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9. 15:02
결국 이렇게 되나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철'이었던 AREX가 철도공사에 인수되었다. 일본의 '케이세이'를 표방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사철이면 사철답게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거늘 결국 정부로부터 '우리가 정부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쪽박찼으니 보전해주쇼'라고 손을 벌리는 작태는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에초 사철이면 사철답게 경쟁을 제대로 해보려 노력이나 했는지? 왜 버스에 완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이나 해봤는지 사실 묻고 싶은 것도 산더미같고 어차피 정부가 보전해줄거 왜 사철로 만들었는지 알 길도 없지만, 일단 코레일이 인수를 했고 결국 또 다시 세금은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철도 AREX 대체 뭐가 문제였기에 이처럼 화려하게 망가지고 말았는지, 코레일이 기왕 인수한 마당에 대체 뭘 해야 이 애물단지를 보석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한다. 물론 코레일에서도 나름 생각이 있겠지만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견에 비추어 우선 중국과 일본의 공항 철도 사례를 빌려 AREX가 앞으로 나아갈 비젼을 찾아보려는 취지이므로 가볍게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우선 일본 도쿄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경우 말이 JR이지 사실상 민영화가 되어있으므로 사철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철도가 메인이냐 아니냐'정도인데 JR도 신용카드 사업부터 시작해서 온갖것들을 다 하고 있으니 경쟁선상에 있어서는 JR이 유리하다 사철이 유리하다 할 게 없다. 동일선상에서 고객에게 어떤 메리트를 주느냐를 둔 진검승부가 가능한 곳이 일본인 것이다.
도쿄에는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이 있는데 우선 인천과의 직접 비교를 하자면 역시 나리타공항이라고 할 수 있다. 컨셉도 비슷하고 현재 처한 상황도 그닥 다르지 않다. 일단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다른점은 나리타와 도쿄를 잇는 고속도로가 '민자'가 아닌데다가 우리나라처럼 버스전용차로같은 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막힐 때는 상상도 못할만큼 막힌다.(게다가 하토야마 정권의 공약대로라면 그나마 있던 ETC도 필요없는 고속도로 전면 무료화가 되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처럼 언제 달려도 전혀 정체를 빚지 않는 신공항고속도로와는 다르기 때문에 일단 리무진 버스들은 철도와 가격이나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이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하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쪽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나리타공항과 도쿄를 잇는 회사는 JR과 케이세이 2개사이며 노선은 JR의 경우 차량 등급에 따라 시발역과 도착역이 도쿄 각지의 터미널역(도쿄,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나가와)과 인접 위성도시(사이타마,카나가와)로 나뉘어진다. 케이세이의 경우 도쿄 23구 내에서는 닛포리와 우에노(서울의 영등포역과 유사한 위치)만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도쿄 서쪽으로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단 노선편성만을 보면 케이세이가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은데, JR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리타까지 가는데 환승으로 인한 이득이 그렇게 큰 게 아니고 케이세이건 JR이건 나리타지역으로 가는 철도의 경우 850엔의 기본 할증이 있어 지금 추세 이상으로 운임을 낮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할증에 있어 다른 노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케이세이가 메리트를 가지는 일도 경우에 따라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상황에 따라 케이세이선이 유리할수도 JR이 유리할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JR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우선 JR의 공항철도가 내세우는 장점은 JR 노선과의 호환을 통한 도쿄 각지를 거점으로 하고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내세우는 '소요시간'이란 단지 공항에서 출발해서 종착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닌 '공항에서 집 문 앞까지 도착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그에 따른 충분한 페이를 요구하는 것이 이들이 가잔 유일한 약점으로 케이세이 운임의 약 1.7배를 요구한다. 