 쌓이는 정은 그들에게 있어 당장은 돈을 벌어서 나중에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는 뒤로 미루어진 가치에 불과하다. 지금 세상은 어쩌면 돈으로 뭐든지 나중에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고 그렇게 금전만능주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성적 희로애락의 영역까지 침투해가고 있다.



회사는 내부고발자를 금전적으로 압박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는 시스템 부분을 누군가에게 지적당하면 수천만원을 들여 그 시스템을 고치기보다 그 사람에게 돈 몇백을 주고 무마시키는 쪽을 택할 것이며 사람들은 그 돈을 받는 것에도 그 돈을 받고 그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것에도 매우 익숙해져 있다. 그런 사람들이 지지하고 만들어낸 정부 그리고 그들이 그들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방식대로 이 일을 처리하려는 모습은 매우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정부는 시스템 부분을 고치는 데에 돈을 들이는 것 (인양을 하는 데에 돈을 들이거나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데에 드는 비용) 보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편이 싸게 먹힌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단순히 그런 차원에서 만족할 수 없는 감정적 손실이 있다는 점을 정부도 그들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제 3자들도 자신들의 내적 가치관으로 그들이 돈을 거부하고 시스템을 고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고치는 쪽을 택하면 그들이 받는 돈은 0원이 될 텐데 당장 시스템 고친다고 나한테 득이 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그들은 눈앞의 몇억을 포기하고 나한테 당장 이득도 안 되는 국가 시스템 개혁을 그렇게 요구하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거다.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은 고스란히 객나적 해석으로 치완되어 그들이 더 큰 돈을 요구하기 위한 시위로 곡해되어 머릿속에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위로금 금액이 차등 지급된다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 1차출처 (중앙일보) 2차출처(국민TV)


감정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당장 피부에 와닿기 직전까지 모르고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들 역시 자식을 잃게 되었을 때 즈음에서야 세월호 유족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무감각해진 건가?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언제부터 이렇게 공감대를 얻기 힘든 논제가 되었으며 그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언제부터 어디에서 무슨 교통기관을 타고 얼마만큼 좋은 보험을 몇 개를 들고 죽었는지가 그가 죽은 슬픔보다 훨씬 더 앞서있었는가? 감정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이 되어버린 와중에 그들에게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한들 소용이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가득해진다.

 

사랑하는 감정, 그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감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착각할 뿐이지 돈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수천 수만가지나 넘게 산적해있다. 세월호 희생자가족들은 그 돈으로 되돌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 돈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만큼 큰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돈 욕심이 생길까? 사람의 본능적 희로애락을 정직하게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어떤 금전적인 가치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그 후 다양한 선택지를 택했다. 물론 그 중에는 당면한 금전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사람들도 있고, 혹은 이 나라에게 아무런 기대를 걸지 못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이 나라를 떠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 미디어에서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그분들은, 이 나라를 포기하지도 그 포기하는 대가로 어떤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선뜻 이해한다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의 상태에 계신 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그분들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은 돈으로도 어떤 혜택으로도 복구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국가라는 보호장치에 의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다. 그분들이 바라는 것은 너무 숭고하다. 우리가 지금 진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힘드니까, 이 아픔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겪게 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라는 바람 그분들이 그것을 계속 정부에게 요구하는 대신 돈을 포기했기 때문에 숭고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들은 이미 모든 것을 잃어서 그분들에게 어떤 만족감도 얻을 수 없는 일에 스스로를 갈아넣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세월호 1 정부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많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둘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것보다 내 자신이 과연 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정적 가치에 대해 얼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지, 세월호는 그 가치를 일깨워주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우리 속에 자리잡아야 한다.

 

국가는 우리의 공공재이다. 우리는 그래서 그 아픔을 다시 만들어낼 수도 있는 이 국가에게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개인정보 소송도 치완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졌고 다시 일어나지 않는 대책을 국가에게 요구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도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금전적으로 그 피해를 얼마나 환산해야 하는지에 대해 뉴런을 쓸데없이 소모하지 말고 그 돈으로 치완할 수 없는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지랄맞은 풍토부터 걷어내고 돈으로 치완할 수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한번씩 생각할 수 있는 세월호 사건의 날 4 16일은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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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이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끔찍한 날이다.


그러니까 내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면 마치 공포영화가 끔찍해서 보기 역겨워서 티비를 끄고 극장을 나와버리는 것으로 해결될거라는 판타지적인 망상에서 이제는 벗어나자, 그리고 마치 그 영화 같은 현실감없는 사건이 현실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내 마음 속에 있는 어떤 가치관을 조금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는 돈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으며 그것을 잃은 사람에게 돈으로 보상받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돈에 찌들어 사는 우리들이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지만, 그것때문이라도 4 16일은 매년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우리를 변화시켜야만 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정적 상실이 벌어지는 일을 다시는 재현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정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분들과 같이 아픔을 나누고 같이 슬퍼해주는 것만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정말 작은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