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9. 22. 10:44
흔히 '잘 된 작품'을 말하고자 할 때 '어떤 점이 훌륭하고' 어떤 점이 잘 되었고 어떤 점이...등등의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쓰여진 글은 개인적인 사견으로 보았을 때 글로서의 가치가 그닥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했으니까, 비평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 의견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쉽지만 호평은 '추천사'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 작품의 품질보증'을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쓰는 부담이 한결 심한데, 필자가 처음에 '웹툰'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비평'이라는 키워드를 택하게 된 이유도 필자의 능력 상 '호평'이나 '리뷰'를 소화해낼 능력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좋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어떤 면이 좋다'라고 부분적인 부분을 칭찬하기보다는 '약점이 없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곤 한다. 어떤 부분이 좋다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 사람과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 이외에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일 가능성이 있지만 '약점이 없다'는 것은 적어도 장르적인 취향을 제외한 과반 이상의 독자들에게 '비평'을 받을 거리가 없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 취향에 따른 평가 번복이 필요가 없다. 좋은 작품도 약점이 많을 수 있으며 그럭저럭 평범한 작품이지만 약점이나 빈틈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구분하여 양쪽 모두 제각각 걸맞는 평가를 내려 주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웹툰비평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보기 시작한 '웹툰'들은 언제부터인가 단순 감상이 아닌 '비평'을 위한 감상이 되기도 한다. 뭔가 흐름이 엉키거나 페이스 다운이 일어나거나 문제점이 발견되면 가치없이 냉정한 비평을 가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편협된 시각으로 바라보던 중 앞서 언급한 '약점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도무지 발견하기 힘든' 웹툰이 바로 '카라멜 마끼아또'였다. 결국 마지막화에 이르러서까지 이렇다할 약점을 찾지 못하게 되어 웹툰비평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시점에 (하다못해 10회라도 채웠다면 모르겠지만) 특집편(백기)를 내걸게 만든 작품 '카라멜 마끼아또', 그 작품의 어떤 부분이 필자를 매료시켰는지 익숙하지 않은 호평을 시작해본다.

웹툰 작가들이 도전 만화가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할때는 '프로 의식'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나이와 관계없이 말 그대로 '도전'하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올라가는 팜 시스템이다보니 일단 독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단시간내에 주목을 끌 수 있는 요소들을 내세우거나 일단 가볍게 잘 먹히는 '옴니버스'방식을 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공감을 얻고 웹툰으로 올라오게 되면 웹툰에 올라왔다는 기쁨에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일주일 내내 공을 들여 컬러링이나 펜선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내놓는다. 물론 그 뒤에는 선플과 악플이 공존하게 되고 이로 인한 사기 저하와 초반에 무리한 페이스 조절 실패로 약 20회분을 기점으로 '부상'혹은 '병'등의 이유로 연재를 거르기도 하는데, 그 이후로는 작품 퀄리티나 아이디어를 아끼는 측면에서 대단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하며 철저하게 반응을 살피면서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장기 연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마감에 대한 공포감이 생기는 것도 이때부터인데, 만화 자체를 그리는 즐거움보다 '마감'에 쫒기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통으로 인해 만화가 '일'로 둔갑되어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카라멜 마끼아또는 이런 일반적인 시작 단계부터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도전하는 비장함보다는 만화를 그리는 즐거움이 화면 가득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듯한 이 느낌은 사실 작가가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풍겨나오는 것이어서 한층 신선하다. 처음부터 어떤 욕심이나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만화를 그리는 즐거움'그 자체를 연재 시작부터 끝까지 잃지 않고 유지한 점, 단 한번도 오버 페이스가 아닌 자신만의 페이스를 가지고 질질 끄는 기분 없이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솔직하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었다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91화까지 잠시간의 휴식 없이 달려오면서도 작품의 흐름, 작화 품질에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특별한 불만을 일으키지 않았음은 물론, 작가 본인 스스로도 마지막까지 이른바 '초심'을 잃지 않고 마감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단 한번도 겉으로 표출한 적이 없었다는 점 역시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부분으로 작가가 얼마만큼 작품 활동을 '즐거워'했는지를 새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카라멜 마끼아또을 보면서 놀랐던 부분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에 있다. 단순히 '내 작품이 소중하다'는 소유욕이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 펜선, 착화 색깔 심지어 지나가는 간판 하나까지 김명현 작가에게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구성하는 요소 어디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캐릭터를 작품의 구성 요소가 아닌 독립적인 생명체로 표현하여 '내가 탄생시켰지만 개별적인 인격을 가진 인격체'로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웹툰에서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캐릭터에 자기 자신의 모습과 가지고 있는 지식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구성하는 '구성 요소'로 치부하는 것인데, 카라멜 마끼아또는 자기 자신의 경험을 캐릭터에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독립적인 인격을 부여하고 이 상황에서 그 캐릭터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관찰자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는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닌 '캐릭터'가 '연기'하는 '지면상의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카라멜 마끼아또에서는 작가에 의해 남자주인공이 무리하게 엄친아가 될 필요도, 여자주인공이 초큐트한 공주님이 될 필요도 없어지게 된 셈이다. 주인공 이노마와 연이를 비롯해 등장 인물 대부분은 성격이나 행동에 빈틈이 있고 잘생기고 예쁘고 얌전함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캐릭터들보다도 감정 표현에 제약 없이 자유롭고 솔직하다. 작가가 중간 후기에서도 밝혔듯 연애 소재 만화로는 최초로 어느 한쪽 성별에 치우치지 않고 남녀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공존시킴으로서 마치 소년연애만화의 남자주인공과, 꽃보다 남자의 여자주인공이 모두 등장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이래적이게도 남성, 여성향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커플로 매치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에 대한 미움'이라는 감정보다는 평범한 연애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점도 특이할만한 점인데, 특히 갈등 부분에서 흔히 지겹도록 써먹는 '삼각관계'를 가능한 배제하고 다소 고전적인 '신파형'소재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꾸며낸 점이 특히 그렇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연애만화에서 정말 지겨우리만큼 주인공을 두고 다른 남자, 혹은 여자가 접근하여 라이벌이 생기는 (결국은 다시 주인공을 택하는 여자주인공 그리고 라이벌은 '좋은 승부였다'면서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구도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소재 자체로서는 카라멜 마끼아또쪽이 훨씬 고전적인 소재임에도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웹툰이 현재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아주 혁신적인 조건을 갖춘 연재 마당임에도 불구하고 지면 연재와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많은 웹툰 작가들과 이를 바라보는 만화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도 캐릭터가 움직이는 등의 소소한 시도들을 볼 수 있지만 카라멜 마끼아또는 '컷의 연결'을 통한 스톱모션이나 화면 비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파노라마 씬 등 작화적인 제약 사항을 타파하고자하는 다양한 시도들은 물론이거니와 매화 '독자들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와 달님의 레이디오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웹'이라는 공간적 장점을 십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작품 전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모습은 그 성과 여부를 떠나 노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방해요소'로 지적하기도 했던 '달님의 레이디오'나 독자 사연 코너는 역으로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카라멜 마끼아또의 세계관이 현실적이지 못한 동화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작품 세계관을 구축하는 핀 포인트 캐릭터 '달님'을 통해 독자들의 일상적인 사연을 작품 내로 흡수함으로서 현실과 작품 사이의 괴리감을 없에 보다 작품을 현실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 작품을 보고 있다보면 어느새 매일 보는 해와 달이 예사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처럼, 사실상 동화적인 설정에 가까운 '달님'캐릭터가 만들어놓은 카라멜 마끼아또의 비현실적 세계관을 독자들의 삶과 결부시켜 어느새 일상 속에 캐릭터가 투영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 '웹'이라는 공간이 단지 움직이는 그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아마도 처음으로 증명해준 사레가 아닐까 싶다.

무려 마흔여덣컷이 들어간 문제작 (?)