물론 일본인이나 일본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 남는 시간을 보상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비싼 요금에도 수요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지나치게 좌석을 등급화시키는 JR의 영업 방침상 보통석이 특석에 비해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KTX 일반실은 이에 비하면 퍼스트클레스)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 10월 1일부터 약 18년만에 신형 차량을 투입하여 이러한 불편 민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거점 노선
케이세이가 내세우는 장점은 JR과 완전히 상반된다. 우선 '속도'를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JR이 쓰는 찌질한 협궤가 아닌 신칸센과 동일한 1435mm표준궤를 쓰고 있어 낼 수 있는 한계 속도에 차이가 있다. 게다가 기존 열차와 노선을 공유하는 JR이 아무리 특급 열차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궤간에서 나올 수 있는 한계가 있고 편성에서도 잦은 편성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때문에 단순속도경쟁에서는 1시간 간격의 JR노선이 10분 간격의 케이세이를 이기기 힘들다.(만약 신주쿠까지 가야하는 고객이라면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한번에 가니까 얼핏 빨라보이지만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도쿄역에서 신주쿠까지 가는데 20분을 소요한다. 이는 도쿄역에서 일반 주오 쾌속 열차를 이용할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소요시간으로 사실상 말이 특급이지 무정차 이외에 속도적인 메리트는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형 열차를 투입한 JR에 발맞춰 기본 차량에 비해 운행시간을 무려 15분이나 단축한 신형차량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부분에서도 케이세이의 대 JR 전략이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케이세이의 스카이라이너
케이세이가 가진 또 하나의 승부처라고 한다면 태초부터 우리나라 공항철도 AREX처럼 공항노선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사철이었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관문으로서 차량 내부의 고급화와 편안함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새마을호 일반실 정도에 준하는 차량 내부 시설을 갖추고 있어 딱딱하고 뒤로 젖혀지지 않는 시트에서 쌓인 여독을 풀기는 커녕 더 쌓아야만 하는 JR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즉 케이세이는 사철로서의 불리함을 'JR과 대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내세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으로 끌어냈기 때문에' 거대공룡 JR과의 대결에서도 지지 않고 독자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라이너의 실내 (20년 가까이 운행된 차량)
이번엔 중국 상하이의 푸동 공항을 가보자, 푸동 공항에는 중국의 거품경제를 상징하는 독일의 '트란스라피트'가 있다. 상하이 도심 외곽지역과 푸동공항을 최대시속 431km로 단 7분만에 주파하는 이 열차는 다른 말 할 필요도 없이 '속도' 그 하나만으로 선택의 가치가 있다. 푸동 공항이 한국의 인천공항이나 일본의 나리타 공항만큼은 아니지만 상하이 도심과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공항철도가 이 정도 속도를 내준다는 것은 도시 전체적인 접근성,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가격은 중국의 GDP를 생각해볼 때 다소 비싼 편이지만 중국의 교통체증을 감안해본다면 7분만에 공항과 도심을 이어주는 트란스라피트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호환 자체가 말이 안되는 '자기부상열차'포맷이기 때문에 도심 중심부까지의 연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결국 최종 목적지에 걸리는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아무리 거품 경제의 상징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공항철도로서 추구할 수 있는 이상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 다른 나라 이야기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우리의 AREX를 살펴보자, AREX는 개통 2년여가 지난 현재 김포공항역과 인천공항역간 약 40km 정도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33분이며 최대시속 100km로 운행중이다. (영종대교 통과시에는 안전을 위해 80km로 하향 운행하고 있다) 좌석 수준은 특급의 경우 KTX의 그것과 동일한 시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완행의 경우 일반적인 지하철 차량에서 볼 수 있는 롱시트를 채용하고 있다.
