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3. 1. 1. 03:22

안철수...

 

 

본격적으로 정계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합니다. 단지 지지선언 한 방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5%의 후보를 50%로 바꿔 당선시키더니, 대선에는 직접 본인이 나와서 무려 2개월 넘게 30%+ 지지율을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그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미련없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더니 문재인 후보를 그토록 적극 지원하며 마치 대선 이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더니만 지금은 또 훌쩍 미국에 가버렸습니다.

 

기회주의자다. 간만 본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고집불통이다. ...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의 경우 그의 정책적인 부분보다 인간적인 면이 선거기간 내내 더 많이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는 '정책적인 부분'을 더 많이 평가받은 반면, 안철수의 경우 별로 인간적인 면면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철저하게 정책 노선으로만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면만을 분석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정말이지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손이란 참 신기할 따름이네요. 언론장악의 잔재란 정말 거대한 것 같습니다.

  

 

선거를 결산하는 기념으로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 생각해본 김에 대선을 완주하면서 당을 포함한 본인의 정책 방향성이 비교적 잘 드러났던 문재인에 비해 (물론 그에 대한 언론에서의 보도는 거의 0에 가까웠지만) 상대적으로 그 정책 방향이나 기조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는 안철수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의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죽은 자식 나이 세기같은 느낌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2009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에 쓴 글 (http://rusham.tistory.com/64)처럼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후보를 정말 오랜 기간 키워내는 것보다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후보의 지지율을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정작 선거 기간 내내 단단했던 여당의 고정 지지율에 맞서 깨질 수밖에 없다는 상당한 위기감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미 팽배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세대를 아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50대 이상, PK지방의 압도적 지지율, 호남 지방의 야당 초강세같은 맞대결의 의미를 넘어 이제 그 후보에 대해서 정말 꾸준히 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말 성급한 일반화를 범하기 쉽지만 정작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오래 지켜봐야지만 비로소 신뢰를 주기 때문이지요. 많은 노출이 필요하고 많이 알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의 존재는 무려 15년간 각종 유무형 매체를 통해 알려져있었고, 문재인의 존재는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게 고작 1년입니다. 1년동안 신뢰를 얻는 것과 15년동안 얻을 수 있는 신뢰는 그 단단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안철수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그에게 어떤 행보를 요구하고 그가 그에 응할지 어떨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의 인간적 성품이 아닌 그의 정책적 성향 (변하지 않는 기초적인 부분) 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바라본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대안은 안철수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이 글만으로 그렇게 받아들이실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각종 저서를 통해 해당 후보의 면면을 알아보는 것처럼 이 글 역시 하나의 참고자료로서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알기쉽게 써 볼 생각입니다만, 정책 관련 내용이다보니 쉽지는 않겠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

 

1. 안철수, 보수냐 진보냐?

 

보수입니다.

 

그는 중도 보수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합니다.

작은 정부란 그냥 작은 정부가 아니라 정부가 특별히 소소하게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수많은 부처를 폐지, 통폐합시켰던 것도 그가 '일단은' 보수정당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단 보수의 기본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이게 좋은 지 나쁜 지 잘 알기 어려운 정책기조인데요. 작은 정부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책의 집중성에 있습니다. 어떤 정책을 추구해야겠다고 생각되었을 때 관계부처가 많다면 하나의 정책에도 여러 가지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정책결정부터 추진까지 정말 많은 쪽의 사정을 만족시키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작은 정부가 되면 당장 결재서류 숫자부터 줄어들게 되죠. 일단 정부 부처를 꾸리는 데에 돈이 많이 들지 않게 됩니다. 또한 부처 자체만을 위한 정책도 줄어들게 되죠. 발의되는 정책도 줄어들고 따라서 임기 내 추진되는 정책도 줄어 시행되는 정책 하나하나에 힘이 실리게 되니 매 정책마다 파급력이 크고 그만큼 무게감이 실리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명박의 대운하, 4대강, FTA 등은 매우 크고 우리나라의 많은 부분을 크게 바꿀 정책들이었지만 그 외에 소소한 부분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었죠. 아동성폭행 조차도 아동성폭행 그 자체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 전반, 나아가서는 음란물까지 한마디로 '성 관념' 전반을 바로잡는 파급력이 큰 정책에 주로 손을 대는 모습이 많았으니까요. 물론 그로 인한 소소한 잡음은 모조리 무시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이런것들이 모두 작은 정부와 보수성향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적 특징입니다.

