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9. 10. 09:44
일단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발언권을 얻기가 참 수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언제나 손잡이가 뜨거울때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사건의 직접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도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사건이 생각보다 일찌감치 결론이 지어지는 바람에 이 글도 꽤 빨리 쓰여지게 되어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뒤늦은 입장 바꾸기도 동정론도 아닌 그냥 그 당시 상황을 추측해보려는 차원에서 쓰는 글이므로 개인적인 사견일 뿐 진실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기에 이를 분명히 해두는 바이다. 또한 지난 성명에서와 같이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범군에 대한 '옹호'나 '비난'처럼 양쪽 차원이 아닌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우선 재범군의 전 소속팀 2PM의 소속사 JYP가 가지고 있는 본래 색깔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JYP는 일간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적'인 선진형 음악을 하는 곳이 아니라 미국에서 벤치마킹한 그룹 혹은 음악 트랜드를 과거 몇십년대에 걸쳐 분석, 샘플링한 뒤 한국의 현 시대 흐름에 걸맞는 기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기획사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세계적인 트랜디 세터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미 성공한 전례가 있는 음악 트랜드를 다시 가져와서 세련되게 리폼한 다음 한국 시장에 최적화시켜 내놓는데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JYP의 히트메이커라는 이름 뒤에는 실제로 '히트'만을 위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한 채 기획된 대본대로 움직여야 하는 가수들의 어려움이 있게 되는데 몇 년 전 비가 JYP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야하게 생각했지만 아마도 비는 JYP의 이러한 부분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반증으로 이후 'JYP'측이 '원더걸스와의 비교'발언을 통해 비를 직설적으로 깎아내린 부분이 이를 증명해준다.



 감이 잘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의 JYP의 행보를 살펴보도록 하자, 싸이더스와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JYP가 기획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GOD의 경우 도중 윤계상의 군입대와 박준형의 맴버 배제론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이후 결국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추었는데, 물론 제각각 솔로 앨범 활동이나 뮤지컬, 정극 등 맴버들이 제각각 자신의 하고 싶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손호영을 비롯해 JYP가 독립적인 기획사로 만들어진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해체 이후 회사로부터 재기를 위한 도움을 받았다는 맴버를 찾을 수가 없다. JYP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량현량하'의 경우 잘된 기획으로 많은 화제를 뿌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정작 상품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새로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방출되었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 군대에 갔다는 뉴스만이 신선함을 주었던 사건처럼 JYP는 가지고 있는 상업성을 생각만큼 능숙하게 감추지 못한 채 곳곳에서 드러내왔다.

재범군 사건처럼 너무 과거사만 들먹이는 게 아닌가 싶어 좀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면 JYP소속으로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JOO'의 경우 데뷰 직후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팬들로부터 적발되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적이 있는데 이 당시 JYP는 여론의 추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하여 JOO의 활동을 강행했지만 결국 잠재되어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 패안이 되어 실패했고, 결국 그녀는 1년 넘게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 단적으로 비교되는 인물이 SM의 '보아'인데 그녀 역시 데뷰 초 이른바 '보아의 일기'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이쪽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완벽한 루머였음에도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파장이 JOO와는 비교조차 되지 못했다) 1집 활동에 상당힌 위기를 맞게 되지만 SM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1집 후속곡 '사라'로 음악적 존재감을 어필하여 스스로 루머를 이겨내게끔 만들었다. 물론 그 후 그녀의 일본행과 귀국 후의 큰 성공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라는 유행어의 본고장으로 만들기까지 어떻게 보면 보아 본인의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 노력이 꽃피기 전에 단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녀를 영원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절대권한을 가진 'SM'의 선택이 없었다면 그녀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기획사의 권한과 그에 따른 역할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JYP는 이처럼 철저한 기획과 그 기획을 소화해줄만한 맞춤형 '유닛'들을 생산해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유망주를 길러내는 과정에서도 다른 기획사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JYP가 기획한 아이돌 그룹들을 잘 살펴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맴버별로 제각각의 개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룹 전체가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스크립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과 2PM의 10점만점에 10점이 대표적) 이런 이유로 인해 JYP에서는 유망주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나 '하고 싶은 안무'같은 개인의 욕망은 철저하게 무시된 채 진두지휘하는 기획사에 의해 계산된 유닛들로 구성되어 기계적인 반복이 가능할 만큼 트레이닝을 이룬 후 상품으로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불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음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가장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JYP로 들어왔는데 이건 무슨 SM보다 더 꼭두각시를 만들어대고 있으니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실망을 하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어렵게 합격한 기획사인데, 도중에 포기하면 인생 망가질것 같고, 이 연습생 생활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건지 알 길이 없고... 아마 다른 기획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JYP의 연습생 시절은 암울함 그 자체일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YG의 경우 그 목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연습생들 중 가능성이 보이는 맴버들을 기존에 데뷰한 아이돌 그룹에 옵저버로 잠시 활용하는 (피쳐링이나 백댄서 등으로) 형태로 이들의 막연함을 달래기도 하는데, JYP의 경우 워낙 데뷰 전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강하게 고수하는 부분도 있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젝트에 '옵저버'가 들어갈 틈바구니란 에초부터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어떤 재능을 보였기에 재범군이 JYP로 발탁되엇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연습생 시절 비교적 자유분방한 의견개진이 가능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그가 JYP로부터 받는 충격은 아마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일기인지 메일인지 모르는 글을 잘 보면 '한국인들은 랩 같지도 않은 랩을 듣고 좋아라 한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당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아마 미국의 50센트나 에미넴 같은 래퍼를 꿈꾸었던 것 같지만 한국 시장에서 그 둘의 음반 판매량이 지금의 2PM음반 판매량과 비교가 될 리 없는 게 현실이었을테니까, 에초 레벨 문제를 떠나서 음악을 소비하는 취향적 문제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JYP는 이런 그의 희망을 가볍게 묵살하고 지극히 한국인이 듣기에 무리가 없고 '한국에서 팔릴 수 있는' 음악을 반복적으로 연습을 강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가 다른 연습생이 아닌 미국인 친구와 마이스페이스라는 미국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JYP의 분위기 상 그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이미 JYP는 그런 식으로 원더걸스를 범국민적인 아이돌로 만들어낸 '성공전례'가 있기에 그들의 육성 과정은 JYP 내부에서는 법 그 이상으로 치부되지 않았을지 싶은데, 이런 환경에서 JYP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신격모독과 다름없을만큼의 프렛셔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과연 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다시말해 '짐승남'으로 2PM이 원더걸스에 이어 범국민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에 시동을 걸 만큼 위상이 달라진 시점에서까지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생각과 크게 다름없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아니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여기에는 재범군 본인의 사례보다 지금 상황을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론'이 이미 나와있다. 다름아닌 원더걸스인데, 그녀들이 국민적 걸그룹으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곡 '텔미'가 전국을 한바탕 강타한 뒤 맴버들에 의해 텔미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속속 알려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알려진 것들 중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맴버들이 텔미 곡을 받고 의상을 받아들고 하기가 싫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원더걸스 역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JYP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원더걸스가 그때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을까? 대답은 NO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 '성공'했으니까 아무리 기가 센 사람이라도 저절로 입이 닥쳐질만큼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결국 JYP의 말대로 됐으니까, 국민들은 JYP가 가르쳐준 대로 하니까 자신들을 국민적인 걸그룹으로 칭송해주고 있으니까, 종교로 보자면 이미 기적을 본 그들에게는  JYP에 대한 불신이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JYP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연습생 시절 제각각 개성적인 음악적 꿈을 가지고 있던 젊은이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음악을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결국 자신들의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고 JYP가 가르쳐준 음악이 '대한민국'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맴버들이 거부감을 갖는 걸로 따지면 '텔미'보다 '노바디'가 훨씬 더 했겠지만 (모두 같은 옷에 나오지도 않는 마이크에 정해진 루트에 의한 안무, 빤짝이 의상에 전혀 트랜디하지 않은 음악까지) 맴버들은 이미 텔미의 성공으로 인해 JYP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텔미때보다 훨씬 높은 싱크로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에 힘입어 '노바디'는 기획 당시의 포텐셜을 모두 폭발시키며 텔미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즉 재범군도 2PM이 이미 본 궤도에 올라온 상황에서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반드시 거짓이라고는 보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그는 TV에서 '지금의 성공'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의 표정 어디에서도 예전 음악에 대한 미련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그의 마이스페이스에 나온 사상대로라면 그들에게 붙여진 '짐승남'이라는 타이틀에 경기를 일으키고도 남았겠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별로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 역시도 JYP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을 버린 채 지금의 인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 게 아니었을지 싶다.


다시 본 사건으로 돌아와보자 JYP의 재범군에 대한 조치, 대단히 신속 정확하다. 다른 맴버들의 상품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2PM의 해체 대신 무려 '리더'인 재범군의 탈퇴를 선언한다. 그것도 사건이 터진지 하루만에 나온 공식 사과문에 이은 3일만에 결정된 조치였다. 정말이지 상업성에 있어서는 미숙함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일 그들이 언론을 통해 '어떤 입장 표명'을 했거나 그를 위한 변명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재범군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맴버들 나아가 2PM이 가진 상품적 가치가 훼손이 아닌 송두리째 날아갈수도 있는 형국이었으니까, 그들은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게 아무 미련이나 애착, 정 없이 재범군을 퇴장시켰다. 여론은 의도한 대로 재범군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르고 있지만 이는 재범군 본인에게 아닌 '2PM'에게 득이 되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며 이를 JYP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재범군은 적어도 JYP소속으로는 두 번 다시 한국에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를 대강 알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상업성'의 극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준 JYP가 받은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2PM은 건져냈고 여론도 반전됐으니까, 모든 이야기의 핀트를 조금도 남김없이 재범군 한명에게 집중시키는데에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서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타격은 최소화하면서 내치는 그의 등에 '과녁'을 그려넣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마저 그에게 모두 향하도록 만드는 극악함을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 재범군의 잘못은 적어도 '한국 연예계'에서는 절대 통용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지만 문제는 과연 그 하나에게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었을지, 과연 이같은 사태를 '회사'의 입장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작은 움직임조차 없이 끝나버리는 논란이 자연스러운것인지 생각보다 서둘러 내려진 결론을 보며 한층 씁쓸함이 느껴진다. 결국 언론의 한 방이 이 사건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앗아간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더하다. 결국 뭐 하나 변한게 없이 사건이 끝나버린 재범군 사건, 이 사건에서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다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상업적 본성을 드러낼수밖에 없었던 기획사 JYP와 한국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아버린 재범군, 또 한번 감정의 뇌관에 상처를 입은 한국 연예계의 소비자만이 남았을 뿐이다.