이것이 AREX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노선 사항과 차량 정보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과연 공항철도로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느낌이 오는 분이 계시는가? 일단 탄생 과정부터 여러가지 유사점이 있는 케이세이와 비교를 해보도록 하자, 우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었던 '김포공항역'까지의 짧은 노선거리 문제, 사실상 우리나라의 영등포역에 해당되는 '우에노'까지 운행되는 사철 케이세이에 비해 도심 접근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2010년 서울역까지 2단계 개통이 이루어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도심 접근성'보다 만들어진 목적과 경쟁력 코드가 모호하다는 점이 AREX가 가진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공항철도'로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AREX는 기본적으로 사철이기 때문에 기존 코레일과 궤간 호환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고속을 위해 궤간이 좀더 넓은 전용선을 깔 수도 있었고. (궤간이 넓으면 넓을수록 곡선구간에서 고속주행시 안정성이 확보되기때문에 평균 시속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넓은 궤간에 따른 비용상의 문제때문에 신 규격을 깔기 힘들었다면 차량 도입에 있어서도 보다 고속형 차량을 도입할 수도 있었다 (에초 코레일처럼 다른 노선과 같은 선상을 달리는 게 아니기때문에 과감한 차량 도입도 가능하다) 그러나 AREX는 이중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우린 공항철도 만들었수'라고 시늉을 낼 수 있는 평범한 보통 차량을 투입,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게 추월당하는 철도를 타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철도의 장점인 '속도무제한'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공항철도는 시작부터 어떠한 시간적, 비용적 가치를 공항 이용객들과 외국인들에게 부여해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사철이면 사철답게 승부가 될 수 있는 승부처를 스스로 찾았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적자를 봐도 정부가 알아서 적자보전을 해주는 판국에서 이들이 AREX를 굳이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AREX의 경쟁력 악화를 가져온 주범으로 손색이 없다. 김포공항까지의 짧은 노선에 대한 핑계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김포공항에는 강북과 강남 지역을 연결하는 수많은 시내버스와 종로 중심가로 이어지는 지하철 5호선, 최근 개통하여 강남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그렇게까지 죽는 소리를 할 만큼 김포공항역이 임시 종착역으로서 매력이 없는 것일까? 만약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김포공항까지 지금처럼 33분이 아닌 20분을 전후해 도착하는 AREX였다면 어땠을까?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무정차 공항 직통리무진버스가 공항까지 보증하는 최저소요시간은 74분이다.시간에 따라 교통 체증에 의해 120분이 소요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AREX가 20분 전후의 속도를 보장한다면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완행 지하철을 타고 길어봐야 약 40분가량을 들여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후 환승시시간을 10분으로 잡더라도 출발 후 적어도 70분을 전후해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도로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를 기준으로 한 '74분'이라는 버스의 불확실성을 생각해볼 때 도착 시간 엄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항'이라는 특성 상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AREX가 버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연결되는 곳이 김포공항까지고 이게 당분간 변할 것 같지 않았다면 '노선'으로서의 장점이 아닌 속도로서의 장점 - 우린 비록 김포공항까지밖에 못가지만 적어도 김포공항까지만큼은 빛의 속도로 달려드리니까 당신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버스보다 더 빨라집니다 - 라는 식의'공항에서 집 앞까지'의 전체적인 소요시간을 줄인다는 컨셉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결국 김포공항이든 고속터미널이든 그 앞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집까지 가야 할 테니까 결과론적인 소요 시간을 가지고 승부를 걸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물론 지금 차량으론 그런 광고를 해봤지 공갈죄로 고소당할테니 일단 차량부터 바꾸어야겠지만 청계천 복개공사때 교통체증에 대한 서울시 광고 '괜찮아요 지하철이 있잖아요'가 생각지도 못하게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주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이런 마케팅이 승산이 없지는 않았을것이다.
