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5. 6. 00:42

도쿄미드타운은 바깥쪽의 활기차고 밝은 모습과는 다르게 안쪽에는 매우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조금 차이를 보이는 부분인데요. 북적이진 않지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다른 쇼핑몰이나 할인마트와는 다르게 소란스럽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마치 시공조감도같은 모습이죠?


롯폰기 힐즈와 분명한 차별성을 두려는 것인지 이곳에서는 유명 브랜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가 브랜드가 많냐면 그것도 아닌데요. 주로 미드타운쪽에서는 직접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쇼룸으로서 홍보를 하기 위한 목적의 매장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런 쇼룸이 유명 메이커에게는 딱히 필요가 없기떄문에 대체로 고급화전략을 추구하는 가구, 인테리어, 보석 가공 업체들이나 브랜드 자체를 홍보하기 위한 후지제록스 등의 업체들이 입점하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에스테 위주의 업체들이 모여있는 복도가 있습니다. 매우 아기자기하죠?



그 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TIME&STYLE 미드타운 쇼룸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단지 보여지는 것에서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가구를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어떻게 배치했고 어떻게 움직이는 동선을 배려했는지가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반드시 이 회사의 가구를 사야만 그렇게 꾸밀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식으로 배치하면 어떤지, 식탁이나 소파는 어느 정도 크기가 이상적인지를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식물과 삶이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이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집의 삼림화입니다. TIME & STYLE FOREST 라는 별도의 캠페인까지 할 정도로 열정적인데요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의 가구 높이 고도를 사람의 상하시야 바깥쪽에서 끝마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소파, 침대 등은 물론이고 식탁이나 부엌에 쓰이는 가구들 역시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모두 빌트인하거나 최대한 눈에 띄는 범위를 줄이도록 디자인되어있습니다.

오디오는 비디오 기기와 별도로 구성, 음악을 들을때는 미술품과 관엽식물이 함께하도록 합니다.


사실 이들이 시도한 건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아주 혁신적이거나 높은 심미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만, 앙드레김 패션쇼에서 나오는 옷들처럼 일상 생활에서 활용이 불가능한 혁신보다는 작은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디자인 컨셉이 우리 생활을 바꾸는 영향력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이 회사에서는 보통 비용 절약을 위해 한 개의 룸으로 꾸며지는 오디오 룸과 비디오 룸을 각각 분리해서 꾸며놓고 있는데요. 단지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ALL IN ONE이 가능한 오디오와 비디오 룸을 분리시켰을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를 생각해본다면 이 회사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쉽게 감지할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더 샤워실입니다


사실 TIME & STYLE은 실제 가격표를 보면 침대가 70만엔대, 소파 테이블이 30만엔대정도이기 때문에 (사실 쇼룸을 갖춘 다른 메이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만)  구매하고 소장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죠. 반면 현실적인 가격으로 소장의 즐거움을 주는 상점들도 소규모이지만 다수 입점하고 있는데요. IDEA DIGITAL CODE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상점 이름이네요.


상점 이름은 '특이한 디지털 제품'을 파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위주의 제품보다는 인테리어 혹은 패션 소품으로서 존재하는 디지털 제품들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물론 원 제조사들도 오디오 테크니카, 필립스 등 유명 제조 업체이니 성능면에서도 부족함이 없고, 오픈에어 덕트 부분에 큐빅장식을 한 이어폰, 맥주 서버 모양의 스피커 같은 특정 상황에 필요한 소품형 디지털 제품들이 가득한데요. 언제나 인테리어에서 천덕꾸러기였던 디지털 제품들이 이 곳에서는 인테리어의 든든한 한 축으로 어겨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드타운에는 그밖에도 유명한 산토리 미술관이라든지 가든 테라스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링들이 즐비합니다, 산토리 미술관은 일본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할 만한 명소로 매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획전을 열고 있죠. 다만 일본까지 와서 미술관을 굳이 찾아서 볼 필요는 없겠습니다. 미술관은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속 문화공간이니까요. 상설 전시가 아닌 기획전시를 하는 산토리 미술관은 특히 그렇습니다. 물론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만 관광 명소는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산토리 미술관은 기획전시에 따라서 이벤트 숍 상품도 함께 바뀌는 듯 합니다.


대형 마트와 명품을 파는 명품관 모두를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명품관이라고 해서 딱히 마트보다 조용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잘 아시는 것처럼 한쪽은 어느쪽이 더 싼 지에 대한 논란, 한쪽은 어느 쪽이 더 비싼지 혹은 비싸 보이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언제부터 물건이 싸고 비싸고, 혹은 비싸 보이고의 문제만으로 남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가끔은 가격으로 매기는 가치보다는 자신만이 매길 수 있는 물건에 대한 또다른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부 시설에 대해서 다른 분들이 많이 다루어주신 내용은 많이 배제를 했음에도 포스트 가 길어져버렸네요. 내일은 도쿄 미드 타운의 정 반대에 서 있는 롯폰기의 그림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