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5. 08:54
이명박의 지지율을 두고 말들이 많다, 30%를 넘었네 40%에 육박하네, 서울시장때처럼 뒤늦게 인정받고 있는거네, 아니네 참 말들 많다. 지금 지지율이 중요한 게 분명 아닌 것 같은데 다들 지지율 이야기뿐이다. 누가 얼마만큼 그를 지지했는지가 정말 문제인가? 촛불정국때 15.7%까지 떨어졌을때 이명박의 정책과 40%에 육박한다고 말하는 지금의 이명박의 정책이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어차피 탄핵은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으며 5년 내내 하고 싶은 정책 다 하고 내려올 사람에게 중간지지율이 무슨 소용인가? 미국처럼 4년 연임제라면 중간지지율이 의미가 있겠지만 에초 5년 단임인걸 알면서 뽑아준 국민들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 사람들의 국민스포츠가 된 느낌이다. 5공때는 그 국민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프로스포츠로 돌렸다면 5공이 끝난 뒤에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현실의 어려운 속쓰림을 달래는 게 서민들의 일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마 ys정권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역시 그 당시는 경제 위기로 인한 타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정말 명확했기에 가능했다. 경제부처든 뭐든 당시 YS의 문민정부 경제정책은 막판까지 폭발을 눌러놓지 못하고 터저버리고 만 셈이었으니까, 비난의 화살을 날릴 대상이 그때만큼 명확했던 적도 없었기에 대학살의 주인공 전두환과 노태우보다 YS가 한층 더 욕을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지 '자기 잘못을 세 살 짜리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인데..
YS이후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은 체감적으로 단 한시도 '살림살이'나아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YS의 유산이었던 '이 모든건 대통령 탓이다'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사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노무현 때부터 유행한 것 같지만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통계적으로 쉽게 여론 파악이 될 수 있었을 뿐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이른바 '나랏님 탓'은 꾸준히 성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가 꾸준하게 이루어져 국민들이 국정 흐름에 대해 이전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기에 이같은 비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꼬집어가며 이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수완 부족의 사업 실패든, 운이 안좋았든, 어떤 이유로 인해서 정부 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대통령 잘못으로 돌리는게 일상화가 된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평 속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YS의 그것'처럼 정부의 과오가 너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작금의 현실이 현 정권과 그 정권의 수장인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이 문제가 '이명박'을 비난해서 될 문제냐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서민들의 책임전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째서 서민들은 '나랏님탓'을 하면서도 선거에서는 나랏님에게 힘을 실어주는것인지에 대해서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가?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처음부터 틀어진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다혈질적으로 눈앞, 내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이전 5공까지 철권의 권력을 자랑했다. 지금 대통령의 권위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권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지금의 권위가 적당한 수준으로 5공때의 그것은 독재정권의 잔재가 완전히 씻어내지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논외로 쳐도 무방하다. 말하고 싶은것은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면면만 보고 나라의 명운을 가늠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다름아닌 '노무현'이다. 많은 진보층들은 노무현이 평소 보여주었던 극진보적인 성향을 믿고 표를 던졌지만 그는 그들의 기대대로 정권을 극진보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 자체가 절대 혼자 딛고 일어설 만큼 단순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그 뒤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급조한 한끗발 날리는 2진급 보수층 인사들이 상당수 남아있었고, 이들이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을 양분해나간 탓에 이후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에 노무현이 남은 임기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대통령이 힘들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열린우리당 전체가 '친노파'가 아닌 이상 결국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재선과 이익을 위해 줄서기를 하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과반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반문이 '지금도 친이파, 친박파가 갈려 있으니 사실상 당시와 다를 게 없지 않나?'라는 부분인데 지금과 그때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친노파 이외의 계층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없었다. 아니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정답이다. 김근태, 정동영,추미애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자신이 포스트 노무현임을 자처하며 노무현 임기 초기부터 서포터를 모으는데 열중했고 그중 일부는 실패했다. 그 결과 후보를 처음부터 한 명으로 집중하여 서포터를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한나라당에 비해 마지막까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내부에서도 대체 누구를 서포팅해야 이명박을 잡을 것인지 마지막까지 혼돈을 거듭한 결과 선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투닥거리긴 해도 대의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각 진영에서 원톱을 정해두고 있으며 이미 차기 대권주자의 기세싸움에서 박근혜로 일찌감치 확정한 친박진영에 비해 현 국정지지도에 위기를 느낀 친이진영이 아직 그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많은 친이계열 서포터가 친박쪽으로 옮겨가있는 상태다. 암묵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박근혜를 서포팅하는데에 합의를 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꽤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단순한 '쇼'일 뿐 이미 이익 배분에 있어서는 합의가 되어있기에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친박진영도 친이와 이명박의 정책 기조에 협조하는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도 그래서 과녁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껏 정책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았다는 걸 정,재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전처럼 '정권을 잡으려'하기 보다 '대통령을 만들어 내'려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전에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뒤에 줄을 서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의 지지율을 뒤에서 끌어올려주는 서포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우리가 아는 범위 이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구 보수 인사들은 물론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서포팅을 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셈이다.
