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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리그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 그는 무려 현역시절 포함 50여년간 깨지지 않았던 통산홈런 기록과,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던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이 196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로져 메리스라는 선수에 의해 깨질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베이브 루스의 전설을 광신하던 사람들은 그 기록이 깨지는 것을 환호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을 시기하며 베이브 루스가 활약했을 당시의 경기 수인 152경기와 똑같은 기준에서 로져 메리즈의 기록을 평가해야 한다는 억지논리를 펴며 그의 신기록 경신을 드러내놓고 반대했다. 이처럼 팬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이 응원하고 믿는' 무언가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가 나오는 걸 원치 않는다.



울랄라 세션의 프로 논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출연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이 출연자에 대한 팬덤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 팬덤은 필연적으로 팬덤의 대상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피해의식에 따른 공격적인 행동 패턴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팬덤들이 그러는 거 하루이틀이겠느냔 말이다. 문제는 그 팬덤들의 초딩짓에 반응하는 일반 시청자들의 동요다. 아마도 이는 일반 시청자들이 '동일하게' 느끼고 있는 어떤 부분을 팬덤의 '허튼소리'가 아주 제대로 찌르고 들어간 모양인데, 모양새로는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울랄라 세션의 프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울랄라 세션이 이전에 음반을 내고 프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마 홍대 같은 소극장 공연에도 섰을 것이란다, 이처럼 충분한 실전 트레이닝이 있었던 만큼 다른 아마추어들과 경쟁하는건 반칙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공화국 공식성명이므로 글이 길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단지 글을 좀 짧게 마무리지으려는 목적으로 지금부터 그 논리를 펴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1. 울랄라 세션이 슈퍼스타K에 출연하기 직전까지 울랄라 세션이라는 그룹 이름을 들어봤는가?

2. 울랄라 세션이 냈다는 음반 인증샷을 직접 인증한 적이 있는가?
     (올리는 본인이 직접 얼굴 드러고 올린 인증샷을 말한다)


3. 프로 가수협회, 가수분과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등록번호나
   무슨 무슨 정품인증 씰 같은 타진요틱한 인증이라도 해봤는가?

4. 이들이 슈퍼스타 K 이전에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은 고사하고
   CJ계열은 물론 변방 종교방송에라도 TV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걸 본방사수했던 사람이 있는가? 혹은 나왔는가?

  5. 울랄라 세션이 메인 이벤트 행사 무대는 고사하고 홍대 클럽 같은 곳에서 발견하고
     그들의 활동 모습을 찍은 인증샷을 들이댄 적이 있는가?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이 TV에 나와서 '우리 홍대에서 음악하고 있어요'라고 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

  프로 가수는 프로복서처럼 따로 라이센스가 있지 않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누군가에 의해 그 가치를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 논란 전에 있었던 '프로 가수'라는 인증은 어떤 것이었을까? 필자는 대중문화는 '대중'이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마니아'들이 아닌 '대중'이 인지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문화적 가치가 냉혹한 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프로다. 언더 음반 시장이 거의 붕괴 측면에 도달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필자는 말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프로의 이미지와 울랄라 세션에게 들이대는 프로의 잣대는 모순되어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 모순된 잣대를 들이밀면서까지 이런 짓을 하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설령 울랄라 세션이 음반을 냈고 반칙도 했고, 소문대로 위암 4기도 거짓말이라고 다 드러난다고 해도 우리는 '문화 소비자'로서 매우 부끄러운 줄 알아야할것이다. 심사위원 대중들 모두 '프로'라고 의심할 정도로 시기할 만큼의 메이저급 실력을 가진 그 친구들을 우리는 아마추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테니까, 실제로 그들이 음반까지 내고 프로가수처럼 활동을 하려 발버둥을 쳤다고 해도, 우리는 그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들의 몸짓과 율동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랬던 우리가 너무 부끄러워 이제는 이들을 인정하려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중이 울랄라 세션에게 '반칙'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내가 지금까지 프로라고 생각했던 가수들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들을
대중문화의 주인인 대중으로서 발견해내지 못했던 미안함과...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금까지 인정해왔던 프로의 기준을
이들이 깨버리고, 혹은 이들의 실력에도 프로라는 타이틀을 주지 않았던
대중들의 고집스러운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일로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은
울랄라 세션이 아니라

필자를 포함한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우리 모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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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에 대한 포스팅을 곰곰히 살펴보면 묘하게 '대호평'과 '극단적 비판'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두 극단적인 문맥갈림이 거슬러올라가다보면 결국 '나가수의 시스템'이라는 원류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한 가지의 시스템을 두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우선 대호평쪽의 이유와 근거로는 일요일 저녁 5시라는 상당히 보기 편한 시간대에 지금까지 상당히 보기 불편했던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높은 가창력의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반 이상의 페이지를 칭찬으로 소비한다. 거기에 이 프로그램에 대한 가수들의 태도가 곁들여진다. 지금까지 이 '아티스트라 불리웠던 자들'은 언제나 그 가창력이라는 이 나라에서 참 유지하기 힘든 생존수단 만으로 생존했다는 것만으로 음악팬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음악 팬들은 그들이 행여 이 나라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해주고 있었으며, 그들의 콘서트에는 언제나 그들의 음악을 들을 생각이 충만하다 못해 넘처 흐르는 사람들만으로 가득채웠다. 이런 무대에서만 서 왔던 그들은 언제나 '헛기침'만 해도 열광해주는 무대에만 익숙해져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지금까지 관객을 만족시키려는 음악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만족하며 들어주는 사람들 앞에서만 노래를 부르는 일종의 '현실도피'를 음악적 자존심이라는 이유로 당연시해왔다.

그러던 그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무조건 추앙해줄 거라는 보장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무대에 섰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이제 '엄마'앞에서의 응석부림이 아닌 진짜 자기 음악을 그냥 그렇다고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는 그 이상으로 속에 있는 무언가를 전부 내던져야만 했다. 그들의 이런 버닝하는 모습을 이끌어내는 방송 더구나 그런 방송이 수요일 심야 1시가 아니라 일요일 저녁 5시에 방송된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을 그렇게 모든 걸 던지게 만드는 주체가 '시청자'라고 말해주는 방송, 그들이 호평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극단적 비판을 하는 포스팅의 경우 이를 역순으로 뒤집는다. 처음에는 가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지 않는 '가수 중심이 아닌 시청자 중심이 된' 무대를 만들어 등수라는 게 의미가 없는 그들의 제각각 다른 개성강한 음악 세계에 등수를 매겨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무리를 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포스팅들은 점점 후반부로 갈 수록 프로그램 전체를 비판하던 목소리에서 점점 한쪽 귀퉁이로 좁아지게 되는데, 주로 특정 1인을 지정하며 그 가수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그 가수가 원래 잘 부르는 가수인데, 쥐뿔 모르는 관객들 앞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무리를 하게 만들어 이미지가 훼손되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곤 한다. 주로 이런 쪽으로 좁아지는 대상은 '김연우', 'BMK', 간혹 '임재범'이 그 대상이 된다.

대상을 지칭한 이후 이들의 비판은 상당히 그 논리가 분명해지는데, 이들이 지칭하는 가수들은 주로 '낮은 순위의 결과'가 나왔거나 '블로거 자신'의 기준으로 인정하기 힘든 사람들보다 '순위가 뒤졌다'라는 점을 든다. 김연우의 경우를 예로 들면 김연우의 특징이 주로 절제된 감정 표현 속에 맑은 목소리로 호소하는 스타일이라며 이걸 제대로 듣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평가로 인해 김연우 본인이 본인의 모습을 잃고 오버버닝을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주저앉을 정도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아프다는 식의 '팬으로서의 감상'을 근거로 덧붙이는 자의적 판단에 따른 객관화의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극단적 비판을 하고 계신 몇몇 블로거들이 착각하고 있는 첫 번째는 이들에게 '나가수'의 출연을 그 누구도 강제한 적도 없고, 출연 전에 '나가수'의 포멧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출연의 판단은 그들이 했으며 이런 무대의 특성이나 기획 의도 역시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했음에는 두말할여지가 없다. 그런 그들이 반드시 '자신이 가진 개성'을 인정받아가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환경 속에서 노래를 부를 것을 충분히 각오한 그들의 마음을 애써 대변한다며 쓰는 포스팅이 과연 그 가수의 팬 이외의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두 번째로는 자신이 가진 기준이 반드시 '정설'에 가깝다는 편견에서 불러온 나가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다. 아직 잘 지켜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나가수의 기본 기획 의도는 '음악의 다양성'이다. 필자가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정말 숱하게 봐온 음악 커뮤니티에서의 언쟁 중 하나가 A가수와 B가수 중 누가 더 가창력 지존인가 하는 정말 무의미한 논쟁들이었다. 이러한 논쟁은 사실 선동렬, 최동원 떡밥이나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는 소시팬덤과 아이유팬덤의 싸움과 본질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부르짖던 이들의 포스팅은 결국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객관성을 잃는다.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한다면 YB보다 훨씬 잘한 김연우가 왜 YB보다 순위가 낮냐는 식의 끝맺음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YB가 가진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심지어 1위 박정현이 어떤 노력을 해서 그 순위를 얻었는지, 이소라가 어떻게 해서 2위를 얻었는지는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는 그들이 '시청자들의 취향'에 걸맞게 자신들의 개성을 버려가면서 점수따기로 일관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자신의 색깔을 지키고 있는 김연우와 BMK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이소라가 지난 주 무대에서 정말 자기 개성을 다 버렸는가? 오히려 진짜 이소라다운 노래로, 아니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보다 더 대놓고 자기 색깔을 드러내버렸다고 느낀 건 필자 뿐인가? 그런데 2위를 했다는 건 이미 음악적 개성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지 않았던가? 1위를 한 박정현은 어떤가? 박정현는 처음 인터뷰에서 조용필 선배님에게 칭찬을 듣고 싶다는 감상을 밝혔고, 음악 극후반부에 이르기 전까지 가능한 자신의 내지르는 창법을 최대한 억제하며 원곡이 가진 음악적 특성을 충실히 표현하려 애썼다. 그리고 곡 후반부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창법을 시원하게 쏟아낸다.


착각하고 있는 세 번째는 '평가단'과 '시청자'를 너무 바보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가수에는 어떤 절대기준이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생겨져있고 그로인해 그에 속하지 않고 속할수도 없는 김연우가 시스템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사랑해마지않는 가수들의 잘 드러나지 않는 개성까지 일반 관객들이 캐치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핸디캡은 비단 일부 가수들만에 한정되지 않고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한 번씩은 거처가도록 공평하게 배분되었다고 생각한다. YB는 잘 알려진 몇 가지 히트곡을 다 제껴두고 부담감이 컸을 나가수 '첫 무대'에서 일반적으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생소한 노래를 불렀지만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중위권을 지켰고, 불과 2주 전에는 박정현이 '전혀 들어본 적 없을' 곡을 선택했다고 고백한 뒤 '이 곡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어서 꼭 부르고 싶어요, 관객들이 좋아하게 만들거야! 라는 각오를 하며 부를 거에요'라는 포부를 밝힌 바가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내린 평가단들이 정말 음악을 대중성에 비춰 가려듣는 사람들이라고 함부로 단정할 수 있는가?