아 참, 언론은 좀 득을 봤으려나...?
posted by RushAm 2009. 9. 5. 15:15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았다. 베라가 한국을 비하한다는 책을 냈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던 일로부터 말이다. 정말이지 또 한번 반복하지만 '악플'하나는 어지간히 싫어하는 민족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뭐 일단 이 문제를 제 3자쪽에서 지켜보는 입장은 '역시 언론!'이라고나 할까? 베라의 그것과는 좀 다른 점은 물론 이 재범이라는 친구의 발언이 어린 나이만큼 직설적이고 과격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언론에서 '이 친구'에게 이번 일을 통해 의도적으로 어떤 여론을 형성시키려는 냄새가 짙었다는 부분이다. 베라 사건때는 단순하게 '논란이 이미 시작'된 시점에서 이에 불을 당기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논란 전부터 '논란의 주체'가 되려는 모습을 보이는 한층 진보된(?) 언론의 자세를 보여준다.

결국 이 기사는 직접 해당 마이스페이스를 확인한 것도 아닌 '캡쳐본'을 확인한 것으로 조작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아직 논란이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변명의 소지가 없는 것이 일단 올라가 있는 곳이 '마이스페이스'라는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데 이게 싸이처럼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이트가 아니기때문에 일단 네티즌들이 이를 퍼나르더라도 번역상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번역본을 올린다 한들 표현이 '어글리'같이 대중적인 단어로 비난을 한 게 아니기때문에 이를 신뢰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에 있어 나름 낚시에 적응되어있는 여론이 쉽게 반응할리가 없다. 그런데 이를 '언론'이 공식적으로 보도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퍼지는 주체가 '신뢰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론이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아무런 장벽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이번 사건을 공식적으로 도마 위에 올린 것은 네티즌이 아니라 바로 언론이며, 그래서 언론이 어떤 목적성을 띄고 (기자정신 내세우는 놈들은 갖다버릴 것) 했다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언론 이야기는 이쯤 하고 일단 발언 자체를 좀 살펴보면 확실히 논란이 될 만한 글이다. 비하했다는 것도 소속사가 '오역'이나 '언플'이니 이런 소리 없이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문을 재빨리 작성할 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승산이 없었다는 소리) 그런데 이는 잘 생각해보면 결국 누워서 침뱉기가 되는 게 단지 비난을 한 재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그의 인격적인 부분까지 철저하게 검증해내지 못하는 소속사와 TV에 나오는 모습만을 좋아하는 팬들, 그리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다고 해서 그가 지금까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지례짐작해 묻어버리려는 안티팬들까지 모두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성향들을 이번 재범 사건으로 인해서 만천하에 떠벌이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미국같은 제 3국에서 바라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저렇게까지 연예계에 에국심과 인성적인 잣대를 심하게 들이대는 나라'인데 어째서 처음부터 '재미교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에게 돈과 명예를 가져다주면서 그가 '재미교포'로 살아오며 생길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을 '성장 과정에서 기울어지는 정체성'은 용인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이러니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놓고 '반미'를 주창해도 연예계활동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나라다. 그리고 재미교포는 재일교포처럼 전쟁이나 기타 불가항력적인 역사적 사실에 의해 생겨난 집단이 아닌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만들어진 집단이므로 '국적 선택'에 있어 어떤 사명감이나 의무를 기대할 수 없으며 이는 2세, 2.5세 3세 등 세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던 미국은 어떤 단점이 존재하든 경제력으로는 세계 1위인 국가인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우리나라도 어떻게든 미국 국적을 따려고 비행기 안에서 출산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질로 따지면 한국에서 태어난 이쪽이 훨씬 악질적 매국노라 불리기 충분하지 않을까?

뭔가 확실히 좀 하자, '재미교포'에 대한 논란은 정말 많이 있어왔지 않은가? 프로골퍼 김초롱 사건부터 시작해서 잘 알려진 스티브 유까지 우리는 재미교포에 그렇게 데여왔으면서도 재미교포 중에 누가 좀 세계적으로 잘나간다 싶으면 그가 오래전에 버렸던 한국 이름까지 과거 호적에서 찾아내 붙여주고는 '일단 우리 핏줄'이라며 언론에서 자랑스럽다고 떠벌이고 있지 않은가? 스티브 유의 군대 회피 논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그가 국적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재미교포'라는 신분'에 있었음에도 우리는 재미교포에게 많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준비가 충만해 있고, 그들은 미국 사회에서 경쟁에 실패한 뒤에도 언제나 든든한 백업이 되어주는 한국을 보험 삼아 머릿속에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하자 재미교포는 '정체성'이 반드시 '한국'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볼 수 없는 존재다. 전쟁을 겪고 일제침략기를 살아온 1세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애향심을 물려받고 자라온 '재일교포'와는 비중적으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과도기도 아니고 십수년동안 언제나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재미교포 출신이 자기 핏줄이 한국인임을 인식하고 한국을 그리워하며 한국을 사랑한다고 100%믿고 있고 그렇게 믿도록 만드는 언론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음에도 꾸준히 그들에게 돈다발을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또 우리 사회의 양면성이지 않은가? 처음부터 '한국을 사랑하는 재미교포'로 아예 활동 영역을 못박던가. 아니면 아예 미국처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관계없이 능력만 충만하면 상품적 가치를 부여해주는'철저한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갖춰주시던가 둘 중 하나는 좀 했으면 좋겠다. 이 사건에 대한 2PM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범이 미국에 오래 살다보면 그런 성격을 갖출 수도 있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옹호 입장이 다수 보이는데, 팩터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처럼 알고 있는 거면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여력은 충분하지 않은가? 무명시절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고작 싸이월드같은 하루 방문자 몇십명 수준의 개인 네트워크에 올리는 다이어리보다 우리 사회의 이같은 양면성이 훨씬 국가 이미지에 해를 끼칠지도 모를 노릇이다.

posted by RushAm 2009. 9. 2. 02:23
그녀의 암 투병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너무 많이 놀라서일까요? 아니면 호전되고 있다는 가사도, 암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기사도 어느쪽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네이트온에 조그맣게 올라오는 속보 '장진영 별세'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움을 느끼기보다는 마치 예정된 임종을 바라보다가 끝난 느낌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일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접시를 닦으며 피자 배달을 하며 조용히 그녀를 회상해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일찍 갔을까? 무엇보다 짧은 삶보다는 조금이라도 그 삶속에 행복함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에게 무슨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었을텐데 그냥 신문에는 '톱스타' 장진영 이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던 국민배우도, 이름 하나만으로 명성을 떨친 '명배우'도 붙이기 조금 어색했나봅니다. 그만큼 저평가된 배우였고, 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야망도 컸고 그만큼 노력도 많이 했던 배우였지만 꿈에 가까워지는 순간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더 멀어지는 불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그녀를 응원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거라고, 그건 절대 당신이 욕심을 부리는게 아니라고, 이 세상에는 노력한 것 이상을 바라고 그걸 얻으면서도 자신이 정당한 노력의 댓가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마당에 당신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못받고 있다고, 그러니까 힘내라고...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좋아합니다. 1회때부터 다른 영화제와는 다르게 원로들의 고지식함보다 조금은 나은 시상을 기대했었고 제 5회 때 결국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5회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괴물이 모든 상을 휩쓸던 당시 흥행에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두 작품 '비열한 거리'와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의 조인성과 장진영이었기 때문이죠. 참고로 동시기 '청룡영화제'와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안성기','박중훈'이 남우주연상을 '김혜수', '김아중'이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받을 만한 분들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상대적으로 흥행이나 관심도 측면에서 묻힐 수 있었던 두 작품에게 남우, 여우 주연상을 준다는 건 그만큼 상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했다는 게 되니까요. 영화 시상식의 시상 부문별 평가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디 워가 특수효과나 미술상을 받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최우수작품상에는 못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죠

이야기가 잠시 딴데로 샜습니다만 그녀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당시, 사나이 체면에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마치 내 가족이 상을 받는 것처럼 가슴속이 시원해지면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비열한거리를 연기했던 조인성의 수상도 감격스러웠습니다만, 정말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글로 표현이 되지 않을 만큼 행복했었네요. 그녀가 마침내 노력한 만큼의 인정을 받았구나 싶었습니다. 그녀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녀의 수상 소감 '연아를 떼어내기 참 힘들었다'는 말이 가슴 절절하게 아직도 제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출처는 쿠에스님의 영화공감대 포스트입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수상 소감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연아를 떼어내기 어렵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연아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 이름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김해곤 감독'이 만들어낸 희대의 문제 캐릭터이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없었던 (영화포스터에도 그런 느낌이 묻어납니다만) 각본의 캐릭터를 배우 장진영이 '이거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배우로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설정 이상으로 몰입했던 캐릭터입니다. 약간의 정신적 외상을 가지고 있는 연아라는 캐릭터에 지나치게 빙의하다보니 그 정신적 외상마저 그녀에게 남아 한동안 그녀를 괴롭혔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녀를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배역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전작 '청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녀가 주가를 한층 끌어올려주었던 싱글즈에 힘입어 정상급 배우로 도약할만한 대작을 물색하던 중에 선택한 작품이죠. 배우 이준기가 왕의 남자 차기작으로 선택한 플라디 대디의 실패 사례에서도 드러나지만 영화계는 '2학년 징크스'를 깨지 않으면 정상급으로 올라서기 힘듭니다. 그만큼 배우에게 있어 자신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려줄 계기가 될 차기작 선택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그녀 역시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바닥까지 드러낼 만큼 끌어냈습니다. 대작 답게 오랜 로케이션 촬영과 특수 촬영 기법으로 인해 제작 기간도 길었고 그만큼 배우 장진영에게도 고진감래라는 생각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그 노력한 만큼 높은 완성도로 나와주었고 노력한 만큼의 흥행을 누릴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었지만 어처구니없는 비방전의 희생양이 되는 불운을 맞고 맙니다. 배우로서는 최전성기에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었던 만큼 그녀의 좌절은 이루 표현할 수 없었겠죠. 정말이지 그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그녀가 영화를 고르는 눈이 잘못되었다고도 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어느 누구도 그녀를 탓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너무 큰 실망을 하고 재기를 하기 위해 독을 품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 품은 독이 얼마나 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연애 참' 이 되었다는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연아에 그토록 목숨을 건 듯이 몰입했던 이유는 개인적인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묵묵히 노력하던 그녀를 한순간에 절벽으로 밀어버렸던 작품 '청연'이 그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네요.

