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7. 2. 14:06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군상 중 하나가 아파트에서 떠벌이 아줌마들에 의해 퍼지는 소문이다. 대부분 근거는 미약하지만 그 근거를 자신들만의 해석에 의해 심히 부풀려 해석하여 자신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해석으로 결론을 지어버리고 그것을 진실로 고착시켜버리는 식의 흐름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당사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고, 그 피해를 입히는 것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군상들의 무쓸모성에 대해서는 꽤나 할 말이 많다.

고은아 키스 사건은 상당히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에 속했다 그래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울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그 흐름은 정상적인 화제 창출이 아닌 아줌마들의 뒷담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남매간의 키스라는 화제에만 얽매여 당사자들의 발언보다 통상적인 상식 하의 결론이 훨씬 진실에 가깝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들이 과연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뭘 배웠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들어보면 남매간의 키스가 반드시 근친상간의 증거가 되며 그 근친상간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으니 방송을 한 방송국도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한 당사자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논리인데, 일단 죄를 캐물을 자격이 되시는지부터 묻고 싶고, 그리고 당사자들의 말은 무조건 진실과 거리가 먼 변명에 불과하다는 보증은 어디에 있으며 반대로 네티즌들의 말이 사회 통념상 '이 사건'의 진실에 보다 가깝다는 논리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고 있다는 말인가?

그 논리라는게 고작 '우리 가족이나 내가 사는 주변 사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가족'은 남매끼리는 키스하지 않는다. 는 것 뿐이다. 쉽게 말해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 주변의 가족,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가족, 남매끼리 키스를 나눌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게 그들이 내세우는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반드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상식 선에서 놀아야만 하고, 그 상식 밖에 벗어나면 멋대로 비윤리적 행동으로 치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 남매가 사이가 좋지 않은 사회라고 해서 사이가 좋은 남매, 가족이 그들로 하여금 이상한 가족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필자는 어머니 생신 때나 어머니와 쇼핑을 할 때 어머니와 함께 이것 저것 물건을 고를 때가 있다. 같이 도회지에 나가서 외식도 하고 차도 한잔 한다. 그런데 주변 시선은 상당히 차갑다. 우리를 모자지간으로 보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점원은 내 눈을 잘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주변에서는 우리를 보고 수군대기 일쑤였다. 대체 우리를 무슨 사이로 봤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들 머릿속에 나름의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으리라, 필자는 그런 그들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들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아들이 어머니를 데리고 쇼핑을 하거나 같이 외식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였음에 분명하니까, 그게 가능한 가족이랑 그게 불가능한 가족 어느쪽이 불행한건지는 뻔할 뻔자가 아니던가?

고은아 키스 사건도 네티즌들 사이, 주변, 그들의 가족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가족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게 자랑이 될수는 없다. 해외에서는 가족애가 강한 가족들이 입술키스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로 나누지 않는가? 고은아 가족은 그 정도로 의가 두터우며 그게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부러워해야 할'부분이지 삐딱하게 봐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삐딱하게 보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여기에 '근친이네', '보편적인 남매'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실수한거니 사과해야하네, 는 식의 지극히 보편적 사회논리로 이 사건을 해석하여 고은아와 그 가족들을 깎아내리려는 식의 '동네 아줌마 근성'은 이제 그만들좀 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가족들을 꼭 자신들과 똑같이 불행하게 만들어야 공평하다며 흡족해할참인가?

- 이럴 수가 남매끼리 키스를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가족끼리 사이가 좋다니 저렇게 사이가 좋은 가족이 나올 수가 있는건가? 우린 뭐지? 우리 가족은 불행한건가? 아닐거야, 저녀석들은 사이가 좋은게 아니라 '근친'일거야, 그래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녀석들인거지 우리가 비정상이거나 불행한 게 아닐거야. -