500명의 심사단은 처음에 누가 출연할지는 전혀 모른 채로 녹화장에 들어온다. 당연하겠지만 그 누구의 팬이 더 많이 섞여 있을거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거다. 게다가 누가 나올지 모르는 가요 프로그램 방송 방청객, 낮녹화에 발걸음을 옮길 사람 정도라면 적어도 음악깨나 듣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정도 정성을 쏟기가 힘들다. 특히 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할 것이다. 이들 블로거가 무시해 마지않는 40~50대의 평가단들이 음악 듣는 귀가 닫힌 바보들이라는 평가에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다양성이라는 근거를 통해 인정받고 싶거든 먼저 상대방이 가진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나가수의 처음 기획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 몇몇 가수의 팬을 간접적으로 자칭하고 있는 당신들은 오히려 나가수의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당신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가수가 힘들어하고 지쳐하고 아파하는 것을 보다 못해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신의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제대로 다양성을 인정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깎아내리며 프로그램의 공정성까지 들먹이는 건 너무 치졸하지 않는가? 마치 들어본 적도 없는 곡에게 졌다고 분풀이를 하는 걸그룹 팬들과 음악같지도 않은 음악을 하는 걸그룹을 좋아라한다며 그들을 꾸준히 경멸해왔던 당신들이 하는 행동이 그들과 대체 다른 게 뭔지 말해주지 않겠는가?

나가수는 생각보다 가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가수에서 가수들에게 무언가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주체를 굳이 꼽자면 평가단과 시청자들이 될 것이다. 그런 시청자들과 평가단이 과연 그들에게 '당신의 음악을 버리고 대중적인 음악을 해!'라고 강요하고 있을까? 이미 지난 결과로서 그렇지 않다는게 너무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몇몇 가수들이 그런 부분에 지례 조급해하며 자신이 해온 음악에 자신감을 잃고 너무 쉽게 대중성에 휘말린다면 그거야말로 한심하지 않은가? 가수라면 자신의 음악이 비주류라 할 지언정 자신이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이 어느 정도로 훌륭한지를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좀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만 하지 않나?


착각하지 마라, 평가단과 시청자들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지켜가면서 '내 음악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라는 열망을 무시할만큼 어리석고 바보같지 않다. 당신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만큼 다른 가수들 역시 당신들의 그 사랑에 진배없을 만큼 반대편에 서 있는 그들이 가진 잘 알아채기 힘든 매력을 느끼며 살고 있다. 당신들이 반대쪽에 있는 그들의 숨은 매력이 잘 보이지 않아 그들을 평가절하하는 만큼 당신들이 사랑하는 그 가수의 숨은 매력을 애써 찾아 좋은 평가를 내려주길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나가수는 그들을 비춘 거울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음악의 파이가 지극히 작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걸 홀로 독식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영향력 속에 보호받으며 호랑이로 군림해왔다. 사랑해주는 사람들 품에 안주하며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과 거리를 분명히 두며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왔다.


임재범의 노래, 김연우의 노래, BMK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는 걸 듣기 싫어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들이 부른 재해석의 의미가 없을 완벽한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거다. 그 정도로 신격화되어있는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건, 더 늘어나지 않고 늘어날리가 없는 고정 팬들의 지지에 안주하며 자신이 하는 음악의 저변 확대나 같은 음악을 하는 후배들을 위해 장르 대중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절대자가 되어버린 그들을 대신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과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성장할 여지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는 거다.

그런 그들이 이젠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이 더 저변이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창력'이라는 음악의 본질을 인정받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모든 걸 쏟아내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런 모습이 안스러운가? 자신의 우상이었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가수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억울하고 분하신가? 성적지상주의라니, 제대로 매력을 몰라주는 평가단들이 야속하신가?

필자는 일요일 오후 5시에 어떻게든 제대로 만든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득이하게 순위를 매겨 흥미요소를 만들 수 밖에 없었던 나가수 자체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의 평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한 사람들을 평가절하하고 심지어는 그들을 자신의 가수들보다 높게 평가한 사람들을 바보취급하는 등 '성적지상주의'의 폐해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 그런 당신들의 위선이 필자는 미치도록 부끄럽고 안타깝다.


당신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가수들을 진정 망치고 있는 건
한낱 TV프로그램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 스스로가 아닌지를 한번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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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유곡이라는 말이 있다. 이래나 저래나 죽긴 매한가지인 상황을 빗대는 말인데, 사실 나가수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김영희 PD의 야심작이었던 나가수가 기획했던 포텐셜을 채 폭발시키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김영희 PD는 그 오랜 기간 공들여 기획했다는 나가수를 어떤 이유여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준비한 시간의 채 10분의 1도 견디지 못한 채 떠나가버렸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왜 그래야만 했던 것일까?


김영희 PD는 완벽주의자이다. 그리고 그 빈틈없이 1인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방송조직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만큼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능력들 역시 하나같이 준 프로급 이상으로 준비했던 사람이다. 그만큼 자기 작품에 대한 고집이 대단하고 그래서 더 자기 작품에 대해 비판을 받거나 의도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공들인 기간이 무색할 만큼 너무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필자는 지금 김영희 PD를 비판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김영희 PD가 나가수를 기획한 의도를 생각해본다. MBC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가요'프로그램에 대한 욕심이 대단했고 어느 정도 노하우도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시청율'이었다. **예술무대 시리즈는 정말 수준급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하여 수준높은 공연을 안방까지 전해주었던 '좋은'프로그램이었지만 언제나 제작비 대비 시청율 부족으로 인해 자선사업과 다름없게 운영되며 주말에 가까웠던 프로그램이 주중 한가운데 수요일로, 그나마 프라임 타임에 근접했던 시간대가 점점 까마득한 심야 시간대로 밀리다가 못해 폐지되었다.


TV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다 우리는 '문화'를 얻기 위한 대부분의 수단에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것은 가요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TV에는 음악성을 느끼기에는 한참 부족한 아이돌의 잔치가 된 음악 프로그램만이 넘쳐났고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유료 콘서트장에 한정되고 있다. (아이돌 음악이 제대로 된 음악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물론 좋은 공연에 가치를 지불하는 지금의 시장이 문제될것은 없다. 그러나 그게 정말 (자신의 주관상)'좋은 음악'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구분하기 위한 '트라이얼'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음악이 3사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음악만 있는 게 아닌데, 점점 자라나는 세대들은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그리고 기성세대 역시 그들이 인정할 만한 음악 다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생각에 7080음악을 추억하게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결국 제대로 음악을 하는 가수도, 그리고 제대로 음악을 하려는 가수 지망생들도, 제대로 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음악 애호가들도 모두 죽게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김영희 PD가 나가수를 기획하게 된 동기 역시 이와 일치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시청자들의 귀'를 틔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좋은 가수들이 제대로 극한까지 가창력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지만 KBS의 금요일 심야, SBS의 평일 심야같은 시청율 사각지대에 놓여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귀가 트인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귀가 트이지 않은' 사람들을 트이게 만드는 것이 나가수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가 트이지 않은 사람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되어야 했는데, 이미 한번 음악여행 라라라의 심야 프로그램 진입이 결국 호평 속 시청율 부진이라는 전통적 언발란스 결과를 도출한 채 실패했던 최근사례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프로그램의 프라임 타임 진입은 기획의 흥망을 결정할 핵심요소였음에 틀림없었다.

시기도 괜찮았다. 때마침 그가 지분을 가지고 있을 일밤이 시청율이 바닥을 기고 있던 상황이다. 일요일 저녁,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간대였다. 그러나 문제는 시청율이다. 수요예술무대와 다를 바 없는 밋밋한 프로그램이 일요일 프라임에 살아남을 만큼 민방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영희 PD는 너무 음악만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적절히 버라이어티성을 가미하는 한편, 지금까지 '아티스트'라 불리우며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던 가수들의 지위를 일격에 떨어뜨리는 대변혁을 시도한다. '당신은 지금부터 가수지망생이 되어 관객들에게 오디션을 치루듯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그 가수를 알고, 그 가수의 노래를 들을 생각이 충만한 사람들만을 상대할 수 있는 자기중심의 라이브 무대에만 서 왔던 그들, 그래서 언제나 우러러바라보이는 것에 익숙해왔던 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아 시청자들에게 돌려준다는 발상까지... 그의 생각으로는 이보다 완벽할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그의 기획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잠재되어 있었는데 다름아닌 '포멧이 너무 완벽했다'라는 것이다. 즉 시청자들은 그런 완벽한 포멧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포멧에 담긴 그의 속뜻을 읽어낼 만큼은 소통하지 못했다. 사실 시청자가 PD의 의중을 반드시 읽어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 완벽한 포멧을 가감없이 받아들인 시청자들은 김영희 PD가 그 완벽한 기획을 스스로 깨버리고 재도전을 허용하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다. 물론 이유는 포멧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이다.

김영희 PD는 그 완벽한 포멧을 시청자들이 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출연하는 가수들이 더 많이 받아들여주기를 원했을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합법적 압박이다. 강요하지 않은 압박을 가수들이 자기 멋대로 느끼고 자기 멋대로 긴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노렸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은 시청자들 역시 그러한 압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가수들이 이런 자신들의 급작스런 방송상의 신분 변화를 받아들이는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결국 결과는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나가수의 좌초로 이어지게 되고, 휴방인지 종방인지 알 수 없는 여운만을 남긴 채 한 달이 흐른다.


신정수 PD가 바통을 이어받은 뒤 가장 많이 이야기가 나온 건 나가수의 본질이 훼손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밖에도 김영희 PD혼자 다 하던 것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집단제작체제로 바꾼 조직의 변화 역시 볼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그동안 단지 위협과 자극이 전부였던 프로그램 포멧에 재도전 없는 무조건 탈락이라는 절대적인 긴장감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초콜릿,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며 음악을 즐기던 사람들이 속속 나는 가수다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가수들이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순수성을 잃은 채 인기 위주로 흘러 순위에만 집착하게 되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필자는 이들의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나가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정수 PD가 무엇보다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던 건 '인적 쇄신'도 아니었고 '자기 입맛대로 포맷을 바꾼 것'도 아닌, 결정적으로 '나가수'가 좌초되지 않게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했다.라고 보고 있다. 만일 여기에서 나가수가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외면받으면 더 이상 이런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음악계의 정파가 살아남을 미래도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많은 사람들이 가수 중심에서 결국 '시청자 중심'이 되었다며 나가수의 지금의 모습에 아쉬워하지만 난 신정수 PD를 비롯한 지금의 제작진들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디까지나 나가수는 살아남았고 복귀했으며 임재범을 비롯, 갖은 화제를 낳고 있고 시청율도 껑충 뛰어올랐다.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KBS의 심야 라인도, 그와 유사한 SBS 심야 라인도 어디에서도 해내지 못한 '정통 음악 프로그램'의 프라임 타임 안착을 지금 그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나가수는 여전히 훌륭한 가수가 나와서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훌륭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것도 10대부터 50대까지 고른 연령대가 듣고 느끼고 감동하며 즐거워할수 있는 그런 음악 프로그램이 '민방'에서 프라임 타임에 내걸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본질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다소 가벼울 수 있을 개그맨들의 애드립을 섞거나 무한도전틱한 편집까지 하면서까지 가능한 시청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시청자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노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절절하다.