여러모로 아까운 사람이고 아쉬운 인생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히 주어졌어야 했지만 너무나도 늦었던 그녀의 노력에 대한 댓가는 결국 그녀가 떠난 뒤에도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떠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콘텐츠 쪽을 꿈꾸고 있는 저에게 영화계는 각별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보면서 '나도 언젠간 저 무대에 서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싶어'라는 꿈을 키우고 있죠. 배우 황정민의 청룡영화제 수상 소감처럼 멋진 소감을 말하고 싶은 생각에 매년 언젠간 그 무대에서 발표하게 될 수상 소감 내용을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 중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직접 들려드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문구는 삭제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죽는 날까지 그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제게 이 자리에 서기까지 그 계기를 만들어준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영화배우 장진영씨도 그 중 한 분입니다. 지금 듣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한마디 드리고 싶어요..'

' 제가 당신의 팬이 아니라 당신이 저의 우상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28. 10:25
담배 태우시나요? 네 아시는 것처럼 기호식품입니다. 초콜릿도 건강에는 무지무지 안좋을 수 있지만 기호식품이듯이 일단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해 사고 취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물건이죠. 다만 담배가 다른 점은 자동차를 움직일때처럼 흡연자 본인도 결코 들이마시기 달갑지 않은 '매연'이 나온다는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물론 매연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실내에서는 차츰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식당이나 PC방처럼 다중이용시설이나 보건위생에 결부되는 장소는 우선적으로 금연을 시행하고 있지요. 청소년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거 왜 안지켜지는지 정말 몇 년째인데 아직도 안지켜지는지 제가 몇 년간 쭈욱 지켜보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답니다. 결과가 썩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지만 이건 '흡연자분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즉 다시 말해 이 논란은 '흡연자'대 '비흡연자'논란으로 갔다간 지금처럼 전혀 답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왜냐 모든 흡연자가 금연구역을 어기는 것도, 공중도덕에 위배되는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이 문제는 조금 더 윗단계에서 정리가 필요합니다. 즉 흡연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지켜야 사는 나라'라는 것을 잘 모르고, 혹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연구역 논란이 자주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결과물'이 너무 명백한데다가 '흡연 인구'자체가 많다보니 그 사람의 인격적인 부분이 너무 쉽게 담배를 피우는 태도나 금연구역을 어기는 모습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법을 어기고 우습게 보는 사람들을 매일 눈으로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세금 탈루하거나, 비리 저지르는 것도 사실 법을 어기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우리 생활과는 너무 동떨어져있잖아요. 그런데 일부 흡연자분들의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모습은 평균적으로 흡연자 한 분이 담배 한 갑을 피운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한 시간에 한 번정도는 마주하게 되는 거니까요. 아직 흡연인구가 40% 가까이 되니까 접하기가 훨씬 쉽고 이에 대한 격한 피해반응도 쉽사리 나오게 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서두에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제 글이 '흡연 인구 전부'를 가리키는 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논란이야 너무 원점에서 반복되니까 미치광이들은 정작 팔짱끼고 구경하는데 엄한 사람만 지치는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출처 : 마린블루스 (http://www.marineblues.net)


이야기가 새어버렸지만 결국 문제는 '법'을 지키지 않는데다 그 법 자체에 대한 자의적인 평가에 의해 '악법'으로 규정하고 '내가 결론낸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돼'라는 생각이 모든 문제를 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금연 구역은 '권고 기간'이 이미 종료되고 시행령과 처벌 법규까지 마련된 엄연한 '현행법'인데, 일단 이 법을 어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아니 담배 좀 피운거 가지고 벌금을 4만원이나 내야 하다니 이게 말이 돼?'라는 반응을 보이시는거죠. 즉 이 법을 에초에 난 인정할 생각이 없었고 그래서 난 내 의지대로 행동했으며 당신들이 멋대로 정한 흡연구역에 동의할 수 없으니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단골로 붙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죠. 바로 담배에 붙는 세금입니다. 담배에는 꼬박고박 세금을 걷어가면서 왜 흡연자들이 이렇게 설 땅이 없어지냐고 하소연하곤 하죠. 이 하소연은 법이 시행되기 전 '계도기간'이라는 것을 부여할 때에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계도기간'은 결코 법이 시행 안되는 기간이 아니라 나중에는 반드시 이 법대로 처리가 될 것이니 혹시 모르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간인거죠. 이때는 위와 같은 항의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항의가 '현행법'으로 시행이 된지 몇 년째임에도 계속되고 있고 언제나 금연구역 처벌에 있어서는 대단히 격렬한 저항에 부딛히곤 합니다. 어떻게든 이 법이 부당하며 그런 부당한 법을 난 인정할 수 없고 그래서 난 지키지 않는데 내가 무슨 죄가 있냐는 주장을 하고 계시는 것인데요.

그런 '일부 흡연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니 그런 말씀은 법이 시행되기 전에 하셨어야죠'입니다. 예? 일개 시민이 무슨 힘이 있냐고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서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 시행을 앞두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사 표시가 가능한 나라거든요 (요즘은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정책 나아가서는 새로 입법되는 법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겁니다. 흡연자분들 중 금연구역 확대지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셨다면 뜻을 모아서 단체로 항의서한을 보내시거나 시간이 없으시다면 동시에 청와대 홈페이지를 공격하시는 등 이슈가 될 만한 의사표시를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금연구역 확대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이슈라서 아예 눈 귀를 틀어막고 살지 않는 한 적어도 시행 반년 전까지는 알 수 있게끔 되어있는데 지금까지 몇 번의 개정을 통해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그때마다 논란만 몇 번 있었지 흡연자분들이 정말 '담배 피울 수 있는 구역 축소는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 위배이며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확고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지금 국회 앞이나 시청 앞에서 집회하는 건 '생계에 관련된' 절박한 일이니까 그런거고 '흡연구역'문제는 그정도까진 아니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네요; 음 이게 과연 여러분의 삶에 별 영향이 없었다면 법을 그대로 준수해도 삶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되니까 그냥 법을 준수하셔야 옮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죠. 벌금도 4만원이면 일반적인 소득의 최소 5% 이상의 큰 돈입니다. 여기에 담배는 금단현상도 심하고 (그렇게 죽을것같다면서요;;;) 어떤 사정이 있든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인생을 견디지 못하는 인구가 제법 많습니다. 이게 여러분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행된 법은 무척 가볍게 어기시면서 자신이 받는 피해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클 수 없는 건 조금 모순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세상을 풀어가는 요는 '역지사지'입니다. 여러분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고통이 있는것처럼 비흡연자에게도 금연 구역을 선택할 권리가 부여되어 있고 그 금연 구역에서 담배 연기를 마시면 그 나름대로 금단 현상과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잠깐 담배를 못 피울 때 고통과 사뭇 비슷한 고통이 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인생, 다른 인격체에 대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물론 내 인생 사느라 그런것까지 신경쓸 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조금만이라도 나와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아주 잠깐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이런 논란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많아질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자영업자'분들에게 한마디, 여러분 경제한파에 어려우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분들은 더욱 힘드시겠지요. 담배피우는 손님에게 가서 피우지 말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쓴소리를 하자니 단골 손님이 떨어져나갈 것 같고 딜레마 심하실 줄 압니다. 결국 그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여러분들의 수익이 되니까 함부로 하기 힘드시겠죠 '손님은 왕'이니까요. (저 말 참 싫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마저 '법'을 무시하진 말아주세요. 결국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고 계신 여러분도 그 시행법에 속해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공간을 법에 맞게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권고사항은 생각 해 볼 여유를 주겠지만 이건 '현행법'이니까요. 다른 가계로 가면 어쩌나?라고 걱정하시는 그 모습이 '나 하나쯤이야'와 다르지 않습니다. 법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협조가 특히 중요합니다. 양팔저울이 기우는건 한순간입니다. 당신의 식당 뿐만 아니라 모든 식당이 금연 구역을 준수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법을 지키는 뿌듯함도, 실내의 쾌적함도, 단골 손님도 모두 지킬 수 있습니다. 아 더불어 니코틴 농축액과 커피 그리고 다량의 타액이 어우러진 재떨이와 쌈장에 처박힌 담배 꽁초, 그로 인해 누렇게 녹아버린 간장 종지를 더 이상 버리지 않으셔도 되는 보너스도 얻으실 수 있겠지요.