만화가는 대부분 자신이 '작품의 조물주'라고 어기며 작품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관장하려는 성향이 있다. 정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이야기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스토리의 흐름 전반이 독자들에게 읽혀지게 되고 새로운 신작으로서의 가치는 그만큼 반감된다. 물론 신작의 가치가 '참신함'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재가 아닌 '스토리'로서의 신작이 아니고서야 작가 본인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신작이라는 개념은 '지을 작作' 즉 한 덩어리의 전편이 될 수도 있고 다음 시즌, 다음 챕터, 다음 컷, 심지어는 밑그림 펜선이 다음에 어디에 그어질 것인지까지 모두 신작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기에 창작은 그 자체만으로 쉽게 말하기 힘든 어려움이 존재하며 그래서 더 좋은 작품, 더 나은, 지금까지완 다른 것을 그려내기 위해 마감에 시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살짝 비껴나갈 수 있는 치트키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작가 자신이 작품의 '조물주'라는 우월함을 버리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고, 두 번째는 캐릭터를 '로봇'이 아닌 '인격체'로 그려내야 한다는 것, 정해준 기계적인 대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에게 귀를 기울여 캐릭터가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단지 독자들에게 말풍선으로 번역해주는 역할이 되는 것, 마지막으로 '겸손함'에 대한 컴플랙스를 버리고 자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품애'를 가지고 어느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작품을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가장 많이 정주행해보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작가이기 이전에 내 작품에 내가 팬이 되어 열심히 읽어보고 내가 만든 스토리, 아니 내가 잠시 생명을 불어넣은 캐릭터들이 만들어나가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관객의 입장에서 즐겨보면 자신이 작품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줄고 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사견으로 김명현 작가는 이 치트키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카라멜 마끼아또의 스토리를 축약해보면 너무나도 평범하고 뻔한 스토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별로 극적이지 않은 스토리지만, 단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 자체에 상당한 몰입감을 느낀 독자는 필자 뿐만이 아닐 테니까, 카라멜 마끼아또가 완결이 된 직후 덧글란에 쏟아지는 시즌 2에 대한 염원은 '스토리'에 감명을 받은 게 아닌 '우리 주변의 이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 사람들의 아쉬움일 것이다. 하지만 감히 예상컨데 아쉽게도 시즌 2를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는 이어나가면 되지만 '이야기'는 끝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도 그걸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울리지 않게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카라멜 마끼아또를 처음 본 것도 연재가 시작된 지 꽤 지난 90화부터였고 보게 된 계기도 챕터 이름이 '중간 정리'라길래 (오호 간단하게 지금까지 스토리를 한번에 볼 수 있겠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처음부터 보기 시작한 이유는 '연이'가 내 타입이었기 때문 작가가 정리해준 스토리가 중간에 끊겨버려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일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커녕 편견과 오해가 가득한 상태에서 접하게 시작했었기에 오히려 제 3의 눈으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의 웹툰처럼 마우스 스크롤을 휙휙 내려서 매주 한 편씩 1분만에 보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보던 습관에서 벗어나 배용준의 커피 광고처럼 한박자 천천히 한 컷을 조용히 눈에 담으면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니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기대를 하거나 다른 웹툰에 대한 매너리즘이 수반되면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빛을 보기 쉽지 않을 테니까,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다릴 뿐... 그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언젠가 다시 한번 들어볼 수 있기를 기다려보며 글을 마친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김명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일상날개짓'입니다.

다음부터는 정상적으로 비평 들어갑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28. 10:25
20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가장 장수한 유행어는 무엇일까? 다름아닌 '썰렁해!'이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이 단어는 사실 유행하기 전 개그맨 최병서씨가 '병팔이의 일기' 라는 코너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어감 자체로 웃음을 유도했을 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 단어가 가진 힘은 '기존 개그'를 비판하는 역설적인 개그 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개그나 유머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반영구적인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썰렁하다는 의미는 유행에 지나치게 뒤쳐져있거나 대중적으로 개그 코드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른바 '마이 개그'인 경우를 뜻하며 최근에는 유행에 뒤쳐진 개그라는 의미보다는 마이개그, 즉 어떤 특정한 계층이나 배경 지식이 수반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소수들만의 개그인 경우 그 소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이같은 반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개그라는게 이쯤 되면 이미 개그 혹은 유머로서의 가치가 크게 반감된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단순히 1인과 1인 사이에 주고받는 농담 정도라면 아무런 상품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썰렁해'라는 가벼운 힐난 정도로 끝나겠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파는 프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처음부터 '편의점'처럼 특정 계층을 소재로 다룬게 아닌 대놓고 '객관적 시각'을 표명했다면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실질관객동화'는 그래서 약관 스무살의 프로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스타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비평을 시작하는 기분이 이전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다

'실질관객동화'는 마치 메이저리그에 데뷰한 김병현의 사례처럼 아주 특별하다. 작가에 대해서 알려진 바도 별로 없을뿐더러 거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 도전, 베스트를 순식간에 각개격파하고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요일 웹툰에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 젊은 나이에 비교적 다른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은 독창적인 포맷을 주창했으며 그 포맷이 아주 적은 확율이지만 시대적 트랜드와 독자들의 성향에 한 방에 명중하는 커다란 운을 부여받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작가 본인의 노력이 단지 운 만으로 치부되기는 힘든 감이 없지 않은만큼 단지 보여지는 부분만으로 그의 포텐셜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는 부분이 바로 왜 데뷰작으로 '실질객관동화'를 택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작품이 데뷰작으로는 정말 이례적인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문제는 터무니없는 결과론이 될 수도 있겠으나 타이틀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품 역시 동화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컨셉에서 나온 작품이니만큼 신인 작가, 특히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계가 있을 약관의 나이에 도전할 만한 장르는 아니지 않은가 하는 섣부른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그 걱정이 개인적인 판단에 의거했을 때 상당 부분 들어맞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나름대로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나, 초창기의 '한차원 다른 재조명'보다는 주로 패러디에 의존하는 모습이 짙어지고 있으며 이는 실질객관동화만이 가지고 있었던 아주 특별한 개성이었던 '예측 불가능한 세계관'이 '예측 가능'하게 되고 있다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연재를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를 미리 정해두고 있는 것 같은 뉘양스를 풍기고 있는 걸로 봐서는 100회 조금 넘는 수준에서 완결이 될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과거 베스트작 시절에 보여주었던 센스가 점차 독자들에게 간파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미리 준비해둔 것으로 보이는 갖가지 소재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패러디'이든 '재조명'이든 여기에 쓰이는 동화와 쓰이는 웃음 소재들을 선정하는 데에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보니 작가 본인의 경험 부족과 맞물려 매화 상당히 어렵게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가의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다보니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령대 범위가 너무 좁은 개그 코드를 삽입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작가는 작가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레벨 개그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게 개그를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동료 만화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하고 있는 독자들의 반응 중에는 '어랏?'하는 반응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어쨌든 개그 옴니버스를 추구하고 있는 실질객관동화의 생명력에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경험 부족을 이유로 안주시키기에는 문제가 꽤 깊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그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매번 한결같이 '실소도 웃음입니다'라는 주장을 작가의 말에 써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험 부족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빵 터지는 작품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웃으셨다면 좋게 봐달라는 젊은 작가다운 센스라고나 할까? 자신의 개그가 좁은 계층에게만 통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충분히 알고 그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는 자세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건방진 겸손'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작품만큼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아직 처녀작에 불과한 실질객관동화이지만 작품의 마지막,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작가 본인에 거는 기대를 숨기기 어렵게 만들어준다.