물론 이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트이신 분들이라면 평일 심야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에 비해 나가수가 가지는 지금의 모습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가수는 수요일 심야에 하던 수요예술무대를 일요일 프라임 타임으로 옮겨오면서 가능한 장수하기 위해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개량하면서도 이미 귀가 트이신 분들의 요구도 가능한 수용하려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일 나가수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음악적 완성도만을 추구하고 매니아들의 요구와 입맛에 맞추다 보면 결국 이 프로그램은 다시 수요일 심야로 돌아가게된다. 그렇게 되면 일반 시청자들의 '음악을 들을 권리'는 다시 찾아오기 요원해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얻은 프라임 타임인가, 제작 성향은 다를지언정 김영희 PD와 신정수 PD의 마음은 같다. 나가수는 어떻게든 프라임 타임에 남기고 싶다라는 것, 처음 기획했던 본질은 '일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에 방송되는 수요예술무대'가 아니었던가? 필자는 이 주제 하나만 놓고서라도 정신이 아득해질만큼 앞이 안보이는데 그들은 지금까지의 축적된 경험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여기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응원의 박수도, 프로그램 잘봤다고 쳐주는 격려의 박수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또 나와달라는 '커튼 콜'의 박수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열번 이상 때려치고 싶은 기분이 들 듯한 그들에게 '다음에 한번 더 해주세요'라는 박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마도 우리가 할 수있는 그들에 노력에 대한 최대한의 찬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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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박재범이 왜 지금 시기에 뮤뱅에 나왔는지 재미있지 않은가? 타이밍 정말 기가 막히다. 2PM은 국내 활동을 잠시 쉬고 일본에 아예 넘어가있는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JYP계열 그룹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는 이 기막힌 틈새시점에 이른바 '얼리버드 복귀'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기획사들의 철저한 동업자 정신(?)으로 라디오 및 TV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가운데 순수 팬덤만으로 1위에 올려버리는 일찌기 보기 힘든 사례도 탄생시켰다.


놓치고 있는 첫번째는 이같은 특수한 환경이다. 박재범의 1위에 대해 뮤직뱅크의 순위 산정 기준을 들먹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 뮤직뱅크의 순위 방식 중 가장 의야스러운 점이 바로 '디지털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이 아닌 '시청자 선호도'와 '방송 노출도'다. 음반이나 음원은 얼마든지 수치상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 시청자 선호도는 대체 어떻게 분석하는지 데이터도 나와있지 않다. 방송 노출도? SM의 캡숑파워로 거의 모든 TV프로그램 엔딩곡이 f(x)의 피노키오로 도배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시청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인터랙티브함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까?

놓치고 있는 두 번째가 바로 이 인터랙티브함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에는 애석하게도 디지털 음원 이외에 종합적인 판매량 순위를 확인할 이렇다할 근거가 없다. 여기에 철저하게 비주류 지하돌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박재범 팬덤의 타의적 폐쇄성 탓에 도무지 어느 정도의 잠재적인 인기가 있었는지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는 박재범 팬덤이 의도적으로 지하돌 활동을 원했던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이들이 '팬 활동'이 아닌 '응원'형태의 활동 방식을 추구하면서 다른 팬덤, 특히 JYP계열 팬덤과 자주 부딪혔음은 물론 방송 노출이나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팬 개개인의 활동만으로 미디어 노출을 이루기 어려운 장애물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즉 블로거들은 기획사들의 알력관계를 너무 얕보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업계 내에서는 그 이상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게 그들인데도 말이다.

  세 번째로 놓친 부분은 바로 이들의 '구매 성향'이다. 박재범의 팬덤은 너무 오랜 기간 '지하돌'화 되어 있어 마치 찌르면 걷잡을수없이 폭발해버릴듯한 극도의 코어성이 내재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즉 지금의 박재범 팬덤은 많지 않은 인원 속에서도 구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른바 '무조건 산다'는 절대구매층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의 경제력 역시 현재의 아이돌 팬 연령대보다 현저히 높게 형성되어 있는 탓에 충분히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구매 목적 역시 지금까지의 아이돌 구매 성향과는 크게 다른 '순위'를 높이기 위한 '주식시장'의 작전 세력과 같은 치밀하고 고차원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물론 '실제 인기'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박재범 팬덤이 '실제 인기'라고 우기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도 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단 한주만이라도 그를 1위로 끌어올려 뮤직뱅크가 결과를 무시하기 어렵게 해서 박재범을 출연시키고 박재범의 1위 수성을 발표하게 만드는 '짧고 굵은' 응원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은 방송에 나오게 되어 한 번이라도 듣게 되어 아주 조금이라도 그들의 팬덤이 수가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활동이 '기획사'가 아닌 '팬덤'이 중심이 되어 움직여진 사례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희귀한 사건이라는 데에 있다. 당연히 일방통행식 음악 콘텐츠 공급에 익숙해진 대중에게는 매우 생소한 시스템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이런 사례가 꽤 많아서. 가요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즉 일반인이라면 모르는 게 당연한) 정말 매니악한 성우들의 음반이나 지하돌 (언더그라운드 아이돌) 혹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이 오리콘 주간 상위권을 확 휩쓸고 다음주에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물론 '소수'의 팬덤이 이런 일을 저지른다. 이들은 발매일에 맞춰, 혹은 오리콘이 집계를 시작하는 날에 맞춰 1주일간 집중적으로 사재기 작전을 벌여 점수를 높인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순위는? 처음에는 100% 팬덤의 힘으로 이루어지지만 다음 싱글에는 그 당시 그 순위를 보고 한 번쯤은 그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 중 그 음악을 '마음에 들어했던' 사람들이 일부 섞이게 된다. 즉 10:0이었던 팬덤과 일반 비중이 9.9:0.1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확장되는데,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아티스트들을 오리콘에 노출시킴으로서 팬 스스로 '키워내는' 응원을 하게 된다.

약빨떨어졌다고 해도 국민밴드였던 스핏츠와 나카시마 미카를 즈려밟고 애니메이션 음반이 '위클리'1위, 사실 AKB도 시작은 이런 식이었고, 지금의 신한류 일본 정복도 이 범주에서 대부분 벗어나기 힘들다


 박재범은 그 팬덤의 규모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음주에 순위가 급락하거나 아예 방송 출연을 다시 하지 못하는 등의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당연하겠지만 블로거들은 다음 주 뮤직뱅크에 그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포스팅이 양산될것이다. 박재범의 팬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태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같은 팬덤 성향에서 아직 어떤 추가적인 작전을 걸게 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당장의 여론에 대한 아쉬움에 아마도 무모하리만큼 다음 주에도 어떻게든 순위권에 안착시키려고 음반을 다시금 10장, 20장 공동구매하는 식으로 순위를 높여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박재범 팬덤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또 어떤 벽에 부딪히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우 신선한 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f(x)의 피노키오가 1위를 했다고 '국민가요'가 된 게 아닌 것처럼 이미 지금의 '순위'는 전국민적인 공신력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지 박재범의 사례는 순위조차 '홍보 수단'이 되는 이런 상황을 대형 기획사가 아닌 '팬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블로거들이 놓치고 있는 것,

이미 조직표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 바닥에서

'가요순위프로'의 공신력 따위는 에초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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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참 태어나기 힘들고, 살아남기도 힘든 캐릭터를 지닌 노홍철, 지난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거상 노만덕' 캐릭터 당시 정말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특별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냥 재미있고 유쾌해서라고 한다면 설명이 부족하다. 그가 무한도전에서 참 재미있고 신기하며 보고만 있어도 유쾌해지는 캐릭터인것은 분명하지만 웃기는 것만으로 여성팬들에게 그런 절대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얼굴이 '매우 잘생겼'거나, 여성들에게 매우 호감이 가는 얼굴인 것도 아닌 것 같다. 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특징인 '큰 머리'를 가지고 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있지만 이런 스타일은 철저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 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여성팬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그가 내미는 상품을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텅뭉텅 사준다. 국민 MC 유재석이 같은 미션에서 여성팬들로부터 매우 계산적인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교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건 단지 그가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다. 인지도는 유재석이 더 높은데 어째서 유재석은 그런 구름같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까? 단지 품절남이라서?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다. 유재석과의 차이가 아니라 노홍철만이 가질 수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그에게 수많은 여성팬들을 안겨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가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한 4년여 전 유행시킨 유행어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소녀팬'이라는 단어인데, 사실 노홍철의 인기는 이 '소녀팬'이라는 단어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소녀팬'이라는 게 단어로서 계속 되뇌이거나, 가지고 싶다고 생각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면 노홍철은 그렇게 '반 새뇌식' 팬몰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포인트는 '소녀팬을 계속 되뇌인'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소녀팬'이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우리는 만 13살부터 18살까지의 여자 사람들을 흔히 뭐라고 부르는가? 열이면 아홉이 '여학생', 혹은 나이를 통한 현재 학력을 유추해 '여중생','여고생'등으로 부르곤 한다. 이미 우리는 그 단어 자체가 '아직 성장기를 겪고 있는 풋풋한 여자'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 있다. 그들이 일과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끔찍할만큼 긴 것도 사실이고 학생은 공부나 해야한다며 타의적으로 학교에 처박고 학원에 처박고 처박히는 일생을 살아오고 있는 것도 틀리지 않은 현실이지만, 정작 그 '학생'이라는 표현을 그들이 '달가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들은 '여자'이고 싶다. 꾸미고 싶고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더 가슴이 커졌으면 좋겠고 더 다리가 날씬해졌으면 한다. 입술이 더 섹시해졌으면 좋겠고, 머리도 좀 더 길게 길러봤으면 싶다. 다시 말해 특히 '그 나이대 여자'들은 '학생'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성인 여자'로 취급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우리는 철저하게 '여학생'이라고 불러왔다. 그 여학생이라는 단어가 다시는 못올 풋풋함의 상징이라는 새뇌까지 해대면서 말이다.

이승철의 '소녀시대'가 대히트를 친 건 단지 음악때문만안 아니었다. 그는 '어리다고 놀리지말아요!'라며 그들 대신 기성세대들에게 일갈해준 든든한 '오빠'였으니까...


그들을 노홍철은 처음으로 '소녀'라고 불렀다. '여학생팬, 여고생팬'이 아니라 '소녀팬'이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그에게 소녀팬이 그렇게 많았을리는 없다. 하지만 그가 부르짓는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응당 '여학생'이 아닌 진즉에 '소녀'라고 불리웠어야 할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래 우리는 여학생이기 이전에 '소녀'였다고 말이다

민감한 나이대, 어른들로부터 인정받고싶어하는데에 익숙한 이 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을 '소녀'라고 불러준 '어른'이 있었다. 그것도 그들이 대통령보다 위대하다며 동경하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말이다. 노홍철이 정말 여기까지 계산하고 그런 말을 만들어 부르짖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그들을 부를 때 쓴 '소녀'라는 호칭은 '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아주 제대로 지핀 셈이 됐다. 노홍철은 본의아닐수도 있게 소녀팬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 준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녀...라고 불렀다.