기후, 교통에 따라 변수가 심한 버스의 약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 하나 AREX가 내세우는 핑계 중 하나가 '각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된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버스에 비해 노선의 능동적 대처가 되지 못하는 철도의 한계'를 들고 있는데 이건 아예 일고의 가치가 없다. 앞서 예를 들었던 일본의 JR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서는 정차역 중 유동인구 1백만 이하 역은 없다. 몇백만에 이르는 역들만 골라서 정차하고 있지만 열차가 매진이 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소소한 각 도시와 지역을 세분화시켜서 정차하는 장점이 있어 많은 수요를 고르게 확보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만큼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을 AREX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양시의 3300번 버스를 들 수 있다) 굳이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공항 철도도 완행열차처럼 수도 중심가 곳곳을 모두 정차하지 않는다. 에초 그럴 필요도 이유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역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여도 KTX는 영등포역을 그냥 통과하는 것처럼 거점 역이라는 의미는 무척 중요하다. 에초 커버할 수 있는 시장 중 큰 파이를 흡수할 생각을 해야지 '이것도 내꺼 저것도 내꺼'라는 식으로 버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쟁구간을 못 먹었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변명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AREX는 도심 중심까지 오지 못하고 변두리에서 멈춰서는 짧은 노선이라는 점에서는 중국 상하이의 트란스라피트와 흡사하지만, 속도는 트란스라피트의 그것에 4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참고로 푸동 공항과 롱양루역을 잇는 트란스라피트 노선의 총 길이는 33km로 AREX의 39.7km와 큰 차이가 없다 상하이 시는 2010년까지 상하이 남역과 세계박람회장을 경유해 항저우시까지 노선을 확대 개편 예정에 있다.) 사철이라는 점에서 케이세이 본선과 닮아있지만 도시 접근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속도 차별화 등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 (참고로 우에노역과 나리타공항역의 거리는 69.3km로 이는 영등포역과 인천공항간 거리를 철도거리만으로 합산한 52km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케이세이선은 우에노를 종점으로 하고 있지만 도영 아사쿠사선과의 협력을 통해 도심 지하철과 직결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에초 만들때부터 대체 '팔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만들어놓고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로부터 보상을 해달라는 AREX나 돈을 고스란히 뺏기는 정부나 오십보 백보지만, 개통한지 2년이 넘게 지나도록 돈을 빼앗기고 적자만 내고 있을 뿐 뭐 하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망친 숙제는 아무리 덧칠해봐야 망작일 뿐'이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반성없는 자세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더욱 용인하기 힘든 부분이다.
2010년 도입 예정인 신형 스카이라이너, 시속 160km로 (우에노-나리타공항)구간을 35분만에 주파한다.
코레일이 인수한 지금 AREX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JR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유일해보인다. 현재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국철 노선 (인천 <-> 서울역 <->청량리역) 과 다소 포화 상태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경부선, 장항선 등과의 연계를 통해 최대한 많은 거점을 확보하여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아마 코레일이 구상하고 있는 AREX 부흥책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그렇게 많은 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1시간에 한대 꼴) 좌석 점유율이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이미 주도권이 리무진 버스로 넘어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승산을 점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깔려 있는 기존선들은 추가 공사가 거의 불가능할 만큼 역세권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인데다가 나리타 익스프레스처럼 '강남역'이나 인근 일산, 분당으로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JR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 노선이 지상선이므로 특급 열차같은 대형 차량이 진입하거나 정차 선로를 늘리는 데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지만 서울의 경우 강남, 일산, 분당 모두 지하선인데다가 사실상 코레일 소유가 아니므로 사회주의적인 협력이 되지 않고서야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기존선에서 다른 완행 열차와 함께 운행했을 때의 속도 저하와 연착, (코레일은 아직 한개선로에서 다양한 등급의 열차를 고루 배치하는 데에 관한 경험이 부족하다.) 심한 경우 사고 발생의 우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다만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다소 애물단지로 운영중인 KTX 광명역을 기점으로 김포공항역까지의 노선을 확보하여 'KTX'와의 적극적인 환승 연계 노선을 만든다면 대전 이남 지방의 지방 리무진 버스 노선과의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을 기준으로 공항 리무진 버스의 소요시간은 3시간, 이용요금은 2만 2천 2백원으로 현재 운행중인 KTX 대전 -> 광명간 소요시간 50분 , 운임 2만 6백원을 생각해볼때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역에 새로운 노선을 개통하는 것보다 강남쪽과 새로 개발되는 송도신도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철도가 특별한 개성이 없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만큼 엉망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코레일의 인수가 지금으로서는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모쪼록 지금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성을 갖춘 열차 노선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왕 혈세 들어간거, 어쩔 수 없다. 코레일이 적자 뒤집어쓰는거 지난 일이고 떠들어봤자 그 돈 다시 토해내줄 사람도 없는 거라면 기왕 인수하고 피박 쓰게 된 거 제발 좀 멋진 작품 하나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해외로 떠나는 설레임, 출장가는 비즈니스맨의 피로를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의 시작을 느끼게 해줄 멋진 놈이 나와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보며 글을 줄인다.