 

안철수 역시 이런 작은 정부를 지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금 이명박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와는 좀 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정책의 희소성과 무게성을 이용하여 해당 정책과는 다른 쪽의 '이권'이 개입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지요. 이 부분이 사실 보수와 작은 정부에서 가장 필수불가결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보수는 작은 정부를 꾸리는 대신 많은 부분을 민간의 자율적 판단과 경쟁에 맡기게 됩니다. 여기에서 정부가 해야할 것은 중간자적 입장에서의 '철저한 사법 공정성'입니다. 정부가 직접 해당 정책과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면 아무래도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가지 않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 컨트롤하는 대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는 쪽을 강화하는 공정성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의 새누리당은 표면적인 부분에서 보수임에 틀림이 없으나 그 성격을 악용하여 이권에 휘둘리고 사법의 중심을 잡는 데에 매번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가짜 보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권이 개입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늘 청렴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던 야당조차 이권과 비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실망감을 나타냈었죠. 그 후보의 청렴함을 믿고 투표했지만 정작 그는 청렴하지 않았거나 혹은 청렴하더라도 그 주변 사람들이 청렴하지 못해서 도덕성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치학적인 문제로 치면 오히려 보수정당보다 진보적인 정책의 정당에서 도덕성을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강합니다. 진보적인 정당은 나라를 진보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일이 너무 많고 그러려면 정말 많은 법안과 부처를 신설해야 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작은 정부가 부패하지 않았느냐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쪽은 아예 작은 정부를 만드는 과정 자체부터가 비리투성이었으니까요. 정부가 하던 일을 민간에 넘기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려 드는데, 그 정책 기조가 '정부의 부담을 더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지게끔 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까요. 물론 그 부담의 실체는 친인척이나 측근이 민간의 탈을 뒤집어쓰고 그 이권을 넘겨받는 것은 물론 작은 정부였다는 이유로 해당 분야에 대한 도덕적 검증 자체를 안하는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한 게 아닌 그들의 이해타산에 맞는 '작은 정부'로 재해석된 가짜 보수였다는 것이죠. 원래 보수는 나라가 얻는 녹을 줄이고 국민을 잘살게 하되 불합리한 비리는 반드시 척결하는 데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2. 안철수는 진짜 보수가 될 수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철수가 주장하는 정치개혁과 정당정치 쇄신이 바로 진정한 '보수정당'을 만드는 일련의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안철수는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주안점을 두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 '여당'이 되어서는 한국 정치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한 정당개혁은 바로 '여당'이 없는 대통령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안철수가 만일 단일화에 성공해서 야권단일후보로 나왔다고 하면, 그리고 안철수가 만일 당선이라도 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일단 안철수는 무소속 후보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야당이 되겠죠. 그 뒤에 안철수는 어떤 당이든 선택해서 입당하고 그 당을 여당으로 만들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럴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무소속이 아니라 특정 당 소속으로 후보를 출마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당이 없는 대통령, 대통령보다 훨씬 세력이 큰 두 거대 야당...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판은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사례가 될 뻔한 일이 2012년 12월 벌어질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는 이런 미쳤다면 미친 생각을 한 걸까요? 아마 제 생각과 일치하다면 그는 바로 이 여당과 야당의 관계 그 자체가 구태이며 정당정치개혁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거대정당 두 곳 중 한곳에서 대통령이 배출됩니다. 대통령이 배출된 당은 '여당'이고 배출하지 못한 당은 '야당'이 되죠. 그런데 사실 국회의원 수는 여당이 된다고 해서 300석을 다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주로 나라를 위한 어떤 정책이나 법안을 '만드는' 일은 여당이 주도합니다. 대통령도 있겠다 여당이 생각하는 정책방향대로 미루어두었던 것들을 처리해나가는 것이죠. 그럼 야당은 이때 무엇을 하느냐, 물론 그들도 법안을 만들고 상정하는 일을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은 여당이 만든 법안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일을 역점으로 두게 됩니다.

 

구글에서 '국회' 라는 단어로 이미지 검색하면 나오는 두 번째 사진...