홍철은 솔직한 성격이 장점이다. 그는 결코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소녀'라고 부른 그 한마디는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녀'들에게서 '소녀'라는 호칭을 빼앗아간 우리 사회에서 그는 본의아닐수도 있게 잃어버린 '소녀'들의 '소녀'를 그들에게 되찾아주었다. 유행어가 되어 정착된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동경하는 오빠를 향해 부르짓는 여자들을 더 이상 '빠순이'나 '학생팬'으로 부르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학생'은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소리지르면 안되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소녀'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이건 학생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녀답다라고 표현해야 옮다. 극성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욕하기 전에 그들이 왜 '소녀'답지 않게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녀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준 사람이 되어버린 노홍철, 그는 예컨데 이를 모두 의도하고 그런 유행어를 만들어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래서 그가 좋다. 이 세상에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밝은 쪽으로 이끌어 낼 것을 너무 의식하고 행동하다 일을 그르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걸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자연스럽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이 나라엔 무척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소녀는 그냥 소녀라고 불러주면 되는 것이다
참 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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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한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바라며 행여 공중파가 '쇼바이벌'의 실패를 들어 다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을까봐 걱정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문제의 글을 보시려면 클릭, 공교롭게도 슈스케 1기가 막 시작한 직후였다. 당시의 정보 부족에 반성해야겠다) 그런데 바로 그 쇼바이벌로 실패한 MBC가 위대한 탄생을 들고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케이블이라 제작 소재에 자유롭기 때문에 지금의 오디션 방송 붐에 얼마든지 편성할 수 있는 벤처성이 있지만 공중파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워낙 편성국의 힘이 막강하기때문에 신인 PD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획을 가지고 방송을 제작하고 싶어도 그 기획안이 뜰 수 있는 시기를 잡을 수 있는 유행성을 가지기가 매우 힘들다. 대부분 그런 기획안은 유명 프로그램의 특집 기획으로 흡수되기 일쑤며 기획 자체가 장기성을 갖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는 건 거의 있을 수가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철벽의 공중파라고 할지라도 가끔 신인 PD들이 주류로 들어올 수 있는 찬스가 있는데 바로 '정권 교체', 즉 사장이 바뀔 때다. 무한도전의 탄생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4개 기획 연합 프로그램 '토요일'의 탄생 시기가 바로 최문순 사장 초기 봄 개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는데, 당시 진정 풋내기에 불과했던 제작진들과 토요일 4개 기획 중 출연진 혹사 문제와 슬랩스틱 장르로 시대에 뒤떨어진 기획이라며 폭풍까임을 당하던 무한도전만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장수할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만일 이들이 최문순 교체라는 시류를 타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역사에 남을 만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토요일 저녁에 만날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토요일'을 구성했던 다른 3개 기획이 참신성에서는 앞섰지만 '명절 특집'수준의 밑천이었을 뿐 이렇다할 장기 플랜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 무한도전 제작진은 모르긴 몰라도 최소한 시즌 3까지의 탄창을 충분히 준비할 만큼 급조하지 않은 오래 준비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기획을 이미 당시부터 가지고 있었을것이고, 그것이 토요일의 시청율 완패 속에 다른 PD들이 경험밑천을 드러내며 자멸한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위대한 탄생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물론 김재철 사장 취임과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김재철 사장이 눈에 가시처럼 어겼던 W(공교롭게도 최문순 사장 당시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무한도전과 함께 가장 장수한 프로그램)를 온갖 반대 속에 내린 만큼 그에 걸맞는 임팩트를 가진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그것이 위대한 탄생이다. 많은 분들이 '위대한 탄생'을 마치 '슈스케'가 2기까지 대박을 낸 상황에서 W의 자리를 매울 프로그램으로 급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는 분들이 많으신데, 아무리 MBC가 막장 시청율로 전락해도 오랫동안 토착화된 공중파의 보수성을 깨버리면서까지 파격인사를 단행할만큼 어리석지 않다. 위대한 탄생은 결코 급조된 프로그램이 아니며 일면 제작진의 경험부족으로 인한 운영상의 미스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경험 부족'일뿐 '기획의 급조성'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대한 탄생은 슈스케와 전혀 닮아있지 않다.


위대한 탄생은 MBC가 공중파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아무리 PD가 신인이라 할지라도 최소 2년 이상은 '머릿 속'에 담아두고 습작을 하듯이 이리 저리 살을 붙이고 덩치를 불려나갔을 기획일 것이다. (일단 신인이라고 보기도 힘든 제작진이고) 물론 이 과정에서 슈스케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인재풀로 상대가 안되는 케이블계 기획을 따라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붙은 살의 일부에서 슈스케의 흔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뼈대의 태생은 완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탄의 모델은 바로 이것 '브리티즈 갓 텔런트'라고 보고 있다. '응?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자나?'라고 의야해하실 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바로 이 점이 위탄과 슈스케의 차이를 가르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양쪽의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인데, 일전 필자가 SBS 스타킹을 까면서 쓴 글의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전략)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브리티즈 갓 텔런트는 자신들이 연출해낸 최고의 상품 '폴 포츠'를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내세울 수 있었다. (후략)

우선 슈스케부터 보자 그들이 롤 모델로 삼은 프로그램은 두말할필요도 없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지금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혹평과 그들로 인해 점차 수준이 높아지는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즉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출연자'다. 지금이라도 당장 슈스케라는 키워드로 다음뷰에 검색해보자, 우승자 허각을 비롯해, 존박, 강승윤, 김그림 등 포스팅 된 대부분의 소재가 '프로그램 자체'가 아닌 출연한 출연자들에 모아진다. 즉 슈스케는 철저하게 출연자를 띄우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마지막에 각 출연자들의 뒷 배경스토리를 짜맞추며 감동을 자아내는 등 엇나간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초기 기획에서 방송분량 연장을 위한 일시적인 살붙이기였을뿐, 본질이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슈스케는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철저하게 출연진들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아메리칸 아이돌의 형식을 택했을까? 필자가 쓴 부분을 다시 한번 인용해보자,

실제로도 아메리칸 아이돌은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했으며....

답이 나왔다. CJ 소속의 MNET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케이블 방송사에 그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무려 코스닥에까지 상장되어 있으니) MAMA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방송의 힘을 빌어 이미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연예기획사인 M.NET을 주류로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그런 그들에게 아메리칸 아이돌의 '유명 기획사가 아닌 TV가 대중 가수를 탄생시킨다는 힘' 은 그보다 더 매력적일수 없었을것이다. 자금력으로는 어디 내놔도 뒤떨어질리 없는 CJ가 슈스케의 장대한 기획에 돈을 마음껏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기업의 많은 관심과 의욕에 비해 정말 불쌍하리만큼 주류에서 몇 발짝 벗어나 있는 CJ의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주류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슈스케는 프로그램 그 자체보다는 '우리도 스타를 이런 식으로 발굴해서 메이저로 진출시킬 수 있다'는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M.NET이 주류로 갈 수 있을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엠넷은 사실 슈스케 이전부터 오디션 이벤트에 꽤 공을 들이던 편이었다.


슈스케는 그 괴물같은 시청율 기록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크게 흑자를 보았다는 기사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 처음부터 제작비를 회수할 생각이나 방송으로서의 프로그램 본연의 가치를 띄울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스개로까지 쓰였던 코카콜라를 비롯한 몇 되지 않는 고정 스폰서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는데, 만일 공중파였다면 그 정도 시청율 기록으로는 즉시 삼성도 따올 수 있을 만큼의 행동력을 보였겠지만 슈스케는 그러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었다. 에초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 생각이 아니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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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위탄은 슈스케와 에초 태생부터 다르다. 공중파는 광고 수익을 중시한다. 때문에 MBC는 철저하게 시청율에 우선한 운영을 해야만 하기에 급조된 기획이란 에초에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할 지언정 아무리 편성이 급해도 신인의 급조된 플랜을 덜컥 방송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항간에 떠도는 슈스케 표절, 위탄 급조설이 적어도 나는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온미디어도 아니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다. 아무리 소인배로 전락했어도 왕년 양반께서 차라리 망하면 망했지 체면을 깎을 짓을 했을 리가 없고 할 수도 없다. 대기업 조직이 그 정도로 형편없었다면 김재철 사장이 재신임을 받았을리가 없다.

이 짓을 했는데도 안쫒겨났다는 건 아직 조직력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거다.


 우선 슈스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살펴보자, 이들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는 있지만, 방송 전반적으로 '출연자'가 주가 되지 않는다. 물론 시청자의 의견보다는 보다 카리스마있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기준한다는 식으로 다소 폐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왜 슈스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청자 참여 비중을 크게 두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간단해지는데, 그렇다. 위탄은 사실 '이 방송을 통해 가수를 키울 생각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MBC는 기업이다. 기업은 절대 자신들이 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MBC는 출연자들이 미래에 잘 된다고 특별히 득이 될 게 없다. 아무리 위탄이 오랜 기간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기획한 작품이 반드시 '장기 방송'이 될 거라는 이유는 없다. 즉 위탄은 급조는 아니더라도 단기 기획임에는 분명하다. 따라서 위탄이 슈스케처럼 2기를 기획하거나 하지 않는 한 출연자들의 성공은 그 방송 타이틀의 가치를 높여주기는 하겠지만 MBC 자체의 가치에는 그닥 영향이 없고 수익적 측면에서도 미비하다. MBC에서 데뷰했다고 해서 그 스타의 권리를 사실상 얼마나 가질 수 있겠으며 설령 꽤 많이 가진다고 하더라도 공룡 MBC에게 코끼리 비스킷이나 될까?

돈이 남아도는데 굳이 이 진흙탕에 들어가 무엇하리...


그런 이유로 MBC의 위탄은 아메리칸 아이돌보다는 '브리티즈 갓 텔런트'를 지향하고 있다. 즉 그곳에서 나오는 스타가 '음악적'으로 성공하기보다 '화제성'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며 그로 인해 자신들이 '음악계'가 아닌 '대중문화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출연자가 실제 음반을 내고 얼마나 팔았는가보다는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그 자체로' 화제를 뿌리며 '그 프로그램'에 나온 그대로의 이미지가 얼마나 먹혔는지를 예의 주시한다. 즉 그들은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다는 '미인대회 출신 **' 나 '독설가 심사위원의 의외의 모습',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의 혼이 담긴 멘토'등 방송 내용이나 설정에 얽힌 출연자, 특히 오디션이 참가자보다는 고정 출연자 즉 '심사위원'의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데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슈스케는 화제를 뿌릴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건 '출연자'들이었다. 누가 노래를 못했네, 누가 인성이 거지같네, 누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네 등등 주로 노래로부터 시작해서 노래로 끝났다. 그런데 위탄은 누가 외모가지고 심사하네, 누가 자상한 평가를 하네, 누가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네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디션에 누가 올라왔는지에 대한 화제성은 덜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는 정말 어이없게 '멘토링 시스템'이라는 (아마 우타스타의 헌터 시스템을 참조한 듯 싶은데) 것을 도입, 심사위원의 비중을 극대화하면서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짓는다. 위탄은 출연자의 가창력에 감동하고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와 심사위원의 인간적인 하모니와 출연자의 '냉혹한 일면 속 자상함'에 빠져들게끔 만들어졌다.