참고 자료
세계 각국의 공항 철도 자료 (출처 AREX 홍보 페이지 -_-;;;)
우리나라 최초의 '사철'이었던 AREX가 철도공사에 인수되었다. 일본의 '케이세이'를 표방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사철이면 사철답게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거늘 결국 정부로부터 '우리가 정부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쪽박찼으니 보전해주쇼'라고 손을 벌리는 작태는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에초 사철이면 사철답게 경쟁을 제대로 해보려 노력이나 했는지? 왜 버스에 완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이나 해봤는지 사실 묻고 싶은 것도 산더미같고 어차피 정부가 보전해줄거 왜 사철로 만들었는지 알 길도 없지만, 일단 코레일이 인수를 했고 결국 또 다시 세금은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인천공항철도 AREX 대체 뭐가 문제였기에 이처럼 화려하게 망가지고 말았는지, 코레일이 기왕 인수한 마당에 대체 뭘 해야 이 애물단지를 보석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한다. 물론 코레일에서도 나름 생각이 있겠지만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견에 비추어 우선 중국과 일본의 공항 철도 사례를 빌려 AREX가 앞으로 나아갈 비젼을 찾아보려는 취지이므로 가볍게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우선 일본 도쿄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경우 말이 JR이지 사실상 민영화가 되어있으므로 사철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철도가 메인이냐 아니냐'정도인데 JR도 신용카드 사업부터 시작해서 온갖것들을 다 하고 있으니 경쟁선상에 있어서는 JR이 유리하다 사철이 유리하다 할 게 없다. 동일선상에서 고객에게 어떤 메리트를 주느냐를 둔 진검승부가 가능한 곳이 일본인 것이다.
도쿄에는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이 있는데 우선 인천과의 직접 비교를 하자면 역시 나리타공항이라고 할 수 있다. 컨셉도 비슷하고 현재 처한 상황도 그닥 다르지 않다. 일단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다른점은 나리타와 도쿄를 잇는 고속도로가 '민자'가 아닌데다가 우리나라처럼 버스전용차로같은 건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막힐 때는 상상도 못할만큼 막힌다.(게다가 하토야마 정권의 공약대로라면 그나마 있던 ETC도 필요없는 고속도로 전면 무료화가 되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처럼 언제 달려도 전혀 정체를 빚지 않는 신공항고속도로와는 다르기 때문에 일단 리무진 버스들은 철도와 가격이나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이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하기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쪽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나리타공항과 도쿄를 잇는 회사는 JR과 케이세이 2개사이며 노선은 JR의 경우 차량 등급에 따라 시발역과 도착역이 도쿄 각지의 터미널역(도쿄,신주쿠, 이케부쿠로, 시나가와)과 인접 위성도시(사이타마,카나가와)로 나뉘어진다. 케이세이의 경우 도쿄 23구 내에서는 닛포리와 우에노(서울의 영등포역과 유사한 위치)만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도쿄 서쪽으로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단 노선편성만을 보면 케이세이가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은데, JR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리타까지 가는데 환승으로 인한 이득이 그렇게 큰 게 아니고 케이세이건 JR이건 나리타지역으로 가는 철도의 경우 850엔의 기본 할증이 있어 지금 추세 이상으로 운임을 낮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할증에 있어 다른 노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케이세이가 메리트를 가지는 일도 경우에 따라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상황에 따라 케이세이선이 유리할수도 JR이 유리할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JR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우선 JR의 공항철도가 내세우는 장점은 JR 노선과의 호환을 통한 도쿄 각지를 거점으로 하고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즉 이들이 내세우는 '소요시간'이란 단지 공항에서 출발해서 종착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닌 '공항에서 집 문 앞까지 도착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그에 따른 충분한 페이를 요구하는 것이 이들이 가잔 유일한 약점으로 케이세이 운임의 약 1.7배를 요구한다. 물론 일본인이나 일본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하고 그만큼 남는 시간을 보상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비싼 요금에도 수요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지나치게 좌석을 등급화시키는 JR의 영업 방침상 보통석이 특석에 비해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KTX 일반실은 이에 비하면 퍼스트클레스)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 10월 1일부터 약 18년만에 신형 차량을 투입하여 이러한 불편 민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 거점 노선