식후땡은 불로장생이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그런데 일부 흡연자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식사하고 계시는데 옆에서]방귀를 뿌웅~ 하고 뀐다면, 트림을 꺼억~ 하고 내뱉는다면, 양말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과연 밥이 과연 깨끗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이 들까요? '아니! 비교할 걸 비교해라!'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흡연자분들은 담배연기가 그렇게 기분나쁘게 느껴지지 않으신다고 하시기에 부득이 저런 비교를 해봤습니다. 물론 식후땡은 불로장생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러분들 일행에 한정하도록 하면 안될까요? 적어도 식당은 당신의 식사 속도에 맞춰 식당 안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간대에 식사를 마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식사 도중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시잖아요. 조금만 더 생각하면 '법이 합당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내 입장에서 과연 같은 상황일 경우 어떤 기분이 들지'를 생각해보면 비단 금연구역 흡연 논란 이외에도 불필요한 논란이 산더미같은 이 세상이 조금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27. 08:41
한국형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가 트위터에게 공식적으로 승리했다는 수치적 결과 발표가 얼마 전 대대적으로 보도 자료를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되었다. 사실 국내에 거의 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트위터의 그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 모바일과 연계가 능동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에 어울리는 서비스다) 트위터가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것이 '김연아'의 트위터때문이였다는 걸 착안 예전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통해 어떤 투자를 했던 연예계 유명 인사들을 대거 미투데이로 끌어들였고 여기에 네이트온의 성공 공식이었던 '웹투폰 문자메시지 무료'떡밥까지 제공하는 총력전을 벌인 끝에 내놓은 결과라서 그런지 이 기사를 보는 내내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만든 곳이 NHN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이 수치를 얻기까지 그 수많은 미투데이 찬양 기사와 더불어 트위터의 보안 문제를 연일 도마 위에 올렸던 언론들의 알아서 조공을 바치는 태도에 환멸을 느껴서였을까?

국내 대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IT업계의 경우 '안방 호랑이'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관공서의 국산소프트웨어 사용 정책으로 한국에서 MS워드의 점유율 정체에 한 몫을 했던 아래아 한글과 이 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왕좌를 지키고 있는 V3, SKT를 등에 업고 MSN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네이트온, 야후를 밀어내고 구글은 채 치고 올라올 틈조차 만들지 않는 네이버 등 의도적이지 않은, 그래서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반독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네이버를 제외하면 이들이 과연 IT업계다운 승부로 소프트웨어면 소프트웨어답게, 웹서비스면 웹서비스답게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 왕좌에 올랐는지에 대한 부분에는 깊은 의문이 남는다. 가장 유명한 경제법칙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말이 슬프지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게 작금의 업계 현실이다.

그중 가장 세계화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V3의 경우 바이러스 검색 능력은 다소 저평가된 부분도 있지만 알려진 것에 비해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는 프로그램의 완성도, 엔진의 성능, 데이터베이스 규모 등에서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투자 부족, 국내라는 무대의 한계 등 핑계거리는 많을 수도 있겠지만 V3가 벌어들인 돈이 다른 백신회사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부족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며, 국내 실정에는 강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유명 타사 백신들이 자국의 바이러스만 잘 잡아서 지금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V3는 작금의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성향으로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들만을 주로 골라서 백신에 반영하는 반쪽짜리 백신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있었던 좀비 PC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한국 IT업계를 향한 바이러스 공격에는 백신으로서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보다는 사태 종료 후 후속조치만 부지런히 해주면 된다는 식이다. 최신 업데이트의 V3를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사태를 일으켰던 바이러스를 미리 잡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최신 바이러스여서 즉각반영이 쉽지 않았다'는 변명과 보안패치를 하라는 책임회피만이 있을 뿐 백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예방 측면에서의 역할이 미흡했음은 물론 오히려 이같은 사태를 '수익 증대' , '주가 상승'등으로 반영하는 등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바이러스 백신 회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잘 알려진것처럼 네이트온은 소프트웨어의 본질적인 성능이 아닌 싸이월드와 SKT등의 지원사격을 이용하는 지극히 마케팅적인 접근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데 성공했으며 네이버 역시 시작은 지식검색의 성공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지만 이후 카페, 블로그 등 타사에서 이미 점유하고 있는 서비스를 단지 이용자수만을 이용하여 빼앗는데에 급급했을 뿐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이거나 검색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등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마케팅 역시 IT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이 마케팅을 잘 하는 것도 결국 회사의 능력이라는 것에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 마케팅적 능력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IT기술과 더불어 세계적인 IT강국이라고 자평하는 한국의 IT업계가 정작 대한민국 IT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얼마만큼 기여를 하고 있느냐는 사실이다. 이미 대부분의 IT회사들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거나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하는데에 투자하기보다는 먼저 성공한 회사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실정에 맞게 배껴내거나 넷상의 트랜드를 읽고 어떻게 '국내 사정'에 맞는 마케팅을 벌여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언제부터 정보기술 (IT) 업계가 마케팅업계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국내에 문제를 한정한다면 이는 소비자들이 IT업게에 있어서만큼은 지나치게 '게으르고', '환경을 바꾸기 싫어하는 극도의 보수성' 탓인데 이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과연 이 같은 국내 시장만을 노린 마케팅 전쟁이 작게는 업계, 크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먹여살린다고 대량투자를 해놨던 IT강국 한국 호의 순항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는 심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가 처음 IT육성을 나서게 된 계기를 만든 인물이 '빌게이츠'다 한국의 빌게이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수도없이 많이 있었지만, 빌게이츠가 더이상의 성공이 지겨워서 은퇴를 한 지금 시점까지 남아있는 한국의 빌게이츠가 몇 명이나 될까?, 언제나 해외의 IT성공신화를 이끈 주역들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업게 사람들은 많았지만 과연 그들의 행보가, 그리고 작금의 IT업계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IT강국에 어울릴 만한 토양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언젠가든 반도체 세계 1위처럼 IT업계 세계 1위가 나와줄 수 있을까? 대답은 아쉽지만 'NO'에 가깝다. MSN을 이긴 네이트온과 트위터를 이긴 미투데이를 보며 세게적인 I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업계의 힘이 느껴지기보다는 '창작'으로 승부해야 할 업계가 '돈'을 위해 '남의 뒤를 따라가는' 아주 치졸하고 비겁한 기업논리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대한민국 IT의 목표는 'MS'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과연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를 겁내고 남이 위험을 감수하고 얻어낸 성공 사례만을 부지런히 가져다가 배껴서 국내 점유율만 높이는데에 집중하기만 반복하는 IT기업들이 과연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IT 발명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물론 국내에 돌고 있는 IT시장 자금을 부지런히 긁어모은다면 기업가치만큼은 구글의 그것에 약 100분의 1정도 따라갈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로벌 기업이 돈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싸이월드 재팬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것과 네이버 재팬의 별 실적없는 표류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의 실패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스텐다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고사하고 '새로운'시장에 맞게 '새로운'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각 국가별 최적화시도는 물론 이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IT강국이라 자평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제까지 '국내 시장'에서 이겼다고 자랑스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IT업계가 처음 세워질 때 국내에서만 먹고 살라고 키워준 게 아니지 않은가? '후발주자'로 온갖 특전과 출혈 마케팅으로 단기간내에 SNS점유율에서 '트위터'를 이긴 게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떠들고 있는 것인가? 한 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지금 국내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를 해외에다가 그대로 팔 생각이 아닌 글로벌 스텐다드에 부합하는,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냥 각 국가별로 진출한 나라의 시장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웹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국내에서 몸짱으로 키워진, 그러나 집에서만 이쁨받는 마마보이로 자라난 우리나라 IT업계가 오늘날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지게 될 줄도, 학창시절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기회의 문으로 보였던 IT업계가 지금은 수많은 자물쇠에 전자도어락까지 잠겨버리게 될 줄은 한창 IT강국에 대한 기대를 부풀던 학창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기에 지금의 현실이 한층 억울하게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12억 인구를 가졌다면 지금 중국이 하듯이 자국 내 수요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해외에서는 경쟁에 밀려 저가판매를 고수하면서 해외 출혈 투자 비용을 국내에서 회수하려는 가전, 자동차업계나 세계적 강국이라는 자뻑에 취해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만을 벤치마킹만 하다가 결국 WOW에게 한 방을 먹었음에도 이번에는 WOW를 벤치마킹하는데에 여념이 없는 한심한 온라인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며 몸을 사릴 것인가? IT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벤처'정신, 이미 그 정도로 키워줬으면 더 이상 '벤처'가 아닐텐데 어째 점점 더 겁쟁이만 되어가는가? 우리가 그러라고 운동시켜서 당신들을 몸짱으로 키워 준 게 아니다. 내 자식이 나가서 얻어터지고 오면 좋아할 부모가 있을까? 우린 당신들이 처음 이 업계에 뛰어들었을때 가졌던 초심 '제 2의 빌게이츠가 되어 세계를 재패하자'는 목표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연아, 박지성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국 세계를 재패한 위인이  IT업계에서도 하루빨리 등장해주길 아울러 기대해본다.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
posted by RushAm 2009. 8. 26. 17:27
아메리칸 아이돌의 캐서린 맥피, 브리티즈 갓 텔런트의 '폴 포츠'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세상에는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라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가수의 범주는 시대별로 그 최대치가 정해져 있고 그래서 작게는 best 10 크게는 최소 best 100에 들어가려 무진 애를 쓰는 걸 보면 어디라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겠냐만 이쪽은 참 심한 경쟁을 뚫고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간절히 바랬던 게 '한국판 아메리칸 아이돌' 이었다. 연예계의 병폐가 쌓이다 못해 제대로 숨기지도 못할 만큼 대중들에게 삐져나오고 있는 마당에 과연 제대로 된 가수들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기 힘든 이 바닥에서 좀 더 인재 파이가 넓어지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 꿈이 잠시 이루어지나 싶었던 방송이 두 가지 있었다 MBC의 쇼바이벌, 그리고 SBS의 '스타킹'이 그것이다 그러나 첫회 방송분을 본 직후부터 이 두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말하지만 쇼바이벌은 지나치게 방송을 거저먹으려고 했었고 스타킹은 단지 방송을 오래 끌 수 있게끔 기획했을 뿐 포맷 자체는 엉망진창이었다. 그냥 '아메리칸 아이돌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따오기만 하고 정작 방송을 운영할 때 다음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방송게가 의례 그렇듯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이번 주 분량만 어떻게 나오면 다음주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만큼은 철저하게 공유했던 이 두 프로그램의 몰락은 시기적인 차이를 두고 벌어졌을 뿐 이미 예고된 바가 아니었는지 싶다.