이런 대통령이 과연 자기가 하고 싶은 '그것'을 제대로 펼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 재계 서포터들의 투자 대비 이익을 실현해주고 대신 국민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총알받이 방패일 뿐이다. 다시말해 이명박이 친재벌 성향이라서 지금 정권에서 재벌 위주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자들이 투자한 만큼 이익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며 이명박은 그에 충실하게 이행해줄 의무가 생긴 샘이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철권력의 대통령은 먼 옛이야기이다. 지금은 누구의 이익을 어떻게 실현해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이며 이미 미국은 몇십년전부터 이러한 정치 풍토가 자리잡아 50:50이라는 팽팽한 구도가 매 선거마다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2007년 선거처럼 압도적인 완승, 완패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금 서민들은 이명박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 지금의 달라진 정치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부 진보계 지지층조차 '이명박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계층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래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처럼 선거 당시부터 양측의 정책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드러났지만 '이미지 정치'가 아직도 먹히고 있고 그 이미지를 만드는 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서포터'인 현실에서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명박'을 비판하기 전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서포터들이 누구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명박이 지금 대운하를 파고 4대강을 살리고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서 70대에 육박하는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보는가? 이미 예전처럼 비자금 조성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이명박 개인'이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득을 보는 건 조금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임기 이후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 중요한건 남은 임기가 아니라 남은 여생인데, 그쪽으로 생각해봐도 지금 이명박은 무덤을 파고 있을 뿐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무슨 천문학적인 득을 보고 있는 마냥 모든 것을 이명박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이명박은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서포터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명박이 따다 준 과일을 먹어가며 TV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감상하듯 서민들과 이명박의 대치상황을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어렵고 이명박의 정책이 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에 주목하자,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나오는 후보들 역시 그 후보 자신의 면면이 아니라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가 어떤 성향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계열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위하는 후보가 나온다는 부분도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등한시하고 친재벌정책을 취하는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착각도 이젠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들 후보가 누구의 돈, 누구의 권력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지금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물론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친재벌 서포터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지금의 매니페스토 검토보다 훨씬 미래 정국을 예측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위험하다, 이명박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명박 다음이 위험하다. 지금 정서가 위험한 이유는 이명박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만 아니면 누구라도 OK'인 이런 흐름이 불안한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지지율 하락이나 비판에 눈하나깜짝 안하는것이다. 만일 이 화살이 한나라당 전반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느끼고 철저하게 진화에 나서겠지만 이미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가득한 한나라당은 정권 초기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거는게 결코 차기 대권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계산에 넣고 이명박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노력했고 국민들은 그에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명박만을 비판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명박'만'을 비판한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단물을 다 빼먹은 껌처럼 뱉어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줄 차기 총알받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저 후보가 착하다', '어디 출신이다', '잘생겼다' 등의 이미지 정치법 지지 성향에서 벗어나 나에게 과연 이득이 될 만한 집단들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물론 보수쪽 집단의 집권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던지)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쪽에 맞춰, 서민이라면 서민쪽 정책 성향에 맞는 서포터를 보유한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것이다. 일면 어려워 보이지만 지금 보는 핀트를 조금만 옮겨가면 쉽게 보이는 부분이고 이를 귀찮다고, 내 이득과는 상관 없다고 등한시하는 분들은 향후 그 선택으로 인한 어떤 손해가 오더라도 정권 탓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TV광고에 나오는 상품설명을 믿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서포터들이 '이 후보 서민대통령이에요'라고 광고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찍지 말라는 것이다. TV광고는 그다지도 불신하면서 어째서 후보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다지도 철썩같이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TV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여지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사실 정치계가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계산을 강요하게 만든 것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매니페스토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렇다. 다만 어렵더라도 잠깐이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깐 머리를 굴려보고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귀찮게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랑 관계없고 먹고사는데 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정권에서 국민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 아니던가? 이제는 '이명박'만 아니면 돼! 가 아니라 '이명박을 밀어준 놈들 생각대로 되서는 안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이명박이 남은 임기동안 뭘 하느냐가 아니라 다음 대선때 이명박과 똑같은 놈이 되는 것을 막아야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구분해내야하는건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연구해나가야 한다. 남은 3년 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1년 후, 2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명한 국민들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 사람들의 국민스포츠가 된 느낌이다. 5공때는 그 국민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프로스포츠로 돌렸다면 5공이 끝난 뒤에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현실의 어려운 속쓰림을 달래는 게 서민들의 일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마 ys정권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역시 그 당시는 경제 위기로 인한 타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정말 명확했기에 가능했다. 경제부처든 뭐든 당시 YS의 문민정부 경제정책은 막판까지 폭발을 눌러놓지 못하고 터저버리고 만 셈이었으니까, 비난의 화살을 날릴 대상이 그때만큼 명확했던 적도 없었기에 대학살의 주인공 전두환과 노태우보다 YS가 한층 더 욕을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지 '자기 잘못을 세 살 짜리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인데..