케이세이가 내세우는 장점은 JR과 완전히 상반된다. 우선 '속도'를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JR이 쓰는 찌질한 협궤가 아닌 신칸센과 동일한 1435mm표준궤를 쓰고 있어 낼 수 있는 한계 속도에 차이가 있다. 게다가 기존 열차와 노선을 공유하는 JR이 아무리 특급 열차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궤간에서 나올 수 있는 한계가 있고 편성에서도 잦은 편성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때문에 단순속도경쟁에서는 1시간 간격의 JR노선이 10분 간격의 케이세이를 이기기 힘들다.(만약 신주쿠까지 가야하는 고객이라면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한번에 가니까 얼핏 빨라보이지만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도쿄역에서 신주쿠까지 가는데 20분을 소요한다. 이는 도쿄역에서 일반 주오 쾌속 열차를 이용할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소요시간으로 사실상 말이 특급이지 무정차 이외에 속도적인 메리트는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형 열차를 투입한 JR에 발맞춰 기본 차량에 비해 운행시간을 무려 15분이나 단축한 신형차량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부분에서도 케이세이의 대 JR 전략이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케이세이의 스카이라이너
케이세이가 가진 또 하나의 승부처라고 한다면 태초부터 우리나라 공항철도 AREX처럼 공항노선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사철이었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관문으로서 차량 내부의 고급화와 편안함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새마을호 일반실 정도에 준하는 차량 내부 시설을 갖추고 있어 딱딱하고 뒤로 젖혀지지 않는 시트에서 쌓인 여독을 풀기는 커녕 더 쌓아야만 하는 JR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즉 케이세이는 사철로서의 불리함을 'JR과 대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내세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으로 끌어냈기 때문에' 거대공룡 JR과의 대결에서도 지지 않고 독자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라이너의 실내 (20년 가까이 운행된 차량)
이번엔 중국 상하이의 푸동 공항을 가보자, 푸동 공항에는 중국의 거품경제를 상징하는 독일의 '트란스라피트'가 있다. 상하이 도심 외곽지역과 푸동공항을 최대시속 431km로 단 7분만에 주파하는 이 열차는 다른 말 할 필요도 없이 '속도' 그 하나만으로 선택의 가치가 있다. 푸동 공항이 한국의 인천공항이나 일본의 나리타 공항만큼은 아니지만 상하이 도심과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공항철도가 이 정도 속도를 내준다는 것은 도시 전체적인 접근성,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 가격은 중국의 GDP를 생각해볼 때 다소 비싼 편이지만 중국의 교통체증을 감안해본다면 7분만에 공항과 도심을 이어주는 트란스라피트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호환 자체가 말이 안되는 '자기부상열차'포맷이기 때문에 도심 중심부까지의 연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결국 최종 목적지에 걸리는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아무리 거품 경제의 상징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공항철도로서 추구할 수 있는 이상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 다른 나라 이야기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우리의 AREX를 살펴보자, AREX는 개통 2년여가 지난 현재 김포공항역과 인천공항역간 약 40km 정도의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33분이며 최대시속 100km로 운행중이다. (영종대교 통과시에는 안전을 위해 80km로 하향 운행하고 있다) 좌석 수준은 특급의 경우 KTX의 그것과 동일한 시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완행의 경우 일반적인 지하철 차량에서 볼 수 있는 롱시트를 채용하고 있다.