이게 정말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맞나?


실제로 브리티즈 갓 텔런트에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웰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닮아있는데, 제작진이 그가 정말 심사를 철두철미하게 하기 때문에 스카웃한 것일까라고 생각해보면 좀 아닌 것 같다. BGT는 그의 '철두철미한 심사능력'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고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충분히 과시했던 '냉혈안같은 이미지'가 필요했다. 시청자들은 사이먼 코웰이 그 곳에 앉아있기만 해도 '아 저 사람 또 독설한방 날리겠구나' 싶은 진지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이먼 코웰 이외에도 브리틴즈 갓 텔런트의 심사위원들은 그렇게 제각각 캐릭터 롤 즉 역할적 개성이 분명하다. 누구는 매번 펑펑 울면서 시청자들을 동요시키고, 누구는 사람좋게 웃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리고 사이먼 코웰은? 여전히 독설을 내뿜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아 정말 어쩔 수 없구만 허허허, 내가 졌다' 식의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겉다리로 방청객들이 노래 시작부터 기립박수와 함성으로 노래 시작부터 무대 내내 바람을 잡게 되면 시청자들은 이 압도적인 감동의 물결에 매료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코웰이 달라졌어요.jpg


 당연하지만 이런 감동 키워드는 시청율을 극대화시키는 수단으로 최적화되어 제작되며 이렇게 높아진 시청율은 시시각각 광고주에게 반영되어 능동적으로 광고 수익을 증대시켜준다.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시청율은 최근 거의 시망하다시피한 MBC예능국에 예산을 다시 배정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출연자들은....글쎄 오디션 참가자들이야 에초 MBC가 정말 가수 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거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이미 범국민적 시청율을 자랑했던 악동클럽을 한번 말아먹었던 전례가 있는 MBC가 그에 반도 안되는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 출신의 가수를 메이저까지 진출시킬 수 있을까? 무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에초에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의 살림은 좀 나아질까? 애석하지만 방송을 거의 살리다시피 한 심사위원들도 이 방송에서 얻는 득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일단 이은미씨를 비롯해 기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속속 늘고 있다는게 문제인데, 이 방송은 철저하게 '대본'에 의해 이루어지는 '제작능력 과시용' 방송이기에 출연자들이 정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그 이미지와 상반되는 쪽으로 속속 변해가는 이른바 '츤데레' 캐릭터 이미지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좀 완고한 이미지 자체로 지지를 받았던 심사위원들은 이후 이 '페이크 다큐'같은 프로그램에서 설정된 이미지를 그대로 믿는 시청자들로 인해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방송 종료 후 권리세와 동반 시망이 예상되시는 이분...


솔직히 슈스케가 아메리칸 아이돌을 벤치마킹하던 위탄이 브리틴즈를 표방하던 딱히 방송사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걸 보는 시청자들이 아직 방송은 방송이고 설정은 설정이다라는 걸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는 점인데, 아직도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좀처럼 악역 이미지를 벗기가 힘들고, 한번 벗기 시작한 배우들은 그 이미지가 박혀 다른 역할을 맡기가 힘든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연예계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방송사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잘 분간이 안 가도록 제작하는 것이야말로 능력있는 프로그램 제작의 척도라고 굳게 믿고 오늘도 시청자들을 현실과 가상의 아슬아슬한 경계 속으로 초대한다. 물론 그에 따른 욕을 먹는 역할은 어디까지나 출연진들의 몫이 된다. 미수다때도 그랬고, 막말 방송이 그랬다, 그렇게 총알받이를 눈 앞에 세워두고 그들의 등 뒤에서 방송사는 조용히 돈을 세고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모든 것을 현실과 연결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방송에서 선한 말을 하던 악한 말을 하던, 어디까지나 방송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할 뿐
그게 그들의 본연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TV가 이 땅에 보급된지 반세기가 넘었고
컬러 TV가 30년, HD가 시작된지 10년이 다 되가는 나라의 시청자라면
연예인을 가족처럼 아끼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회일비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구분해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필수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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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소속사 계약 해지에 연예계 기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무리도 아닌게 지금까지 소녀시대 주구장창 파느라 공사다망하셨기에 카라에 대해서 제대로 파지를 못했으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간건지 이제서야 부랴부랴 판다한들 뭐가 나올리도 없고 당연하겠지만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인터뷰에 응할리가 없으니 기사는 무진장 쏟아지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핵심을 짚은 기사가 나올 턱이 없잖은가, 그냥 쥐어짠다고 나오는게 기사가 아닐진데 어떻게든 뷰 카운트 높여볼라고 일단 카라라는 제목부터 달아보고 나서 추리소설을 써내려가는 식이다. 그냥 동방신기와 연결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녀석들이나 심지어 우리나라 그룹인데 일본 보도를 인용하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건 단순히 카라의 해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들이 파는 건 지금까지 아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는 듯이 수익 분배나 계약금 문제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고 있는데, 계약금 문제가 불거질거였다면 에초에 먼저 캐치를 하는 쪽은 기자들임에는 틀림이 없음에도 이번에는 기자들이 정말 신정환에만 신경썼는지 전혀 캐치하지 못했나보다. 원래 계약금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들 은근히 연예부 기자들이 심어놓은 프락치들이 슬슬 정보를 흘리기때문에 돈 문제든 소속사와의 불화든 간에 이렇게 하루만에 갑자기 딱 틀어지는 건 있을수가 없지 않은가?

하나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룹의 리더는 단지 예전처럼 무대 가운데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야구부의 주장처럼 팀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신 전달해주는 간부 역할을 한다. 즉 돈 문제가 있었다면 제일 먼저 리더가 조율해야 한다. 게다가 박규리는 부모쪽이긴 하지만 DSP수뇌부와도 연줄이 있다. 맴버들이 뭔가 부당한 처우를 당했거나 했다면 진즉에 박규리부터 움직였어야 한다. 그런데 박규리의 반응은 '서프라이즈'였다. 전혀 조짐도 없었다는 거다. 게다가 박규리는 한국에서 당일 라디오 생방을 진행하고 있었고 남은 맴버 네 명은 일본과 제각각 각지에 있다가 해당 발표 직후 귀국을 했다. 천천히 와서 박규리와 상담한 뒤에 대응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네 명은 법무법인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매우 서두르는 눈치가 강했다.



게다가 지금 날조되고 있는 기사들과는 달리 인터뷰 원문을 살펴보면 법무법인이 맴버 4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서 '돈'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 속 키워드는 단지 공정하지 못한 계약과 '부당한 활동'을 강요했다는 것. 기자들이 마르고 닳도록 인용한 부분이 이 부분인데, 사실 법무법인이 카라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돈 이야기를 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할 수도 있겠지만 법무법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공석에서 말한 부분이 곧바로 법정으로 이어진다는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팩터에서 벗어난 발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이 사건에서 돈이 반드시 관계가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메인 팩터는 아니라는 점이 된다. 기자들은 '불공정 계약'이라는 키워드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게 고작 돈 문제뿐이 없으니 이제서야 부랴부랴 일본 음반 판매 수익 배분 룰 등을 대거 싣고 있는 모양인데 읽는 사람은 답답할 뿐이다.

불공정 계약인데 돈 때문이 아니라면 답은 '계약'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인간답지 않은 처우를 받았다더나, 부당한 계약을 강요당했다는 것을 모두 종합해보면 이들이 사인을 한 계약서 자체보다는 이들이 일본을 진출할 당시 기획사와 기획사간에 이루어졌을 B2B계약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이 일본 활동 도중 정말 '갑작스럽게' 그것도 아주 우연히 '알게 될' 만한 것이란 사실 국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DSP와 관계있는 부분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재계약이 얽히든 계약 조건이 사실과 다르던 뭐던 제일 먼저 캐치가 가능한 건 박규리일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일이 터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이 터진 전날 박규리가 홀로 라디오 DJ를 하고 4명은 일본 혹은 타국에 있었다. 과연 다른 곳에 남아있던 4명이 놀았을까? 아닐거다. 불과 며칠 전에 카라가 출연한 버라이어티를 본 적이 있고, 정보 프로그램들은 언제나 카라의 스폰서 행사 풍경을 취재했다. 결국 박규리의 한국 스케줄로 5명이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카라는 한 마디로 '막굴려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격한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된다. 당연히 그들은 '불만'이 서서히 쌓였겠지만 그것을 제대로 억제할 수 있는 건 역시 '수익배분'에 있었을것이다. 즉 열심히 뛰는 만큼 (특히 스폰서 행사는) 돈은 많이 들어오고 그만큼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이 그들을 움직였을게 분명하다. 아건 단지 돈 그 자체만이 아닌 '동기부여'에 연결되는 문제다. 내가 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것처럼 건전한 동기부여는 없을테니까.

지금까지 나온 기사를 종합해보면 카라는 일본 현지 소속사와 DSP 복수 소속이 아닌 DSP에 소속된 채로 현지 소속사에 임대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활동을 한다고 한들 현지 기획사에서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우선 현지 소속사와 DSP가 수익을 나누고 DSP는 그 나눠받은 수익금을 토대로 다시 카라 맴버에게 배분하는 형식이 된다는 것이다. 즉 DSP와의 계약이 아무리 카라에게 많은 배분이 될 수 있도록 되어있다하더라도 DSP가 현지 기획사와의 협상에서 지극히 불리한 조건이나 배분율을 수용할 경우 카라에게 돌아가는 몫은 고생한 것에 비해 훨씬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라가 게키단 히토리로 인해 일본 진출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일본 진출에 DSP가 정말 철저하게 준비할 만한 시간이 있었냐면 그건 아니었다. DSP는 게키단 히토리가 한번 터뜨려준 기회를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일단 진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준비 없이 일본 진출을 서둘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DSP가 일본 시장에 대한 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한번 터저준 붐을 어떻게든 서둘러서 불을 붙이고 싶은 마음에 계약 조건에 있어 '무조건적인 수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소 굴욕적일 수도 있을 조건들을 감안하면서까지 일단 일본에 보내보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컸을 터, 당연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급할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일본 소속사쪽이 무조건 유리할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런 이사진급 계약을 카라 맴버들과 상의해가면서 했을 리가 없고 할 필요도 사실 없다. 회사로 따지면 일개 사원이 주주총회에 난입해 사장의 실적 발표에 토를 다는 격이 될 테니까, 기획사에 소속된 그룹은 자기 자신과 소속사와의 계약에서는 갑과 을의 절대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회사 대 회사의 계약일 경우 이미 계약이 된 그룹은 회사의 자산으로서 활용이 되기 때문에 일체 발언은 물론 알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메이저 리그에서 선수 본인은 모른 채 협상이 끝나 갑자기 아침에 당연한 듯이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되어버리는 초고속 트레이드를 연상해보라)