YS이후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은 체감적으로 단 한시도 '살림살이'나아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YS의 유산이었던 '이 모든건 대통령 탓이다'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사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노무현 때부터 유행한 것 같지만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통계적으로 쉽게 여론 파악이 될 수 있었을 뿐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이른바 '나랏님 탓'은 꾸준히 성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가 꾸준하게 이루어져 국민들이 국정 흐름에 대해 이전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기에 이같은 비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꼬집어가며 이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수완 부족의 사업 실패든, 운이 안좋았든, 어떤 이유로 인해서 정부 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대통령 잘못으로 돌리는게 일상화가 된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평 속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YS의 그것'처럼 정부의 과오가 너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작금의 현실이 현 정권과 그 정권의 수장인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이 문제가 '이명박'을 비난해서 될 문제냐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서민들의 책임전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째서 서민들은 '나랏님탓'을 하면서도 선거에서는 나랏님에게 힘을 실어주는것인지에 대해서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가?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처음부터 틀어진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다혈질적으로 눈앞, 내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이전 5공까지 철권의 권력을 자랑했다. 지금 대통령의 권위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권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지금의 권위가 적당한 수준으로 5공때의 그것은 독재정권의 잔재가 완전히 씻어내지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논외로 쳐도 무방하다. 말하고 싶은것은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면면만 보고 나라의 명운을 가늠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다름아닌 '노무현'이다. 많은 진보층들은 노무현이 평소 보여주었던 극진보적인 성향을 믿고 표를 던졌지만 그는 그들의 기대대로 정권을 극진보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 자체가 절대 혼자 딛고 일어설 만큼 단순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그 뒤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급조한 한끗발 날리는 2진급 보수층 인사들이 상당수 남아있었고, 이들이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을 양분해나간 탓에 이후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에 노무현이 남은 임기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대통령이 힘들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열린우리당 전체가 '친노파'가 아닌 이상 결국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재선과 이익을 위해 줄서기를 하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과반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반문이 '지금도 친이파, 친박파가 갈려 있으니 사실상 당시와 다를 게 없지 않나?'라는 부분인데 지금과 그때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친노파 이외의 계층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없었다. 아니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정답이다. 김근태, 정동영,추미애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자신이 포스트 노무현임을 자처하며 노무현 임기 초기부터 서포터를 모으는데 열중했고 그중 일부는 실패했다. 그 결과 후보를 처음부터 한 명으로 집중하여 서포터를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한나라당에 비해 마지막까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내부에서도 대체 누구를 서포팅해야 이명박을 잡을 것인지 마지막까지 혼돈을 거듭한 결과 선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투닥거리긴 해도 대의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각 진영에서 원톱을 정해두고 있으며 이미 차기 대권주자의 기세싸움에서 박근혜로 일찌감치 확정한 친박진영에 비해 현 국정지지도에 위기를 느낀 친이진영이 아직 그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많은 친이계열 서포터가 친박쪽으로 옮겨가있는 상태다. 암묵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박근혜를 서포팅하는데에 합의를 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꽤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단순한 '쇼'일 뿐 이미 이익 배분에 있어서는 합의가 되어있기에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친박진영도 친이와 이명박의 정책 기조에 협조하는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도 그래서 과녁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껏 정책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았다는 걸 정,재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전처럼 '정권을 잡으려'하기 보다 '대통령을 만들어 내'려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전에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뒤에 줄을 서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의 지지율을 뒤에서 끌어올려주는 서포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우리가 아는 범위 이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구 보수 인사들은 물론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서포팅을 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셈이다.