이것이 AREX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노선 사항과 차량 정보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과연 공항철도로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느낌이 오는 분이 계시는가? 일단 탄생 과정부터 여러가지 유사점이 있는 케이세이와 비교를 해보도록 하자, 우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었던 '김포공항역'까지의 짧은 노선거리 문제, 사실상 우리나라의 영등포역에 해당되는 '우에노'까지 운행되는 사철 케이세이에 비해 도심 접근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2010년 서울역까지 2단계 개통이 이루어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도심 접근성'보다 만들어진 목적과 경쟁력 코드가 모호하다는 점이 AREX가 가진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공항철도'로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AREX는 기본적으로 사철이기 때문에 기존 코레일과 궤간 호환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고속을 위해 궤간이 좀더 넓은 전용선을 깔 수도 있었고. (궤간이 넓으면 넓을수록 곡선구간에서 고속주행시 안정성이 확보되기때문에 평균 시속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넓은 궤간에 따른 비용상의 문제때문에 신 규격을 깔기 힘들었다면 차량 도입에 있어서도 보다 고속형 차량을 도입할 수도 있었다 (에초 코레일처럼 다른 노선과 같은 선상을 달리는 게 아니기때문에 과감한 차량 도입도 가능하다) 그러나 AREX는 이중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우린 공항철도 만들었수'라고 시늉을 낼 수 있는 평범한 보통 차량을 투입,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먹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게 추월당하는 철도를 타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철도의 장점인 '속도무제한'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공항철도는 시작부터 어떠한 시간적, 비용적 가치를 공항 이용객들과 외국인들에게 부여해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사철이면 사철답게 승부가 될 수 있는 승부처를 스스로 찾았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적자를 봐도 정부가 알아서 적자보전을 해주는 판국에서 이들이 AREX를 굳이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AREX의 경쟁력 악화를 가져온 주범으로 손색이 없다. 김포공항까지의 짧은 노선에 대한 핑계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김포공항에는 강북과 강남 지역을 연결하는 수많은 시내버스와 종로 중심가로 이어지는 지하철 5호선, 최근 개통하여 강남 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그렇게까지 죽는 소리를 할 만큼 김포공항역이 임시 종착역으로서 매력이 없는 것일까? 만약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김포공항까지 지금처럼 33분이 아닌 20분을 전후해 도착하는 AREX였다면 어땠을까?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무정차 공항 직통리무진버스가 공항까지 보증하는 최저소요시간은 74분이다.시간에 따라 교통 체증에 의해 120분이 소요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AREX가 20분 전후의 속도를 보장한다면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완행 지하철을 타고 길어봐야 약 40분가량을 들여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후 환승시시간을 10분으로 잡더라도 출발 후 적어도 70분을 전후해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도로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를 기준으로 한 '74분'이라는 버스의 불확실성을 생각해볼 때 도착 시간 엄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항'이라는 특성 상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AREX가 버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연결되는 곳이 김포공항까지고 이게 당분간 변할 것 같지 않았다면 '노선'으로서의 장점이 아닌 속도로서의 장점 - 우린 비록 김포공항까지밖에 못가지만 적어도 김포공항까지만큼은 빛의 속도로 달려드리니까 당신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버스보다 더 빨라집니다 - 라는 식의'공항에서 집 앞까지'의 전체적인 소요시간을 줄인다는 컨셉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은 결국 김포공항이든 고속터미널이든 그 앞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집까지 가야 할 테니까 결과론적인 소요 시간을 가지고 승부를 걸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물론 지금 차량으론 그런 광고를 해봤지 공갈죄로 고소당할테니 일단 차량부터 바꾸어야겠지만 청계천 복개공사때 교통체증에 대한 서울시 광고 '괜찮아요 지하철이 있잖아요'가 생각지도 못하게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주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이런 마케팅이 승산이 없지는 않았을것이다.