우리나라가 경제 10위권 내 선진국이 되었어도 우리보다 한참 떨어지는 경제순위의 유럽국가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그들은 가족들 속에서 태어나고 가족들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가족들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게 당연하고 그것이 진정 인생의 질적 추구의 궁극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돈 벌기 위해 결혼 직후부터 맞벌이에 뛰어들과 애는 혼자남아 다른 사람의 손에 길러지고 부부는 서로 정이 들 시간조차 없이 회사 직원들과 더 정이 들과 아이는 아이대로 보육원 직원,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학교 친구들과 더 정이 드는 아니 들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 고은아 가족처럼 의좋은 가족이 나오는 건 기적에 가깝다. 우린 그들을 부러워할수는 있어도 이런 일련의 사회적 피해를 응당 모두 받아야 하는 동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그 잣대를 고은아 가족에게 강요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 탓하며 가족 등한시한 화풀이를 엉뚱한 데에 하지 말자.
억울하면 당신들도 화목한 가정 꾸리면 되는 일 아닌가?
posted by RushAm 2010. 5. 18. 12:38
1. 일단 지금까지 이런 저런 비스무례한 사건들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만큼은 증거 불충분으로 몰기에 충분할 것 같다. 지금 떠돌고 있는 글은 정확하게 말해서 '피해를 당한 분의 아들'이 작성한 글이고 아마 그 글이 설득력을 얻기까지 몇몇의 목격자가 이를 보충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게 미니홈피에 본인이 남긴 글도 아니고 개똥녀 사건처럼 명백한 사진자료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일방적으로 죄를 캐묻기에는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 현장은 여자 화장실이고, 글을 쓴 사람은 아들이며 아마 그 글을 쓰게 된 내용에 대한 증언은 전적으로 피해자분의 증언에 의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이 증거 부족이 가져오는 위험 요소는 너무 어마어마하다. CSI보다 더 뛰어나다는 네티즌들조차 지금 신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수사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져 다른 사건보다 훨씬 많은 불의의 피해자를 가져올 것임에 자명하다. 네티즌식 인민재판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필요하다고 하면 지극히 죄를 가진 그 당사자를 '정확히'가려내 확실하게 타격을 입히는 데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화났으니까 이 갈곳 없는 분노를 누군가에게 발산해야겠다'라는 동기부여만이 사건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으니, 이성적인 판단이 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장소는 화장실, 목격자는 많아야 10명 이내, 게다가 전원 여자이며 그 중 그 상황을 대사 토씨 하나 안틀리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네티즌 앞에 '나 목격자요'라고 나설 확율은? 아니 그보다 이런 걸 '직접 목격하지 않은'상태에서 피해자측의 의견만으로 여론몰이를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하기는 한가?

3. 글을 쓴 당사자도 정말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오고 싶었던 것인지 아리송하다. 전말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해당 여학생 VS 피해자'의 대립 구도임에 분명하지만 지금은 해당 여학생 뒤에 경희대가 피해자 뒤에는 네티즌들이 대거 포진하는 식으로 구도 자체가 상당히 거대해졌다. 이것이 정말 의도한 결과라면 매우 질이 좋지 않은 것임에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상황 자체를 보면 경희대에 소속되어 있는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구도처럼 피해자와 해당 여학생의 구도가 설정되어 있는데, 즉 개인과 개인의 대립 구도라면 전적으로 개인과 개인에서 끝났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게 굳이 경희대 총학생회가 나서서 사과할일로 번질 필요도 없고 네티즌들이 이렇게 열을 낼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정말 안타까운지 가해자가 무고한지를 말하려는게 아니다. 사건 자체가 너무 설익은 상태에서 아무도 이렇다 짚어내는 사람이 없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정도로 커질 만큼 대단한 사건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가해자를 직접 찾아내 혼쭐을 내고 싶어서 부들부들 떨렸다면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인상착의를 확보한 뒤에 직접 경희대로 찾아가 가해자에게 항의하는 것이 이 사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면 인터넷으로 여론을 형성하려 할 의도를 내포하지도 그럴 위험성도 감수를 해가며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옮다. 이 설익은 사건에 서투른 대응으로 생겨날 당사자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할 의지가 글쓴이에게는 있는가? 자신의 행동이 어떤 또 다른 피해를 낳을 것인지 그 피해가 과연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당연한 희생에 불과한지를 대답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posted by RushAm 2010. 5. 11. 11:48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주무시는 시간이 적어지는 이유를 아시나요?

그냥 나이를 드시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왜 그런가 한번 생각을 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사람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마도...
세월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할때부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없다고 생각하실수록...
움직이고 활동하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싶겠죠...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크면 클 수록...
더 잠이 없어지시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의 몸은 말이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
잠이 더 많이 필요해요...

몸에 있는 근육이나 내장 기능이 노화되면서...
근지구력이 떨어지니까...
동일한 활동량에도 더 많이 쉬어야 하거든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아쉬움과...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는 잠재의식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사람이 타고난 수명이 정해져 있다면...
깨어 있는 시간 20시간씩 열흘을 살던...
깨어 있는 시간 10시간씩 스무날를 살던...
살아있는 시간은 똑같을테니까...

인생에 대한 후회...
자식에 대한 걱정...
남은 인생의 미련...
모두 잠시 내려놓으시고...

주무실때만큼은 푹 주무시길 바래요...
어르신들이 그토록 바라시는
무병장수에 그만이랍니다...


오래 사시길 바래요...
posted by RushAm 2010. 3. 31. 01:31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어나가고 죽어야 할 사람이 죽지 않는 이 희안한 시대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나 크게 다가오면서도 누군가의 생존은 참 크게 다가오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기에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쓰지는 않으려고 했다. 우리가 이제는 그 사람이 죽기 1초 전조차 죽은 이후의 관심에 채 1%조차 주지 않는 사회가 되었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그런 모습은 점차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미래에 대해 이런 확신을 갖게 된 이유는 이번 고 최진영씨의 죽음 앞에 보이는 기자들의 태도가 정말 거짓말안보태고 10년 전보다 1g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 행태를 간단히 정리하면 '경쟁'이다. 즉 내가 다른 언론사보다 더 먼저, 더 좋은 화면과 더 좋은 멘트를 따내 더 신속하게 언론사에 송고한다는게 이들 취지다. 여기에는 물론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기자정신을 발휘했다는 나름의 자위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겉치례일뿐 실상은 그렇게 해야만 자기 지위와 명예,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돈이 더 많아지고 커지고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사명감만으로 살라는 것도 바보같은 궤변이겠지만 최소 이들은 '사명감'을 갖은 척하며 이름을 더럽히지 말았어야 했다.