천편일률적인,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수도 있었던 옴니버스 웹툰에서 젊은 발상에서 등장한 보기 드물게 '신작'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는 작품이 나와주었다는 점은 무엇보다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조금 나중에 이 포맷을 써먹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독자로서 가지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름의 파란 사과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만 사과는 역시 늦가을 사과가 인정받듯이 작가는 베스트 시절과 지금의 시간차가 거의 나지 않음에도 '그림체'나 다시 재구성한 내용적 측면에서 이전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며 그것도 아직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처럼 '급성장'중인 만큼 지금 작품도 좋지만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신의 성장 포텐셜을 정체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일개 독자로서 가지는 유일한 바람이다. 진심으로 그의 '비상식적인' 성장을 기원해보며 비평을 마칠까 한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무적핑크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청하신 웹툰 주소 링크입니다.
'실질객관동화' 보러가기
다음주는 번외판 '웹.툰.호.평'이 나올 예정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6. 19:27
몇년 전 '엄마 어렸을 적에'라는 작품전이 생각지도 못한 인기몰이를 하며 롱런했던 적이 있었다. 초창기 작품전을 기획했던 주최측조차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클레이 인형 작품전이 이처럼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기성세대'들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안정화된 지위를 확보하면서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의 7080 붐이 몇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아저씨돌의 귀환이라 일컬어지는 과거 아이돌 그룹 출신 맴버들의 연예계 복귀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만화나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는 에외가 아니어서 일본의 경우 아무리 포켓몬, 코난,짱구 등이 날고 긴다 한들 아직까지 시청율 톱을 달리고 있는 건 '치비 마루코짱'이다. 온 가족 포멧이라고 불리지만 결코 젊은 층의 시청율이 높지 않은 이 작품은 언제나 애니메이션 통합 시청율 1위를 고수하며 몇십년째 순항중이다. 한국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성공 여부가 철저하게 극단화되어 있는데, 젊은층의 외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공을 일군 '검정고무신'이나 가족물 컨셉으로 수입되어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우리집' (한국명 아따맘마) 등이 이른바 '복고'와 '생활속의 공감'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떡밥을 가지고 성공한 반면, 치비마루코짱의 경우 뛰어난 캐릭터성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와 다소 다른 공감대를 추구한 부분에서 어필에 실패, 높은 라이센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처럼 '복고'는 업계에 있어 제법 검증된 보증수표임에도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제한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다가, 그들이 반드시 시장성 확보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반드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킬링 테마를 찾아내는 어려움 등이 있어, 성공 확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초반 스토리에서 보여주었던 이른바 '인생 다시 살기 프로젝트'와는 조금 동떨어진 '80년대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다소 이래적인 세대교체식 복고를 추구했는데 지금까지의 복고가 다분히 5~60년대 출생 7~80년대 젊은 세대를 표방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연재 초반부터 지금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복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인생 다시 살기'라는 코드를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스토리적 기대감을 형성시켜준 영향도 크다. 누구나 몇 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라는 만인 공통의 공감코드를 복고 코드와 결부시켜 함께 작극한 것이 주효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이 에상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초반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연재를 이어가기 위한 보험 측면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복고 코드를 지나치게 오랜 기간 활용하여 본궤도 스토리인 '남기한의 인생 다시 살아 엘리트 되는 성장과정' 이 다소 등한시되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다. 연재 초반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복고'가 아닌 '남기한이 지식은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 조숙아로 성공하는 설정'에 매료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학생때로 돌아가 비상식적인 초등학생의 대 활약상'의 카타르시스를 아직까지 뭔가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도 최근 이를 인지한 듯, 매회 복고 소재를 사용한 1회성 스토리에서 벗어나 중간고사나 과학 퀴즈 대회 등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로 전개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소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만큼 매회 스토리 전개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사건, 위기, 전개 등이 다소 맥빠지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부분도 문제, 추리 미스터리물처럼 긴박한 전개에서의 예측 불가성은 또다른 흥미 요소이지만 여기에서 예측 불허는 곧 스토리의 설득력 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몇년째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마린블루스라는 웹툰이 있다. 웹툰으로서는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이 작품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소속사가 팬시회사이다보니, 각종 팬시 상품은 물론, 주제가,플래시 애니메이션 등 대부분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자본적 배경이 주어졌음에도 정작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다이어리상품과 몇몇 팬시 정도가 전부이다. 그나마 음악의 경우 이름있는 뮤지션이 참여하여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다이어리와 함께 팔리는 수준에서 소화되었던 상업적으로는 굴욕에 가까운 처우를 받기도 했다.

앞서 정열맨 편에서도 언급했었지만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한 다양한 파생 미디어의 생산은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거대한 아마추어 시장의모태가 되었던 게 파생 미디어이기때도 했던 것처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참여를 유도하여 ucc등의 뉴미디어를 통한제작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다소 짧게 언급했지만 '파닥파닥 송'을비롯한 작품 내 곡들이 실제 곡으로 (비상업적으로 작품만을 위해) 제작되어 공개된다던지 하는 식의 다양한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연재가 시작된지 반년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초반 '파닥파닥 송'의 성공적인 훅을 이어나갈만한 이렇다할 전개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목요 웹툰 톱을 달리던 인기에서 최근 3위까지 밀릴 만큼 점진적으로 독자들의 관심도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작가도 이를 인지한 듯 최근에 들어 복고 옴니버스를 포기하고 본격적인 장편에피소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고작 선악구도를 잡는 데에 한달여가 소요되었을 만큼 스토리를 추스리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남기한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비중이 적어 생성될 수 있는 스토리 복선을 자체적으로 넓히지 못하는 한계를 타파에 나가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이틀 하나에 웹툰의 초반 독자 유입이 결정될 만큼 웹툰에 있어서 타이틀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타이틀에 이 웹툰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재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 전개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타이틀로 독자들을 후킹하는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으나 타이틀에 거는 기대치만큼의 전개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에는 아직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팬의 이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초반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아직 작품적으로나 작가 역량 측면에서 충분한 포텐셜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필자 개인적으로도 완성도 측면에서 조금 더 분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의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참여 의지를 움직일 수 있었던 보기 드문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서도 보다 고무적인 내용으로 희망이 아닌 현실을 어필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미티'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실질객관동화'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23. 15:31
옴니버스 개그 소재 작품들이 연재가 계속되면서 소재 고갈과 더불어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함정이 있다면 '표절 논란'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찾아내고 공감할 수 있는 개그 소재란 사실 많지 않기때문에 '공감'을 코드로 하는 이상 소재의 겹침은 어쩔 수 없고, 결국 누가 먼저 사용 (체험)했느냐가 승부를 가르곤 하는데, 전혀 표절이 아님에도 어쩌다보니 겹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간혹 경험담이 아닌 '소재 공모'를 통해 얻은 꼭지라던지, 유머 책 등이 출처인 경우도 있고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마감시간에 쫒겨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도 한다.

비단 만화계뿐만 아니고 문화 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창작의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이 딜레마는 원인도 다양할뿐더러 '우연의 일치'라는 예외조항으로 인해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어쩌다보니 한정된 범위 안에서 희귀한 확율로 겹쳤던지, 혹은 대놓고 오마쥬를 했던지 어쨌든 결과는 '안 걸리면 만사형통'인 상황이니까 우연으로 인한 억울함보다는 의도적 실행에도 적발되지 않는 쪽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 있다.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얻는 '자존감'의 가치가 지금 당장 마감을 지켜내고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얻는 데에 따르는 위험 부담쪽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가치 판단에 양심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그만큼 좁아지기 마련이다.

생활의 참견은 등장 시기와 작가의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재 초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힘든 단순한 그림채라든지 이렇다할 개성이 없이 '출연진'으로의 역할에 한정되는 캐릭터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개그 옴니버스 작품에 비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초딩'의 지지 없이 인기작품이 되기 힘든 네이버 웹툰 독자층의 특성 상 작품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연재 환경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이 부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일면 최신 트랜드에 맞지 않는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초반부터 충분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작품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시키지 않고 소재 공모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품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서 장기 연재에 따르는 소재 고갈에 대비한 관록을 발휘한 측면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로 어떻게든 매너리즘을 만들어보려는 신인 옴니버스 작가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으로 연재 공백이나 소재 고갈로 인한 퀄리티 저하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생활의 참견은 2008년 2월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 초반 30화분까지 월,수 연재에 신작과 베스트작을 격차 연재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즉 다시 말해 네이버에서 연재를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닌 개인 블로그라던지 다른 포탈에서 연재를 이어오던 작품을 네이버로 이적하여 연재를 재개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묘한 점은 작가 블로그, 팬 카페 어디에서도 이전에 연재하던 연재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베스트 선정작이 있다는 것은 선정된 작품 이외의 이전 연재작이 있다는 설명이 가능한데, 이전 연재작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베스트 선정작'이라는 단어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챕터 13 '분노의 위기 대처법'때문이다.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베스트 선정작으로 연재된 챕터인데 아무래도 네이버 웹툰 이용자의 대다수가 10~20대의 젊은층이다보니 이 챕터에 대한 반응도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면 별 문제가 없는 챕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에 의해 최근까지도 꾸준히 '소재 표절'에 대한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활의 참견이 지금까지 '소재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소재 공모'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소재를 받아들이고 있는 데에 반해 그 소재 공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저런 문제들, 특히 '표절'같은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별다른 대처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반 비정기적으로나마 업데이트되던 작가 블로그의 '작품 후기'는 연재가 중단된지 오래이며 팬 카페에서도 일부 문제점을 인식하는 독자들도 불 수 있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챕터이다보니 문제 의식이 다소 덜한 감이 있다.