그러나 일본에서 카라는 DSP도 일본 소속사도 예상했던 것을 훨씬 초월할 만큼 거물로 성장해갔음은 물론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렇듯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카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일본 기획사도 기획사인건 마찬가지) 정말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스케줄, 특히 수익에 직결되는 행사 스케줄에 카라를 집중시켰다. 이렇듯 카라가 도가 지나칠정도로 혹사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카라가 묵묵히 이를 수행했던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정당한 대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원 소속사로서 권리를 행사했어야 할 DSP가 이러한 카라의 과다한 스케줄에 어떤 방어막도 쳐주지 않았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DSP가 정말 잠자코 있었거나, 혹은 활동을 제한하고 싶어도 계약상 그럴 권리가 없었거나이다. 둘 중 어느쪽이든 카라가 그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사실일것이다. 일본 활동을 제한할 영향력이 없는 계약이었을 경우 DSP는 카라를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보호했어야 할 도의적 책임을 실수로 인해 포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고 만일 활동을 제한시킬 권한이 있었음에도 그냥 뒀다는 것은 기획사간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에 대한 책임을 카라에게 전가시켜 결국 한 번 뛸 것을 두번 뛰게 해 케파를 맞추는 지극히 악질적인 짓을 저지른 셈일 테니까 말이다. (수익배분 조건이 7:3이라고 하면 DSP는 일본쪽 7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카라를 두번 굴려 14:6을 만들어 6을 얻었다는 이야기)

단언컨데 카라가 만일 DSP가 주는 수익에 불만을 가졌다면 지금처럼 갑자기 터뜨릴 이유가 없다. 이는 법무법인을 끼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더욱 의문이 깊어진다. 즉 이들은 수익 배분이 지금까지 어떻게 되왔던 것에 대해서는 지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 하는 활동에 있어 DSP의 이와 같은 해외 진출 전략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협상도 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DSP가 주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앞으로 일본에서 자신들의 주가가 더욱 높아질 것을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데 그 수준에 비해 DSP의 능력이 전혀 받쳐주지 않는다면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이같은 굴욕적인 계약은 계속될 것이며 카라는 이같은 불공정함에 대해 일본쪽 소속사에 일언반구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이어질 것이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도 돈이지만 너무 많은 혹사를 당하면서도 타지에서 어떤 권리도 갖지 못한 채로 힘들다는 말 한번 못한 채 스케줄을 이행할수밖에 없었을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닌 단지 자신들 소속사 이사진들과 해외팀의 협상력 부족에서 나온 일방적인 책임 회피에 대한 댓가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떨까? 돈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힘든걸 참고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억울함과 배신감이 먼저 들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국에 바로 돌아가서 언론에 폭로해봤자 언론 플레이는 기획사쪽이 한 수 위인데다가 소속사를 떠난 자신들을 보호해줄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 활동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흐름이 이상해지면 DSP를 포함한 국내 언론이 이를 캐치하고 자신들의 의중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게 될 위험성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신속해야 했으며 실드를 쳐줄 수 있는 법무법인과 이적할 수 있는 대체 기획사까지 마련하는 신속 치밀함을 보였던 것이다.

DSP는 기획사들 중에서 불공정 계약 문제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핑클은 해체 후 대부분의 솔로 활동을 원 소속사 DSP에서 시작했는데 이런 케이스는 해체 = 계약분쟁이라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서 정말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이효리는 DSP와의 계약에서 솔로 1집을 성공적으로 히트시킨 뒤 이적하는 과정에서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았으며 이는 다른 맴버들의 이적 당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게다가 DSP는 드물게 연습생 기간이 짧은 기획사로도 유명한데 일단 데뷰를 시킨 뒤 점진적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 첫 수혜자가 바로 카라였다.


옛 핑클 맴버들이 몇년만에 모여 처음 간 곳은 DSP 사장이 투병하고 있는 병실이었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나왔다. 이 뉴스는 이 사건에 있어 두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DSP는 그만큼 소속사 경영진과 연예인간의 거리가 다른 기획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깝고 가족적이었다는 것과 지금 현재 그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던 선장이 투병중으로 공석에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사장이 없는 동안 그 경영을 대행했을 이사진들이 DSP를 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을까?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두터운 신뢰감으로 뭉쳐있던 DSP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 일을 어떻게 봉합 혹은 은폐하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것은 그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DSP가 이번 일로 인해 보여주었던 작은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내 글이 모두 낭설로 밝혀져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될 지언정
이런 일이 사실이 아니길 정말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
이딴 일이 진실로 밝혀지느니 차라리 내가 악플 몇백개 처먹는게 이 업계에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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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소개드린 대로 일본 시장에서 보여준 동방신기의 2009년 당시 가치는 이전 보아가 보여줬던 그것과는 실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판매량만 가지고는 보아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두었겠지만 음반 시장의 침체 속에서 '살아남았다'라는 의미는 한층 그들의 위상을 독보적으로 만들어주었고 이는 단지 '한류'로 치부할 정도의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상태였죠. 동방신기의 팬층은 겨울연가를 본 부모 세대를 가진 포스트 한류세대를 포괄하고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들은 이미 한류 매니아로서가 아닌 동방신기의 음악, 맴버 개개인의 매력에 빠져 있었고 이는 2009년 상반기 남성 연예인 앙케이트에서 영웅재중이 1위를 하는 등 동방신기 맴버들이 아라시 맴버를 제치고 상위권을 휩쓸었다는 점이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동방신기의 해체를 둘러싼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음악계에 있어서 동방신기는 양날의 검이었죠. 일본 가요계가 침체되는 와중에 동방신기가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톱 아이돌 반열에 오른 아라시를 그대로 제껴도 이상하지 않다는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일본 가요계를 한낱 외국 가수에게 점령당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유력인사의 자이니치 컴플랙스에 오랜 홍역을 치루었던 민족적 열등감의 표본 일본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냥 동방신기를 처내자니 그나마 명맥을 맞아주고 있는 음반업계가 그야말로 폭삭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다는 고민이 있었죠. 이도 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었고 그 누구라도 쉽게 결정내리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SM의 지분 요구가 맞물리게 됩니다. SM은 사실 기대 이상으로 커진 동방신기가 지금까지의 계약 조건으로 인해 손 안대고 코풀듯 가만히 앉아서 돈을 가져다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음에 분명합니다. 한국 활동에도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지 않았고 일본 활동에서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은 앉아서 챙기는 셈이니 그걸 놔줄 리가 없었겠죠. 아이돌 주기 5년 그리고 동방신기는 그 주기를 일본 진출의 성공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극복해낸 신선한 케이스를 제시하며 SM을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SM은 5년 후 그들이 뜨던 말던 재계약에 있어 매우 인색한 조건을 내놓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던 풍토가 만연해있었으니까요. HOT가 그랬고 신화가 그랬습니다. 당시에는 기껏해야 국내 시장에서 놀던 우리나라 아이돌 업계였으니 국내에서는 방송국 쉐어까지 조절하며 제왕으로 군림했던 SM의 견제를 당해낼 수 있을 기획사가 있을리 만무했던거죠.


하지만 동방신기의 경우는 조금 달랐던게 일단 자신들이 가진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 가치를 잘 발휘해줄 쪽이 어느 쪽인지도 확실하게 의견이 정해진 상태였습니다. (여기에서 맴버간의 의견이 갈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게다가 무대가 SM이 결코 강점을 보일 수가 없는 '일본'이었기에 사실상 이들이 계약 조건을 저울질할수있는 여건이 마련이 되어 있는 상태였죠.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남은 것은 사실 SM보다 AVEX쪽이 동방신기라는 타이틀을 몹시도 필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동방신기라는 타이틀을 뺏기는 것은 물론 AVEX로서는 가장 바라지 않았던 팀의 해체와 그간 공들여 쌓아왔던 동방신기에 대한 인지도마저 반토막이 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AVEX가 흔히 실드를 쳐주거나 거액을 제시해서 JYJ가 돈 때문에 SM소속사를 버렸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만 위에 말씀드린대로 이미 AVEX는 빚더미에다가 사실상 동방신기가 먹여살리는 모습이 되어있는 셈이었으므로 거액을 배팅할만한 여력이 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AVEX는 앞서 든 의혹이 사실일 경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일본 가요계에서 더 이상 동방신기가 동방신기인 채로 성장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받았다는 느낌을 감추기가 힘듭니다. 사실상 동방신기가 활동을 중지하고 JYJ로 근근히 활동한 지난해 오리콘이 발표한 2010년 통산 연간 음원 매상 랭킹을 보면 보다 더 확고해지는데요.

1위 아라시 - 197억엔
2위 동방신기 - 98억엔
3위 AKB48 - 70억엔
4위 EXILE - 60억엔

사실상 일본 내에서 동방신기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 원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앨범, 싱글 판매 수익이 아라시의 절반에 육박하며 2위를 고수합니다. 올 한해 TV에서 수도꼭지 역할을 톡톡히 하며 한 사람당 몇천장씩 사제끼는 오덕머니 파워를 자랑한 '산 사마의'AKB48조차 이미 사라진 '죽은 제갈공명'동방신기를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 동방신기 음반 매출은 JYJ나 시아준수의 개인 싱글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다가 바로 해체하기 직전인 2009년 이미 아라시와 불과 몇십억 차이로 좁혔었다는 것을 감안해볼 때 올해 만일 동방신기가 해체하지 않은 채로 활동을 지속했다면 아라시가 두배 가까운 스코어로 독주를 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심지어는 엎치락뒤치락하는 1,2위 싸움까지 예상해볼 수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결과로서 나타난 동방신기의 위력과 그들의 해체로 인해 아라시라는 자존심을 지켜낸 일본 가요계,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AVEX가 과연 자금적인 문제 이외에 다른 압박으로 인해 동방신기와의 제계약이나 동방신기를 원상복귀할 수가 없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다소 위험한 추측을 해봅니다. 일본이 가장 무서워할수밖에 없을 자이니치 컴플랙스, 그들의 경제가 완만한 하향세를 거두고 있는 지금 세계적인 시장을 과시했던 음반 가요계마저 한국에게 추월당할경우 정신적인 타격이 클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했던 것일까요?


이런 내홍을 겪는 와중에 SM과의 동방신기 쟁탈전 분쟁을 능동적으로 처리할만한 역량이 AVEX에게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정말 공교롭게도 동방신기 분쟁이 일어나는 그 시기에 일본 검찰은 AVEX의 고무로 테츠야 사장을 구속 수감하였으며 동방신기 사태가 결국 팀의 분할로 일단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무로 테츠야가 일선에 복귀하는 우연치고는 참 구리구리한 일도 일어났습니다. 선장이 없는 상황에서 SM과의 대결이 사실 그리 유리하게 진행되었을리도 없고 AVEX는 이미 5억엔 사기사건으로 인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여서 맘놓고 거액을 배팅할만한 능력도 있지 못했던 것이죠.

사실 지금 SM이 소녀시대를 들고 일본에서 마케팅을 할 때 쓰는 자금력을 보면 분쟁 당시 SM이 AVEX보다 자금력이 강하면 강했지 못해보이지는 않습니다. 감히 추측컨데 JYJ를 포함한 동방신기 맴버들은 AVEX보다 SM에서 더 많은 금액을 제시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미 SM은 상장사로서 기업공개가 되어있고 예전처럼 이면 노예계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짓기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보는 눈이 너무 많아져 쉽지 않은데다가 지금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녀시대를 붙잡을때를 대비한 회사의 도덕적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동방신기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데 돈을 아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저씨팬들은 주먹을 씁니다.