알권리란 무엇인가? 이 권리에서 기자들이 해줘야할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국민들이 별 관심이 없어하지만 응당 알아야 할 정보를 어떤 외압 혹은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이 그 첫번째고 두번째는 국민들이 아주 관심이 많은 정보지만 정보원에서 좀체로 캐내기 어려운 정보를 열심히 캐내 국민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적어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팔아먹을 어떤 구실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조문 취재가 두 번째에 해당된다고 헛소리하는 기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정말 그게 '알 권리'인가? 아니면 니들이 원료를 헐값에 캐내 국민들에게 비싸게 팔아먹기 위한 장사꾼식 개수작인가? 당신들이 정말 고 최진영씨의 죽음에 관심이 있는건지 아니면 그 장례식에 어떤 급의 스타들이 어떤 생각으로 왔는지가 궁금한건지 속시원히 대답할 수 없다면 당신들은 악덕중간도매상인이지 기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스타들에게 멘트 떼다가 국민들에게 비싸게 팔아먹는 중간상인을 요즘은 기자라고 싸잡아 부른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건 정말 기자라고 불리울 자격이 있는 우리나라 소수의 기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알권리라는 말 함부로 쓰지 말자, 그리고 그 말에 정당화시키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자, 장례식에 조문객으로 온 톱스타가 눈물 몇 방울 흘리고 어떤 말을 하다가 말끝을 흐리고 울음을 터뜨렸는지 몰라도 된다. 물론 연예 기자를 비하하려는 생각은 없다. 다만 고 최진영씨에 대해 살아 생전부터 지금까지 쭉 그에 대해 지켜보고 꾸준히 컬럼을 써온 전문 기자가 아니라면 이번 죽음에 달라붙어 화면이랑 멘트를 따내려 발버둥치는 소위 연예기자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은 똥파리에 비교하는 것 조차 똥파리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제발 알권리라는 단어 함부로 팔지 말자, 당신들이 하는 일은 물건 떼다 파는 일과 하등 다르지 않다. 왜 악덕이냐면 당신들은 상도덕이라는 것조차 지키지 않고 있으니까, 중간도매업을 하는 분들은 십수년간 거래처 어지간해서는 안바꾼다. 옆에서 싸게 준다고 해도, 그게 상도덕이니까 근데 당신들은 뭔가? 어디에서 일만 터졌다면 우르르르다. 그리고 현장에서 뭐 하나 건지지 못하면 단 한글자도 못쓴다. 왜냐구? 그동안 관심이 한톨도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내가 월급이 높아지고 승진도 하고 할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 취재 당시에 피취재인들이 당하는 취급이 과연 인간적일까? 기자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눈이 과연 기자다운 냉철한 눈이었을까? 아니면 한 푼이라도 더 싸게 물건 떼다가 비싸게 팔 궁리만 머리에 가득찬 달러마크 반짝이는 병든 눈이었을까? 그런 눈을 한 사람들이 과연 피취재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줬을까? 그들이 쓴 기사는 과연 기사라고 불릴만한 가치가 한톨이라도 있을까?

당장 명함에서 기자 직함을 파내던가, 알권리라는 단어를 다시는 팔지 않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싶다.


아 그리고 그전에 제발 그 조문객 기사 좀 작작 클릭하자, 그게 그리도 궁금한가?

posted by RushAm 2010. 3. 16. 21:43
공화국 비공식성명은 코너 특성상 경어를 쓰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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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는 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좀처럼 뭐가 문제인지 모른 채 남들이 문제삼은 것에 대한 공감이나 비공감을 날리는 식으로 소극적인 참여를 하는 모습이 최근 대세인가보다. 이번 김범수 라디오 사건도 그렇다. 라디오를 직접 들었던 청취자라든지, 녹음한 내용을 듣고 블로거에 다양한 의견을 남기는 블로거, 그리고 그 곳에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 중 이게 대체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짚어보도록 하자, 이 사건이 김범수가 라디오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과거에 김범수가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련의 에피소드가 '법적으로' 저촉되는 행위인가?, 혹은 연령제한을 두지 않은 라디오를 듣고 내 아이들이 행여 따라할까봐 벌벌 떨게 만든 책임을 묻고 싶다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여성으로서 가지는 컴플랙스를 이용했다는 것에 자존심이라도 상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어떤 잘못을 두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라디오에서 부적절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것이 문제라면 충분히 질책할 만 하다.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품질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일종의 '반품' 차원에서 항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이쪽 이유로 생각해보기에는 지금의 반응들은 상당히 도가 지나처보인다. 단지 그는 라디오에서 '말'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김범수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

자 그럼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김범수가 과연 범죄자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김범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일단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방송이 법정이 아닌 이상 반드시 진실만을 말할 필요도 없고 다소간의 픽션이 난무하는 것도 당연시되고 있으며 시청취자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처벌 사유가 되지 못한다. 촉발된 원인이 처음부터 '무고'였기 때문이다.