너무 지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것 같아 제작진에게 미안한 감이 있지만 우선 쇼바이벌을 짚어보면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포멧 자체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는 반대로 '아메리칸 아이돌'을 가감없이 그대로 도입했다'는 뜻이 된다. 여기까지는 차라리 문제가 없다. 문제는 진행자, 심사위원, 참가팀 하물며 제작진까지 어느쪽도 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포맷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나름 한국적인 색깔에 맞춰서 기획한 것 같은데 예심에서 추첨으로 절반을 떨어뜨리고 절대음감을 맞춰서 본선에 진출시키는 방식이나, 본선에서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나름 객관성을 살리겠다고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심사를 맡기는 방식을 취하면서 비전문가들의 한계를 그대로 방치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진행자 문제야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참가자들의 진지한 마음가짐을 전혀 해아리지 못하는 진행자의 분위기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가자 문제는 사실 참가자 본인들에게 있는 게 아니지만 어쨌든 제작비의 한계 상 '이미 완성된 인디 밴드'를 중심으로 참가를 한정하려 하다보니 매주 뉴 페이스가 나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콘테스트 방송으로서는 '나오던 사람이 신곡을 들고 또 나오는' 악순환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거저먹기'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시청율 저조'라는 이유로 폐지가 결정되었다. 여기에서 언론들은 '쇼바이벌'이 단지 처음부터 저조한 시청율을 극복하지 못한 끝에 폐지를 결정하여 시청율에만 급급해 좋은 방송을 폐지시키는 MBC의 상업적인 편성 처사를 질타했지만 솔직히 쇼바이벌은 지나치게 준비성 없이 나온 프로그램이었고 명절 특집 프로그램 이상의 수명을 보장받기 힘든 포맷이었던 건 분명하다. 게다가 V.O.S등 쇼바이벌을 통해 부각된 그룹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과연 초반 시청율이 그렇게 나빴던 것일까? 결국 포맷 소화력에서 제작진의 역량과 노력이 부족했기에 벌어진 예고된 결과일 뿐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 번의 환골탈태를 거친 프로그램이 SBS의 스타킹이다. 포맷은 쇼바이벌보다 훨씬 부실하고 사실 포맷 자체로만 봤을때는 '명절 특집' 1회성 방송에 가까웠던 방송은 쇼바이벌보다는 스타킹쪽이었는데. 다만 스타킹이 쇼바이벌보다 아주 쵸큼 나았던 건 프로그램이 롱런을 하기 위한 '분석'만큼은 제대로 했다는 것이다. 인구 파이가 넓지 않은 대한민국의 한계 상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음악'에 한정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인재풀이 적으므로 프로그램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직시했기 때문에 장르의 폭을 음악 이외에 다양한 분야로 넓혀 'TV에 나올 만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나올 수 있다는 열린 포맷을 지향했고 이것이 몇 년째 스타킹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힘이 되어주고 있다. 최소한 쇼바이벌처럼 뉴페이스의 고갈로 무너지는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스타킹은 롱런의 이유가 프로그램 자체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콘테스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데에 한계점을 노출한 채 전국민의 '장기자랑'으로 전락하며 콘텐츠의 완성도보다는 '파격'으로 승부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스타킹은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얼마나 어리느냐' 혹은 '얼마나 나이가 많으냐'가 그 콘텐츠의 질보다 훨씬 더 중요한 방송이 된다. 즉 콘텐츠 자체는 절대 메이저급이 아니지만 일반인 치곤, 어린애 치곤, 노인 치곤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것에 열광하도록 유도한다. 진행자들과 보조 진행자들은 어떤가? 출연진들이 대부분 어리거나, 전혀 관계없는 직업이거나, 노인이거나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절대 객관적인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그저 칭찬만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방송 분위기는 스타킹의 전체적인 구성 형태로 자리잡아 비단 어떤 제약이 있는 출연자가 아닌 정상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준 프로들이 출연할때에도 냉정한 평가를 이끌어내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며 콘테스트 방송의 생명줄과도 같은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우를 낳는다.

브리티즈 갓 텔런트, 아메리칸 아이돌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장점을 몰라서 출연자들의 심사를 몇명의 심사위원에게만 의지하는게 아니다. 그들은 출연진들의 옥석 고르기에 있어서는 철저한 프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고 그들의 평가를 신뢰하도록 하는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프로그램의 목적이 한층 명확하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경우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개인적인 성공을 위해 맞춰져 있고,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출연진들의 개인사를 부각시키며 극적인 연출을 이끌어내는 등 다분히 방송의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그 목적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적 관리를 위해 냉정한 평가가 필수적으로 이는 프로그램의 권위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무게감을 높여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자신들이 연출해낸 최고의 상품 '폴 포츠'를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내세울 수 있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스타킹은 다분히 방송의 성공을 위해 출연진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브리티즈 갓 텔런트에 가깝지만 과연 방송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선택한 출연진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진행자들의 오버스러운 칭찬 릴레이'가 과연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의견을 내는 보조 출연진들은 게스트 형태로 매주 바뀌는데다가 이들 출연진들이 대부분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 신인이 신인을 평가하는 누가 봐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낄만큼 문제가 심각한데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결코 출연진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뱉지 않는다. 프로그램 포맷 역시 그들의 공연을 중간에 중단시키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만큼 매력을 뿜어내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주며 여기에 그들을 최대한 돋보이도록 유치하리만큼 특수효과와 찬양 자막을 홍수처럼 쏟아낸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얘 멋지지, 예쁘지 재미있잖아?'라고 억지로 강요하듯이 말이다. 스타킹의 시청율 그리고 출연진들이 이후 UCC에서 누리는 인기가 결코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킹에서 보면 '어라 이 녀석 조만간 대박나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수두룩했지만 지금 과연 데뷰해서 대박을 떠뜨린 사람이 있기나 한가?

혹시 스타킹에서 대박을 떠뜨린 스타로 펨핀코를 떠올리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확실히 스타킹이 낳은 스타로 보일 수도 있고 그의 행보는 '대박'에 가깝다. 그런데 그가 지금처럼 성공하기까지 스타킹이 해준 역할이 뭐가 있을까? 스타킹을 매주 오프라 윈프리가 시청하는 게 아니지않은가? 결국 UCC로 만들어진 스타킹 동영상이 '우연'히 오프라 윈프리에게 얻어걸린 '엄청나게 강한 운'이 작용한 것이다. 스타킹은 단지 그 '엄청나게 강한 운'의 계기를 제공했지 펨핀코를 오프라 윈프리로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역할조차 제대로 했다고 보기 힘들만큼 방송적 권위는 없다. 오프라가 스타킹의 평가 시스템을 신뢰해서 '아 스타킹에 나올 정도면 대단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펨핀코를 데려간 게 아니지않은가? 결국 동영상을 본 오프라 윈프리가 직접 판단했을 뿐이고 스타킹은 콘테스트 방송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했음을 오히려 반증하는 사건이 되시겠다 콘테스트 방송을 표방하는 스타킹으로서는 펨핀코를 내세워 자랑스러워할게 아니라 오히려 창피해해야 하는게 옮을 것이다.

이처럼 콘테스트 방송은 지금처럼 방송국이 단순히 주말 버라이어티처럼 편성하고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콘테스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NTV의 '우타 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의 평가 시스템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그것을 능가하는데 아메리칸 아이돌은 '독설'을 해서 출연진을 울리긴 해도 그 독설이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타스타는 아니다 싶으면 '독설'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음악을 중단시켜 무대 뒤로 퇴장시켜버린다. 이 방송이 방영되는 시간이 무려 월요일 심야 12시 40분이라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그런데도 시청율은 나쁘지 않다. 심사위원들도 일본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한 수준급 아티스트들을 만들어낸 기획자, 작곡가 등 누가 봐도 고개를 끄떡일만한 특급 전문가들로 꾸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아무리 냉정하게 출연진들을 내쳐도 시청자들은 특별히 이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갖지 않는다. 결국 우타 스타가 보여주는 철학은 '방송의 질적인 측면이 확보되면 시청율은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프로그램의 정말 초심과도 같은 단순한 공식과 '콘테스트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레라고 할 수 있곘다.