결론이 너무 스트레이트하게 나게 됩니다만 결과적으로 JYJ는 일본에서 지금과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길 원했으며 일본 기획사와 계약했지만 종속되지 않는 자유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곧 일본 시장에 있어 SM의 매니지먼트를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약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SM과 AVEX 모두 이 업계에서는 큰 손인데다가(채권단 역시 AVEX가 무너지는 걸 원치 않는 한 동방신기의 제계약에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방신기에 대한 가치를 양쪽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돈 몇푼 차이로 양쪽이 갈라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그럼 정말 현재 동방신기에 남은 두 명은 적은 계약금으로 지금까지 키워준 의리를 생각해서 남은 것일까요? 왜 하필 한국에서는 인기의 중심에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창민과 윤호 두 사람만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SM은 지금 사태에 대해 변호해줄 우군이 몹시 필요합니다. 아이돌이 상당한 권력을 쥐게 되는 연예계에서 모처럼 소녀시대를 통해 예전의 주도권을 되찾은 모습의 SM이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왔던 노예계약 이미지를 어서 탈피하고 순수한 피해자로서 지지를 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동방신기가 5명인 채로 남길 원했던 건 일본 뿐만이 아니었으니까요 SM은 과정이 어찌되었던 동방신기 팬들에게는 '조용히 있던 5명을 갈라놓은 원인'으로 비추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변명을 한답시고 AVEX가 약아빠진 회사라고 주장하기엔 한국에서 AVEX에 대한 아무런 인지도가 없기에 상대로서 적합하지 못하기에 지금의 JYJ에 대한 SM내외의 수많은 사람들의 디스는 SM이 차마 일본 시장까지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지언정 지금은 소녀시대로 인해 다시 대한민국 연예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아의 이런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음악을 듣고 아이돌을 보면서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복잡한 문제를 굳이 일일히 알아가면서 들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문화 산업이 비즈니스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음은 물론 우리나라가 과시하던 '한국인의 정'조차 지켜내지 못한 야비하기 짝이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문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그때그때 좋은 음악이 나오면 되는 인스턴트 소비만이 아닌. 당장 시장성이 없더라도 내가 학창시절때 좋아했던 그룹, 가수가 20년 30년 후에도 비록 춤을 추지 못하고 그때처럼 몸이 날렵하지 않더라도 그때 그 노래를 느린 노래라도 불러주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추억하는 기쁨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일 것입니다.

마치며..

지난해 연말 미국 시카고에서 연말을 보낼 당시 TV에서는 미국의 연말 가요제 같은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가수들이 줄이어 나온 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그룹은 다름아닌 결성된지 20년도 넘은 이미 아저씨돌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뉴 키즈 온 더 블록'이었습니다. 보는 관객들은 이 '한물간'아이돌이 보여주는 몸짓과 그때 그 당시 히트했던 '전형적인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열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벌써 4개 이상의 그룹이 세대교체를 할 동안 뉴 키즈 온 더 블록은 여전히 무대에 그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과 음악에 미국의 문화소비자들은 충분히 열광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미국이 신인 그룹이 말라버려서 과거의 그룹을 억지로 부른것일까요? 세계 최대의 음반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위클리 100위 안에 드는 게 경사가 될 만큼 하루에도 수십명의 신인들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세계 제일의 음반 시장을 가진 미국이 뭐가 아쉬워서 '퇴물'을 피날레 무대에 세웠을까요?


박용하의 죽음에 '평생 잊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일본 아주머니, 겨울연가 종영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활동 없이 인지도를 이어가고 있는 배용준을 좋아하는 일본 아주머니들을 보며 '아 저 분들은 참 한가하기도 하구나'라고 생각할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한번 좋아하면' 그가 '내 눈앞에서 당분간 없어지지 않고 계속 함께 해줄 수 있을' 그런 아이돌이 나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7080가수들만이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태지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 god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 아이돌 음악이지만 그 곡들 중에서도 국민가요가 되었던 명곡들이 적어도 한두곡씩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지금의 7080세대가 되었을 때 추억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줄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 지금 7080세대들이 누리는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일테니까요.

요즘 세상에는 '오래 되어도 여전히 좋은'음악이 없다고 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자자의 버스안에서, 미스터투의 하얀겨울이 지금까지도 리메이크 되고 있지만 그 곡들이 발표될 당시에는 그저 트랜디 가수들이 부르는 대중가요였을 뿐이었으니까요. 지금 나오는 음악들 중 어떤 게 레전드로 남아서 오랜 기간 사람들 귓속에 남아 그때를 추억하게 만들어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음악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하찮게 들리는 음악과 가사 한 소절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의미로 다가와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으려는 손을 멈추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음악의 가치는 그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정하는게 아니라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그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오래 볼 귄리가 있으며 문화 소비자로서 그것을 가요계에 당당하게 요구해야만 합니다.

5년 뒤에는 사라질테니까 진심으로 좋아해봐야 나만 상처받는 그런 가요계가 아니라..
언제까지고 내 청춘을 들려줄 그런 가수들로 남아줄 것을 약속할 수 있는 가요계와...
그 약속에 부응하여 언제까지고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오랜 팬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저 이제 흠 잡을데가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 음악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별기획 4부작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를 마칩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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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는 데뷰부터 아주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그룹입니다. 한자 문화권을 의식해 그룹명부터 맴버들 이름까지 4글자로 맞추어져 있었고 사실 전략상에 있어서 그들의 활동은 다분히 일본보다는 중국쪽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들이 왜 첫 방문지로 일본을 택했느냐하면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SM의 중국쪽 기반 닦기가 완성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이른바 일본 가요시장의 중화권 영향력 (사카이 노리코 약물시망에 중국이 들썩거렸던 그 내공)을 빌리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중화권에 퍼져있는 JPOP의 영향력은 상당한편이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중국의 '혐한'기류는 동방신기에 있어 이로울게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초창기 SM이 기획했던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이미지가 국내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자 급격히 음악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HOT나 신화 때와는 다른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 그치고 있었던 점도 이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그들이 가지는 이미지는 보아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보아는 단 싱글 없이 정규 1집 달랑 한장만을 내고 일본에 진출한 이른바 '순혈 유망주'였지만 동방신기는 싱글 1집 HUG 부터 정규 2집 '라이징 썬'까지 싱글을 포함 6장 이상의 음반을 내며 2년간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가요계를 '지배한다'싶을만큼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예정된 수순처럼 일본행을 결정합니다. '유망주'가 가지는 기대감보다는 지금의 '카라'가 가진 이미지와 상당히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하시면 쉬우실텐데요. 보아때는 이런 저런 스캔들로 인해 생각보다 해외 진출을 도망치듯 서두른 감도 있었습니다만, 동방신기는 SM이 가장 자신있어하던 보이그룹의 계보를 잇는 매우 중요한 위치였기 때문에 이들이 어느정도 브레이크를 해주지 못하면 뒤를 잇는 SM표 아이돌들이 고스란히 하향세에 편승하게 되는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어떻게든 국내를 평정하고 떠나야만 했던거죠.

그러나 당시 SM이 몇 가지 오판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이들의 '포텐셜'로서.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너무 조기에 포기해버린 감이 없지 않은데요. 당시에는 SG워너비를 필두로 실력있는 R&B뮤지션들의 대거 히트로 사실상 이들과 실력으로의 맞대결에서 진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래의 시장층인 10대 아이돌로 대상을 급히 선회하여 본전이라도 찾자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이 선택이 SM으로 하여금 '본전'을 찾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른바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기대를 걸었던 동방신기의 일부 맴버들에게는 상당한 좌절감을 가져다줍니다. 이들이 목표로 했던 것과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전편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는 생각보다 제법 큰 파장을 불러옵니다.


두 번째로 오판했던 부분은 이들이 '일본'에서 지금만큼 히트를 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SM은 보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전략으로 동방신기 일본 진출을 준비합니다. 다름아닌 '돈으로 밀어부치기' 로서 일본 진출이 본격화될 당시에 시부야 109의 벽면에 동방신기 전면광고가 걸리는(옥외광고로는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투입되는 일본의 타임스퀘어급 장소입니다) 등 마케팅을 대단히 공격적으로 진행하는데요. 이는 일본에서 그들이 초반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그 파도가 계속 이어나간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에서 나왔던 전략이었습니다. 일본 시장은 그야말로 '꾸준함'이 핵심인데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아무리 돈줄이 넘치는 SM이라도 오래 지속하지 못하게 되죠. 당연하겠지만 아무리 초반에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한들 일본 시장의 우직함은 즉결적인 반응을 내지 못했습니다. 지금이야 제 2의 한류라고 해서 한국 그룹들이 데뷰 직후부터 주목받습니다만 당시에는 한류 열풍 사그러드나 뭐 이런 기사가 쏟아져나올 때이니 즉각적인 반응이 있을 리가 없었겠죠. 당연하겠지만 지금의 소녀시대에 거는 기대와 당시 동방신기가 받았던 기대 수준은 많이 다릅니다. 소녀시대는 국내를 완벽하게 평정한 뒤 일본에 진출했지만 동방신기는 그 정도까지는 못 해냈거든요. 그렇기에 국내에서의 기대감이나 관심 역시 지금의 소녀시대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동방신기 해체 후 다시 등장한 전면광고


이런 현실을 SM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만 여기에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오판한 부분은 그만큼 돈을 투자했는데 동방신기가 투자한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자 너무 쉽게 동방신기의 해외 시장 가능성을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물론 국내 소속은 SM으로 남아있었습니다만, '보아'의 리즈시절 당시 거의 지분을 얻지 못했던 실패를 거울삼아 동방신기만큼은 AVEX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든 스스로 일본 마케팅을 전개해 일본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SM은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에 대한 성공 가능성과 그에 따른 지분을 사실상 투자 실패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쯤을 기준으로 AVEX에게 다시 무게추가 넘어가게 되는데 그들은 '보아' 마케팅의 경험과 이른바 '고무로테츠야'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국내에 거의 그 소식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치밀하게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을 '일본식 정석'대로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슈퍼주니어가 데뷰하게 되는데 동방신기의 정식 데뷰 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은데다가 동방신기가 국내 시장에서 정통 아이돌 음악으로 회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이른바 '5년 주기'에도 전혀 걸맞지 않은 매우 시급한 조치였는데요. 슈퍼주니어는 우려했던 대로 동방신기로 인해 다소 하락세를 맞은 아이돌 시장의 부담을 그대로 안고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들의 역할은 특별히 국내 시장 평정이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지금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인지도를 높이는데 (예전 SM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SM의 돈줄이 말랐을수도 있고 그밖에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슈퍼주니어의 역할은 처음부터 SM의 이른바 '중국공정'이 완료될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공정이 완료된 직후 미련없이 '중국'으로 건너가 그야말로 SM의 중국 간판으로 활약합니다. 동방신기를 위해 닦은 길을 슈퍼주니어가 어부지리로 혜택을 본 셈이 되겠네요.