'무고'라는 점에 발끈하실 분들 계실 줄 안다. 그러나 분명 이는 무고이다. 오히려 김범수의 케이스가 아니라 일반인이 아무런 의도없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에피소드 다들 한 번씩은 있으실 줄로 안다. 앞에 가는 여성에게 전혀 관심조차 없는데 처음부터 그 여성은 자신을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무슨 에티켓이라며 여성이 앞에 갈 때는 불안하지 않게 배려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여성분들을 본 적이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에초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쪽부터가 문제의 시발점이지 않겠는가.

여성으로 가지는 컴플랙스를 건드렸다든지 딸 가진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사실 설득력이 없다. 당신들의 안전을 위해 극소수의 범죄자를 식별한다는 이유로 모든 남성들을 범죄자로 모는 편리주의적 발상으로부터 시작되었을 테니까, 에초 그렇게 불안하면 현 정부의 치안 정책의 부실함을 탓해야지 세상 인구의 절반을 전원 범죄자 후보로 만들어버리는 지극히 자기위주의 발상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할 것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당신들 개인의 문제를 대신 감수해야할 어떤 법적 윤리적 의무도 책임도 없기 때문이다.

고작 뒤에서 걸으며 발소리 좀 냈다고 일단 범죄자로 낙인부터 찍어버리시거나 남자 연예인이 라디오에서 한 발언 따위에 벌벌 떠시는 것보다 범죄율이 적고 어두운 골목길이 없는 동네로 이사를 가는 편이 당신 그리고 당신의 딸과 아내를 지키는 데 훨씬 현명할것이다. 우범지대에서 살고 있다면 범죄율을 낮춰줄 정책과 관련된 민원을 넣어라, 시간이 좀 걸린다면 아내와 딸을 위해 마중을 나가는 것도 좋다. 즉 당신과 당신의 딸, 아내를 범죄로부터 지키는 방법은 '당신 스스로'의 역할이다. 에티켓이라며 전혀 관계없는 남자들에게 대신 떠맡겨야 할 일도 아니고 고작 라디오에서 나오는 꽁트식 가쉽거리에 벌벌 떨어야 할 일도 아닌 당신 스스로가 지켜야 할 당신의 안전이고 당신이 그와 관련해 요구해야 할 대상은 김범수도 전혀 관계없는 대한민국 남성 전체도 아닌 국가 그리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공무원이지 않겠는가?