 

물론 정책방향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어느 한 쪽은 정책을 만들기만 하고 어느 한쪽은 다 만들어진 정책을 그냥 앉아서 비판만 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양대 거대정당에 모인 인재풀의 위대함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정말 큰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 역시 여당일 때 많은 정책을 만들어 추진한 경험이 있고 그 정책이 그들의 철학으로는 반드시 이 나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충분한 검증을 해왔을 것이며 그들 역시 그 당시 야당이었던 또 다른 거대정당에게 자신들의 정책이 가로막혀진 경험이 있을테니까요.

 

만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둘 다 야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안철수가 가진 세력은 국회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없는 상황이고 결국 법안이나 정책은 내야 하는데 둘 다 야당이니 서로 싸우거나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되죠. 사실 결국 어느 정당이든 여당의 패권이나 정해진 기간 안에 서둘러 이권을 챙기려는 의지만 없다면 충분히 이 나라에 필요한 정책들이 서로 많을텐데 그저 한쪽은 만들고 한쪽은 애써 그걸 반대하려는데에만 열심히다보니 이 나라는 어느쪽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모른 채 제대로 된 정책이 적용될 겨를도 만들지 못해왔던 것입니다.

 

 

두 거대정당에는 정치판에서 몇십년을 굴러온 베테랑도 있고 정책자문 경험이 풍부한 스페셜리스트, 이 나라에 진정 필요한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씽크탱크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여당이 되었을 때 혼자 다 해먹기 위해 갖춰놓은 것들이죠. 이들 인재들이 내가 여당 혹은 야당으로서 우리의 이득을 위해 혹은 상대를 반대하기 위해 이 인적 자원을 쓰는게 아니라 순수 정책으로, 정책 대 정책으로서 두 정당이 대결하는 구도가 된다면?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는 진짜 정책대결의 정치판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가 바라는 정치개혁은 포트 정치의 청산이다.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이권 청탁의 루트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아무리 깨끗한들 친박계, 친노계처럼 해당 후보의 계파가 존재하는 한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대통령에게 전해지는 각종 청탁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안철수가 문재인에게 그 포트 역할을 하는 친노를 도려낼 것을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대통령은 혼자 남아 대통령직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상론이 그의 단순하고도 단순한 정치 철학인 것이다.

 

 

 

물론 이미 포트 수십만개가 박혀있는 박근혜와 어느 누가 또 다시 부각되면 그 포트를 쑤셔박을 궁리만을 하는 사람만 수만에 이르는 새누리당에 갈 가능성은 더욱 적다.

 

 

 

3.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상론이기도 하고 설령 안철수가 된다고 한들 그의 머릿속대로 정치판이 움직여주지 않게 된다는 것은 지난 안철수의 출마와 사퇴 사이에 벌어졌던 일들로 인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이런 생각은 그저 이상론이겠거니, 실정을 너무 모르는 비정치인의 치기어린 객기였다고 그냥 묻어버리면 되는 걸까요?

 

안철수에 열광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가 바라는 정치에 얼마만큼 동의하시는지요? 굳이 누구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라도 깜짝 등장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여당은 정말 오랜기간동안 얼굴을 알리고, 이미지를 가꾸며 장기 투자하는 식으로 대통령을 결국 만들어내는데, 지금의 야권은 너무 오랜 기간동안 방만하다가 결국 또 다른 메시아가 나타나기만을 기대하고, 그들에게 있어 메시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의 등장 이전을 잊은 채 메시아의 계시를 거부해버리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거부한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당이 되거나 안되도 제 1야당이 되는 것 이외의 시나리오를 생각한 적이 없다. 만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가 신당을 차리든 차리지 않든 관계없이 여당은 될 수 없음은 물론 제 1야당 역시 새누리당이 되기 때문에 그들은 제2의 야당 신세가 된다. 민주당이 제2야당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만큼 그들은 제 1야당 자리를 여당 자리 이상으로 집착한다. 이런 놈들이랑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들은 안철수를 단 한번도 동일선상의 경쟁자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 1야당이라는 타이틀, 생각보다 꽤나 탐스러운가보다.