이런 측면에서 스타킹이 보여주는 이른바 '착한 방송 컴플랙스'는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는 콘테스트 프로그램으로서 아쉬움이 짙다. 마치 어른들이 자기 자식을 키울 때 19금을 철저히 배제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들만 보여주며 세상은 아직 아름답고 따뜻하다고만 가르치는 구역질나는 위선과 닮아있는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나중에 세상이 실제로 아름답지 않았을 때 부모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낄 것이며 과연 그 세상에서 나쁜 것들을 구분하고 타파해나가며 살 수 있을까? 세상에 뭐가 나쁘고 뭐가 좋은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지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킹은 위선 방송이 되어서는 안된다. 출연진들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옥석을 가리고 그래서 석이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혹은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위선의 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이번 조작방송 징계 사태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는가? 무조건 칭찬하고 넌 잘하고 있다는 격려 물론 좋다. 하지만 그건 콘테스트 방송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다. 격려하고 응원하는 건 가족과 친구에게 맡겨야 한다. 방송까지 나서서 착한 가면을 쓰고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해대면 그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옮을 길을 가고 있는지 내 능력이 내 꿈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전혀 판단하지 못하고 방황 끝에 벽에 부딛히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사실 스타킹을 비롯해 착한 방송으로 가득 차 있는 방송계보다 더욱 아쉬운 건 시청자들이 TV에게만큼은 정말이지 지독한 윤리강령을 들이대는 모습이며 그보다 더 아쉬운건 이런 시청자들로 인해서 실제 인격적으로 악질적이지 않은 중립적인 냉정함을 갖춘 예능 분야 전문가들이 점차 사라지거나 성공을 위해 가면을 쓴 채 용접을 해버리고 있는 추세에 있다는 부분이다 시청자들 윤리강령의 모순점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연령 제한 표시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10시에 하는 15금 드라마에 키스신이 나온다고 초등학생 아들과 같이 보기에 불편했다는 의견을 올리는 일이 결코 드물이 않다) 앞으로 TV프로그램이든 다른 매체이든 필연적으로 음악게는 이미 썩을대로 썩어버린 음반, 기획사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신인 등용문을 더 넓히는 시도가 음악계 내부의 부흥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느 쪽 성향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경험과 판단, 배경지식에 의거하여 상대를 중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여기에 대중적으로 인지도까지 겸비한 전문가가 아주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100분 토론에 신해철이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는 그가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런 캐릭터의 수요가 앞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방송들의 착한 방송 타령으로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거나 사장되는 현실이 이들을 견디기 힘들게 만들어 결국 신해철만이 희귀종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착하지 않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세상은 착해지지 않는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지 않으면 세상의 어디가 더러운지 알지 못하면 세상이 깨끗해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방송이, 스타킹이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주는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입발린 칭찬보다는 냉혹한 혹평이 필요하다. 스타킹은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 스캔들 한 방도 시기적절하게 터져줬겠다. 잠시 휴식기를 갖든 뭘 하든 포맷을 전부 갈아엎고 (장난스러운 프로그램 분위기부터 개선해보자) 진정한 스타을 발굴해내는, 진짜 그들의 꿈을 이루어내도록 도와주는, 나아가 국민들에게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인 기획사들의 편협적인 식성에 길들여졌던 구태적인 음악계의 편식에서 벗어나 신선한 음악을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폐지라는 이름으로 모처럼 만들어진 스타킹이라는 포맷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만일 스타킹이 폐지될 경우 방송사들은 '전례'라는 이름으로 두 번 다시 콘테스트 프로그램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들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테니까 말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25. 14:47
관련기사 >> 내년부터 125cc이하 오토바이도 면허시험

기본적인 내용은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우선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경찰청이 면허를 새로 신설한 근거가 너무 치졸한 데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자동차 면허를 따면 오토바이 면허를 면제해주는 곳은 없다" 라고 말한 부분이 그렇다. 우선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진 않았어도 지금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 '50cc이하'의 원동기는 별도의 면허취득 없이 보통자동차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다. 자전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바뀌는 면허 체계는 명목상으로 전 세계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125cc로 범위를 확대했을 뿐이지 사실상 일본에서도 면제되고 있는 50cc이하 원동기를 포함시킨 것은 한마디도 언급이 되어있지 않다. 자전거 왕국 일본에서 자전거 면허가 공식적으로 단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도 없다.

이 발표에 앞서 며칠 전에 발표된 부분이 '자출족이 300만에 이르고 있어 자전거 면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안건이 생각보다 반발이 심했는지 쏙 들어가고는 다시 나온 발표안이랍시고 나온게 저런 식인거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면 아주 도가 트신 현정부께서 그만큼 눈치가 뒷받침되지 않는게 아쉬운건 이번뿐만이 아니지만, 자신들의 뇌 용량 수준으로 국민들의 지식 수준의 표본 평균치를 산정하다보니 속임수의 수준도 형편없는 추리소설을 읽는것처럼 아주 뻔하고 만든 사람의 자질을 의심할 정도가 된다. 즉 이번에 정부가 나름 통밥을 굴린 게 '자전거 면허'를 내세우면 여론이 안좋아지니까 일단 사회적으로 잠재적 불만사항이었던 125cc이하 오토바이들의 교통흐름 방해를 떡밥으로 내세워 자전거 면허까지 슬그머니 끼워팔기를 하자는 것 같은데 일차적인 책임이야 브리핑 단계에서 이를 본격화시키지 않은 정부발표에 있고 두번째 책임은 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혹은 왜곡 축소 보도하기 급급한 (다시 말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는) 언론에 있다.

그렇다고 그 정책이 거둬들이는 세수만큼이나 국민들에게 그 이상의 편의와 이득을 가져다주느냐 하면 그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일단 자전거의 예를 들어보면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 예방 차원에서 면허를 만든다고만 나올 뿐 자출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전거 도로 확충이나 등록제를 통한 도난 방지 및 추적 등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약속은 없다. 게다가 이 제도는 현재 오토바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새로 자신의 명의로 오토바이를 등록해야 할 경우로 한정했다고 정부측에서는 나름 서민을 생각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원동기나 오토바이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기에 보통면허를 따야하는건 변함이 없고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오토바이를 못 몰게 되므로 몰려면 새로 취득을 해둬야한다는 것이다. 새로 면허를 취득하는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다. 다시 말해서 이번 정책은 원래 관례상 '신규 면허 취득자'부터 적용되어야 하는 새로운 법인이 '기존 면허 취득자'까지 파이를 확대함으로서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범위를 가능한 최대치로 맞추겠다는 악의가 숨어있는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관련된 고충 처리 사안에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번 발표를 그냥 예사로 넘겨선 안되는 부분은 보는 바와 같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처럼 '선진국'의 예를 들면 다 될 줄 아는데 이번 발표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말이 옮은 점은 '125cc오토바이 운전을 보통면허 소지자에게 덤으로 허가해주는 나라는 없다'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범주를 '오토바이'라는 어처구니없이 넓은 범위로 한정하는 트릭을 써서 이번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려 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때는 그 법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공표하기 바란다. 하물며 대기업에서도 사전에 자신들이 알리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부당한 결재가 이루어진 부분은 피해 보상을 해주는게 공식적인 관례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려 세수진작과 관련된 법안임에도 이를 제대로 명확하게 세 살짜리도 알 수 있을법한 쉬운 문건으로 몇 번이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이번 제도가 통과함으로 인해서 얻는 세수는 면허 취득에 필요한 수입인지뿐만이 아니다. 번호판, 등록비, 검사비, 장기적으로는 면허 갱신 수수료 비용까지 계산되어 있다. 결국 면허가 늘면 늘수록 늘어나는 건 정부 세수 항목과 서민들의 한숨 뿐이다.

그냥 솔직해지자 정부야 세수가 걷고 싶었다고, 그냥 걷자면 좀 그러니까 면허 제도 하나 더 만들면 뭔가 예방되는 걸 기대할 수 있다고, 예방이라고 말하면 나중에 발생했을 때 '막는'게 아니라 '예방'이므로 정부 책임이 그만큼 덜어진다고, 좀 알기 쉽게 설명해주라, 세금 걷는거 강제적으로 걷는것도 짜증나는데 왜 걷는지 알지도 못하고 거짓말만 해대면 학창시절 돈 꿔달라고 친구처럼 걸으며 삥뜯는 깡패들이랑 다를바가 뭐가 있을까? 예방 말고 방지를 하는게 정부 역할이다. 예방은 국민들에게 맡겨주면 안될까? 19금을 아이들에게 못보게 하는 건 부모가 예방할 일이지 정부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닌 것처럼 정부는 국민들을 자식새끼 보듯이 부모역할을 하는 것까지는 좋다만 부모가 되어야지 계모처럼 이용해먹고 삥뜯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23. 08:05
영화 '해운대'가 천만 관객 돌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윤재균 감독의 이전 작품 성향과 더불어 갖은 논란과 사상 유래없는 폭발적인 미디어 노출 속에 이루어진 천만 관객 돌파여서 그런지 아니면 스크린 쿼터 논란 이후 실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슈퍼 밀리언 셀러의 등장이어서 그런지 이번 해운대의 천만관객 돌파 소식은 필자로서는 제법 생소하게 느껴진다. 영화계에 발을 직접 담그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의 무게감이라는 측면에서 (고리타분한 예술성,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천만 관객을 몰고 올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일종의 찝찝함이다. 역사에 남는 천만관객이라는 코드, 그리고 역대 최대 관객 동원이라는 떡밥이 실제로 영화계를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 딜레마인지를 새삼 엿볼 수 있어서였을까?