이런 대통령이 과연 자기가 하고 싶은 '그것'을 제대로 펼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 재계 서포터들의 투자 대비 이익을 실현해주고 대신 국민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총알받이 방패일 뿐이다. 다시말해 이명박이 친재벌 성향이라서 지금 정권에서 재벌 위주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자들이 투자한 만큼 이익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며 이명박은 그에 충실하게 이행해줄 의무가 생긴 샘이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철권력의 대통령은 먼 옛이야기이다. 지금은 누구의 이익을 어떻게 실현해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이며 이미 미국은 몇십년전부터 이러한 정치 풍토가 자리잡아 50:50이라는 팽팽한 구도가 매 선거마다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2007년 선거처럼 압도적인 완승, 완패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금 서민들은 이명박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 지금의 달라진 정치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부 진보계 지지층조차 '이명박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계층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래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처럼 선거 당시부터 양측의 정책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드러났지만 '이미지 정치'가 아직도 먹히고 있고 그 이미지를 만드는 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서포터'인 현실에서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명박'을 비판하기 전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서포터들이 누구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명박이 지금 대운하를 파고 4대강을 살리고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서 70대에 육박하는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보는가? 이미 예전처럼 비자금 조성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이명박 개인'이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득을 보는 건 조금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임기 이후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 중요한건 남은 임기가 아니라 남은 여생인데, 그쪽으로 생각해봐도 지금 이명박은 무덤을 파고 있을 뿐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무슨 천문학적인 득을 보고 있는 마냥 모든 것을 이명박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이명박은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서포터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명박이 따다 준 과일을 먹어가며 TV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감상하듯 서민들과 이명박의 대치상황을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어렵고 이명박의 정책이 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에 주목하자,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나오는 후보들 역시 그 후보 자신의 면면이 아니라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가 어떤 성향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계열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위하는 후보가 나온다는 부분도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등한시하고 친재벌정책을 취하는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착각도 이젠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들 후보가 누구의 돈, 누구의 권력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지금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물론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친재벌 서포터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지금의 매니페스토 검토보다 훨씬 미래 정국을 예측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위험하다, 이명박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명박 다음이 위험하다. 지금 정서가 위험한 이유는 이명박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만 아니면 누구라도 OK'인 이런 흐름이 불안한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지지율 하락이나 비판에 눈하나깜짝 안하는것이다. 만일 이 화살이 한나라당 전반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느끼고 철저하게 진화에 나서겠지만 이미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가득한 한나라당은 정권 초기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거는게 결코 차기 대권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계산에 넣고 이명박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노력했고 국민들은 그에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명박만을 비판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명박'만'을 비판한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단물을 다 빼먹은 껌처럼 뱉어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줄 차기 총알받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저 후보가 착하다', '어디 출신이다', '잘생겼다' 등의 이미지 정치법 지지 성향에서 벗어나 나에게 과연 이득이 될 만한 집단들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물론 보수쪽 집단의 집권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던지)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쪽에 맞춰, 서민이라면 서민쪽 정책 성향에 맞는 서포터를 보유한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것이다. 일면 어려워 보이지만 지금 보는 핀트를 조금만 옮겨가면 쉽게 보이는 부분이고 이를 귀찮다고, 내 이득과는 상관 없다고 등한시하는 분들은 향후 그 선택으로 인한 어떤 손해가 오더라도 정권 탓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TV광고에 나오는 상품설명을 믿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서포터들이 '이 후보 서민대통령이에요'라고 광고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찍지 말라는 것이다. TV광고는 그다지도 불신하면서 어째서 후보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다지도 철썩같이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TV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여지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사실 정치계가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계산을 강요하게 만든 것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매니페스토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렇다. 다만 어렵더라도 잠깐이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깐 머리를 굴려보고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귀찮게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랑 관계없고 먹고사는데 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정권에서 국민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 아니던가? 이제는 '이명박'만 아니면 돼! 가 아니라 '이명박을 밀어준 놈들 생각대로 되서는 안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이명박이 남은 임기동안 뭘 하느냐가 아니라 다음 대선때 이명박과 똑같은 놈이 되는 것을 막아야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구분해내야하는건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연구해나가야 한다. 남은 3년 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1년 후, 2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명한 국민들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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