제발 남 탓 할 일과 안할 일 좀 구분해가며 살자

posted by RushAm 2010. 3. 5. 19:09
사람이 식물과 다른 점은 식물은 어떤 정해진 조건만 갖춰주면 크는 것은 알아서 잘 하는 반면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은 단지 몸만 커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사 표현과 외면으로 표출되는 내면을 함께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가 없냐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대화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이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해보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누가 만들고 누가 먹을 쌀을 생산해줄 것이며 반찬의 원료는 누가 만들어줄 것인가? 아니 좀 더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지금 여러분들이 이 글을 보고 있는 모니터와 컴퓨터의 전기는 누가 생산해낸 단 말인가? 한마디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걸 서로 합의 하에 잘 해나가기 위해 돈을 만들고 그걸 교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며 서로가 가진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기 위해 예의라는 것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즉 예의는 사람이 사는 데에 있어서 자유를 억압하고 기를 죽이는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살아가기 위해 혹은 살아가기 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국영수 못지 않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한' 예의 라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서양에도 매너라는 표현이 있으며 문명과 동떨어진 뉴기니 원주민들조차 자신들만의 의식을 통해 예를 갖춘다. 그래야만 내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고 상대방이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로소 사람이 성장했다는 것은 이 예의를 모두 배워 이제 더 이상 그 예의를 모르기 때문에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부모라는 이름의 보호자가 AT필드를 쳐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예의라는 게 스무살만 지나면 자동적으로 탑재되는 것이 아니라 스무살까지의 삶 동안 꾸준히 지속적으로 몸에 베고 정신에 박히고 심장에 새겨지는 것이다. 그걸 우리는 '다 컸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스무살을 넘긴 사람들 중에는 도무지 20년이라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건 굳이 스무살만을 예로 들 필요가 없다. 전체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8살 어린이도 도무지 8살의 정신상태로는 안보이는 일이 허다하고 학생들은 학생대로 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마치 실내에서 관상용으로 길러지는 토마토마냥 물만 먹고 영양제만 듬뿍 발려 때깔들은 점점 좋아지는데 이게 도무지 상품가치가 없어보이는 것과 비슷하다랄까? 흙밭에서 비바람 맞아가며 세상에는 4계절이 있고 비도 오고 눈도 내리고 바람도 분다는 걸 좀 알아야 알이 실해질텐데 이들에게는 그럴 생각도 그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애니콜 리포터 사건 역시 도무지 크지 않은 아이들이 벌인 참극이다. 흔히 미취학 아동들을 가리켜 '집안에서 군림하는 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내가 먹고 싶은건 뭐든 다 가져다주고 하자는 건 다 해주고 싫다는 건 다 커트해주기 때문이다. 지금 가정에서는 이 미취학 아동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자들이 십수년간 몸만 키워 주민등록증을 얻어 어른대접을 요구하며 이 사회에 속속 진출하고 있으며 이들이 벌이는 일들은 단지 수천년동안 반복되왔던 '기성세대들이 걱정하는 버릇없는 젊은이'의 개념을 훨씬 초월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의 생떼는 '젊은이들의 변화 요구'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법적인 권리를 갖추고 있고 누구도 이들을 강제할 수 없다. 자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단지 눈에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피부에 와닿을 만큼 이들의 생떼는 범위가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는데 이를 제지할 방법이 어디에도 없다. 언제까지 이들로 인해서 20년을 헛되이 하지 않은 젊은이들까지 세대째 싸잡아 비난을 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건 부모들의 책임이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일이 커져버렸다. 이제 그들은 이미 성인이다. 성장 과정이 어떻든 관계없이 그들이 직접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후 벌어지는 어떤 사회적 현상으로 인한 불이익이 일어날지언정 그것이 법적으로 불합리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본인들이 직접'감내해야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건 부모들이 대신해줄 수도 이미 부모들이 모두 자신들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 프로로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한 미션을 받고 한 일이라면 그 일이 잘못되었을때의 책임은 주최측이 아니다. 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만일 삼성이 주최측으로서 모든 책임을 질 생각이었다면 나이제한을 두지 않았겠지만 분명 대학생이라는 충분히 성년에 가까운 나이제한을 둔 만큼 이번 일의 책임을 기업 혹은 부모 등 '제 3자'로 흐리지 않기를 바란다. 모쪼록 이 사건이 '한 톨의 조작 없이' 모두 까발려지길 간절히 바란다. 리포터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책임조차 모르고 갔을 20년 묵은 미취학 아동들은 그걸 충분히 각오해야만 한다.

이 정도면 이미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각오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뱀발. 이건 미수다의 루저 사건과는 팩터가 전혀 다르다. 미수다는 녹화방송이고 방송 내용의 책임자는 작게는 치프 프로듀서 크게는 편성국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삼성이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견학을 간 게 아니라 삼성이 돈을 주고 그들에게 현장 분위기와 대회 내용을 전달하라는 미션을 내린 것이다. 삼성이 김연아 호텔에 찾아가라고 시켰다던지, 사적으로 금메달리스트들의 휴대전화번호를 따라고 하지 않는 한 모든 돌발적 행동에 대한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게다가 리포터라는 직책은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미디어적 가치를 지닌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 위치를 갖는다. 그것이 설령 미니홈피에 게재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비공개 글쓰기가 가능한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글을 썼다는 것은 이미 리포트적 성격을 지니는 셈이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삼성은 분명히 자발적인 이성적 판단히 가능한 연령대를 뽑았고 이들이 선발 과정에서 잘못되어 기업 이미지에 손해를 입었을지언정 이들이 개인적인 행동으로 촉발된 개별적 피해까지 모두 감싸줘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RushAm 2010. 2. 27. 16:00
무릇 회사에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연봉이 높아지는 이유는 그가 업무 숙련도가 높아서 조직에 높은 효율을 가져다 주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더 많은 돈을 주는 이유는 '책임'이다. 나이만큼, 경력 만큼 그 프로젝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떠안는 충격에 대한 보험금 격으로 많은 연봉과 강력한 권한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권한과 자금을 받은 만큼 실패했을 때에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에도 그게 잘 안될 것 같아 걱정이다.

쇼트트랙이 끝났다. 솔직히 일본에서 맨날 8강에서 탈락하고 한숨쉬는 중계진들 보면 우리나라 성적이 정말 나쁜건가 아리송하긴 한데, 아무튼 국가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에 비해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건 사실인가보다. 자 이제 이 성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데, 이 사람들 이상하리만큼 좀체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장담컨데 이들 중 직접적으로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친 핵심 수뇌부들은 밴쿠버가 아닌 대한민국에 남아있을텐데 뭐 한마디 말이 없이 조용하다.