 

월드컵이 끝나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고 한숨을 쉬는 사람들 많지만 축구는 월드컵만 하는 게 아니죠. 프로 축구는 연중 개최되고 있고, 그 프로 축구가 풀뿌리가 되어 월드컵팀이 강해진다는 것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만 아직도 사람들은 월드컵 대표팀 선수가 갑자기 어디에서인가 뚝 떨어지는 줄 아는 사람이 많죠. 누군가가 갑자기 등장해 맹활약을 하기라도 하면 '혜성처럼 나타난'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신문도, 그 신문에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무언가 이 모순적인 상황을 별로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 선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 축구팀의 에이스로 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정치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끊어진 필름을 이어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의 과오를 지적할수도 미래를 보지도 못한 채 그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그를 지지해야 하는 현실에 매번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어떤 정치인을 보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면에는 그의 외모, 그의 언변, 그가 내세우는 서면과 구술로 이루어진 정책, 그의 과거 청렴성, 납세 실적과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득표력 뿐이지 않은가요?

 

 

안철수는 불과 6개월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 그에게 실망하기에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를 다시 보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안철수가 어떻게 이 세상을 바꿀지, 그걸 위해서 그에게 어떤 위치를 부여해줘야 할 지 생각해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은지요?

 

우리는 그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를 지켜볼 시간을 5년이나 얻었습니다. 또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함께 대안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간 역시 5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엄청난 약이 될수도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일 것입니다. 그 약은 우리에게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와 그 나라에 살게 될 사람들에게도 매우 소중하게 쓰여질 것이라 자부합니다.

 

...

 

그의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도

우리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그리고 그와 우리가 함께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것도

 

결국 지금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posted by RushAm 2012. 12. 21. 00:51

멘붕이라는 표현이 맞나봅니다. 유명한 논객들은 만 하루째 다들 침묵중이시고, 많은 지지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예상했던, 혹은 예상못했던 갖은 갑론을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 언제나처럼 특정 계파나 계층을 들먹이며 어떤 '원인'을 찾는데에 주력하고 있지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선거는 끝났고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 뿐이에요.

 

우선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모두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이 결과는 생각보다 예측이 너무 쉽게 될 수 있었음에도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조금은 기적을 바랬었습니다. 지금의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까지 부정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젊은층의 투표율과 의외로 높았던 50대 이상의 투표율 역시 예상가능했음에도 우리는 너무 절박했었던거에요.

 

 

지금 뉴스에서 50대 이상의 분노가 표심에 표출되었다. 생각보다 젊은층 투표율이 낮았다라든지 이런 저런 얘기 나오는데, 다 빗나간 얘깁니다. 그렇게 잘 맞출거면 대선 전에 맞췄어야죠. 데이터가 나와있는걸 그대로 읇조리는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데이터 분석조차도 이번 대선의 본질적인 키워드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는걸요.

 

그래서 이번 대선을 뉴스에서 말하는것과 아주 다른 시점에서 분석해보겠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제 생각도 좀 곁들여볼까 합니다. 근래 안썼었던 길고 긴 공식성명이 될 듯 합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한번 들어보시죠.

 

..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

 

네 맞습니다. 이번 대선 야당에 엄청 유리한 투표율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야당이 이기는 게 맞고 사실 박근혜 지지자들보다 '문재인/ 안철수' 지지자들이 훨씬 더 많이 투표했습니다. 투표율이 70% 넘어가는 순간부터 박근혜 지지자들 표가 아닌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 표의 순수증가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근데 왜 박근혜가 이겼냐고요?

 

우선 75.8% 라는 최종득표율에서 70%라는 야당유리분기점을 뺀 순수 초과분 5.8%에 주목해봅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약 70.8% 의 투표율 속에서 이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생각한 분석 결과였습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들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 5.8%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이 던진 초과물량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5.8%가 '문재인'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50대 이상의 무심한 투표 성향도, 그들의 분노어린 엄청난 투표율도 아니고

20,30대의 투표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서도 아닙니다.

 

단지 민주당이 너무 단순한 계산을 신기루에 묻혀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거에요.

 

...

 

박근혜의 지지율은 1년 전부터 움직이지 않는 말 그대로 부동(不動)층으로 유명했습니다. 박근혜에게 악재가 생기든 호재가 생기든 이 움직이지 않는 지지율은 몇 번이고 진보측 논객들에 의해 화제가 되었죠. 그 유명한 이 수치입니다.