그러나 웹툰은 1회성이 아닌 처음부터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이른바 '정주행'독자들이 많은 특징이 있는 만큼 단순히 '지난 일'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정주행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 의해 표절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챕터가 의도적인 표절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소재 출처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우연인지 혹은 그 외의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앞으로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충분히 입장 표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려 '베스트 선정작'이 아니던가? 단순히 과거 포탈이나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챕터 중 일부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이미 챕터 13은 네이버로 이적하면서 '베스트'라는 이름으로 작가든 네이버든 베스트 챕터를 선정한 측에 의해 '연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검토받은 연재분이기 때문에 그 책임 소재에 있어 한층 민감성을 띄고 있어 논란으로 인한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더욱 민감한 문제는 챕터 13과 소재가 겹치는 작품이 다름아닌 '광수생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면 연재 시절부터 연재 마지막까지 매 연재분마다 각종 유머 서적부터 출처 불명의 개그 심지어 경쟁 신문사의 작품까지 언제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고 이미 10년도 더 지난 작품과 아무리 빨라도 그보다 4년 이상 늦은 시기에 발표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의 참견이라면 이미 어느 쪽이 논란상 불리한지 명확해진다. 더구나 연재 초반은 '소재 공모'보다 작가 본인의 경험담 위주의 연재분이 많았고 챕터 13화 역시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직접 경험한 경험담을 소개하는 뉘양스를 풍기고 있었기에 대놓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더우기 본격적으로 생활의 참견만의 가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챕터 12화와 배치되고 있어 한층 아쉬움이 크다 '

하필이면 표절 문제로 작품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기에 단순히 연재분 하나의 의미를 넘어서 작품 전체적인 가치 문제에 기인할 만큼 심각성이 크다. 표절은 모두 의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박광수 작가와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건을 목격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같은 유머집이나 PC통신상의 우스개를 참조하여 각색했을 가능성 등 단순히 그것을 인정하는 문제를 떠나 어떤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해명하는 것은 결코 그 자체만으로 작가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광수생각'과 단순비교를 당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마치 몸속 종양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처럼 경력이나 명예에 이후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과 다름없다. 어느 쪽이 작가 본인을 위한 길인지는 작가 본인만이 알고 지금까지 판단해온 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광수생각'따위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기에는 생활의 참견이 가지는 작품적 가치가 아깝다고 생각한다.

옴니버스 웹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이 소재 고갈로 인한 퀄리티 저하, 그로 인한 연재 종료 혹은 무리한 연재 지속으로 인한 작가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나가는 생활의 참견이 가지는 작품적 가치는 매우 높다. 비단 신인 작가들에게뿐만 아니라 단순히 스팟성 작품만을 즐기던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도덕적 책임같은 무거운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지 않은 작품 활동 경력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의 참견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 가치가 점점 재평가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김양수 작가가 이 작품을 얼마만큼 애착을 보이는지와는 관계없이 앞으로의 작품 활동 경력을 위해서라도 작품에 대한 보다 명확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작가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우연의 확율을 비켜갈 수 없다. 챕터 13문제가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우연의 일치였던 간에 이러한 일이 비단 생활의 참견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김양수 작가의 차기작에서든 혹은 현 시점에서 다른 연재처에 연재하고 있는 다른 작품에서건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확립하는 것, 무조건 사과하고 해당 챕터를 내리는 것이 능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마다 대응 방식이 다르고 또 그에 따른 결과가 제각각이니만큼 생활의 참견과 현재 상황에 따른 김양수 작가만의 현명한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에 작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이상의 작품 가치 훼손이 없기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김양수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슨 저주가 걸린 건지 공들여 쓴 비평이 날아가기를 수차례(티스토리 자동로그아웃 나빠요!)
덕분에 연재가 매우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다음주는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5. 22:30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다른 리그에 없는 재미있는 시상 항목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올해의 재기상'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씁쓸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간 박찬호 선수가 후보에 연속으로 오르면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이 상이 생긴 이유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0부터 시작해서 +100에 이르는것보다 -100부터 시작해서 0으로 되돌아오는게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 대단한 실용주의 대국 미국이 인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 되겠다. 성공의 끝에는 참기름이 묻어있고 좌절의 끝에는 꿀이 발라져 있다. 즉 정점에서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서 있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슬럼프 혹은 바닥에서 하루바삐 탈출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겠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휴전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 병력 차출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중에는 꾸고 있는 미래의 꿈의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하기 떄문에 군 입대가 곧 꿈을 접어야 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트랜드에 민감한 업계가 특히 그렇다. 만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군 제대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경우 20대 초반 나이대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남성 작가의 작품 내용 소재 가운데 군대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의 작가 임인스도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례에 어울리는 파란만장한 작품 활동의 부침을 겪게 된다. 작품 자체에서 오는 슬럼프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연재를 중단하고 모처럼의 데뷰가 묻혀버릴 뻔 한 위기도 있었지만 슬기로운(?)팬들의 성원으로 군 제대 후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단순해 보이지만 보통은 '중간에 하다 만'작품을 이어서 만들어 나간다는게 왠만한 프로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연재 재개 후 다소의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임인스 작가는 공백기를 무색케 만들 만한 저력을 보이며 1부를 흔들림 없이 순조롭게 마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최근 웹툰에서 보기 힘든 '장편 시나리오'방식을 택하고 있는 '싸우자 귀신아'는 한번 챕터 11을 기점으로 군 입대 공백기를 갖는다 이에 대한 안내 문구가 걸작이다 '보답하는 차원에서 앞으로의 모든 시나리오를 공개하겠습니다'라니, 보통은 준비했던 기간이 아까워서라도 후일을 기약하고 공개를 꺼려야 정상인데 공개를 하겠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극구 만류(?)로 공개는 무산되고 제대 후 재연재가 결정되었지만 실상이야 어쨌던 임인스 작가는 그 당시 독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 됐다. 만일 그 스토리 공개가 진짜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겨보지만 확실한 건 임인스 작가를 기다리겠다는 대부분의 계층 속 소수는 독자들의 시점은 '공개하겠다니 그런 짓은 그만둬!~'쪽이었던 것 같다.

