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4. 6. 9. 23:18
사람들은 주위에 있는 문화 메체들로부터, 단순히 일방적인 정보 흐름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듣고, 보고, 느껴보고 최대한 그 내용, 그 서사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 애쓴다. 음악의 취향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좌절과 실연을 많이 겪은 사람들일수록 힙합과, 펑크 등 내용을 강하게 전달하는 음악을 선호하고, 오히려 그런 걸 별로 겪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발라드와, 일반적인 팝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발라드와, 팝의 가사는 전부 거짓말이다.’라는 논리를 펴곤 한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이라고는 말 하기 어렵다. 다만, 발라드와 팝은 세상의 밝은 단면을 강조하는데 반해, 펑크와 힙합은 다소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많이 노래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상황이 정말 좌절스러울 때, 그 좌절스러움을 알아주는 음악이 있어, 그 음악에 대한 인상이 남아 나중에 치료되었을 때도 그 음악을 다시 찾게 되는 현상이다. 즉 자신이 지금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음악적 취향이 갈린다고 할 수 있겠다.

아! 이건 내 노래야…라고 말 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면 좋은 것이다. 그 노래 자체가 자신의 심정을 다 표현하지는 않아도, 본인이 그 이상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충분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세상에는 아직 자신을 상징하는 음악을 찾지 못해, 좌절에 끝에 서서 결국 끝을 맛보고야 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만일 그들에게 말 한마디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더라도,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노래가 있었다면, 그들은 다시금 끝에서 반대편을 향해 달리고 싶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리라…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다. 우리나라가 결코 많은 인구와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아님에도, 자기 자신을 노래한 음악을 찾을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H.O.T가 10대들의 음악을 정말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신문상에서 나오는 10대의 고민을 노래로 담았을 뿐이다. 진정 10대가 말하고 싶었던 걸 대신 말해주었던 가수가 누가 있었을까? 그런 음악이 있었다면, 고작 성적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 때문에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과연 일어났을까? 20대는 어떤가? 우리나라 록 가수, 팝 가수 중에, 그들의 남모르는 비애를 위로해줄 노래가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30대, 40대 그들의 외로움을 정말 마음속 깊이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노래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고개 숙인 아버지, 우울증에 걸린 주부들은 없을지도 모른다.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래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가수들이 종종 보인다. 자신이 가수라는 점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가수들은, 한번쯤 깊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곡으로서 위로를 받아, 세상에 대한 눈을 다시 뜨게 되었다는 것 만큼 보람 있는 일이 있을까? 가수들은 그런 신성한 직업이라는 것에 비해서, 녹음실에서도, 라이브 콘서트에서도 정말 혼을 담아서 노래하는 것을 보기가 정말 힘들다. 자각하는 가수들을 보기도 아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70년대 민중가수들은 억압받는 국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었던 노래들을 줄기차게 불러 주었다. 그래서 정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껍데기 민주주의 지옥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민중 가요를 함께 열창하며, 삶의 희망을 키워 왔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죽어야 할 이유가 거의 없을 텐데 사람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청산가리를 찾고 목을 매어버린다. 이유가 무엇인가? 점차 개인주의화 되는 사회 속에서 그들이 좌절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다면, 70년대 그 악몽과도 같던 시절의 젊은이보다 더욱 불행한 현실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가수들이여, 저작권 인식이 확실한 일본의 젊은이들을 빗대어 부럽다고 외치기 전에 그들이 얼마만큼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수많은 곡들 중 한 곡이라도 누군가에게 인생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라,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신 있게 자신들을 상징하는 곡을 말 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라 (마이붐이라는 유행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본인들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말하기 이전에 본인들이 가수로서 듣는 사람들에게 과연 무엇을 해 주었는지를 생각해보아라.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생각이 날 때까지 노래를 불러라, 노래를 부르며 생각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사람들 노래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들 그들만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대신 노래 불러줄 수 있는 가수가 될 수 있을 테니…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