 

45%

 

 

이 지지율은 박근혜의 거의 상징과도 같은 지지율이 됩니다. 늘 여론조사 조작을 의심받을 만큼 고정적인 지지율이어서 많은 조롱을 받게 되죠. 그런데 그만큼 또 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진보논객들로부터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낳게 했던 바로 그 지지율입니다.

 

안철수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지지율이 있죠. 많은 사람들이 자꾸 안철수나 문재인 지지율을 양자구도 단일화했을때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양자구도는 어디까지나 단일화 된 후 다른 지지자들이 섞인 결과입니다. 안철수의 바람이 꺼지고 지지층이 박근혜처럼 더 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던 단일화 직전의 지지율은 바로 이 숫자로 대변됩니다.

 

30%

 

 

당연히 문재인의 지지율은 이미 3자 구도를 기준으로 해놓은 상황에서 남은 수치가 되겠지요.

 

25%

 

 

이 숫자들을 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45 vs 30 vs 25 의 대결

 

일단 산술적으로 보았을 때 이를 양자 대결로 치완해보면 야권지지율은 55%, 여권 즉 박근혜 지지율은 45%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어디까지나 산술적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양자구도 여론조사는 좀 이상합니다.

 

 

 

산술적으로 누가 되든 표가 똑같이 모여야 하는데 문재인일때와 안철수일때의 총 득표율이 다릅니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본선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했었고, 지금 문재인의 패배 뒤에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온다고 합니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사실입니다만 안철수라고 해서 반드시 이겼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안철수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실 때문이죠.

 

 

선거가 임박할 때 이탈한 지지자는 부동층이 되지 않는다.

 

 

단일화가 선거에 너무 임박해서 이루어져버린탓에 단일화와 동시에 사람들은 이미 지지 후보를 정해버려야만 했습니다. 후보들만 마음이 급했던게 아니라 유권자들도 마음이 급했던거에요. 그래서 이미 단일화 되었을때는 부동층 없이 3자 모두 위의 45 vs 30 vs 25의 대결이 이미 굳어져있는 상태였습니다. 거품이 없는 순수한 지지율이 말이죠.

 

그런데 안철수가 중도 사퇴를 했어요. 그리고 그가 가진 지지율은 다음과 같이 분배가 되었습니다. 다른 여론 조사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대략 이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문재인이 안철수 지지층의 60%을 먹고 박근혜가 20%을 먹은 형국이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0%정도가 부동층이 되었죠. 문재인은 이 부동층 20%를 잡기 위해 안철수의 지원유세를 곁들여 거의 필사적으로 이 부동층을 모두 흡수하는데 성공합니다. 안철수 지지자들 중 부동층이었던 사람들은 선거 d-3에 있었던 안철수의 본격 지지선언 제스츄어에 힘입어 모두 문재인 지지로 돌아섭니다. 그렇게 문재인은 사력을 다해서 안철수의 지지율 80%를 가져가게 되는데요. 이 부분이 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마디로 야권이 단일화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80%라는 것이고 나머지 20%는 반드시 박근혜에게 간다는 공식이 성립되었기 때문이죠. 끼워맞추기 같지만 계산은 지금부터 재미있어집니다.

 

 

 

자 다시 45 vs 30 vs 25로 돌아오죠.

 

이들 절대지지층을 두고 단일화 할 때의 득실비율 8:2를 대입해보겠습니다.

 

문재인으로 단일화했을 경우

 

문재인의 실제 지지율 25%에 안철수의 지지율 30% 중 80%에 해당하는 24% (30%*0.8=) 를 얻게 되어

문재인의 최종 득표율은 25%+24%=49%가 되고

 

박근혜는 실제 지지율 45%에 안철수의 지지율 30% 중 20%에 해당하는 6% (30%*0.2=)를 얻게 되어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은 45%+6%=51%가 됩니다.

 

 

 

박근혜 51% vs 49% 문재인!

 

 

 

놀라운 건 이 결과가 불과 한 달 전의 데이터만으로 예측이 가능한 산술적 수치였음에도

출구 조사나 실제 대선 결과와 큰 틀에서 일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철수로 단일화했을 경우를 볼까요?

문재인으로 했을 경우와 동일한 8:2 배분 형태로 보겠습니다.