이렇게 SM이 점점 국내 시장에서도 딱히 대박을 낳지 못하던 와중에도 동방신기는 소리소문없이 일본에서 기반을 닦고 있었습니다. SM도 물론 그쪽을 신경쓰고 있었습니다만, 그들은 뭔지 알 수 없는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했죠. 동방신기를 공동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안대고 코푸는 입장이었던 SM이 특별히 불만이 있었을 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AVEX와 동방신기 본인들 입장은 상당히 달랐던 것 같은데요.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전개하는 음악 성향이 한국에서 활동하던 때와 정말 너무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입니다.


AVEX는 원래 아이돌을 육성하는 기획사가 아닙니다. 그들이 동방신기를 택하고 동방신기에 공들이는 과정에서 실력이나 가진 내공을 철저히 깔아뭉개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음악을 배정하는 일은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죠. 마케팅은 맞춤으로 하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있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자부심이 과해 미국 진출 후 빚더미에 앉게 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서인지 동방신기는 하마사키 아유미나 오오츠카 아이, 코다 쿠미 등 주로 거물급 여성 가수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AVEX본사가 아닌 당시로서는 신인에 가까웠던 EXILE이 소속되어 있는 '리듬존'소속으로 활동하며 지금의 EXILE과 거의 유사한 음악 색깔과 육성, 마케팅 전략을 적용받게 되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조금씩 먹혀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음반 판매에 있어서도 팡 터지다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닌 차분히 50위권 내를 오래 지켜나가는 일이 많아지던 것도 이 시기죠.


'하라는 음악'이 아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성공을 하게 되면 앞서 예를 들었던 '원더걸스'의 사례와 정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데요. 이른바 '원 소속사에 대한 불신'이 그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시아준수가 당했던 '아이돌답지 않은 외모'로 인한 무시는 거의 전설적인 수준이었는데요.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맴버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다운 '유노윤호'를 제치고 톱에 나서는 둥 전세가 역전된 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의 유노윤호는 맴버 전체의 인기에 비해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이런 활동의 극단적 변화 속에서도 특별히 한국에서의 위상을 잃지 않으면서 한국에서 발매된 미로틱으로 50만을 돌파하는 등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높아진 위상을 얻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점도 큰 영향을 끼쳤을것이라 사료됩니다. 미로틱 이전, 동방신기는 국내에서 거의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았기에 인지도가 많이 낮아진 상태였음에도 결과가 좋았다는 것은 그들의 멘탈 깊숙한 곳에 어떤 완고한 무언가를 만드는데에 부족함이 없었겠지요

아이돌 형태의 그룹도 노래 못하면 쳐주질 않는 AVEX, 사진은 최근 고무로가 밀고 있는 AAA


이런 와중에 일본에서는 동방신기의 영향력이 점차 내실을 갖추고 가속엔진을 달기 시작하는데요. 다년간 다져온 내실에서 커가는 나무는 거침이 없었고 그들은 2008년과 2009년 그룹 결성 이후 최전성기를 맞으며 쾌진격을 계속합니다. 이와 거의 동시에 일본은 이 시기부터 음반 시장, 특히 음반 판매율 평균치에 있어 거의 전년도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하게 되는데요. 대형 신인들의 잇따른 실패와, 장기불황으로 인한 음반 시장의 침체, 그리고 자스락이라는 일본 저작권단체의 너무나도 완고한 폐쇄적 정책으로 인해 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하는 변화의 흐름을 더디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음악을 접할 기회를 상당 부분 제한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는 아이팟의 보급이 거의 안정권으로 접어들어 아이팟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순수 음반 시장을 잠식해가는 이른바 '검은 배'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어서 젊은 층들은 이제 더 이상 음반을 사지 않게 되었죠. 싱글 시장은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게 됩니다만 앨범 시장에서는 정말 가창력이 있는 깊은 인지도의 가수들조차 100만장을 팔기 힘겨워하는 실로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화되고 있었습니다.

동방신기는 바로 이 때와 맞물려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즉 '가창력'과 '아이돌'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며 20대 이상의 소비 연령층에게 대거 어필하게 되죠. 이같은 음악계의 상대적 고연령층시장은 '아이팟'을 활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세대가 대부분으로 이들은 아라시 이후에 등장한 쟈니즈표 아이돌들을 동방신기가 가볍게 짓밟는 것을 가능케 한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되어줍니다. 아무리 오리콘에서 음원 판매 비중을 반영한다 한들 일본 레코드 대상은 여전히 실 음반 판매 비중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사실 그게 실제 인기와 수익성에 결부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다시 말해 동방신기는 실제 얻는 인기 수준을 가지고 비교해봤을때 거의 동급수준의 아이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줄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음반시장뿐만이 아니라 콘서트 등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늠하는 부분에 직결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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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음반 시장의 침체는 전통적으로 음악성에 승부를 걸어왔던 AVEX에는 거의 치명타였습니다. 하마사키 아유미나 오오츠카 아이 등 간판 레코드이터들이 국내외적으로 예전만 못한 부진에 휩싸인데다 자금 사정마저 좋지 못해 한때 납세자 3위에 올랐던 고무로테츠야가 사기죄로 구속되는 등 이런저런 내홍으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죠. 이런 와중에 동방신기의 독주는 AVEX를 거의 먹여살리다시피 하던 셈이었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동방신기의 음반 판매량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났으며 마치 가뭄이 들어 물이 줄어드는 가운데 드러나기 시작하는 바위산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죠. 그 페이스는 정말 대단해서 보이그룹의 철옹성이라 불리던 쟈니즈 라인을 그들 아래로 속속 떨구며 정상권을 향해 진입합니다. 이들의 인기는 그들의 이름을 건 방송 하나 없이 순수하게 음악 활동으로 이루어낸 성과이기에 더 대단했고 가치가 있었으며 급기야는 쟈니즈 라인들이 동방신기의 발매 시기를 피해 음반을 발표하는 그야말로 '대놓고 견제'까지 이끌어낼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들이 데뷰한지 딱 5년째 되는 2009년,
이미 예고되었던 것과 다름없는 사상 초유의 계약 분쟁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본의아니게 단지 SM만의 문제가 아닌 AVEX와 일본 가요계 전반이 직 간접적으로 관여된
생각보다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이 되고 마는데요.
국내에 보도된 단지 소속사와의 계약금 분쟁 이상의 더 큰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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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목적이 너무 분명해보입니다. 일단 미쓰에이, 2PM, 티아라, 아이유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아마 이미 해외에 진출해있거나 '해외에 진출 시 성공을 조금 기대해볼 수 있는 아이돌 맴버라는 것이죠. 첫 화에서부터 등장한 배용준의 비중이 그걸 예감케 했습니다. 해외의 한류팬들로 하여금 배용준으로 이슈메이킹 및 성공적인 훅을 한 다음 해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맴버들을 주연급으로 내세우면서 이른바 '드라마 CM'을 만들려는 공산이 다분한 듯 한데요.


- 문제는 이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작진들에게 정말 큰 부담이 아닐수가 없다는겁니다. 일단 '국내에서' 시청율이 어느정도 나와야합니다. 박진영이 저작에 관여한 이상 수지와 택연, 우영의 출연료는 퉁친다고 해도, 티아라나 아이유의 출연료는 아무리 해외진출 떡밥을 던져도 퉁치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제작비도 많이 들었고요.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수출'할 수가 없는 상품이므로 들인 제작비는 반드시 국내에서 회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작사는 '스타의 연인'처럼 아예 대놓고 해외시청자만 노리고 국내를 포기하는 듯한 제작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추자니 정극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기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런 기획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잦다보니 이런 드라마에 대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대본이 그런데요.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한 '궁'이나 '꽃보다 남자'의 경우 대사의 흐름이나 스토리의 완성도에 큰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곤 했습니다만, 드림하이처럼 아무 기반 없이 '순수 창작'을 해야 할 경우 이런 형태의 드라마를 써 본 경험이 전무한 기성 작가들은 제대로 된 대본을 내놓지 못하거나, 혹은 그런 현실을 애써 부정하듯 이쪽 장르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이런 드라마는 대부분 '신인급 작가'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당연하겠지만 '소재의 참신성'에 비해 극의 내실은 많이 부실해질수밖에 없습니다.



- 꽃보다 남자나 궁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드라마계에서도 조금씩 '젊은 트랜디 드라마'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이를 만들어내는 작가나 연출자, 특히 연기를 하는 연기자나 연기 지도를 하는 부분에 대한 육성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즉흥적이며 돌발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드라마의 완성도 특히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는 거의 형편없을 정도로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트랜디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은 두말할필요가 없습니다만, 제작진 어느 누구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거나 중요성을 인지할만큼의 관록을 전혀 보주지 못하고 있씁니다.

- 수지의 발연기 논란에 대한 변호도 바로 이 부분에서 가능한데요. 그 해답은 의외로 정극 경험이 있는 '택연'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드림하이에서 '캐릭터를 가장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쪽'은 다름아닌 택연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는 중편 정극 연기 경력이 있기 때문에 대사의 자연스러움이나 표정 등에서 '관록'은 느껴집니다만 단지 그것에 가려져 있을 뿐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주 새로운'드라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감독까지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해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쪽이 마치 '제대로 그린 그림'을 '새로 그리는' 것보다 '백지에 새로 그리는 편'이 더 나은 것과 같은 결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정극 경험이 없어 기초가 부실할 뿐이지 수지를 비롯하여 몇몇 발연기가 지적되는 아이돌들은 의외로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해에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의 난해함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틴에이저는 극중에서 웃고 떠들고 즐거운 학교 생활이 아니라 누군가는 항상 굳은 얼굴로 무게를 잡으며 '고민'만 끝없이 하고 누군가는 '성장 과정에 의한 편견'에 사로잡혀야만 합니다. 이른바 '에반게리온 컴플랙스'라고 해야할까요? (에바 등장인물이 연기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는 있는지...) 왜 그렇게들 '사회 비판'이나 '현실의 고민'에 집중해서 애써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이돌들이 연기하기 쉽게 만든답시고 '연습생 시절'을 연상시키는 환경과 대본 그리고 캐릭터 설정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좋습니다만, 문제는 작가들이 '아이돌 연습생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안보인다는 거죠. 진짜 연습생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무리 연기에 재능이 없더라 한들 일반 시청자들이 눈에 띌 정도의 어색한 발연기가 나올 턱이 없다는 겁니다.


- 드라마계는 돈이 넘치기보다 '재능있는 사람'이 넘쳐야합니다. 우리나라 영화계가 그랬고 드라마계가 그랬습니다. 무르익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가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 풍토에서 성장해온 것은 돈줄이 아닌 재능있는 사람들이 떠받쳤기 때문이죠. 트랜디 드라마가 먹히는 시대가 오고 그 트랜디 드라마를 국내 스몰마켓이 아닌 빅마켓에서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처럼 '돈'으로 어떻게 된다는 알량한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안될것입니다. 드림하이가 어떤 성적을 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트랜디 원작'에 대한 이해와 연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할것입니다. 아예 이런 드라마를 대놓고 가능성이 없다며 무시하고 한 편도 내놓지 않을 거라면 모르겠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어떻게 내놓긴 해야겠는데 해놓은 게 없어서 매번 쩔쩔매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 시청자들이 그런 드라마를 '봐'줘야 하는 너그러움이 그리 오래갈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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