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8. 6. 19:27
몇년 전 '엄마 어렸을 적에'라는 작품전이 생각지도 못한 인기몰이를 하며 롱런했던 적이 있었다. 초창기 작품전을 기획했던 주최측조차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클레이 인형 작품전이 이처럼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기성세대'들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안정화된 지위를 확보하면서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의 7080 붐이 몇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아저씨돌의 귀환이라 일컬어지는 과거 아이돌 그룹 출신 맴버들의 연예계 복귀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만화나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는 에외가 아니어서 일본의 경우 아무리 포켓몬, 코난,짱구 등이 날고 긴다 한들 아직까지 시청율 톱을 달리고 있는 건 '치비 마루코짱'이다. 온 가족 포멧이라고 불리지만 결코 젊은 층의 시청율이 높지 않은 이 작품은 언제나 애니메이션 통합 시청율 1위를 고수하며 몇십년째 순항중이다. 한국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성공 여부가 철저하게 극단화되어 있는데, 젊은층의 외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공을 일군 '검정고무신'이나 가족물 컨셉으로 수입되어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우리집' (한국명 아따맘마) 등이 이른바 '복고'와 '생활속의 공감'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떡밥을 가지고 성공한 반면, 치비마루코짱의 경우 뛰어난 캐릭터성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와 다소 다른 공감대를 추구한 부분에서 어필에 실패, 높은 라이센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처럼 '복고'는 업계에 있어 제법 검증된 보증수표임에도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제한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다가, 그들이 반드시 시장성 확보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반드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킬링 테마를 찾아내는 어려움 등이 있어, 성공 확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초반 스토리에서 보여주었던 이른바 '인생 다시 살기 프로젝트'와는 조금 동떨어진 '80년대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다소 이래적인 세대교체식 복고를 추구했는데 지금까지의 복고가 다분히 5~60년대 출생 7~80년대 젊은 세대를 표방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연재 초반부터 지금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복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인생 다시 살기'라는 코드를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스토리적 기대감을 형성시켜준 영향도 크다. 누구나 몇 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라는 만인 공통의 공감코드를 복고 코드와 결부시켜 함께 작극한 것이 주효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이 에상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초반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연재를 이어가기 위한 보험 측면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복고 코드를 지나치게 오랜 기간 활용하여 본궤도 스토리인 '남기한의 인생 다시 살아 엘리트 되는 성장과정' 이 다소 등한시되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다. 연재 초반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복고'가 아닌 '남기한이 지식은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 조숙아로 성공하는 설정'에 매료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학생때로 돌아가 비상식적인 초등학생의 대 활약상'의 카타르시스를 아직까지 뭔가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도 최근 이를 인지한 듯, 매회 복고 소재를 사용한 1회성 스토리에서 벗어나 중간고사나 과학 퀴즈 대회 등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로 전개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소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만큼 매회 스토리 전개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사건, 위기, 전개 등이 다소 맥빠지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부분도 문제, 추리 미스터리물처럼 긴박한 전개에서의 예측 불가성은 또다른 흥미 요소이지만 여기에서 예측 불허는 곧 스토리의 설득력 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몇년째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마린블루스라는 웹툰이 있다. 웹툰으로서는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이 작품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소속사가 팬시회사이다보니, 각종 팬시 상품은 물론, 주제가,플래시 애니메이션 등 대부분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자본적 배경이 주어졌음에도 정작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다이어리상품과 몇몇 팬시 정도가 전부이다. 그나마 음악의 경우 이름있는 뮤지션이 참여하여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다이어리와 함께 팔리는 수준에서 소화되었던 상업적으로는 굴욕에 가까운 처우를 받기도 했다.

앞서 정열맨 편에서도 언급했었지만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한 다양한 파생 미디어의 생산은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거대한 아마추어 시장의모태가 되었던 게 파생 미디어이기때도 했던 것처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참여를 유도하여 ucc등의 뉴미디어를 통한제작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다소 짧게 언급했지만 '파닥파닥 송'을비롯한 작품 내 곡들이 실제 곡으로 (비상업적으로 작품만을 위해) 제작되어 공개된다던지 하는 식의 다양한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연재가 시작된지 반년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초반 '파닥파닥 송'의 성공적인 훅을 이어나갈만한 이렇다할 전개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목요 웹툰 톱을 달리던 인기에서 최근 3위까지 밀릴 만큼 점진적으로 독자들의 관심도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작가도 이를 인지한 듯 최근에 들어 복고 옴니버스를 포기하고 본격적인 장편에피소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고작 선악구도를 잡는 데에 한달여가 소요되었을 만큼 스토리를 추스리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남기한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비중이 적어 생성될 수 있는 스토리 복선을 자체적으로 넓히지 못하는 한계를 타파에 나가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이틀 하나에 웹툰의 초반 독자 유입이 결정될 만큼 웹툰에 있어서 타이틀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타이틀에 이 웹툰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재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 전개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타이틀로 독자들을 후킹하는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으나 타이틀에 거는 기대치만큼의 전개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에는 아직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팬의 이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초반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아직 작품적으로나 작가 역량 측면에서 충분한 포텐셜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필자 개인적으로도 완성도 측면에서 조금 더 분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의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참여 의지를 움직일 수 있었던 보기 드문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서도 보다 고무적인 내용으로 희망이 아닌 현실을 어필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미티'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실질객관동화'입니다.