 

박근혜의 실제 지지율 45%에 문재인의 지지율 25% 중 20%에 해당하는 5% (25%*0.2=)를 얻게 되어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은 45%+5%=50%가 되고

 

안철수는 실제 지지율 30%에 문재인의 지지율 25% 중 80%에 해당하는 20%(25%*0.8=)을 얻게 되어

안철수의 최종 득표율은 30%+20%=50%가 됩니다.

 

 

 

 

박근혜 50% vs 50% 안철수!!

 

...

 

 

근데 민주당은 왜 그랬나?

민주당은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데이터 신봉이지요. 2002년 10월 당시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의 노풍이 무색할정도로 정몽준후보에게조차 밀리는 10%후반대 지지율을 겨우 지키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3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이 단일화 경선을 노무현이 이기니까 놀랍게도 이 두 후보의 지지율합산 뿐만 아니라 잠자고 있던 부동층까지 한꺼번에 단일화후보에 달라붙으면서 지지율이 합산치를 훨씬상회하여 상승하는 기적을 불러옵니다. 그렇게 기대 이상의 압승으로 노무현은 승리를 거두죠.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에도 두 가지의 뼈아픈 착각의 실수를 저지르는데요 첫 번째가 국민경선의 포텐셜이고 두 번째가 단일화 시너지 효과의 과대망상으로 인한 아주 기초적인 계산 미스였습니다.

 

단일화가 될 경우 시너지 표만을 기대했을 뿐 해당 지지자들의 이탈표를 생각하지 못했고

그 이탈표가 부동층이 되지 않고 박근혜에게 그대로 흡수되어 굳어진다는 생각은 더 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단순 합산으로 박근혜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비록 안철수보다 조금 밀리지만 양자대결에서는 둘 다 이길 수 있다고 나올 때까지 문재인의 지지율만을 올리는데에 박차를 가할 뿐 단일화 자체에는 소극적으로 임했던것입니다.

 

 

자신들도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요.

 

컴퓨터 회사 창업자 안철수는 누구나 풀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산술식으로도 문재인은 이기기 힘들고, 자신으로 단일화하더라도 이길까 말까 모르는 접전이 예상되는데, 이걸 모른 채 계속 문재인도 이길 수 있다며 단일화를 압박하면서도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말이 통했다면, 이념이 같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을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민주당의 말대로 투표율 70%를 넘기면 야당이 유리했습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표 즉 문재인 안철수의 표가 더 많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실제로 많았습니다. 표 중 55%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의 표였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졌습니다.

 

 

51.6% VS 48.0

 

...

 

혹자는 보수 대결집 효과라고 하고

적지 않은 20대가 문재인에게 등을 돌렸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50대의 소외감이 표로 반영되었다고 하고

여성 대통령론이 여성 지지자들을 끌어모았을거라고 하고

애국 보수 논객들의 설파가 결국 힘을 얻었을거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네 있었겠죠. 그런 이유 충분히 영향 있었을겁니다.

근데 제가 보기엔 그건 정말 극소수, 눈에 보이는 그냥 주변 사람 얘기들에 불과합니다.

 

큰 틀에서는 이미 2개월 사이에 두 후보, 크게는 세 후보 사이의 지지율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큰 손이 사퇴를 한 후

 

그 나머지를 서로 나눠가졌고

 

그 나눠가진 몫으로 누군가가 당선이 되었을 뿐입니다.

 

...

 

투표율 75.8%

야당유리기점 70%

초과분 5.8%...

 

안철수 지지율 30% 중 박근혜에게 간 지지율 6%

박근혜의 고정 지지율 45%

박근혜의 최종 득표율 51.6%

 

고정 지지율과의 차이 6.6%...

 

 

...

 

이렇게 된 것입니다.

 

 

 

더 쉽게 설명해드릴까요?

 

2002년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지지율 변화 추이 표입니다.

이 당시 민주당에는 이인제 대세론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이라는 후보가 '대안론'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었죠.

이인제는 양자대결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는데요.

 

...

 

만일 이 경선에서 이인제가 노무현을 누르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노무현과 똑같은 조건으로 모든 단일화도 성공시켜서 양자구도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 그 결과가 바로 2012년 대선에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모두 걸고 덤비지 않았습니다.

패해도 지금의 제 1야당 자리를 지켜내려고 했지 그것마저 모두 던지고 싸우려 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들의 생각대로 그들이 이겼던 대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이 흘러가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생각외로 모든 것을 다 걸고 덤빈 새누리당과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지고 산을 내려온 안철수에게

 

 

 

 

진 것입니다.