전개가 다소 이채롭지만 바로 이 점이 임인스 작가가 지금까지 별 흔들림 없이 연재를 지속하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웹툰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저한 사전 준비와 그에 수반되는 빈틈없는 시나리오 구성 능력이 그것이다. 직접 스토리와 작화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건만 어느 쪽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무난한 타협점을 찾아낸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웹툰계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돌연변이의 탄생이랄까, 개인적으로 강풀이 처음 순정만화로 히트작 양산의 서막을 알릴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일 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다름아닌 '난이도 조절'이다. 유명한 CM카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식의 세계관은 분명 매너리즘과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말해 '매니아층'이 생긴다는 의미로 이는 어찌 되었건 이미 '대중문화'로서 발을 담그기 시작한 작가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재미 요소 혹은 복선이 과도하게 삽입될 경우 자칫 작품의 무게감이 심해져 대중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임인스 작가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코믹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벨런스를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관련이 없는 벨런스 맞추기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개그 센스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한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우려스럽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챕터 25(네이버 챕터 순)에 등장한 '복선 해설'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공들여 내놓은 복선이 독자들에게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굉장히 조급해지게 되는데 그 조급함을 참고 묵묵히 대인배처럼 연재를 계속하는 작가도 있지만 임인스 작가는 결국 해설편을 따로 싣는 조급함의 우를 범하고 만다. 물론 이러한 배려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복선 해설 편도 중간 후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모든 연재가 끝난 뒤에 하더라도 본전을 찾을까 말까 하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딴에는 긴박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복선에 대한 내용 누설로 인해 스스로 작품적 희소 가치를 깎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연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작가의 성향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독자들이나 작가가 스스로 그 문제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다소 조심스러운데다가 장점과 단점이 흔재되어 있는 요소이기에 쉽게 포기를 종용하기도 어렵다. 다만 작품 활동에 있어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성향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만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지나친 영화화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웹툰'만의 작품성이 흔들릴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와 자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기준적 정체성 즉 웹툰 작품을 영화로 컨버전하느냐와 영화화를 의식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건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작가들은 쉽사리 슬럼프가 오기도 힘들고 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재충전 시간을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즉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이 그것이다. 웹툰비평에서도 다수 언급되었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른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마라톤'레이스와 비견되는 장편 연재에서 초반 1위라는 타이틀에 눈이 멀어 전력질주 후 하얗게 불태우는 우를 범하는 걸 수도 없이 봐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작가들의 등장이 내심 반갑다. 말이야 쉽게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지금까지의 웹툰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화면 연출력'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이 웹툰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우선 '웹툰 작가'라는 점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콘 사토시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기법들을 다수 사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대중성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것처럼 향후 임인스 작가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따라간 나머지 현실을 등한시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능력 역시 충분히 인정할 만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작가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단순하면서도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즌 '푸른 하늘의 빛나','벚꽃' 이 완결되면서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그에게 새로운 시즌 2는 그의 가능성에 이은 '관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연 그가 펼치는 작품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얼마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시즌 1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과 문제점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와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시즌 1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인 평가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작품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번 시즌 2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또한 싸우자 귀신아의 장편 옴니버스 작품으로서의 생명력과 관련되어서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는 기분으로 임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스토리부터, 작화, 구성, 연출까지 모든 것을 1인 시스템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으로 해결해 온 임인스 작가에게 있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많다. 시즌 1의 성공이 매너리즘이 되지 않도록, 혹은 그 자체가 장벽이 되어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절히 '욕심'이라는 것을 억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미 원작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 순수 창작'을 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야만 하는 부담감 역시 존재할 것이다. '푸른 하늘은 빛나'가 단지 원작이 훌륭했기에 부수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훗날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슬기롭게 극복하여 제 2의 강풀이 아닌 제 1의 임인스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임인스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생활의 달인'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1. 16:24
한국 일본에 관계없이 만화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건 대체로 자기 자신 혹은 제 3의 캐릭터로라도 작품 내에 '만화가'라는 직업이 항상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만화가는 언제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마감에 치여 고생하고 잠이 부족해서 힘겨워하는데다가 박봉에 삶 역시 궁핍하기 그지없게 묘사된다. 작품 내용상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에피소드들이 한두편씩은 나오곤 하며 최소한 챕터가 넘어가는 서비스 페이지 정도에 1페이지 정도의 단막 스토리라도 작가의 고충은 언제나 빠지지 않고 표현되곤 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만화가의 힘겨움'을 독자들에게 하소연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다름아닌 '소재고갈'이다. 일찌기 아다치 미츠루가 남긴 '소재가 막히면 전학생이 등장합니다'라는 명언처럼 작가 나름의 판단에 의거 용인이 되는 선에서 전학생이 아닌 '작가'가 등장, 그 주의 연재분을 날로 먹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버는 것이다. 물론 '다.다.다'처럼 고정 캐릭터중에 만화가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역시 메인 스토리의 진척이 없을 때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 중에서 이같은 사례를 잘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글고'의 'Q3'캐릭터를 들 수 있는데, 작가 본인을 투영하면서도 충실히 그주의 연재분을 상쇄할 만큼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추세와는 다르게 작가 본인을 이입시킨 캐릭터를 일종의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 주가 되는 전세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흥미롭다. '마린블루스'처럼 '자신의 일상을 일기장처럼 투영'하는 작품들이 대 성공을 거두면서 이른바 '트루먼 쇼'의 히트공식처럼 남의 생활상을 엿보는 생활 속 즐거움과 공감대 형성 위주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생활의 달인'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C급 직업군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99% 사람은 게스트로 일상 속에서 그들을 만나지만 호스트로서 바라보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이러한 작품들의 생명력을 연장시켜주는 힘이라고 하겠다.



복고풍 웹툰(?)
와라 편의점은 이러한 '호스트의 눈'을 잘 활용한 작품이다. 편의점에 손님으로 가 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이 나와 만나는 최장 5분 남짓 되는 시간 이외에 남은 8시간여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호기심, 즉 내가 사는 매일은 지루하지만 다른 사람의 매일은 지루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다. 지강민 작가는 이 점에 착안 편의점 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함께 편의점에서만 이루어지는 '사재점검'이나 '선입선출'등의 전문적인 작업들을 결부시켜 지적인 욕구도 다소 충족시킴과 동시에 오버스러운 액션을 활용한 '단막 4컷 툰' 방식을 사용하여 기초적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인지시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와라 편의점의 작가 지강민의 작품 성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78화 '잔돈' 편이 바로 그것, 이 에피소드는 그림체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탓에 한때 블로그에 작가가 해명 글까지 올려야 했을 만큼 논란이 많았던 에피소드이기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블로그를 통해 올린 해명글을 통해 이 에피소드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데 '와라 편의점'의 개그 코드가 다분히 '복고풍, 다시 말해 예전 명랑만화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대사 흐름이나 내용 전개 방식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돈'편을 자세히 보면 그림채가 원래대로 복원되어서 연재되었다면 큰 논란이 없을 만큼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별 차이없는 에피소드임에도 다소 의도적으로 그림채를 통해 독자들과 작가 본인의 소통을 확인해보려는 시험을 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다시말해 작가는 이러한 명랑만화 포멧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애착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투영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무의미한 보험
옴니버스로는 드물게 지금까지 큰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대 히트는 기록하지 못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는 와라 편의점이지만, 최근에는 무리하게 '역전'을 한 나머지 '소재고갈'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다른 옴니버스 작품들과는 그 문제의 격이 조금 다른데, 초반에 향후 소재고갈에 대비하여 캐릭터들의 개성을 충분히 어필하는 에피소드를 곳곳에 배치, 향후 실화 혹은 경험 위주의 스토리가 바닥이 났을 때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충분히 2차 창작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지금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 연재에 대비한 포석을 충분히 다져왔음에도 소재 고갈이 왔다는 것은 '캐릭터'를 활용한 에피소드 창작 능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만일 와라 편의점이 '작가 본인'의 경험담만을 소재에 활용할 계획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면 적정 사이클은 7~80편 정도의 에피소드 분량이 되겠지만 이미 에피소드는 100회를 넘었고 100회 특집에서 초반부터 다져온 '캐릭터성'을 과시하는 에피소드를 선보임으로서 장기 연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히 80회를 넘긴 시점부터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어딘지 모르게 예전에 보던 와라 편의점의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데, 이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작가가 '2차 창작'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잘 나가던 작품들이 갑자기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질 때 받는 오해가 '문화생 대리 제작 의혹'이다. 그만큼 문하생이 기존 작품을 이어서 그리면 아무리 그림채를 흉내내고 에피소드를 비슷한 감각에 맞춰 창작하더라도 독자의 눈에서는 어딘가 모르는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의 와라 편의점에서는 마치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고 있다. 캐릭터는 이미 작가의 감각에 의해 제각각 개성을 갖춘 상태에서 소재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빌려 에피소드를 제작하려 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주체 자체가 달라지고 예전에 작가 본인의 경험담에 맞춰 만들어진 캐릭터들과 에피소드 소재가 불협회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현재진행형
작가도 그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듯 100회 특집에서 '경쟁사 편의점 신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하는 등 현실 파악에 결코 게으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늘리는 것은 독자들로부터 오는 소재들 중 '지금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맞지 않는 경우 아무리 좋은 소재라고 하더라도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지금의 캐릭터 인지도나 개성에 대한 어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브 캐릭터들의 과거 에피소드와 연관된 스토리의 경우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 점) 신 캐릭터에 대한 어필을 위해 비중을 한쪽으로 무리하게 쏠리게 만들 경우 자칫 작품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우려도 존재한다.