그래도 여론이 아주 눈꼽만큼 이 수뇌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히 희망적인데, 이 희망을 '이호석'이라는 키워드가 무참이 부수어 놓은 것 같다. 미리 말하지만 이호석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대부분 어리게는 초등학생 늦게는 중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 아주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되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일이 흔하다.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시기일수도 있고 그만큼 가치관 형성이 안되어 있어 주변의 흐름이나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학원폭력, 왕따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이것은 고스란히 이 수뇌부의 밥그릇싸움에 좋은 먹이이자 총알받이, 방패막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호석은 그 중 가장 심하게 새뇌를 받은 케이스인 것 같다. 마치 북조선에서 사상교육을 받은 마냥 새뇌를 심하게 받아 완벽하게 수뇌부의 파벌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전사가 된 듯하다. 반대편 수뇌부를 적대시하고 그 적대시하는 감정이 자아를 좀먹어버린 상황, 이호석은 더 이상 개인의 명예 이상으로 자신이 있는 수장의 명예를 소중히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아마 선수단이 귀국하면 이호석은 아마 사과 기자회견 압박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지금 네티즌들의 비난 집중도는 보기에도 도가 지나칠 정도이니까,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흐지부지하기위해서라도 아직 전도유망한 선수 하나쯤 밟아 없에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날아올 화살을 피하는데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고, 이호석은 또 한번 그들을 위해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총알을 받아내야만 할지도 모른다.

안현수, 진선유가 나오지 않은 이 대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주류 수뇌부에 눌려 있던 비주류 수뇌부들이 '우리쪽 선수들이 가진 실력으로나 뭐로 보나 우리가 비주류가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대회에 지나지 않았다. 결과는 나왔고, 당신들 수뇌부가 결코 실력 외적인 문제만으로 비주류의 불이익을 당한 것만이 아닌 것임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났다. 자 이제 책임을 질 차례다. 지금까지 수뇌부로서 재주는 선수가 넘고 명예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누려온, 그래서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당신들의 논리가 맞는지 아닌지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증명을 해 냈다면 이제 책임을 져라, 수뇌부라는 이름은 애들 굴려서 돈 벌어먹는 인형사가 앉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한다. 인형에게, 로봇에게 돌을 던져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우린 이 형편없는 인형극을 조종하고 있는 인형사에게 돌을 던져야 한다. 그들은 돌을 맞아야 한다. 아니 맞을 각오를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는 돌 맞을 각오조차 없이 돈은 돈대로 명예는 명예대로 받고 일이 잘못되면 제일 먼저 튀는 조직문화가 대통령부터 정착되어 있는데 이대로는 답도 미래도 없다.


애들 싸움은 끝났다...이제 어른들이 나이값을 할 차례다.
posted by RushAm 2010. 1. 15. 22:16
몇 주쯤 전인가요? 델타 항공에서 폭발물을 몸에 두른 아랍계 테러리스트가 항공기 공중폭발 테러를 기도했다가 용감한 시민(...)들에게 제지당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기본적으로 저 뉴스를 보고 '아 정말 용감한 시민이구나' 든지 '정말 큰일날뻔했다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지들 테러 한번 안당하겠다고 지들 공항, 항공사 노선만 검색 강화하면 될 것을 괜히 혼자 하기 뻘쭘했는지 전 세계 항공사의 전 세계 노선에 다 골고루 적용시키며 물도 못 마시게 하고 기내에서 건조한 피부에 바를 핸드크림조차 바르지 못하게 만든데다 하다하다 이제는 공항검색대에 지문까지 남기게 만드는 것도 당연하게 정착시킨 녀석들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미국 하나의 평화를 위해 단지 지들만 하기 뻘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 세계인들의 불편과 피부건조, 수분부족 등의 불편을 야기시킨 그들은 언제나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테러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갑작스례 늘어난 불편 속에서도 사람들이 그럭저럭 납득하며 더 길어진 대기 시간과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든 설득력 높은 명분이었기에 표면적인 불만은 없었으나 시행 몇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그 기준이 너무나도 애매모호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과 그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풍경을 보는 것이 낮설지 않습니다만 대부분 수긍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지요. 자신이 준 테러범으로 취급받는 것은 분명 기분나쁜 일입니다만, 이렇게 철저한 검색을 한다면 그만큼 자신의 안전도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런데 절대 테러라는 게 용인되지 않을 것 같던 이 시스템이 미국 3대 항공사, 그것도 미주 노선에서 뚫린 것입니다. 물뿐만 아니라 조금 말랑말랑한 물질이면 세퍼트가 검증해도 폭발물 전문가 할아버지가 증언을 해줘도 핸드크림 하나 못들고가던 비행기안에 액체폭탄, 그것도 재킷 속에 숨겨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공항 검색이 까다로울 미주 노선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타국적 항공사도 아닌 미국적 델타 항공 비행기였으며, 승객 중에는 미국인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이 테러사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보도방향을 제시합니다. 첫째 '테러단체가 얼마나 나쁜놈들인가', 둘째 '그 테러범을 맨몸으로 제압한 시민은 얼마나 용감한가'입니다. 그 이외에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특히 전 세계에 당연스럽게 민폐를 끼쳐가면서 강요한 검색기준을 정작 지들 안방에서 멍청하게 뚫려버린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어처구니 없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보안 체계와 더 엄격한 검색 기준을 마련해 곧 공표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미국 혼자만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노선을 취항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항공사들이 기준에 따르도록 강요할 것이 자명하겠군요.