 

 

51대 49로 ...

2개월 전 예측할 수 있었던 수치 그대로...

 

 

...

 

더 못쓰겠네요. ....

 

휴우...

posted by RushAm 2009. 8. 27. 08:41
한국형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가 트위터에게 공식적으로 승리했다는 수치적 결과 발표가 얼마 전 대대적으로 보도 자료를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되었다. 사실 국내에 거의 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트위터의 그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 모바일과 연계가 능동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에 어울리는 서비스다) 트위터가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것이 '김연아'의 트위터때문이였다는 걸 착안 예전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통해 어떤 투자를 했던 연예계 유명 인사들을 대거 미투데이로 끌어들였고 여기에 네이트온의 성공 공식이었던 '웹투폰 문자메시지 무료'떡밥까지 제공하는 총력전을 벌인 끝에 내놓은 결과라서 그런지 이 기사를 보는 내내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만든 곳이 NHN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이 수치를 얻기까지 그 수많은 미투데이 찬양 기사와 더불어 트위터의 보안 문제를 연일 도마 위에 올렸던 언론들의 알아서 조공을 바치는 태도에 환멸을 느껴서였을까?

국내 대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IT업계의 경우 '안방 호랑이'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관공서의 국산소프트웨어 사용 정책으로 한국에서 MS워드의 점유율 정체에 한 몫을 했던 아래아 한글과 이 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왕좌를 지키고 있는 V3, SKT를 등에 업고 MSN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네이트온, 야후를 밀어내고 구글은 채 치고 올라올 틈조차 만들지 않는 네이버 등 의도적이지 않은, 그래서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반독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네이버를 제외하면 이들이 과연 IT업계다운 승부로 소프트웨어면 소프트웨어답게, 웹서비스면 웹서비스답게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 왕좌에 올랐는지에 대한 부분에는 깊은 의문이 남는다. 가장 유명한 경제법칙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말이 슬프지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게 작금의 업계 현실이다.