비교적 긍정적인 것은 작가가 결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형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100회가 넘는 동안 연재 지연이나 결연 등은 한 번도 목격되지 않은 채 언제나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으며 본인 스스로 '날로 먹는다'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낮추는 데에 익숙해있는 만큼 앞으로 혁신적인 부분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작품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만큼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진단이다. 물론 초반에 소재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상보다 일찍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지만 네이버 웹툰 작가 중에서는 몇 안되는 '관록'이 느껴지는 작가인 만큼 앞으로의 분발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지강민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임인스 작가의 '싸우자 귀신아'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22. 03:04
시상 소감 같은 곳에서 흔히 나오는 말 중에 '초심'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쓴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참 멋있게 들렸으리라, 그러나 어떤 멋있는 시상 소감 꼭지라도 너도나도 쓰기 시작하면 참 멋없는 말이 되는데 그 이유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심이 사실 그렇다.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하지만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 돌아갈 수는 있는걸까? 듣기에는 그럴싸해보이지만 꽤 무책임하게 내뱉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렇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사실 보통일이 아닌거다.

그게 그렇게 쉽다면 이혼율이 높아질 이유가 없다


개그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은 언제나 끊임없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린다. 초기 기획 시간이 가장 짧고 어느 정도의 센스만 갖추면 작품 시작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신인 작가들이 향후 지속적인 연재의 지속성에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그 만화 장르를 선호한다. 어차피 신인 작가에게는 개그든 스토리타입이든 작품이 하나라도 주목을 받아서 유명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언제나 한결같이 1년을 전후로 아이디어 고갈로 인한 연재 중단이다. 비단 개그뿐만이 아닌 시사성이 없는 옴니버스 만화의 공통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롱런의 비결(?)

마음의 소리는 옴니버스형 개그 만화로서는 이래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와탕카','트라우마' 등의 개그타입 웹툰이나 '골방환상곡' '낢이 사는 이야기'등 생활접목형 옴니버스 스토리 타입 웹툰 등 같은 시기에 연재를 시작한 유사한 타입의 웹툰들이 모두 연재를 중단한 상태이기에 더욱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장수의 비결을 별달리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이래적이며 이미 소재 고갈 사이클이라는 1년 전후를 훌쩍 지난 상태에서도 독자들의 관심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보인다.

마음의 소리가 롱런을 하고 있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소재 고갈이 되지 않고 늘 신선한 챕터들이 나와주고 있는 것일까? 혹은 캐릭터들의 개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달리 소재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즌별로 무한정 스토리를 양산해 낼 수 있는 기막힌 구성력을 가진 작품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며 초반에 너무 많은 소재가 남발되지 않도록 작품의 컨디션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간간히 크리티컬 히트로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전략형 연재물일 수도 있다.

모두 갖춘 사람은 롱런을 뛰어넘어 그 시대 자체를 접수해버린다.


문제는 이 모든 사항들이 정 반대로 적용되고 있음에도 롱런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 있다. 소재는 2009년에 이르면서 이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지 오래이며 캐릭터의 개연성 역시 조석 본인을 희화한 캐릭터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인지도가 거의 없는 수준에 구성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작품 구조의 한계가 있었음에도 초반부터 너무 많은 소재를 남발한 나머지 소재 고갈 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문제는 '소재고갈'에 대한 대처

소재 문제부터 생각해보면 초창기 편의점이나 전경 등의 조석 개인의 일상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작가 본인이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있었던 갖가지 상상 속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배경이나 캐릭터를 완전히 무시하고 소재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따로 만화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소재들이 매 챕터를 채워주고 있다. 이는 굳이 '웹툰' 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결국 만화가 소재의 보조 역할이 되는 주객 전도의 상황이 되는 셈인데,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 최근 조석 작가가 소재 고갈을 이유로 제법 오래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소재 공모'다

생활의 참견 처럼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작품 세계가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그릴 수 있는, 다시말해 캐릭터성에 전혀 의지하지 않은 상태라면 독자들의 소재를 사용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마음의 소리는 처음부터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캐릭터에게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맡겨버리는 타입으로 굳어져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독자의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간혹 독자사연을 이용한 챕터가 등장하곤 한다. 이에 대한 문제점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이 챕터 317 - 사연만화 - 편이 되겠다.

매회 캐릭터와 배경이 변하는 완전한 옴니버스작품은 공모를 하던 뭘 하던 소재 사용에 제약이 없다.


소재공모뿐만 아니라 최근 사용하고 있는 소재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지만 에피소드 자체가 신선할 뿐 개그 소재는 언제나 '외모', '먹는 것' 등 다소 원초적인 몸개그 수준의 소재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마지막 한 부분의 반전에 드러나는 소재만을 '고른' 후 전후 사정에 대한 기획을 갖출 뿐이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챕터에 대한 신선함을 주기에 역부족일수밖에 없다.

작품 자체는?

그렇다고 초반 개그 소재나 스토리, 대사 등이 완전함을 느낄 만큼 매력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분명 마음의 소리에서 나오는 개그 타입은 일전의 '와탕카'에서 보여주었던 '반전'이 핵심인데, 와탕카의 경우 그림과 상황이 적절히 어우러져 반전의 효과를 더하는 반면 마음의 소리는 다소 인위적으로 긴 공백을 삽입함으로서 기대 심리를 높이는 원초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도 결국 그림이 아닌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지극히 웹툰스럽지 못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그림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엽기적인 표정'이나 '얻어터진 조석 캐릭터' 정도일 뿐 사전에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마지막에 있을 반전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대사 자체에 어떤 매력이나 독특한 개성이 있느냐하면 그 역시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대사로 승부하는 작품이라면 이른바 '유행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마음의 소리를 통해 유행이 된 단어 혹은 대사가 없는 것을 보면 대사 자체만으로 특별히 높은 평가를 매기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화 잘되는 고기라든지 알아듣기 힘든 조합형 단어들이 단골로 나오긴 하지만 원래 뜻 자체를 상식화시키는 데에 실패한 이상 유행어로 보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 개그 코드가 대사 자체에 있기보다는 어떠한 상황 설정에 따른 인위적인 상황이 많은 마음의 소리 나름의 작품 코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골방환상곡'의 '엄친아'라든지 '트라우마'의 '다음뉴스 여야는 오늘도'처럼 뇌리에 남을만한 대표적인 유행어가 나오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수많은 문제점에도 별다른 대체작이 없다는 이유로 '냉정한 평가', '객관적 소비'를 과감하게 이루어내지 못하는 독자에게 있다고 본다. 마음의 소리가 개그만화로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롱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기존에 연재하던 옴니버스 개그물 (와탕카, 트라우마 등)들이 대거 연재를 중단했기에 얻는 반사적인 이익일 뿐 결코 마음의 소리가 먼저 완결된 다른 개그작품들에 비해 강점이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는 남아있는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들자 공급이 되고 있는 쪽에 대한 평가 인플레가 심해졌고 이것이 매너리즘으로 이어진 것이 지금의 비정상적인 롱런에 대한 이유와 동시에 문제점이 되는 것이다.

매너리즘이란? 자기자신은 전혀 웃기지 않음에도 다른 사람들 다 웃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싫어 '아 웃긴가보다'하고 따라 웃는 척하는 심리


이유야 어쨌던 마음의 소리는 롱런할 수 있는 모든 시도, 기회, 자격을 잃어버린 채로 위태롭게 표류하고 있다. 이미 기름이 바닥을 드러낸 자동차가 무리하게 시동을 걸어 심각한 부품 손상을 초래하면서까지 스물스물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건 작가가 이미 스스로 이 작품을 끝낼 수 있는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이며 이런 작품이 지속적으로 지금의 위치에서 개그 웹툰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이후 같은 소재로 웹툰 데뷰를 준비하고 있는 신예들에게 있어서도, 좀 더 신선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음의 소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작품적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박수칠때 떠나라는 말도 사실 말이 쉽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벌때 바싹 벌고싶은 마음이 대부분일테니까 ...다만 지금의 위치에서 결국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현재 위치를 생각해본다면 과연 자기 자신만을 생각해야만 하는 일인지, 속속 들려오는 건실한 비판을 단지 악플로서 무시하면 그만인지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작품이 가진 나쁜 이미지는 연재가 중단되면 어느 정도 사그러들지만 작가 자체에 대한 나쁜 감정은 펜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나올 신작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생각했으면 한다. 만화가는 공인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평생 가지고 갈지도 모를 또 다른 나의 분신 '펜네임'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주길 권하고 싶다.