지들 스스로 뚫리고도 그 허술함을 인정 못하고 더 강력한 것을 내놓겠다며 반강제적 준수를 압박하는 미국이 과연 테러 예방의 주체로서 신뢰를 보낼 수 있을만한 곳일까요? 아니 뭐 다른 것도 딱히 신뢰가 갈 만한 국가는 아닙니다만, 지들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전세계에 같이 하자고 강요하는 짓거리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미국 땅은 밟아본 적도 없습니다만, 멀쩡한 밀봉된 새 선크림 하나와, 완전 밀봉된 100ml이하 푸딩 다섯개, 삼다수 세통과 어메니티 샴푸 3통 등이 공항 소각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저 하나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로 따지면 억울하게 버려진 각종 물품들의 경제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중에는 피부가 극히 건조해 비행기 내부의 낮은 습도에 극도로 괴로움을 느끼는 분도 있을것이고 콘택트 랜즈를 세척하기 위한 세척액을 쓰지 못해 눈병이 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전 세계의 피해를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희생시켜야 마땅하다는 미국의 생떼를 언제까지 받아줘야만 하는 걸까요?

욕이 목젖을 살살 간지럽히며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글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0. 1. 12. 18:31
1. 요즘 아이들이 흔히 PC방에서 자주 하는 FPS게임들은 어김없이 총이 등장한다. 칼도 등장한다. 사람을 쏘고 칼로 찌른다. 그럼 이긴다. 아이들은 사람을 찌르고 총으로 쏘고 좋다고 웃는다. 게임 타이틀 화면에는 19금이 선명하다. 그런데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부모들은 게임회사에 전화해 항의한다.

부모 : 아니 게임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들면 어떻게합니까? 우리 애 정서가 뭐가 되겠어요?
회사 : 고객님 그러니까 이 게임은 등급이 18세 미만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 : 아니 그런데 우리 애가 했단 말이에요.
         18세 미만은 못하는 게임을 왜 우리 애가 할 수 있게 만들어놓냐고요!
회사 : 14세 미만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아이디로는 접속이 되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부모 : 이봐요! 그게 조치의 전부인가요? 어쨌든 우리 애가 당신네 게임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회사 : 혹시 부모님이나 다른 성인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가입을 하셨다면 저희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부모 : 당신들이 더 철처하게 확인을 했어야죠!
         게임을 만들려면 당연히 애들도 할거라는 생각을 하셨어야죠!
         어쨌든 당신들이 우리 애를 망치면 가만있지 않을거에요.

....

2. 10시에 방영되는 로맨틱코메디 장르의 드라마가 방영하고 있다. 연령등급은 15세 TV앞에는 열살 된 아들과 어머니가 같이 시청중이다. TV에는 남녀가 서로 진한 키스를 나누다가 침대로 몸을 던지는 장면이 방영된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잠시 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머니는 방송국에 전화한다.

어머니 : 아니 드라마를 왜 그따위로 만듭니까? 간떨어질뻔했잖아요.
방송국 : 고객님 무슨일이십니까?
어머니 : *** 드라마를 열살짜리 아이랑 같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장면이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잖아요 미리 예고라도 해주던가
방송국 : 저...죄송합니다만 ***는 15세 미만은 시청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가 필요한 방송입니다...
어머니 : 요즘 애들이 10시에 잔다고 생각하나요?
            상식적으로 애들 깨어 있는 시간에는 그런 걸 틀지 말아야죠.
방송국 : 현행법상 방송 시간대와 관계없이 시청지도가 필요한 방송은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어머니 : 우리나라가 이래서 안된다니까
            방송국부터 생각하는 게 이따위니까 애들을 바르게 키울수가 없잖아!
           
...

3.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버라이어티 방송, 일곱살 난 딸과 다섯살난 아들을 둔 부부가 가족과 함께 모처럼 TV앞에 모여앉아 TV를 시청했다.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한 어머니는 다섯살난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 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이 녀석 갑자기 어머니에게 TV에서 배운 은어로 밤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박장에서나 쓰는 은어를 쓰게 만든 프로그램을 가족 시간대에 방영한 방송국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어머니는 TV를 없에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 아이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큰애는 학교에서 애들이랑 말이 안통한다며 왕따를 당한다고 하소연을 하고 작은아이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말썽을 죽인다. 어머니는 '이래서야 도무지 나만의 티타임을 즐길수가 없다'라고 생각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TV를 틀었고 그제서야 아이들은 조용히 TV앞에 모여앉았다. 이제야 집안에는 평화가 찾아온 듯 했다.

...

...

예전에는 우리집에서도 개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요. 온 가족이 개를 키우는 것에 찬성했지만 어머니만큼은 반대를 했습니다. 이유는 '너희들은 개를 예뻐만 했지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룰 준비는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죠. 우리는 회의 끝에 온 가족이 당번을 맡아 개를 돌보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 제 일이 바쁘다며 이 당번제를 게을리하기 일쑤였고 결국 개가 꼬질꼬질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얼마간 돌보다가 결국 다른 집으로 보내버리시더군요.