역대 최다관객동원 작품 중 가장 오랫동안 그 기록을 가지고 있던 작품 중 하나였던 '친구'는 그 딜레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었던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부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친구'가 그 위력을 전국에 알린 선구자 역할을 했던 만큼 제작 당시로서는 곽감독 본인도 실제 최종 흥행 성적이 부산의 힘에 의해 좌우 될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정도까지일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아무튼 친구의 당시 역대최대흥행 기록은 영화계로 하여금 두 가지 딜레마를 갖게 만들었는데 그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대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 1위가 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이며 또 하나는 '부산의 힘'이라는 흥행의 판도라 상자를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딜레마가 영화계를 얼마나 속죄고 있었는지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크랭크인 당시 강재규 감독이 직접 밝힌 포부 '천만 관객설'처럼 영화계 내부에서도 어떻게든 저 두 가지 비정상적인 공식을 깨기 위해 내부적인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친구'를 끌어내리고자 했던 당시 영화계의 몸부림에서 잘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스크린 쿼터 등으로 한국 영화계가 급격히 침체되며 때마침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대거 유입으로 한국 영화 점유율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게 되자 영화계는 그동안 시도했던 갖은 영화계 부흥 해법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영화계 스스로 살아남는 것을 포기한 채 그동안 봉인해두었던 몇 가지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가 유인촌 장관을 필두로 한 정계 지원 확보, 특히 현 정부에서 좌파단체라며 힐난을 받았던 PIFF의 예산이 오히려 4억 증가한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두번째는 친구 이후 영화계에서는 '작품적 자존심'을 걸고 봉인해두었던 '부산의 힘'을 이용하자는 것으로 이전 '친구'처럼 'PK출신' 감독이 영화계와 등을 돌린 채 독단적으로 제작했던 때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제작단계부터 이해가 어려울 정도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메스미디어 노출도와 추세에 걸맞지 않는 해외 CG팀 투입 (한국의 CG제작 기술은 해외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는것이 아님에도)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많았던 관객수 집계 및 분석 기사들을 보다보면 영화계가 '해운대'에 지금의 위상과 역량을 얼마나 극한까지 쏟아부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즉 영화계는 한국 영화계의 부흥에 대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영화 자체에서 찾거나 근본적인 문제부터 수술대에 올리기보다 예전에 큰 재미를 보았던 '천만관객'코드와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단화시켰던 '부산의 힘'코드까지 총동원할만큼 실로 자존심마저 버리고 일단 살리고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는 작품 '해운대'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위험성 없는'도박은 결국 '천만 관객'을 '모으는'게 아닌 '만들어낼 수 있다는'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부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마치 '먼치킨'이나 '치트키'처럼 터부시되오면서도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생각보다 큰 도시 부산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같은 부산'만'의 코드는 PK출신들 이외에는 좀처럼 공유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생각해보면 제법 단순한 그들만의 코드 '낭만주의' 좀 더 그럴싸하게 표현하면 '르네상스 주의'가 그것이다. 독창적인 코드와 세계관을 가지고 시대의 변화를 철저하게 외면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항구도시'의 '마도로스 감성', 그들에게 있어 부산은 버릴 수 없는 그들만의 자존심인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절대 부산 출신 앞에서 부산을 구설수에 올릴 수 없을 만큼 부산이라는 이름은 부산출신들에게 있어 분신과도 다름없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애향심, 나쁘게 말하면 구시대적 지역주의의 잔재라고나 할까?

이들에게 '영화'에서 '부산'이 메인으로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영화가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밀리언 셀러의 가능성을 내포한 대작이라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무조건 부산 코드를 썼다고 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 '최대관객기록'이나 '천만관객'같은 기록에 남을 만큼의 가능성 (작품성이 아닌)이 있는 작품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영화는 부산인들에게 있어 부산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 PIFF처럼 무척 각별한 부분이니만큼 이들이 느끼는 감성은 다른 지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 있다. 해운대 역시 메스컴의 수많은 설레발로 인해 '친구'이후 빼앗겼던 자존심 '최다관객기록'이라는 타이틀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부풀게 만들었고 이런 희망이 지금의 천만 관객 카운트다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 즉 부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감히 예상하지만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넘어서 역대 최대관객동원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이유이지만 해운대가 '해운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금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 즉 부산인들을 극한까지 자극시켰던 코드가 다름아닌 현 최대관객동원 기록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괴물은 '한강'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산인들에게 있어 '괴물'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나라최다관객동원을 한 영화가 어떤 중립적인 지역이 아닌 '서울'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결국 부산은 서울에게 질 수 밖에 없느냐는 박탈감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괴물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서울'이며 괴물의 최다관객동원 기록은 서울에게 밀려 추락한 부산의 자존심을 긁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 점을 정말 뺏속까지 완벽하게 분석한 영화게는 한강에 견줄만큼의 상징성을 가진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부산인들에게 '괴물', 아니 '서울'을 똑같은 영화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부산은 결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게로서는 부산의 힘 코드뿐만 아니라 그동안 금기시해왔던 극약처방을 총동원한 만큼 해운대의 흥행 뒤에 상처뿐인 영광이 남겠지만 부산은 설령 이용당했을지언정 어떤 플라시보보다 강력한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산 혹은 부산 출신 관객들이 천만 관객 동원에 어느정도 기여를 했는지는 확실한 통계가 잡히지 않겠지만 (영화관 문앞에서 앙케이트를 벌이지 않는 한 불가능) 지금까지 두번 세번을 봤던 관객들은 앞으로 남은 300여만 수치를 넘기기 위해 네 번 다섯 번 보는 것도 마다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운대가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될 때까지 말이다. 그들에게는 '괴물' 아니 '서울'에게 명목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기록을 만드는 것은 작금의 경제상황과 무관한 삶의 의미에 비견될 만큼 중대사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러나 영화계는 이번 천만 관객 동원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자존심으로 남겨두었던 '부산의 힘', '정계 협력'등 영화계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는 증거로 남을 만한 악수를 총동원했기에 영화가 영화로 남을 수 있기 위해 싸워왔던 '사전 검열', '정치적 간섭'등으로 인해 되찾아오고 있었던 '영화적 순수성'을 그들 스스로 내던져버린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재균 감독의 명성(?)으로 인해 이같은 영화계의 무덤 파기는 이미 예전과는 달리 일반 관객들에게 쉬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박찬욱 감독처럼 해외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시게를 거꾸로 돌리는 '한국에서만 소화 가능한' 작품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부산의 힘을 새삼 확인하고 메스컴의 활약과 정계의 서포터가 어우러진 희대의 '도련님 영화' 해운대의 천만 기록은 영화인들에게 있어 '작품 철학'을 영화인 지망생들에게는 '꿈꾸던 작품을 만들면 언젠간 인정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영화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은 이미 영화가 영화가 아니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영화계의 이번 악수가 안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로들의 정말 단순한 발상 '왕년 타령'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르네상스의 결정체 '해운대'는 결국 어느 누구도 득을 주지 못한 천만관객영화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RushAm 2009. 8. 22. 11:31

하여간 악플 하나는 정말 싫어하는 민족인 것 같다. 물론 자기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악플 문제도 민감한 정도가 심한 것 같고, 여러모로 '비난'이나 '명예'를 조금 과도하게 중시하는 듯한 사회적 풍토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500년간의 조선시대에서 비롯된 유교사상과 양반문화가 만들어낸 현대화 패착의 잔재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깨끗한거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완전히 더러워질때까지 먹물을 끼엊어버리는 백의민족의 이기주의도 분명 산재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베라의 한국 비하 논란도 그렇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녀가 '독일'에 가서 '한국 문화'에 대해 '자기 생각'을 쓴 책을 냈는데, 왜 한국이 방방 뛰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교과서를 왜곡해서 침략역사를 뒤바꾸려 한것도 아니고 독일에 가서 한국의 분단 문제를 꼬집을만큼 정치적인 글을 담은 것도 아닌 순수하게 1인의 한국 경험자로서 한국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대해 쓴 것 뿐인 것 같은데 말이다. 무슨 매를 맏아도 우리 엄마에게 맞는게 남에게 맞는것보다 낫다는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외국의 칭찬에는 지나치게 귀를 열어두고 외국의 비판에는 지나치게 입을 꼬매려는 감이 없지 않다.

일단 결론부터 짓자면 기자가 어떻게든 좀 떠보려고 '낚시'한것밖에는 안보인다. 미즈노 교수랑 비교한 부분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는 그냥 채식주의자에 대한 차별 문제와 남자들의 워커홀릭 등 지극히 상열지사적인 문제만을 지적한 것을 가지고 사회 전반적인 무시를 했다고 선동하는 듯한 내용이 그렇다. 나름 화제가 되고 있으니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 쓰는 능력은 없어도 기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근성에 앞서 '우리가 왜 그리도 백의처럼 하얗게만 살아야'한다는 컴플랙스에 집착하느냐는 부분이다. 그것도 꼭 손님들, 외국에게는 반드시 순수하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착하게만 보여야만 하느냐는 컴플랙스가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에서 누가 꼴불견짓을 하면 '한국 이미지 망친다'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그 혀를 차는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외국인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져있다. 베라가 책을 내서 그 책이 밀리언 셀라라도 기록했던가? 한국인이라고 가슴에 써붙이고 다니면서 길거리에 똥을 싸지르고 다닌다고 해서 과연 외국인이 '아 한국인 전체가 미개하구나'라고 생각할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외국인이 어떤 이상행동을 보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외국인 개인에 대한 비난 이상으로 그 국가에 대한 비난을 서슴치 않는데, 이게 역으로 외국인들도 그럴 거라는 모순적 발상이 그렇다.

어떤 일본인이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일본에서 AV가 넘쳐난다고 일본 전체가 야쿠자 집단이며 일본 여자 전부가 성에 개방적이라고 착각하는 모습에 우리 자화상의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일본에는 1억 3천의 인구가 있고 매일 총격살인 사건이 넘쳐나는 미쿡도 5억 가까운 인구가 있다. 5억 전원이 총기사고 잠재용의자라면 미국은 진작에 미쳐돌아갔으며 일본은 난교천국으로 대혼란에 빠졌어야 정상이지만 실제 그런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리의 뿌리깊은 악속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부터 좀 뜯어고쳤으면 한다.