다음주에는 '와라 편의점'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15. 02:02
팜 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범위가 넓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면 클럽 시스템별로 팜 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경우 팀 내에서 유망주를 키워내는 것은 물론 유망주 단계에서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아 팜 시스템 내에서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다시 말해 기회에 주어지는 시간이 보다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선택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선수를 놓치지 않을 가능성도, 대기만성형의 선수를 꾸준히 지켜볼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팜 시스템은 메이저에서의 데이터와는 다르게 순전히 '스타성'만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어 향후 이 선수가 지금 보여지는 만큼 선수 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꾸준한 성적을 보여줄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팜 시스템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별다른 연구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해결책이 없는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이른바 12지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랄까



야심작 정열맨(이하 정열맨)은 그런 팜 시스템이 웹툰 시스템에 정착되면서 가져오는 장점과 문제점을 동시에, 그것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루리웹 만지소 (만화가지망생소모임) 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열맨은 이후 각 커뮤니티에 속속 개그 관련 게시물로 퍼지면서 이른바 '아는 사람은 아는' 작품으로까지 인지도를 확대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네이버는 이례적으로 자체 팜 시스템이 아닌 신인 작품의 연재를 결정하게 되고 2008년 6월 30일 주 1회 방식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다.

시작은 문제가 없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작품 내에서 큰 수정 없이 그대로 연재를 시작했으나 이미 만지소에서부터 인정받은 개그 센스가 까다로운(?)네이버 독자에게 어필하는 데에 성공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 네이버측이 우려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작화 부분은 생각만큼 거부반응이 크지 않았으며,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인 중고 신작으로서 가지는 이득을 충분히 누리면서 흔히 신작의 고비라고 불리는 1쿠르를 무난히 넘기게 된다.

그런데 챕터가 늘어나고 점차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초반 플롯 준비 과정이 충실하지 못한 작품들에게서 나오는 문제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작품 내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10화부터 시작되고 있는 무협형 에피소드가 30화분이 넘어가도록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타입의 만화는 준 옴니버스 타입으로 소재 위주의 스토리를 다수 배치하여 장편을 이어나가는 것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의 유일한 장편 구성 방식이지만 정열맨은 에피소드의 길이를 조절하는 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 주인공 김정열보다 비중이 높았던 허새만은 최근들어 비중이 거의 없는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는 시작 단계부터 작품이 어떻게 시작될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알 수 있는 핀트가 전혀 없었다는 문제에 기인한다. 정열맨 김정열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스토리라인은 단지 정열맨의 엉뚱한 캐릭터성을 활용한 몇 가지 과거형 에피소드 몇 가지 이후 선보이고 있는 주작파 스토리에서는 전혀 역할을 찾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물론 작가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회 다소 억지스럽게 장면 전환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 김정열 캐릭터를 등장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찾지 못해 가지는 독자들의 혼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스토리에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신 캐릭터 '최우장'이 별달리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잇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역할이 거의 없지만 초반 훅을 확실하게 책임져주었던 허세만에 비해 등장 횟수는 3배 이상 많은데다 주작파 스토리의 중심에 서 있는 최우장은 이름 조차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다. 악역이면 확실한 악역다운 카리스마 혹은 악역의 독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의 연출력이라든지 캐릭터성을 한층 살리는 대사가 다소 부족한 부분 등 작가의 능력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원인의 시발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


다소 서두르는 감이 없진 않지만 5월 13일 연재분을 기준으로 주작파 에피소드는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열맨 이외의 열혈 초등학교라든지 드라곤볼 등의 다른 작품들을 한주 혹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것을 비추어 볼때 귀귀 작가는 정열맨의 다음 에피소드 준비에 이미 착수했으며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작품을 기획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초창기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휴간을 하지 않는다. 보통은 그 아이디어를 플롯 단계에서 구체화시키는데에 훨씬 더 많은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열혈 초등학교 휴간에 대한 안내문 중 일부


이유는 조금 더 있다. 정열맨을 비롯한 귀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연재 시작 단계부터 작가 본인의 의중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상당 부분 멀티유즈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매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2차 3차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굿즈라고 불리는 상품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른 광고보다 캐릭터의 힘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관심도가 떨어진 만큼 티셔츠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거나 예전만큼 독자들의 참여, 특히 머리를 직접 미는 수준의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귀귀 작가 본인이 이미 감지하고 심각성을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떤 스토리가 어떻게 나와준들 지금 단계에서 정열맨이 가지고 있는 숙변과도 같은 문제들을 한번에 씻어낼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남고 있다. 독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지 않는다. 매너리즘은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도 쓰일 수 있는 한편 소리없이 떠날 수 있는 팬층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음 에피소드에 실리는 무게감이 커진 상황에서 귀귀 작가가 과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인, 사실상 차기작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스토리가 나와주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한층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정열 캐릭터 역시 그간의 도망자 스토리라인을 종료, 향후 등장할 채비를 마친다. 주작파 스토리 마무리와 더불어 작가가 심각하게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여러 근거 중 하나


만일 지금 시점에서 또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 주작파 스토리와 무관한 전혀 다른 스토리, 혹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명목 하에 다시 옴니버스 개그물의 분위기로 전환한다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제한 시간은 부족하고, 이미 초반 분위기 장악 실패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작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수밖에 없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생계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마음먹은 대로 쉬지 못하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수 있기에 당장은 어떤 결론도 답이 될수도 답이라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초반의 중요성

최근 필자가 배우는 영화 관련 수업에서 나오는 단어 중 '훅' (Hook)이라는 영화 기법이 있다. 말 그대로 영화 초반 5분 내에 관객들을 영화에 집중하고 눈을 떼지 못하도록 끌어당기는 기법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기법이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제법 높다고 보고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만화든 스토리 텔링과 관련된 작품들은 초반에 제대로 훅을 만들어낸 경우 실패 사례를 찾기가 어려울정도니까, (대표적으로는 최근 종영한 아내의 유혹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훅이 가지는 역할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결국 어떤 스토리로 진행되서 어떤 식으로 결말지어질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데에 있기 때문에 영화 깨나 만들었다는 사람들도 일면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한 실로 기묘한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에 훅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초반 내용 중간중간 향후 스토리나 등장 인물을 시사하는 장면들이 소수 있었으나 다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분량 자체가 적을뿐더러 당시 작품 분위기상 한 컷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이유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열맨의 부진에 대한 원인은 다름아닌 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정열맨이 가진 문제점은 훅에서 본편까지의 갭이 지나치기 길었거나 혹은 훅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미 옴니버스 스토리가 아닌 제대로 된 에피소드 스토리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훅 단계에서 이미 옴니버스 카툰과 같이 인식되며 매회 다른 스토리로 웃겨주는 만화로 인식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초반에 개그에 대해 너무 무리하지 않는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향후 스토리라인에 대한 힌트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주작파 스토리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결코 아님에도 독자들이 어색해하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가 역시 제대로 된 스토리 진행에 있어 매회 어느 정도 빵 터뜨려줘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재대로 스토리를 다듬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 혹은 새로운 에피소드의 활약 여부에 따라서 정열맨의 향후 거취와 작품 수명이 결정되겠지만 개인적으로 팜 시스템에서 가장 이색적이면서 독특한 데뷰 라인으로 성공한 사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다.