아이, 예쁘죠. 생글거리고 나랑 쏙 빼닮은 녀석이 어떻게도 하는 짓은 이쁜 짓만 골라하는지 모르시겠죠? 우리 아이는 서울대 아니 미국 아이비 리그에 보내서 세계를 주름잡는 인재로 키우고 말거라는 이런 저런 미래계획도 가득하시겠고요. 그걸 생각하면 학창시절로 정해진 12년은 턱없이 적어보이니 우리애는 남들보다 1년 앞서가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4살때부터 영어유치원 입시를 준비시키실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네요. 계획만 머릿속에 떠올려도 행복해집니다. 아 나는 정말 훌륭한 부모야! 우리 애가 커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면 나도 존경받을 수 있겠지!? 하고 말이죠.

...

그런데 혹시 말입니다. 그냥 TV가 있으니까 보게 놔두는 거지 TV를 보게 하면 조용하고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편하니까 그냥 방치하시는 건 아니시죠? 아이가 PC방에 가서 사람을 쏴죽이는 게임을 하는 건 우리 애가 나쁜 게 아니라 당연히 게임은 애들이 할 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할 게임 제작사들이 우리 애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애 정서가 망가지는 거겠죠? TV에서 나오는 은어를 우리애가 평소에 써먹는건 당연히 TV는 애들이 보는 시간이 많고 애들은 사리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을 스폰지같이 다 흡수한다는 걸 고려해서 방송국이 적절히 조절을 해줘야하는데 그걸 안했기 때문일거에요. 그렇죠?

...

TV에서 나오는 은어를 아이가 흉내낸다면 부모가 쓰지 말라고 따끔하게 주의를 주어야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PC방에 가서 사람을 쏴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걸 못하게 해야 하고요. 만약 TV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아이에게 유해하다고 느껴지신다면 TV를 없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요.

음? 그럼 우리 아이는 여가 시간에 뭘 하냐고요? 그건 부모님이 원래부터 하셔야 할 역할이지 않은지요? TV는 공공재입니다. 댁의 아이만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댁의 아이만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 방송할 수는 없고, 그래서 법으로 평균치를 정해 규정을 해놓고 있습니다. 게임도, 애니메이션도 거의 모든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미디어는 다 그렇습니다. 방법이라면, 모든 미디어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에게 모든 미디어의 접촉 권한을 끊고 부모가 그 통로가 되어 아이에게 아름답고 밝은 세상만을 이야기해주시는 방법이 있죠. 물론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잘된다면야 그 정도 시간은 들이셔야죠. 악마같은 TV나 게임으로부터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전에 하루바삐 말입니다.

아니 요즘같은 최첨단 시대에 어떻게 최신 매체를 접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물론 여기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정말 건전하고 밝은 미디어만 나오는 국가로 이민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참 힘들겠네요. 사실 저도 이쪽에 흥미가 있어서 알아봤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 철저하게 미디어 규제가 되고 있는 나라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혹시 제가 능력이 모자랐을수도 있으니 건투를 빕니다.

...

혹시 애를 예뻐하실 줄만 아는 부모가 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TV에 맡겨두면, PC방에 맡겨두면 간편하게 아이가 말썽부리지 않고 붙잡을 수 있으니까 마냥 편하게 맡기려는 마음에 아이를 컨트롤하기보다 TV나 게임을 아이에 맞게 컨트롤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우리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넘어졌다고 그 곳에 깔려있는 아스팔트를 다 부수고 집 앞까지의 길을 비포장도로로 만들어달라고 청원할 수는 없듯이 TV프로그램이 우리아이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에게도 안좋게 영향을 끼칠거라는 근거를 들어 프로그램을 갈아엎거나 게임 서비스를 중지시킬 것을 요청할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이 교육에 관심 많으시죠? 아이가 학교가서, 학원가서, 과외시간에 집중은 잘 하고 있는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걱정 많으실겁니다. 그 걱정의 반, 아니 1/10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 아이의 감성적인 부분이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아이가 보는 TV나 하는 게임이 아니라 '아이'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는데에 시간을 좀 더 투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정하기 싫으시겠지만 어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우리 아이'의 문제이니까요. 그게 귀찮고 쓸데없는 시간이라 어기신다면 그건 엄연한 책임 회피이며 애를 키우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과 진배없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하셔야 할 것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가 잘 되기 위해서이지 '부모가 아이로 인해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을 쓰실 거면 정말 진심으로 '아이를 위해서' 생각을 해주세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며 아이가 정말 잘 가고 있는지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지켜봐주세요. 그게 공부던 공부가 아니던 그건 상관없습니다. 공부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해서 아이의 인생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끝으로 너무 많이 울궈먹어서 단물도 안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예로 들까 합니다.
(설마 이 이야기를 2010년에도 하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요)

- 대만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지금 나오고 있는 미디어들이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나도 유해하고 터무니없이 저속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강제하는 등급을 매겨 안좋은 정서를 야기하는 미디어를 국가 차원에서 제지하고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대만 법정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 심의는 가정에서 하는 거지 국가에서 하는 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