그중 가장 세계화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V3의 경우 바이러스 검색 능력은 다소 저평가된 부분도 있지만 알려진 것에 비해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는 프로그램의 완성도, 엔진의 성능, 데이터베이스 규모 등에서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투자 부족, 국내라는 무대의 한계 등 핑계거리는 많을 수도 있겠지만 V3가 벌어들인 돈이 다른 백신회사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부족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며, 국내 실정에는 강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유명 타사 백신들이 자국의 바이러스만 잘 잡아서 지금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V3는 작금의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성향으로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들만을 주로 골라서 백신에 반영하는 반쪽짜리 백신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있었던 좀비 PC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한국 IT업계를 향한 바이러스 공격에는 백신으로서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보다는 사태 종료 후 후속조치만 부지런히 해주면 된다는 식이다. 최신 업데이트의 V3를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사태를 일으켰던 바이러스를 미리 잡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최신 바이러스여서 즉각반영이 쉽지 않았다'는 변명과 보안패치를 하라는 책임회피만이 있을 뿐 백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예방 측면에서의 역할이 미흡했음은 물론 오히려 이같은 사태를 '수익 증대' , '주가 상승'등으로 반영하는 등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바이러스 백신 회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잘 알려진것처럼 네이트온은 소프트웨어의 본질적인 성능이 아닌 싸이월드와 SKT등의 지원사격을 이용하는 지극히 마케팅적인 접근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데 성공했으며 네이버 역시 시작은 지식검색의 성공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지만 이후 카페, 블로그 등 타사에서 이미 점유하고 있는 서비스를 단지 이용자수만을 이용하여 빼앗는데에 급급했을 뿐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이거나 검색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등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마케팅 역시 IT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이 마케팅을 잘 하는 것도 결국 회사의 능력이라는 것에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 마케팅적 능력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IT기술과 더불어 세계적인 IT강국이라고 자평하는 한국의 IT업계가 정작 대한민국 IT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얼마만큼 기여를 하고 있느냐는 사실이다. 이미 대부분의 IT회사들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거나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하는데에 투자하기보다는 먼저 성공한 회사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실정에 맞게 배껴내거나 넷상의 트랜드를 읽고 어떻게 '국내 사정'에 맞는 마케팅을 벌여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언제부터 정보기술 (IT) 업계가 마케팅업계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국내에 문제를 한정한다면 이는 소비자들이 IT업게에 있어서만큼은 지나치게 '게으르고', '환경을 바꾸기 싫어하는 극도의 보수성' 탓인데 이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과연 이 같은 국내 시장만을 노린 마케팅 전쟁이 작게는 업계, 크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먹여살린다고 대량투자를 해놨던 IT강국 한국 호의 순항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는 심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가 처음 IT육성을 나서게 된 계기를 만든 인물이 '빌게이츠'다 한국의 빌게이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수도없이 많이 있었지만, 빌게이츠가 더이상의 성공이 지겨워서 은퇴를 한 지금 시점까지 남아있는 한국의 빌게이츠가 몇 명이나 될까?, 언제나 해외의 IT성공신화를 이끈 주역들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업게 사람들은 많았지만 과연 그들의 행보가, 그리고 작금의 IT업계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IT강국에 어울릴 만한 토양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언젠가든 반도체 세계 1위처럼 IT업계 세계 1위가 나와줄 수 있을까? 대답은 아쉽지만 'NO'에 가깝다. MSN을 이긴 네이트온과 트위터를 이긴 미투데이를 보며 세게적인 I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업계의 힘이 느껴지기보다는 '창작'으로 승부해야 할 업계가 '돈'을 위해 '남의 뒤를 따라가는' 아주 치졸하고 비겁한 기업논리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대한민국 IT의 목표는 'MS'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과연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를 겁내고 남이 위험을 감수하고 얻어낸 성공 사례만을 부지런히 가져다가 배껴서 국내 점유율만 높이는데에 집중하기만 반복하는 IT기업들이 과연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IT 발명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물론 국내에 돌고 있는 IT시장 자금을 부지런히 긁어모은다면 기업가치만큼은 구글의 그것에 약 100분의 1정도 따라갈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로벌 기업이 돈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싸이월드 재팬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것과 네이버 재팬의 별 실적없는 표류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의 실패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스텐다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고사하고 '새로운'시장에 맞게 '새로운'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각 국가별 최적화시도는 물론 이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IT강국이라 자평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제까지 '국내 시장'에서 이겼다고 자랑스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IT업계가 처음 세워질 때 국내에서만 먹고 살라고 키워준 게 아니지 않은가? '후발주자'로 온갖 특전과 출혈 마케팅으로 단기간내에 SNS점유율에서 '트위터'를 이긴 게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떠들고 있는 것인가? 한 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지금 국내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를 해외에다가 그대로 팔 생각이 아닌 글로벌 스텐다드에 부합하는,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냥 각 국가별로 진출한 나라의 시장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웹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국내에서 몸짱으로 키워진, 그러나 집에서만 이쁨받는 마마보이로 자라난 우리나라 IT업계가 오늘날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지게 될 줄도, 학창시절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기회의 문으로 보였던 IT업계가 지금은 수많은 자물쇠에 전자도어락까지 잠겨버리게 될 줄은 한창 IT강국에 대한 기대를 부풀던 학창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기에 지금의 현실이 한층 억울하게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12억 인구를 가졌다면 지금 중국이 하듯이 자국 내 수요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해외에서는 경쟁에 밀려 저가판매를 고수하면서 해외 출혈 투자 비용을 국내에서 회수하려는 가전, 자동차업계나 세계적 강국이라는 자뻑에 취해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만을 벤치마킹만 하다가 결국 WOW에게 한 방을 먹었음에도 이번에는 WOW를 벤치마킹하는데에 여념이 없는 한심한 온라인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며 몸을 사릴 것인가? IT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벤처'정신, 이미 그 정도로 키워줬으면 더 이상 '벤처'가 아닐텐데 어째 점점 더 겁쟁이만 되어가는가? 우리가 그러라고 운동시켜서 당신들을 몸짱으로 키워 준 게 아니다. 내 자식이 나가서 얻어터지고 오면 좋아할 부모가 있을까? 우린 당신들이 처음 이 업계에 뛰어들었을때 가졌던 초심 '제 2의 빌게이츠가 되어 세계를 재패하자'는 목표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연아, 박지성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국 세계를 재패한 위인이  IT업계에서도 하루빨리 등장해주길 아울러 기대해본다.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