그다지 보편적인 상황이 아닌데다가 작품의 흐름 상 작가가 자초한 부분이 크기에 쉽지 않은 연재가 예상되지만 개인적으로 귀귀 작가의 분발을 기대하고 있다. 행여 연재하는 여러가지 작품들 중 한두가지가 사라지게 되더라도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벗고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연구할 수 있는 온고지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고 센스 측면에서는 정말이지 아깝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만큼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특히나 한국 웹툰계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작품 타입 아니던가 작가라면 부던히 겪고 또 겪는 것이 작품 슬럼프다. 하루바삐 몸에 꼭 맞으면서도 마음에 쏙 들기까지 하는 옷을 찾듯이 귀귀 작가의 '이상' 이 아닌 '목표'로서의 작품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그림 사용 허가해주신 귀귀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에는 마음의 소리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8. 01:13
매주 목요일에는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입니다.
비평의 특성상 경어가 생략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작에 즈음하여

언제나 문화 콘텐츠 산업은 '힘들다'라는 말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건 게임이고 애니메이션이고 영화고 음악이고 만화고 다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힘들단다. 이유도 없다 그냥 돈을 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돈을 벌지 못한 사람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힘듦을 설파하곤 한다. 그러기에 '성공하지 못한자의 변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현 문화 콘텐츠 수익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 콘텐츠 이외의 분야가 수익구조적 특히 배분에 있어 문제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기때문에 이 논쟁은 언제나 알맹이가 없는 소모성으로 낙인찍혀 있어 커뮤니티내에서는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만화는 나쁘게 말하면 가장 많은 궁상을 떨었던 분야다. 옛말에 화가와 시인은 가난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만화가도 화가에 속하기때문에 가난한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앞지르는 게 다반사이기떄문에 이런 푸념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만화에 대한 수요는 별로 줄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인력 역시 부족하지 않게 수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여점, 스캔본 등의 수급 방식의 한계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만화계는 젊은 만화인들을 중심으로 웹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했고 몇 번의 성패를 거듭한 끝에 현재 어느 정도 과도기를 끝내고 안정기에 들어선 상태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공급 방식이다 보니 지금까지 수직 성장만을 거듭해왔고 점차 초기의 '원활한 신인 공급'의 기능이 점차 줄어들고 '인기 만화'위주로 편중되는 보수성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어 점차 젊은 만화가들의 '패기와 관록의 과도기'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한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인기 작품들이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건전한 비평이 나오기가 힘든 덧글 평가 시스템은 도리어 '악플'로 취급되어 매너리즘을 부추길 뿐이다.

악플과 선플 개념이 아닌 진지하게 현재를 가늠하고 그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결론으로 제시할 신 기획 '웹.툰.비.평'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입시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이하 정글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정글고는 지금부터 약 3년전인 2006년 1월 16일에 연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다음, 파란, 스투닷컴 등 웹툰을 연재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포탈은 있었지만 압도적인 1인자가 없는 애매한 상황에 자본력의 NHN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것도 기존 작가들을 수집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자체 팜 시스템을 갖추고 신인 작가들을 등용한다는 형태로 출범한 네이버가 모험에 가까운 시도에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정글고가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네이버의 간판 웹툰으로 자리잡고 있다.

배경 무대가 고등학교이고 연재 시작이 고등학교 입시부터 시작했던 탓에 작가 본인도 불사조 세대 캐릭터들이 졸업할 즈음에 이르러 연재를 마감할 것으로 계획했던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3년째 되는 날 연재를 마감한다는 인사 대신 연재를 계속한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워낙 인기 작품인데다가 작가 본인도 차기작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거나 현 작품을 능가할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고 네이버 역시 간판 만화의 영향력을 충분히 알고 잇었기 때문에 삼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작품의 무게감과 색깔

연재 연장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연속성이 없는 옴니버스 스토리이기 때문에 3년이 아니라 몇 년을 게속해도 그건 작가 마음이다. 굳이 3년이라는 설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작품 속 시간과 현실이 반드시 리얼타임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옴니버스라고 해서 작품 내 긴장관계나 초기 색깔이 변색되는 것은 연재 연장 선언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팬들에게 오히려 의식하고 비판을 벌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대표적인 설정이 '선생님들의 폭력성'이다.

초반 인기를 끌던 정글고 4대천왕 선생님들의 폭력성이 주는 학교 내 긴장감은 지금 시점에서는 흔히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체벌로 바뀌었다. 직접적인 구타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타 장면이 가장 극심했던 수학 선생님 캐릭터의 등장이 줄어든 것은 물론 다른 선생님들 역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독특하면서도 확실한 악역을 부여할 수 잇는 이사장의 출연 비중을 늘림으로서 작품 내의 캐릭터성을 강조한 재미보다는 다분히 교육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시사형 소재가 많아진 것도 두드러지고 있는 특징이다.

이런 현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미 매주 연재가 되는 날에는 페이지뷰 1위가 당연할만큼 브랜드 가치를 쌓은 상황에서 다음 편에 무슨 소재가 나올지에 대한 것보다는 어떻게 빵 터뜨려줄까 하는 기대로 바뀌는 것이다. 즉 이미 정글고는 학원 코믹물이라는 기존의 작품성격을 적어도 독자들 사이에서는 차츰 잃고 있는 게 분명해보인다. 이미 정글고에 학창시절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스토리에 몰입하는 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폭력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다소 엄숙하고 비리투성이인 현 사학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성격을 가졌던 정글고의 작품 컬러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추측컨데 네이버가 각 웹툰별로 등급을 매기면서 19금 이하 작품들에 대해 중간 등급을 매기기가 여러가지 이유로 곤란한 상황이어서 자체 검열 및 작가의 창작 간섭 그리고 작가들이 그걸 의식하는 정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같은 네이버에서 매주 화요일에 연재하는 '마음의 소리'를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한층 증폭된다. 마음의 소리 초기 작품들을 보면 주인공이 얻어터지는 장면이 나올때쯤이면 피에 대한 묘사가 과장될정도로 많이 등장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항상 상처와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조석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냥 반창고를 붙이는 선에서 마무리되곤 하는데 이렇게 바뀌게 된 시점이 정글고에서 폭력 장면이 사라진 시점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글고는 학교 내 선생님들과 학생과의 관계 문제 이사장의 비리 등의 꼭지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 표현의 제한으로 인해 정글고의 본래 작품성이 훼손되고 있는 거라면 즉시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연재 종료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 옮다.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었으면 새로운 규칙에 맞는 만화를 생산해내야하지않겠는가? 반드시 때리고 패고 하는 개그만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님을 '생활의 참견'이나 '일상날개짓'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작가로서의 자존심 문제 이런 걸 모두 떠나서 작가 본인에게도 연재를 맡은 네이버에게도 결과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터질 것이 뻔한 시한폭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말 연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나?

정글고는 에초 연장을 기획했을 때 기존 맴버들의 졸업과 불사영을 중심으로 한 현 2학년 캐릭터들과 신입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끌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연장 선언 이후 첫 회에 나온 뜬금없는 정통 테니스 만화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특집과는 다르게 기존 인기 캐릭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불사영과 그의 친구 이외에 이렇다할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단순한 말장난식의 스토리로 마무리지었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기존 캐릭터들이 없어질 경우 작품의 생명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와 더불어 불사영 캐릭터의 작품 내 상품성을 테스트해본 것 같다. 그 결과가 기존 캐릭터들로 다시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에도 말했듯 옴니버스 스토리를 가진 웹툰이 연장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 대신 소재와의 끝없는 싸움, 창작의 고통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연장 결정이 아무리 갑자기 났더라고 하더라도 '탐구생활' 시리즈처럼 아주 잠시간이라도 새로운 플롯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창작의 공백기를 가져보는게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수많은 신캐릭터들이 나왔지만 캐릭터에 대한 사전 설정 준비가 부족해서 실패한 캐릭터 사례가 많은 정글고라면 이러한 선택은 비단 생계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데에 앞서 향후 창작 활동을 지속해나가야만 하는 만화가의 숙명 상 반드시 딛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연장은 시작되었고 네이버 입장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독자들도 한순간에 매주 재미있게 보던 만화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러나 정글고는 스스로 롱런할 수 있는 핀트를 놓쳤다. 스토리의 중심이 '학교'가 아닌 '캐릭터'로 옮겨간 이상 그 캐릭터들을 대체할 수 없는 한 작품 내의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가장 위험한 함정에 빠진 것이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정글고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것 같다. 지금에서도 이미 툰으로서의 말풍선 위주보다는 내래이션 타입의 스토리 전개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작품 내 설정에서 쥐어짜낼 수 있는 스토리는 대부분 쥐어짜냈다는 나름의 증거로 보이는 바, 작가는 작가 본인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그 결단이 연재 중단이 될 필요는 없다. 그걸 강요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으니까,

정글고에 애착이 있고 아직 생명력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 작품의 궤도와 향후 노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 기존 캐릭터들의 개성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신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는 건 단언컨데 쉽지 않다. 불사조 캐릭터가 아깝다면 불사조만을 졸업시키지 않는것도 좋다. 이미 인기 캐릭터로 독자가 인지할 수 있는 인원수가 포화 상태인 정글고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정글고를 지금까지 그려왔던 작가라면 결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는 작품이기에 애정이 과하면 애증이 되듯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은 것 같아서 작가분에게 미안합니다. 결론은 역시 작가분의 몫이겠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