베라는 그냥 독일인 중 한 명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썼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베라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돈을 좀 벌어갔는데 배은망덕하게 배신했다고? 웃기는 소리다. 배신이 뭔지나 좀 알고 떠들도록 하자, 그녀가 말한 건 그 왜곡하려고 작정한 기사 속에서도 '한국 남성들의 워커홀릭'과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소수 취향의 몰이해', 그리고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의 '위선성'이다. 이거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알면서도 스스로 더럽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쉬쉬했던 것 뿐이지 않은가? 제발 깨끗해지고 싶다면 세탁기에 넣고 빨려고 노력해야지 안 더럽다고 자기최면만 외다보면 그 좋아하는 손님들은 우리의 퀴퀴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갈 뿐이며 남는 건 자기최면에 정신 못차리고 코가 마비돼 난 깨끗하다고 자뻑하는 고립된 단일민족만이 남을 뿐일것이다.

posted by RushAm 2009. 8. 15. 08:54
이명박의 지지율을 두고 말들이 많다, 30%를 넘었네 40%에 육박하네, 서울시장때처럼 뒤늦게 인정받고 있는거네, 아니네 참 말들 많다. 지금 지지율이 중요한 게 분명 아닌 것 같은데 다들 지지율 이야기뿐이다. 누가 얼마만큼 그를 지지했는지가 정말 문제인가? 촛불정국때 15.7%까지 떨어졌을때 이명박의 정책과 40%에 육박한다고 말하는 지금의 이명박의 정책이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어차피 탄핵은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으며 5년 내내 하고 싶은 정책 다 하고 내려올 사람에게 중간지지율이 무슨 소용인가? 미국처럼 4년 연임제라면 중간지지율이 의미가 있겠지만 에초 5년 단임인걸 알면서 뽑아준 국민들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 사람들의 국민스포츠가 된 느낌이다. 5공때는 그 국민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프로스포츠로 돌렸다면 5공이 끝난 뒤에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으로 현실의 어려운 속쓰림을 달래는 게 서민들의 일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마 ys정권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역시 그 당시는 경제 위기로 인한 타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정말 명확했기에 가능했다. 경제부처든 뭐든 당시 YS의 문민정부 경제정책은 막판까지 폭발을 눌러놓지 못하고 터저버리고 만 셈이었으니까, 비난의 화살을 날릴 대상이 그때만큼 명확했던 적도 없었기에 대학살의 주인공 전두환과 노태우보다 YS가 한층 더 욕을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지 '자기 잘못을 세 살 짜리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인데..

YS이후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은 체감적으로 단 한시도 '살림살이'나아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YS의 유산이었던 '이 모든건 대통령 탓이다'라는 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사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노무현 때부터 유행한 것 같지만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통계적으로 쉽게 여론 파악이 될 수 있었을 뿐 김대중 정권 당시에도 이른바 '나랏님 탓'은 꾸준히 성행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간 국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가 꾸준하게 이루어져 국민들이 국정 흐름에 대해 이전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 있기에 이같은 비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꼬집어가며 이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손에 꼽힐 정도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수완 부족의 사업 실패든, 운이 안좋았든, 어떤 이유로 인해서 정부 정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대통령 잘못으로 돌리는게 일상화가 된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평 속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YS의 그것'처럼 정부의 과오가 너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작금의 현실이 현 정권과 그 정권의 수장인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이 문제가 '이명박'을 비난해서 될 문제냐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서민들의 책임전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째서 서민들은 '나랏님탓'을 하면서도 선거에서는 나랏님에게 힘을 실어주는것인지에 대해서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가?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처음부터 틀어진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다혈질적으로 눈앞, 내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이전 5공까지 철권의 권력을 자랑했다. 지금 대통령의 권위가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권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편적인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지금의 권위가 적당한 수준으로 5공때의 그것은 독재정권의 잔재가 완전히 씻어내지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논외로 쳐도 무방하다. 말하고 싶은것은 지금의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면면만 보고 나라의 명운을 가늠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다름아닌 '노무현'이다. 많은 진보층들은 노무현이 평소 보여주었던 극진보적인 성향을 믿고 표를 던졌지만 그는 그들의 기대대로 정권을 극진보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자리 자체가 절대 혼자 딛고 일어설 만큼 단순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그 뒤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급조한 한끗발 날리는 2진급 보수층 인사들이 상당수 남아있었고, 이들이 탄핵사태 이후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을 양분해나간 탓에 이후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에 노무현이 남은 임기동안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정국에서 대통령이 힘들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열린우리당 전체가 '친노파'가 아닌 이상 결국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재선과 이익을 위해 줄서기를 하는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과반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여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반문이 '지금도 친이파, 친박파가 갈려 있으니 사실상 당시와 다를 게 없지 않나?'라는 부분인데 지금과 그때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친노파 이외의 계층이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없었다. 아니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게 정답이다. 김근태, 정동영,추미애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자신이 포스트 노무현임을 자처하며 노무현 임기 초기부터 서포터를 모으는데 열중했고 그중 일부는 실패했다. 그 결과 후보를 처음부터 한 명으로 집중하여 서포터를 충분히 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한나라당에 비해 마지막까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며 내부에서도 대체 누구를 서포팅해야 이명박을 잡을 것인지 마지막까지 혼돈을 거듭한 결과 선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투닥거리긴 해도 대의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각 진영에서 원톱을 정해두고 있으며 이미 차기 대권주자의 기세싸움에서 박근혜로 일찌감치 확정한 친박진영에 비해 현 국정지지도에 위기를 느낀 친이진영이 아직 그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지 못한 부분으로 인해 많은 친이계열 서포터가 친박쪽으로 옮겨가있는 상태다. 암묵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박근혜를 서포팅하는데에 합의를 도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꽤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단순한 '쇼'일 뿐 이미 이익 배분에 있어서는 합의가 되어있기에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친박진영도 친이와 이명박의 정책 기조에 협조하는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의 화살도 그래서 과녁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으로 마음껏 정책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았다는 걸 정,재계는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전처럼 '정권을 잡으려'하기 보다 '대통령을 만들어 내'려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예전에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뒤에 줄을 서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의 지지율을 뒤에서 끌어올려주는 서포터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우리가 아는 범위 이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구 보수 인사들은 물론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서포팅을 하여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셈이다.

이런 대통령이 과연 자기가 하고 싶은 '그것'을 제대로 펼치고 있다고 보는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 재계 서포터들의 투자 대비 이익을 실현해주고 대신 국민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총알받이 방패일 뿐이다. 다시말해 이명박이 친재벌 성향이라서 지금 정권에서 재벌 위주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자들이 투자한 만큼 이익실현을 하고 있을 뿐이며 이명박은 그에 충실하게 이행해줄 의무가 생긴 샘이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철권력의 대통령은 먼 옛이야기이다. 지금은 누구의 이익을 어떻게 실현해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이며 이미 미국은 몇십년전부터 이러한 정치 풍토가 자리잡아 50:50이라는 팽팽한 구도가 매 선거마다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2007년 선거처럼 압도적인 완승, 완패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금 서민들은 이명박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 지금의 달라진 정치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부 진보계 지지층조차 '이명박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계층들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래서는 다음 선거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처럼 선거 당시부터 양측의 정책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지난 선거에서 드러났지만 '이미지 정치'가 아직도 먹히고 있고 그 이미지를 만드는 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서포터'인 현실에서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명박'을 비판하기 전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서포터들이 누구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명박이 지금 대운하를 파고 4대강을 살리고 미디어법을 통과시켜서 70대에 육박하는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보는가? 이미 예전처럼 비자금 조성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이명박 개인'이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득을 보는 건 조금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임기 이후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 중요한건 남은 임기가 아니라 남은 여생인데, 그쪽으로 생각해봐도 지금 이명박은 무덤을 파고 있을 뿐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무슨 천문학적인 득을 보고 있는 마냥 모든 것을 이명박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이명박은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서포터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이명박이 따다 준 과일을 먹어가며 TV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감상하듯 서민들과 이명박의 대치상황을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어렵고 이명박의 정책이 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에 주목하자,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나오는 후보들 역시 그 후보 자신의 면면이 아니라 그를 움직이는 서포터가 어떤 성향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계열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위하는 후보가 나온다는 부분도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민을 등한시하고 친재벌정책을 취하는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착각도 이젠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들 후보가 누구의 돈, 누구의 권력 하나하나가 모아져서 지금의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물론 100%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친재벌 서포터가 없는 쪽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지금의 매니페스토 검토보다 훨씬 미래 정국을 예측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위험하다, 이명박이 위험한 게 아니라 이명박 다음이 위험하다. 지금 정서가 위험한 이유는 이명박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만 아니면 누구라도 OK'인 이런 흐름이 불안한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지지율 하락이나 비판에 눈하나깜짝 안하는것이다. 만일 이 화살이 한나라당 전반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한나라당은 위기감을 느끼고 철저하게 진화에 나서겠지만 이미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가득한 한나라당은 정권 초기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거는게 결코 차기 대권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계산에 넣고 이명박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노력했고 국민들은 그에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명박만을 비판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이명박'만'을 비판한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단물을 다 빼먹은 껌처럼 뱉어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줄 차기 총알받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저 후보가 착하다', '어디 출신이다', '잘생겼다' 등의 이미지 정치법 지지 성향에서 벗어나 나에게 과연 이득이 될 만한 집단들의 서포팅을 받고 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 한다. 물론 보수쪽 집단의 집권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던지)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쪽에 맞춰, 서민이라면 서민쪽 정책 성향에 맞는 서포터를 보유한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것이다. 일면 어려워 보이지만 지금 보는 핀트를 조금만 옮겨가면 쉽게 보이는 부분이고 이를 귀찮다고, 내 이득과는 상관 없다고 등한시하는 분들은 향후 그 선택으로 인한 어떤 손해가 오더라도 정권 탓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TV광고에 나오는 상품설명을 믿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서포터들이 '이 후보 서민대통령이에요'라고 광고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찍지 말라는 것이다. TV광고는 그다지도 불신하면서 어째서 후보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다지도 철썩같이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TV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처럼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이 보여지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사실 정치계가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복잡한 계산을 강요하게 만든 것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매니페스토를 믿지 못하고 정치인들 역시 자신의 매니페스토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렇다. 다만 어렵더라도 잠깐이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깐 머리를 굴려보고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귀찮게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랑 관계없고 먹고사는데 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정권에서 국민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 아니던가? 이제는 '이명박'만 아니면 돼! 가 아니라 '이명박을 밀어준 놈들 생각대로 되서는 안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이명박이 남은 임기동안 뭘 하느냐가 아니라 다음 대선때 이명박과 똑같은 놈이 되는 것을 막아야하는데 그걸 무슨 수로 구분해내야하는건지 지금부터 차분하게 연구해나가야 한다. 남은 3년 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1년 후, 2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명한 국민들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