기후, 교통에 따라 변수가 심한 버스의 약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 하나 AREX가 내세우는 핑계 중 하나가 '각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된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버스에 비해 노선의 능동적 대처가 되지 못하는 철도의 한계'를 들고 있는데 이건 아예 일고의 가치가 없다. 앞서 예를 들었던 일본의 JR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서는 정차역 중 유동인구 1백만 이하 역은 없다. 몇백만에 이르는 역들만 골라서 정차하고 있지만 열차가 매진이 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소소한 각 도시와 지역을 세분화시켜서 정차하는 장점이 있어 많은 수요를 고르게 확보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만큼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을 AREX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양시의 3300번 버스를 들 수 있다) 굳이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공항 철도도 완행열차처럼 수도 중심가 곳곳을 모두 정차하지 않는다. 에초 그럴 필요도 이유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역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여도 KTX는 영등포역을 그냥 통과하는 것처럼 거점 역이라는 의미는 무척 중요하다. 에초 커버할 수 있는 시장 중 큰 파이를 흡수할 생각을 해야지 '이것도 내꺼 저것도 내꺼'라는 식으로 버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쟁구간을 못 먹었다는 핑계는 말 그대로 변명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AREX는 도심 중심까지 오지 못하고 변두리에서 멈춰서는 짧은 노선이라는 점에서는 중국 상하이의 트란스라피트와 흡사하지만, 속도는 트란스라피트의 그것에 4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참고로 푸동 공항과 롱양루역을 잇는 트란스라피트 노선의 총 길이는 33km로 AREX의 39.7km와 큰 차이가 없다 상하이 시는 2010년까지 상하이 남역과 세계박람회장을 경유해 항저우시까지 노선을 확대 개편 예정에 있다.) 사철이라는 점에서 케이세이 본선과 닮아있지만 도시 접근성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속도 차별화 등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 (참고로 우에노역과 나리타공항역의 거리는 69.3km로 이는 영등포역과 인천공항간 거리를 철도거리만으로 합산한 52km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케이세이선은 우에노를 종점으로 하고 있지만 도영 아사쿠사선과의 협력을 통해 도심 지하철과 직결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에초 만들때부터 대체 '팔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만들어놓고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로부터 보상을 해달라는 AREX나 돈을 고스란히 뺏기는 정부나 오십보 백보지만, 개통한지 2년이 넘게 지나도록 돈을 빼앗기고 적자만 내고 있을 뿐 뭐 하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망친 숙제는 아무리 덧칠해봐야 망작일 뿐'이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반성없는 자세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더욱 용인하기 힘든 부분이다.
2010년 도입 예정인 신형 스카이라이너, 시속 160km로 (우에노-나리타공항)구간을 35분만에 주파한다.
코레일이 인수한 지금 AREX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JR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유일해보인다. 현재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는 국철 노선 (인천 <-> 서울역 <->청량리역) 과 다소 포화 상태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경부선, 장항선 등과의 연계를 통해 최대한 많은 거점을 확보하여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아마 코레일이 구상하고 있는 AREX 부흥책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그렇게 많은 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1시간에 한대 꼴) 좌석 점유율이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이미 주도권이 리무진 버스로 넘어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승산을 점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 깔려 있는 기존선들은 추가 공사가 거의 불가능할 만큼 역세권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인데다가 나리타 익스프레스처럼 '강남역'이나 인근 일산, 분당으로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JR은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 노선이 지상선이므로 특급 열차같은 대형 차량이 진입하거나 정차 선로를 늘리는 데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지만 서울의 경우 강남, 일산, 분당 모두 지하선인데다가 사실상 코레일 소유가 아니므로 사회주의적인 협력이 되지 않고서야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기존선에서 다른 완행 열차와 함께 운행했을 때의 속도 저하와 연착, (코레일은 아직 한개선로에서 다양한 등급의 열차를 고루 배치하는 데에 관한 경험이 부족하다.) 심한 경우 사고 발생의 우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다만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다소 애물단지로 운영중인 KTX 광명역을 기점으로 김포공항역까지의 노선을 확보하여 'KTX'와의 적극적인 환승 연계 노선을 만든다면 대전 이남 지방의 지방 리무진 버스 노선과의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을 기준으로 공항 리무진 버스의 소요시간은 3시간, 이용요금은 2만 2천 2백원으로 현재 운행중인 KTX 대전 -> 광명간 소요시간 50분 , 운임 2만 6백원을 생각해볼때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역에 새로운 노선을 개통하는 것보다 강남쪽과 새로 개발되는 송도신도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철도가 특별한 개성이 없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만큼 엉망이라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코레일의 인수가 지금으로서는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모쪼록 지금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성을 갖춘 열차 노선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왕 혈세 들어간거, 어쩔 수 없다. 코레일이 적자 뒤집어쓰는거 지난 일이고 떠들어봤자 그 돈 다시 토해내줄 사람도 없는 거라면 기왕 인수하고 피박 쓰게 된 거 제발 좀 멋진 작품 하나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해외로 떠나는 설레임, 출장가는 비즈니스맨의 피로를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여행의 시작을 느끼게 해줄 멋진 놈이 나와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보며 글을 줄인다.
참고 자료
세계 각국의 공항 철도 자료 (출처 AREX 홍보 페이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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